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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만으로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하다〉 그리고 〈버텨내고 존재하기〉
*관객기자단 [인디즈] 서민서 님의 글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우리는 그 변화의 소용돌이 안에 살고 있는 것만 같다. 눈 깜짝할 새 많은 것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한때 찬란하게 빛을 내던 것들이 이 흐름 속에서 잊히고 점차 지워져 간다. 새로 생겨나는 것들이 있으면 동시에 없어지는 것들이 있다는 당연한 세상의 순리를 알면서도 소중한 것들은 잃어버리지 않게끔 더 오랫동안 곁에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이다.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와 〈버텨내고 존재하기〉는 빠르게 움직이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끝끝내 버텨온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어떤 존재에 대한 이야기다.
여성국극은 과거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지만, 텔레비전 방송과 영화라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함에 따라 그 힘을 잃어가며 대중들에게도 점점 잊혀 갔다.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난 여성국극을 되살리기 위해 메아리치는 크고 작은 고민 속에서도 공연 의상과 소품을 가득 싣고 전국을 다니며 진심을 담은 무대를 만들어 간 3세대 여성국극인 박수빈 씨와 황지영 씨는 버텨내는 사람들이다. 이처럼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는 여성국극의 역사를, 전통을, 명맥을 지키고 이어나기 위해 1세대부터 3세대까지, 전 세대를 통합해 함께 ‘레전드 춘향전’ 무대를 만들며 여성국극의 존재를 다시 증명해 내려 한다.
1935년 개관한 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광주극장을 찾은 일곱 뮤지션들은 광주극장이 광주극장으로 오래도록 존재해 왔던 여러 공간에서 각자 버텨내고 존재하는 방식을 노래한다. 수십 년간 지역민들의 문화생활을 책임진 광주극장이지만, 상업영화와 멀티플렉스 극장이 영화 산업의 주를 이루게 됨에 따라 오래된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줄면서 폐관 위기를 맞기도 했다. 종로의 서울극장, 원주의 아카데미 극장이 그랬듯이 오래된 공간들은 하나둘 철거돼 가는 지금, 〈버텨내고 존재하기〉는 광주극장이라는 공간이 ‘나는 아직 여기에 있다’며 그 존재를 스스로 증명하려는 외침처럼 느껴진다.
점점 잊혀 가고 결국엔 조용히 사라져 버릴 소중한 무언가를 꾸준히 지켜내고 싶은 마음,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와 〈버텨내고 존재하기〉에는 그런 마음이 담겨 있다. 비록 현재 여성국극을, 광주극장을 찾는 이가 이전보다는 많이 줄었을지언정, 항상 같은 자리에서 굳건히 제 존재를 증명해 내는 그 무대를, 그 공간을 여전히 사랑하는 우리가 있다는 것이 이들에게 작은 응원으로 가닿기를 바란다. 버티고, 버티고, 또 버텨내며 존재하고자 하는 세상 모든 것, 모든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 작품 보러 가기: 〈버텨내고 존재하기〉 (권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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