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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통통 튀는 매력이 가득한 '멀티채널 시대의 독립영화' <대세는 백합> 인디토크(GV) 기록

by indiespace_은 2016. 11. 16.

통통 튀는 매력이 가득한  멀티채널 시대의 독립영화 <대세는 백합>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6년 11월 12일(토) 오후 3 상영 후

참석: 한인미, 임오정 감독 | 배우 정연주, 김혜준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형주 님의 글입니다.


제목부터 너무도 분명하고 도발적인 <대세는 백합>은 여성과 여성의 사랑을 은유 하는 ‘백합’이라는 단어를 남녀노소 모두가 보는 포털 사이트의 대문에, 그야말로 ‘대세’의 느낌으로 가져다 놓았다. 영화는 전직 아이돌이었던 ‘세랑’(정연주 분)과 아이돌을 준비하는 ‘경주’(김혜준 분)의 운명적인 만남과 좌충우돌 로맨스를 그리며 관객들을 헤어날 수 없는 매력에 빠트린다.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이하 진행): 처음 <대세는 백합> 프로젝트를 제안 받았을 때 어땠는지?


임오정 감독(이하 임): 이전에 여성이 나오는 독립 단편 영화를 많이 찍어서 제안을 받은 듯 하다. <대세는 백합>은 시나리오 안에 있는 인물들의 ‘케미’가 좋았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윤성호 감독님이 “이미 당신이 찍고 있는 게 백합물이다”라 했는데, 나는 정작 ‘백합물이 뭐지?’라는 궁금증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플롯, 인물 등이 완전히 열려있는 작업이었다. 자유롭게 만화처럼 찍어볼 기회였고 재미있게 작업했다.


한인미 감독(이하 한): 작업한 단편 영화에서 보통 소녀가 사회와 성에 대해 눈을 뜨는 순간들을 다루었다. 그 지점이 경주가 눈을 뜨는 입장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섭외된 것 같다. 성인 여배우들과 처음 작업하는 것이어서 같이 모여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정연주 배우(이하 정): 역할과 이름 상관없이 이야기에 집중해 대본을 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감독님들을 만나 뵀을 때도 느낌이 너무 좋고 편했다.


김혜준 배우(이하 김): 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였고 연락이 와서 미팅을 했다.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읽었다. 꼭 시트콤 같은 느낌이었다. 백합이 뭔지 몰랐는데, 감독님들을 만나고 알게 됐다. 



진행: 윤성호 감독이 정말 감독과 배우를 캐스팅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임오정 감독과 한인미 감독은 독립 단편 영화에서 꾸준히 여성의 이야기를 만들어왔다. 정연주 배우와 김혜준 배우는 극 내내 궁합이 정말 잘 맞고 정말 예쁘게 나온다. 윤성호 감독의 영화 중에 가장 때깔이 나는 것 같다. 영화가 경쾌하고 캐릭터가 뚜렷하지만, 표현할 게 많았기에 연기하기 어려웠을 거란 생각도 든다. 정확하게, 넘치지 않게 표현하기 위해 서로 상의를 많이 했는지?


임: 시나리오 단계부터 이미 캐릭터가 확실하게 잡혀 있었기 때문에 배우 각자의 실제 모습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사실 본인들은 차이가 난다고 하는데, 시나리오를 쓴 우리끼리는 똑같다고 느끼는 부분들이 있었다. 김혜준 배우와는 특히 인생상담을 굉장히 많이 해서 친밀해졌다. 이후 원활히 디렉팅할 수 있었다. 


한: 두 주인공이 서로 좋은 사람이라 마음이 빨리 열렸다. 스킨십을 편하게 소화했다. 내가 연출할 때 두 배우가 거실에 앉아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담백하게 서로 전하는 진심이 잘 표현되도록 초점을 맞췄다.


정: 감독님께 궁금했던 게 있다. 배우들과 함께 이야기 하며 캐릭터를 캐치해 시나리오를 쓴 부분이 있는 건지 궁금하다.


임: 처음엔 정연주 배우를 경주로 생각했는데, 세랑의 모습이 많이 보여서 역할이 바뀌었다고 들었다. 


진행: 두 배우가 역할을 바꿔서 찍어보면 어떨지 궁금하다.


김: 나는 그때 학생이라 아무것도 모를 때였다. 매일같이 감독님들을 만났고 하나 하나 알려주셨다. 특히 여성 감독님들이라 그런지 대화가 너무 편해 수다도 많이 떨었고 마음이 많이 풀려서 촬영장에서 특별히 힘든 것도 없었다. 정말 편하고 행복하게 촬영했다.


진행: 정연주 배우의 경우는 오랫동안 단편 작업도 했고 드라마 작업도 한 베테랑 연기자인데, 김혜준 배우는 처음 연기를 한 것이었기 때문에 부담이 있었을 것도 같다. 둘의 합이 중요한데, 그 부분에 있어서 나름의 준비를 한 게 있는지?


정: 준비보다는 기대가 있었다. 상대 배우를 만나면 어떨지 궁금했다. 대본 리딩에서 김혜준 배우가 훅 들어오는 부분이 있었다. 순간 언니와 동생의 관계가 잡힌 것 같다. 혜준 배우는 언니가 있고 나는 동생이 있어서 관계가 잘 맞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진행: 어떻게 보면 작품 전반에 녹아있는 설렘의 정서가 준비가 아니라 기대 때문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정연주 배우의 ‘육식하는 사슴의 눈빛’을 본 적이 별로 없었다.(웃음) 특유의 잡아먹을 것 같은, 그러나 청순한 눈빛이 있는데, 두 배우의 클로즈업 등에서 그게 잘 들어나지 않았나 싶다.



관객: 유튜브에서 상영되니 해외 반응도 많다. 실제 레즈비언 커플이 춤추는 장면을 따라 하는 안무 영상을 올리기도 하고 반응이 뜨거웠다. 매 화 내용이 극적으로 바뀌다가 마지막화에서는 ‘이게 정말 끝인가?’ 의아했다. 다음 내용을 기획한 게 있는지 궁금하다. 


임: 나와 한인미 감독은 독립영화를 하던 사람들이다. 영화를 찍고 영화제에서 상영을 한다 해도 관객의 반응을 알아보려면 정말 열심히 찾아야 한두 개 있었다. <대세는 백합>이 공개된 날부터 SNS에 올라오는 열렬한 반응들을 다 봤다. 말씀하신 안무 영상도 물론 봤다. 내가 만드는 걸 이렇게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 그 에너지가 되게 뜨겁게 느껴져 용기를 많이 얻었다.


한: 떡밥을 많이 풀어놨고 당연히 빠른 시일 내에 시즌2를 찍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각자의 사정이나 투자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지연이 되면서 이제는 잊혀질 만한 시간이 흘렀다. 윤성호 감독님은 시즌2 내용을 웹툰으로 먼저 선보이고 반응을 본 후 드라마를 제작해볼 생각인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다시 뭉쳐서 해보고 싶다.


정: 앞에서 말씀하신 춤추는 장면은 저희가 안무를 직접 짜 만든 거다. 연습실에서 춤을 만드는 과정을 찍은 영상이 있는데, 그걸 보고 똑같이 만들어 주셨다. 정말 감동이었고 감격스러웠다. 


김: 저를 누군가 알아주는 게 처음이라 숨어있는 것까지 다 찾아봤다. 정말 감사했다.


관객: 원래 정연주 배우를 좋아해 몇 번이고 다시 봤다. 앞으로도 좋은 연기 부탁 드린다. 극중 경주가 처음엔 당황스러워 하다가 후반부에 점점 세랑에게 사랑에 빠지는 것이 맞는지? 


김: 세랑에게 사랑에 빠졌다기 보단 약간 낚인 느낌? 너무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스며드는 그런 느낌인 것 같다. 


진행: 어떻게 보면 낚인 거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세랑이 미끼를 확 던지고 굉장히 자연스럽게 둘의 관계와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이걸 보면서 연출도 물론이지만, 세랑 역할이 주는 포스 같은 게 아주 많이 필요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연기하는 입장에선 쾌감이 느껴졌을 법도 하다.


정: 내가 이끌어야 된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여기서 내가 편하게 터줏대감처럼 행동해야 이 친구도 물살을 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당황하지 않고 올곧게 중심을 잡고 있어야 이 친구와 주변 모두가 각자의 캐릭터들을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많이 이완하고 편안하게 하려 했다. 사실 편하지는 않은 위치였다.


관객: 좋은 건 역시 크게 봐야 더 좋은 것 같다.(웃음) 너무 잘 감상했다. 극 내에서 주옥 같은 대사들이 많다. 정주행을 몇 번 하고 나서 ‘은평교회 박집사’라는 호칭이 머릿속에 계속 남았다. 배우님들, 감독님들에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는지 궁금하다.


정: “은평교회 박집사입니다”라는 대사가 나온 다음 나의 표정을 보면 웃음을 가득 참고 있다. 그 때 촬영하며 정말 많이 웃었다. 그 장면의 대사가 참 재미있었다. 


한: 나도 그 대사를 제일 좋아한다. 윤성호 감독님이 연출한 부분인데, 옆에서 구경할 때도 계속 빵빵 터져서 못 볼 뻔 했다. 웹으로 백 번 봐도 백 번 웃긴 게 그 장면이다.


임: ‘허지상’과 ‘백창조’가 너무 웃겼다. 그들의 대사도 웃기지만, 그에 대한 세랑의 대답이 손가락 욕인데, 그때 정연주 배우의 표정 연기가 너무 시원하다. 그 장면을 캡쳐해서 다닌다.


김: 나도 그 장면을 제일 좋아한다. 편집해서 방영된 것도 재미있지만, 현장에서도 오가는 말들이 너무 재미있었다. 사마리아, 따뜻한 보수 등등. 


진행: 박희본 배우가 나왔을 때가 그냥 제일 웃겼다. 가죽재킷을 입고 볼이 약간 부어있는 표정으로 나왔는데, ‘저기서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캐스팅의 묘가 정말 잘 살아 있다고 느꼈다. 



관객: 등장 인물들의 이름을 어떤 아이디어로 설정하셨는지 궁금하다. 


한: 세랑과 경주, 이 두 이름을 윤성호 감독님이 굉장히 갈망했다.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을 때 이 인물들과 이름은 먼저 정해져 있었다.


정: 이름이 캐릭터를 설명해 주는 게 있다고 느꼈다. 세랑은 발음할 때의 [세-랑]처럼 세랑 같고, 경주도 [경-주]처럼 경주 같다.(웃음)


임: 경주는 어감이 굉장히 예뻐서라고 들었고, 세랑은 <대세는 백합> 프로젝트에 관해 여러가지 고민을 하다 나왔다. ‘세랑이 우리를 속일지라도’라는 가제도 있었다. ‘세상’과 ‘사랑’이 모두 엮일 수 있는 재미있는 말의 소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들었다.


김: 아는 오빠 중에 경주가 있어서 중성적인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내 이름도 약간 중성적인 느낌이다. 그래서 좋았다. 소심하고 찌질할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정: 첫 인상을 떠올려보면 김혜준 배우가 진짜 세랑 같았다.


진행: 세랑 같다는 건 무엇일까?


정: 아, [세랑~] 같은 느낌이 있다. 센? 세련된?(웃음)


김: [세랑] 같은 게 있다. 경주도 [경주] 같은 느낌.(웃음)


진행: 원래 모든걸 말로 설명할 순 없다.(웃음) 그게 정답일 거란 생각도 든다.


관객: 5화 끝부분과 6화 처음부분이 같은 내용인데, 대사가 약간 다르다. 특별한 의도가 있으신지? 처음에 두 주인공의 이름만 정해져 있었다고 했는데, ‘제갈부치’라는 독특한 이름은 어떻게 지어진 건지도 궁금하다. 이름이 어떤 뉘앙스인지 알고 계신지?(웃음)

 

임: 윤성호 감독 작품에 박희본 배우가 ‘제갈재영’이라는 이름으로 꽤 많이 나온다. 이 작품은 <대세는 백합>이라는 제목처럼 대놓고 말하려는 느낌이 있다. 원래 연기하던 ‘제갈’이라는 성과 ‘부치’ 캐릭터니까 부치라는 이름을 붙였다. 저흰 좀 뻔뻔한 컨셉이니까.(웃음)


한: 그 부분은 윤성호 감독님이 연출한 거다. 드라마 틀을 하나씩 깨고 장난을 치는, 그런 시도를 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방송용이 아니고, 짧고 임팩트 있는 컨셉을 잡았기 때문에 조금씩 비트는 시도들을 해봤다.


임: 백합물을 공부하면서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봤는데, 틀을 깬 게 되게 많았다. 속마음이 들리고 내레이션이 왔다 갔다 하고 세상의 모두가 다 사랑하는 존재인 것 같은 관계들도 그렇고. 형식을 파괴하고 자기 이야기를 우주 끝까지 진행시켜 나가는 게 굉장히 재미있었다. 백합이라 하면 모름지기 그런 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오마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진행: 꼭 시즌2로 배우님들과 감독님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찾아주신 관객 분들께 끝 인사를 부탁 드린다.


임: 이렇게 영광스러운 자리가 만들어진 건 한 번 한 번 클릭해서 봐주신 모든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시즌2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 극장까지 관람하러 와주셔서 감사 드린다. 대규모 시위가 있는 날에 극장에서 보니 의외로 이 작품이 시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웃음) 오늘 산책도 한번 하시고 안전하게 귀가하시길 바란다.


김: 교통이 불편한데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대세는 백합> 많이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같이 웹드라마를 하나 더 찍었다. 아쉽게도 우리가 세랑과 경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정: 오늘 와주셔서 감사하다. 조심히 들어가시길 바란다.


진행: 오늘 이 자리에 와주신 관객 분들은 인디스페이스의 단골 관객 분들일 거란 생각이 든다. 9주년을 맞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내년 10주년까지도 순탄하게 갈 수 있도록 많이 많이 찾아 주셨으면 좋겠다.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 



방영된 지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극장을 찾아준 팬들의 반응은 여전히 뜨거웠다. 어쩌면 <대세는 백합>이야말로 웹드라마라는 장르의 특성을 정말 잘 이용한 콘텐츠가 아닐까 한다. 대한민국 사회 안에서 하위 장르인 백합물을 드라마의 형식으로 가시화하며 관객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매 화마다 전혀 기대치 못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스토리로 관객들을 끝까지 붙잡으며 오늘의 자리까지 함께했다. 엉뚱하고도 매력적인 이 스토리와 배우들은 꼭 한번 팬들을 만날 자리가 필요했을 듯싶다. 오늘 함께 해주신 모두의 바램처럼 앞으로 세랑과 경주를 시즌2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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