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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사랑이 제일 어려운, 한때는 누군가의 ‘호구’였던 이들에게. <숫호구>인디토크

by 도란도란도란 2014. 8. 12.


사랑이 제일 어려운, 한때는 누군가의 호구였던 이들에게. <숫호구>인디토크

영화: <숫호구>_감독 백승기

일시: 2014년 8월 9일

참석: 백승기 감독, 배우 손이용

진행: 이현희 인디스페이스 프로그래머

관객기자단 [인디즈] 윤정희 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D






누군갈 사랑한 적은 있지만 이뤄진 적은 없고 번듯한 직장에 취직해본 적도 없는 채로 잉여로운 삶을 지내는 원준의 모습이 한 번이라도 낯설지 않았다면 당신은 한때 누군가의 호구였을지도 모른다. 사랑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원준의 모습은 폭풍 공감과 함께 애처로움을 이끌어 낸다. 영화적 기법, 연출력이 아쉽다가도 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는 진정성이 있었기에 우리는 어느새 원준의 손짓 발짓에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웃기다가도 사랑스럽고 병맛스럽다가도 진지한 감성코믹SF연애판타지 <숫호구>의 인디토크가 89일 진행되었다.

 


 

이현희 프로그래머(이하 이) :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숫호구의 뜻이 궁금하다. 어떤 뜻인가.

 

백승기 감독(이하 백) :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깨끗한 상태를 말한다. 연애를 못 한 사람을 표현하기 위해 숫호구라는 말을 만들었다. 이 영화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론 100% 내 이야기는 아니다(웃음). 질문을 받기 전에 미리 이야기하자면, 연애를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다(웃음).

 

: 그렇다면 비슷한 뜻이 있는 모태솔로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

 

: 영화의 주인공인 원준은 모솔이 맞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연애를 못 해서 한이 맺힌 사람이다. 사랑이 결핍되어있고 어려워하며 연애도 취직도 못 하는 호구 같은 인물이다.

 

: 손이용 배우가 왜 주인공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감독과는 친분이 두터운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슈퍼 섹시 아바타역을 하게 되었나.

 

손이용(이하 손) : 처음 이름을 듣고 너무 놀랐다. 역할이 있다며 말해주는데 슈퍼 섹시 아바타란다(웃음). 잘생긴 아바타라고 해서 나쁜 놈 역할을 했던 선호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내가 망설이니까 감독이 슈퍼 섹시 아바타라고 해서 무조건 잘생길 필요는 없다.’라고 말하더라. 왠지 그게 더 짠했다(웃음). 영화를 봐서 아시겠지만 난 영화전공자도 아니었고 배우도 아니었다. 하지만 관객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단편작업만 하다가 이번 <숫호구>가 첫 장편이다. 느낌이 어떤가.

 

: 군대 제대 후 영화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졸업하고 다시 영화 관련 학과를 다니기도 힘들 것 같아서 저렴한 캠코더를 구매해서 무작정 영상을 찍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만든 단편을 영화라고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많은 단편을 찍으면서 나름의 노하우를 쌓았다. 후에 결국 현실을 택하게 되었고 전공대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쳤지만, 영화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꼭 영화를 개봉해서 아이들에게 이라는 존재를 보여주고 싶었다. <숫호구>는 내 첫 개봉작이자 을 실현해준 고마운 작품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너무 보여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청불 판정을 받아 아이들은 보지 못했다.

 

: 작업이 힘들었을 것 같다. 실제로 배우들은 어떻게 캐스팅했고 제작은 어떻게 이뤄졌나.

 

: 교사를 하면서 열심히 모은 돈 천만 원을 가지고 무작정 강남의 오피스텔을 얻어 영화사를 차렸다. 원래 살고 있던 인천을 벗어나 무언갈 새롭게 해보자는 의도로 시작했지만 일이 들어오지 않아 1년도 버티지 못하고 통장엔 백만 원만 남아 있었다. 인천으로 돌아갈까 이 돈을 가지고 마지막으로 해볼까 고민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내 스타일대로 찍어보자고 생각하면서 그때부터 내 눈앞에 있는 모든 사람을 배우라고 생각했고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물을 소품이라고 생각했고 모든 장소를 세트라고 생각하며 작업해 나갔다. 있는걸 최대한 활용하면서 영화를 만들어 나갔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도 몇 분을 제외하곤 친한 친구들이다. 그래서 하나하나 기억해 두었다가 크레딧에 작게나마 표현하기도 했다.

 

: 손이용 배우는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다. 연기를 해본 적이 없어 더 어려웠을 텐데 촬영할 땐 어땠나.

 

: 처음 감독이 돈이 없어 널 쓰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더라(웃음). 영화 초반에는 그렇게 큰 걱정이 되지 않았다. 그때 당시 내가 하고 있던 일을 관두고 잠시 쉬고 있는 상황이라 시기도 잘 맡아 떨어졌고 또 주변에서 부추기기보다는 나 스스로 해보자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막상 촬영을 해보니 영화가 대본이 없어 전부 애드립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감독은 상황설정만 해주고 연기를 시키다 보니 나도 모르게 살 궁리를 찾게 되었던 것 같다(웃음). 그래서 더 값진 경험이었다.

 






관객 : 영화를 보면서 제일 궁금했던 점은 과연 버튼을 눌렀을까 누르지 않았을까에 대한 궁금증이다. 어떻게 설정하고 영화를 만들어 나갔나.

 

: 사실 마지막이 제일 고민이었다. 또 관객과의 대화를 다니면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기도 하다. 원래 엔딩은 5가지였다. 또 실제로 찍어놓기도 했었는데, 막상 보니 너무 뻔하고 솔직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원준이라는 캐릭터를 왜 만들었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하고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대로 열린 결말을 택했다. 예전엔 잘 모르겠다고 말했었는데 요새는 조금 바뀌었다. 아마도 원준은 버튼을 누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택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다. 또 그렇게 대답하는 편이다.

 

관객 : 부모님과의 식사 장면이 굉장히 인상 깊다. 특별히 텍스트로 표현한 이유가 있나.

 

: 한국의 밥상문화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실제로 부모님과 촬영을 했는데 대사만 하면 웃으시는 부모님을 위한 일종의 배려이기도 했다. 위기를 기회로 살리고자 텍스트로 표현했는데 많은 분들이 웃기다고 말해주셔서 감사하다.

 

관객 : 3분가량의 카톡 예고편이 인상 깊었다. 원래 영화에서 쓰려고 했던 장면을 예고편으로 선택한 것인가 아니면 예고를 위해 따로 만들었나.

 

: 영화에 쓰려고 찍어놓은 것은 아니다. 우리 영화를 제대로 홍보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카톡 예고편을 만들게 되었다. 또 포스터와 예고편에 승산을 걸어 많은 관객들에게 흥미를 유발하자는 요량으로 독특하게 표현하기 위해 고민했다. 이렇게 독특하게 멋지게 포스터와 예고편이 나올 수 있었던 데에는 엣나인 필름의 도움이 크다. 훨씬 더 잘 나와서 매우 만족스럽다.

 






관객 : 제작비가 천억 정도 생긴다면 어떤 영화를 찍고 싶은가.

 

: 영화를 만들지 않고 그 돈을 가질 순 없는 건가(웃음)? 솔직히 천억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제작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벌써 두 번째 작품의 촬영을 끝낸 상태다. 엣나인필름에서 천만 원을 지원해주셔서 더 좋은 작품이 나오게 될 것 같다. 사실 독립영화를 아무리 저예산으로 해도 천만 원정도로 찍기가 어렵다. 그렇게 보면 큰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해외로케 촬영도 했다.

 

관객 : 영화를 만들면서 큰 위기가 있었는가.

 

: 단편을 찍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내 영화를 영화로써 인정하지 않았다. 장편을 찍고 나서도 영화제에 초청받으면 좋겠다고 친구들이랑 장난스럽게 얘기했었는데 실제로 2013년도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을 받았고 외국 영화제에 가게 되기도 했다. 실제로 트랜스포머 제작자가 리메이크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웃음). 물론 이런 좋은 순간도 있었지만 아마 제일 큰 위기는 <숫호구>를 찍으면서 일어났던 것 같다. 원래 영화에 나오는 지나 역할의 배우가 지금의 배우가 아니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6명 정도의 스탭과 영화를 찍다 보니 배우가 심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70% 정도 찍었었는데 그다음부터 나오지 않더라. 실제로 너무 충격이었다. 아마 그때가 가장 큰 위기였지 않나 싶다. 스탭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몰래 울기도 했다. 그래서 결국 다시 오디션을 보고 지금의 영화가 완성되었다.

 

: 연기를 하면서 대본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위기가 아니었나 싶다. 특히 오열하는 장면을 찍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정극연기를 해본 적이 없어 더 어려웠던 것 같다.

 



                        - <숫호구> 호구여지도



: 그렇다면 차기작은 대본이 있는가.

 

: 이번 영화도 대본은 없다. 하지만 대사도 없다. 바로 영화가 시대물이기 때문이다. 원시인 영화를 예전부터 찍어보고 싶었는데 차기작으로 원시 물을 찍었다.

 

: 대사가 없어서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모든 감정을 표정으로 표현해야 하다 보니 너무 힘들었다.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어느덧 마지막이다. 관객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 인디스페이스에 시사회 때문에 오게 되었는데, 오늘 아무도 없으면 어쩌나 무척이나 고민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하다. 비전문적인 사람들이 애정과 열정을 긁어모아 만든 영화이니만큼 더 잘 부탁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영화를 함께 완성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 배우라는 직업이 어떤 느낌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모든 게 신선한 경험이었는데 오늘 와주신 여러분들에게 너무 감사드린다. 영화는 마술쇼와 같다고 생각한다. 마술쇼를 보면서 속임수를 찾으려 애쓰느냐 재미있게 보려고 하느냐에 따라서 마술쇼를 보는 관점은 완전히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허점을 찾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 영화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고 관객 분들이 좋아하셨으면 좋겠다. 오늘 와주셔서 감사하다.

 

 

<숫호구>는 인디스페이스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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