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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가장 가까운 곳에 가닿다 '2017 으랏차차 독립영화' <철원기행> 인디토크

by indiespace_은 2017. 2. 17.

가장 가까운 곳에 가닿다  2017 으랏차차 독립영화 <철원기행>  인디토크


일시 2017년 2월 10일(금)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대환 감독, 배우 이상희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정 님의 글입니다.


가족 간의 어색하고 불편한 만남에서 따스함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가족보다 서로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행하는 바쁜 움직임이 다정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아마 서로가 저마다 각자의 가족을 위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 시절 하나뿐이었던 가족이 둘이 되고, 셋이 되며 어른이 된다. 때가 되면 남는 것이 과거를 향한 추억뿐일지라도 우리는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너무 당연해서 무관심해지고 마는 가족에 대해 생각해볼 영화 <철원기행>이다.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이하 진): 안녕하십니까. 오늘 진행을 맡은 진명현입니다. 김대환 감독님과 이상희 배우님 모시고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김대환 감독(이하 김): 안녕하세요. <철원기행>을 연출한 김대환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상희 배우(이하 이): 안녕하세요. <철원기행>에서 ‘혜정’ 역할을 맡은 이상희입니다. 반갑습니다.


진: 이전에 인디스페이스에서 <철원기행> 개봉을 했었죠. 오늘 <철원기행>을 다시 봤어요. 볼 때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영화인 것 같아요. 먼저 감독님, 오랜만에 관객 분들 만났으니 최근 어떻게 지내는지 말씀해주세요.


김: 최근에 촬영을 끝냈어요.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한 달 촬영했고, 지금은 편집 중에 있습니다. 아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나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진: 그 작품에 대해 조금만 더 설명해주세요.


김: 동거하는 커플이 결혼을 막중한 벽으로 느끼고 있는 현실 속에서 양가인 삼척과 인천을 하루씩 오가는 내용이에요. 두 군데를 오가며 변하는 두 사람의 생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직 가제인데 ‘초행’이라는 제목을 지었어요.



진: 이상희 배우님에게 <철원기행>은 어떤 작품이었는지요.


이: 이전엔 혼자 정처 없이 떠도는 역할을 많이 했어요. <철원기행>은 관계가 많이 얽힌 영화고, 그러한 관계들을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접했어요. 그래서 많이 헤매기도 했고 선배님들께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찍은 영화 중 관객으로서 유난히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해요. 되게 많이 봤거든요. 거의 열 번 가까이 본 것 같아요. 제가 *블로킹 꽝이거든요.(웃음) 블로킹에 대해서도 배우고, 카메라 무빙에 대한 블로킹에 대해서도 배우게 되었고, 상대 배우와 호흡하는 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어요. 그 다음 작업을 할 때 많이 도움이 된 영화에요.

*블로킹(BLOCKING)영화에서 블로킹은 주로 카메라를 기준으로 배우가 서야하는 위치 등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될 수 있으나, 더 넓은 의미에선 카메라 구도 내에서 배우의 행동 전체 계획을 의미한다. 영화배우는 연극과 달리 카메라의 위치와 숏의 종류를 반드시 확실하게 파악하고 연기에 임해야한다. 특히 숏의 종류에 따라 자신의 행동폭, 블로킹의 폭을 조절할 줄 알아야한다.  -‘영화연출’ (송낙원)


진: 이 작품이 이상희 배우님에게는 해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게 해준 작품이기도 해요. 또 3대 영화제인 베를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된 작품이기도 하죠. 제가 이 영화에서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가 중국집 장면이에요. 조용하지만 거의 전쟁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장면인데, 오늘은 그 장면에서 제가 알아차리지 못했던 이상희 배우님의 연기를 봤어요. 둘째 아들에게 수저를 건네는데 받지 않으니까 표정이 시무룩해지고, 다시 수저를 받으니까 표정이 변하더라고요. 정말 좋은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이상희 배우님이 연기한 혜정 캐릭터를 감독님은 어떻게 만들었고, 또 이상희 배우님은 어떻게 구체화 했는지도 여쭤보고 싶어요.


김: 사실 이 시나리오를 처음 구상했을 때는 등장인물의 관계가 지금과 같지 않았어요. 첫째 아들이 결혼한 상태도 아니었고 아버지의 퇴임식을 배경으로 한 것도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둘째 아들의 군 면회를 가는 가족의 이야기로 구성을 했거든요. 혜정 캐릭터는 존재하지 않았죠. 그런데 초고가 너무 저의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을 배제하며 극적인 부분을 끌어내기로 했어요. 물론 이야기 자체가 엄청나게 충격적인 사건들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와중에 극적인 부분을 이끌어내기 위해 아버지의 퇴임식이라는 사건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되니 자연스럽게 주인공들의 나이대가 올라가면서 결혼을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혜정 캐릭터가 만들어졌습니다. 제가 같이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분이 있는데, 여성이고 결혼을 했어요. 그런데 그분이 ‘며느리는 절대 가족이 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부모님하고 할머니와 함께 살았어요. 그래서 이 말이 정말 충격적이었고, 며느리 혜정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이 속에서 고군분투할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혜정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혜정의 성격, 직업적 특성과 연결해서 어떻게 표현할까를 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캐스팅이 된 다음부터는 상희 배우님이 이런 부분들을 구체적으로 표현했고요.


진: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고 어떻게 혜정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나요?


이: 제 생각에 혜정이라는 친구는 되게 애쓰는 사람이었어요. 가족들한테 인정과 사랑을 받고 싶어 하고, 짧은 시간이지만 가족끼리 함께 평화롭게 지내고 싶어 하죠. 물론 돈 때문이기도 하지만요. 사실 이 영화를 찍을 때 혜정에 대해서 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았어요.(웃음) 작품 속에서 며느리라는 상황이 저를 혜정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시어머니와 불편한 사람들 사이에 끼어있으면서 가족이 되려고 노력하는 그런 것들 말이에요. 선배님 두 분이랑 작품 하는 것은 처음이었고, 실제로 제가 두 분 사이에서 연기하면서 약간은 며느리처럼 애쓴 부분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표현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진: 개인적으로 오늘 아버지 역에 집중해서 봐서 그런지 감독님이 이 영화를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가 될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영화 끝에 나오는 소리가 아버지의 개인적인 삶을 축하하는 축포처럼 들렸어요. 감독님이 영화를 만들 때 중심이 되었던 생각이 어떤 것들이었는지 여쭤보고 싶네요.


김: 제가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아들은 아버지와 가까워질 수 없나’ 하는 개인적인 질문 때문이었어요. 저희 부모님이 실제로 다 교직에 있고, 아버지가 철원으로 발령이 났었어요. 그래서 영화를 찍기 위해 로케이션 헌팅 겸, 철원에 대해서 알아볼 겸해서 매주 철원에 가서 아버지와 함께 지냈어요. 저는 그 전까지 제가 아버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 함께 지내다보니 정말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느꼈죠. 어떻게 보면 궁금해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영화를 본 관객 분들이 ‘나는 우리 가족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진: 이상희 배우님도 영화를 여러 번 보았으니 좋아하는 장면이 많을 것 같아요. 어떤 장면을 좋아하나요?


이: 좋아하는 장면이 많은데, 변하지 않는 장면이 하나 있다면, 아버지하고 아들 둘이 감자를 먹는 장면이요. 볼 때마다 눈물 쏟으면서 봐요. 되게 ‘웃프다’고 해야 하나.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서글픈데, 제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표현이 되어있는 것 같아서 그 장면이 정말 좋아요.



관객: 혜정이라는 캐릭터가 박복한 며느리의 표상이고, 그러면서도 마냥 착한 캐릭터만은 아닌데,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는지 듣고 싶어요.


이: 제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혜정이라는 캐릭터가 눈에 들어오기보다는 부모님이 눈에 띄었어요. 둘의 곁에서 작업하는 것이라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해서 하게 됐어요. 사실 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았어요. 원래 제가 그렇게 무언가를 많이 생각하지 않는 편이거든요.(웃음) 


관객: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의견이 다른데, 결국 큰 아들은 감자를 좋아하는 건가요?


김: 누가 맞고 틀리고가 아니라 어머니는 감자를 좋아했던 아들의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고 며느리는 아들의 현재를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감자의 설정은 이런 거였어요. 좋아하는 것도 많이 먹으면 질리게 되잖아요. 저한테는 양갱이 그랬어요.(웃음) 어렸을 때는 좋아했는데, 언젠가부터 손도 안 대거든요. 마지막에 아들이 감자를 한 번 베어 문 것은 2박 3일의 기간이 가족이 극적으로 화해하고 봉합되는 시간은 아니지만, 한 입 베어 문 감자처럼 서로 조금 더 알게 되고 가까워졌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것이에요.


관객: 영제가 ‘End of Winter’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김: 가족끼리 함께한 2박 3일을 계기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서도 가족에 대해 한 번 쯤 더 떠올리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감정의 변화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겨울의 끝에 봄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목을 정했어요. 또 아버지의 정년퇴임 이후 제2의 삶에 있어서도 그런 제목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관객: 배경음악이 많이 나오지 않은 것 같아요.


김: 취향인 것 같은데, 저는 음악이 많이 나오는 영화를 봐도 어떤 음악이 좋았더라, 하는 생각이 잘 남지 않아요. 물론 음악이 너무 좋아서 모든 트랙이 기억나는 영화들도 있지만요. 음악을 너무 많이 사용하게 되면 오히려 잃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서 가급적 음악을 쓰지 않으려고 했고 한두 포인트 정도 인상적으로 사용하고 싶었어요.


관객: 영화 초반 부에 군인들이 지나가는데 섭외한 건가요?


김: 섭외한 것은 아니고요, 영화 1회차 촬영 때 운이 좋게 장병들이 지나갔습니다. 



















관객: 극중 혜정과 큰 아들이 반지 낀 손가락이 다른데, 이유가 있나요?


이: 저희가 결혼을 안 해봐서 어느 손가락에 끼워야하는 지 몰랐어요.(웃음) 촬영이 조금 진행된 뒤에 발견을 해서 당황했었죠.


김: CG로 지울까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 질문을 몇 번 받았는데, 때마다 난처합니다.(웃음)


관객: 대구에서 올라온 영화감독 지망생인데, 감독님이 어떤 계기로 영화감독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김: 어릴 때부터 영화 일을 해야겠다는 꿈이 있었어요. 제일 좋아하는 것이 영화 보는 것이었어요. 영화를 좋아하는 감정으로 시작해서 찍을 수 있는 환경으로 갔던 것 같아요. 영화를 배울 수 있는 대학으로 진학해서 영화를 찍어봤는데 <철원기행>을 찍기 전에 찍었던 두 영화는 완전히 망했어요. 그 때까지 저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묻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보다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 좋아하겠지’ 생각하면서 현란한 영화를 만들려고만 했거든요. 그래서 <철원기행>을 찍을 때는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 저도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영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영화에 대해 잘 모르는 입장에서 보면 크게 영화를 만드는 사람과 연기하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더라고요. 그런데 영화를 만드는 일은 자신이 없었고,(웃음) 연기는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연기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진: 그럼 혹시 연기 말고 영화 제작 과정에서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요?


이: 영화에서 모든 분들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촬영이 굉장히 멋있게 느껴지더라고요.


진: 오랜만에 인디스페이스에서 귀한 자리를 마련해주셨어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끝으로 인사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김: 추운 날씨에 찾아와 영화를 감상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면 더 좋은 이유들이 있잖아요. <철원기행>이라는 영화는 특히 영화 속 풍광과 분위기 때문에 더욱 그런 영화인 것 같아요. 오늘 스크린으로 관객 분들과 함께 <철원기행>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겨울은 끝을 향해 가고 있지만 여전히 살을 에는 듯이 춥다. 잃어버린 봄의 온기라는 감사함을 일러주려는 것일까. 아버지의 이혼 선언도, 폭설로 갇혀버린 2박 3일도, 잊고 있던 가족을 알게 하는, 그저 지나가는 폭풍이었나 보다. 우리의 게으른 본능은 무척 빠르게 적응해서 따뜻한 곳에 오래 있으면 그 곳이 따뜻한 곳인지도 잊어버리고 만다. 지금이 겨울인지도 잊고 만다. 창문을 열어야 비로소 ‘아, 겨울이었구나’ 얼마나 따뜻한 곳에 서있는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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