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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젊은이들이여, 두려워 말고 떠나라! 그리고 부딪혀라!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인디토크

by 도란도란도란 2014. 1. 13.


 인디's 페이스 (Indie's Face) 


상영 후 감독 배우들과 함께하는 인디토크와 인터뷰, 상영작 리뷰 등 인디스페이스의 다양한 소식들을 전하는 인디스페이스  기록 자원활동가 입니다. 극장 안 이야기들을 전하는 인디스페이스의 얼굴, <인디's 페이스>와 더욱 알찬 소식 만나세요 :D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_이호재

상영일시:2014년 1월 10일

참석: 이호재 감독, 주인공 이현학





영화가 찍고 싶어 영화과에 들어갔지만 학교에서는 잉여라고 불리다 결국 그만둔 20대 초반 네 명의 사나이가 물물교환히치하이킹이라는 달랑 두 가지 기술(?)을 가지고 유럽을 평정했다. 그들의 행복하고도 고달팠던 여행기가 가감 없이 그대로 담긴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 개봉한지 7주차를 맞았다. 연출자이자 리더인 이호재 감독과 조명전공이지만 영화 속에서 조명을 치는 모습은 자주 보이지 않았던^^; 이현학이 인디토크에 참석했다.

 

관객 : 처음 여행 중에 선배 세 분이 함께 하다가 중간에 헤어졌잖아요. 그분들과 지금 교류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관계인지, 그 이후가 궁금하고요. 아르코한테 뮤직비디오를 전달하고 답장이 왔나요?

 

이호재 : 아르코 뮤직비디오 같은 경우 저희가 완성해서 보내드렸지만 이미 마감기간이 지났을 때였어요. 그래서 이번에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었고요. 공개여부와는 관계없이 아르코는 저희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제작을 했는지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보셨기 때문에 그걸 보고 굉장히 감격하셨어요. 사실 중간 중간 그만해도 된다는 말씀을 하셨거든요. “너희 너무 무리하는 것 같다, 집착하는 것 같다는 말씀을 자주 하시면서 미련을 버려라고 하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완성한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하셨어요.

 

이현학 : 먼저 돌아간 세 명의 팀원들은 아직까지도 연락을 잘 하고 있고요. 쌈바 형님 같은 경우에는 저희 영화의 인트로 부분이나 중간 중간 애니메이션 부분을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해주셨어요. 지금은 영국에서 유학중이시고요. 미란 누나랑 상철이 형님은 저희 영화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보시고 너무나도 기뻐했고 무엇보다도 먼저 떠나간 것에 있어서 미안해 하셨어요.

 

관객 : 마지막까지 남은 네 명이 각자 맡은 전문분야가 있는 것 같은데, 누가 어떤 역할을 맡은 건지 설명 부탁드린다.

 

이현학 : 일단 저는 조명을 맡았고요. 호재 형이 연출, 휘가 그래픽 디자인을 맡았어요. 하비가 콘티 및 연기. (원래 콘티, 그림 그리는 분야를 맡고 있었는데 연기도 하게 됐습니다.) 하다 보니 서로 조금씩 배워가면서 나머지 네 명이 각자의 분야를 맡아서 하게 됐고요. 특히 호재 형은 혼자서 영상을 다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마스터가 됐습니다.

 

이호재 : 워낙 가까이서 작업하는 모습들을 보다보니까 서로가 상관없는 분야라고 해도 곁눈질로 보게 되고 하는 방법을 익히게 되면서 이제는 꼭 네 명이 함께하지 않더라도 작업을 하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다들 갖추게 된 것 같아요.

 

관객 : 캠코더를 한 달 동안 꺼놨다가 다시 켰다고 했는데 한 달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궁금합니다.

 

이호재 : 저희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정말로 많은 일들을 했다는 것이었고, 사실 동생들이 침대에 누워서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은 한국으로 돌아와서, 그것도 1년 반 만에 편집하면서 처음 본 거예요. 굉장히 분개하면서 전화로 욕하고 그랬었는데,(웃음) 그런 불만들을 한 번도 저한테 내색을 한 적이 없어요. 저는 1층 홀에서 지냈고 현학이랑 휘는 하루 종일 2층 주방에 있다 보니 서로 마주칠 일이 별로 없었어요. 왜 더 일이 많았냐면 하비가 그때는 향수병이 도져서 한 달 동안 침대에만 누워있었어요. 거의 일어나질 않고 밥도 잘 안 먹고. 네 명치 일을 세 명이서 하느라 더 많은 일을 해야 했고요. 허드렛일도 많이 하면서 대화도 안 되고 만날 시간도 안 되고 계속 일만 하는 시간이었기에 카메라를 켜지 못했어요.

 

이현학 : 추가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그때가 월드컵 기간이었어요. 월드컵 기간에 술집이란 정말 상상을 초월하더라고요. 엄청 바빴고요. 뮤직비디오를 만들기 위해서 주방과 홀 일이 아닌 또 다른 큰 일, 노가다도 하고 심지어 저희가 아궁이까지 만들었었거든요. 상당히 바쁘게 살았습니다.

 




관객 : 영화가 과연 진짜인지, 연출된 부분이 있지 않은지 궁금하고요. 가족끼리 짧은 여행을 해도 갈등이 생기는데 1년간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여행을 했단 말예요. 영화를 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갈등이 적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그랬던 건지 아니면 편집을 많이 한 건지 궁금합니다.

 

이호재 : 앞서 말씀 드렸던 것처럼 침대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장면조차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이었고요. 그 이전에는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어요. 불만이 있어도 서로에게 표현하지 않았던 것 같고 대신 평소에 욕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웃음) 장난처럼 욕설이 난무하는 대화를 많이 했고요. 그렇게 주로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었기에 갈등이 심화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쨌든 목표 자체가 뚜렷하게 있었기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지만 않는다면 이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될 것이라는 사실이 저희를 결속시키는데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내용은 다 진짜예요. 연출된 건 없어요. 저희가 촬영을 할 때 영화를 만들겠다는 계획보다 오히려 상상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이걸 어떻게 구체화해서 영화로 만들어 낼지에 대해서는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어요. 정말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유럽에 갔더라면 출발 자체를 못했을 거예요. 영화 한 편을 제작하기 위한 비용과 인력이 저희에게는 없었기 때문에 아마 그런 부분들을 고려했더라면 출발 자체를 못했겠죠. 저희는 일단은 영화가 완성되겠지하는 생각으로 출발을 했고 습관처럼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촬영을 했어요. 브라이언과 하이파이브하는 장면이 유일하게 놓쳤던 장면을 다시 해달라고 했던 거고 억지로 넣었던 것이기도 하고요. 사실 극적인 상황들이 훨씬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들을 담은 부분도 있고 못 담은 부분도 있지만, 편집이나 구성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100% 리얼입니다.

 

관객 : 다음 프로젝트 진행한다고 했는데 그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요.

 

이호재 :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뮤지션들과 교류하다보니 음악에 대한 환상이 많아졌어요. 작업하는 내내 다시 태어나면 음악을 해야지했었는데 굳이 다시 태어날 것까지도 없고 바로 하자했어요.(웃음) 지금 군복무 중인 휘랑 하비가 2015년 말쯤에 제대를 하면 악기를 하나씩 들고 세계를 유랑하는 프로젝트를 구상중이예요.

보통은 저희 세대 친구들이 꿈을 이루어 나가기 위한 과정을 거치고 막상 취직을 하거나 창업을 했을 때 그 꿈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좁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끝내고 와서 느꼈어요. 꿈을 좀 더 광범위하게 펼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일단 팀원들을 더 모집할 계획이에요. 좀 더 큰 계획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복합적인 생산 활동을 하고 싶어요. 영상뿐만 아니라 공연 등 비단 문화예술계 종사자들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기술자들과 함께 버스를 제작하게 될 것 같은데, 버스 안에서 완전히 자급자족 할 생각이에요. 이번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상호간의 물물교환이었고 그러한 이해관계가 있었다면, 두 번째 프로젝트는 완전히 자급자족하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저희의 기술력으로 가치 있는 것들을 제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구상중입니다.

 

관객 : 영화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편집할 때도 고생스러우셨을 것 같은데 어떤 기준으로 편집을 하셨는지, 기준이나 후일담을 듣고 싶은데요.

 

이호재 : 돌아와서 1년 정도는 좀 놀았어요. 후반작업 비용을 모으겠다며 작업실까지 마련했지만, 영상작업 의뢰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1년 정도 일을 안 하고 놀게 되더라고요. 1년간의 정신적 피해를 보상 받아야겠다며 하루에 14시간씩 게임만 하다 갑자기 현학이가 군대를 가버린 거예요. 휘랑 하비도 갑자기 일을 하겠다며 작업실을 떠나고 저 혼자 남아 후반작업 비용을 모으기 위한 영상 작업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처음 기록해 놓은 영상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보존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1년 반 동안 무의식중에 어떻게 편집을 하고 이야기를 전개할지 계속 생각을 했어요. 영상을 보면서 그런 흐름들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게 됐고, 칠판에 그리면서 구상하는데 3시간 밖에 안 걸렸어요. 제가 좀 게으른 편이라, 실제 편집기간은 6개월 정도 걸렸어요. 작년 초에 배급사를 처음 만나 후반작업을 더 하고 전문기사님께 사운드 믹싱이나 편집을 맡겨 군더더기를 자르는 과정이 6개월 정도 걸렸어요. 그리고 10월에 처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해 이렇게 개봉까지 하게 됐습니다.

 

관객 : 크레딧 보니까 해외배급도 했던데, 잉여로서의 삶을 살려고 작정을 했던 시기가 있는지, 동기가 뭔지, 잉여라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면서 실제로 생활이 되는 건지 궁금합니다.

 

이호재 : 저희가 자조적으로 잉여라고 부르기 이전에 학교에서부터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동기들 사이에서도 사실 학교생활이 불성실했던 편이었고, 재능이 있는 친구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도태되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러다보니 편집실에 모여서 게임을 하거나 만화책을 보고 그랬죠. 다들 잉여라고 하니까 우리는 잉여라고 합리화를 한 거죠. 저희가 스스로 잉여라고 부르기 시작한 게 그때부터였어요. 사회가 요구하는 생산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저희가 잉여 즉 쓸모없는 것들이 된 것 같은데 이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서야 저희는 사회가 요구하는 생산력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전혀 다른 생산력을 갖춘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저희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행복하게 지내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사실 생활이 풍족하진 않지만 영상작업을 통해 수익을 얻고 있기 때문에 분수에 맞게 먹고 사는데 지장 없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렇게 사는 게 굉장히 행복하고 즐거워요. 앞으로도 계속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고 싶어요.





관객 : 두 번째 프로젝트에 선배들도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하고, 학교에서 잉여라고 불렸었는데 영화 개봉 이후 학교 측의 제안은 없었는지, 학교를 관둔 것에 대한 후회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이호재 : 학교를 그만두고 이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했을 때 사실 장비지원을 받고 싶어 얘기를 꺼냈는데, 잡음이 꽤 있었어요. 네 명이 한꺼번에 자퇴를 하니까 쟤네는 반항아다라는 식으로 보여 져서 개봉 후에도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고요. 저희는 단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컸기 때문에 경쟁에서 이겨내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해서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는데, 저희가 더 이상 배울 게 없어서 떠난 것처럼 보이는 경향이 있어서 가급적으로 매체에 학교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선배들은 아마 다음에도 의사가 있다고 하시면 저는 팀 자체를 더 안정감 있게 구축을 해서 출발을 하게 될 것 같아요.

 

관객 : 영화 잘 봤고요. 유럽에 있을 때 돈도 많이 받고 인연들도 많이 만났는데 그분들과 계속 연이 닿고 있는지, 그분들한테 완성된 영화는 보여드렸는지 궁금하고요. 자급자족 버스 얘기하셨는데 유럽일주를 생각하시는 건지, 한국에서 뭔가 하고 싶은 계획은 없으신지 궁금하고, 같은 팀이 될 사람들을 어떤 방식으로 찾아보고 모으실 생각인지 궁금합니다.

 

이호재 : 일단 두 번째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로 여행이 메인 테마가 될 것 같아요. 현재에서 일탈을 하는 게 첫 번째 목표에요. 영화를 제작하는데 필요한 돈을 2016년까지 모아서 다음 제작비로 쓰게 될 것 같아요. 지금도 제 메일이나 블로그에 굉장히 많이 문의를 하시는데, 희망하는 분들은 최대한 모셔갈 생각이에요. 일단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일단은 비용마련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관객 : 잉여롭게 느릿느릿 하고 싶은 것들과 목표했던 것들을 이루셨는데 지금 기분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이현학 : 개봉한지 7주차가 됐는데 아직까지도 얼떨떨한 것 같아요. 매번 떨리고요. 사실 (호재) 형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우리 영화가 초청 됐다고 했을 때 거짓말 하지 말라고 믿지 않았는데, 첫 무대인사 때부터 지금까지도 현실과 이어지지 않은 것 같아요. 얼떨떨합니다.

 

이호재 : 많은 분들이 영화만 놓고 봤을 때 개봉했다는 결과만 보고 성공했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저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감이 있어요. 저희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히치하이킹도 성공하고 호스텔 영상, 뮤직비디오 모두가 크고 작은 성공이었는데 이 결과만 놓고 성공했으니 뭘 할 거냐.”는 얘길 들을 때마다 부담스러워요. 사실 개봉하고 나서는 이 기분을 만끽하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욕심이 생겨나는 걸 제어하고 있는 중이예요.

 




관객 : 여행을 가기 전과 가고난 후의 마음가짐이 다를 것 같은데.

 

이현학 : 변한 것 없이 똑같이 게으르지만, 뭔가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 것 같아요. 결과가 아닌 뭔가를 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았고요. 잉여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렸어요. 그 전엔 할 수 있는데 안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 여행을 다녀온 후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호재 : 저 역시 마찬가지로 결과에 대해 걱정하니 않게 됐어요. 그 누구도 이 영상이 편집되어 영화관에 걸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저희가 이 프로젝트위해 철없이 재미있게 갔다 온 거라 하지만 영화 상영 이후에 180도 달라졌어요. 설령 다음 작품이 개봉되지 않더라도 추억하고 편집하면서 기록들을 보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잖아요. 이젠 정말 결과에 대해 전혀 걱정을 하지 않게 됐어요. 이런 생각들이 두 번째 프로젝트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고요.

 

이현학 : 이렇게 늦은 밤까지 자리 지키면서 재미있게 영화 봐주셔서 감사드리고요. 7주 동안 상영이 된 이 영화의 기적이 곧 끝날 것 같아요.(웃음) 관객 분들께서 아직 보지 못한 주변의 지인 분들께 추천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프로젝트 3년 만에 영화로 개봉됐다. 사람들은 이들의 여정이 영화로 개봉하여 관객들을 만나게 된 것을 보며 성공했다라고 말하지만 이들은 히치하이킹, 호스텔 영상, 뮤직비디오성공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들의 두 번째 프로젝트 역시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바가 아닐까?


정리/최이슬 자원활동가(iamyise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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