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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단평] 〈정돌이〉: 시대를 통과한 얼굴들

by indiespace_가람 2025. 2. 24.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시대를 통과한 얼굴들

〈정돌이〉그리고 〈조선인 여공의 노래〉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지 님의 글입니다.

 

 

모든 인간은 각자의 투쟁을 가지고 살아간다. 어떤 투쟁도 사소하다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시대의 아픔이 개인의 삶과 마찰할 때 생기는 파열음은 유달리 커 보일 수밖에 없다. 〈정돌이〉와 〈조선인 여공의 노래〉는 시대가 부여한 과업을 지고 살아간 개인들의 부단함과 그들이 만들어낸 역사를 현재의 시점에서 조명한 작업이다.

 

영화 〈정돌이〉 스틸컷

 

〈정돌이〉는 정돌이(송귀철)의 인생보다도 그가 어른이 될 수 있게 도와준 주변 86세대 운동권 학생들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들이 민주화를 위해 시위하고 몸을 던졌던 바로 그 마음은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달아난 아이를 제대로 성장할 수 있게 해준 마음과 동일한 것이었다. 아이의 시점에서 바라본 각종 분투는 그 의미를 알기 힘든 것이었지만 사람들이 함께 협력하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싸우는 모습은 아이에게 깊이 남았다. 그가 사물놀이를 선택한 것은 그 연장선에 있을 것이다. 장구와 북과 꽹과리가 어우러져 함께 춤을 추는 사물놀이는 시위의 흥을 돋우고 선두를 이끄는 힘이 되곤 했으니 말이다. 투쟁을 이론이 아닌 감각으로 배운 사람이 할 수 있는 선택 같다.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중 〈정돌이〉의 독특한 점은 시대의 과업을 통과한 사람들의 현재를 담아낸 것이다. 고대 운동권 학생들은 민주화를 이룩한 후에도 자신의 마음을 쏟을 또 다른 곳을 찾아냈다. 세상을 더 좋아지게 할 방법을 끊임없이 찾으며 역사의 일부로서 여전히 투쟁하는 그들의 모습을 존경심으로 바라보게 된다.

 

영화 〈조선인 여공의 노래〉 스틸컷

 

〈조선인 여공의 노래〉는 재연을 사용한다는 면에서 〈정돌이〉와 형식적으로 유사한데, 과거와 연결된 이들을 재연의 주체로 설정하여 현재와 과거의 화해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영화는 일제강점기 일본 오사카 방직공장에 취직한 조선인 여공들의 열악한 상황을 세분화하여 묘사하면서도 그들의 아픔을 비단 참혹함만으로 설명하지는 않는다. 멸시받는 와중에도 호르몬을 먹으며 끈질기게 삶을 이어갔고,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투쟁하기도 하며 당당히 외국 역사의 일부를 차지한 여공들의 삶을 재구성하여 기억하고자 한다.

 

우리는 종종 과거를 잊어버린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모습에는 반드시 과거로부터 쌓여온 것들이 지층처럼 남아있다. 그것이 무너지지 않도록, 과거의 얼굴들을 오래도록 들여다보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 영화 보러 가기: 〈조선인 여공의 노래〉(감독 이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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