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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문정현 감독의 대담회 “영화를 하는 것은 끊임없이 관객과의 경계를 찾아가는 것”

by 비회원 2014. 12. 24.




문정현 감독의 대담회 

영화를 하는 것은 끊임없이 관객과의 경계를 찾아가는 것


일시: 2014년 12월 22일

참석: 문정현 감독, 안건형(<이로 인해 그대는 죽지 않을 것이다> 감독), 조이예환(<사람이 미래다?>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지원 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D

 

 

 

12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기획전의 주인공은 문정현 감독이었다. 128일에는 <할매꽃>, <용산>, 22일에는 문정현 감독의 2014년 신작 <붕괴>, <경계>가 상영되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첫 공개, 이후 서울에서는 처음 선보인 <경계>의 상영 이후에는 문정현 감독을 비롯해서 안건형 감독과 조이예환 감독이 참석해 각각 모더레이터와 패널을 맡아 대담회가 진행되었다.

 

안건형 감독(이하 안): 일단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 모두 <경계>를 보셨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이전에 상영했던 <붕괴>와 지난번에 상영했던 <할매꽃><용산>도 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경계>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하고, 나머지 작품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감독님께서 <경계>를 어떤 경위로 만들게 되었는지 이야기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문정현 감독(이하 문): <경계>는 외국 감독들과 함께 옴니버스로 만든 영화입니다. ‘경계라는 단어가 추상적이고 모호한 단어이지만, 저희는 경계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는 경계에 대한 근본적인 이야기를 한다거나 그런 장면들을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고요. 재밌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즐겁게 만들었고, 싱가포르에서 같이 합숙하면서 영화를 편집했습니다.



 

안: . <경계>에 대해서 여러 가지가 궁금하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영화의 제목을 어떻게 짓게 되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경계>의 영문 제목이 <Fluid Boundaries>인데요. 같이 작업했던 외국 감독님들은 영문 제목을 쓰시고, 감독님께서는 경계라는 제목을 결정하셨는데요. 그 이유에 대해서 감독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문: 저도 원래는 한글 제목을 쓸 생각을 안 했고, ‘Fluid Boundaries’를 제목으로 쓰려고 했어요. 하지만 나중에 한글 제목을 지어야 했었죠. 계속 생각해도 영문 제목이 가진 개념을 바꿀만한 한글 제목이 떠오르지 않았고, 가장 깔끔하게 가자고 생각해서 경계라는 제목을 짓게 되었어요. 또한 저희 모두 경계라는 단어에서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도착하지 못 하고, 떠돌아다니는 경계, 즉 공간적, 경제적, 민족적인 경계들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가져가려고 하는 사람이나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또한 그러한 경계를 바라보는 여러 사람들과 우리들의 시선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안: 확실히 경계라는 모티프와 키워드는 여태까지 감독님의 작품에서 보이지 않았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또 조이예환 감독님께서는 감독님의 전작들에 대해서 어두움이라는 단어를 말씀하시기도 했는데요. 조이예환 감독님께서 말씀하셨던 어두움이 어떤 것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조이예환 감독: . 일단 감독님의 초기작인 <슬로브핫의 딸들>에서는 그러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었는데, <할매꽃>이나 <용산>이라는 작품에서부터 어두움이 많이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사실 다른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어두운 현실을 보여주는 경우는 많이 있었어도, 감독이 어두운 현실을 보여주면서 나는 내가 싫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저는 별로 못 본 것 같아요. 감독님 영화들을 보면서 느꼈던 것은 감독님께서 스스로를 굉장히 증오하고 있다는 것이었거든요. 특히 <붕괴>를 보면서 감독님이 스스로를 굉장히 경멸한다고 느꼈어요. 사실 저 또한 영화를 보면서 제 자신이 굉장히 경멸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저렇게 생각이 많은 사람도 자기 자신을 경멸하는데, 생각 없이 이 영화를 보는 나는 더 경멸스러운 사람인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감독님께서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 같이 절망하거나 자기혐오를 느끼게 되는 것을 바라시고 영화를 만드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가 있으신지 궁금했어요.

 

문: 그런 것 같지는 않고요. 그렇게 느껴졌다면 제가 잘못 만든 부분이 있는 것이겠죠. 저는 먼 훗날에 제 영화를 보면서 예전의 제 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게 있는 것 같아요. ‘그 당시에 내가 바랐던 것, 고민했던 것, 나 혹은 이 사회에 질문하고 싶었던 것들이 무엇이었을까이런 것들을 제가 두고두고 일기를 보듯 바라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제가 봤을 때는 좀 오버한 것도 많은 것 같기도 해요. 자신을 막 혐오하고 이런 것들이 조금 촌스럽잖아요. 하지만 제가 제 자신을 어떤 위치에 놓을 때, 스스로에게 좀 솔직해지려고 하는 것은 있는 것 같아요. 촌스럽고 부족하지만, 관객들이 그런 것들을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게 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관객: 저는 <할매꽃>에 대해서 묻고 싶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작은 외할아버지의 일기장을 보고 나서 영화를 찍게 되었다고 하셨는데요. 그 이전에는 가족사에 대해 이야기를 찍고 싶었던 생각이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문: <할매꽃>을 찍게 되는 데 있어서, 작은 외할아버지의 일기장이 영화의 시작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가족에 대한 다큐를 찍고 싶다고 생각을 못했었어요. <할매꽃>은 정말 우연히 찍게 된 가족의 이야기였어요. 찍으면서 나와 나의 주변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또 많이 배웠어요. 지금 <할매꽃 2>를 기획하고 있어요. 그리고 <경계>에서 삼촌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었는데, 이후에 삼촌의 이야기를 이어서 다시 영화로 만들 것 같아요.





관객: 아까 조이예환 감독님께서 문정현 감독님의 영화가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저도 <용산><붕괴>를 보면서 약간 그런 생각을 했는데, 왜 그런지에 대해 생각을 해봤어요. <붕괴>에 주로 등장했던 상황들은 감독님의 자녀에 관련된 이야기이잖아요. 감독님께서 하셨던 고민들과 갈등이 납득이 되는데요. 영화에서는 그런 것들이 나아가 위선의 모습으로 표현되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관객으로 하여금 불편함을 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좋은 면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와 관련해서 감독님이 갈등이나 상황들을 보여주는 데 있어서 가지게 되는 기준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문: 저한테 영화를 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그런 것들을 찾는 과정인 것 같아요. 제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질문들을 던질 때, 어디까지 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고, 어디까지 내가 다가갈 수 있는지, 거기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는 과정이 영화를 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자세히 말하자면, 저는 어떤 영화를 만들 때 제 자신을 연기자라고 생각하거든요. 나는 어느 경계까지, 어느 수위까지 보여줄 수 있고, 할 수 있는지 생각하면서 연기를 한다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저를 자학하거나 채찍질하면서요.





안: . 감독님께서는 영화를 제작하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 연기를 하신다고 표현해주셨는데요. 다음 작품에서 어떤 모습의 감독님을 뵐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마칠 시간이 되었네요. 끝까지 자리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리에 참석한 관객들은 <경계>이외에도, 감독의 다른 전작들에 대해서도 여러 질문과 함께 감상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로 인해 대담회는 감독의 작품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다. 더불어 관객들은 감독의 전작들을 비교해보거나,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지점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대담회는 다큐멘터리 제작에 대한 감독의 솔직한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한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기획전은 20154월에 다시 인디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자리를 빌어 더 많은 독립영화 감독들을 소개하고, 한국 독립다큐멘터리에 대한 더 큰 활로를 만들어 나가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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