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파스카> : 위태롭지만, 견고한 사랑

by indiespace_은 2015. 7. 15.

<파스카>



 SYSNOPSYS 


모든 게 지나간 자리에 사랑이 남았다


시나리오 작가인 마흔의 가을과 고등학교를 중퇴한 무직의 열 아홉 요셉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시나리오를 쓰는 일보다 김밥을 마는 일이 익숙한 여자 가을과 연인 가을을 지키기엔 아직 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은 남자 요셉. 

조급하게 소리를 내지 않는 그들의 사랑처럼 가을과 요섭의 집에는 얌전하고 사랑스러운 식구 고양이 세 마리가 그들과 함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비극의 전조인양 고양이 ‘희망’이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이하고 양가의 극렬한 반대로 두 연인은 원치 않는 이별을 맞이한다. 희망에 이어 요섭마저 잃게된 가을은 뱃 속의 아이마저 자신의 곁에서 떠나보내는 선택을 하게된다. 

가을과 요셉. 희망을 잃고 금단의 집에 사는 이 가난한 연인들에게 내려진 잔인한 시간들은 풀리지 않는 저주처럼, 견고하기만 했던 둘의 관계에 균열을 가져온다. 그리고 생의 고통이 가을과 요섭을 통과할 때에도 그들은 지독한 사랑의 시간을 쉬이 멈추지 않는다.




<파스카>줄 관람평

양지모 | (사회의) 금기와 (개인의) 행복이 갖는 삶의 변증법

김민범 | 희망의 죽음이 불행을 낳지는 않는다

이도경 | 유약한 사랑, 부스러지기만

전지애 | 위태롭지만, 견고한 사랑




<파스카>리뷰

<파스카> : 위태롭지만, 견고한 사랑


*관객기자단 [인디즈] 전지애 님의 글입니다.


모든 것이 안정과 편리를 추구하는 세상이다. 직장을 비롯하여 먹는 음식, 즐기는 취미까지 사람들은 안정적이고 편리한 것들을 원한다. 심지어 ‘사랑’도 안정과 편리라는 기준 위에서 평가된다. 적당한 나이차이, 연인의 직업과 연봉 등이 사랑을 가능하게 해주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10살 이상 나이차이가 나는 연인들에게 주변사람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가난한 사랑을 하는 이들에게 역시 냉소적이다. 영화 <파스카> 속 ‘가을’(김소희 분)과 ‘요셉’(성호준 분)의 사랑이 낭만적으로 보였던 이유는 그들이 서로의 외로움에 위로를 건넬 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시나리오 작가인 가을은 마흔 살로, 고등학교를 중퇴한 열아홉 살 요셉의 연인이다. 그들의 사랑은 안정과 편리를 지향하는 주류의 사랑과는 동떨어져 있다. 스무 살 나이 차이와 두 사람 모두 안정적인 수입이 없다는 사실은 그들의 사랑이 불행할 것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불행하지 않다. 오히려 사랑 속에서 행복과 위안을 느낀다. 가을은 요셉이 자신의 내면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자신을 잘 이해해주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가을은 항상 외로움을 느끼는 존재였다.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늘 그녀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녀의 그런 공허함을 채워준 존재가 바로 요셉이다. 요셉 역시 다수에 속하지 못하는 소수였다. 따라서 그 또한 외로웠을 것이다. 가을과 요셉은 서로의 외로움을 깊게 이해하고 보듬어준다. 그렇기에 그들의 만남은 불행이 아닌 축복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의 사랑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가을의 오빠는 요셉과 가을의 관계가 범죄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요셉은 가을과 자신의 관계를 부모님에게 인정받으려다 병원에 갇히기까지 한다. 또한 그들은 항상 경제적인 어려움에 봉착한다.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 가을은 자신이 임신한, 요셉과의 아이를 떠나보내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들만의 요새에서 영원히 견고하게 존재할 것만 같았던 사랑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요셉은 군 입대를 하게 되고 우려와 달리 씩씩하게 복무를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가을의 앞에 나타난다. 이전보다 더 견고한 시선으로 가을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파스카>의 배경은 항상 추운 겨울이다. 눈이 채 녹지 않았고 목도리로 얼굴까지 감싸야 겨우 따뜻한 계절이 영화의 배경이다. 겨울의 냉랭한 공기만큼 그들의 사랑도 항상 냉정한 분위기 속에서 평가되었다. 하지만 가을과 요셉의 사랑은 은은하지만 끈질긴 열기를 가진 채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시대에 <파스카>가 이야기하는 사랑은 낯선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사랑은 폭력적인 세상을 견디는 위대한 사랑이라고 생각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