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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의 안재훈 감독과의 인터뷰. 애니메이션을 통해 다시 만나는 한국 단편문학, 새로운 화두를 던지다.

by 도란도란도란 2014. 8. 14.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의 안재훈 감독과의 인터뷰

애니메이션을 통해 다시 만나는 한국 단편문학, 새로운 화두를 던지다.



20대의 풋풋한 사랑 [봄•봄], 40대의 처참했던 슬픔 [운수 좋은 날]

그리고 60대의 아련한 추억 [메밀꽃 필 무렵]... 

슬퍼도 웃어야 했던, 고달퍼도 살아가야 했던 세 사람의 인생과 마주하다!



 INFORMATION 

제목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작품        김유정 [봄•봄],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현진건 [운수 좋은 날]

감독        안재훈, 한혜진

제작        ㈜연필로명상하기, EBS, 김영사

배급        이달투

장르        옴니버스 감성 애니메이션

개봉        8월 21일

러닝타임   90분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윤상 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D






8월 8일, 이화동에 위치하고 있는 ‘연필로 명상하기’ 사무실에서 안재훈 감독과의 인터뷰가 있었다. 영화 <소중한 날의 꿈>의 배경이 되기도 한 한적한 골목 끝에 위치한 ‘연필로 명상하기’ 사무실은 입구부터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그림들로 꾸며져 있었다. <소중한 날의 꿈>이 관객들을 응원하고 있다는 문구가 사무실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누구든 반겨줄 것 같은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오는 21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들어보고, 읽어봤을 김유정의 '봄•봄',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그리고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국내 최초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작품으로 제 18회 서울 국제 만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개막작과 영상물등급위원회 ‘좋은 영화'에 선정됐다. 인터뷰를 진행한 8월 8일은 EBS에서 21일 개봉에 앞서 총 3편으로 구성된 이번 작품 중 첫 편인 이효석 원작의 <메밀꽃 필 무렵>을 방영하는 날이었다.

 


                       ▲ '연필로 명상하기' 작업실 입구




Q: ‘연필로 명상하기’ 는 어떤 곳이고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다른 작업실들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면.


A: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되었다. 다른 스튜디오와 비교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스튜디오에 와서 자기의 꿈도 발견하고 또 꿈만 꾸다 실패하신 분들이 책상에 앉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스튜디오가 오랜 전통을 가진다는 게 이상하다. 모든 사람들은 자기의 스튜디오를 가지는 게 꿈인데 나와 영원히 함께 한다는 건 어폐가 있는 것 같다. 이곳을 거쳐 간 애니메이터들이 자유롭게 스튜디오를 나가서 차리고 안 되면 다시 돌아오고 하는 그런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Q: 애니메이션에 관심 있어 하시는 분들이 실제로 많이 찾아오시는지 궁금하다.


A: 방학 때 외국에서 공부하시는 분들, 혹은 대기업을 다니다가 때려 치고 그림을 그려보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휴가 내기 전에 진짜 자기한테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찾아오신다. 그런 분들을 위해 두 자리 정도는 비워 둔다. 



Q: <소중한 날의 꿈>이 얼마 전에 3주년 상영회도 했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A: 내가 볼 때 정말 대단한 것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다. <소중한 날의 꿈>이 딱 그 모습인 거 같다. 아무리 자기가 소중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해도 귀 기울여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 세상은 문제가 있다. <소중한 날의 꿈>이 독과점이라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내가 꾸는 꿈이 결국은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정성을 다하는 것이고 그러면 한 순간에 부귀영화를 누릴 순 없지만 꾸준히 오랜 기간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다. 끝난 게 끝난 게 아니라는 것, 또 진심을 다하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것 같다. 관객 분들을 보면 영화만큼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다.




▲ '연필로 명상하기' 작업실 모습. 작업실을 거쳐간 사람들과의 사진들, 그리고 <소중한 날의 꿈>의 한 장면을 표현한 피규어




Q: 어떻게 한국 단편 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생각을 하셨는지, 그리고 왜 이 세 작품인지.


A: 누구나 자기가 가진 직업에 거창한 마음을 부여해야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애니메이션을 하면서 내 직업에 대해 거창하게 생각한 적 없는데 이 한국 단편문학에서만큼은 거창한 마음이 생긴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관객의 삶과 함께 해오지 못했기 때문에 역사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한국문학은 어쨌든 한 100년의 세월을 스스로의 힘으로 견뎌왔다. ‘한류’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나가는 모든 것들이 오히려 내부의 소중한 것들을 점점 더 없애는 것 같다. 이런 때에 우리 문학을 우리 애니메이션이 만나면 가치와 의미가 있는 일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한 나라의 문화가 성장을 하려면 아이와 어른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즈니의 미키마우스부터 이어지는 수많은 교집합과 합집합이 우리 문화엔 없었다. 우리나라도 ‘허 생원’과 ‘김 첨지’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Q: ‘서울 국제 만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SICAF)’의 개막작으로는 어떻게 선정되었고 기분은 어떠셨는지.


A: 개봉시기와 흐름이 잘 맞아서 선정된 것 같다. 그리고 우리 문학을 선택해준 데에 대한 기쁨이 있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어찌 보면 아이들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애니메이션을 보러 왔을 때 어른들도 볼 수 있는 게 개막작이라 좋은 것 같다. 사실은 작품을 만들어 보여줄 때는 기쁜 점이 없다. 자기가 그린 그림을 자기가 만족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 순간은 쥐구멍으로 숨고 싶은데 어쨌든 보여줘야 하는 거니까 마음 다잡고 앞에 서 있는 것이다(웃음). 마음속으로는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 마다 다시 그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아마 한 작품도 못 만들 것이다.




▲ 안재훈 감독의 작업하는 모습




Q: 첫 상영이었던 것 같은데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A: SICAF 이래 개막작이 항상 매진이었던 건 처음 이었다고 하더라. 고마워하는 관객 분들이 많았다. 우리 문학을 문학으로 알게끔 애니메이션이 가치를 높여주니까 어른 분들은 굉장히 고마워하고 아이들도 의외로 우리문학에 의식 있는 학생들이 많더라. 감사하다는 말을 들어서 묘했다. <소중한 날의 꿈>은 ‘안재훈이 창작자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데 단편문학은 내 이름이 빠져도 돼서 너무 좋다. 아이들이 이효석과 김유정과 현진건 선생을 만나는 것이니 그냥 누구나, 함께 온 부모님들도 영화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할 수 있다. “저건 저 애니메이션이 잘못 표현했어.”, “저건 괜찮네.” 이렇게 얘기 할 수 있으니까. 아마 이 작품은 관객들과의 대화를 하지 않아도 부모님들이 알아서 해주시지 않을까? 



Q: 영화 보고 좋았다고 생각했던 게, 공부랑 시험을 위해서 봤던 문학 작품이었는데 그게 애니메이션으로 나오니까 옛날엔 이렇게 봤던 작품을 다시 보게 되는 점이었다. 근데 지금 어린애들을 생각해보면 시험으로 배우기전에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접하기 때문에 나중에 배울 때 또 다른 반가움을 느낄 것 같았다.


A: 작가 선생님들의 삶을 보면 요절하신 분들이 많다. 생활고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와중에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았던 걸 보면 요즘 젊은 사람들과 똑같다. 같이 행복하게 살고 싶고, 굶고 싶지 않은 마음들로 이런 고통들 속에서 작품들을 남기셨는데 우린 너무 무책임하게 밑줄 치면서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효석, 김유정, 현진건 등 정말 이름만 외웠다. 반면에 외국작가의 삶엔 관심이 많다. 빅토르 위고, 헤밍웨이는 어느 커피숍에서 뭘 마셨는지 까지. 정작 우리 시대를 담은 작가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뭉클뭉클하다. 너무 잘못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에서 이걸 안 읽은 사람은 없겠지만 다시 읽으면 정말 다르다. 그림을 그리면서도 ‘아, 이런 내용이 있었나?’ 싶었고 너무 너무 달랐다. 말씀하신 대로, 반대로 아직 읽어보지 못한 아이들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정말 그럴 것 같다. 그 아이들은 처음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접하고 나중에 문학으로 읽으니 느낌이 다를 것 같다. 

 



▲ 안재훈 감독 인터뷰 하는 모습




Q: 이렇게 사람들에게 오랜 기간 사랑 받은 엄청난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긴다는 게 행복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부담감도 컸을 것 같은데.


A: 너무 부담이 됐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역사가 짧진 않은데 우리 단편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건 처음이다. 다른 사람들이 다 “어, 이게 왜 처음이지?” 한다. 당연히 누군가가 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처음이다. 모두가 다 아는 내용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생각은 안 한 것이다. 외국의 명작은 각색이 그나마 쉽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많은 창작물들을 봐왔기 때문에 용서의 범위가 넓다는 것이다. 반면에 한국단편문학은 그런 걸 본 적이 없다. 



Q : 제작과정이 궁금하다. 다른 애니메이터 분들과는 어떻게 제작하고 소통하시는지.


A: 우선은 선생님들의 작품을 원고지에 똑같이 쓴다. 이번에는 나 혼자 했는데 아마 다음 작품부터는 모든 스태프들에게 원고지에 다 쓰라고 시킬 것이다. 그 순간이 사실은 내가 애니메이션을 한다는 것을 넘어서는 순간이 아닌가 싶다. 그 다음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료를 모으는데 우리나라는 워낙 기록이 많이 안 남아있다. 2~30년대에 카메라가 많지 않으니까 외국 선교사분들이 찍은 사진을 긁어 모으거나 이런 작업들을 통해서 하나하나 진행한다. <소중한 날의 꿈> 같은 경우에는 내가 창작자이니 스태프들이 나에게 잘 못 따졌는데, 단편문학 같은 경우에는 작품을 본 느낌들에 대해서 당당하게 서로 이야기하며 진행했다. 




▲ '연필로 명상하기' 의 또 다른 식구 '나동이'를 안고 있는 안재훈 감독




Q: 인상적이었던 것이 블로그에 작품을 필사한 것을 올려놓으신 거였다. 홈페이지 보니까 시부터 메모들도 직접 손으로 쓰신 게 많던데, 좋은 작품을 필사하거나 글씨를 쓰는 일이 감독님한테 어떤 의미가 있는지.


A: 나는 일단 친구가 없고 사회생활을 안 하기 때문에 그 순간이 나를 가장 사람으로 예뻐 보이게 하는 순간이다. 애니메이션 하면서 친구가 없는 게 도움이 됐는데 이제 살날이 얼마 안 남으니 친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웃음). 사무실에 일요일에 혼자 나와서 글 쓰는 것. 근래에는 ‘명함’에 대해 써놓은 글이 있다. 명함을 너무 많이 받는데 어느 순간에 그런 생각이 들더라. 옛날에는 명함에 그림도 조금 그려놓고 했다. 명함은 쌓여 가는데 내가 이 사람들을 사람으로는 알지는 못해서 그게 너무 무섭더라. 이제부터 명함을 안 받고 여태까지 받은 사람들을 한 번씩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과연 이래가지고는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갔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을까. 지금도 이렇게 우리들이 같이 앉아있지만 이 순간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백 년이 지난 뒤에 2014년 8월 언제, 이 다섯 명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건 아무도 기억 못할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글을 쓰는 게 참 행복하다.

 


Q: 세 작품이 분위기가 다 다른 것 같다. <봄봄>은 판소리로 진행되고, <운수 좋은 날>은 그림 체가 다른 것 같다. 각 작품마다 감독님이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들이 있다면.


A: 우선 작가 선생님들이 작품마다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을까 생각했다. <메밀꽃 필 무렵>은 거리에서 만났던 우리의 어른들, 사연을 가진 젊은이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봄봄>은 아무래도 해학적인 작품이니까 풍채나 느낌들을 조금 더 해학이 나올 수 있게 했다. <운수 좋은 날>은 조영각 프로듀서라고 ‘서울 독립 영화제’ 집행 위원장인데, 그 양반이 딱 모델이다. 저 사람 얼굴 느낌을 닮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또 경성시대 사람들의 얼굴느낌을 생각했다. 처음부터 세 작품 모두 분위기가 달랐으면 하는 게 바람이었다. 




▲ 이 날 안재훈 감독은 인터뷰로 작업실을 방문한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얼굴을 직접 그려주었다.



Q: <소중한 날의 꿈>은 배우들이 성우를 했었는데 이번 작품 같은 경우는 작품을 만드실 때 따로 목소리 생각을 하셨는지.


A: 고어체나 문어체나 각 작품의 특성을 살려야 하다 보니까 시작부터 배우들이 힘들 거라는 것을 알았다. 이 작품은 원작의 느낌을 살려야 해서 성우 분들로 아예 할 때부터 생각했다. ‘김 첨지’ 같은 경우는 더 힘들었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역시나 배우 경험도 있고 성우경험도 있으신 장광 선생님이 가장 어울리겠다고 생각을 했다. 류현경씨는 이후로도 작품을 같이 하게 될 텐데, 발성이나 여러 가지 부분들이 어울리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류현경씨는 특이한 당당함 같은 게 있다. 역시나 <운수 좋은 날>을 하는데 감독이 생각했던 목소리를 넘어서서 자기 것으로 만들더라.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애니메이션 프로듀서 분들도 다 놀래셨다. 아예 대본도 다 외워서 오셨다. 이런 것은 굉장히 멋진 싸움이다. 감독이 이미 ‘김 첨지 아내’의 느낌을 갖고 있는데 그 느낌을 넘어서서 나를 설득시킨다는 것은 굉장히 놀라운 것이다. 대단한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됐다. 성우 부분은 많은 애니메이션 감독님들이 나를 부러워하는 지점이다. 항상 하신 분들이 너무 열심히들 해준다. 



Q: 음악이 굉장히 많이 나왔던 것 같다. 음악 작업은 어떻게 하시는지.


A: 대부분 그리면서 큰 구성은 한다. 거기에 맞는 비슷한 음악들을 몇 곡씩 넣어서 음악 프로듀서랑 상의를 한다. <메밀꽃 필 무렵>은 우리 음악 느낌이 있는 퓨전 음악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었고 <봄봄>은 그 많은 내레이션과 독백을 독창을 통해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운수 좋은 날>은 경성시대에 어울리는 음악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 집 앞’이다. 내가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짝사랑하는 사람들의 집 앞을 지나가는 느낌은 사람들마다 다 있는데 가사가 너무 예쁘다. 딱 이 노래가 김 첨지와 김 첨지의 집 앞에 가장 어울리는 느낌이라 넣었는데 잘 어울려서 좋았다.

 



▲ '연필로 명상하기' 작업실의 모습




Q: 감독님이 좋아하시는 한국 애니메이션은?


A: 너무너무 많다. 연상호감독, 장형윤감독 작품들 다 극장가서 혼자 본다. 누가 옆에 있음 방해 되니까 혼자 가서 보는 편이다. 연상호 감독의 씩씩함이 참 좋고 장형윤 감독의 재기발랄함을 좋아한다. 또 이대희 감독이 갖고 있는 쑥스러움도 너무 좋아해서 그분들이 자기만의 빛깔을 갖고 작품을 더 많이 만들고 이런 발자국들을 하나씩 만들어 가다 보면 거대하고 근사한 공룡 발자국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누구 한 사람이 거창하게 떠안고 가는 게 아니라, <소중한 날의 꿈>이 이만큼 뛰면 <돼지의 왕>이 또 이만큼 뛰고, 연상호감독이 좀 더 젊어서 한번 더 뛰고, <우리 별 일호와 얼룩소>가 뛰고, <파닥파닥>이 뛰고, 이렇게 하나하나 가다 보면 나중에 이 그림이 근사한 한국 애니메이션 지도가 될 거라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애니메이션 감독님으로써 꿈은?


A: 나는 아직 꿈을 못 정했다. 매번 말하다시피 사람이 어떤 목표를 내 꿈이라고 말하는 건 너무 슬프다. 꿈이 대통령이어야 하는 건 좀 웃긴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목표일뿐이고 대통령이 하는 일이 꿈이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내 꿈이 무엇일까를 계속 고민한다. 정말 그 꿈을 만나서 꿈을 위해 살았으면 좋겠다. 그 꿈이 정말 근사한 꿈이 됐으면 좋겠다. 꿈을 빨리 갖는 게 꿈이다. 지금 내가 따로따로 갖는 것들은 꿈이 아니라 목표인 것 같다. 



Q: 단편문학애니메이션은 계속 진행되는 건가.


A: 1년에 3개씩 진행할 계획이다. 내년 이 맘 때쯤엔 그야말로 대단한 <소나기>를 만나실 수 있다. ‘이게 바로 소나기구나’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자랑할 수 있는 이유는 콘티를 내가 아닌 스태프가 그렸기 때문이다. 내가 그렸으면 이렇게 자랑할 수 없다(웃음). 요즘 아이들의 요즘 사랑이 어떤지 모르지만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나도 빨리 보고 싶다. 그리고 <벙어리 삼룡이>. <벙어리 삼룡이>를 다시 읽고 나서 깜짝 놀랐다. 단순하게 그냥 벙어리인 사람이 주인집의 아씨를 사랑한다는 얘기가 아니더라. 그 안에는 장애 아닌 장애를 가진 사람의 자기에 대한 연민과 비하와 울분과, 이런 모든 것들이 담겨있다. <노트르담의 꼽추>나 <레 미제라블> 같은 대단한 서사를 갖고 있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우리 문학을 몰랐는지 모르겠다. 내년 에 만나게 될 것이다. <소중한 날의 꿈>은 두렵게 기대됐는데 이 단편문학은 정말 기대된다. 이 작품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어떤 화두를 던질까 궁금하다.

 


▲ 인터뷰가 끝난 뒤 안재훈 감독과 관객기자단 [인디즈]의 기념촬영



인터뷰를 하는 내내 진심으로 한국 문학을 사랑하는 감독님의 마음이 느껴졌다.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을 시작으로 앞으로 1년에 3편씩 한국단편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극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소식이 참 반가웠다. 여전히 꿈을 찾고 계시다는 안재훈 감독님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연필로 명상하기’의 앞으로의 행보와 작품이 더욱더 기대된다. 



글: 관객기자단 [인디즈] 1기 이윤상

사진: 관객기자단 [인디즈] 1기 김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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