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운 삶
〈고백하지마〉 류현경 감독 인터뷰
*관객기자단 [인디즈] 정다원 님의 글입니다.
영화로운 삶. 우리 모두의 꿈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 '영화'로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써넣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모든 영화 현장에는 누군가의 현실, 애환, 기쁨 등이 있겠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삶이라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영화 〈고백하지마〉 또한 마찬가지다. 배우들의 즉흥성이 빛나는 이 영화는 그저 그들의 현장에 프레임 하나를 덧씌운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영화가 되었다. 배우들의 삶이라는 이야기가 비로소 '영화'로워지는 순간이다. 삶이 영화가 되는 순간을 길어 올린 류현경 감독을 만나 삶, 그리고 영화 〈고백하지마〉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고백하지마〉 개봉 정말 축하드립니다! 발칙하고 유쾌한 연애담으로 영화제 이후 많은 분께서 관심을 가져 주셨어요. 어느덧 프리미어 상영회도 끝내고 더 많은 관객분을 뵐 수 있게 되었는데요. 개봉 소감과 함께 이 영화가 어떻게 관객분께 다가갔으면 하는지도 여쭙고 싶습니다.
영화가 세상에 나올 수 있을까 항상 의심했는데 이렇게 나오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 가장 커요. 이렇게 개봉하기까지 많은 분께서 도와주셔서 그 도움이 아니었다면 개봉할 수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영화를 만들면서 철학적이고 영화적인 주제와 같은 어려운 이야기가 아닌 많은 분이 편한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많은 분 뵐 수 있게 된 만큼, 연말 극장에서 즐겁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영화를 볼 때 힘을 풀고 볼 수 있어서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 같아요. 관객분들도 충분히 재밌게 극장에서 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크레디트를 보면 출연과 연출을 넘어서 편집, 배급, 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총괄한 프로젝트인 걸로 알고 있어요.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을 어땠는지, 힘드셨던 점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영화를 찍은 이후에 직접 배급해야 겠다고 마음 먹게 된 것 같아요. 한국 영화가 어렵기도 하고 특히 극장 배급은 더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요. 바로 스트리밍 서비스로 가기보다는 극장에서 다 같이 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생각을 따라가다 보니 제가 해봐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배급 과정에서 정말 많은 분이 도와주셨어요. 독립영화관 위주의 개봉을 시도했고 그렇게 배급을 맡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배급까지도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깨달았어요. 시사회로 관객분들 뵙고 나니까 이렇게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는 것까지가 영화라는 깨달음을 또 얻고 갑니다.
힘든 과정을 거쳐 극장으로 오게 된 영화 〈고백하지마〉는 〈하나, 둘, 셋, 러브〉의 현장에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마치 시퀄(Sequel)로서 잘 짜인 서사를 보는 것 같기도, 배우들의 촬영 이후 후일담을 나누는 듯 솔직하게도 느껴졌어요. 이는 마치 류현경 감독님께서 배우와 감독을 겸한 현재의 상황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감독으로서의 상상력에 배우로의 소회를 덧붙인 듯 말이죠. 배우 류현경을 말하기 위한 가장 솔직한 시도 같기도 했어요. 그래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에 대해 여쭙고 싶었습니다.
〈하나 둘, 셋, 러브〉의 촬영일에 예상치 못한 비 소식 탓에 촬영이 하루 취소됐었어요. 그때 촬영장에서 다 같이 놀다가 즉흥적으로 카메라를 들게 되었어요. 뭐라도 찍어보자며 카메라를 틀어놓고 있었는데, 충길 배우(충길 역)가 다가와 고백했어요. 모두가 몰랐던 상황에 재미를 느끼게 되었고요. 다음 장면에는 스태프들과 불편한 느낌을 연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살을 붙이다 보니 그 둘의 관계를 진전시키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의 시작점이 마치 놀이처럼 느껴집니다. 예컨대 소꿉놀이도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영화 또한 그러한 경계를 보여주는 듯해요. 충길의 고백이라는 굉장히 즉흥적인 실제 상황에서, 3개월 뒤에 재회를 그린 상상이 붙은 서사적 장면이 구도에서 유사성을 갖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영화가 현실을 다시 쓰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이는 영화의 즉흥성이 힘을 발한 부분인 것 같아요. 이러한 즉흥적인 촬영 현장의 에피소드도 궁금합니다.
일반인 분들도 촬영에 많이 참여해 주셨는데 주어진 대사 없이도 카메라 앞에서 자신만의 대사를 능청맞게 잘 치셨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옷 가게 주인 역을 맡으신 분이 그 옷 가게의 실제 직원분이세요. 사장님은 부끄럽다고 거절하셔서 부탁하게 되었는데 충길을 교육하는 장면과 혼내는 모든 부분을 즉흥적으로 자연스럽게 참여해 주셔서 많이 놀랐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우연이 계속해서 촬영 현장에서 반복되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 장면에 충길과 현경이 같은 티셔츠를 입은 게 원래 정해진 것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부산 촬영을 갔더니 저와 충길 배우 모두 그 티셔츠를 갖고 왔더라고요. 그렇게 우연으로 시작된 부분이 많았습니다. 설계한 서사 내에서 발견되는 색다른 우연이 영화의 재미있는 부분을 끌어낸 것 같아요. 또 촬영할 때 클로즈업을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대사를 던지고 촬영본을 확인해 보니 촬영감독님이 제가 원한 이미지 그대로 촬영해 준 것도 기억나요. 촬영본을 보며 소름이 돋을 정도였는데 촬영감독님이 그저 감정을 따라가다 그렇게 되었다는 답변을 하신 것도 재밌었어요.
촬영 에피소드까지 정말 영화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는 영화를 만드시는 과정과 삶에서도 많은 거절을 겪게 됩니다. 또한 영화 속에서도 많은 거절이 등장해요. 그래서 연애담을 넘어서 거절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촬영장에서 아무리 불편했어도, 연기를 포기할 정도의 마음을 먹었어도, 강연장에서 무례한 질문 세례를 받았어도 이후 아름다운 순간 덕에 응어리가 밥솥의 쌀밥 사라지듯 사라진다는 점에서 말이에요. 이는 마치 영화 현장과도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수많은 NG의 순간을 넘어 오케이를 만난 것처럼요. 이러한 서사의 기저에는 감독님의 오랜 배우 생활의 경험도 녹아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랜 현장 생활로 그런 거절들이 제 안에 켜켜이 쌓여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찍을 때는 힘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물론 힘든 점이 있었다면, 대본이 없다 보니 다른 배우에게 디렉팅을 할 때 설명하기가 어려웠던 것이었어요. 하지만 이를 함께 고민하는 과정에서 서로 마음을 알아주기도 했던 게 기억이 나네요. 사람들로 인해 힘들어지기도 하지만 또 사람들로 인해 치유되고 힘을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이는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영화가 삶의 우연성을 많이 닮아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영화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빛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음악에서 이런 감정을 많이 느꼈습니다. 3개월 이후 2부의 시작점에 김오키의 '안녕'이 나오고 현경이 타로를 보기로 결심한 이후에 한 번 더 삽입되죠. 그리고 김일두의 '문제없어요'를 공연을 통해 보여주고 현경과 충길 두 사람이 해변을 걸을 때 한 번 더 삽입되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흘러나오던 음악의 가사의 일부를 서사가 대신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요. 그래서 영화의 음악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싶었습니다.
가사가 서사를, 서사가 가사를 대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제 상영 당시에도 가사를 영어 자막으로 번역하여 달아두었어요. 무언가를 더 촬영할 수 없었던 편집 과정에서 서사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에 넣게 되었어요. 음악 선정 과정은 김오키 감독의 음악을 쓸 수 있게 되어서 그중에서 고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김일두 님의 공연 장면에서 '문제없어요'가 사용된 것은 우연이었어요. 우연이었지만 서사와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마지막의 해변 장면에서도 서로의 좌절을 넘어 굴곡의 끝에 만나 힘이 되는 노래로 작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전곡을 삽입하게 되었어요.

영화의 제목도 정말 재밌었어요. 어쩌면 전체 서사를 꿰뚫는 듯한 〈고백하지마〉라는 제목도 솔직하고 흥미로웠는데요. 눈에 띄었던 건 영어 제목인 〈Don't go back〉 이었습니다. '고백하지마'는 처음의 충길의 고백이라는 현실을, 'Don't go back'은 이후 함께 해변을 걷는 두 사람이라는 영화적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해요. 제목의 의도와 이를 정하게 된 과정도 궁금합니다.
편집을 도와준 친구의 제안으로 영어 제목을 정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돌아가지 말라는 말이 마지막 장면을 보여준다고도 생각했습니다. 분명 지금을 찍고 있는데 과거를 보여주는 듯한 감정을 느껴서 선택하게 된 것 같아요. 또 언어유희 측면에서도 재밌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본이 없는 영화'라는 키워드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영화 속 '글이 주는 힘을 믿는다'라는 대사가 떠올랐어요. 이는 배우로서의 가치관이 영화를 만드는 출발점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배우와 감독을 병행하는 것의 연장선에 또 계획하고 계신 것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많은 기획을 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예전부터 써왔던 시나리오가 완성되어 내년 촬영을 목표로 투자 유치 중입니다. 가능하다면 이 촬영을 우선으로 하고 있고 또 〈고백하지마〉와 같은 즉흥적인 영화도 함께 계획 중이에요. 유튜버를 꿈꾸는 영화배우와 영화배우를 꿈꾸는 유튜버 둘이 겪는 여정에 대해 그리고자 합니다. 곽튜브 님이 파트너고요. 이 영화도 부산에서 찍게 될 것 같아요.

마무리에 앞서 첫 장편인 〈고백하지마〉가 감독님께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더 큰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고 계속해서 생각했어요. 현재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제작부터 마케팅, 극장에서 관객분들을 뵙는 것까지 전부 포함한다는 것이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껏 도와주신 분들과 극장을 찾아와주실 관객분들 모두에게 동지애를 느끼게 되었어요. 이 과정을 통해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의 의미를 깊게 알게 되었던 것 같아서 이후의 현장도 많이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고백하지마〉를 통해 만나게 될 관객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려요!
극장에서 봐야 재밌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또 극장에서 한 회차를 함께 보게 될 새로운 인연들과 극장에서 좋은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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