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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기획] 결혼은 정말 미친 짓일까: 결혼-가정-육아, 이 애증의 대상들에 대하여

by indiespace_은 2016. 2. 22.

 결혼은 정말 미친 짓일까: 결혼-가정-육아, 이 애증의 대상들에 대하여 

<마이 플레이스>(2013), <두 개의 선>(2011), <소꿉놀이>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정하 님의 글입니다.


연애의 종착점이라 불리기도 하는 결혼. 프러포즈부터 결혼식까지, 우리의 통념 속 결혼은 그렇게 로맨틱할 수가 없고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하지만 ‘결혼은 현실’이라든지 ‘결혼 일찍 하면 고생’이라든지 ‘결혼을 하는 순간 내 삶은 사라진다’라든지… 이런 말, 다들 심심치 않게 들어봤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결혼을 하고 싶어하고, 결혼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며 결혼하지 못할까 조바심을 내는 걸까?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내 아이를 낳고 기르는 삶, 정말 행복한 걸까? 아님 결혼은 정말 미친 짓인 걸까? 이번 기획에서는 결혼과 가정 그리고 육아에 대해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 <마이 플레이스 My Place>(2013)  감독: 박문칠



만약 당신의 가족 혹은 가까운 지인이 스스로 싱글맘이라는 길을 택하겠다면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마이 플레이스>는 스스로 싱글맘이 되기를 결정한 감독의 여동생 덕분에(?) 탄생한 영화이다. 그녀가 싱글맘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내 아이를 원했으나, 남편은 원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충분히 혼자 키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 예상대로 아들 ‘소울’을 혼자 키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소울이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아빠라는 개념을 알게 되고, 우리 아빠는 어디 있냐는 질문도 하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자신이 했던 선택에 대해서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녀는 한부모가정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이 신경 쓰이지 않지만, 소울은? 이 용감한 싱글맘의 이야기가 영화의 주 내용은 아니지만, 남들은 혀를 내두를 상황에서도 그래도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말하는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을 통해 우리는 가정을 이루는 필수요소라 여겨왔던 결혼에 대해, 일정기준에 따라 정상, 비정상이라 구분 지어졌던 가정에 대해 한 번쯤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2. <두 개의 선 2 Lines>(2011)  감독: 지민



10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함께 하고 있으나 결혼은 하지 않고 아이도 갖지 않겠다던 감독 ‘지민’과 남자친구 ‘철’이 피임 실패로 결국 아이를 갖게 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이들은 결혼과 결혼 후 나의 삶이 규정지어지는 것이 싫어 미혼이 아닌 ‘비혼’의 길을 택한다. 하지만 ‘결혼도 않고 아이를 낳는다니 이기적이다’, ‘아이에게 색다른 부모를 만들어주지 말라’는 등, 친구들의 반응은 그들의 고민이 끝날 수 없게 한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아이는 큰 수술을 받아야 할 상황에 처한다. 법적 부부에게만 지급되는 정부의 수술 보조금을 받기 위해, 둘은 떠밀리듯 혼인신고(결혼)를 하게 된다. 이후 그들이 싫어했던, 엄마역할과 아빠역할을 자연스레 분담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자신들이 어쩐지 진 것 같아 속상해한다. 지민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들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했지만, 그들은 결혼을 하려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더라고 말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지 물으러 갔던 철에게 담당자는 “가정이 뭔지 아시죠?”라고 질문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런 질문들이 떠오른다. 우리는 왜 당연히 결혼을 하려 할까? 가정이란 정말 무엇일까?




1. <소꿉놀이 Welcome to Playhouse>  감독: 김수빈



수빈은 혼전임신으로 인해 2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졸지에 엄마가 되어버린다. 임신을 했고, 출산도 했고, 엄마라는 이름을 부여 받았지만 그녀 스스로는 아직 엄마가 되지 않았다. 밖에서 일하는 남편처럼 그녀도 집에서 일을 하지만 애를 보면서 일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시어머니에게도, 남편에게도 힘들다 투정도 맘대로 할 수 없다. 학생으로서 학교도 가고, 아내로서 남편을 챙겨주고, 엄마로서 아이를 돌보고, 가계를 생각해 일도 하는, 듣기만 해도 피곤해지는 이 생활을 계속 이어나갈수록 수빈은 나의 삶이 없어지는 것 같은데, 남편은 말한다. 요리를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유학을 가고 싶다고. <소꿉놀이>는 25일 개봉을 앞두고 있고, 아직 영화를 보기 전이라 결혼이라는 제도하에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여성의 이야기가 다뤄질 것이라 추측해 본다. 하지만 이 상황이 수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공통의 문제라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다. 엄마로서의 삶도 좋지만, 정녕 나 자신으로서의 삶을 포기해야만 하는 걸까?



이 세상에는 당연한 것이 너무나도 많다. 당연히 결혼을 해야 하고, 당연히 결혼 후 아이를 낳아야 하고, 당연히 엄마는 집안일을, 아빠는 바깥일을 해야 한다. 결혼-가정-육아가 우리에게 애증의 대상이 된 것은 그 자체 보다 이놈의 ‘당연함’ 때문일지도, 당연한 것이 정상적이라는 인식 때문일지도 모른다. <소꿉놀이>가 애증의 대상으로서의 전형적인 결혼-가정-육아를 보여줌으로써 다르게 살 수 없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면, 나머지 두 영화는 그 고민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꼭 결혼을 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당연함’을 지워버리자는 것이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 ‘틀리다’와 ‘다르다’는 다르다. 이 세상에 당연하고 정상적인 혹은 틀린 결혼-가정-육아는 없다. 그저 다른 결혼-가정-육아가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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