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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만인의 연인〉: 사랑의 친밀한 이웃은 도우이기도 해서

by indiespace_한솔 2022. 12. 13.

 

 

 〈만인의 연인   리뷰: 사랑의 친밀한 이웃은 도우이기도 해서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해수 님의 글입니다.

 

 

 

만인의 연인은 도우(Dough)가 완성되려면 언덕을 여럿 올리고 뭉개야 하듯, 유진을 통증으로 데굴, 밀어낸다. 유진의 청소년기는 주름이 진 마음으로 닳아있다. 현욱과 강우와 동시에 교제했고, ‘떳떳하지 못한 사랑을 미워함에도 자처하고, 제약을 탐한다. 여기에서의 닳음은 마모만 일컫는 건 아니다. 유진은 애처로움을 힘껏 퍼뜨리면서 결국 를 용서하려 애쓰며 빚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에서 유진이 애상으로만 이해되지 않는 인물이어서 좋았다. 엄마와의 사이를 석연찮게 지연시키던 창호의 차창에 음료를 끼얹어서. “나 좀 혐오스럽지란 말로 자백을 끝내고도, 실은 그 혐오를 가당치 않아 하는 인물이어서.

 

 

대상화되지 않은 미성년의 욕망”(씨네21, 만인의 연인한인미 감독, “10대의 성욕은 발화되지 않을까?”)을 표현하려던 의도는 무척 긍정적이었고 잘 감지된 면면도 있었다. 여성 청소년의 성욕은 결코 의아하지 않음에도 그간 남성 청소년에 비해 유구히 검열되었으니까. 사랑에서도 여성 인물에게 단정과 멸균을 요구하는 세계가 무척 지겨웠기에, 유진의 따끔할 만큼 산발적인 이동이 반갑기도 했다. 사랑에게 과감히 가는 여성 청소년의 서사를 나는 항상 기다렸다. 그래서 이 영화에 든 미성년과 성년의 교제를 용인하는 영화의 문법이 더 괴로웠다. 이 영화엔 총 두 쌍의 성인-미성년의 교제가 있다. 미성년인 혜선의 발화로 굳이 이상할 게 뭐 있노를 낸 기점부터 영화에 의문을 밀칠 수밖에 없었다. 왜 그 당위성을 미성년인 인물에게 맡기는가?

 

 

타자에게 돋는 마음은 항력이 번번이 작동되는 건 아니므로, 유진의 입장에서 강우에게 밭은 호감이 생성되고, 일기에 나열한 욕구에 관해 기술할 수는 있다. 가장 당혹스러운 건, 사랑의 떳떳에 있어 죄의식이나 슬픔을 청소년 인물인 혜선, 현욱, 유진만 엮는 방식으로 닫은 거였다. 두 쌍에서 한 명인 진열은 오해로부터 몇 뼘 떼지 않아 사고로 사망하고, 한 명인 강우는 유진에게 성관계를 내내 채근했음에도 모호히 영화와 일별시킨다. 결국 진열도, 강우도 일말의 무엇도 빚지지 않고 영화에서 퇴장했다. 나는 유진의 주저 없는 탐닉을 아직도 지지하나, 영화가 정녕 대상화와 밀접하지 않은지 더 살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부근에 대해 강한 어투여도 견고히 꼭 말하고 싶었다. 마음의 흡수는 도우와 닮아 내밀히 문대면 큰 탄력성을 얻기도 한다. 그렇지만 만인의 연인은 왕왕 낙하할 수도 있을 통증을 과도히 밀어 우려되었다. 나는 유진과 혜선과 현욱이 기어코 살아내기를 꼽아 걱정했으므로.

 

 

내겐 유진이 애틋하다. 방의 냉기에도 꼿꼿이 본인의 몫을 펴서 눕고, 수도가 터져도 의연히 퍼올렸다. 오히려 성년들이 유난이었다. 유진은 완급에 있어 미숙하지 않았다. 더는 복원할 수 없는 사이임을 예견해도 현욱을 붙들고 사과했다. 혜선에게 이기利己를 앎에도 제치고 슬픔을 말했다.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었던 악몽에도 연연하지 않았다. 유진은 이타성과 다소 서먹한 인물이어도, 천성에 사랑을 아득한 세기로 쥐고 있다. 그래서 유진의 성년이 더 듣고 싶었다. 유진의 변덕이 야속하긴 해도 비난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 나를 철저히 우선하는 마음은 균과 흡사하다. 곰실곰실 상대를 물어 흠씬 앓게 만들기도 하니까. 유진이 영화에서 찔러넣던 마음은 균류에서 꼽자면 이스트와 닮았다. 원의 제형을 띤 이 균이 있어야만 부푼 빵이 완성된다. 우리의 사랑은 미성년에서 성년이 되어도, 성년에서 차차 노화가 되어도 멸종하지 않으니까. 그게 항구적으로 잘 솟도록 가끔은 철저히 나의 욕망에 몰두해야 하니까. 이를 벌써 예습한 것만 같은 유진이 부디 사랑의 편에 오래 있길 바란다. 안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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