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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Choice] <혜화동> : 보내지 못한 것들과의 마주침

by 도란도란도란 2015. 2. 27.



[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D


인디플러그 <혜화,동>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bit.ly/1AeWhgm





<혜화동> : 보내지 못한 것들과의 마주침


  겨울이 끝나간다. 몇 가지 지키지 못한 약속이 있었고, 애초에 이뤄질 수 없었던 기대도 있었다. 약간의 부채감과 실망이 있지만 봄이 온다는 핑계로 다른 약속을 하고, 새로운 기대를 한다. 이런 겨울의 끝자락에서 <혜화,동>을 봤다. 동물병원에서 일하고, 가끔 철거촌에 떠도는 개들을 데려다 돌보는 혜화(유다인)가 있다. 엄마 정이 그리운 동물병원 원장 아들도 잘 돌봐주고, 스산한 철거촌에서 개들을 데려오는 일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십여 마리의 유기견을 키우면서도 불만 하나 없다. 절뚝거리며 돌아온 한수(유연석)에게 ‘우리 아이 살아 있어’라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단단해 보이던 혜화의 속 이야기와 감정들이 풀어져 나온다. 



“나중에 너 결혼하면 정말 좋은 엄마 될 거야. 진심으로”

  혜화는 엄마 같은 존재다. 동물 병원 원장의 아들을 살뜰히 챙기고, 분양되지 못한 유기견들을 보살핀다. 나이 오십에 남편이 밖에서 나아온 자식을 기른 그녀의 엄마가 그랬듯 순응하고 받아들인다. 혜화는 엄마 ‘같은’ 존재에 멈춰있다. 어린 나이에 임신하고도 불안보다는 설렘에 가득 차 있던 그녀는 아이를 떠나보내고 묵묵히 주변을 돌보는 일로 속죄하듯 살고 있다. 혜화는 아이에게도 유기견들에게도 엄마 ‘같은’ 존재에서 멈출 수밖에 없다. 혜화의 엄마 ‘같은’ 역할은 자신이 보살피지 못한 아이에 대한 미안함에서 비롯되는 행동이다. 원장의 아들과 유기견은 그녀가 자신의 아들에게 대신 사과를 구하는 대상이다. 이런 그녀에게 원장이 건네는 “나중에 너 결혼하면 정말 좋은 엄마 될 거야. 진심으로”라는 대사는 아프게 다가온다. 


“세상에 무섭지 않은 사람이 어딨어?”

  고등학생 때 사랑했던 혜화와 한수는 5년 만에 유기견을 위한 철창에 혜화가 끼인 채로 처음 만나게 된다. 이 장면은 해결되지 않은 그들의 상황을 보여준다. 돌출되어 있던 문제는 마음속의 트라우마로 내재되었다. 혜화는 주변을 돌보는 일로, 한수는 아이를 찾으려는 행동으로 벗어나려고 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못 한다. 극 후반부, 혜화는 미안하다는 한수의 사과에 “세상에 무섭지 않은 사람이 어딨어?”라는 반문으로 대답한다. 혜화와 한수가 있었던 현실은 너무도 황량했다. 한수는 도망쳤고, 혜화는 두려움에 떨었다. 혜화의 대답은 한수에 대한 책망이자 자신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온다. 혜화 그녀도 무서워했음을 인정하게 된다. 두 남녀가 딛고 있는 현실을 영화는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인정하기 싫다고 다시 되돌릴 수 있는 거 아니잖아.”

  영화는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는다. 결국, 모두 잘못을 가지고 있고 이미 모든 사건이 벌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는다. 혜화는 말한다. ‘인정하기 싫다고 다시 되돌릴 수 있는 거 아니잖아‘라고. 그녀 역시 과거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말은 하는 이유는 이제 나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나아가기 위해 잠시 뒤돌아본다. 나의 못남과 너의 실수, 우리의 굴레를 인정한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보내지 못했던 지점에 다시 시작하려 한다. 혜화의 마지막 행동에서 긴 겨울이 끝날 것을 예감한다. 



  봄이 오는 것은 겨울이 끝나서 오는 게 아니다. 움트는 새싹과 새로움 다짐, 소소한 기대들이 모여 봄이 되는 것이다. 봄은 또 다른 실패를 기대하게 한다.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에 잘 어울리는 영화 <혜화,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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