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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위로공단> : 외면하지 않을 것. 누구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

by indiespace_은 2015. 8. 21.

<위로공단>





<위로공단>줄 관람평

차아름 |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 누구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

김수빈 | 복면 위에 그려보는 익숙한 얼굴들

추병진 | 들리지 않는가? '노동'하는 여성들의 한 맺힌 목소리가

김가영 | 우리나라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들의 쓰라린 과거와 현실



<위로공단>리뷰

<위로공단> : 외면하지 않을 것. 누구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


*관객기자단 [인디즈] 차아름 님의 글입니다.


'위로'와 '공단',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가 제법 어색하지 않게 느껴진다. 자연스레 ‘구로공단’이 생각나기도 한다. 오늘날 구로공단도 ‘디지털단지’로 변화한 시점에 왜 ‘위로공단’이 필요했던 걸까. <위로공단>은 회화적으로 연출된 숲 속 장면으로 시작한다. 영상과 배치된 노래는 서늘하리만큼 낮고 쓸쓸하게 울려 퍼진다. 반면 다음장면에서는 다듬어지지 않은 미싱소리와 일하는 여공들의 모습이 한참 동안 보여지고 과거 여공들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이처럼 영화는 연출된 미술작품 같은 영상과 함께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이 교차되며 70년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 노동자가 겪은 일련의 사건들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했다. 영화가 친절히 그 사건들에 대해 서술하지는 않지만, 그러한 사건들 속에 놓여있던 여성 노동자들의 처지와 상황을 솔직한 음성으로 보여준다. 



한 인터뷰이는 말한다. 성실히 일하지 않는 노동자가 어디 있겠냐고. 그들은 성실히 일했고 엄청난 수출성과를 일궈내기도 했다. 오늘날 한국의 경제발전에서 그들의 노고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그에 따른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7,80년대 ‘공순이’라 불렸던 여공들은 눈, 코, 입이 먼지로 막히면서도 쉬는 시간은 고사하고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며 기본적인 인권이 지켜지지 않는 곳에서 일을 해야만 했다. 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일하는 환경은 쾌적해졌을지 몰라도 휴게공간 하나 제공받지 못하는 할인마트 직원, 성적인 모욕을 당해야 했던 콜 센터 직원, 감정 노동을 넘어 ‘미적 노동’까지 강요 받는 승무원까지. 그들은 투쟁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에는 캄보디아의 한국공장에서 일하는 여공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들의 모습은 과거 한국의 여공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종일 공장에 틀어박혀 기계처럼 일을 해도 그들이 만든 옷을 그들은 구매할 수가 없다. 이 영화가 베니스비엔날레에 소개될 때 감독은 해외 버전을 따로 제작하려 했다고 한다. 그들이 한국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원래의 버전으로 영화가 상영된 후에 타국의 심사위원들 모두 그들 자국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영화는 다소 불편한 장면들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귀에 거슬리는 소음도 그대로 전달한다. 하지만 강력히 의사를 관철시키거나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여성 노동자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그들이 외치는 소리를 듣는 것. 영화가 그들을 위로하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들을 외면하지 않는 것, 왜냐하면 그들은 결코 타자가 아닌 나의 어머니, 나의 가족, 그리고 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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