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행(三人行): 영화 공간 탐방기 

- <최악의 하루> 서촌, 남산 / <춘몽> 수색 / <혼자> 신당9재개발구역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형주, 최미선, 전세리 님의 글입니다.



때때로 영화 속 공간은 영화를 구성하는 핵심적 요소가 된다. 인물들의 행동, 벌어지는 사건, 흘러가는 시간 모두 공간 위에 적히고 쌓인다. 우리는 공간을 통해 그들의 감정을 보고, 나아가 그 영화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느낀다. 이렇게 기억된 공간은 그 영화 자체가 되기도 한다. 

인디즈는 2016년 하반기에 개봉한 영화 중 특히 공간이 돋보였던 세 편의 영화 <최악의 하루>, <춘몽>, <혼자>의 장소를 탐방해 보았다. 최미선 관객기자는 <최악의 하루> 속 서촌과 남산을 다녀왔다. 매일 연습실에서 나와 걷는 길에서 다시 한 번 살짝 벗어나 한여름과 초가을의 그 날을 문득 떠올릴 ‘은희’를 상상하며 그녀의 시점으로 새 하루를 구성해보았다. 한예리 배우의 발걸음이 향하는 또다른 곳인 <춘몽> 속 수색역 근처는 전세리 관객기자가 찾았다. 수색이 불러일으키는 정서와 시간성을 되짚으며 동네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이번 기사의 제목으로 차용한 ‘삼인행’은 <춘몽>의 제목 후보 중 하나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형주 관객기자가 <혼자>의 신당9재개발구역을 방문했다. 온전한 동네의 이름조차 잃어버린 이곳은 주인공 ‘수민’이 끝끝내 지우지 못한 기억들이 묻어나오는 곳이다. 구부러진 골목들 사이에서 길을 헤매다 문득 자신을 되돌아 보기도 했다.

이 세 공간 탐방에서 인디즈 '삼인'이 만난 스승은 작품에 한껏 밀착한 일상의 시간들이었다. 작품-나-공간의 교류가 매우 묘한 느낌으로 우리를 채워주었다. 이제 3인을 따라 작품 속을 걸어보자. 



1. <최악의 하루> 은희 따라 걷기


초록이 물든 뜨거운 여름날의 남산은 폭발 직전이던 은희의 하루를 생생하게 떠올리게 한다. 영화 속 시간으로부터 여러 달의 흐른 지금, 그곳은 오히려 흑백에 가까운 장소가 되었다. 어디서도 색깔을 찾아보기 힘들만큼 빼곡히 들어찬 앙상한 나무들과 그것을 실감케 하는 차가운 공기만이 가득했다. 어떤 아쉬움도 없이 이렇게 변해버린 계절 속에서 은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뜨거웠던 여름이 주춤하고 가을이 올 것만 같았던 날, 끝도 없이 걸었던 그 길을 은희가 되어 다시 걸어보았다.



아… 그날 진짜 최악이었지

‘서촌은 이제 나에게 익숙한 장소가 되었다. 연습이 끝나고 골목 골목 안 가본 곳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가끔 여기 오는 외국인이 길을 물어보는데 이젠 어디든 능숙하게 잘 찾아준다. 그때마다 그 일본인이 생각난다. 이름이 료헤이였던가? 아무튼. 그를 처음 만났던 날은 하늘이 작정하고 나를 괴롭히나 싶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그렇지만 그 일이 있고 나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나는 여전히 거짓말을 하는 일로 먹고 살고 여전히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다. 아, 한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날 이후로 SNS는 안 한다. 그 모든 일이 다 트위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지워버린 후 아직까지도. 좀 심심하지만 그 덕에 연기 연습에 더 집중하고 있다.’



여길 다시 올 줄은 몰랐다

‘몇 달 만에 다시 찾은 남산은 겨울이다. 절대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금 이 길에서 그날을 회상했을 때 가장 나를 사로잡는 기억은 끔찍했던 삼자대면의 순간이 아니다. 하루의 끝에서 료헤이와 우연히 다시 만나 걸었던 어둑해진 산책로, 그리고 의미가 완벽하게 전달되지 않는 언어로 서툴게 나눴던 대화이다. 이곳이 여름을 잊은 것처럼 나도 그날을 지나 보낸 것일까.’



‘그러고 보니 그날 료헤이가 말해준 소설 속 여자도 이맘때쯤 이 길을 걸었을 것 같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에서 눈을 맞으며 서 있다던 무표정의 그 여자. 어쩌면 그날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좀 안심했는지도 모른다. 그 여자가 돌아보았던 캄캄한 산책로에 어떤 사연이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 이야기는 해피엔딩일 테니까.’



‘날씨가 좋다. 그날도 이 말을 했던 것 같다. 겨울은 그 계절만이 가질 수 있는 온도와 냄새가 가장 잘 느껴지는 계절인 것 같다. 바람이 코 끝에 닿을 때 괜히 공기도 좋게 느껴지는 정도의 냉기. 하지만 곧 계절은 변하겠지. 그런데 료헤이는 정말 그 이야기를 해피엔딩으로 마쳤을까? 얼마 동안은 서점에 들러 그의 이름으로 된 책을 찾을 것 같다. 팬레터를 보내야지.’ 



 INFORMATION 


제목: 최악의 하루

각본/감독: 김종관

출연: 한예리, 이와세 료, 권율, 이희준(특별출연)

개봉일: 2016년 8월 25일











 SYNOPSIS 


‘어떻게 오늘, 이래요?’

늦여름 서촌의 어느 날, 배우 지망생 은희(한예리)는  연기 수업을 마치고 나오다 길을 찾는 일본인 소설가 료헤이(이와세 료)를 만난다. 말은 잘 안 통하지만 이상하게 대화가 이어지는 료헤이와 헤어진 후 은희는 드라마에 출연 중인 남자친구 현오(권율)를 만나러 촬영지인 남산으로 향한다.  그리고 같은 시간, 한 때 은희와 잠깐 만났던 적이 있는 남자 운철(이희준)은 은희가 남산에서 올린 트위터 멘션을 보고 은희를 찾아 남산으로 온다. 오늘 처음 본 남자, 지금 만나는 남자 그리고 전에 만났던 남자까지 하루에 세 명의 남자를 만나게 된 은희.

과연 이 하루의 끝은 해피엔딩일 수 있을까?





2. <춘몽> 다음 계절이 봄이라 하니 


<춘몽> 주요 배경지인 수색에 다녀왔다. 감독 인터뷰에 따르면 수색은 흑백 정서를 가진 곳이다. 그는 5년 동안 상암에 살았지만 수색이 컬러로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다. 상암은 신도시이고 수색은 개발의 손길이 덜 미친 곳이다. 이곳은 언뜻 서울 교외나 다른 지역에 다다른 느낌을 준다. 



수색역 옆 굴다리를 지나면 장엄한 신도시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나는 그곳에서 모종의 시간차를 느꼈다. 수색역 굴다리에 ‘수상한 굴’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을 보기도 했다. 그 이름처럼 수색은 수상하고 오묘한 곳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거쳐 출퇴근 한다. 영화에서 ‘예리’와 세 남자는 수상한 굴을 통해 한국영상자료원에 간다.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우산 없이 목도리를 뒤집어쓴 채로 잠시 거닐었다. 오래 머물지는 않았지만 향수 비슷한 여운이 남는다. 입구에 채소와 과일을 잔뜩 내놓은 슈퍼마켓, 문방구 앞 뽑기와 게임기, 비 오는 날의 분식집, 아이들의 하굣길. 굴다리 하나만 지나면 만나게 되는 익숙한 풍경들이 아주 묘한 느낌을 주었다. 동네 이곳저곳을 거닐다 ‘주영’이 고양이 밥을 주던 주택 앞에 가보기도 했다. 그 집은 오르막길을 올라야 한다. 오르막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어렴풋이 방송국 건물이 보이고 그 아래 사람들이 길을 오르고 있다. 



마지막으로 예리와 세 남자가 앉아있던 슈퍼에 갔다. 가게 이름을 몰라 사진만 가지고 물어물어 갔다. 행인에게도 묻고 주민센터에 들어가 묻기도 했다. 덕분에 금방 찾을 수 있었고 간판에는 ‘윤창슈퍼’라고 쓰여 있었다. 이전 사진에는 가게 앞에 평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카시아 까페로 바뀌어 있다. 주민들은 그곳에 옹기종기 앉아 추운 몸을 녹일 것이다.   

다시 역으로 가는 길, 멀리서 역을 바라보다 역 계단을 내려오던 예리의 모습이 스쳤다. 밤이 되니 여름처럼 비가 쏟아졌다. 많은 비. 맑은 날 다시 가보고 싶다. 햇살 잔뜩 스미는 겨울 끝 무렵, 또는 어느 봄날에.



 INFORMATION 


제목 : 춘몽 春夢

각본/감독 : 장률

출연 : 한예리, 양익준, 박정범, 윤종빈, 이준동, 이주영

특별출연 : 신민아, 유연석, 김의성, 김태훈, 조달환, 강산에

개봉 : 2016년 10월 13일












 SYNOPSIS 


 “바보 같은 꿈을 꿨어. 우리만의…”


시장을 어슬렁거리며 농담 따먹기나 하는 한물간 건달 익준

밀린 월급도 받지 못하고 공장에서 쫓겨난 정범

어리버리한 집주인 아들, 어설픈 금수저 종빈

그리고 이들이 모두 좋아하고 아끼는 예리가 있다.

병든 아버지를 돌보는 예리가 운영하는 ‘고향주막’은 그들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오아시스다.

그러던 어느 날, 언제나 그들만의 여신이라고 생각했던 예리의 고향주막에 

새로운 남자가 나타났다.






3. <혼자> 기억도 철거될 수 있을까 


밤에 작업실에서 이곳을 보고 있으면 꼭 내 뇌, 머릿속 같아

<혼자> 속 수민은 이상한 꿈에서 계속 헤맨다. 깨도 깨도 다시 돌아오는 이 골목을 보며 그는 마치 자신의 머릿속 같다고 말한다. 그 대사처럼 <혼자> 속 공간은 분명히 기억, 트라우마가 재현되는 상징이다. 가파른 계단, 꾸불꾸불 끝없이 이어진 골목들로 이루어진 신당9재개발구역은 시대와 삶의 시간이 가득 배어있음과 동시에 기한 없이 연장되는 철거를 앞두고 버려지고 낡은 모양새로 묘한 긴장감을 품고 있다.



골목을 들어서면 종종 대문이 열린 집들이 보인다. 장독대와 빨래가 널려있어 마당인가 기웃대보면 또 다른 집으로 연결된 길이 숨어있다. 마당이자 마당 아닌 곳, 문이지만 닫을 수 없는 문들이다. 애초부터 계획적으로 지어지지 않은, 필요에 따라 들어오고 팽창하고 쇠퇴하며 남은 공간의 틈을 엿본다. 



털어버렸으면 좋겠다. 깡그리 다, 새로, 시작하게

다른 골목으로 들어오니 빨간 깃발들이 가득하다. 이 빨간 깃발은 재개발에 반대하는 표시이다. 현재 재개발 찬반이 강력히 대치하고 있다. 사진을 찍는 나에게 어디서 왔는지 경각심이 느껴지게 묻는 분들이 있었고, 하루 아침에 살던 집에서 쫓겨나게 된 이야기를 처음 보는 나에게 하는 분도 있었다. 아마 ‘더 나은 삶’이 철거의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이 명제는 현재의 부정을 전제하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이 공간을 다 부수고 새 건물을 뚝딱 짓는다면 갖고 있던 모든 기억이 다 없어지는 걸까 궁금했다. 이곳에 수민의 아픈 기억들이 숨은 건 쌓인 시간들을 너무 일찍 놓아 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골목을 돌다 보니 가로등에 불이 켜졌다. 아까 지나친 곳을 다시 보았다. 뭉개지고 부서진 채로 원망의 눈빛만 쏘아붙이던 그들이 떠오르자 문득 내 한계의 잔해들도 자꾸 떠올랐다. 골목을 내려오며 나의 동네를 생각했다. 자로 잰 듯한 택지지구의 아파트. 7년의 시간 동안 번지르르해 보이던 대리석에 먼지가 끼고 위태하던 소나무는 결국 시들어 잘렸다. 시간이 쌓일 틈 없는 나의 장소에서 훗날 내 기억은 어디에 숨을 수 있을까. 


 INFORMATION 

제목 혼자 (Alone)

연출 박홍민

출연 이주원, 송유현, 이성욱, 윤영민, 김동현

상영시간 90분

관람등급 청소년관람불가

개봉 2016년 11월 24일









 SYNOPSIS 

“잘 생각해봐, 네가 왜 여기에 있는지…”


달동네가 배경인 다큐멘터리를 준비중인 한 남자,

우연히 건너편 옥상에서 벌어지는 살해 현장을 목격한다.

살해 장면이 남자의 카메라에 찍힌 것을 눈치챈 복면의 괴한들은

즉시 작업실로 찾아와 거대한 망치로 그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친다.

잠시 후 건너편 동네의 정자에서 알몸으로 깨어난 남자.

모든 게 이상한 꿈이었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또 다시 괴한에게 죽임을 당하고

정신을 잃은 남자는 또 한 번 같은 골목에서 눈을 뜨는데…




스크린을 넘어 재생되던 영화들


이 세 공간은 재미있게도 모두 서울이지만 전혀 한 도시처럼 보이지 않는다. 남산은 겨울임에도 청명하고, 수색은 차갑고도 아련하며, 재개발 지역은 친숙하면서도 날카롭다. 이처럼 다양한 동시에 본질적인 정서를 담아낸 건 독립영화 특유의 깊고 분명한 시선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공간에 새로운 색칠을 한다기 보다 수북이 떨어져있던 낙엽 하나를 주워 이야기를 생각해 보는 것. 고인 바람이나 하수구의 악취 또는 창문에서 새어 나온 보글보글 끓는 찌개 냄새 같이 그곳에만 가면 나던 내음을 기억하고, 가만히 앉아 자리를 지키며 시간을 쌓은 사람만이 볼 수 있는 모습을 찾는 것. 독립영화가 공간을 직면하는 힘을 갖는 법이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의 시간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영화 속 공간을 방문한다면 영화의 확장이 이뤄질 수 있다. 각 영화의 주요한 영감과 정서를 만들어 낸 공간을 직접 방문하며 우리는 영화를 되새김과 동시에 주인공이 되어 보기도 하고 공간의 역할에 대해서 사유해보기도 하며 나아가 공간과 나를 직접 이어 보기도 했다. 우리의 감상이 영화를 얼마만큼 담았을 지는 모르지만, 스크린을 넘어 재생되는 영화를 엿보았던 건 분명하다. 다시 영화의 막이 내렸기 때문일까. 조금 씁쓸하지만 한 켠에 따뜻함을 갖고 위로를 받으며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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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7 - 2016.11.02 인디스페이스 상영시간표

<흔들리는 물결> 김진도 | 100분 | 드라마<춘몽> 장률 | 101분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우주의 크리스마스> 김경형 | 107분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자백> 최승호 | 106분 | 다큐멘터리 | 15세이상관람가

<할머니의 먼 집> 이소현 | 92분 | 다큐멘터리 | 전체관람가

<그림자들의 섬> 김정근 | 98분 | 다큐멘터리 | 15세이상관람가

<최악의 하루> 김종관 | 93분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예매하기 (실시간 예매 가능) 

● 맥스무비 http://bit.ly/9BCg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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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0 - 2016.10.26 인디스페이스 상영시간표

<춘몽> 장률 | 101분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우주의 크리스마스> 김경형 | 107분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자백> 최승호 | 106분 | 다큐멘터리 | 15세이상관람가

<할머니의 먼 집> 이소현 | 92분 | 다큐멘터리 | 전체관람가

<물숨> 고희영 | 77분 | 다큐멘터리 | 전체관람가

<그림자들의 섬> 김정근 | 98분 | 다큐멘터리 | 15세이상관람가

<최악의 하루> 김종관 | 93분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EVENT & INFO 


<춘몽> 인디토크(GV)

● 일시: 10월 22일(토) 오후 7시 상영 후

● 참석: 장률 감독

● 진행: 정성일 영화평론가


10월의 인디돌잔치 <거짓말>

● 일시: 10월 25일(화) 오후 7시 30분

● 참석: 김동명 감독 외

● 입장료: 7,000원 (인디스페이스 주춧돌/멤버십 회원 무료)


<물숨> 종영안내

10월 24일(월) 10:30 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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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3 - 2016.10.19 인디스페이스 상영시간표

<우주의 크리스마스> 김경형 | 107분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자백> 최승호 | 106분 | 다큐멘터리 | 15세이상관람가

<할머니의 먼 집> 이소현 | 92분 | 다큐멘터리 | 전체관람가

<물숨> 고희영 | 77분 | 다큐멘터리 | 전체관람가

<그림자들의 섬> 김정근 | 98분 | 다큐멘터리 | 15세이상관람가

<최악의 하루> 김종관 | 93분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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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6 - 2016.10.12 인디스페이스 상영시간표

<할머니의 먼 집> 이소현 | 92분 | 다큐멘터리 | 전체관람가

<물숨> 고희영 | 77분 | 다큐멘터리 | 전체관람가

<왕초와 용가리> 이창준 | 80분 | 다큐멘터리 | 15세이상관람가

<그림자들의 섬> 김정근 | 98분 | 다큐멘터리 | 15세이상관람가

<최악의 하루> 김종관 | 93분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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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9- 2016.10.05 인디스페이스 상영시간표

<할머니의 먼 집> 이소현 | 92분 | 다큐멘터리 | 전체관람가

<물숨> 고희영 | 77분 | 다큐멘터리 | 전체관람가

<왕초와 용가리> 이창준 | 80분 | 다큐멘터리 | 15세이상관람가

<그림자들의 섬> 김정근 | 98분 | 다큐멘터리 | 15세이상관람가

<최악의 하루> 김종관 | 93분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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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의 고단한 하루가 건네는 위로  <최악의 하루>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6년 9월 10일(토) 오후 2 상영 후

참석: 김종관 감독

진행: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전세리 님의 글입니다. (사진 제공: 김은혜 님)


어느 가을 문턱, 서촌과 남산. 하루에 세 남자를 만난 한 여자의 이야기. 그녀의 하루를 위안으로 삼을 수 있는 이유에 대하여. 김종관 감독,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와 함께 했다.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이하 진행): 안녕하세요, 감독님. 영화 개봉 후 어떻게 지내시고 계신가요? 


김종관 감독(이하 김): 개봉 2주차까지는 GV, 그리고 주말마다 무대 인사를 했어요. 그런 것들이 정리 되어가고 있고, 다음 영화 찍은 거 후반 작업하고 있습니다.


진행: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 것 같은데, 차기작이 ‘지나가는 마음들: 더 테이블’이라는 옴니버스 영화죠?


김: 네, 옴니버스 구성인데, 제목은 <더 테이블>로 확정하고 ‘지나가는 마음들’은 떼버렸어요. <최악의 하루>가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을 담았듯 그 작품도 마찬가지로 한정된 공간에서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에 대한 것입니다. 카페의 한 테이블에서 벌어지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에요.


진행: 감독님은 왜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에 관심을 두세요?   


김: 한정적인 공간에 시간을 쓰는 장르를 좋아해요. 뿐만 아니라 두 작품 다 저예산, 작은 사이즈의 영화인데, 촬영 시 용이한 점이 있어요. 기본적으로는 저의 취향인 것 같아요. 


진행: 영화를 처음 관람한 분도 있고, 여러 번 반복해서 본 분도 이 자리에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최악의 하루>를 극장에서 두 번 봤는데, 이희준 배우가 나올 때마다 관객들이 거의 자지러지더라고요. 예상하신 반응인가요?


김: 네, 저는 운철 역이 처음부터 재미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캐스팅이 잘 안 되더라고요. 이희준 배우와는 원래 인연이 없었고 한예리 배우를 통해서 캐스팅하게 되었어요. 겨우 캐스팅했는데, 캐릭터의 재미를 잘 알더라고요. 매우 즐겁게 작업했죠.



진행: 이희준 배우와 한예리 배우는 <환상속의 그대>(2013)에서 애틋한 로맨스를 보여준 적이 있지요. 그 잔상이 남아서 그런지 둘의 회상신이 되게 애틋하더라고요. 


김: 아주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때문에 캐스팅에서 오는 재미가 많아요. 이와세 료 배우도 시나리오를 써놓고 영화를 진행하는 중에 캐스팅했어요. <한여름의 판타지아>(2015)에서의 느낌이 좋았어요. 그 영화에서는 고조 시에 머무는 한 남자였잖아요. 우연히 <한여름의 판타지아>와 어떤 연계가 생기죠. 이희준 배우와 한예리 배우는 둘이 세 편째 함께 작업을 했어요. 단편까지 하면 더 많을 텐데, <환상속의 그대>, <해무>(2014) 등의 영화를 했기 때문에 팀워크가 맞아요. 서로 관계가 다져진 사람들끼리의 재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진행: 두 배우가 함께한 장면은 밀도 있고 팽팽한 느낌을 준다고 해야 할까요? 카페신에서 희대의 명대사들이 터져 나왔잖아요. “저 행복해지지 않으려고요”, “진실이 어떻게 진심을 이겨요?” 등의.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있거든요. 저는 그 시퀀스 구성이 재미있었던 게, 사운드가 좋았어요. 잔잔한 노래가 분위기와 잘 맞았고. 진심을 보이기 전 운철이 구구절절 이야기 할 때는 카메라가 앞에서 모습을 비추는데, 은희를 보여줄 때는 오버 숄더로 보여주더라고요. 운철이 진심을 얘기해야 할 때 앵글은 은희 어깨를 걸고 앞모습을 비추거든요. 무섭기도 했어요. 정면을 보는 순간이잖아요. 저 사람의 진심을 만나야 하는 순간인가 싶어 그 앵글이 좋더라고요. 


김: 적은 회차로 영화를 찍었어요. 16회 차로 장편을 찍었으니, 16일 동안 찍었다는 거예요. 보통 상업 영화는 4-50회 하죠. 이희준 배우는 특별출연이에요. 특별출연 의향도 원래 있었지만, 3일 찍었으니 특별 출연이 맞지 않냐고 말씀하셔서 그렇게 하게 됐죠. 그럼에도 출연 분량이 굉장히 많아요. 어쨌든 그 카페 장면도 하루 동안 찍었어요. 빨리 찍으면서 작전을 잘 짜야 했어요. 대화신이 길기 때문에 앵글의 방향을 감정에 맞추어 배우마다 포인트를 줬어요. 편집할 때도 집중했고요. 


진행: 미묘하게 회상하는 장면이 있지요. 그 회상신은 여름이고, 현재는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인 것 같아요. 톤이 다른데, 그 톤은 어떻게 잡으셨나요?


김: 하루 동안의 일을 그리지만, 그 장면만 유일하게 플래시백이죠. 그 플래시백 삽입이 운철과 은희 사이의 통속적, 비극적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것 같아요. 나이 들며 관계에서 종종 느껴요, 욕하지 않고도 자기를 포장하는 비겁함 같은 것. 그런 것에 대한 쓸쓸함이 있는데, 정작 좋았던 모습을 보여주면 비극이 재미있게 잘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 장면을 통해 세 남자에 따라 바뀌는 은희의 성격이 입체적으로 드러날 수 있겠다 생각했고요. 남산의 어떤 숲길을 걸어가며 좋았던 일을 회상하기 때문에 설레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요.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진행: 굉장히 섹슈얼한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덩치 차이가 큰 데서 오는 긴장감도 있고. 다들 감상이 다를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 이 영화가 편안하게 따라가는 영화인가 싶다가 무서워졌어요. 인터뷰 장면에서 현경(기자)은 료헤이에게 왜 주인공들을 괴롭히느냐 물어보죠. 그러나 료헤이가 각성 된 듯 정신을 차려보니 자리에 현경이 없고요. 그리고 료헤이는 어딘가로 향하는데, 그것이 은희가 있는 남산이에요. 누군가를 찾고 있는 듯 한 눈빛으로 은희를 마주치죠. 저는 이것이 작가가 자신의 등장인물을 만나러 가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곤경에 처한 주인공을 만나 그를 위로하려고 하는 작가의 영화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인물이 하루 동안 어떤 일을 겪었는지 들어주고 은희는 결국 이름을 이야기하고 춤까지 보여줘요. 그 장면들이 인상 깊었어요. 이 영화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구나 생각했어요. 


김: 두 가지 관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라 의도는 했죠. 은희의 관점에서 흘러가는 것과 료헤이 자체의 이야기. 연기를 하는 배우와, 창작을 하는 작가라는 ‘허구’라는 테마. 은희가 거짓말을 하지만, 보편적인 어떤 성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관계에 따라 성격을 바꾸는 부분이 저에게도 있고. 사람들마다 관계에 처한 위치가 다르죠. 그리고 한예리 배우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어요. “은희는 만나는 사람마다 원하는 역할을 연기해주는 것 같다. 자기가 없는 사람 같다.”라고. 저는 그게 일면 맞다 생각해요. 나 또한 관계에 솔직한 사람일까 생각했어요. 제가 사람 관계에는 미숙해도 작업을 통해서는 솔직하고자 노력했어요. 경험을 투영하는 솔직함이 아니라 창작 작업 안에는 저보다 더 솔직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죠. 그것까지 범주를 확장 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은희 이야기로 읽힐 수 있고, 또는 료헤이의 자전일 수 있고. 확장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것을 의도하려 했죠. 


진행: 초고를 2014년 겨울에 4일 만에 쓰셨다고 들었어요. 그때 상태가 궁금해요.

 

김: 주인공 가운데 누구와 가깝냐 물어보면 은희라고 해요. 사람들은 관계마다 성격을 바꾸고 끝없는 방황을 하며 살잖아요. 이것을 쓸 때는 은희처럼 살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런 모티프를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일상의 패턴들을 가지고 그 안에 등장인물을 넣고 이야기하다 보니 금방 써졌죠. 



진행: 감독님은 단순한 일을 간단하게 쓰고 싶다 하셨는데, 결과적으로 복잡한 층위를 가진 영화가 된 것 같아요. 그런 작품들은 오히려 쓸 때는 빨리 써진다고 생각해요. 힘을 빼고 쓰면 심오한 층위들이 쌓이는 것 같고요. 은희가 모습을 바꾸고 거짓말까지 하는 건 사랑 받기 위함인 것 같아요. 은희가 남자친구 만나러 갈 때는 머리를 풀고 운철 앞에서는 묶고 있는데, 그것에도 의도가 있나요?


김: 은희의 심리를 따라가는 거에요. 은희가 미묘한 톤으로 성격을 바꾸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강조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진행: 이야기는 크게 료헤이와 은희를 따라가요. 기본적으로 가지고 가는 정서가 연민 같아요. 그 연민은 둘 다 온종일 밥을 먹지 않는데서 나오는 것 같고요. 그들이 차만 마시고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정보 때문에 더욱 고단하다 생각돼요. 


관객: <조금만 더 가까이>(2010)의 주연도 운철과 은희로 이름이 같아 흥미롭습니다. 그에 대한 의도가 있나요? 


김: 제가 이름 짓는 것을 싫어해요. 근데 은희라는 이름에는 무언가 있는 것 같아요. 정유미 배우가 맡은 은희와 지금의 은희는 달라졌는데, 비슷한 점은 있어요. <더 테이블>에서 한예리 배우가 은희로 나오고 거기서는 그냥 거짓이 아니라 전문적인 사기를 쳐요. 개봉은 내년 봄일 것 같아요.


관객: 영화 카피는 ‘폭발직전의 여름로맨스’인데, 해피엔딩을 겨울로 설정하신 이유가 뭔가요? 은희는 여름을 싫어한다고도 했는데. 


김: 폭발직전의 여름로맨스라고는 하지만, 작년 오늘이 크랭크인 날이었어요. 9월 말까지 찍었고 초가을 배경이었죠. 배우들도 후드티를 입고 있잖아요. 개봉 시점이 여름이어서 여름이라고 한 거죠. 바람도 좋고 햇빛도 좋은 가을의 느낌이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은희는 다양한 감정으로 걸어요. 눈 내리는 길을 걷는, 끝도 없이 가는, 방황하는 한 여자. 어딘가 외로운 모습을 가지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해피엔딩을 바라는 긍정이 있되, 그 속에는 쓸쓸한 한 인간으로서의 심리가 있어요. 그것이 겨울의 느낌과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진행: 시나리오 외에 다른 글도 쓰시잖아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깊은 애정이 있으신 것 같아요. 행복과 슬픔, 밝음과 어둠이 함께 가는 일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더욱 작가에 대한 영화 같아요. 마지막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김: 많은 사람들이 보게끔 하고 싶었어요. 오신 분들이 전파자가 되기를 바라며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그렇지만 영화는 영화이고, 영화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영화와 친구가 되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계의 복잡다단한 층위부터 창작자의 태도까지. 그 고민의 시간을 오롯이 아우르고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관객은 은희가 맺은 관계에 어떤 서늘함을 느끼게 되지만, 이 담백한 초연함이 때로는 나를 더욱 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관객은 온종일 은희의 긴장을 따라가지만, 그 하루의 끝에는 이완 되는 감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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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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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9 소소대담] 스크린을 넘어 삶이 되기까지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다영 님의 글입니다.



지난 8월, 살짝은 어색했던 오리엔테이션에서의 첫 대면 이후 인디즈 7기는 한달에 한 번 진행되는 '소소대담'을 위해 인디스페이스에서 다시 만났다. 첫 한 달간의 활동 이후, 서로의 글을 통해 함께 마음으로 품게 된 영화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일시: 2016년 9월 7일(수) @인디스페이스 
참석자: 이다영, 상효정, 이형주, 최미선, 홍수지, 전세리
*'소소대담'은 매달 진행되는 인디즈 정기 모임 중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이다영: 다들 잘 지내셨나요? 첫 한 달간의 활동은 다들 어떠셨어요?

 

홍수지: 살면서 짧은 기간동안 이렇게 많은 독립영화를 본 게 처음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정말 좋은 영화들이 많아서 힘들다기보다는 재미있었어요.


이다영: 다들 영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해서 인디즈 기사들을 빠짐없이 다 읽어봤어요. 효정 씨는 <시발, 놈: 인류의 시작> 인디토크 기록을 담당하셨는데, 영어로 쓰신 부분이 있더라고요. 너무 웃겼어요. 


상효정: 감독님이 정말 영어로 대답하셨어요. 유쾌한 현장이었어요. 그대로 영어로 써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최미선: 저는 <그림자들의 섬> 리뷰를 썼는데,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몰랐어요. 보면서 그 때 나는 무얼 하고 있었나 생각했어요. 인디즈 활동이 아니었다면 스스로 찾아보지 않았을 영화들을 보게 된 것 같아서 의미가 있었어요.





이다영: 그럼 이제 한 달동안 관람했던 영화들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이야기 나누어 볼까요? 연상호 감독님의 <서울역>부터 시작할게요. 어떻게 보셨나요? 저는 사회적인 문제를 애니메이션이라는 방식을 통해 풀어낸 것이 묘하게 느껴졌어요. 


이형주: 생각보다 평이해서 조금은 아쉬웠어요. 하지만 그런 아쉬움들을 차치하고서라도 붉은 하늘, 거리를 돌아다니는 좀비들 등 그런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지옥도로 완성된 것 같아 좋았어요.


이다영: 좀비라는 요소 때문에 무섭다, 혹은 잔인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감독이 그려낸 현실사회의 모습이 더 무섭고 잔인해요. 시위 현장, 무력진압, 노숙자 문제 같은 것들 모두 우리가 진짜로 뉴스에서 봐온 모습들이잖아요. 이걸 그저 영화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지 못하는 것이 무서웠어요. 


상효정: 그래서 그런지 <부산행>을 보고 <서울역>을 본 사람들 중에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최미선: 아예 다른 영화라고 생각해요. 프리퀄이라고는 하지만, 연결되는 부분이 거의 없기도 하고 말하고자 하는 바도 다른 것 같아요. <부산행>은 대중적으로 조금 완화된 부분이 있고 <서울역>은 사회비판적인 내용과 함께 연상호 감독 고유의 특징이 더 나타나죠. 


전세리: 저는 연상호 감독님을 좋아하고 전작들을 다 봤어요. <돼지의 왕>(2011)이나 <사이비>(2013)는 좀 더 날이 서있었는데, <서울역>도 그 뚝심이 있긴 하나 살짝 날이 죽은 느낌이 있었어요. 


최미선: 전작을 본 분들은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저는 전작들을 다 못 봐서 <서울역>도 굉장히 날카롭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다영: 다음 영화 <시발, 놈: 인류의 시작> 이야기를 해볼까요? 저는 의외로 정말 재미있었어요. 인류의 시초, 종교, 인간관계에서의 어려움같은 무거운 것들을 가볍게 풀어낸 점이 똑똑하다고 느껴졌어요. 


상효정: 제목을 정말 잘 지은 것 같아요. ‘시발’이라는 단어에 그렇게 깊은 뜻이 있을 줄 몰랐어요.


전세리: 저는 리뷰 담당이었는데, 무거운 주제들을 가볍게 환기 시킨다는 점에서 영화가 좋았다고 생각해서 영화 속 비유들을 사회문제와 연결시켜서 글을 써보았어요. 하지만 컬트가 되기에는 살짝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어요. 비유적인 부분도 더 깊이 생각하게 하기에는 조금 설익은 느낌도 있었고요. 





이다영: 이번에는 <그림자들의 섬>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볼게요. 저의 경우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라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인터뷰 형식으로 노조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들이 살아왔던 시절, 경험, 삶에 대한 이야기들도 풀어내서 공감을 하며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상효정: 우리가 한국 사회를 바꿔나가기 위해 아직 해야 할 일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의무감을 가지게 되었어요.


이다영: 이 분들이 권리를 위해 싸워온 역사가 길어요. 지금은 조금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그래도 그 투쟁에 의해 바뀐 부분들이 확실히 있죠. 이렇게 열심히 싸워온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부담감이 생기기도 했어요. 이 모든 것을 알게 된 이상, 이전처럼 무지하게 살 수 없다는 생각에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어요.


최미선: 그래서 많은 분들이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저도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길거리에서 시위하시는 분들을 전처럼 그냥 지나칠 수가 없더라고요. 무엇에 대해서 외치고 있는지 한 번 더 보게 돼요. 그렇게 조금씩 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형주: 희망버스는 고3때라서 못 갔지만, 그 후 시위 등에 참여를 하려고 노력을 했어요. 투쟁현장의 가장 큰 벽은 ‘프레임’이 씌워지는 것이었어요. 그렇게 되면 '내가 옳은 것을 응원하고 있는 것인가?’하는 흔들림이 조금 생기기도 하거든요. 세월호 관련 시위도 나갔었는데, 제가 시위에 참가한다는 걸 주변에 말하면 간혹가다 주류가 쌓아온 프레임으로 저를 보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이 영화를 보니 그런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해 땀을 흘려 정직하게 과정을 담으려고 노력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솔직히 절망스럽기도 했어요. 아직도 변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도 영화로 기록하려는 노력을 본다는 것은 확실히 감동적이었어요. 인디토크를 제가 기록했는데, 노동자 분들이 와서 질문에 대답하는 모습이 영화의 확장판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홍수지: 노동조합 이야기를 하면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보통 막연한 거부감을 가지잖아요. 근데 이 영화 같은 경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보여주면서 그 거부감을 희석시키려는 노력이 있었어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어려움없이 다가가려고 노력을 한 것이 느껴졌어요. 


이다영: 김정근 감독님은 <버스를 타라>(2012)라는 영화를 이전에 만드셨고 <그림자들의 섬> 이 후 <언더그라운드>라는 영화로 또 다른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계획이라고 들었어요. 다큐멘터리 작품들을 보면 주제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요. 왜곡하지 않고 진실되게 담고 싶은 그 마음이 특히 김정근 감독님에게서 더 진하게 전해졌어요. 


이형주: 요즘 계속 한진이 뉴스에 나오잖아요. 보면서 주인공분들 생각을 정말 많이 해요.


이다영: 인디토크에서 감독님이 관심을 가지고 마음을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어떻게 보면 희망적이기도 하지만, 책임으로 지고 가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구나 생각을 했어요. 





이다영: 조금은 무거워진 마음으로 <범죄의 여왕>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볼까요? 스릴러, 코미디라는 껍데기를 씌웠지만 아줌마 캐릭터, 고시촌이라는 배경 등 현재 한국의 모습을 많이 담고 있어요. 나오는 캐릭터들이 너무 신선하고 재미있어요. 


이형주: 인디즈의 한줄평들을 보면서 저와 생각이 비슷한 분들이 많아 재미있었어요. ‘아줌마’는 ‘어머니’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왔을 때 엄청 뻔하게 쓰일 가능성이 높잖아요. 근데 이 영화는 비껴서 표현한 것이 신선하고 좋았어요. 


전세리: 맞아요. 전형적인 여성상이 아니죠. 여자가 주체가 되어 사건을 해결해간다는 점에서요.


이다영: 개태도 사랑스럽지만, 덕구가 너무 좋았어요. 모든 캐릭터가 현실에서 만나면 조금은 피하고 싶을 것 같은 사람들인데, 영화 속에서는 매력적으로 그려졌어요.


이형주: 다들 연기 내공이! 개태 역을 맡은 조복래 배우는 <차이나타운>(2014)에서 엄청 무서운 역으로 나오는데, 여기서 너무 귀여운 거에요. 혹시 클로즈업이 많다고 느껴지지 않았나요? 공간을 정말 멋있게 잘 만든 것 같은데, 왜 저렇게 좁게 잡을까 생각했어요. 나중에는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전세리: 좁은 공간을 강조하려고 그러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최미선: 배경, 조명의 어두침침함, 그리고 모든 캐릭터가 각기 다르듯이 그들이 살고 있는 방도 각각 특징이 달라서 그걸 보는 재미도 있었어요.


이형주: 이 영화가 단순히 코미디나 스릴러를 넘어서 하나의 위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최미선: 마지막에 엄마가 모든 일을 처리하고 나서 잠이 드는 장면이 굉장히 마음에 오래 남았어요. 아들을 위해서 다 참다가 긴장이 풀리는 순간 잠에 빠지는 장면이 엄청 짠했어요.





이다영: 마지막 영화 <최악의 하루>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요? 개인적으로 김종관 감독님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정말 좋게 봤어요. 영화도 좋지만, 그 분 사진도 좋아해요. 그래서 영화의 시작에 배경이 된 서촌을 탁탁 보여주는 인서트들이 되게 마음에 들었어요. 확실히 전작보다 좀 집중된 느낌이어서 오랜만의 장편 복귀작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만족스러운 기다림이었단 생각이 들었어요.


홍수지: 한예리 배우도 너무 사랑스럽게 그려졌고 아무에게나 추천해줘도 다 좋아할 것 같은 영화인데, 각각 좋아하는 지점이 다를 것 같아요.


전세리: <한여름의 판타지아>(2014)에서 이와세 료 배우가 가이드역할이었는데, <최악의 하루>에서는 여행자로 나오는 게 묘하다고 생각되었어요. 그리고 영화 속에서 은희는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계속 행동이 바뀌는, 그런 요소를 담았다는 게 좋았어요. 우리 모두 상대에 따라서 모습이 바뀌잖아요.


이다영: 영화 속에서 배우와 작가가 거짓말을 하는 직업이라고 이야기 하잖아요. 감독, 작가로서의 역할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어떤 상황을 만들어 놓고 신적인 존재로 존재하는 그런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졌어요.


전세리: 그래서 든 생각이 료헤이가 이 모든 이야기를 쓴 것은 아닐까 했어요. 마지막 장면에서의 대사도 그렇고, 기자와의 대화 후에도 혼자 앉아있는 장면도 그렇고. 


이다영: <최악의 하루>는 색이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 한 달 동안 영화들을 보면서 유난히 사회를 담은 영화가 많다고 느꼈어요. <최악의 하루>는 현실적인 내용으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푸니까 내 삶에 대입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고요. 영화를 봄으로서 겪어보지 못한 것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죠. 우리의 시각과 인식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까 생각할 수 있었던 한 달이었던 것 같아요. 




카프카의 말 중에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우리는 왜 그 책을 읽는가?’라는 말이 있다. 이 멋진 말에서 ‘책’을 ‘영화’로 바꾸어 읽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시간이었다. 우리가 보는 영화가 우리의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무지에서 깨우는, 그래서 영화가 단순히 스크린 너머의 것으로만 남지 않고 우리의 삶으로 스며드는 순간들이 우리 모두에게 허락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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