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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기획] 2016년 1월 개봉작 다섯 감독 집중탐구

by indiespace_은 2016. 1. 20.

 2016년 1월 개봉작 감독 집중탐구 

<화장실 콩쿨> 이용선 감독, <거미의 땅> 박경태·김동령 감독, <프랑스 영화처럼> 신연식 감독, <하프> 김세연 감독, <울보> 이진우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차아름, 김수빈 님의 글입니다.


올해 1월, 인디스페이스에서는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다룬 독립영화들이 연이어 개봉을 하고 있다. 단편 애니메이션부터 다큐멘터리, 옴니버스 영화까지 그 어느 때보다 개성 있는 풍성한 영화들이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처럼 1월 개봉작들이 독특한 소재와 뚜렷한 개성의 영화들인 만큼 기획기사를 통해 작품을 연출한 감독들이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 주제 혹은 소재와 그들의 이력, 작품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1. <화장실 콩쿨> 이용선 감독












상영시간 삼십분에 불과한 단편 애니메이션 <화장실 콩쿨>은 2015년 제 11회 인디애니페스트에서 관객심사단상, 관객상, 독립보행상을 수상하였다. <화장실 콩쿨>은 단편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7일 개봉하였다. 이용선 감독의 첫 정식 개봉작이다. 그는 2010년 <얼론>을 시작으로 총 네 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발표하였다. 그의 두 번째 작품인 <기억하려하다>(2011)는 오래된 연인을 기억하지만 끝내 얼굴을 떠올리지 못하는 남자의 이야기로, 흑백 톤 화면과 흔들리는 선들로 캐릭터의 불안한 심리와 극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2014년도 작품인 <거대한 태양이 다가온다>는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부문에 진출하기도 한다. 사실적이고 섬세한 묘사는 아니지만, 몽롱한 색감과 흐릿한 이미지로 그만의 독특한 서정성을 구현하고 있다. 

앞선 작품들과 달리 이번에 개봉한 <화장실 콩쿨>의 그림체는 다소 귀여운 캐릭터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귀여운 캐릭터의 움직임과 투박한 선이 ‘헬조선 직장 코미디’로 40대 직장인의 애환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있다.  




2. <거미의 땅> 박경태, 김동령 감독







지난 14일 개봉한 <거미의 땅>은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박경태, 김동령 감독은 <거미의 땅> 이전부터 기지촌에 대한 영화를 소개한 적이 있다. 우선 박경태 감독의 작품 <나와 부엉이>(2003)는 그동안 사람들의 편견 속에서 늘 외면 받고 감추고 있었던 기지촌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그들의 일상을 세세히 보여주며 그들의 삶도 평범한 삶과 다르지 않음을 관객에게 보여주었다. 이에 <나와 부엉이>는 2003년 반미영상제의 폐막작과 제7회 인권영화제 국내상영작으로 선정되었고, 인디포럼,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비엔날레 부문에 소개되었다. 

김동령 감독 역시 전작인 <아메리칸 앨리>(2008)에서 기지촌의 현재를 보여주었다. 과거 외화벌이를 위한 양공주의 모습이 아닌 그곳에서 나이 들어간 할머니들과 새롭게 이주해온 필리핀, 러시아 여성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과거의 기지촌과 현재의 기지촌의 모습에서 반복되고 있는 기지촌 여성의 삶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에 <아메리칸 앨리>는 2008년 제 1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와이드앵글 부문, 제 34회 서울독립영화제 초청상영에서 소개되었고, 이어 2009년 제 9회 인디다큐페스티벌, 제 14회 인디포럼에서도 소개되었다. 제 11회 야마카타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는 뉴 아시안 흐름-오가와 신스케 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처럼 기지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는 두 감독이 만나 연출한 <거미의 땅>은 지난 14일 개봉했다. 이미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수상경력이 있는 김동령 감독은 이 작품으로 박경태 감독과 함께 다시 한 번 제 13회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국제경쟁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앞서 기지촌을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했던 두 감독이 이번에는 어떤 시선과 깊이로 그들의 모습을 담아낼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3. <프랑스 영화처럼> 신연식 감독






신연식 감독은 각본, 연출, 제작을 전천후로 소화하며 한국영화계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온 감독이다. 초기작부터 범상치 않았다. 초저예산이라 할 수 있는 300만원의 제작비로 찍은 세 시간짜리 흑백영화 <좋은 배우>(2005)는 큰 주목을 받았다. 연극배우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연기의 본질을 묻는 이 작품을 통해 신연식 감독은 제31회 서울독립영화제 장편영화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영화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다. 이후 사랑에 직면한 50대 남자의 성장담 <페어러브>(2009)를 통해 상업영화까지 영역을 넓힌다. 제작사를 찾기 힘들었던 감독은 전세금 1억 원을 빼 직접 제작사를 차린다. 제작사의 이름은 영화를 이루는 기본 요소, ‘빛과 소리’라는 뜻의 '루스이소니도스(Luz y Sonidos)'. 이후 감독은 스스로 작품 제작을 도맡으며 적은 예산에서도 얼마든지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증명해내고 있다. ‘예술과 인생의 본질에 대한 성찰’은 신연식 감독 영화의 화두다. 젊은 소설가가 27년간 식물인간으로 지내다 깨어나 보니 대문호로 이름나 있다는 설정에 기반을 둔 영화 <러시안 소설>(2012)과 <러시안 소설>의 주인공이 썼던 소설을 영화화한 <조류인간>(2014)은 모두 예술과 구원을 이야기한다. 그 가운데 김기덕 감독의 각본을 바탕으로 신 감독이 “상징이 아닌 서사에 기반”해서 만든 영화가 <배우는 배우다>(2013)다. 감독의 수작들은 각종 영화제에 단골 초청되고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등 권위 있는 상들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아왔다.

신연식 감독의 품이 닿은 영화 중 새해 처음 개봉한 영화는 지난 14일 개봉한 <프랑스 영화처럼>이다. <프랑스 영화처럼>은 처음의 설렘과 그리움, 애틋함을 전하는 이야기 네 편이 모인 옴니버스 영화다. 할리우드에서 활약 중인 스티븐연이 출연하는 첫 한국영화이자, 다솜, 전지윤, 신민철, 정준원 등 신예들의 발굴로 많은 관객들의 기대를 받는 작품이다. <프랑스 영화처럼>은 단편의 형태로 감독이 아주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던 이야기며 신연식 감독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올 2월에는 신연식 감독이 각본과 제작으로 참여하고 이준익 감독이 연출한 <동주>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성실함을 무기로 부지런히 이야기를 쓰고 빛과 소리에 이야기를 담아온 감독 신연식. 그가 품어온 열정의 흔적들을 서둘러 만나고 싶다.




4. <하프> 김세연 감독





1월 21일 개봉을 앞둔 <하프>는 김세연 감독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어느 성에도 속하지 못한 ‘그’녀가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로 사회가 그은 경계선 위를 살아가는 트랜스젠더의 삶을 다룬다. 감독은 “<하프>는 특정 소수자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힘든 사회 속에서 차별 받는 우리 모두가 소수자라는 점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영화다”며 영화가 지닌 보편적인 주제를 강조한다. 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서 상영된 바 있으며 임흥순 감독의 <위로공단>(2014) 등과 함께 39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김세연 감독은 <도시 비둘기>(2007), <데뷔>(2010) 등 인상적인 단편들을 내놓으며 만만한 재능을 증명해 온 감독이다. 〈도시 비둘기〉는 매일 천안행 지하철을 타고 소일하는 김영감과 윤여사의 로망을 다룬 영화로 제4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1회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6회 시네라이페스티벌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상영되며 촉망받는 신예 감독의 등장을 알렸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상영됐던 <데뷔> 또한 많은 관객들의 뇌리에 선연한 인상을 남겼다. 뮤지션의 꿈을 잃어가던 30대 중반의 남자가 변두리 노래방에서 만난 소녀의 목소리에 반해 꿈을 되살린다는 내용으로, 감독이 제작의도에 남긴 말처럼 ‘꿈을 향해 억척스럽게 질주하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또한 열정을 품고 살지 않는 이들에게 반성과 다짐’의 계기를 마련해주는 영화다. 이외에도 2012년작 김준성 감독이 연출한 단편 <불륜>에서는 제작, 각본, 편집을, 2014년 이동삼 감독이 연출한 <왓니껴>에서는 조감독과 각본을 맡는 등 현장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꾸준히 활동해왔다.




5. <울보> 이진우 감독












마지막으로 1월 28일 개봉하는 <울보>의 이진우 감독이 있다. 이진우 감독은 그간 <Lady First>(2006)라는 2분짜리 초단편 영화를 비롯해 호기심 많은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궁금해요 그대 팬티>(2007), 구교환과 함께 작업한 29분짜리 단편 <겨울잠>(2012) 등 개성 강한 단편들을 선보이며 실력을 다져왔다.

<울보>는 이진우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모범생, 날라리, 양아치로 꼽히는 세 명의 친구들이 모여 험난한 세상에서 우정을 쌓아나가는 이야기다. <야간비행>(2014), <거인>(2014), <들꽃>(2014)에 이어 청소년의 삶과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보듬는 영화다. <울보>는 개봉 이전부터 국내외 영화제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 특별언급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뿐만 아니라 제63회 산세바스찬국제영화제 신인감독경쟁 후보에 올랐으며 제31회 바르샤바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영화진흥위원회와 경기영상위원회 지원작으로 선정되었던 작품이다.


작년 12월 3일에 개봉한 김진열 감독의 <나쁜 나라>를 포함해 <화장실 콩쿨>, <거미의 땅>, <프랑스 영화처럼>, <하프>, <울보> 이 여섯 작품과 함께 인디스페이스는 새해를 맞이했다. 새해에 개봉한 다섯 작품의 여섯 연출자들의 공통점은 오랜 시간 녹록치 않은 현실에서도 꾸준히 작업해왔다는 점이다. 영화 곳곳에 녹아있는 그 지극한 끈기와 열정이 관객들에게 오롯이 전해지기를 바라며, 열정 가득한 1월의 인디스페이스를 많이 찾아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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