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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기획] 우연을 풍부하게 누리는 방법 <춘천, 춘천> 장우진 감독, 김대환 프로듀서 인터뷰

by indiespace_은 2018. 9. 21.

우연을 풍부하게 누리는 방법

 <춘천, 춘천> 장우진 감독, 김대환 프로듀서 인터뷰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마리솔 님의 글입니다. 





햇빛이 인물의 얼굴에 머물렀다 빠져나가기를 수차례 반복하는 동안 어느 중년 여성과 남성이 대화를 나눈다. 그들의 대화는 빛과 절묘하게 닮아있다. <춘천, 춘천>은 여느 영화였으면 상상하지 못했을 방식으로 빛을 맞이하고 활용한다. 프레임 안으로 느닷없이 등장한 사마귀는 원래 거기에 있어야 할 것만 같은 존재감으로 머물러 있다.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다. <춘천, 춘천>은 순간순간의 우연이 만들어낸 필연들로 엮인 영화다. 억지로 더하거나 빼는 법이 없다. 우연을 받아들이는 데에서 나아가 그것을 소중히 대한다. 9월 17일 언론시사회 직후 인디스페이스 관객라운지에서 봄내필름의 두 감독, <춘천, 춘천>을 연출한 장우진 감독과 프로듀서 김대환 감독을 만났다.



 

<춘천, 춘천>은 3년의 시간을 돌아 개봉하게 된 작품입니다. 무브먼트, 인디스페이스와 함께 서울 단관 개봉 프로젝트를 진행하기까지 연출자와 제작자의 많은 고민이 있었을 텐데요, 개봉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장우진 감독(이하 장우진): 해외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뉴욕에서도 작년 9월에 일주일 간 상영을 했었어요. 그런데 국내 개봉은 잡히지 않고 비용 면에서도 어려움이 있었어요. 너무 안타까웠죠. 개봉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더라고요. 그러다 운이 좋게도 콘텐츠판다에서 판권을 갖고 개봉을 진행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일반적인 사례보다는 이 영화에 어울리는 또 다른 형태는 뭐가 있을지 고민했어요. 해외에는 비슷한 지역 단관 개봉 사례들이 많거든요. 국내에서도 아예 없는 건 아닌데 근래에는 드물었고 우리가 한 번 시도해보자고 이야기가 된 거죠. 배급사 무브먼트와 상의 후, 인디스페이스 측에서 흔쾌히 제안을 받아주셔서 좋은 기회로 개봉하게 되었어요. 이번 개봉이 좋은 케이스로 남아서 작은 영화들이 정기적으로 관객들과 만날 수 있으면 좋겠고 비슷한 프로젝트가 활성화되어서 하나의 문화가 되면 좋겠어요. 그럼 관객들도 더 많이 찾아주시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한 인터뷰에서 김대환 감독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연출지향적인 시스템이다.” 이때 말씀하신 ‘연출지향적 시스템’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요?


김대환 감독(이하 김대환): 어쨌든 저희는 둘 다 연출을 하는 사람이에요. 서로의 작품에서 프로듀서기도 하지만 우선은 연출자라고 생각해요. 연출을 하다보면 허용범위와 제한범위가 있죠. 프로듀서로서 작업 도중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맞닥뜨렸을 때 프로듀서보다는 연출자라는 마음으로 판단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보다 쉽게 연출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게 되고 거기에 맞춰서 준비를 할 수 있어요. <겨울밤에>(2018)도 그런 식으로 작업했고요.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춘천, 춘천>의 제작 과정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장우진: 솔직히 말하자면 일단 버릴 생각을 하고 기획했어요. 작품의 트리트먼트조차도요. 배우와 이야기해서 캐릭터를 만들고, 오늘 찍은 것에 영향을 받아서 다음날 이야기를 즉흥적으로 창안했거든요. 김대환 감독과 저, 둘 다 첫 작품은 그런 시도를 해보지 못해서 이번엔 해보기로 했어요. 이 방식을 결정하는 순간 시나리오를 쓸 필요가 없어지는 거잖아요. 그런데 딜레마는, 시나리오를 안 쓰면 투자를 못 받는다는 거예요. 억지로라도 시나리오를 써놓고 투자가 되면 시나리오를 제쳐두고 영화를 찍는 방법이 있어요. 아니면 그냥 바로 작업을 시작하는 방법이 있고요. 저는 후자를 택한 거예요. 그 시간을 차라리 프리프로덕션에 할애하자 싶었어요. 가을에 찍고 싶고, 때는 오고 있으니 무모한 선택을 한 거죠. 서울집의 월세 보증금을 빼고 그 돈에 맞춰서 진행하려면 촬영을 제가 하고 사운드를 김대환 감독이 하는 식이어야 했어요. 그렇게 시작했어요. 하다가 현재의 적은 예산으로 진행할 수 없는 이야기가 되는 순간 불가피하게 시나리오를 써서 지원을 받아야겠더라고요. 그 때 전주국제영화제의 전주시네마프로젝트(JCP)에서 저희의 방식을 용인해줬어요. 사실 상업영화 시스템에선 불가능한 시도죠.



나고 자란 지역을 찍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익숙한 고향으로서의 춘천이 아닌, 새로 보인 춘천이 있는지요.


장우진: 저는 이 영화에 빗대자면 청년 지현의 입장이에요. 춘천에 있는 대학은 죽어도 가기 싫었어요. 이 지긋지긋한 호반의 도시, 고여 있는 것 같고 상경을 꿈꾸게 되고, 상경까지는 아니더라도 타 지역에 살아보고 싶었어요. 부모를 떠나 혼자 살아보고 싶었고요. 그렇게 서울에 와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환경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오랜만에 춘천에 왔어요. 살던 집의 보증금을 빼서 왔으니 아주 오랜만인거죠. 그러면서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춘천의 아름다움이나 춘천의 정서 같은 거요. 서울과 다르게 좋은 점들, 물론 단점도 있지만 좋은 점이 많이 더 보였어요. 그게 <춘천, 춘천> 속 중년 두 명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요. 춘천이라는 공간을 새롭게 느끼고 공부하게 된 것 같아요.





맑고 청량한 춘천보다는 스산하고 우울한 춘천의 이미지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그러한 공기를 담고자 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장우진: 이 영화의 전반적인 톤 앤 매너와 맞닿은 이미지예요. ‘쓸쓸함이 빛나는 계절이 있다’라는 말처럼 빛나지만 쓸쓸한 감정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청춘이 갖지 못한 게 있고 중년이 되돌릴 수 없는 게 있으니까요. 청춘도 말만 청춘이지 청춘을 갖지 못하죠. 춘천은 해무가 많은 도시인데, 그런 공기를 담고 싶었어요.



<춘천, 춘천>은 많은 우연을 포착한 영화입니다. 다큐멘터리 혹은 페이크다큐도 그러한 우연성을 포착하는데, 장우진 감독의 영화 속 우연성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 지 궁금합니다.


장우진: 맞닿아있는 지점도 있어요. 그래도 이건 극영화죠.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갖고 시작하는 영화예요. 예를 들어 촬영 3회차 때 사마귀를 봤다고 합시다. 사마귀를 매회차 보는 게 아닌데, 지금 이 이야기 속에서 사마귀를 보면 저한테 의미로 다가오는 거죠. 지금 가면 그 사마귀를 보지 못할 거예요. 마라톤 장면도 마찬가지예요. 일반적인 극영화 촬영이었다면 ‘내일 마라톤 대회 있어서 어떤 장면을 못 찍네. 다른 날은 숙소가 없는데 어떻게 찍나.’ 이런 고민을 할 거예요. 그렇지만 이 작업에선 ‘그럴 수도 있다. 우연이다.’라고 받아들이는 거죠. 이 이야기에서 우연이 필연이 되려면 의미를 획득해야하고요. 이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의미를 고민하게 돼요. 그러면 장애물 같았던 마라톤 대회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거예요. 햇빛이 들어오는 장면도 마찬가지고요. 빛은 매 시간 변하잖아요. 촬영감독 입장에서 ‘빛이 변하는데 어떻게 촬영을 합니까?’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우리 영화에서는 과거의 회상, 청춘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들의 청춘을 표현하는 효과로서 빛이 마술적 리얼리즘 같은 효과가 되었어요. 그 장면이 다른 영화에 들어간다면 NG컷이 되거나 빛을 가리고 찍었을 거예요.


김대환: 아니면 장소를 바꾸거나. 다큐멘터리와의 결정적인 차이는 거기에 있는 것 같아요. 다큐멘터리에서는 우연적인 무언가가 진행 중에 들어와도 웬만해선 기획하고 준비했던 길이 바뀌는 것 같진 않아요. 우리는 그런 게 들어오면 시나리오를 다시 써야하는 상황도 있어요. 사실 영화의 햇빛 씬이 그렇게 힘 있게 다가올 장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 장면이 우연히 담기게 되면서 뒤의 이야기가 달라지는 거죠. 순서대로 촬영하다보니 뒤에 있는 어떤 부분은 걷어 내거나 바꿔야하는 상황이 생기거든요. 마법 같은 순간이 걸리면 시나리오가 변해요. 우리의 작업 시스템에선 가능했지만 30명, 50명이 넘어가는 규모가 되면 모두에게 일일이 양해를 구해야하죠. 준비했던 무언가를 없애고 다른 걸 준비하는 상황이 생기니까요. 그런 시스템에선 이 방식이 불가능했을 거예요. 우리는 가볍고 기동성이 좋다보니 우리끼리 좋으면 되거든요. 그런 게 행복했어요.


장우진: 좀 더 보충하자면, 촬영 자체를 햇빛 씬이랑 중년 커플이 사마귀를 발견하는 장면을 먼저 찍었어요. 그런 다음에 중년 커플의 이야기를 용산역에서 끝낸 후 다시 지현을 찍기 시작했어요. 지현 부분을 찍는데 청평사에서 내려오다가 사마귀를 봤어요. 만약 4일 전에 중년 커플이 사마귀를 발견하는 장면을 찍지 않았다면 이 장면을 찍었을까요? 이 장면이 의미를 만들었을까요? 4일 전 찍었던 사마귀는 성충이었고 지현과 촬영 중 만난 사마귀는 어린 사마귀였거든요. 앞선 촬영 장면이 없었다면 이 장면은 큰 의미가 없었을 거예요. 



우지현, 양흥주, 이세랑 배우 캐스팅 비화를 들려주세요.


장우진: 우지현 배우와 양흥주 배우는 <새출발>(2014)을 같이 했어요. 호흡이 너무 잘 맞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되었어요. 처음 이 작품을 쓸 때부터 애초에 두 분을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흔쾌히 함께 해주셨고요. 다만 중년 여성 역할을 하신 이세랑 배우는 여기저기 수소문하다가 캐스팅했어요. <족구왕>(2013) 우문기 감독의 소개로 만나서 우리의 촬영 방식에 대해 말씀드렸어요. 이세랑 배우님은 익숙하지 않으셨지만 나머지 두 분이 익숙하니 셋이서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미지가 정말 좋았고요.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면서 살아온 이야기나 사적인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듣다보니 제가 전달하고자하는 정서를 잘 이해하실 것 같아서 함께 하게 되었어요.



춘천역사 내 에스컬레이터, 소양강댐 등 극 중 지현과 중년 커플이 등장하는 장소가 자주 겹치는데요, 그 공간들이 감독님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있나요?


장우진: 그림이라는 게, 아예 다른 그림 두 개가 있으면 그 사이 공통점과 차이점을 볼 수가 없어요. 보려고 하지도 않고요. 그런데 비슷한 그림 두 개가 있다면 틀린 그림 찾기처럼 그 안에서 뭐가 다른지 찾게 돼요. 반복과 차이를 보게 되거든요. 그런 효과를 노렸어요. 처음에 셋이서 다함께 기차타고 가는 장면이 있는데 저는 그게 청년과 중년의 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같은 공간이지만 마주 볼 수 없는 다른 시간이요.





각각의 로케이션 선정에 대한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김대환: 오늘 계속 들었던 생각인데, 완전히 편집된 장면이 몇 개 있거든요. 그 중 하나가 ‘봉의산 가는 길’이라는 술집에서 찍은 장면이에요. 카페 겸 술집인데요, 몇 년 전까지 본가가 거기 근처였어요. 자주 그 앞을 지나면서 보다가 촬영하게 되고, 그 집의 곳곳을 보게 되니까 다시 한 번 오고 싶더라고요. 원래는 코앞에 있었는데도 그 안을 몰랐던 곳이죠. 청평사도 춘천에 살면서도 자주 가는 곳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촬영하면서 이곳이 어떤 분위기를 가진 공간인지 알게 되었고요. 가장 감회가 새로웠던 공간적 이미지는 한밤중 지현의 실루엣이 담긴 장면이에요. 폐허처럼 나오는 곳인데, 제가 그 자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재개발하느라 박살이 나있더라고요. 기분이 묘했어요. 제가 변한만큼 여기도 변하고 없어지고 있고, 그와 함께 제가 느꼈던 추억이 없어지고 망각으로 가는 것 같은, 고향에서 찍으면서 그런 감회를 느꼈어요.



<춘천, 춘천>이라는 제목에서 왜 같은 단어를 굳이 두 번이나 쓰셨는지 궁금해요.


장우진: 지금 질문하신 게 저의 의도 같아요. ‘왜 같은 말을 두 번 썼을까.’, ‘왜 1부와 2부로 왜 나뉘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영화를 보면 그 사이의 간극에 대해 생각하게 되잖아요. 닮은 점과 다른 점 사이에서 의미를 채우며 보게 되는 것이요.



영어 제목은 ‘Autumn, Autumn’, ‘가을, 가을’이에요.


장우진: 되게 단순한데, ‘춘천’하면 한국 사람들에게 떠오르는 정서나 추억이 있잖아요. 모든 사람은 아닐 테지만 분명 많은 이에게 있죠. 그렇지만 한국에 살지 않는 사람에게 춘천에 대한 정서를 기대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가을’에 대한 정서는 기대할 수 있어요. 시베리아에 사는 사람도 가을에 대한 정서는 있거든요. 그걸 노렸어요.



우연을 존중하며 통제 없이 찍으면 다양한 상황을 마주할 것 같은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 적은 없나요? 


장우진: 통제를 할 수가 없었어요. 스태프가 총 세 명이니까요. 운도 따라야 하는 것 같아요. 우선 그에 대한 생각을 반대로 했어요. 촬영 도중에 외부 사람이 저희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면 NG가 나죠. 그런데 소규모의 사람들이 소형카메라를 가지고 관광지를 찍으니까 사람들이 별로 의식하지 않았어요. 요즘 다들 그쯤은 들고 다니니까요. 


김대환: 과대하게 디테일한 많은 연출을 한다기보다는 현장 안에서 연출을 찾는 것도 방법인 것 같아요.  


장우진: 리허설 하다보면 잘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있더라고요. 타이밍이죠.





<철원기행>(2014), <초행>(2017) 그리고 이번 <춘천, 춘천>에서도 가족의 해체와 결합에 대한 이야기를 연상할 수 있는데요, 이것이 봄내필름의 주요 화두인지 궁금합니다.


김대환: 가족 이야기인지 아닌지는 각자 생각하기에 따라 다를 수 있어요. 정확하게 어떤 모티브나 주제를 정해놓은 건 없어요. 그렇지만 공통적으로 관습적이지 않은 방식에 대해 고민해요. 형태를 고민하죠. 어떻게 하면 다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스태프들에게 이 영화가 휘발적인 노동이 아니라 기억에 남는, 함께 할 수 있는 형태가 될까, 그런 것들이요. 


장우진: 소재 위주의 접근은 하지 않고 그때그때 느끼고 관심 가는 것에 집중해요. 그 소재를 어떤 방식으로 작업해볼까 고민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시도를 하려고 해요.



이전 대답에서 김대환 감독님이 말씀하신 ‘형식’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김대환: <춘천, 춘천>을 통해 느꼈던 건데, 결국 영화에서 시나리오는 중요해요. 어떤 스토리를 촬영할 때 대부분 계획하고 준비한 대로 찍으려고 하죠. 그렇지만 제가 경험한 좋은 순간들은 우연이 개입하여 시나리오가 바뀌는 그런 순간들이거든요. 그걸 찾아야한다는 이야기예요. 무얼 준비해왔든, 어떤 시나리오가 있든 간에 어떤 시점에서 변해야 할 때가 오면 유연해져야한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 같아요.


장우진: 쉽게 말하면, 물은 담긴 그릇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잖아요. 물을 얼려서 조각할 수도 있고요. 영화를 만드는 데에 있어서도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시놉시스 쓰고 트리트먼트 쓰고 투자 받고 조명 치고 또 세트 짓고. 그 과정이 정답은 아니잖아요. 그냥 그런 작업이 있는 거죠. 


김대환: 카메라는 점점 대중화되고 좋아지고 관용도도 넓어지고 있는데, 현장은 그 전과 뭐가 달라졌는지 생각하면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냥 해왔던 사람들이 해왔던 시스템대로 만들고 개봉하고, 개봉하는 방법도 다 비슷하고요. 왜 그렇게 모두 같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초행>도 마찬가지고, 저희는 매번 작업하면서 자유롭고 즐거웠어요. 물론 다른 작업처럼 저희도 힘든 점이 많았어요. 그렇지만 두 작품을 하면서 느꼈던 희열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물론 용기가 필요하죠. 자유롭지만 책임을 져야하니까. 그런 화두를 던지고 싶었어요, 이 영화를 통해서.


장우진: 이렇게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 이런 방식도 있다, 그런 거죠.


김대환: 외국에는 다양한 형태의 영화 작업이 많아요. 아이폰으로 촬영하는 건 이미 대중화되어있고, 어떤 감독은 CCTV 화면을 모아서 재편집하기도 하고, 혼자 작업하는 사람도 있고요. 되게 열려있어요. 우리나라는 영화라는 매체를 경직된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게 아닐지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어렵고, 대단한 사람들이 해야 하고, 돈과 힘이 많이 들고. 모두가 우려하는 지점도 그런 거죠, 돈벌이가 안 되는 거요. 동시에 이렇게 가볍게 영화를 찍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장우진: 저희도 항상 해보고 싶었고요. ‘이게 될까?’ 하면서 시도하다가 되면 또 하는 거죠. <겨울밤에> 때는 그 와중에 조명도 치고 또 다른 걸 시도해봤고요.


김대환: 결국에는 자본의 형태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의 싸움인 것 같아요.



봄내필름에 다른 제작자를 영입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장우진: 저희는 연출과 프로듀싱 양쪽 다 해봤으니까 <춘천, 춘천>과 같은 프로젝트는 가능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전문 프로듀서가 필요해요. 다른 스태프와 같이 해보고 싶은 생각 있죠. 그런데 그러려면 <춘천, 춘천>이 잘 되어야 해요.(웃음)


김대환: 사람을 고용해야하니까.(웃음)



두 분의 차기작 계획이 궁금합니다.


장우진: 10월에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에 선정된 <마지막 사진>이라는 프로젝트 진행 중이에요. 트리트먼트 마지막 단계고 베를린에서 만난 북한 커플의 이야기예요. 100% 베를린에서 촬영하려고 계획하고 있고, 내러티브가 있는 다른 시도들도 하고자 해요. 그 전에는 별로 없었던 형식으로 제 세계에 내러티브까지 더하게 될 것 같아요. 해외촬영도 해보고 싶고요.(웃음)


김대환: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내년 봄에 춘천에서 촬영할 계획입니다. 엄마의 재혼에 관한 영화가 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인디스페이스 관객 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김대환: 영화를 보다 보면 가보지 않은 나라의 풍경을 여행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요. 굉장히 소중한 영화적 체험인데요, 인디스페이스에 오셔서 <춘천, 춘천>을 보시면 춘천의 가을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많은 분들과 손을 잡고 춘천에 MT 가듯 인디스페이스에 오시면 좋겠습니다. 


장우진: 몇 안 되는 시간표를 쪼개어 보여드리지 않고 ‘<춘천, 춘천>이 보고 싶으면 인디스페이스로 가면 됩니다.’ 이렇게 말 할 수 있어 기뻐요. 인디스페이스도 잘되고 저희도 잘되고, 그런 다음에 성과를 힘입어 지방 로드쇼를 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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