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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경계> : 경계 너머의 삶

by indiespace_은 2016. 7. 7.



 <경계줄 관람평

김은혜 | 스크린 안에서는 모두 경계 없이 지냈으면

박정하 | '너'와 '내'가, 다시 '우리'가 되는 과정

김민형 | 서로의 편지에서 발견하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위정연 | 경계 너머의 삶, 사람, 그리고 사랑

김수영 | 경계는 그 끝에 서야 알 수 있는 것




 <경계리뷰: 경계 너머의 삶


*관객기자단 [인디즈] 위정연 님의 글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는 수많은 경계가 있다. 사람들의 피부색부터 인종, 종교, 국경까지. 경계는 다양한 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너와 나를 구분 짓고 서로가 다른 존재임을 인식한다. 문제는 그 ‘다름’을 인정하지 않을 때 생긴다. 서로 편을 가르기 시작하고 ‘우리’가 아닌 ‘타인’을 배척할 때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그리고 여기, 경계 사이에서 아슬아슬 위태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있다. 바로 문정현, 블라디미르 토도로비치, 다니엘 루디 하리얀토 감독이 합작으로 만든 <경계>이다.



서로 다른 국적의 문정현(한국), 블라디미르(세르비아), 루디(인도네시아) 감독은 ‘비디오레터(영상서신)’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경계 사이에 놓인 사람들을 소개한다. 세 명의 감독이 서로에게 들려주는 이 다큐멘터리는 각자 개인적인 사연과도 얽혀있어 보다 진한 호소력을 갖는다. 문정현 감독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차별 정책으로 보금자리를 빼앗겨버린 레자 아주머니의 가족들을 집중적으로 촬영한다. 한때 그들은 ‘디스트릭트 6’에서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지만 현재는 갈 곳을 잃어버린 채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루디 감독은 25만 명의 베트남 난민들이 머물렀던 인도네시아 갈랑 섬의 난민촌을 주목한다. 현재 모두 폐허가 되어버린 이 공간은 당시 그들의 삶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편 블라디미르 감독은 싱가포르의 아시아 노동자들을 보여준다. 열악한 환경에 그대로 노출된 노동자들은 오늘도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분주히 움직일 뿐이다.



그 외에도 문정현 감독은 국적이 남한도 북한도 아닌 재일조선인 삼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삼촌은 65년 만에 한국 땅을 밟았고 그동안 조선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고향을 찾아갈 수 없었던 현실을 통탄한다. 세 감독은 경계 사이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사람들의 현실을 보여주며 그들을 그런 상황으로 내몬 사회를 비판한다. ‘너와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계를 만들며 타인을 배제시키는 행태는 폭력적이다. 어떤 이들에겐 그 경계가 생사의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문제를 신중하고 관용적인 태도로 바라볼 것을 <경계>는 주장한다. 그러나 ‘비디오레터’가 과연 그 주장을 위한 효과적인 전달 방식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경계>에 등장하는 너무 많은 사연들은 파편화되어 논지를 산만하게 만든다. 하나의 이야기에 좀 더 오랜 시간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경계>를 보면서 유럽 전역의 난민 문제와 최근에 발생한 브렉시트(Brexit)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난민 수용의 문제가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타자’ 사이에 선을 분명히 긋고 있는 것과 같다. 관용과 배려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는 희망이 없다. 경계 사이에 위태롭게 놓인 그들에게 우리가 먼저 손을 건네야 한다. 이 세상은 나 혼자 살아갈 수 없는 곳이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서로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 지금도 경계 너머 저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을 누군가에게 따뜻한 시선 하나, 손길 하나 내밀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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