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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Choice]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 오늘도 편의점에는 불이 켜진다

by indiespace_은 2016. 9. 1.



[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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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리뷰: 오늘도 편의점에는 불이 켜진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상효정 님의 글입니다.



편의점에 불이 켜졌다. 도심 외곽, 그 변두리에 있는 편의점은 매우 한적하고 조용해 보인다. 깔끔하게 잘 진열되어 있는 상품들과 그 위로 항상 켜져 있는 밝은 형광등 불빛. 언뜻 보면 마냥 한적하고 밝아 보이는 편의점이지만, 그 안에 담긴 하루는 매우 길다. 그리고 하루하루 편의점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결코 밝지만은 않다. 





‘우리’ 모두는 어딘가의 알바생이었다


영화는 ‘조국근대화의 신앙을 가지고 일하고 또 일했다고 떳떳하게 대답할 수 있게 합시다’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연설과 애국가로 시작된다. 이내 호루라기 기합이라도 받는 듯 애국가가 뚝 끊기고 편의점에 불이 켜진다. 그리고 그 익숙한 공기가 흐르는 작은 공간 안에 담겨진 아르바이트생들의 이야기들을 옴니버스 형태로 담담하게 풀어낸다. 


“21분 뒤나 21개월 뒤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은 똑같잖아요” 하나(유영 분)는 입대를 앞두고 편의점에서 일하게 된 기철(공명 분)에게 말한다. 같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던 은영(정혜인 분)과의 사랑을 그만두려 하면서도 사랑했던 만큼은 순수했으니 백번 헤어져도 늘 안 헤어질 것처럼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기철은 현수(신재하 분)에게 앞으로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 오디션에 백번 떨어져도 붙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응하라고 응원한다. 다음 아르바이트생이 된 현수는 ‘돈 없으면 꺼지세요. 그게 내가 여기서 배운 룰이니깐.’이라는 오디션 대사를 읊조린다. 오디션 시간은 다가오는데 다음 알바생은 오지 않고 복권 긁는 손님은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결국 오디션을 보러가지 못하고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가는 현수. 그의 대사, “이것이 여기서 배운 룰이니까”는 또 다른 아르바이트생인 수희(김희연 분)의 입으로 되풀이 된다. 


현대인에게 익숙하게 느껴지는 공간인 편의점이지만, 편의점에서 시작해서 편의점으로 끝나는 이 영화는 편의점이 하나의 사회 축소판임을 보여준다. 동성애자, 새터민, 오디션 준비생, 취업 준비생, 자퇴생까지 ‘우리’ 모두는 한 사회를 살아가는 아르바이트생이 된다. 그리고 편의점에 소주를 맡겨놓는 노숙인,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야쿠르트 아줌마, 담배를 사러오는 고등학생, ‘삼각 김밥은 상하면 삼각 김밥이 아닌 것이 되는 걸까?’며 철학적인 논변을 늘어놓는 철학도, 폐휴지를 찾으러 편의점을 찾아오는 할머니, 자기를 무시 하냐며 화를 내는 횟집 사장 등 편의점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비록 영화 속 캐릭터들이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현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 모두의 끝은 어디일까


편의점 점장, 전두환(김수현 분)은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중년의 남자다. 오디션에 가려는 현수에게 알바비를 못주겠다며 발목을 잡고 영어 카세트를 틀어놓고 영어공부를 하며 일하는 기선(이바울 분)에게는 왜 공부를 하냐며 화를 낸다. 본사에서 컴플레인 전화가 오자마자 아르바이트 생 민희(김새벽 분)에게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한다. 이른바 편의점 안에서는 ‘갑’으로 보이는 그이지만 그가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은 오로지 하나, 그의 편의점이다.

 

“ 장사가 잘 될 리 있나요. 여기 전기세 내고 임대료 내고 애들 인건비 빼면 하나도 남는 것도 없는데, 그리고 매일 본사에 보내야 될 돈이 얼만데…….” 


문은 닫혔지만 여전히 불이 환하게 켜진 편의점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윽고 법원과 편의점 본사에서 각각 두 남자가 찾아온다. 두 남자는 서로가 승리자인양 미소를 머금고 ‘채무’, ‘채권’, ‘압류’ 등이 적힌 종이서류로 편의점이 자기 소속의 것임을 증명해보이려 한다. 결국 편의점은 편의점 본사로 귀속되고 전두환의 얼굴에는 노란 딱지가 붙는다. 허공에 떠있는 그의 발밑으로 ‘개인 파산 선언을 하게 된 것은 그에게 끔찍한 일이다’라는 영어 공부용 카세트 음원이 흘러나온다. 


겉보기에는 환한 편의점이지만, 벗어날 수 없는 그 안에서 그는 그렇게 끝을 맞이한다. 우리 사회의 모습도 그렇지 않을까. 항상 제자리에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상품들은 바코드 소리를 내며 제 자신을 증명해보이려 한다. 하지만 거대하게 흘러가는 사회 시스템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품들은 사라지고 또다시 귀속되는 것으로 끝을 맞이하게 된다.





futureless things, 미래가 없는 것들


만남에는 항상 시작과 끝이 있다. 하지만 의문이 든다. 우리는 과연 그 시작과 끝을 인지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인연은 어디까지 인 것일까?’라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다. 당연하게도 21분 뒤에 일어날 일도 모르는데, 어떻게 21개월 뒤의 일들을 어떻게 알까? 우리는 1년 뒤의 일도, 1분 1초의 바로 코앞도, 우리의 끝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미래 앞에서 우리는 ‘이것이 우리의 끝’인 것 같음을 느끼게 된다. 오늘도 편의점에는 불이 켜진다. 흘러가는 한국 사회 시스템 안에서 호루라기 기합이라도 받는 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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