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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조용히 지켜보고 담아낸다 '한다감2 - 민환기 감독 기획전' 대담 기록

by indiespace_은 2015. 10. 23.

조용히 지켜보고 담아낸다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2 - 민환기 감독 기획전 대담 기록


일시: 2015년 10월 19일(월) 오후 7

참석: 민환기 감독, 김영진 영화평론가

진행: 손경화 감독 (<의자가 되는 법>, <그 자식이 대통령 되던 날>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심지원 님의 글입니다.


한국 다큐멘터리의 현 위치에 대해 평소 관심을 가졌던 이들이라면 분명 이번 기획전에 주목했을 것이다. 인디스페이스에서는 10월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2 – 민환기 기획전’이라는 이름으로 민환기 감독의 다큐멘터리 세 편을 상영했다. 19일에는 비교적 최근작인 <미스터 컴퍼니>(2012) 상영과 함께 대담이 진행되었다. 민환기 감독과 김영진 영화평론가가 함께한 대담 현장을 공개한다. 




손경화 감독(이하 손): 보통의 다큐멘터리는 이슈나 내용 중심으로 이야기들이 진행되기 때문에 감독의 고민에 대해 상대적으로 이야기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 기획전에서는 감독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하는 취지로 마련되었습니다. 


민환기 감독(이하 민): 저 같은 경우 처음부터 다큐멘터리를 만들려던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사실 극영화를 계속 공부했고, 제작도 해보려 했는데 생각만큼 재미있지가 않더라고요. 오히려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들이 저에겐 괴롭게 느껴졌습니다. 처음 <Play It Again>(2004)이라는 장편 작업도 극영화랑 다큐를 반반씩 섞는 것이 의도였습니다. 제가 알게 된 여배우 분이 연극 공연하는 걸 찍는 동시에 저의 디렉션이 들어간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찍다보니까 여배우보다 다른 배우 분들이 훨씬 재밌어서 계획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재밌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 역시 이걸 보면 될 일이지, 무엇을 연출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게으름이기도 했고요. 저는 참을성이 많다거나 남의 이야기를 그리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말이 많은 사람도 아니지만요.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면서는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이기도 했습니다. (웃음) 그렇게 영화를 찍으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평소 볼 수 없었던 다른 면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꽤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가만히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고, 나라는 사람이 저 사람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오랫동안 지켜보는 것 역시 좋은 사람이 된 느낌이 들게 하고. 그게 재미있어서 다큐를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김영진 평론가(이하 김): 민환기 감독님과 저는 개인적으로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사이에요. 대학원을 같이 다녔거든요. 사실 민환기 감독이 다큐멘터리를 할 줄은 몰랐어요. 게으른 수재였거든요.(웃음) 수업에 제때 들어오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강사님이 민환기 감독을 증오의 눈길로 바라보셨던 기억이 나네요. 다큐멘터리는 상당한 성실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민환기 감독이 다큐멘터리를 찍었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그러던 중 민환기 감독이 <Play It Again>,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2009), 그리고 <미스터 컴퍼니>까지 저에게 모니터를 부탁했는데, 굉장히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면서 떨더라고요. “사람들이 볼 것 같아요?“라고 물으면서요.(웃음) 민환기 감독의 스타일을 설명하자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스터 컴퍼니>만 해도, 영화 중간까지는 ‘어떻게 되는 거지’ 싶다가도, 마지막에 ‘뭔가 있나?’라고 생각하게 돼요. 다큐멘터리에도 스토리텔링이 있기 때문에, 마지막에 정겨움이라든지 극적 즐거움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민환기 감독은 막상 극장에 나갈 때 급 소심해지더라고요. 그건 제가 뭐라고 할 것이 못 되는 감독의 작업 스타일이자 개성이라고 봅니다. 본인도 작품의 변에서 이야기 하듯, ‘비포 앤 애프터’라는 현실은 변하지 않지만, 여러 과정을 거침에도 내상을 겪지 않는 모습에 감동한다는 이야기를 하죠. 그것을 포착하는 것이 민환기 감독의 작품 세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왕 불안과 초조에 떨 거면 후반부에서 조금 치고 올라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요즘 다큐멘터리들은 스토리텔링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고전적 다큐멘터리의 정의는 거의 폐기되다시피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민환기 감독이 클래식한 다이렉트 시네마 유형의  작업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민: 이번에 새로 찍은 영화는 유니세프에서 지원을 받았어요. 그래서 더 재미없어졌어요.(웃음) 극적인 사건도 정말 하나도 없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더 만족하는 편입니다. 장편이 아니기 때문에 개봉 생각도 하지 않았고요. 조금 더 자유롭게 해볼 수 있는, 고전적인 다이렉트 시네마에 가까워진 것 같아요. 변화가 없다고 하지만, 제 나름대로는 변화를 꾀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자면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를 찍으면서 암울한 현실이 묻어나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당연히 저의 목소리는 아닐 테고요, 인물들의 삶 속에서 그것이 드러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이들의 모습과 대비되는 현실이 드러나길 바랐는데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미스터 컴퍼니>에서는 반복적으로 그들의 내면에 들어가려고 하죠. 그 이유는 내면이 궁금했다기보다 이들을 합리화로 몰아붙이는 자본주의의 전제를 생각해보고자 하는 의도였습니다. 하지만 딱히 그런 결과가 나오진 않은 것 같아요. 들은 이야기로는 이 영화를 대기업에서 상영한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 취지가 ‘너희 회사 나가면 망한다. 그러니 붙어있어라.’더라고요. 의아했어요. 그런 식으로 볼 수도 있나 해서요. 우리 현실의 대안을 찾는 게 아니라 팍팍한 현실에 머무르라는 반응이라 놀랐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어쨌든 <미스터 컴퍼니>가 단지 어떤 인물들의 심리를 따라가는 영화가 아닌, 현실이 그들의 심리를 어떻게 왜곡, 변화시키는지에 가닿길 원했던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김: 저는 종종 이런 이야기에 홍상수 감독 영화 이야기를 하는데요.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매직’이라고 이야기하는 순간이 있고, 저도 역시 그 순간이 느껴지거든요. 이번 홍상수 감독 영화에서도 말미에 눈이 펑펑 내린단 말이죠. 그런데 그게 실제로 내린 눈이었다고 해요. 그리고 그것이 마치 그들의 인연을 축복하는 것처럼 느껴지죠. 미세할지언정 고양되거든요. 저는 그런 것들이 영화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환기 감독 역시 후반부를 고양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감독 역시 어떤 식으로 편집할 지 고민이 될 것 같아요. 아무리 개입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죠. 


민: 맞는 말씀인 것 같아요. 이번에 유니세프에서 아이들을 찍었을 때, 드라마에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촉수를 예민하게 세우고 어떻게 재미있게 편집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는 편입니다. 이번 같은 경우는 그런 욕심들을 다 버리고, 오히려 더 지켜봤던 것 같아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개봉일 때 냈던 조바심이 제 의도와 달리 영화를 평이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했어요. 고민하고 조바심내기 보다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에도 좀 더 지켜봄으로 해서, 김영진 평론가께서 말씀하신 ‘기적 같은 순간’을 더 포착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Play It Again>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요, 다시 보니까 카메라 워크에서 잘못된 점들이 몇몇 보이더라고요. 이렇게 <Play It Again>과 아이들과 촬영한 이번 작품이 맞물리면서 형식에 대한 고민, 담아내는 대상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바심 때문에 갈등에 집중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것은 당연히 촬영 당시의 문제만이 아니라 소재나 주제들이 변화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나 <미스터 컴퍼니>의 인물들은 상당히 젊은 사람들이잖아요. 소재나 형식을 좀 더 넓혀야 하지 않을까 라는 고민을 좀 하게 되었습니다. 



김: 민환기 감독에게 맞는 주인공의 자질은 무엇인가요? 본인과 다른 직업군에 있는 사람들을 선택하시는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준이 직업은 아닌 것 같아요. 보통 쇼맨십이 있고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삼는 편인데, 민환기 감독은 전혀 그렇지 않은 유형의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삼는 것 같습니다.


민: 여자였던 것 같아요.(웃음) 


김: <미스터 컴퍼니>는 아니지 않나요. 


민: 농담이고요. 직업으로 사람에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닌 것 같아요. <미스터 컴퍼니>에서도 직업 자체에는 그렇게 흥미를 느끼지 않았고요. 보통의 사람들이 많이들 관심을 갖는 것에 관심을 갖지 않는 성향이 제게 분명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에게는 영화화기 힘듦에도 신념이 굳건한 사람들을 찍어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변호사 분들도 계실 테고, 노동 운동이나 인권 운동을 하는 분들도 계시겠죠. 이런 분들이 차별화되는 건 직업 이상의 선택을 했기 때문이죠. 그런 분들을 찍으면 흥미로울 것 같아요. 분명하게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궁금하거든요. 힘들게, 그리고 조용히 신념을 지키는 분들께 관심이 가고, 그 분들을 조용히 지켜보는 카메라가 이를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손: 저처럼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들은 민환기 감독님 작품을 많이 보곤 하는데, 감독님이 게으른 분이신지 전혀 몰랐네요.(웃음) 출연자들에게 어떻게 개봉을 설득했을 지에 대해 궁금했는데, 듣기로는 감독님께서 매일같이 출근을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도저히 출연자 분들이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본인이 게으르다고 하시는 건 굉장히 의외의 이야기인데요. 작업하실 때 출연자 분들과의 관계 맺기는 어떻게 하시나요? 영화의 내용 자체가 개봉 후에 출연자들이 썩 좋아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민: 매일 간 건 아니었고, 2개월 정도만 매일 갔습니다.(웃음) 놀라운 건 이거죠. 김진화 대표는 본인이 멋있게 나왔다고 생각하고, 김방호 대표도 본인이 멋있게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둘 다 그런 면이 있는 건 사실이죠. 하지만 사실 술자리 장면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잖아요. 그럼에도 어느 정도 동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본인들이 유명해지려고 찍은 게 아니라는 동의 말이죠.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 때도 주인공들이 영화에 나오는 본인들의 모습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제가 그 때마다 장난으로 오히려 실제보다 잘 나왔다고 하긴 했지만. 출연자 본인들도 본인들이 가진 장점과 단점 중 단점만 나왔다고 생각하진 않는 것 같아요. 그래도 항상 쉽게 넘어갔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술도 마시고, 설득하는 과정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출연자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술도 많아 마셔야 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눠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새로 찍은 작품에서는 어린 아이들이랑 술을 먹을 수가 없잖아요.(웃음) 저는 그래서인지 그 작품이 맘에 듭니다.


김: 저는 <뜻밖의 수업>(2014)이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를 보면서 ‘다큐멘터리 감독은 아무나 못 하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마음이 약해서 못하겠더라고요. 그 수위 자체에 대해서 출연자 당사자가 보기엔 불편할 수 있지만, 사실 관객 입장에서는 ‘이것 말고 더 있잖아!’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갈등이 더 존재할 것 같고, 그것을 더 파고들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 요조가 연예인이 아니었으면 그런 부분들을 더 찍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자꾸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이 불편한 순간들이 분명 있거든요. 요조가 연예인이다 보니 저도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이 이야기가 그 사람들에게 치명적일 수도 잇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때 당시 요조는 20대 후반이기도 했고요. 내 다큐멘터리를 위해 어린 친구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요구하는 것은 제 스스로가 자제해야겠다는 생각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뭐, 그런 부분들을 저만 알고 싶어서 그런 것도 있고요.(웃음) 


관객: 저는 사실 창업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소위 CEO와 이사라는 사람들이 이메일의 말투 때문에 말다툼하는 것들을 보게 되니까 환상이 깨지더라고요.(웃음) 감독님께서는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이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는 시간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영화를 찍으면서 어떤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게 되셨나요?


민: 일단 편견과 선입견은 꼭 나쁜 의미의 것이 아닌 것 같고요, <미스터 컴퍼니>는 꽤 복잡하게 결합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단순히 목표, 이념을 향해 그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매진해서 나아갈 것 같지만, 사람은 사람이다 보니까 사실 더 복잡한 것 같아요. 김방호나 김진화가 싸우는 부분도 성격 차이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그 속에는 장남과 처남의 싸움 역시 있는 것 같아요. 김방호는 김진화가 선배이기 때문에 예전에는 그가 하는 말이 다 맞다고 생각을 했는데, 사실 그렇지 않은 부분도 많은 거죠. 그리고 그것이 논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사업을 하면서 증명할 기회가 온 것이기도 하고요. 또 김진화 대표 같은 경우는 말투가 좀 강하긴 하지만, 그러면서도 꽤나 나이브한 면이 있어요. 상대방을 신뢰하는 태도가 있는 것 같아요. 이 영화가 촬영될 수 있었던 건 김진화 대표 덕분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들 이 영화에 대해서 반대를 많이 했거든요. 그 때 김진화 대표가 이야기 했던 게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를 판단하지 말고 객관적으로 보자’고 했어요. 사람이 가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는 복잡한 면이 있는 것 같고, 그것이 바뀌기도 쉽지 않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자본주의를 단순히 착취하고, 착취당하는 문제로 볼 수도 있지만, 결국 자본주의에 대해 더 이야기 하려면 사람에 대해서 더 잘 알아야하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편견이나 선입견은 자본주의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사람에 관한 것일 수도 있는 겁니다. 다큐멘터리는 저에게 그 시간이 아니었다면 알 수 없었던 편견 혹은 선입견을 버리는 시간이 아니었는가 합니다. 


관객: 보통 영화를 찍으시는 분들이 큰 그림을 생각하고 시작하기 마련이잖아요. 감독임은 김진화 대표가 떠날 지 전혀 모르고 찍으신 건가요?


민: 네. 몰랐습니다. 알았으면 안 찍었을 거예요.(웃음)


관객: 영화를 보면서 착한 편에 감정을 이입해서 보면 참 편한데, 이 작품은 그럴 수가 없는 작품이잖아요. 저 역시 영화 속과 비슷한 조직을 이끌고 있는데... 


김: 무엇을 이끄시기에.(웃음)


관객: 그래서 시작할 때 있었던 사람들 중 몇 명이 퇴사하고 잠적하는 일이 남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참 재미있게 봤고요. 쓰신 글을 보면, 그 사람들이 어떻게 밥을 먹고 사는지 궁금했다고 쓰셨던데, 저는 다큐멘터리 감독 분들이 어떻게 먹고 사는지가 궁금했습니다.


민: 죄송하지만 저는 잘 먹고 잘 삽니다.(웃음)


김: 이 분은 대학 교수님이라 잘 먹고 잘 사십니다.(웃음)


손: 못 먹고 못 사는 건 사실 제 이야기라, 말씀드리자면, 다큐멘터리 감독들은 작업으로 수익이 생기기 어렵기 때문에 강의라든지 영상 작업이라든지 많은 양의 일로 버티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관객: 영화 속 숨겨진 뒷이야기들이 많았을 텐데, 뭔가 더 파고들어 갔으면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요. 


민: 인물들을 파고들어서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것은 제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제 편집 의도는 이들의 환상이 어떻게 부서지는 지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이 분들은 호기롭게 시작했음에도, 결국 어떤 면에서는 다 진 것 같거든요. 이사도, 그리고 디자이너도요. 영화라는 것이 제가 그 사람의 전체 삶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 스톱하느냐의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김: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하면서 요만큼이라도 변화를 일으키는 게 정말 힘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 경우도 숱하게 보고, 말만 멋있게 하는 이들에 대해 환멸을 느끼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 영화는 굉장히 인간을 긍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패배했다고 이야기 하시지만, 굉장히 긍정적이에요. 저까지 덩달아 시니컬하게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기도 했고요. 팩트를 어떻게 배열하느냐에 따라 결론을 내리는 것은 쉽지만, 감독께서는 그 방법을 굉장히 경계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방법에 유효성이 있다고 봅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구도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 때문에 감독님이 그러시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민: 제가 말했던 패배는 이런 겁니다. 이 사람들이 노인이 아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진 것뿐이라는 거죠. 그런 면에서 이 분들은 그렇게 나이가 많은 분들이 아님에도 제 스스로가 존경심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관객: 출연자 분들과 술을 많이 드셨다고 하셨는데, 감독님도 모르는 사이에 개입하게 되진 않으셨나요?


민: 개입해요. 개입은 제 성질에 못 이겨서 하는 거지, 영화를 어떻게 잘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조금 다른 부분 같습니다. 듣다보니 나도 화가 나서 이야기에 끼어드는 정도의 개입이라 할 수 있겠네요. 


관객: 저는 <미스터 컴퍼니>를 사실 <불안>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봤습니다. 왜 제목을 변경하셨는지 궁금하고요. <Play It Again>같은 경우는 배우 분들이라서 그런지 굉장히 자연스럽게 연출이 됐더라고요. 어떻게 부산에 있는 극단을 컨택할 생각을 하셨는지, 개인적인 친분이 있으셨는지 혹은 수소문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민: <Play It Again> 때는 제가 부산에 살고 있었습니다. 여배우 분을 통해 극영화를 만들어 볼 생각이었습니다. 오히려 다른 배우 분들 이야기가 훨씬 더 재미있어서 <Play It Again>을 찍게 된 거고요. 그리고 대체로 많은 분들이 갈등의 심화에 들어서면 카메라를 신경 쓰지 않으시는 것 같아요. <불안>같은 경우는 영화 제목이 ‘불안’이면 누가 보겠냐고 해서...


김: 제 의견입니다.(웃음)


민: 어차피 아무도 안 볼 거 바꾸지 말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사람들이 안 봐도 핑계라도 됐을 텐데요.(웃음) 사실 <불안>과 <미스터 컴퍼니>는 편집 측면에서 많이 다릅니다. 


손: ‘나의 다큐멘터리 작업’이라는 글을 보면, 굉장히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에 다큐멘터리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개인적인 호기심은 사실 촬영 단계에서는 거의 정리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편집과 상영이라는 과정에서까지 그것을 끌어가는 동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민: 제가 워낙 클래식한 다이렉트 시네마를 좋아해요. 영향을 많이 받았죠. 편집은 사실 정리의 과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러프하게 큰 그림들을 그려놓지만, 디테일한 부분은 편집 단계에 이르러야 가능한 거죠. 그게 참 재미있었습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같은 경우도 <셔틀콕>(2013)이라는 영화를 만든 이유빈 감독과, <미스터 컴퍼니>는 박미선 감독과 함께 작업했습니다. 뭔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그간의 경험을 정리하는 시간인 것 같아요. 함께 작업하는 그 사람이 어쩌면 관객인 거죠. 제가 다이렉트 시네마 이야길 했던 것은, 영화를 만드는 일은 저에게 제가 좋아했던 영화들에 가깝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게 저에겐 동력이 되죠.



손: 영화를 만든 뒤 관객 분들을 많이 만나시잖아요. 관객 분들을 만나서 받는 에너지나 감흥은 어떤 게 있으신가요? 


민: 관객 분들이 좋아하시면 저도 당연히 기분이 좋습니다. 요새 다큐멘터리는 사실 어떤 면에서 더 극적인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제 작품은 미완성처럼 보일 수도 있고요. 김영진 평론가가 말한 것처럼, 제 다큐멘터리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않는데, 다른 작품들은 그걸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쉽기도 하고,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제 성향상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럴 바에는 차라리 극영화를 만드는 것이 속 편하지 않을까요. 제가 그 동안 굳혀온 것이라 쉽게 바뀌진 않을 것 같습니다. 제 영화가 아닌 ‘제가 믿고 있는 영화’가 후에는 사람들이 더욱 흥미롭게 보지 않을까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손: 김영진 평론가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한국에서 현재 과거에 비해 다큐멘터리들이 상당히 꾸준하게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그에 비해 비평이라든지 하는 영화적 이야기는 많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큐멘터리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처럼 이야기되기도 하고요. 그런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 물론 쏟아지는 영화만큼 비평이 많지는 않죠. 최근 독립영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할지가 고민인데요. 비평은 분명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중에게 읽히는 비평을 누가 쓰는 지는 조금 다른 이야기인 것 같아요. 저는 평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비평이 제도로서 무너지긴 했죠. 신문에서도 차지하는 지면이 사라졌고요. 이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더 이상 비평이 커머셜한 도구로 유지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저도 고민이 되고요. 


손: 다큐멘터리 제작 편수나 제작자들은 확실히 많이 늘었는데, 개봉과 같은 측면은 오히려 열악해져가는 것 같아요. 제작자에게도 역시 제약이 되는 분위기가 많이 형성되고 있는데, 감독님은 그런 것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계시나요? 


민: 강력하거나 사회적 이슈가 아니면 사실 영화제 같은 곳에서 펀딩 받는 것이 힘든 것 같아요. 복잡한 프로세스 역시 걱정이 되고요. 많이 생각해 볼 부분인 것 같습니다. 젊은 친구들 같은 경우는 전적으로 그 쪽 취향에 맞춰야 한다는 부작용을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손: 마지막으로 두 분 앞으로의 계획이나 하실 말씀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민: 지금은 제주도에서 촬영 중입니다. 우연히 마주치는 상황들을 담아서 무엇을 만들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이들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김: 사실 민환기 감독의 작업은 늘 옆에서 지켜보고 있고, 그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게 제 일이고 합니다. 감독 본인께서 많은 고민들을 하고 계시니 좋은 기회들이 찾아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변화’라는 단어는 흔히 진보에 대한 긍정을 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가치를 논하는 일에는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 옳다. 상반된 개념이라 할 수 있을 ‘고수(固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다큐멘터리 장르는 숱한 국면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분명 그 특성을 변화시켜왔다. 그 흐름 속에서 계획된 내러티브를 거부하며,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본인만의 신념을 굳혀 온 민환기 감독의 스타일은 ‘긍정적 고수’에 가까운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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