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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오마주〉 인디토크 기록: 나의 경의를 깁고 또 기울테니 상영되기를

by indiespace_한솔 2022. 6. 17.

 

 

나의 경의를 깁고 또 기울 테니 상영되기를

 〈오마주〉   인디토크 기록

 

일시  67일(화) 오후 7

진행  부지영 감독

참석  신수원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해수 님의 글입니다.

 

 

 

영화를 관람하는 행위 하나로 박동이 이만큼 뛴 적이 없었다. 오마주오늘을 살아내고 내일로 가자란 새소년의 난춘가사를 기억나게 해 주었다. 살아내자. 이 말을 나에게도 특히 여성인 친구들에게도 마구 속삭여주고 싶게 만든 영화였다. 감독인 지완에게 있어 영화를 만드는 작업은 수영에서 호흡을 누르는 일만큼 어려워져 간다. 집에는 일보다 가정에 충실하길 원하는 가족들이 있고, 관객은 쉬이 모이지 않았다. 더는 저을 힘이 없어 뭍으로 나온 지완에게 여판사의 복원 작업은 최종적으로 부표가 된다. 세 편의 영화를 만들었음에도 홍은원 감독은 슬프게도 구전으로, 말과 말 안에만 있게 된 인물이었다. 제안에 망설이던 지완은 결국 홍은원 감독이 명확하게 딛고 있던 시절로 방문한다. 외로웠을 걸음 위에 기꺼이 올라탄다. 홍은원 감독 역시 일렁이는 그림자를 보내어 지완의 곁으로 자주 왔다. 서로 대화를 엉겨가며 하지 않아도, 여성 영화인으로서 곤란했을 면면은 모두 읽혔으리라 감히 확언할 수 있다. 특히 옥희 기사님이 지완과 16mm 필름이 돌아가는 사이에 앉아 “끝까지 살아남아라는 말을 하는데, 거기에 든 사랑이 참 좋았다. 아끼는 무엇도 놓지 말고 부디 살아내라는 열렬한 권고. 나도 여성 영화인들이 철저히 영화 안과 밖에서 항행할 수 있도록, <오마주>를 인사와 같이 자주 꺼내야겠다는 마음을 껴안게 되었다.

 

 

부지영 감독(이하 부지영):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GV 진행을 하게 된 부지영이라고 합니다. 옆에는 오마주를 연출한 신수원 감독님 나오셨습니다.

 

신수원 감독 (이하 신수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부지영: 영화 보신 분들 한 분도 안 나가시고 다 앉아 계신 것 같아요. 와주셔서 감사하고요. 가끔 사람들이 어떤 영화를 관객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고들 하는데, 저는 그동안 영화가 저한테 오는 러브레터라고 느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신수원 감독님의 오마주는 저에게 대단한 위로와 따뜻한 격려를 동시에 해주는 러브레터처럼 느껴졌었어요. 정말 유일한 경험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 자리에 오신 많은 관객분들도 그런 경험을 하셨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질문 작성하시는 동안에 제가 몇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오마주2022년 작품이잖아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신수원 감독님이 2010년에 레인보우란 영화로 데뷔를 하셨죠. 레인보우와 이 영화와 공통된 연결성이 있어요. 주인공의 이름도 지완이라고 같고, 맞죠? 그리고 2011여자만세다큐멘터리의 세 번째 꼭지가 홍은원 감독님에 대한 내용이었어요. 당시에는 여판사란 영화의 상영본 발견 이전이라 복원이 안 됐고요. 그리고 1세대 여성 편집 기사 김영희 님과의 인터뷰도 다큐멘터리 안에 있는데요. 이 영화에선 이옥희라는 역할로 나오죠. 감독님의 전작들과의 연결점이 굉장히 많은 영화인 것 같아요. 그래서 왠지 이 영화가 감독님 데뷔 이후의 영화 인생을 좀, 뭐라고 해야 되나요. 어떤 면에서는 완성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새로운 시작처럼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이 영화의 시작이 언제였는지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신수원: 제가 2019년 늦가을쯤에 이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2011년에 여자만세라는 40분짜리 MBC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는데요. 15분 정도 분량으로 나오신 편집 기사님, 따님, 첫 한국 여성 영화감독님인 박남옥 감독님과 홍은원 감독님을 취재했습니다. 특히 홍은원 감독님은 고인이셨는데 그때 그분께 관심이 많았습니다. 왜냐면 세 작품이나 연출을 하셨는데 필름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어요. 그게 되게 안타까웠고. 또 따님이나 편집 기사님, 엄앵란 배우님도 같이 일을 하셨는데 그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흥미로운 인물이었고요. 영화로 언젠가 이분의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가 2019년에 젊은이의 양지후반 작업을 거의 마무리한 상태에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부지영: 그러니까 2011년에 다큐멘터리를 찍을 땐 이 영화에 대해 극영화로 만들어봐야지, 라는 생각은 없으셨네요.

 

신수원: . 극영화 생각을 잠시 하긴 했었는데요. 여판사와 엮어서 한 번 만들어보자, 이 생각을 막연하게 갖고 있었습니다.

 

 

부지영: 질문들이 굉장히 다양하게 올라오고 있는데요. 일단 저희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죠. 이정은 배우님을 주역으로 캐스팅하셨는데, 계기나 이유가 있다면요.

 

신수원: 이정은 배우님은, (부지영) 감독님은 전에 여보세요〉라는 단편으로 만나신 적 있죠. 저는 한 번도 뵌 적이 없지만 미성년이라는 영화 시사회를 갔는데 너무 인상적인 거예요. 잠깐 삥 뜯는 동네 부둣가의 아주머니로 나오는데, 굉장히 압도적인 포스가 느껴졌어요. 눈앞에 있으면 저도 돈을 털릴 것 같은 그런 느낌. 기생충에선 센 캐릭터를 맡았잖아요. 현관 카메라에 잡히는 망가진 얼굴을 보고, 완전히 던져서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배우랑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또 부 감독님의 여보세요〉는 정적인 드라마인데, 이 또한 잘 소화할 수 있고 특별한 모습의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생각 안 했어요. 지완은 집에서 가정 주부이고. 밖으로 나오면 자기 터전에선 감독을 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약간 평범해 보이는 얼굴을 가지면서도 다양한 표정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누구일까, 하다가 이정은 배우를 생각했습니다.

 

부지영: 지완이 당연히 페르소나라고 말할 수 있지만, 감독님과 너무 비슷한 분위기가 있잖아요. 혹시 이정은 배우가 감독님의 어떤 걸 닮으려고 노력한다거나 혹은 감독님이 이정은 배우한테 디테일한 부분들을, 감독에 대한 것 혹은 신수원이란 감독에 대한 것(웃음) 힌트를 주셨는지 궁금하네요.

 

신수원: 우선 정은 배우님이 딱 한 달 시간이 됐어요. 드라마 '로스쿨' 촬영을 앞두고 한 달이 빈 상태에서 하다 보니 빠르게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의상 피팅하고 헤어를 결정하는데, 머리가 저랑 비슷한 거죠.(웃음) 저는 사실 숏컷을 하길 원했거든요. 그런데 드라마상 단발을 하기로 해서 더 자를 수는 없었어요. 의상도 제 스타일이랑은 조금 달라요. 의상 실장님이 저랑 작업을 했던 분이에요. 저를 잘 아시는 건지 깜짝 놀란 게, 신발을 똑같은 걸 구해왔더라고요. 제가 신고 다니던 걸.(웃음) 정은 씨는 여자 감독 역할을 해본 적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저한테 자꾸 물어봤어요. 질문을 많이 던지는 배우인데요. 집에 가선 생활하고 이럴 땐 어떤 기분이에요, 이런 질문을 할 때마다 제가 대답을 해줬죠. 아무래도 본인이 캐릭터에 접근하기엔 비슷한 옷을 입으면 괜찮겠다, 생각해서 그냥 그대로 진행을 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 첫 촬영 때 모니터를 보면서 이거 이상하다, 이래도 되나?’ 하고 약간

 

부지영: 너무 흡사해서요?

 

신수원: .(웃음)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미 배는 떠났습니다. 그런 상황이었죠.

 

부지영: 삶, 일상의 평범한 모습을 잘 연기해내는 배우이기도 하고, 일상 연기가 대단히 자연스러운 배우이시잖아요. 여기 영화에 보면 대사들이 좀 재미있는 게 많아요. 꿈을 가진 아내를 만나면 남편이 외롭다는 말이나 “헤이, 브라더”처럼 가족 안에 들어갔을 때 코믹한 유머들이 꽤 많이 나오던데, 감독님의 가족과 흡사한 부분이 있는 건가요?

 

신수원: 흡사한 부분도 있는데 사실 다른 것도 있죠. 시나리오를 쓸 때 현실에서 재료를 서치 해 쓰잖아요. 쓰다 보면 캐릭터라는 게 변형이 되고 보태지는 것들이 있어요. 어떨 때는 서로 싸우기도 하지만 그 안에 유머가 있잖아요. 다들 그렇지 않나요? 그 부분들을 일상에서 어떻게 보여줄까, 했어요. “헤이, 브라더는 만들어 사용한 단어인데 GV 하다 보니까 신세계에 나왔다고 하시더라고요? 헤이, 브라더할 때 왜 이렇게 웃지, 했는데요. 저는 몰랐거든요.

 

부지영: 저는 그래서 웃은 거라기보다는 상황과 너무 적절한 위트가 있잖아요. 그래서 웃었어요.

 

신수원: 뻔한 말일 수 있지만 된장찌개 만들 때 호박이랑 감자를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잖아요. 그런 식으로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까, 쓰면서 많이 고민을 했습니다.

 

 

 

부지영: 홍은원 감독님이 세 편의 영화를 찍었다고 되어있고, 실제 그렇고요. 여기 홍재원 감독님도 그렇게 나와 있어요. 감독님은 이게 여섯 번째 영화시잖아요. 굳이 지완을 세 번째 영화를 찍고 고민하는 감독의 역할로 설정을 하셨는데, 뭔가 의미가 있을까요?

 

신수원: 항상 영화를 찍을 때마다 불안 속에서 하는 것 같아요. 영화를 준비할 때도 그렇고, 완성한 이후에도 늘 내가 다음 작품을 할 수 있을까?’ 이런 불안이 계속 이어져 온 것 같은데. 이 작품을 하면서는, 실제 홍은원 감독님의 연출이 세 번째에서 끝났다는 게 저는 안타까웠어요. 왜 더 이어가지 못했을까. 어쨌거나 그 시절에 재능이 있었던 분인데. 그래서 세 번째로 설정을 했습니다. 지완도 똑같이요. 그리고 처음에 지완이 관객 20만만 들었으면 좋겠다 하는 게 여판사20만이 들었거든요. 그 숫자를 그대로 끌어왔습니다.

 

부지영: 사실 지금도 세 편의 장편 영화를 만든 여성 감독님이 많지 않아요. 저도 두 편밖에 못 만들었는데.(웃음) 심지어 세 편의 영화를 만든 여성 감독님이 어떻게 이렇게 사라질 수 있을까. 홍은원 감독님은 연출하기 전에도, 후에도 시나리오를 꽤 많이 쓴 각본가였고요. 그러니까 당시 한국 영화계에서도 입지가 작은 분은 아니셨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필름도 겨우 여판사하나가 복원되었고요. 관객분들도 여판사를 보면 참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발견하게 되실 거예요. 또 질문 주신 것 읽어드릴게요. 제목이 오마주잖아요. 불어로 오마주가 우리나라 말로는 존경이나 경의란 뜻이라는데 무엇에 대한, 어떤 대상에 대한 오마주냐고 질문을 하셨네요.

 

신수원: 정말 어려운 이야긴데(웃음) 우선 직접적으로는, 지완이 여성 감독인 홍은원 감독의 잃어버린 필름을 찾아다니잖아요. 과거의 사라진 흔적, 지금은 그림자로 표현된 홍은원 감독과 여러 유령 같은, 보이지 않는 필름 속에 갇혀있는 존재들. 아니면 사라져서 그림자처럼 떠도는 그들에 대한 오마주로 생각을 했습니다.

 

부지영: 〈오마주의 대상인 홍재원 감독님이 그림자로 나오잖아요. 영화 안의 스타일에 대한 부분인데, 그림자도 그렇고 지완이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는 장면이 몇 번 나와요. 어떤 경우는 두 겹으로 겹쳐서 보이기도 하고, 또 수술 전에는 좀 제대로 보이기도 하고요. 숨은 의미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감독님께 의도가 있으셨을까요?

 

신수원: 우선 첫 번째 유리창 같은 경우는 아파트가 이중창으로 되어있어요. CG가 아니라요. 촬영 전에 보니까 인물을 둘 때 좋겠더라고요. 지완이 혼란을 겪기 시작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촬영 감독님한테 그것을 잡아달라고 했습니다. 세트 촬영이 아니기 때문에 원래 있는 장소에 들어가서 공간 관찰을 좀 많이 했는데, 병원 같은 경우 원래 간호사가 와서 사인하는 장면이 있어요. 수술 동의. 최종적으로는 뺐습니다. 죄송하게도요. 출연하신 분이 정말 연기를 잘하셨는데요. 그걸 빼고 유리창에 반사된 자기를 쳐다보는 장면을 넣었어요. 한 여성이 자기의 장기를 떼어내는 거잖아요. 그전에 요양원에서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노인을 만났듯이 그 공포가 전이돼서 육체적인 한 시기를 통과하는 곳에서 지완이 자기 얼굴을 바라보는 게 좋을 것 같았고요. 정은 씨 표정도 제가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부지영: 그래서 퇴원하는 날 아기 울음소리를 넣으신 거예요?

 

신수원: .(웃음) 아무래도 산부인과라 자연스럽게. 죽음을 앞둔 노인이 등장하고, 지완은 자기의 노화를 몸으로 느끼는 상태에서 또 생명이 탄생하는 이런 것들을 특별한 스토리가 아니라 사운드라던지 장치로 쓰고 싶어서 그렇게 했습니다.

 

부지영: 질문에도 보면 그런 게 나와 있어요. 감독님 전작 명왕성, 마돈나, 〈유리정원〉, 〈젊은이의 양지에는 죽음이 등장하죠. 오마주에선 직접적으로 죽음을 다루고 있진 않아도 여기에도 어떤 (죽음의) 그림자가 있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계속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으신지 궁금하시답니다.

 

신수원: 제 친구들이 제 영화를 보길 되게 불편해해요. 항상 개봉하면 그 친구들이 단체로 예매를 해서 보는데, 이번에도 막 떨렸대요. 사람이 죽지 않나. 안 죽어서 다행이다 이야길 하더라고요. 자세히 보면 죽은 여자 나온다 했더니 그 정도는 괜찮다고 하던데.(웃음) 모르겠어요. 항상 죽음이라는 테마가레인보우만 없었던 것 같네요. 레인보우만 없고 그 이후에 등장하는데요. 시나리오를 쓰기 바로 직전인가 중간인가, 동네를 지나가는데 어떤 여자분이 차에서 자살을 했다고 경찰들이 와있더라고요. 저희 아파트는 아니지만 지나가다 봤어요. 멀리서 봤는데 괜히 울적한 거예요. 젊은 여자가 왜 죽었을까. 모르는 사람이지만, 요즘 너무 살기 힘들고 이렇잖아요. 특히 그때가 코로나 직전이기도 했는데. 심리적으로 제가 그런 것들을 봤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 영화 안에도 들어온 것 같아요. 실제로 2011년에 여자만세다큐 찍을 때 홍 감독님의 주변에 있던 분들을 팔로우하려고 갔는데, 이미 돌아가신 분들이 많았어요.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마주에 그런 부분들이 나오고요. 다방의 주인도 편집 기사한테 전화하기 겁난다, 그런 이야기 하잖아요.

 

부지영: 박남옥 감독님은 최근에 돌아가셨고요. 이옥희 기사님의 모델인 김영희 기사님은 살아계신가요?

 

신수원: . 아직 살아계시고요. 저희 마케팅 실장님이 근황을 알아냈는데 거의 거동을 못 하고 계십니다. 이제 100세 되셨습니다.

 

부지영: 기사님을 만나 뵀었잖아요. 다큐멘터리에도 인터뷰하셨고요. 여기 나오는 많은 캐릭터에 대한 도움을 받으신 거죠?

 

신수원: 영화처럼 발랄하신 분은 아니고요.(웃음) 과거엔 와일드하신 분이었어요. 매력적이시고요. 평범한 할머니로 보이지만 그 모습을 담고 싶어서 캐릭터 픽션을 만들었고 3일 동안 인터뷰를 굉장히 즐겁게 했습니다. 당시 십 년 전이라 기억을 약간 깜빡깜빡하시긴 했는데, 말씀도 잘하시고 재미있게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있어요.

 

 

부지영: 질문이 들어왔는데 과거 홍은원 감독님 자택에도 방문하셨잖아요. 감독님의 따님도 만나보셨는지, 나눈 이야기가 있다면 어떤 게 있었을까요.

 

신수원: . 따님도 뵀었어요. 따님도 몇 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 당시에 교수님이셨고, 안양에 살고 계셨는데 인상적이었던 게요. 외동딸이시거든요. 어머니의 서재라든지 쓰시던 옷이라든지 그대로 보관하고 계셨어요. 쓰던 소품, 만년필, 커피잔, 책상 이런 것들이 그대로 있었고 그게 굉장히 저한테 인상적이었어요. 여기 나오는 옷이나 모자는 만든 이야기인데, 그때 공간의 기억이 저에게 영감을 많이 줬습니다.

 

부지영: 영화 장면에 대한 질문인데요. 빨간색 등, 호텔의 붉은 조명, , 토마토 등 붉은색 컬러가 포인트라고 느껴졌는데 의도하신 건지 궁금하다고 하시고요. 또 영화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장면이 무엇이었는지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신수원: 붉은색은 찍을 때 좋았습니다. 찍을 땐 좋았지만 특별히 의도하진 않았습니다. 왜냐면 아시다시피, 저예산 영화는 색감까지 다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아요. 극장 장면 찍을 때 애마부인의 붉은빛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 장면을 선택했고요.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장면은 지완이 필름을 찾는 장면이고요. 그 필름을 복원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과거의 한때 찬란한 꿈을 가졌던 지금은 할머니인 옥희 기사님. 그 꿈을 부여잡고 있는 지완. 두 명이 사라진 꿈을 복원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서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부지영: 저도 그 장면 되게 좋았고요. 찾는 과정이 중요했다고 하셨는데, 원주극장이 대단히 중요한 장소로 등장하잖아요. 저는 이 작품 속 로케이션들이 저예산 영화인데도 참 잘 찾으셨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중에 원주극장은 하이라이트인 것 같아요. 원주극장에 얽힌 히스토리가 있을 것 같아요. 또 질문이 있었어요. 상영되는 영화가 애마부인이잖아요. 애마부인을 상영하고 나이 든 남성들로 보이는 관객들이 입장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의미가 쉽게 파악되지 않는다고 하셔서 여쭙고 싶습니다.

 

신수원: 제가 예전에 극장 장면을 찍기 위해 부산에서 돌아다닌 적이 있어요. 그때 철거 직전의 극장을 어떤 분이 소개해주셔서 간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영감을 많이 받은 극장의 모습이고요. 낡아서 천장에 이만한 구멍이 있었어요. 영화처럼 크진 않았습니다. 문 닫은 극장에서 뭐 하냐면요. 에로 영화를 틀어놓고, 돈을 받고 상영하고 있었어요. 그런 리얼리티를 그대로 반영하고 싶었습니다. 가끔 예술 영화를 튼다고도 하시더라고요. 예술 영화를 틀면 보러 안 오고.(웃음) 철거 직전까지 극장은 돌아가니까요. 필름도 있고. 얼마 받는진 모르겠지만, 수입을 챙겨야 되니까 하신다고 하더라고요. 그때의 기억이 나서 이번에 집어넣은 거고요.

원주극장 같은 경우는, 낡은 극장 서치를 많이 했는데요. 저희 PD님과 프로덕션 들어가기 전에 많이 돌아다녔어요. 우연히 블로그에서 원주극장 존재를 알게 되었어요. 무작정 찾아가서 관리하고 계신 분께 구경 좀 시켜달라 해서 한 바퀴 돌고, 너무 좋았어요. 구멍은 CG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에로 영화를 튼 건, 저는 그런 의미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완이란 도발적인 캐릭터가 과거의 유실된 필름을 찾는 장면 자체가 저한테는 굉장히 어떻게 보면 되게 도발적인 장면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부지영: 〈애마부인을 선택한 건 감독님이시잖아요. 그 도발성이 지완의 상태와 닮았다고 생각하신 거죠?

 

신수원: .

 

 

부지영: 그렇게 영화가 상영되다가 지완이 필름을 발견하잖아요. 필름을 확인해봐야 되는데 빛이 없죠. 영화관은 전기가 끊겼기 때문에. 허겁지겁 아래 극장으로 내려와서 지붕이 뚫린 곳에 그 필름을 비춰보잖아요. 천장에서 들어오는 빛에 필름을 들고 보는데, 영사 기사님이 영화를 끈 이유를 물어보시네요.

 

신수원: 사실 말이 안 되는 상황일 수도 있는데요. 어떻게 보면 남성들만의 은밀한 공간이잖아요. 거기에 한 여자가 침투해서 안에서 필름을 바라보고. 영사 기사는 오랫동안 그 공간에 있던 사람이잖아요. 홍은원 감독의 작품을 기억하진 못하고, 이전에 상영한 걸 자기도 모르는 공간에서 지완이 발견하는 순간을 격려해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부지영: 저는 정말 그 자체로 받아들였어요. 빛이 없어야 더 잘 보이기 때문에. (웃음)

 

신수원: , 그것도 있어요. 일종의 도움이잖아요. 그녀의 열정에 동의를 하면서 내가 잠시 꺼줄 테니 너희들은 나가 있고, 그녀의 공간을 위해 내가 시간을 벌어줄게. 이런 응원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불을 꺼주는 행위 자체가 단순한 게 아니잖아요. 영사 기사가 불을 끈다는 건 돈을 포기하는 걸 수도 있고요. 노숙자들에게 욕먹을 짓을 하는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영사 기사도 한때 예술을 사랑했던 사람이에요. 원래 어떤 장면이 있냐면, 영사 기사가 쓰는 벽면에 보람이 없다 낙서가 있어요. 저희가 그걸 찍어놓고 편집에서 뺐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도 있고 해서 뺐는데요. 영사실 안에는 오래된 예술 영화 포스터들이 붙어있거든요. 낡은. 한때 그도 예술을 사랑하고, 영화를 사랑했던 인물로 설정을 했습니다.

 

부지영: 여기 또 질문이 있는데요. 모자에 자른 필름을 두른 건 그 시대에 정말 있었던 걸까요?

 

신수원: . 실제입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인데요. 다큐 취재할 때 그런 영상도 구했습니다. 모자 안의 챙으로도 쓰고요. 16mm는 아예 바깥에, 밀짚모자 같은 데에 두르기도 했습니다.

 

부지영: 감독님의 여섯 번째 작품이고, 감독님은 대한민국의 여성 감독 중에는 굉장히 의욕적으로 작품 활동을 해오신 분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게 무서우실 때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작 중) 세 번째 영화 제목을 유령인간으로 하셨어요. 감독님의 상태와 어느 정도 통하는 제목이라고 생각하는데(웃음) 이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듣고 싶다고 하시네요.

 

신수원: 통한다고 생각하니까 씁쓸하네요.(웃음) 저는 글 쓰는 것에 대한 공포는 별로 없습니다. 그 장면은 지완의 심리적인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넣었고요. 글이 안 써지는 게 더 힘들죠. 아이디어가 안 떠올라서 안 써질 때가 너무 힘들고요. 쓰고 나서 투자 안 될 때 힘든 거지 공포까진 없어요. 유령인간은 어떤 분이 리뷰에 신 감독이 자기의 작품이 관객도 안 들고 이런 심리적인 걸 유령인간으로 표현한 것 같다, 감독 스스로 유령이 된 듯한 느낌이라고 써주셨더라고요. 사실 그런 느낌 받을 때 많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유령인간으로 썼고요. 결정적인 건, 아들이 하는 대사가 너무 재미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 제목을 그렇게 지으니까 유령 영화가 되어버렸잖아.” 이 대사를 떠올리면서 생각하던 제목을 정해버렸습니다.

 

부지영: 진짜 제목을 잘 지어야 돼요. 저도 두 번째 영화 카트의 제목 가지고, 사람들이 ‘Cut’으로 읽더라고요. 그래서 네가 지금 영화를 못 찍는 거라고

 

신수원: 아이, 그렇지 않습니다.(웃음)

 

부지영: 데뷔작 이후 12년이더라고요. 딱 띠동갑의 영화를 만드신 거예요. 그래서 새로운 시작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 영화가 감독님께 큰 의미가 될 것 같아요. 다음 세대의, 감독님의 다음 시즌 영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이 드시는지, (임하는) 태도라던가 하는 게 궁금해요.

 

신수원: 글쎄요. 항상 영화를 만들 때 하고 싶은 것들을 글로 쏟아내고 그랬는데. 오마주를 만든 이후 여러 구상을 하고 있는데 써지지는 않더라고요. 코로나가 바로 터졌어요. 오마주 준비할 때. 투자받기 힘들고 전반적으로 다 그렇잖아요. 한 편 한 편 만들 때마다 배우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오마주가 아직은 극장에 걸려있고, 물론 관객 수가 뚝뚝 떨어지고 있지만요. 상영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라든지 이런 걸 통해서 제가 느끼는 게 있거든요. 차기작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아직 생각을 못해봤어요. 항상 제가 좋아하는 건 있는 것 같아요. 결국 그런 쪽으로 가는데요. 대신 이번에 조금 즐거웠던 건 레인보우 때도 저에게 재능이 있다, 이런 말씀을 들었어요. 오마주로 소소하게 극장에서 관객분들이 웃어주시니 내가 이런 걸 할 수 있구나란 느낌. (웃음) . 그런 생각을 갖게 해 준 것 같아요, 이 작품이.

 

 

부지영: 저 역시 만 명 안 되는 개봉 영화가 있어요. 옴니버스 필름 중에. 감독님께서 스코어로 자조하면서 웃으실 때 저는, 물론 속은 쓰리겠지만 힘이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감독님 또 저렇게 말씀하시지만, 본인이 좋아하는 작품 계속하실 거라는 그런 사인을 읽습니다.(웃음)

 

신수원: , 저도 뭐 20만은 가보고 싶습니다.(웃음)

 

부지영: 당연히, 당연히 앞으로 기회가 있을 거고요. 저는 그래서 감독님이 새로 발견한 재능인 유머, 위트 이런 게 많이 들어간 코믹 장르를 해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요. 여기에 저랑 감독님 동시에 질문하신 분이 계세요. 대답하기가 쑥스러운데요. 그대로 읽어보겠습니다. ‘영화 속 여성 영화인들 그리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신 신수원 감독님, 부지영 감독님의 존재가 큰 힘이 됩니다. 혹시 감독님께도 영화를 시작할 수 있게끔 혹은 지속할 수 있게끔 힘이 되었던 여성 영화인이 계실까요?’ 이렇게 질문을 해주셨네요.

 

신수원: 2011년에 만난 편집 기사님이 저한테 많은 응원을 줬습니다. 여기 나온 대사 그대로는 아니고요. 마지막 3일 동안 촬영을 하고 갈 때 밤이었어요. 빠이빠이 하는데, 밖에 나와서 손을 잡으시면서 응원을 해주셨어요. 편집 기사님이 저에겐 굉장히 노장으로 느껴졌어요. 팔십 중반 정도 되셨었는데, 한국 영화 백 편을 편집하신 분이거든요. 그만큼 역사적인 분이 저를 응원해준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 굉장히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닭살 돋겠지만 저와 믿고 일해주는 우리 스태프분들, 피디님, 배우님 이분들이 항상 응원이 되죠. 현장이 저예산 영화라 힘들긴 한데 그 안에서도 도망가시는 분들도 있지만 (웃음) 남아서 지켜주고, 우리 좋은 작품 만들어봐요, 하시는 분들이 항상 응원이 되었던 것 같아요.

 

부지영: 혹시 저에게도 질문한 거라면(웃음) 여전히 영화를 활발하게 만들고 계신 신수원 감독님 비롯해서, 지금 현역에 계신 모든 여성 감독님들이 다 저희한테 힘이 되는 것 같아요. 그 존재 자체가 결코 가볍지 않고요. 그렇게 살아남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에, 누가 한 편 만들었을 때 그게 굉장히 큰 무게로 다가오고 힘으로 다가오고 그런 것 같아요. 저는 항상 임순례 감독님 필모그래피 몇 편인지 세어보거든요.(웃음) , 내가 죽기 전엔 감독님만큼 해야 될 텐데 생각하면서 손으로 꼽아보는데, 너무 많이 찍으셔서 따라가려면 벅차게 생겼습니다. 지금 질문을 어느 정도 다 소화한 것 같아요. 끝까지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요. 지금 해외 영화제에서도 이 영화를 많이 초청하고 있어요. 내일모레 뉴욕 트라이베카영화제도 가세요. 시드니, 런던에도 가시고요. 이 영화 만 명은 넘어야 될 텐데 주변에 입소문 부탁드리고요. 아직 극장에서 하고 있으니 응원 많이 해주세요. 신수원 감독님 마지막 한 말씀 듣고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신수원: . 와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내년이나 내후년에 부지영 감독님의 GV를 제가 하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오마주를 사랑해주시는 분들 제가 '오마주'합니다.(웃음) 많이 홍보해주십시오. 극장에서 봐야 되는 영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몇 분이라도 더 볼 수 있게 많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부지영: 여기 와주신 관객분들 꼭 책임지고 만 명 도와주세요.(웃음)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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