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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우리 손자 베스트> : 우리 손자 팩트(fact). 윤리를 고민하는 시간

by indiespace_은 2016. 12. 26.



 <우리 손자 베스트한줄 관람평

이다영 | 철저한 무관심으로 찢겨지는 자아, 보듬어지지 못한 상처로 비롯된 가시, 그 가시로 다시 다른 이들을 상처 내는 악순환의 현실반영

상효정 |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나 없는 우리 안의 불편함 마주하기

이형주 |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다’는 식의 표상 재현

최미선 | 이해의 영역에선 답도 없는 일

홍수지 | 생생하게 재연되는, 그래서 보고 싶지 않은 모습들

전세리 | 우리 손녀도 좀 생각해주십사




 <우리 손자 베스트리뷰: 우리 손자 팩트(fact). 윤리를 고민하는 시간



*관객기자단 [인디즈] 전세리 님의 글입니다.


영화는 너나나나베스트 회원 ‘교환’(구교환 분)과 어버이별동대 ‘정수’(동방우 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현실의 일베저장소와 어버이연합이다. 두 커뮤니티의 인물을 축으로 대한민국 내 혐오의 발단과 진행이 두루 나타난다. 다시 말해 혐오로 똘똘 뭉친 집단이 행하는 비상식적 행동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영화는 혐오를 기반으로 한 계층 갈등 및 고충에 대해 토론할 여지를 던진다. 교환과 정수 두 주인공을 비롯해 그들과 관계하는 인물 모두가 각 세대의 고충을 대변한다. 



일베와 어버이연합, 자칭 ‘애국 보수’로 단합된 교환과 정수 사이에도 세대 갈등은 빚어진다. 한편 그들은 각자의 가족 구성원이기도 하다. 두 인물 모두 가족의 해체를 겪고 있다. 교환은 집을 나가 고시원을 전전하고 부모의 사이는 멀어진 지 오래다. 여동생은 통제불능이다. 정수 또한 손자와 며느리의 눈치를 보는 등 가족들에게 달가운 존재가 아니다.  이들 가족의 와해는 각 세대의 고충을 대변한다. 세대 갈등은 그들이 맺는 관계에도 드러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박카스 아줌마, 그리고 그들이 저지르는 사건들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자들. 두 주인공은 좀체 혐오와 화를 누그러뜨리지 못한다. 



영화 막바지에 다다를 쯤, 물리적 가해와 관련된 몇몇 장면에 대해 어떤 윤리적 고민이 필요한지 생각했다. 요컨대 이런 에피소드들이다. 교환이 여성들을 협박하거나 납치 했을 때, 여성들이 탈출에 성공한다. 요컨대 교환이 협의를 빌미로 여성과 성관계를 시도했을 때, 여성이 만약 임기응변을 발휘하지 못했다면 어떤 상황이 빚어졌을까. 교환은 자신을 고소했던 성우를 납치하기에 이르는데, 그는 교환을 제압하고 탈출에 성공한다. 여성이 남성을 전복시키는 전제가 판타지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이것에 있다.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 전시는 하되 윤리를 포괄해야 한다. 그러니까 포르노적이지 않고 기만적이지 않은 것. 윤리는 시선에 담긴다. 윤리의 결핍은 질문이 부재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것은 곧 서사의 논리와 관계한다. 따라서 앞서 말한 장면들에 대한 진입 방식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나는 엔딩에서 교환이 스스로를 인지하는, 오로지 영화만이 말하는 그 희망적인 메시지가 어쩐지 멀게만 느껴진다. 교환은 여전히 본인만 ‘팩트’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던지는 신선한 물음이 있다. 다소 불편한 장면으로 칭해지는 장면들일지라도 인물의 관계망과 표상을 통해 사회의 병적 징후들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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