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들의 바캉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썸머 프라이드 시네마 - 단편2: 다섯 번째 계절들'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7 29일(토) 오후 2 상영 후

참석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이태경 배우,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영선 감독, <바캉스> 이현주 감독

진행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영농 님의 글입니다.



기획전 ‘썸머 프라이드 시네마’의 두 번째 섹션, ‘다섯 번째 계절들’. 퀴어 영화라는 범주를 달지 않아도 웰메이드 영화라는 데에 고개를 끄덕일만한 극영화 네 편이 모였다. 진행을 맡은 김현민 영화 저널리스트와 기발한 소재와 영상미가 돋보이는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의 정지윤 감독, 이태경 배우, 잔잔한 여운이 감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의 장영선 감독 그리고 유쾌한 가족이야기 <바캉스>의 이현주 감독이 함께했다.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이하 진행): 감독님과 배우님도 오늘 함께 영화를 봤다. 어땠나?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이태경 배우: 몇 번을 봐도 똑같은 장면에서 웃음이 난다. 아쉬운 부분은 더더욱 아쉬운 듯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저도 아쉬운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 함께 상영한 다른 작품들도 재미있게 봤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영선 감독: 오랜만에 내 영화를 봤다. 다른 작품들도 재밌었다.



<바캉스> 이현주 감독: <바캉스>는 부모님의 집에서 찍은 영화다. 이 영화가 부모님이 내가 영화를 한다는 것을 본 첫 작업이었다. 여전히 잘 풀리지 않았던 부분, 고민했던 것들이 떠올라서 보기 괴로웠다.



진행: 이현주 감독의 경우 부모님이 사는 집에서 영화를 촬영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과수원도 부모님이 직접 운영하는 거라 들었다. 그 장소를 영화적 공간으로 선택한 배경이 궁금하다.



<바캉스> 이현주 감독: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으려 했다. 과수원이 애초에 설정되어있긴 했지만, 원래는 두 여성 커플이 아니라 결혼을 앞둔 남녀 커플의 이야기였다. 코미디적 요소를 추가하다가 캐릭터가 바뀐 것이다. 그래서 절대로 부모님 댁에서 찍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서울 근교에서부터 여러 군데 장소를 물색해봤는데, 결국 제작비가 부족해서 어쩔 수 없었다.(웃음)



진행: <아직 끝나지 않았다>를 인상 깊게 봤다. 주인공 ‘진태’가 마흔다섯의 중년 남성이고 곧 결혼을 앞둔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으로 설정되어있다. 그런 캐릭터 설정의 배경이 궁금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영선 감독: 실제로 그럴 수 있나 의문이 들 수 있을법한 인물 설정을 하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우리 사회에서 가장 규범적으로 행동하게끔 여겨지는 학교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택했고, 그 중에서도 승리자들의 이야기로만 구성된 역사라는 과목을 가르치는 것으로 설정하게 되었다. 그러면 이야기가 더욱 명확해지지 않을까 했다.



진행: 나체를 본다는 설정을 하게 된 의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영선 감독: 아닐 것이라고 계속 외면해왔던 게 결정적인 순간에 다시 내게로 돌아온다는 설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했다. 갑자기 나체로 인물이 등장한다면 관객들도 마찬가지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진행: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는 두 주인공이 각기 다른 곳에서 동시에 화장을 하는 클로즈업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그 장면을 첫 장면으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첫 장면을 두고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궁극적으로 영화의 제목을 잘 전달하려면 서로 닮은 얼굴을 섬세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 전에 거울을 많이 보지 않나. 그런 점에서 착안하게 되었다.





진행: 이태경 배우는 처음 이 시나리오를 받고 어떤 인상을 받았나?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이태경 배우: 아주 아름다운 시나리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을 선택할 즈음에 로맨스 장르를 너무 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꼼꼼하게 읽었다기보다 가볍게 훑고 바로 하겠다고 정했다.



진행: 정지윤 감독은 이태경 배우를 캐스팅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뭔가?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정민’ 역의 안선영 배우는 전에 했던 작품부터 알고 지냈고 학교 선후배 사이기도 해서 어려움이 없었는데, ‘윤성’ 역을 캐스팅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많은 배우들에게서 프로필을 받았다. 이태경 배우는 지인을 통해 소개받았다. 미팅 때 윤성 역에 너무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선택하게 되었다. 일주일 뒤 연락을 준다고 해놓고 놓칠까봐 바로 그날 저녁에 연락을 했다.



진행: 어떤 점이 그렇게 윤성 역에 딱 맞았나?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이미지가 딱 맞았고, 전작들을 다 찾아봤는데 연기도 좋았다. 그리고 안선영 배우와의 케미도 잘 맞을 것 같았다.



진행: 이태경 배우의 블로그를 찾아봤다. 이 영화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것 같더라.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이태경 배우: 그렇다. 일 년 동안 계절 별로 촬영을 이어간 것, 그리고 인물도 인물이지만 시나리오 자체에 너무 빠져버렸다. 감독님이 촬영 중간 중간에 영화의 진행 상황이나 가편집본 등을 자세히 일러주며 연기를 하는 데에 도움을 많이 줬다. 그리고 정말 많이 만났다. 이렇게 리딩을 많이 하는 작품이 있나 싶을 정도로 자주 만났다. 그러다보니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선영 배우와도 친해질 수 있었고 수월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어쩌면 내가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두 여성이 사랑하는 모습을 과연 잘 담아낼 수 있을까 겁이 많이 났다. 그래서 자꾸 만나고 싶었고 함께 얘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주연 배우가 우선 친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진행: <아직 끝나지 않았다>를 보면서 감독이 진태라는 인물에 대해 큰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태에 이입해 영화를 보다보면 한편으로 그에게 너무 가혹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떤 마음에서 그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영선 감독: 외면하지 않고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외면하게 되는 순간을 떠올렸다. 인생에서 모든 것은 결국 되돌아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망설이고 외면하고 모른 척 했던 것들을 피할 수 없는 지점이 어느 순간 온다. 만약 그 지점에서 잘못을 한다면 결코 끝나지 않고 계속 따라 다닐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도 그렇게 외면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이 이야기는 그런 순간들의 연장선에서 가장 극단에 처한 인물을 그려놓고 항상 떠올리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진행: 그래서 진태에게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나보다.(웃음) 진태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가 감옥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영선 감독: 연속성의 이미지를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리셰일지도 모르겠으나 양쪽에 거울이 달린 엘리베이터를 선택하게 되었다. 





진행: <바캉스>는 밝고 유쾌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영화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퀴어물들은 다소 어둡고 무겁다. 그러나 이 영화는 대다수의 영화들과 구별되는 분위기를 띄고 있어서 보다 기억에 오래 남는 작품인 것 같다. 한편 이 영화는 가족 코미디 장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의 영화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바캉스> 이현주 감독: 이 영화를 기획할 때 제목은 ‘바캉스’가 아니라 ‘휴가’였다. 서로 굉장히 결이 다르다. 장편 영화 중에는 경쾌한 가족 코미디가 많지만 단편에서는 별로 접해보지 못했다. 나도 계속 무겁고 우울한 영화만 해와서 이런 류의 밝고 경쾌한 영화를 찍어보고 싶었다. 이런 느낌의 영화를 해본 적이 없다보니 작업을 하는 와중에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았고 고민도 많이 했다.



진행: 개인적으로 코미디가 가장 만들기 어려운 장르가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배경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목소리가 어우러진다. 마치 카메라를 그냥 켜두고 배우들이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만들어낸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된다. 분명 그들의 연기가 큰 역할을 했을 장면일 텐데 그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



<바캉스> 이현주 감독: 이전에는 여러 인물이 나와서 부딪히는 장면을 찍어본 적이 없었다. 특히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장면은 스스로도 감당이 안 될 정도로 힘들었다. 사실 마지막 장면의 경우 찍지 못할 것이라고 아예 버려두었다. 배우들도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했다. 나의 구상을 전달하는 부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꼭 찍어야겠다는 확신이 들어서 각자의 스케줄을 어렵게 조정해가며 완성했다.



진행: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는 관객들이 두 주인공의 계획을 언제 알게 되느냐가 매우 중요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가 취한 방식은 두 인물의 계획을 관객들이 모두 알고 나서 이후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편집을 의도한 바가 궁금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어려운 질문이다. 일단은 현재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고 싶었다. 시간의 순서에 따라 진행하기보다는 관객에게 하나씩 실마리를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과거의 이야기가 나오며 사랑이 확인되는데, 그렇게 되면 이후의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했다. 편집의 경우 함께 작업한 스태프들과 편집 기사님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다. 어떤 방식이 더 재미있을지 고민했다. 촬영이 계절을 반영해 오랜 시간에 거쳐 진행되었기 때문에 틈틈이 어떤 방식으로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해야 할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진행: 와중에 더욱 돋보인 건 바로 이태경 배우의 연기였다고 생각한다. 두 주인공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또 합의된 것 같아 보이지만 한편으로 이별을 암시하나 싶은 긴장감이 서려있기도 하다. 특히 웨딩드레스를 입은 정민을 바라보는 연기를 할 때 어땠는지 궁금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이태경 배우: 그 장면을 찍는 날 아침부터 감정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윤성이 귀여운 게, 정민이 뭘 제안하면 싫다고 거절하면서도 또 혹해서 따라간다. 분명히 윤성에겐 힘든 일이었겠지만 정민을 사랑하기 때문에 따라가 주는 것이었을 테다. 



진행: <아직 끝나지 않았다>에서 정말 중요한 장면은 업는 행위가 나오는 지점일 것이다. 상대를 업고 동네를 걸어가는 어린 진태의 모습이 물리적으로도 매우 길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영선 감독: 그 장면은 진태가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하는 장면이다. 마음을 고백하지는 못하고 마지막으로 한 번 업어주겠다고 말하며 걷는 장면인데, 아무래도 그 마음의 깊이를 표현하려면 물리적으로도 길어야 전달이 잘 될 것이라 판단했다. 사실 더 길었는데 주변에서 너무 말이 많아서 조금 줄인 것이다.



관객: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너무 재밌게 봤다. 마지막 장면에 인물들을 모두 그림자로 처리하는데, 어떻게 그러한 연출을 구상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끝까지 고민이 많았다. 그 장면이 없어도 된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꼭 넣고 싶었던 이유가 있다. 그 장면을 꼭 실제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환상의 연장선상에 위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이유에서 인물들을 실루엣으로 처리하면 더욱 모호해서 영화가 끝난 뒤에도 여운이 오래 지속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알아챈 분들도 있겠지만 윤성도 임신을 한 것처럼 연출이 되었다.



관객: <바캉스> ‘영미’의 직업이 궁금하다.



<바캉스> 이현주 감독: ‘수영’은 선생님이고 영미는 뚜렷한 직업보다는 수영과의 관계, 성격만 구상했던 것 같다. 영미로 바뀌기 전의 경우에는 흔히 영화에 나오는 직업 없는 남성 캐릭터의 전형으로 설정되어있었다. 





관객: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의 윤성은 이후 어떻게 살고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이태경 배우: 정민과 다르게 줄곧 동성애자였기 때문에 정민과 계획을 세웠어도 쉽게 남성들에게 마음을 열지는 못했을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저도 윤성의 결혼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관객: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의 소재가 굉장히 특이한데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소재와 현재의 이야기만 있는 초고를 같이 영화하는 친구에게 건네받았다. 처음엔 굉장히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였으나 소재만큼은 정말 좋았고 끝까지 밀어붙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과거의 이야기를 삽입한다면 이후의 이야기들을 조금 더 납득할 수 있게 푸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각색하는 작업을 담당했다.



관객: <아직 끝나지 않았다>의 진태는 이후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영선 감독: 아마 진태는 그 학생에 대한 마음을 스스로 인정해야했을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을 촬영할 때 학생 역을 맡은 배우에게 선생님의 마음을 이미 알아챈 듯이 연기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자세히 보면 살짝 웃음을 짓는 듯하다. 물론 그런 선생님의 마음을 알게 되면 상황은 매우 어렵게 진행되겠지만, 암튼 그렇다.



관객: <바캉스>에서 감독님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바캉스> 이현주 감독: “아빠, 이 아저씨가 엄마 친구야? 영미도 내 친구야!”(웃음) 아마 가장 귀여운 커밍아웃이 아닐까 싶다. 좋아하는 장면은 아무래도 마지막 장면이다. 각자 갈등관계를 지니고 있는 인물들을 한 프레임 안에 모두 담는 게 무리인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오랜 시간 함께한 가족들이 쉽게 해체될 것이란 생각이 들진 않았다. 그들을 꼭 한 번에 다 담고 싶었다.


 

관객: 아무래도 결혼은 애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의 정민은 남편을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한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고 그 부분을 많은 분들이 지적하기도 한다. 사기결혼이다, 이용을 당했다 등. 작업을 하는 도중에 안선영 배우가 똑같이 물어보기도 했다. 정민은 이 남성을 사랑하는 것이냐고. 그때 나는 사랑해달라고 말했다. 윤성은 처음부터 동성애자였지만 정민은 윤성을 만나고 동성에게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이니까. 물론 많은 분들이 불편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관객: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이태경 배우님께 질문이 있다. 저의 경우,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겠다고 하면 엄청 속이 상할 것 같은데, 배우님이라면 어땠을 것 같은지.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이태경 배우: 사실 제가 윤성과 성격이 매우 비슷하다. 그래서 공감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아마 힘들어하면서도 정민이 하자는 대로 하지 않았을까.




 

독특한 소재와 분위기가 인상적인 섹션이었다. 이번 기획을 통해 관객들과 만난 영화들이 한국 퀴어 영화에 어떤 자극이 되길 바란다. 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소개될 수 있도록 말이다. 인디토크를 기록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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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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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는 언제나 거짓으로 진실을 말한다

 인디피크닉 2017 <플라이> <여름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인디토크


일시 2017년 4 9일(일) 오후 6 상영 후

참석 <플라이> 임연정 감독, 정하담 배우, 이혜미 배우 / <여름밤> 이지원 감독, 정다은 배우 /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안선영 배우

진행 배주연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현재 님의 글입니다.


영화는 종종 그 사회의 모습을 담는 거울이 된다. 카메라는 기계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눈을 연장시킨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우리가 얼굴을 맞대고 살고 있는 일상을 풍경들을 남기기도 한다. 그것은 때때로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본다는 것의 의미를 일깨우는 일이기도 하다. 나아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모습을 본다는 것은 우리의 인식을 확장시켜 더 나은 이해를 제공할 것이다. 폴 발레리는 “용기를 내어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용기를 내 자신의 눈을 속이지 않고 대중의 눈이 닿지 않는 곳까지 바라보고자하는 감독과 배우들을 만났다.



배주연 평론가: 연출 의도와 만든 계기에 대한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플라이> 임연정 감독: 처음에 모두가 한 방향으로 걸어갈 때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는 여자 아이를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아이가 스스로를 극복할 만큼 강한 아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출을 했습니다.

 

<여름밤> 이지원 감독: 세대는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처지에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로 연대를 다루고 싶었고 ‘소영’이 하는 조금 다른 선택을 통해 이 시대 어른들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레즈비언인 두 사람이 서로를 닮은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욕망에 집중을 했어요. 


관객: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에서 차 앞 유리의 얼룩에 포커스가 맞춰지며 제목이 뜨는 것이 인상 깊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오프닝에서 이 영화의 전체적인 스탠스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전반적으로 모호한 화면을 연출하려고 했습니다.



관객: 각 영화마다 계절감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해요. 그 계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배우 분들은 시나리오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어서 작품에 임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총 10회차 정도였는데, 겨울 3회차, 여름 3회차, 봄 3회차 정도로 나누어 구성을 했습니다. 현실과 과거가 9년이라는 시간차를 갖기 때문에 단순히 분장을 다르게 하기 보다는 계절감을 주어 관객들을 헷갈리지 않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배우 분들과 스태프 분들이 이 일에 잡혀 고생을 조금 해야 했어요.


<여름밤> 이지원 감독: 더워서 지치는 여름밤이 이 소녀들의 지친 일상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을 했고 둘이 모여서 화해를 이루고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분위기가 여름밤과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그래서 여름으로 배경을 잡아두고 작업을 했습니다.

 

<플라이> 임연정 감독: <플라이>는 앞의 두 영화만큼 계절이 영화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은 것 같아요. 사실 마쳐야하는 일정이 있어서 그 때 찍은 이유가 가장 커요. 지나고 보니 영화 전체 분위기를 잡아주는 역할로 적당한 때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주연 평론가: 이혜미 배우님은 <플라이>에서 배우뿐만 아니라 무술감독도 맡았다고 이야기를 들었어요.


<플라이> 이혜미 배우: 저는 현직 복서이자 스턴트우먼이에요. 복싱을 주제로 한 단편영화라고 해서 흥미를 가지게 되었어요.

 

<여름밤> 정다은 배우: ‘민정’이 가난과 불행에도 어긋나지 않는 모습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안선영 배우: 예전에도 감독님과 작업을 한 적이 있어요.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서 시나리오를 받기 전부터 당연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시나리오를 받고 깜짝 놀랐어요. 술술 잘 읽혔고 여태까지 봐온 퀴어영화와는 전혀 다르게 느껴졌어요. 어떻게 이렇게 귀여울 수가 있지 생각이 들어서 이끌린 것 같아요.


배주연 평론가: 배우 분들께서 정말 고생을 많이 했을 거 같아요. 복싱을 배워야 했고, 여름밤에 계속 뛰어다녀야 했고, 특히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에서는 다리에서 떨어지는 장면도 있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그 장면은 스턴트 하는 분이 대신 해주었습니다.


배주연 평론가: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 그리고 기억에 남는 점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플라이> 정하담 배우: 복싱 연습을 열심히 하고 곧잘 한다는 이야기도 듣고 촬영에 나갔는데, 캐릭터가 너무 역동적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소화하면서 조금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바쁘게 열심히 했어요.


<플라이> 이혜미 배우: 편집돼서 나오진 않았지만 저와 정하담 배우가 스파링 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무술감독으로서 애정하는 장면이었고 저희 둘이 고생한 장면이라 기억에 남아요. 조금 아쉽습니다.


<여름밤> 정다은 배우: 뛰는 장면이 힘들기보다 굉장히 즐거웠어요. 기억에 남는 건 패스트푸드 아르바이트 장면인데, 처음 해봤는데도 재미있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안선영 배우: 당시는 정말 힘들었던 것 같은데 지나고 보니 힘든 게 아니더라고요. 동성애 연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할 때는 자연스럽게 잘 됐어요. 키스신이나 베드신 정도가 생각이 나요. 준비하면서 힘들었지만 정말 좋았던 기억입니다.



관객: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는 귀여워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어요. 감독님이 남성이어서 깜짝 놀랐어요. 퀴어, 레즈비언 소재를 다루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소재를 어떻게 이해하고 만들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맞아요. 정말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디렉팅을 해야 하는지, 시나리오 곳곳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잘 몰랐어요. 실제 많은 분들을 오프라인으로 대면하면서 “이런 영화를 찍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묻기도 했어요. 콘텐츠도 많이 찾아봤고요. 배우 두 분이 따로 레즈비언 카페에 간 적도 있어요. 얼마 전에 <캐롤>(2015) 개봉했을 때는 만나서 표 2장 주고 저는 빠지기도 했습니다.


관객: <플라이>에서 감정의 클로즈업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는 전체적으로 섬세해서 놀랐습니다. 레즈비언을 소재로 한 퀴어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어떻게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플라이> 임연정 감독: 시나리오를 쓸 때 제일 처음 쓴 부분이 자판기 장면이었어요. 자연스럽게 작은 생명을 구하고, 자기를 구원하고, 복싱에 마침 플라이급의 체급이 있고, 그런 부분들을 모아 만들었어요. 그리고 정하담 배우가 들어오고 나서 더 제대로 만들어진 느낌이에요. 계속 가까이 갈 수 밖에 없더라고요. 클로즈업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정하담 배우의 얼굴이 너무 영화적이었어요. 그래서 그걸 계속 담아내고 싶은 욕망이 생긴 것 같아요. 


배주연 평론가: 클라이맥스 직전의 장면으로 영화를 연 것은 처음에 시나리오를 그렇게 썼기 때문인가요?


<플라이> 임연정 감독: 편집할 때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리 클라이맥스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처음부터 퀴어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어요. 물론 장르로 따진다면 퀴어영화가 될 수도 있죠. 하지만 저는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로 시작했어요. 



관객: 세 편 모두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데 그렇게 설정한 이유나 계기 혹은 의도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여름밤> 이지원 감독: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제 영화에서 성별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고요, 시나리오를 쓰기 전부터 생각했던 이미지가 같이 조는 장면, 마지막 엔딩 장면이었어요. 그런 이미지들을 생각하다보니 여성이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제 영화는 여성의 입장을 크게 부각시키는 영화도 아니고 그냥 한국의 청소년과 젊은이에 관한 이야기에요. 두 명의 남성보다는 두 명의 여성이 분위기 상 더 좋을 거 같아서 자연스럽게 여성 캐릭터를 다루기로 했습니다.


<플라이> 임연정 감독: 일단 제가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의 삶이 더 궁금했어요. 그리고 영화 속에서 남성들을 너무 많이 보지 않았나하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여성을 주인공으로 잡은 것 같아요.


관객: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감독님은 어떤 장면을 특별히 신경 썼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 감독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특별히 신경 쓴 장면은 웨딩숍에 가는 장면이에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거잖아요. 사실 떠나보내는 건 아닌데, 떠나보내는 것 같은 감정이 느껴져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신경을 많이 썼어요. 물론 현실에서는 동성결혼이 법제화되어있지 않고, 둘이 아이를 낳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건 영화잖아요. 어떤 분들은 해피엔딩으로 볼 수도 있고 어떤 분들은 새드엔딩으로 볼 수도 있겠죠. 


관객: <여름밤>의 두 주인공이 서로 너무 닮아있어요.


<여름밤> 이지원 감독: ‘소영’의 입장에서 ‘민정’이 자신의 과거일 수 있고, ‘민정’의 입장에서는 ‘소영’이 자신의 미래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두 명의 배우가 서로 닮아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자발적인 의지를 가지고 산다는 것은 언제나 용기를 요구하는 일이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고 많은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것은 우리의 용기이기도 했고 서로의 연대이기도 했다. <플라이>에서 한별은 자기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까지 스스로 수많은 용기를 내야 했고 <여름밤>에서 소영은 남을 위한 용기를 내기까지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과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에서는 서로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위해 서로를 마주할 용기를 내야만 한다. 언제나 깨어있는 것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발레리는 “꿈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깨어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꿈은 우리에게 자신을 마주할 용기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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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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