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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서바이벌 택틱스〉인디토크 기록: 바라보기, 그려내기, 기다리기 - 〈서바이벌 택틱스〉가 살아남는 방법

by indiespace_가람 2024. 3. 11.

바라보기, 그려내기, 기다리기 - 〈서바이벌 택틱스〉가 살아남는 방법

〈서바이벌 택틱스〉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4년 2월 24일 (토) 오후 7시 상영 후

참석 박근영 감독, 성령, 최원용 배우

진행 정지혜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영 님의 기록입니다.

 


영화란 무엇일까. 고리타분해 보이는 질문에 〈서바이벌 택틱스〉는 툭 답한다. 삶을 담는 것이라고. 선형적 구조로 흘러가는 하나의 내러티브를 욱여넣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순간의 생각과 깨달음, 회한 그리고 희열 따위를 카메라로 그려낼 뿐이라고. 〈서바이벌 택틱스〉는 내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말을 줄이고, 내가 직접 경험한 것에 대해서는 과감히 주장한다. 모든 장면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삶이 그렇듯, 존재를 느끼는 것으로 충분하니까.

 

 

영화 〈서바이벌 택틱스〉 스틸컷

 

 

정지혜 평론가 (이하 정지혜): 〈서바이벌 택틱스〉는 박근영 감독님의 장편 데뷔작이고요. 2021년도 처음 관객분들을 만난 이후로 3년여의 시간 만에 개봉까지 하게 됐습니다. 한편의 독립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참 쉽지 않은데,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는 데까지는 정말 많은 분의 고군분투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오늘도 토요일 귀한 저녁 시간에 극장까지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넉넉한 시간이 확보된 걸로 알고 있어서 관객분들과 영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궁금한 점들이 꽤 많으실 것 같고요. 편안하게 이야기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먼저 감독님 그리고 두 배우님 인사 부탁합니다.


박근영 감독 (이하 박근영): 안녕하세요. 〈서바이벌 택틱스〉를 연출한 박근영이라고 합니다. 황금 같은 주말에 귀한 시간 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영화 재밌게 보셨었기를 기대합니다. 다시 한 번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령: 안녕하세요. 저는 〈서바이벌 택틱스〉의 성령 역을 맡은 배우 성령입니다.

최원용: 네, 안녕하세요. 저는 〈서바이벌 택틱스〉에서 우호 역을 연기한 최원용입니다. 영화를 어떻게 보셨을지가 좀 궁금해요. 흥미롭게 보신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분명히 대부분은 '이게 뭐야' 싶으신 분들이실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희 영화는 특히 GV가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해서 오늘만큼은 모호하지 않게 속 시원해지는 GV였으면 좋겠네요.


정지혜: 배우님께서 일단 이렇게 말씀해주시니까 저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개인적인 추억을 먼저 꺼내보자면 저는 2021년도 서울독립영화제 때 이 영화를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었어요. 그때 당시에도 이 영화를 소개하면서도 조마조마했거든요. 관객분들이 과연 좋아해 주실까? 어느 정도 호응이 있을까. 그런 고민 속에서, 그래도 이 영화가 가진 매력과 굉장히  새로운 시도들을 같이 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선정했었어요. '새로운 시선 상'까지 수상해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너무 감사하다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근데 관객분들이 보시는 지점들은 또 다르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굉장히 많이 질문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감독님께 여쭤봐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알기에는 감독님의 단편 영화 〈행복의 첫날 , 2016년도에 만들어진 대학 졸업 작품의 일부가 〈서바이벌 택틱스〉에 들어갔어요. 쌍둥이 언니와 동생이 있는데 언니의 죽음을 들은 동생이 언니 학교를 찾아가 겪게 되는 어떤 일화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 장면은 이 영화에 얼마나 들어가 있고 그때 이미 성령 배우님은 장편 만들 거라는 이야기를 감독님으로부터 들으셨던 걸로 알고 있어서요. 그 이야기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왜 그 이야기를 놓지 못하고 계속 발전시키셨을까. 이야기의 출발에 대해서 먼저 좀 보겠습니다.

박근영: 말씀 주신 대로 이 영화는 단편에서 확장된 영화에요. 크게 어떻게 이어가야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노래 중에 바나나는 길어, 길면 기차, 기차는 빨라 이런 노래가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계속 앞에 이야기가 있으면 뒤에 이야기를 잇고. 이런 식으로 계속 이어갔던 것 같아요. 장편을 그냥 만들고 싶었어요. 단편을 만들고 나서도 더 풀어낼 것들이 많고, 제가 살면서 받은 인상들을 어떻게든 풀어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성령 님한테 계속 장편을 찍을 거라고 얘기를 했었는데, 장편으로 찍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었죠. 그리고 그게 이렇게 개봉하는 데까지는 또 그만큼의 시간이 걸렸고요. 감회가 남다르고 저한테는 아득히 먼 기억이기도 해요. 영화 속 학교 장면이 단편 영화 일부고 그 외에는 장편 영화를 만들면서 다 새로 촬영했습니다.

정지혜: 두 배우님께서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어떻게 이해하고 시작해야 될까에 대해서 누구보다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성령 배우님도 한 번 고사 하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해 시나리오 받고 들었던 생각이나 그럼에도 어떤 면이 끌려서 작업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배우님께 여쭤보고 싶어요.

성령: 저는 처음 감독님이랑 단편을 찍었을 때, 아까 말씀했다시피 장편을 만든다고 하셨어요. 저는 믿지 않았어요. 원래 감독님들은 그런 말씀을 종종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믿지 않고 있었는데  꽤나 오랜 시간 뒤에 진짜 장편을 만드신다고 연락이 오신 거예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배우라면 무언가를 이해하고 연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데 하나도 이해를 못 하겠는 거예요. 저는 그래서 제가 표현할 수 없을 것 같고, 너무 어려워서 이해가 안 간다고 했어요. 근데 감독님께서 되게 단호하게 존재하시면 된다고만 말씀을 해 주셨어요. "이해하려고 하지 마시고, 존재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말씀해주신 게 아직도 기억이 나요. 그래서 그 멋있음에 치여서 영화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박근영: 저는 제가 그런 말을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어떻게 되든 저는 성령 씨를 배우로서 신뢰하거든요. 좀 오글거리긴 하지만, 그 말을 드렸던 이유를 지금 생각해 보면... 저는 성령 씨가 화면 안에 나올 때나, 촬영될 때나, 그냥 계실 때마저도 뭔가 충족이 되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래서 성령 씨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꾀기 위해 그런 말들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최원용: 저는 한 10년 전에 단편 영화를 촬영한 적이 있었어요. 그 영화 촬영 현장에 있었던 스태프 중의 한 명이 감독님이었어요. 그 뒤로 이렇게 시간이 지나다가 2020년 1월에 이제 매일 한 통이 왔어요. 그때 시나리오랑 긴 편지가 같이 왔는데, 저는 아주 반갑고 기분이 좋은 거에요. 특히 장편 시나리오는 흔치 않은 기회고 오늘날도 좋으니까 볕 좋은 곳에 가서 시나리오 한번 딱 읽어봐야겠다 해서 봤는데 뭔 내용인지 모르겠더라고요. 내가 시나리오를 해석하는 능력이 이렇게 떨어졌나 싶을 정도로요. 너무 혼란스러워서 바로 전화했죠. 만나서 한번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그래서 인근 카페에서 몇 시간을 이제 시나리오에 대한 QnA 시간을 가졌어요.편지는 뭐고, 얘는 다리가 왜 이렇고, 병상에 누워 있는 사람은 아빠인지... 다 물어봤었어요.
저는 그런 원초적인 질문지를 준비해서 근영이한테 물었는데,  근영이가 "그거는 중요하지 않아요. 있는 그대로 그렇게 보이면 그렇게 보이는 거고, 저렇게 보이면 저렇게 보이는 거에요." 이러더라고요. 나도 〈극한 직업〉이나 〈인터스텔라〉 같은 영화 좋아하는데 (일동 웃음) 근데 그 자리에서 제가 느낄 수 있었던 거는 난해하고 모험처럼 보이는 이 이야기를 근영이는 뭐랄까...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한사코 이걸 내 식대로 찍고야 말겠다는 집념이 되게 높았었어요. 그래서 이 시나리오는 근영이한테 있어서 서바이벌 택틱스(survival tactics) 그 자체겠구나. 자기가 이 영화에서 색깔을 잃지 않기 위한 나름의 생존 전술이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그래서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래 알았어 네가 그러면 네가 만들어오는 그 알쏭달쏭한 세계에 한번 같이 가보자는  믿음으로 시작하게 된 영화였어요.

박근영: 너무 감사하고 제가 고집불통이었나 이런 생각도 들어요. 근데 어떤 집념, 이런 걸 얘기하자면 저는 이거를 꼭 찍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안 찍으면 진짜 죽을 것 같았어요. 사실 죽지는 않겠죠. 근데 너무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고, 처음이자 마지막 장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었고.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거를 진짜 다 해보자. 어떤 욕을 먹고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단편 찍을 때, 학생 때 더 과감하게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이 되게 후회스러웠었거든요. 저는 그래서 이제 장편을 찍으니까 후회가 남지 않게 진짜 끝까지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해보자. 그럼에도 후회를 했지만... 그랬었습니다.

 

 

영화 〈서바이벌 택틱스〉 스틸컷

 


정지혜: 감독님의 작업 방식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어떤 서사 전개에 기대서 가는 방식은 아닌 것 같아요.그래서 감독님의 영화가 이미지일 수도 있고, 어떤 구조일 수도 있고, 아니면 어떤 시간에 대한 비선형적 움직임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부분들에 대한 감독님의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욕망과 이어진 것 같습니다. 무엇을 그렇게 풀어내고 싶으셨던가요? 어떤 이미지나 구조가 이 영화의 출발이었다면, 그 첫 번째 이미지는 무엇이었을지 궁금해집니다.

박근영: 첫 번째 이미지는, 일단 저는 사람 얼굴을 찍는 거를 별로 안 좋아해요. 영화 속에서 사람 얼굴이 정면에 나오면 너무 구체적인 장면이 되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거든요. 이 영화를 찍을 때 가장 먼저 떠올렸던 것은 얼굴 없는 신체들이었어요. 그렇게 되면은 신체의 주인이 모호해지잖아요. 그래서 영화가 모호한 이유도 삶을 사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잖아요. 내가 도무지 이거의 의미를 해석할 수 없고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고. 이해할 수 없는 어떤 멜랑콜리를 영화 속에 녹여내고 싶었어요. 삶을 사는 그 자체에 대해서 느꼈던 인상들이나 생각을 어떻게든 욱여서 녹여보려고 했죠.

정지혜: 그 삶에서 받은 인상을 혹시 어떤 단어로 표현해볼 수도 있을까요? 아니면 배우님들도 작업하시면서 이 영화의 알쏭달쏭함을 영화 안에 표현해냈을 때 느꼈던 어떤 감각을, 단어나 어떤 언어로 표현해보자면 어떤 것일까요?

박근영: 답을 시원하게 드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이 영화를 만든 것 같아요.

 

최원용: 저는 이 영화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고 생각해요. 사고를 당하고 난 후의 모습을 이제 후반부로 보는데. 전반부 우호는 어딘가 말도 하지 않고 여러 가지로 무감각한 느낌이 드는 게... 뭐랄까요. 병든 아버지를 보살피고 정해진 시간에 일까지 병행한다는 건 굉장히 지치고 괴로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근데 우호한테 그것은 힘든 일상이라기보다도 소음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당연한, 되게 굳은살이 내린 사람처럼 보였어요. 그래서 전반부는 저는 이제 단어로 말씀드리면 '무감각'이라는 키워드를 좀 말씀드리고 싶고요. 후반부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다리와 아버지를 잃었을 때 모습은 굳은살이 약간 떨어지고 새살 돋아날 때 모습이랄까요? 조금 말랑말랑하고 연약한 모습이 담겨 있지 않나.. 그런 쪽의 키워드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성령: 저는 어떤 키워드를 생각하지는 않았고 제가 연기하는 대사와 감정에만 충실했던 것 같아요. 오늘 3년 만인가 영화를 다시 봤는데 관객으로 보면서 제가 뭘 계속 찾고 있더라고요. 제 주변 사람들이 저한테 그렇게 말을 해요. 왜 이렇게 열심히 사느냐고, 좀 대충 살아. 이런 말을 하는데 제가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왜 이렇게 열심히 찾지? 뭘 저렇게... 근데 보니까 그것 또한 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를 보면서도 무언가를 찾아야지만 하는. 그래서 뭔가 단어로 말씀하라고 하시면 저는 '갈증'을 느꼈던 것 같아요.

 

 

영화 〈서바이벌 택틱스〉 스틸컷

 


정지혜: 촬영 기간도, 완성까지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거의 28회차 정도? 편집 과정이 어떻게 진행됐을까가 상당히 궁금합니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시간의 비선형성을 염두에 두셨을 것 같기는 한데요. 제작 전반에 대해서 말씀 좀 부탁하겠습니다.

박근영: 시나리오는 다들 그러실 것 같은데 아이디어나 인상들을 차곡차곡 저장해 뒀다가 어떻게든 규합시켜서 만들거든요. 이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들은 한 2~3년 동안의 생각들이 쌓였던 거고, 실제로 시나리오에 타이핑 해서 완성된 거는 6개월 정도 걸렸고요. 촬영은 저는 19년 겨울이라고 생각했는데 20년 1월부터 했더라고요. 20년 1~2월부터 10월에 촬영을 끝냈고 겨울 장면 찍고 나서 바로 편집을 했어요. 저는 편집을 너무 싫어하거든요. 제가 찍은 거를 다시 봐야 한다는 게 너무 괴로워요. 그래서 편집도 느릿느릿해서 6개월 정도 걸리고, 후에 서독제에서 발표하게 됐습니다.

저는 제가 살아갈 때 시간이 흐른다고 느끼지 않는 편이거든요. 시간이 압축되거나 아니면 정말 과거로 확 가는 그런 경험들을 할 때가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영화 속에서 어떻게 하면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영화 속에서 이제 성령 씨가 통화하다가 누군가 찾아오는 장면이 두 번 반복되잖아요. 근데 그게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사건이기는 한데, 영화 속에서 조금 헷갈리게 표현했어요. 성령 씨 옷을 갈아입혀서 같은 시간대 같지만, 사실은 다른 시간대인. 그러면 중간에 확 압축되는 혼돈을 느낄 수 있잖아요. 그게 제가 살면서 느끼는 시간에 대한 감각인 것 같아요. 뭔가 쭉 흐르는 게 아니라 갑자기 압축되기도 하고 과거로 가기도 하고. 비슷한 듯 다른 듯 모호한 시간의 중첩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지혜: 외롭진 않으셨어요? 다들 이해가 안 된다. 말이 안 될 것 같다. 안 될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으셨을 것 같은데, 정말 뚝심 있게 끝까지 완성해내셨잖아요.

박근영: 영화와 함께라면... (일동 웃음) 농담이고요. 외롭지는 않았지만 제가 좀 모르겠습니다. 저는 영화 찍을 때 너무 행복했고 스텝이 평균적으로 한 4명 정도 됐거든요. 그래서 그분들과 아웅다웅하면서 혼나기도 혼나면서 찍고 했던 것들이 너무 재밌었어요. 그리고 꼭 이해가 된다고 그 영화가 좋아지는 게 아니니까요. 이해와 가치 판단은 별개라고 생각하는 편이어서.

정지혜: 원용 배우님께서 웃음을 띠고 계신 것 같은데..

최원용: 정확하게 알아채셨어요.

 

정지혜: 말씀하실 게 있는 것 같았어요.

최원용: 저는 감독님의 멜랑콜리한 세계관까지는 이해하지 못했고요. 처음에 영화가 완성되고 편집본을 먼저 봤는데, 은밀하게 얘기했어요. "영화가 좀 너무 길어. 이거 제목이 이게 사람들이 오해하겠다." 이런 생각을 얘기했었어요. 그래서 영화 시간도 줄여보고 제목도 뭐가 좋지 고민을 하셨는데 결국에는 고집대로 가시더라고요. 저는 '이 사람은 진짜 독불장군이구나.' 생각했죠. 영화 하는 데 있어서 비주류성을 가져간다는 거는, 정말 순탄하지 않은 길인데... 외롭게 혼자 싸워야 할 텐데.. (관객을 바라보며) 박수 한 번만 주세요. 정말 고독하게 외롭게 가는 길이라는, 비하인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정지혜: 다른 배우님도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긴 대화가 필요했던 장면 같은 게 있을까요? 꼭 이해하지 않더라도 연기하는 데 있어서, 몰입하는 데 있어서 필요했던 대화의 순간들이라든가...

성령: 어.. 일단 감독님께서 긴 대화를 안 해주시고요. 그래주시는 편은 아니고 또 정확하게 얘기해 주시는 편도 아녀서 저는 오히려  시나리오를 깊이 해석하지 않았어요. 이게 좀 나쁜 버릇일 수도 있는데, 그러다 보니까 다른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도 이해가 안 돼서 싹 물어보고 싶지 않은 거예요. '저 감독님의 생각이 있겠지 뭐', 이렇게만 그리고 어려운 영화를 봐도 자꾸 해석하려고 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만 느끼려고 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다른 영화를 찍을 때도 남들보다 제가 더 해석을 못 하고 연기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저는 배우이기 때문에 남들에게 보이는 시선이나 연기를 저 스스로 타협할 때가 있어요. 제가 가진 게 있는데, 남들이 볼 때 이런 연기가 더 편하겠지 이러다 보니까 요즘에는 자꾸 스스로 타협하더라고요. 근데 감독님은 볼 때마다 고집 있게 연출을 얘기해주셔서, 저한테는 되게 빼앗고 싶은 재능이었어요.

박근영: 저는 연기 디렉팅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아요. 저한테 그건 너무 어려운 일이고 그게 가능할까 싶거든요. 왜냐면 여기 계신 분 중에서 영화를 만들어보신 분도 계시겠지만, 자기도 잘 몰라서 이상한 말들을 하게 되거든요. "잘해주세요." 사실 이 말인데 그 말을 하기는 싫고, 그래서 그냥 좀 피했어요. 그리고 좀 모르겠으면 "시나리오대로 하면 됩니다. 거기에 다 있습니다." 이렇게.. 조금 죄송스럽죠.

 

영화 〈서바이벌 택틱스〉 스틸컷

 


관객: 어렵다면 어렵고 모호하다면 모호할 수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정말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가 두 가지 키워드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종'과 '실존'이 떠오르더라고요. 육신은 실존하지만, 의식은 실종된 아버지, 그리고 이제 실종됐지만, 성령 배우님과 실존하고 있는 강아지. 이 외에도 물론 더 있겠지만, 중간에 아버지에게 매여진 줄 있잖아요. 그 장면에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때 강아지 목줄과 오버랩 된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혹시 두 장면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혹은 『개와 인간 그리고 신의 마음』이라는 책에 있는 구절들이 나레이션에 반영된 것 같거든요. 감독님께서 의미하는 것이 있으셨는지 궁금하고요. 그리고 인물들이 각자 분리된 세계에서 어떤 궤적을 쫓고 있다가 후반부에서 만나게 되잖아요. 만났을 때 우호라는 이름을 얘기하면서 땀을 흘리는 장면이 잡히는데 그 장면에서 초반부에 성령이 얘기했던 눈물 흘린 줄넘기 하던 남자 있잖아요. 혹시 이 두 개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근영: 말씀하신 게 너무 맞는 게, 저는 몸이 사람이냐 정신이 사람이냐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는 편이거든요. 그 생각을 영화 속에 녹여내려고는 했던 거 정말로 맞고요. 특히 얼굴이 사람의 구체적 특징을 결정짓는 부분이라서 항상 얼굴 없는 몸을 찍고 싶었어요. 링거 줄과 목줄은 의도하지 않았는데 목줄을 굳이 강아지한테 채운 것은 제가 강아지를 무척 좋아해서 키우질 못하겠는 거예요. 제가 강아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으면 키우고 싶은데... 그런 의미에서 목줄은 일종 소유의 상징이었어요. 땀 같은 경우도 아까 말씀드린 것과 비슷한데 바나나는 길어, 길면 기차처럼 이미지가 이어진 거에요. 살면서 다들 그런 게 느껴지지 않나요? 어떤 삶의 요소들에서 나만의 별자리 그리기 같은 거였습니다.

 

관객: 저는 영화가 주는 낯섦이 시간의 비정형성이나 플롯의 특이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무감각하고 무의미해 보이는 장면들이 매우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돼요. 배우님 표현을 빌리자면 존재하는 것 같은 장면들이 어떤 의도를 전달하셨을지는 모르겠으나 그냥 관찰되는 시점으로 보이는 게 많았거든요. 그런 장면들에서 저희가 알아채지 못한 의미가 있었는지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박근영: 영화 속에서 일상이 많이 나오잖아요. 약간 특이한 장면도 있고. 관조적인 태도는 제가 쉽게 그 인물 내면에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영화 속 성령이 "어떻게 알아요? 정말 안다고 말할 수 있어요?"라고 하는데, 저는 제가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그 사람 속내를 알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어디서 제가 주워들은 말인데, 사람이 생각하는 거랑 말하는 거랑 행동하는 세 가지가 다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영화 속에서 어떤 한 캐릭터에 대해서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그려내는 태도를 지양하려고 해요. 그러다 보니 거리를 두게 되는 것 같고...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자는 태도가 영화 속에서는 나타나는 것 같아요. 특히 어떤 동물이라든지 말을 할 수 없는 환자 등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

정지혜: 저도 관조적 태도가 인상적이었어요. 뭔가 더 헤집고 들어가지 않는 거리감 같은 거일 수도 있고, 뭔가를 들여다보기를 좀 주저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같은 맥락에서 우호가 성령을 찾아가고 편지를 뒤늦게나마 전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하나의 계기였던 것 같아요. 영화 후반으로 넘어가는 기점이기도 하고. 또 인물들이 무언가를 한다기보다는 계속 상황에 놓여 있었는데 우호의 어떤 결심이랄까요? 이건 배우님께 좀 여쭤봐야 하겠네요.

최원용: 간략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반부에 냉소적이고 조심성 많던 우호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또 다리 한쪽을 잃었다는 거는 엄청난 충격이고 파동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한 번은 이제 길거리에서 억울한 남자가 한 번 호소하면서 나 사기 아니라고 말하는 그런 일련의 사건들이 결국 우호에게 과거의 내 잘못을 바로잡아야겠다라는 뒤늦은 후회와 죄책감을 갖게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결심이라기보다도 서서히 시간이 지나고 가족과 신체 부위를 잃고, 이런 것들이 다 켜켜이 쌓이어서 움직이게 된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영화 〈서바이벌 택틱스〉 스틸컷

 

 

관객: 저는 대부분의 장면이 그래도 어떤 흐름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모형 비행기 가지고 노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 부분이 좀 많이 어렵더라고요.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습니다.

최원용: 드론 가지고 노는 장면은 당연히 저도 물어봤어요. "뭐야 이거 왜 이러고 있는 거야?" 이랬더니 "갑자기 그냥 즐기는 취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답변을 해 왔어요. 어쨌든 이 친구에게도 답답하고 숨 막히는 일상 속에도 해우소가 있다고 생각해야 했거든요. 그때만큼은 평소에 보지 못했던 해맑은 표정이랄까요? 그런 표정을 지었으면 좋겠다는 디렉션이 있었어요. 그 장면이 조마조마했거든요. 드론과 어떻게 엮어지는지 모르겠지만, 그것과 뭔가 관련이 있다는 식으로 저한테 이야기를 해주셨거든요. 그래서 우호의 은밀한 취미생활 이런 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정지혜: 감독님께서도 말씀해 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박근영: 네, 저는 사람이 늘 100%의 농도로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웃긴 사람도 진득이 얘기하다 보면 싸한 구석이 있고, 아무리 싸하고 냉소적인 사람도 진득이 얘기하다 보면 재미를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저는 우호 같은 사람이 말도 안 되는 장난감을 갖고 노는 모습이 있을 것 같은 거예요. 정말 자세히 보면 블랙박스를 검사하는 장면에서 차 보닛 위 검은 강아지가 있는데 그걸 보고 우호가 미세하게 웃습니다. 그때 제가 형 살짝 진짜 미세하게 귀만 움직여주세요, 그 정도로만 웃어주세요 그렇게 말했었거든요. 그래서 한 사람도 다양한 측면이 있다는 거를 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정지혜: 저도 검은 강아지는 봤는데 미세한 미소까지는 캐치를 못했네요.

최원용: 귀만 따로 움직여달라는데 내공이 부족했습니다.

관객: 질문하는 게 떨리는데요. 이 토크가 시작됐을 때 속에서 매우 많은 질문이 일어났는데 내가 이런 질문을 해도 될까에 대한 겁이 많이 났습니다. 근데 꼭 질문을 드리고 싶어서요. 영화를 보면서 재미있고 흥미로운 어떤 장면들도 분명 많이 있었는데 마치 감독님이 내 이야기 혹은 내가 보여줄 것이 있는데 내 마음을 맞춰보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오히려 관객인 내가 말할 기회를 잘 안 준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저 포스터에 보면 "어떻게 알아요? 안다고 말할 수 있어요?" 라고 쓰여 있는데 감독님께서 이 영화를 통해서 관객에게 관객과 대화를 나눈다면 어떤 소통을 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박근영: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날카로운 질문으로 느껴지는데요. 감독의 태도에 대해서도 사실 많이 생각했었어요. 이게 만들어지고 나서 내 마음을 이해해 달라고 만드는 게 괜찮은 작품이겠느냐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다고 이야기만을 위해서는 영화를 찍을 수 없다고 저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제 마음을 알아달라는 마음도 분명히 있긴 해요. 하지만 그거에 대해서는 아직도 고민 하는 지점인 것 같아요. 과연 영화라는 게 뭐를 위해서 만들어지고, 뭐를 위해서 만들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은 아마 끝까지 붙잡고 갈 것 같아요. 저는 계속 영화를 찍고 싶은데 그래서 완벽하지 않은 상태겠죠. 그리고 완벽한 상태라는 건 없으니까요.

정지혜: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지만 피할 수 없는 질문이기도 한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영화는 감독님이 같이 협업한 스태프분들과 배우분들의 작업이기도 하지만, 또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관객을 만나야 최종적으로 어떤 씨앗이 발아하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혹시 또 질문이 있으신 분 계실까요?

관객: 저는 서독제에서도 〈서바이벌 택틱스〉를 봤어요. 그때 제 인생에 아주 많은 영향을 끼쳤던 영화였거든요. 3년이 지나서 다시 보니까 또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때는 어떤 사고를 통해 내가 맞닥뜨리는 낯선 변화, 이런 것들에 대해서 많이 느껴졌다면 이번에는 우리는 늘 거듭 다시 태어나면서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 혼자만 그런 거라고 생각을 해서 외로웠는데 누구나 어떤 삶의 면면들이 다 어렵고 오묘하고 불확실하고, 또 알 수 없음을 겪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것들을 전달해 주는 것 같아서 오히려 이 영화에 알 수 없음이 나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삶이 원래 그런 것이구나 이런 것들을 느끼게 해줘서 많은 위로가 됐던 것 같아요. 이런 형식의 영화가 드물다고 생각해서 앞으로 감독님께서 어떤 방향으로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신지, 차기작이 궁금했고요. 이번에 다시 보면서 영화의 세세한 부분들을 볼 수 있었는데, 배우분들이 섬세하게 미묘함을 잘 표현해 주신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너무 잘 봤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박근영: 먼저 이 영화를 두 번이나 봐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게 맞는 것 같아요. 제 나름의 위로는 아니었는데 어떻게 살아가야 되지라는 생각을 토대로 만들었거든요. 그 당시가 이제 졸업하고 영화를 찍으려고 돈을 모으던 시기여서 되게 힘든 시기였어요. 그래서 이렇게 나온 것 같기도 하고... 차기작은 제가 요즘 미술 작가님과 계속 같이 작품을 만들고 협력하고 있는데 작가님은 북한에 대해 많이 얘기하는 편이세요. 그래서 거기서 영향을 많이 받아서 차기작은 북한 관련된 것을 만들고 싶은데 그 영화도 〈서바이벌 택틱스〉와 비슷한 태도일지는 모르겠어요. 다르게도 만들어보고 싶은데 실제 북한의 땅을 좀 찍고 싶은데 그게 너무 위험한 일이어서 그거에 대한 그냥 고민은 하고 있습니다. 배우들의 섬세함에 대해서는, 영화가 되게 고정돼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다른 액션이 과한 영화에서는 아무리 큰 움직임이라도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는데, 이렇게 아주 움직이는 듯 안 움직이는 듯한 화면에서는 정말 그 미세한 움직임 하나만으로도 큰 동작의 궤적을 만들 수 있겠다는 것을 배우 두 분을 보면서 느꼈습니다.

최원용: 귀만 움직이질 못하겠는 거에요. 좀 반성하고 있어야겠다..

관객: 영화 너무 잘 봤습니다. 새로운 질문 속에 존재할 수 있던 영화였던 것 같고요. 영화 제목이 너무 좋은데 감독님과 배우님만의 생존 전략은 어떻게 되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박근영: 네, 저는 진짜로 화를 많이 못 느끼는 편이에요. 그냥 입 밖으로 욕하는 건 자주 하지만 크게 화를 느끼지 않는 편인데 그 이유가 그냥 그럴 수도 있지라는 태도로 좀 살려고 하거든요. 그게 영화 속에서도 조금 녹여져 있다고 생각해요. 그럴 수도 있고 그럴 수 없다는 태도로 살기 때문에 화를 크게 느끼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냥 그럴 수 있다는 거죠.

성령: 생존 전략이라고 하니까 되게 당황스럽게 느껴지기는 하는데 저는 화가 많은 편이에요. 근데 화를 참아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제가 30살이 넘으면서 저는 엄청나게 솔직해지기 시작했어요. 부끄러운 것도 별로 없는 편이고. 저희 엄마는 제가 아줌마라서 그러는 거라고 하시는데, 저는 아직 제가 청년 같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엄청나게 솔직한 편이에요. 주변 사람들이 좀 놀랄 정도로. 그게 제 생존 전략인 것 같습니다.

최원용: 저의 생존 전략은 글쎄요. 최근 드는 생각은 내가 도전하고 싶어 하는 지점을 너무 높게 세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어려서부터 주입식으로 들었던 교육 중의 하나가 목표나 꿈은 항상 높게 잡아야 한다는 거였거든요. 거기에 못 미치면 스스로 실망하고 좀 상처받을 때가 많았고요. 그래서 최근에 드는 생각은 내가 하고자 하는 어떤 지점 목표를 낮추다 보면 항상 주변에 행복과 웃을 일이 많다는 것이에요.  만사에 감사하자 그런 뜻으로 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정지혜: 왠지 마지막 질문이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이렇게 답을 듣고 보니까 엔딩 질문으로 뭔가 적절하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좀 들고요.어떤 모호함 혹은 삶의 불가의성을 표현하려고 했던 시도에 대해서 아마도 많은 분이 큰 박수를 보내주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저희 그래도 좀 나름으로 열심히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데요. 오늘이 시작이잖아요. 영화 개봉하고 첫 번째 관객과의 대화였습니다. 인사를 좀 해볼까요? 원용 배우님부터 좀 부탁하겠습니다.

최원용: 네, 요즘 독립 영화 한 편 만드는 것도 너무 힘이 드는데 만들어진 영화 개봉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개봉만 하면 된 줄 알았는데, 개봉하고 나서도 일이더라고요. 끝이 없구나 이 생각이 들었고... 저희 영화 참 어렵게 개봉을 했어요. 솔직한 말로는 오늘 여기 오신 관객분들 집에 가시는 길에 혹은 주무실 때 잠시 눈 감으면서 오늘 있었던 영화의 한 장면만 머릿속에 머물러 있을 수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요. 그냥 영화에 참여하는 사람으로서 그것만큼 뿌듯한 게 없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오늘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속 시원한 GV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와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고요. 저희는 또 좋은 자리에서 또 뵀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성령: GV 시작하기 전에 원용 오빠가 저한테 너 안 떨려? 하고 물어봤어요. 저는 늘 두렵고 떨리고 재밌게 봐주셨을까 고민도 돼요. 제가 3년 만에 이 영화를 보니까 저는 되게 좋았거든요. 그래서 오신 분들도 정말 원용 오빠 말대로 한 장면이라도 기억되기를 바라면서 소중한 시간과 저희 인생에 들려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또 앞으로도 우호와 또 성령처럼 아주 많이 사랑하시고 또 끊임없이 찾으시는 날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박근영: 다시 한 번 시간 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입소문 많이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멋진 스태프들이 많이 만들었는데, 여기에 다른 분들도 와 계세요. 배우님 두 분도 계시고 저기에 계영호 배우님도 계시고 촬영 감독과 조명을 맡아주신 김재현님, 지금 안 일어나려고 하고 있는데 일어나야 할 것 같아요. 프로듀서를 맡아줬던 주영 형, 아주 멋진 음악을 만들어주신 조지훈 음악감독님도 계십니다. 너무 감사드리고 이 영화가 여러분한테 생각을 할 거리를 던져줬으면 아주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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