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형의 시간에서 벗어나 영화적 감각으로 짜여진 세계 

 2018 으랏차차 독립영화 <꿈의 제인>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2월 11일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조현훈 감독

진행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가영 님의 글입니다.




<꿈의 제인>의 시간은 불친절하게 흘러간다사라져버린 사람이 다시 등장하는가 하면, 극 중 인물들의 관계가 뒤엉키기도 한다하지만 시간의 선형적 질서에서 벗어나 시청각적으로 표현된 영화적 언어를 받아들인다면 치밀하게 짜여진 <꿈의 제인>의 세계를 다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많은 궁금증과 단서들이 오갔던 지난 밤의 기록이 나름의 이해와 해석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 (이하 진행): 감독님과 GV 시작 전에 잠깐 얘기를 나눴는데요기분이 센티멘탈해지셨대요그 이유를 들어보고 싶어요.

 

조현훈 감독 (이하 감독): 아마 오늘이 마지막 <꿈의 제인> GV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그런 느낌이 들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진행: 저는 마지막일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아요인디스페이스에서 조만간 또 기회가 있을 거라 믿어요사실 지금쯤이면 감독님이 <꿈의 제인>으로부터 조금 거리를 두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근데 말씀을 들으니 아직까지는 감정적으로 완벽히 벗어나지는 못했나봐요.

 

감독사실 전까지는 감사한 마음이 구체적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하지만 지금은 무엇이 감사한지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시기고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저번 주부터는 무엇이 감사한지에 대한 일기도 쓰고 있고요.

 

진행: 어떤 점이 감사한지 조금 공개를 해줄 수 있나요?

 

감독: 요즘 독립영화가 참 관객이 없어요우리 영화는 운 좋게도 많은 분들께서 봐주셨지만요관객 분들이 개봉 시기에 챙겨봐주셨다는 점과 지금까지도 꾸준히 지지를 보내주신다는 점이 정말 감사해요최근에는 또 스태프 분들이 생각나더라고요촬영감독님과 PD님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이 떠올랐어요분위기가 약간 눈물의 GV로 흘러가는 것 같네요.

 


진행: 오늘 오신 관객 분들께 이따가 말씀을 또 드리겠지만어떤 마음으로 오셨는지가 궁금해요영화를 한 번 더 극장에서 보자는 취지도 있을 것 같고아직 감독님께 궁금한 점들도 남아있지 않을까 싶어요. 개봉 이후에 우연히 이 영화를 보신 분들도 분명히 있을 테니까요저는 이번 GV를 준비하면서 <꿈의 제인>을 또 봤는데정말 고심을 많이 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영화가 주는 매혹이라던가 압박감에 눌려있었는데그 감정에서 벗어나니 인물 하나 하나에 대한 감독님의 태도를 보게 됐어요. <꿈의 제인>은 굉장히 많은 사건들로 짜여진 복잡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고 복잡한 구조 안에서 컷 하나까지도 촘촘하게 설계된 영화예요감독님이 어떤 태도로 이 영화를 대했는지가 궁금해요.

 

감독: 이런 이야기를 할 때는 항상 과거를 추측하게 돼요작업을 하는 방식과 연결시켜 보자면 저는 스스로 먼저 꺼낼 수 없는 이야기나 믿지 않는 주제들로는 영화를 만들려고 하지 않아요. <꿈의 제인>을 만들 때는 ‘아이들에게 스스로가 책임질 수 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겠다라는 다짐이 제 마음속에 남아있었어요그 점이 가장 중요했고요지금도 여전히 작업을 하기 위해서 고민할 때는 적어도 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지를 작업에 담으려고 해요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아마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할 거예요때문에 다음 작업이 좀 오래 걸리겠구나 생각도 들고요.

 

진행: 감독님은 어미 하나까지 언어를 정확하게 쓰려고 노력하는 게 느껴지고 어투가 주는 뉘앙스를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그래서 '소현'의 내레이션이 풍부한 울림을 가질 수 있다고도 생각하고요좀 느닷없는 질문이긴 한데감독님은 일기를 어떤 투로 쓰는지가 궁금해졌어요본인만의 글은 어떤 형식으로 쓰나요?

 

감독일단 반말로 쓰고요, 반성문처럼 써요주로 뭘 잘못하고 있고 뭘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많이 쓰는 것 같아요사실은 거의 맨날 같은 말만 써요누가 만약 제 일기를 주워서 읽는다면 '이 사람은 왜 매일 똑같은 말만 하지?' 생각 할 정도로요똑같은 일상을 보내기 때문에 특별한 내용을 쓸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진행: 영화를 본 분들 각자 감정을 이입하는 대상이 다 다르더라고요보편적으로 처음에는 '제인'을 위주로 많이 보는 것 같고반복 관람하는 분들은 주변 아이들을 하나씩 보는 것 같아요저는 개인적으로 소현에게 이입을 많이 했고 감독님 또한 소현에게 가장 마음을 주면서 시나리오를 쓰지 않았을까 싶어요실제로는 어땠나요?

 

감독: '병욱'에게 시선이 가기도 하고 또 '대포'에게 마음이 가기도 해요캐릭터 하나 하나에 이야기를 부여하고 자신의 생각들을 극중에서 주장 혹은 토론할 수 있도록 신경 썼는데소현이 기본적으로 제 마음을 대변해주는 아이였지만 병욱이나 대포 같은 아이들에게도 분명히 그런 면이 있어요반면에 유독 제가 감정을 주지 않았던 인물은 '정호'였어요정호만 멀찍이 떨어져서 봤던 것 같아요정호한테까지 이입을 해서 왜곡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진행: 그래서인지 영화는 정호 이야기를 유독 아껴서 보여주고 있어요불필요한 이야기들은 최대한 덜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요.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정호의 컷들도 궁금합니다.

 

감독: 소현과 제인의 입장에서 정호에 대한 낭만적인 기억들 혹은 향수 같은 것들이 시나리오 상에는 담겨있었어요하지만 이 이야기들을 들어내야 된다고 판단했던 거죠왜나면 제가 정호 얘기를 하는 것이 창작자의 나르시즘 같다고 느꼈어요아름답게 포장하는 방식이 이 영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생각해 봤을 때부정적인 쪽이라고 판단했거든요정호라는 인물을 냉정하게 바라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또 대변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진행감독님이 어떤 면에서는 결벽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태도를 중시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요정말 빈틈이 없다고 해야 하나요그래서 이 영화가 어떤 분들에게는 굉장히 무섭고 차갑게 느껴졌을 것 같아요하지만 영화가 담고 있는 행복이나 희망에 대한 견해그리고 세상의 절망을 바라보는 시선이 저에게는 한없이 현실적이고 따뜻하게 느껴졌어요지금도 여전히 이런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혹은 조금 달라진 부분이 있는지 궁금해요.

 

감독영화를 통해 인간에 대한 신뢰를 어느 정도는 회복할 수 있었어요순전히 제 생각인데사실 비슷한 사람들끼리 이 영화를 봤을 거라 믿거든요비슷한 사람들끼리 생각을 공유하면서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 것 같다는 생각을 최근에 하게 됐어요그렇다고 해서 제 생활이 특별히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그런 조금의 차이들이 제가 앞으로 만들 영화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좀 했고요


진행: 감독님의 차기작을 기다리는 관객이 비단 저만은 아닌 것 같아요물론 이른 애기일 수도 있겠지만 감독님이 방금 차기작에 대한 단서를 던졌잖아요염치 불구하고 여쭤보겠습니다차기작 계획이 있나요?

 

감독: 일단 장편 시나리오는 계속 쓰고 있는 상태고요, 조금씩 바뀌고는 있지만 중요하게 잡아둔 부분은 있어요이 또한 가족의 관계 같은 것인데장편과 함께 그 내용과 연계된 단편을 촬영할 것 같아요. 각각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이야기적으로 연결시키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어요이런 방식을 프리퀄이나 스핀오프라 하나요아무튼 단편은 전사(前史)를 드러내는 정도로 작업하려는 계획이 있습니다.

 






진행: 이렇게까지 주인공의 안 좋고 감추고 싶은 부분을 막 드러내는 작가는 드물거든요소현의 비겁하고 치사한 부분주인공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비인간적으로 느껴지는 모습까지 보여주면서도 인물과 거리를 유지해버리는 카메라의 태도가 인상 깊어요그래서 저는 감독님이 소현에게 가장 이입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던 거고요새로운 주인공에 대한 감독님의 태도는 어떨까 궁금해졌어요지금 쓰고 있신 주인공에게는 조금 덜 가혹한가요?

 

감독: <꿈의 제인>을 쓰던 당시에 저의 세계관이라 해야 할까요? 그땐 결국 희망이나 긍정적인 상황은 없다는 전제가 분명히 있었던 것 같아요지금 쓰는 시나리오도 그런 세상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연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얘기가 될 것 같은데말씀하신 것처럼 <꿈의 제인>보다는 따뜻한 면들이 있겠죠

 

진행: 편집하며 컷을 붙이거나 넘어갈 때 가장 고심했던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감독: 현장에서 촬영한 분량은 다 사용했어요여력이 안되고 시간도 부족해서 촬영 단계에서 편집을 하면서 찍어가야 했거든요. 찍은 건 다 썼지만, 찍을 때 없앤 부분이 있어요. 때마다 고심했던 부분은 처음에 시나리오를 쓸 때 했던 고민들과 굉장히 유사했어요. '소현에게 존재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제시하는가?'라는 부분이에요. 가령 삭제된 장면 중 하나인데제인이 아이들 사이에서 소현이를 어떻게 데리고 왔는지 얘기하는 화기애애한 장면이 있었어요그런 장면이 저에게는 좀 불편했던 것 같아요환상 혹은 판타지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인데굳이 이 장면들까지 넣어서 이 아이의 낙차를 크게 하려는 연출자의 의도가 무엇인가, 동의할 수 없는 지점이 생기더라고요그래서 많이 고민하고 삭제했던 것 같아요.

 

진행: 저에게 <꿈의 제인>은 시간이 흐를수록 잔상이 또렷해지는 영화예요심리적이고 시각적인 모티브를 통해서 마음속에 깊게 들어가는 체험을 선사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거실에서 제인이 소현에게 휘파람을 불어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을 가장 좋아해요그 장면의 공간이나 톤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는데처음에 제인이 휘파람을 불러달라고 했을 때만 해도 그 공간에는 그 둘만 존재하는 것 같잖아요하지만 카메라가 뒤로 빠지고 프레임이 점차 커지니까 아이들이 다 같이 모여있어요저는 그 순간 아이들이 유령 같은 존재라고 느껴졌어요미동조차 하지 않고 어떤 의식처럼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는데소현의 깊은 고독이나 감정들이 한 순간 너무나 크게 다가왔어요작년 6월 GV에서 이 장면에 대해 감독님은 소현이 마치 숲에 둘러싸여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이야기했어요다음 장면은 제인이 투신해서 떨어져 있는 장면이죠. 그 다음은 다시 어두워진 가운데 미러볼이 돌아가고 침대에 누워있는 제인을 소현이 지켜보고 그 후경에 아이들이 미동 없이 앉아있는 장면이에요이 장면에 대한 감독님의 의도도 들어보고 싶어요.

 

감독: 일단 언급하신 장면들은 같은 방식으로 연출하진 않았어요휘파람을 부는 장면은 리허설 없이 바로 촬영에 들어갔는데그 때 당시의 분위기가 우리가 보는 장면과 흡사했어요아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소리를 듣고 있는가에 집중했고 그 감정들이 담겨야 된다는 것이 최우선이었어요유령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지만결국엔 초현실적으로 보여야 했고 그 공간이 이질적으로 느껴져야 한다는 것이 목표였던 것 같아요그런 장면들이 영화 내에서 힌트나 열쇠가 돼야 하잖아요마치 숲 속에서 한 사람이 동물들에게 둘러싸여있는 듯한 이미지에서 시작을 했어요제인의 시신을 보고 있는 소현과 아이들 장면에서 명백하게 의도를 뒀던 지점은 죄책감이나 죄의식이었어요그 장면에서 '지수'는 드러나지 않거든요. '왜 지수를 숨기고 있는가? 제인의 죽음이 결국에는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나름의 원칙을 갖고 촬영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고요.

 

진행: 대포가 지수인 척 하고 나온 소현과 터널에서 대면할 때검정 비닐봉지를 씌우기 직전에 카메라가 한 번 터널 밖으로 빠졌다가 다시 들어가는 순간이 있어요터널 속의 대사처리는 사운드로만 들리고요밖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중간에 넣은 의도는 뭘까요?

 

감독: 어떤 의도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저 역시도 영화를 다시 봤을 때 이 부분에서 감정적으로 동요가 많이 됐거든요소현의 말이 대포에게 전달이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에요대포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고 애당초 소현의 말을 거의 듣고 있지 않았던 거죠사람들은 모두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대포는 조금 다른 아이인 것 같아요대포를 연기한 박강섭 배우가 제 학교 후배인데, 박강섭 배우는 정말 단순한 친구고 굉장히 정의로운 사람이에요본인도 스스로가 의리 있고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친구인데그런 면들이 저는 단순하다고 느꼈고 배우의 그런 부분들이 어느 정도 반영됐어요. 대포의 행동에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섬세하진 못 한거죠그 장면은 대포의 사고방식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아닌가 생각해요.

 






관객: 영화 속 각각의 캐릭터들이 입체적이고 다양한 면모들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어요캐릭터에 대한 감독님의 감상을 들어보고 싶어요.

 

감독: 이제 겨우 한 편의 영화를 만든 감독이고, 영화 작업이라는 게 참 마음대로 안 되는 것 같아요. 이 영화를 만들 당시에는 제 나름대로 인물에게 양면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어요. 창작론은 아니고 제가 사람을 생각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중 하나인 것 같아요실제로 더욱 그래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요인간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마찬가지예요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방식이 내 세계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겠다는 고민을 해요일부러 원칙들을 신경 쓰면서 이야기를 구상하진 않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자연스레 담긴 것 같아요.

 

진행: 아무래도 독립영화이기 때문에 양면적이고 모순적인 모습의 등장인물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어요캐릭터의 풍부성이 곧 감독님의 태도이기도 하고, 그래서 우리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요? 함부로 단정짓지 않는 조심스러운 태도와 거리를 두려는 자세가 보여서 좋았어요. 

 


관객영화를 보는 내내 꿈을 꾸는 것처럼 기억들이 조각나 있다고 느꼈어요그렇게 느낀 이유 중 하나가 뒤죽박죽인 순서 때문인데이야기가 순서대로 정렬된 건지 궁금해요소현의 내레이션이 반복되는데, 영화 전후의 이야기를 분리해서 봐야 하는지아니면 과거와 현재가 이어져 있는 것처럼 서로 연관시켜서 봐야 하는지도 궁금합니다또 딸기케이크가 나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케이크가 가진 상징적인 의미도 궁금합니다.

 

감독: 첫 번째 질문이 영화를 개봉하고 나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에요항상 하는 대답은 있는데요즘 생각과 연결시켜 답하자면, 제가 단편영화를 찍는 꿈을 계속 꿔요벌어지지 않은 일들에 고통스러워 하면서 준비도 안 되어있는데 뛰어 나가야 하는 상황이 꿈에 나와요걱정하는 것들 혹은 희망하는 것들이 꿈에 반영된다고 생각해요긍정적인 관점에서 소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또 이 친구가 가장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영화적으로 표현해야 했어요. 소현이 무엇을 가장 원하는지무엇을 이루지 못했는지어떤 것을 가장 후회하는지에 집중할 수 있게끔 순서를 구상한 것 같아요그렇게 생각해본다면 순서가 뒤죽박죽으로 엉키지 않을 수 있을 거예요반복되는 편집, 내레이션, 공간들은 나름대로 이야기를 풀어갈 열쇠나 힌트를 드리고 싶었던 것이고 케이크 또한 같은 의미를 가진 소품이죠많이 못 보시는 장면인데, 처음에 소현이 편지를 쓰는 모텔 방에서 천천히 카메라가 들어갈 때 먹다 남은 케이크가 보여요이 장면은 사실상 이후에 나오는 소현이 딸기 하나를 케이크에서 떼 먹는 장면과 연결된다고 할 수 있어요실제 시간이라기보다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원칙이나 방식을 제시한 것이고그런 것들을 단서로 삼아 본인 방식으로 나름대로 해석하기를 영화를 통해서 권유한 거였어요.

 

진행: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 정말 기대하고 있었어요개봉 당시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여러 방식으로 하거나 안 하려고 피했거든요저는 이 영화에 나름의 엄청난 원칙들이 있다고 생각해요굉장히 첨예하게 만들어 놓은 연결고리들이 있어요크게는 음악빛의 활용이 있죠소품 하나 대사 하나까지도 완벽하게 계산돼 있어요때문에 저는 영화를 보면 볼수록 소름이 돋는 순간이 많았어요.

 


관객: 제인이 미러볼이나 공 같이 둥그스름한 것에 집착해요그 소품들에 담긴 의도가 궁금합니다.

 

감독미러볼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이 말을 하는 게 민망한데어둠이 깊어질수록 빛은 밝아진다는 주제의식을 반영하는 소품이에요소품의 특징을 제인과 연결시킴으로써 제인이라는 인물이 누구인지 보여줄 수도 있는 것이고요미러볼과 공처럼 둥그스름한 것이 제인 그 자체다, 라는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썼던 것 같아요.

 

진행: 구교환 배우는 이 질문에 대해서 일 년 전쯤에 이런 답변을 했어요그 때 굉장히 동그란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동그라면 좋지 않냐고 하면서 동그랗기 때문에 모서리도모난 부분도 없이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제인과 닮았다고 이야기했어요.

 






관객: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제인의 매력에 빠졌는데그 다음에 볼 때는 모든 캐릭터가 눈에 들어왔어요각각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모습이 저의 모습과 많이 겹쳐 보였어요때문에 감독님이 각각의 캐릭터를 단정짓지 않겠다고 한 이야기가 좋게 와 닿았고요캐릭터를 어떤 식으로 만들어 나갔는지누구를 먼저 만들어냈는지 궁금해요.

 

감독아무래도 소현이란 인물이 제일 중요했고 그 다음으로 지수란 인물도 중요했죠원래 단편이 시초였는데단편은 이 두 사람의 이야기였어요지수가 팸의 가장이라는 설정이었고 아이들을 위해서 일을 하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는 내용이었어요그런 이야기를 쓰다가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제가 책임질 수 없는 이야기로 가는 것 같아서 조금씩 수정해나갔어요인물들을 만들 때는 제인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며 쓰지는 않았어요. 제인이라는 인물 한 명만 방향성을 잡고 만들어 낸 캐릭터예요. 제인은 이상적이고 낭만적이면서 약간 촌스럽기도 해요이런 부분이 분명히 필요한 특징이라 생각해서 의도적으로 넣었어요.

 


관객: 영화에 트랜스젠더나 청소년들이 많이 등장해요하지만 대중들은 성적소수자나 소외계층의 삶을 잘 모르기도 하고 또 쉽게 관심을 주지도 않잖아요이런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낸 이유가 궁금합니다 

 

감독: 결국 영화를 왜 만들고, 어떻게 만드는가로 생각이 이르는 것 같아요저는 홀로 남겨진 사람의 마음에 이입을 해요하지만 그들의 마음을 알고 이해한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에요그런 마음들이 이야기를 만들게 해요그렇게 시작을 하다 보니 인물의 곁에 두고 싶은 인물들이 하나 둘씩 이야기에 등장하는 거죠그래서 제인을 만들어냈고 가출팸 아이들도 만나게 됐죠하지만 시작은 언제나 소현 같은 인물이에요.

 

진행: 왜 그런지는 보는 사람들이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해요제가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영화에서 환지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잖아요환지증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을 듣고 싶어요.

 

감독: 두 가지 면을 생각했어요당사자가 아니라면 우리들이 판단할 수 없는 범위가 있어요그런 관점에서 편견이나 오해동정을 이야기하고 싶었고또 한편으로는 소현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소현이는 비뚤어진 시선들을 개의치 않아한다는 부분이물론 주제적으로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겠지만, 편견을 대하는 제 개인의 태도와 소현이의 태도가 많은 다른 사람들과도 닮아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환지증 이야기를 한 것 같아요.

 


진행: 지난 디렉터스 컷 시상식에서 <꿈의 제인>으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동료 선후배 감독들이 준 상이기 때문에 의미가 더 클 것 같아요마찬가지로 저 또한 <꿈의 제인>이라는 영화가 영화계 안에서 상당히 중요하고 값진 자극을 준 영화라고 생각해요투자를 받기도 어렵고 관객도 모으기 쉽지 않은 환경에서또 독립영화가 독립영화답게 존재하는 것 조차 힘든 세상에서 몇 줄로 정리되지 않는 영화를 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었어요이 영화는 소리와 이미지가 하나의 덩어리로 운동하듯 다가왔고 영화적인 경험을 안겨준 좋은 영화였어요앞으로도 계속 이런 영화를 찍어주셨으면 좋겠어요감독님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감독: 긍정적인 희망이나 목표를 두고 영화 작업을 하진 않을 것 같아요하지만 분명 그런 시기도 있겠죠이 일은 공격적으로 해야 하는 분야이기도 하고 본인 스스로를 좀 오해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산업이니까요그렇지만 정확하게 어떤 원칙을 갖고 이렇게 작업하겠다고 얘기할 순 없어요단지 고민이 많고, 조금은 침울한 상태로 작업에 임하고 싶다는 게 제 개인적인 목표예요못보고 지나치지 않도록또 놓치고 있는 것들이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진행: ‘침울한 상태로 있어야겠다라는 말이 굉장히 반갑네요무슨 의미인지 다 아실 거라 생각해요늦은 밤까지 자리해주신 관객 분들에게 마지막 인사 부탁드릴게요.

 

감독: 사실 오늘은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드리고 싶었고 그걸 목표로 이 자리에 왔어요개봉하고 시간이 많이 흐른 상태에서 영화를 다시 보러 와주시고 또 늦은 시간까지 영화관에 남아주셨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 마법 같고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어요이 영화를 택한 것 자체가 우연이라 할지라도요하지만 저에게 오늘은 절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감사합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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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O)존 <꿈의 제인>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6 22일(목) 오후 7 30분 상영 후

참석 조현훈 감독, 이상희 배우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영농 님의 글입니다.




처음 볼 때보다 두 번째 봤을 때 더 좋은 영화가 있다. 그리고 그런 영화는 세 번, 네 번째에도 그때마다 새로운 감상을 선사하는 듯하다. 영화 <꿈의 제인>은 그런 영화들 중 하나다. 물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기 때문에 한 번 보는 데에도 큰 에너지를 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로 하여금 다시 영화관으로 향하게 만드는 영화 <꿈의 제인>. 진행을 맡은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와 감독 조현훈, 그리고 다른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를 사랑한다는 이상희 배우가 인디토크게 함께했다.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이하 진):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보고 이번에 두 번째로 봤는데 볼 때마다 새로운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희 배우는 <꿈의 제인> 어떻게 봤는지?



이상희 배우(이하 이): 아름다운 영화다. 아름답다는 표현을 슬플 때도 쓸 수 있다더라. 나에게 <꿈의 제인>은 그런 영화다. 저도 오늘 극장에서 두 번째로 봤다. 내 기준에서 말로 전달하기 편한 영화가 있고 어려운 영화가 있다. <꿈의 제인>으로부터 받은 게 많은데 여러분들에게 말로 얼마나 전달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싶은 영화이기 때문에 다시 봐도 역시나 아름다웠고 어딘가 꼭 존재했으면 하는 ‘제인’같은 영화다.



조현훈 감독(이하 조): 극장에 오는 일도, 영화를 선택하는 일도 쉽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이 영화는 그리 친절하지도 않은데 메시지에 귀 기울여주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하다. 저를 비롯한 스태프들 모두, 우리가 보낸 편지에 답장을 받는 기분인 요즘이다. 



진: 여름밤과 아주 잘 어울리는 영화다. 영화가 끝나고 눅눅한 여름 공기에 네온사인이 켜진 종로 거리를 걸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희 배우는 아무래도 배우들의 연기에 주목해서 볼 수밖에 없었을 텐데, 연기할 맛 나는 캐릭터들이 담긴 영화라 부럽기도 했을 것 같다.



이: 캐릭터들이 다들 살아있어서 되게 좋은 자극을 받았다. 이 영화가 촬영에 들어가기 전, 구교환 배우와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다. 촬영 전 피팅을 막 마쳤을 때였는지 제인 풀 착장을 하고 있었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기운이었다. 깊고 음습한 분위기. 그래서 대체 무슨 역할을 맡았을까 생각을 했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그때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게 나오더라. 제인이라는 캐릭터의 아픔이나 힘듦의 기저는 공유하되 다른 양상으로 표현을 해내서 연기가 훨씬 풍성하고 다채롭게 느껴졌다. 웃고 있어도 아픈 듯, 그러면서도 함께 즐거운. 그리고 이민지 배우는 영화 맨 처음부터 극중 ‘소현’ 그 자체로 존재하는 듯해서 그 캐릭터가 하는 말과 행동, 그 모두를 온전히 나에게 담으며 관람할 수 있었다. 나중에는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감독님과 배우님들이 정말 캐릭터 구축에 함께 노력을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제인이 해변을 걷다가 쓰레기를 줍는 장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듯한 장면인데도 그 캐릭터의 성격이 온전히 다 묻어나오는 느낌이었다. 부연설명 없이도 다 느껴지는 부분들이 참 좋았다.



진: 사실 저는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구교환 배우에게 너무 놀라서 다른 배우들을 눈여겨보지 못했다. 그래서 실례되는 말이지만 그때는 소현 역이 다른 분으로도 대체가 가능한 역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다시 보니까 소현 역이 얼마나 깊이 있고 무거운 역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혹시라도 저처럼 이 영화를 오늘 처음 봐서 제인을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었던 분들은 영화를 한 번 더 보면 이 이야기가 소현에게 얼마나 아픈지 다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상희 배우 말대로 이 영화는 배우들과 감독님이 함께 하모니를 잘 이뤄낸 영화다.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조: 제인이라는 인물을 가장 먼저 만났다. 구교환 배우가 제인을 맡겠다고 결정한 이후 다른 배우들에게도 그 사실이 영향을 미친 듯하다. 그리고 이민지 배우가 함께하게 되었을 땐 거의 캐스팅이 마무리 되어가던 시점이었다. 두 배우가 캐스팅의 시작과 끝을 담당한 셈이다. 구교환 배우가 모든 장면에는 나오지 않는 반면 이민지 배우는 대부분의 장면에 나온다. 그래서 저에겐 이민지 배우가 의지할만한 배우였고 믿을 수 있는 배우였다. 한편 제인은 저에게 선물과도 같았다. 제인이 등장하는 장면과 등장하지 않는 장면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제인과 함께 작업을 하고 나면 또 다시 힘과 용기를 얻어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마지막 촬영은 두 사람과 함께하는 장면이었다. 우연이든 아니든 그렇게 두 배우로 시작해서 두 배우로 끝나는 영화가 된 것이다. 어디선가 제인과 소현 두 사람이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고 쑥스럽지만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진: 영화에서 특정 장면이 특히 가슴에 와 닿는 경우가 있지 않나. 저의 경우에는 바닷가 장면이었는데 오늘 보니까 터널 장면이 와 닿았다. 이상희 배우는 어떤 장면을 가슴에 담았는지 궁금하다.



이: 처음 볼 때도, 오늘도, 영화 맨 처음 제인이 고개를 들며 “다시 돌아왔구나”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듣기로는 그 장면이 첫 날 첫 촬영이었다고 한다. 구교환 배우를 영화에서 처음 봤을 때 장국영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그렇게 깊이감 있는 눈빛이 첫 촬영에서부터 가능했다는 게 너무 놀랍고 질투 났다. 그 장면이 너무 좋다.



진: 영화 속 호흡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이 영화가 끝나고도 함께 작업을 계획 중인지 궁금하다.



조: 아직 그럴만한 경황은 없었다. 이번에 이 영화로 뉴욕아시아영화제에 참석하게 되었다. 오며가며 비행기 안에서 배우님들과 이야기 한번 나눠보겠다.



이: 아주 사소한 부분인데도 인물들의 성격이 비추어지는 장면들이 있다. 쓰레기를 줍는 제인이나 미러볼을 훔쳐오는 제인 등 대본에 적혀있던 것인지 아니면 배우의 아이디어였는지, 함께 의논한 것인지 궁금하다.



조: 대본에서의 제인은 훨씬 까다롭고 까칠한 이미지였다. 구교환 배우가 소화한 캐릭터에서 보다 섬세하게 다듬어진 부분들이 있다. 좀 더 유머러스하고 사려 깊게 변했다. 가령 제인이 휘파람을 부면서 기차소리를 흉내 내는 장면 같은 경우는 처음엔 제가 빼려고 했다.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는데 너무 우스꽝스러워지진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있었다. 그러나 연기로 잘 살려서 결과적으로 더 멋진 장면이 되었다. 그리고 이민지 배우는 본인이 캐릭터를 아주 세밀하게 잡아가기 때문에 오히려 편집을 하는 도중에 알아차린 부분이 많다. 예컨대 제인이 구토하고 소현이 등을 두드려주는 장면이 있다. 대본에는 ‘등을 두드린다’와 같이 평이하게 적혀있었다. 편집을 하면서 보니 이민지 배우가 제인의 등을 쓰다듬고 어루만지더라. 좋았고 감사했다. 특히 이민지 배우는 시선처리나 타이밍 같은 것들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구사해낸다.



진: 구교환과 이민지라는 두 배우가 합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민지 배우는 외모에서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고 큰 눈동자에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래서 흠칫 소름이 끼치는 장면이 몇 있기도 하다.



이: 저도 이번 영화를 보면서 그런 순간들이 특히나 많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착한데 너무 무서운 그런 느낌.





진: 혹시 구교환 배우의 대사에서 애드리브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조: 워낙 많이 중얼중얼 하는데,(웃음) 이번 작업에서 특히 감사한 게, 저의 의도를 많이 배려해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충분히 준비를 해서 그대로 연출을 했을 때 가장 애드리브처럼, 실제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부분을 많이 존중해줬다. 배우님들이 대본에 충실했고 의논이 필요한 부분들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함께 이야기했다. 분명 애드리브가 있었을 텐데 기억나는 건 없다.



이: 구교환 배우는 문장을 소화할 때 절반은 그대로고 끝부분만 살짝 변주를 주는 방식으로 연기를 하기 때문에 딱히 애드리브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애드리브가 아니지만 애드리브인 것처럼 자연스러운 느낌을 내는 배우다. 어미를 바꾸거나 살짝 첨언을 하는 식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구교환 배우에게 배우로서의 어떤 매력이 있다고 늘 생각해왔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그게 무엇인지 완전히 깨닫게 됐다. 그에게는 풍자와 해학이 있다. 어떤 단어나 손짓을 해도 잘 묻어난다.



진: 그러한 풍자와 해학의 미는 그가 직접 연출한 단편영화들에서 특히 잘 묻어난다. 그래서 다음 작업이 더욱 기대되는 배우이자 연출자이다. 



관객: 영화를 보면서 <레옹>(1994)이 떠올랐다. 제인과 소현 두 사람이 마치 레옹과 마틸다처럼 느껴졌다. 이 영화 속 두 사람은 마주보기보다는 유난히 같은 곳을 바라보거나 걸어 다니는 장면이 많다. 특별히 의도한 것인지?



조: 우선 <레옹>을 언급해주셨는데 제가 알기로는 그 영화의 모태가 된 작품이 존 카사베츠 감독의 <글로리아>(1980)인 걸로 알고 있다. <꿈의 제인>의 제인 역시 그 작품의 ‘글로리아’ 캐릭터를 참고했다. 영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순 없지만 제인의 인물상을 그 영화에서 따왔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동행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것이었다. 아마 그런 제인의 생각이 반영된 장면들이 아닐까. 같은 곳을 바라보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걸어가는.



관객: 유독 제인이 동그란 것들에 주목하고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이: 이 영화 속 인물들이 다들 어딘가 결함이 있고 상처가 있다고 느꼈다. 그 중에서도 다른 이들 모두를 감싸주고 안아주는 제인은 특히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무언가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조: 구교환 배우는 이렇게 답하더라. ‘우리가 무언가를 좋아할 때 특정한 이유를 찾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한 이유를 가지고 그런 것들을 좋아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이 영화 전반의 주제의식이 동그란 것들의 형체에 담겨있지 않을까 싶다.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한.





필자가 영화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을 때마다 하는 고루한 말이지만 어쨌든 또 한 번 <꿈의 제인> 역시 비단 영화 속 제인과 소현에게만 종속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디선가 제인과 소현이 꼭 실제로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다는 감독의 말처럼 마치 꿈과도 같은 제인의 모습은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아스라이 사라지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붙잡고 싶어지는 현실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겠지, 가 아니라 함께 오래 오래 힘들게 같이 살아가고 싶은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렇게 말해서 죄송하지만 이미 그렇게 되어버렸다. 이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한번쯤 어리광부리듯, 이기적이지만 나의 이야기인 냥 소중히 간직할 수 있길 바란다. 그래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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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의 제인한줄 관람평


송희원 | 비관과 희망의 뉴월드

이현재 | 구교환의 '제인'은 올해의 캐릭터

박영농 | 제인입니다

이지윤 | 우리 죽지 말고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여기, 뉴월드에서.

최지원 | 시시하고 불행한, 거짓말과 꿈이 덧칠되는 삶

김은정 | 불행과 함께 살기






 <꿈의 제인> 리뷰: 불행과 함께 살기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정 님의 글입니다.



소현은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싶다. 그런데 그 방법은 배워본 적도 없고 아무도 알려줄 생각을 않는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항상 함께 모여 있다. 즐거워 보인다. 소현만 빼고. 아주 처음, 그 시작에 놓여있었을 때, 모든 것은 신비롭고 자극이 가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모든 것에 익숙해졌다. 불행과 행복도 마찬가지이다. 불행이라는 자극에는 쉽사리 익숙해 질 수가 없다. 그것은 비슷해 보일지라도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비틀어 예상치 못한 곳을 아프게 만들기 때문이다. 반면 행복이라는 것은 일견 다르게 보일지라도 우리는 비슷한 감정에 환호하게 된다. 불행에 더 예민한 방식으로 설계되고 만 것이다. 그렇기에 비슷한 정도의 행복과 불행이라는 자극이 찾아왔을 때, 우리는 행복에 익숙해져버려 더 이상 이것이 가져다주는 자극과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불행에는 여전히 익숙해지지 못해 또 다시 절망하기를 반복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설령 비슷한 정도의 불행과 행복이 우리에게 닥친다하더라도 다르게 반응하고 기억하는 것이다. 게다가 인간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불행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고, 이를 극적이고 고통스러운 것으로 비약하여 연민을 얻고자하는 오묘한 심리를 깊은 곳에 내재하고 있으므로 이는 일견 불가피해보이는 인간의 특성인 것이다.  





소현은 굉장히 소모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 말인 즉 주변의 인물들을 마치 소모품처럼 소진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의 의도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주변의 인물들이 자신을 떠나가게 만든다. 소현을 유일하게 받아주었던 정호도 말없이 떠나고, 소현에게 다가왔던 지수도 떠나고 만다. 심지어 꿈의 제인마저도. 그러나 소현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제3자로서 소현에게 공감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극 속 인물의 입장으로서 그에게 공감할 수는 없었다. 그의 행동은 경멸스러웠고 언뜻 순진해보이지만 사람들 틈에 섞여들기 위해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범죄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끊임없이 사람 속에 섞이고 싶다는 말만을 반복할 뿐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았다. 결국 눈물을 보이는 것도 자신이 또 다시 실패하고 모든 것을 망쳐놓고 말았다는 실망감에서 온 것처럼 느껴졌다. 소현이 그렇게 가까워지고 싶었던 사람들과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그가 외톨이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사실과 그가 도덕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느껴질 수준의 반응을 보이는 것은 실은 어느 것이 시작이라고 말할 수 없는 헤어날 수 없는 딜레마와 같은 것이다.





소현은 꿈을 꾼다. 끔찍한 현실을 회피하기 위함인지 현실의 사건들을 조금씩 비틀어버린다. 그 곳에서 제인은 새로운 ‘가출팸’의 엄마로, 지수, 쫑구, 대포는 그의 식구들로, 바에서 일하는 주희는 쉼터의 자원봉사자로 그려진다. 그곳에서는 가족으로 인정받기 위해 억지로 일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사람들처럼 부모의 울타리 안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이것이 소현이 받아들일 수 있고 소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소현은 정호와 헤어진 모텔로 찾아가 자살시도를 한다. 소현은 말한다. 누군가가 나를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그 때 제인이 그 방으로 들어온다. 그런 존재가 제인이다. 현실에서도 제인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쩌면 소현만의 착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의 슬픈 눈빛을 마주쳤을 때, 소현에게 말했다. 너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야. 





산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그렇게 행복하기만 한 일은 아니다. 학생은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 부모의 그늘 아래서 고민 같지도 않은 것들을 고민하며 산다. 학생일 때가 가장 행복하다. 하지만 학생이라는 존재에게 부모가 없다면, 그 그늘이 없다면 그들은 어떻게 추락할까? 우리는 모든 것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고 만다. 어떤 단어에 따라오는 보편적인 이미지. 그것이 마치 세계의 모든 것들을 대표하는 듯한 거대한 착각. 그러나 가끔씩 우리에게 이렇게 일러주는 메시지가 없다면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을 방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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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4일(금) 11:00

7월 16일(일)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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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8일(화) 18:00

7월 21일(금)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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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일(수) 19:30

8월 4일(금) 17:20

8월 6일(일) 11:00

8월 8일(화) 17:30

8월 12일(토) 11:00

8월 15일(화) 19:40 종영














 예매하기 

● 맥스무비 http://bit.ly/9BCgci

● 예스이십사 http://bit.ly/an5zh9

● 다음 http://bit.ly/2qtAcPS

● 네이버 http://bit.ly/OVY1Mk






 인디토크 




<꿈의 제인> 인디토크

● 일시: 2017년 6월 22일(목)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 참석: 조현훈 감독, 이상희 배우

●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꿈의 제인> 무대인사

● 일시: 2017년 6월 10일(토) 오후 5시 40분 상영 전

● 참석: 조현훈 감독 | 배우 구교환, 박강섭






 예매이벤트 







온라인 예매 후 <꿈의 제인>을 관람하시면 추첨을 통해 '뉴월드' 네온사인+포스터 (1명), 실팔찌+캔들+포스터 (2명), 실팔찌+미러볼 블루투스 스피커+엽서 (2명), 보도자료+포스터+엽서 (3명) 를 드립니다.


● 기간: - 6/13(화) 예매분까지 (온라인 예매 시 자동 응모)

● 발표: 6/14(수) 개별 연락






 INFORMATION 


제목        꿈의 제인

영제           Jane

각본/감독      조현훈

출연         이민지, 구교환, 이주영

제작        영화사 서울집

배급        ㈜엣나인필름, CGV아트하우스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04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           2017년 5월 31일






 SYNOPSIS 


“불행한 인생 혼자 살아 뭐하니, 그래서 다 같이 사는 거야.”


혼자 남겨지는 것이 두려운 소녀 ‘소현’은

어떻게든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매일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그런 ‘소현’을 받아주는 것은 ‘정호’ 오빠뿐이다.

‘정호’마저 소현을 떠나고 누구라도 자신을 찾아주길 바라던 어느 날,

꿈결 같은 묘령의 여인 ‘제인’이 나타나고,

그날 이후 소현은 조금씩 ‘제인’과의 시시한 행복을 꿈꾸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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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제목        꿈의 제인

영제           Jane

각본/감독      조현훈

출연         이민지, 구교환, 이주영

제작        영화사 서울집

배급        ㈜엣나인필름, CGV아트하우스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04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           2017년 5월 31일






 SYNOPSIS 


“불행한 인생 혼자 살아 뭐하니, 그래서 다 같이 사는 거야.”


혼자 남겨지는 것이 두려운 소녀 ‘소현’은

어떻게든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매일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그런 ‘소현’을 받아주는 것은 ‘정호’ 오빠뿐이다.

‘정호’마저 소현을 떠나고 누구라도 자신을 찾아주길 바라던 어느 날,

꿈결 같은 묘령의 여인 ‘제인’이 나타나고,

그날 이후 소현은 조금씩 ‘제인’과의 시시한 행복을 꿈꾸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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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꿈의 제인

영제           Jane

각본/감독      조현훈

출연       이민지, 구교환, 이주영

제작       영화사 서울집

배급       ㈜엣나인필름, CGV아트하우스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04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           2017년 5월 31일






 SYNOPSIS 


“불행한 인생 혼자 살아 뭐하니, 그래서 다 같이 사는 거야.”


혼자 남겨지는 것이 두려운 소녀 ‘소현’은

어떻게든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매일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그런 ‘소현’을 받아주는 것은 ‘정호’ 오빠뿐이다.

‘정호’마저 소현을 떠나고 누구라도 자신을 찾아주길 바라던 어느 날,

꿈결 같은 묘령의 여인 ‘제인’이 나타나고,

그날 이후 소현은 조금씩 ‘제인’과의 시시한 행복을 꿈꾸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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