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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다른 방식, 다른 시대의 자화상 <동주> 인디토크(GV) 기록

by indiespace_은 2016. 4. 20.

인디스페이스 후원상영회 1탄

다른 방식, 다른 시대의 자화상  <동주>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6년 4월 13일(수) 오후 3시 상영 후

참석: 신연식 감독, 모그 음악감독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수영 님의 글입니다.


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총선이 있던 지난 수요일 오후, 계속돼온 재정난을 돌파하고자 마련된 인디스페이스 후원상영회가 열렸다. 인디스페이스를 응원하고 영화 <동주>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자리를 빛낸 그 현장을 만나보자.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이하 진): 4월 13일에 감독님이 생각하는 동주는 어떤 영화인가요?


신연식 감독(이하 신): 관객 수가 100만이 넘었을 때 기자 분들이 “어느 정도 스코어를 예상했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물론 이준익 감독님과 저는 어느 정도 예상을 하긴 했어요. 그렇지만 예상을 떠나서 <동주>는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에요. <동주>를 통해 개인적으로 쟁취하고자 했던 것은 다 얻었거든요. 작품에 대한 평가나 흥행 스코어는 상관없었어요. 이준익 감독님과 즐겁게 작업했던 작품이고 그 동안 독립영화를 하면서 겪은 시련, 아픔을 감수하면서 쌓아온 제작 노하우를 쏟아 부었던 영화이니까요. 


진: 각본가로서의 신연식은 이미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영화인이에요. <동주>를 다시 보면서 제작자로서의 신연식의 노하우가 잘 드러났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분들이 인터뷰 기사를 통해 접하셨을 텐데 5억 원이라는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잖아요. 적은 비용으로도 시스템을 잘 갖춰 만든 영화이고 감독님께서 오랜 시간동안 구축해왔던 부분들이 잘 드러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 제작자로서 만드실 예술인 시리즈가 더욱 기대되고요. 예술인 시리즈에서 두 번째로 만날 분은 어떤 분이신가요? 


신: ‘목포의 눈물’을 부른 이난영 선생님이에요. <해어화>에서 배우 한효주와 천우희가 동경하는 당대 최고의 여가수로 이난영 선생님이 나와요. 그 분을 다루려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이난영 선생님을 탈근대를 시도한 최초의 여성 아티스트라고 생각하거든요. 파란만장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예술가로서의 타고난 기질이 묘사될 것 같아요. 그 다음 작품은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만담가 신불출 선생님을 다룰 예정이에요. 열 편을 계획하고 있는데 열편 중 한편만 제가 연출을 하려고 해요. 제가 연출할 작품은 <하녀>(1960)를 만드신 김기영 감독님에 대한 이야기에요. 김기영 감독님에 관한 자료는 이미 유족 분들께 받았고 구상은 해놨지만 언제 찍을지는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그 작품은 꼭해보고 싶어요. 가상의 영화 현장에서 일어나는 하룻밤의 이야기로 그 영화 현장에 김기영 감독님의 모든 영화 스타일이 다 응축되는 거예요. 하룻밤에 기이한 현실과 비현실을 왔다 갔다 할 예정이고요. 그리고 세트장 안은 흑백이고 밖은 컬러라서 한 화면 안에 컬러와 흑백이 공존하는 스타일로 나올 것 같아요. 


진: 관객 분들이 들으면서 기대가 크실 것 같은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셔도 돼요. 신연식 감독님은 말씀하신 것을 정말 다 지키시거든요. 사실 <동주>도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나왔던 이야기였는데 정말 1~2년 만에 개봉했거든요.(웃음) 신연식 감독님을 지켜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기다리지 않는 사람’, ‘찾아가는 사람’, ‘찾아갔던 것들을 작품 속에서 구현해내는 사람’이었어요. 타고난 이야기꾼이고 이야기를 문학적으로 잘 만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동주>를 보면서 의아했던 것은 감독님이 실존인물은 다룬다는 것이었어요. 


신: <동주>는 이준익 감독님이 제안하셨어요. 아직 만들지 않아서 그렇지 실존인물을 다룬 시나리오도 몇 개 있긴 있었어요. 윤동주 시인 같은 경우는 일제강점기 때라서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뤄야 될 인물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작가 입장에선 다루기 쉬운 인물이었어요. 왜냐면 긍정적인 면모가 있다면 부정적인 면모 또한 있듯, 실존인물을 극화시키다 보면 벽에 부딪힐 때가 있거든요. 전 생애를 펼쳐보면 예민한 부분도 있고요. 그런데 윤동주 시인은 미화시킬 필요도 없고 특별히 왜곡시킬 것도 없었던 인물이었어요. 윤동주 시인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돌아가신 역사적 사실이 명확하기 때문에 그 점이 유리했고요. 대한민국 국민의 많은 사랑을 받는 시인이라는 점 때문에 위험한 지점이 있기도 했어요. 그리고 윤동주 시인이 짧은 생애 동안 많은 이동을 하셨어요. 만주, 부산, 서울, 교토랑 도쿄까지 다 나오거든요. 학생으로 살다가 학생으로 생을 마감하셨지만 이동경로가 많아서 5억이란 예산에서 제한을 두고 찍는 점이 힘들었어요. 시나리오 단계에서 예산을 어떻게 운영할지 계산하지 않고 쓰면 그 예산으로 못 찍어요. 그래서 저는 시나리오를 쓰면서 캐스팅부터 촬영 스케줄, 예산 운영까지 계산해요.    


진: 그 다음 질문으로 제작비 절감의 노하우에 대해 물어보려 했는데 미리 답변을 해주셨네요. <동주>는 흑백으로 색을 선택적으로 쓴 것 같아요. 흰색과 검은색의 콘트라스트가 명료해지고 배우들의 얼굴 각이 또렷해진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특히 강하늘 배우가 이렇게 잘 생긴지 몰랐는데 조각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신: <동주>에 대해 처음으로 이준익 감독님과 이야기를 했을 때, 제가 시나리오와 제작을 맡고 감독님이 캐스팅과 연출을 담당하기로 했어요. 결정을 하시고 이준익 감독님은 <사도>(2014)를 찍으셨어요. <사도> 촬영 중에는 저도 감독님을 한참동안 뵈지 못했죠. 그리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오랜만에 만났는데 감독님께서 갑자기 캐스팅을 다했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리곤 아침에 시래기국을 먹으면서 두 시간 동안 강하늘 배우의 섹시함에 대해서 설교를 하셨어요. 그 후에 강하늘 배우를 실제로 봤는데 정말 섹시한 거예요. 남성미가 있는 섹시함이 아닌 세심한 남자의 정갈한 섹시함이 있더라고요. 



진: 강하늘 배우가 웃는 상이잖아요. 그런데 <동주>에서 웃음기를 빼니까 가지고 있는 다른 각들이 열린 것 같아요. 박정민 배우는 어떻게 이야기하시던가요?


신: <전설의 주먹>(2012)을 보고 깜짝 놀라셨다고 칭찬을 많이 하셨어요. 저는 강하늘 배우와 박정민 배우가 그 또래 수준에서 최고의 배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두 배우의 스타일이 많이 달라요. 스타일 자체가 너무 다른 배우라서 그 지점이 저희 영화에서 좋았던 것 같고요,


관객: ‘동주’가 서류에 서명을 하지 않고, 조선인 형사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는데 그게 각본에 명시되어 있었다면 어떻게 명시되어 있었고 그렇지 않다면 감독님은 어떻게 해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신: 눈물은 명시하지 않았어요. 전혀 다른 인물이고 같은 공간에서 태어나서 자랐지만 전혀 행보를 걷잖아요. 사실 두 인물이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았지만 행동이 달랐던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다른 인물이지만 한 인물 같이 묘사를 했어요. 묘사했던 방향성 안에서 그 시대의 모순, 양 극단에 있는 행동이 결국엔 시대 상황을 들춰낼 수 있게 한 것이죠. 윤동주의 모습을 보고 눈물이 맺혔던 것은 감흥을 받아서라기 보단 본인들의 모순과 부조리를 숨기고 싶었던 것이 들켰고, 거기에 대한 당황함으로 인해 나오는 리액션으로 연결을 하셨을 거예요.


관객: <조류인간>(2014) GV때 절대로 본인 영화엔 출연하지 않겠다고 하셨는데 이번에 출연하셔서 영화를 볼 때 마다 웃겼어요. 그리고 시나리오를 쓰셨지만 연출을 직접 하시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연출부와 회의를 하실 때, 이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신 점이 있나요?


신: 사실 다신 안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영화 예산 때문에 보조출연자들을 쓰지 못했어요. 대신 연기 잘 하는 연기 전공자들을 스무 명 정도를 계속 다른 분장으로 나오게 했죠. 양보단 질로 간 거예요. 한 번은 세 시간 동안 분장을 했는데 제가 점으로 나왔어요. 그래서 조감독에게 이렇게 작게 나오는 거면 왜 세 시간 동안 분장을 했느냐고 말했어요. 그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계시던 감독님이 다음 촬영 때 얼굴이 나오게 찍어주시더라고요.(웃음)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감독마다 성향과 스타일이 모두 달라요. 저는 기본적으로 작가적 정체성을 갖고 그 베이스로 제작과 연출을 하는 사람이에요. 반면 이준익 감독님은 전형적인 기획자세요. 저는 제가 아니면 안 될 작품을 연출해요. 그리고 <동주>같은 경우는 처음에 감독님이 제안을 하셔서 당연히 감독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시나리오를 썼고요. 혹시나 감독님의 필모그래피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까봐 부담도 있었어요. 그래서 애당초 개인적인 욕심은 없었어요.


진: 여기 모그 음악감독님도 오셨는데 혹시 음악에 관한 질문 있으신가요? 저는 처음 영화 시작할 때 흑백이라서 무거울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어요. 그런데 첫 장면에 나오는 음악이 정말 좋았어요. 많이 경쾌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칙칙하지도 않은 톤이었는데 계속 그 기조를 유지하더라고요. 그래서 모그 음악감독님과는 어떻게 음악 이야기를 나누셨는지 궁금합니다.


신: 음악이 엄청 힘들어요. 아무리 말로 해도 말로 할 수 있는 한계가 있어요. 음악감독님이 직적 만들어서 들어봐야 아는 거예요. 이준익 감독님은 모그 음악감독님한테 “네가 위스키를 마시고 연주를 해서 그래. 달밤에 소주를 마시면서 달을 보고 연주해야해”라는 디렉션을 주셔서 모그 음악감독님이 깊은 혼란에 빠지셨죠.


모그 음악감독: 처음에 생각했던 지점은 정서적인 접근이었어요. 시나리오에서 시인의 삶과 시를 이어가는 부분들이 가장 중요했거든요. 어린 시절, 라디오에서 시 낭송이 나올 때를 생각해보면 통기타 반주가 배경음악이었어요. 직접적으로 쓰이지 않고 간접적으로 쓰이는 음악이었죠. 그리고 영화의 강점이 역사적 사실이고 워낙 배우 분들이 연기를 잘 하셔서 그냥 음악이 흘러만 가도 감정과 정서를 충분히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더군다나 이준익 감독님께서 공허하고 음이 많지 않아도 감정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음악을 원한다고 디렉션을 주셨어요. 좋게 표현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고요. 아까 이야기 했듯이 “달밤에 위스키가 아닌 소주를 마시면서 음악을 만들어라, 배우의 눈동자를 보면서 음악을 만들어라”같은 디렉션을 주셨어요.(웃음) 사실 그럴 수 있었던 점이, 시나리오가 나온 후 제 메인테마를 쓰신다고 어느 정도 확정하시고 기능적인 작업만 추가적으로 하시고 싶어 하셨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여유로운 디렉션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일제강점기란 시대상을 부끄러움의 시적언어로 담아낸 윤동주 시인. 다양한 영화들의 영상언어로 우리 시대를 담아내고 있는 인디스페이스. 우리의 자화상을 다른 시대에, 다른 방식으로 기록하는 인물과 공간이지만 어딘가 닮아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시인이란 슬픈 천명을 안고 간 인물과 꿋꿋하게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공간 사이에서 오는 그 무엇 때문은 아닐까. 윤동주 시인의 가치를 알아봐주고 시집을 발간해준 사람들이 있듯, 인디스페이스 역시 인디스페이스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관객들이 필요하다. 우리는 자화상을 계속해서 기록해줄 공간과 그 가치를 인정해주는 당신들이 절실하다. Save Our Story. Save Our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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