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피크닉'에 해당되는 글 31건

  1. 2018.04.22 [인디즈] 진짜 나를 찾는 과정 '인디피크닉2018' <단편3: 사랑이 꽃피는 지구별> 인디토크 기록
  2. 2018.04.20 [인디즈] 각자의 거리를 함께 거닐다 '인디피크닉2018' <단편4: 그들 각자의 거리에서> 인디토크 기록
  3. 2018.04.18 [인디즈] 이국에서 만나는 낯설고도 익숙한 사람들, '인디피크닉2018' <국경의 왕> 인디토크 기록
  4. 2018.04.17 [인디즈] 당신이 멈춘 그 곳, 극장에서 '인디피크닉2018' <너와 극장에서> 인디토크 기록
  5. 2018.04.17 [인디즈] 영화가 포착해내는 시공간의 경험, 일상의 역학 '인디피크닉2018' <단편3: 감각의 시간 기억의 공간> 인디토크 기록
  6. 2018.04.16 [인디즈] 누구를 위한 일인가 '인디피크닉2018' <소성리> 인디토크 기록
  7. 2018.04.13 [인디즈] 여성독립영화의 열기를 이어가다 '인디피크닉2018' <단편1: 여성으로 살아가기> 인디토크 기록
  8. 2017.04.28 [인디즈] 부유하다 침전하는 순간들 '인디피크닉 2017' <순환하는 밤> <무저갱> <우리아빠 환갑잔치> <앰부배깅> 인디토크
  9. 2017.04.27 [인디즈] 우리는 어떻게 끌어안고 갈 수 있을까 '인디피크닉 2017' <업무시간> <수난이대> <천막> <416프로젝트 "망각과 기억" - 자국> 인디토크
  10. 2017.04.26 [인디즈] 구덩이에서 나온 라이츄의 영원한 테마 '인디피크닉 2017' <구덩이> <라이츄의 입시지옥> <인류의 영원한 테마> 인디토크




진짜 나를 찾는 과정  인디피크닉2018 <단편3: 사랑이 꽃피는 지구별>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4월 8일 오후 6시 상영 후

참석 강동완 감독ㅣ배우 곽민규

진행 이채은 서울독립영화제 홍보팀











*관객기자단 [인디즈] 오채영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서울독립영화제)





비가 추적추적 내렸던 일요일이었지만, 많은 관객들이 2018 인디피크닉의 마지막 섹션을 보기 위해 인디스페이스를 찾았다. 마지막 날을 장식한 단편3: 사랑이 꽃피는 지구별섹션은 봄날에 어울리는 인류의 영원한 테마 사랑을 주제로 한 네 개의 단편 영화를 소개한다. 그 중 단편 <당신도 주성치를 좋아하시나요?>는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가 낯선 경험과 관계 속에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성찰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강동완 감독, 그리고 곽민규 배우와 함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채은 홍보팀(이하 진행): 먼저 감독님과 배우님 간단히 이 영화 <당신도 주성치를 좋아하시나요?>를 어떻게 연출하고 출연하게 되셨는지 그 계기가 궁금합니다.

 

강동완 감독(이하 강동완): 사실 홍콩행 비행기 티켓이 너무 싸게 나와서 티켓을 먼저 끊었구요, 곽민규 배우와는작품도 같이 했고 서로 친한 친구 사이라 원래는 같이 여행을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곽민규 배우가 '가서 뭘 좀 찍고 왔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해서 미완성의 시나리오를 가져가 홍콩에서 찍게 된 영화입니다.


곽민규 배우(이하 곽민규): 해외 나갔을 때 한 번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소소하게 작업해보고 싶은 마음에 강동완 감독에게 먼저 제안을 해서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진행: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낯선 곳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거나 모르는 사람 앞에서 더 솔직해지는 그런 여행지에서의 순간들을 떠올리게 되는 것 같아요. 영화의 배경이 왜 홍콩인지 굉장히 궁금했는데, 비행기 티켓이 가장 저렴해서가 그 이유인가요?(웃음) 영화 속에 홍콩 영화도 많이 나와서 굉장히 각별하시다고 생각했어요.

 

강동완: 홍콩은 원래 되게 가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하고, 저랑 곽민규 배우 둘 다 왕가위와 주성치를 정말 좋아하거든요첫 번째 이유는 티켓이 너무 싸게 나와서구요, 두 번째 이유는 제가 민규를 처음 봤을 때부터 주성치랑 정말 닮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에요. 민규가 영화의 주인공을 맡는다면 홍콩이라는 장소가 여러모로 잘 맞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시나리오 상에 구체적인 여행지는 원래 없었구요, 이런저런 생각들이 합쳐져서 배경을 홍콩으로 잡으면 영화가 이렇게 굴러가겠구나하고 간 거였죠.

 

진행: 저도 극 중 '시은'의 마음으로 곽민규 배우님이 주성치랑 닮았다고 생각하면서 보다가 배우님이 거울을 보시면서 양조위 따라하시는 모습을 볼 때는 양조위랑도 조금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혹시 배우님은 스스로 어떤 배우를 닮았다고 생각하세요?

 

곽민규: 두 분 다 너무 잘생기신 배우이시기 때문에 저는 정말로 절대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고요(웃음),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부터 주성치 키드였습니다. 주성치를 정말 좋아하고 <당백호점추향>이라는 작품부터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행: 극 중 인물들이 돌아다니는 홍콩의 배경이 너무 예뻐서 홍콩 여행 장려 영화같은 느낌까지 들어요. 감독님이 촬영하시면서 가장 공들인 부분과, 곽민규 배우님은 김시은 배우님과 호흡 맞출 때 어떠셨는지 이야기 들려주세요.


강동완: 저도 홍콩은 처음 가봤습니다. 콘티는 있지만 제가 가본 곳이 아니다보니 가장 공들인 장면은 맥주를 마시는 실내씬이었어요. 시나리오 상에서도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지점입니다. 근데 또 막상 영화를 촬영하다 보니 욕심이 나서 트램씬도 공을 들였고, 몽타주 시퀀스가 예쁘다 보니까 또 욕심이 나서 그 부분에서도 애쓰긴 했어요.

 

곽민규사실 시나리오가 처음 나왔던 당시에 강동완 감독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막 이별을 했던 시점이었어요(웃음). 그래서 이 시나리오가 나오게 된 것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마치 누가 제 맞춤 양복을 짜 준 것 처럼 그냥 입어야겠다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때 강동완 감독과 우리가 잘못한 게 무엇인지 많이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걸 시나리오를 통해서 객관적으로 보니까 우리는 우리밖에 생각을 못 했구나 그런 성찰을 하게 됐어요. 오늘 오랜만에 다시 보니까 또 성찰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김시은 배우 같은 경우에는 저랑 오래 된 친구예요. 스물 여섯 쯤부터 같이 작품을 했던 친구여서 호흡을 맞추는 게 너무 편한 친구거든요. 서로 솔직하게 얘기르 주고받는 사이여서 호흡에 어려움이 없었고 제가 뭐 하면 김시은 배우가 다 받아주어서 재밌었어요.


강동완: 이 영화를 통해서 셋 다 되게 친한 친구가 되었어요. 원래는 곽민규 배우를 중심으로 두고, 곽민규 배우랑 저랑 친구고 곽민규 배우랑 김시은 배우랑 친구인데, 이 영화가 스탭 없이 달랑 셋이서만 홍콩에 가서 찍은 영화이기 때문에 극한의 상황에서 셋 다 친한 친구가 된거죠.

 

진행: 곽민규 배우님도 가서 영화 하나 찍으신 걸로 알고있는데, 간단히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곽민규: 저도 글을 하나 써서 홍콩에서 영화를 만들었고 제목은 <홍콩 멜로>입니다. 김시은 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인데, 내용은 어찌보면 비슷하다고 해야할까요. 한 여자가 전 남자친구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홍콩으로 무작정 찾아서 떠나가는 이야기거든요.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여러분들을 만나 뵙고 싶습니다.

 




진행: 다시 작품의 질문으로 돌아가면, 영화 속에서 '시은'이라는 존재가 꿈 속의 인물인지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인지 분간이 잘 안되는 구조로 그려져요. 감독님의 의도가 궁금하더라구요.

 

강동완: 이 질문을 생각보다 꽤 많이 들었어요. 사실 이제까지 제가 연출한 영화들을 보면 전부 다 여성 캐릭터가 남성 캐릭터보다 훨씬 현명하거나, 남성 캐릭터를 두드려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글쎄요, 어떻게 보면 제가 어릴 때 어머니 손에 컸거든요. 그런 영향이 있을 수도 있고요, 실제로 헤어지고 나서 보면 여자 말이 다 맞더라구요(웃음). 그런 경험들이 많이 반영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시은'이 꿈처럼 사라지게 만든 것은 그렇게 해야 민규가 좀 정신을 차릴 것 같아서 의도한 것이기도 한데, 여행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약간 꿈같은 시간이잖아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지만 말이에요.

 

진행그래서 그런지 '시은'과의 대화 이후에 '민규'의 변화들이 되게 재미있어요. 그런데 마지막 엔딩씬에서 '민규'의 표정이 갖는 의미가 궁금하더라구요.


강동완: '민규'의 표정으로 끝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홍콩이 아니라 민규의 얼굴로 끝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곽민규 배우가 촬영할 때 집중을 많이 했었어요. 실제로 술을 먹고 난 다음날 찍은 장면인데, 제가 너무 슬퍼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풀 죽을 것도 없고, 이 지점을 (어떻게 표현할 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얘기했어요. 그리고 저는 그냥 배우를 따라 다니면서 VJ처럼 찍은 거거든요. 그러다 보니 저런 표정이 나오게 된 건데, 곽민규 배우가 조금만 더 하면 울 것 같아서 그 장면을 길게 담았어요. 실제로 울었어요. 눈물이 떨어졌는데, 제가 그건 싫어서 잘라냈어요(웃음).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는 곽민규 배우가 대답을 해주세요.


곽민규'시은'이 떠나고 '민규'는 혼자 남아 처음 들어본 주성치라는 인물을 모방하려고 머리띠도 하고, 티셔츠도 이소룡 티셔츠로 갈아입고 돌아다니면서 전날 밤 '시은'이 했던 말들을 회상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들을 촬영할 때는 강동완 감독이 자꾸 이건 아닌 것 같아. 이건 좀 작위적인 것 같아.’ 이렇게 디렉션을 줬어요. 그 땐 정말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시은'이 '민규'에게 말하는 "왜 여자친구가 떠났는지 알 것 같아요"라는 대사가 중요한 대사잖아요. '민규'도 그렇게 뭘 모르는 것 같아서 그 말에 대해 생각을 하면서 걸어다니니까 강동완 감독이 OK를 내줬어요(웃음). 마지막에 웃는 표정은 지나가다가 사진을 찍는 여행객들을 보고 나도 한 번 내 얼굴을 봐야겠다하면서 셀카를 찍으려고 하는 장면이예요. 셀카를 찍을 때는 사람들이 보통 웃잖아요. 그래서 웃었는데 아까 강동완 감독님이 말씀하신대로 조금 눈물이 났었어요. 그때는 좀 전 여자친구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나 슬픔과 같은 마음들이 교차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울었는데 감독님이 싫다고 해서 짤렸습니다(웃음).

 




관객: '민규'라는 캐릭터에게 주성치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가 궁금하고, 그리고 홍콩에 세분만 가서 이 영화를 찍으셨다고 하셨는데 그럼 극 중에서 등장하는 다른 조연들은 어떻게 섭외를 했던 건지 궁금합니다.

 

강동완: 두 번째 질문에 먼저 답하자면, 현장에서 다 섭외했습니다. 식당부터 장소나, 로 나오는 사람들 모두 제가 현장에서 손짓발짓 하면서 섭외했어요. 다행스럽게도 셀카 찍는 장면에서 옆에 계시던 분들은 한국인이셨어요. 제가 두 분의 인생샷을 찍어드리고(웃음). 그리고 민규' 씨에게 주성치는, 사실은 받아들여야 되는 어떤 것인데 본인은 보지 못하는 것이에요. 이게 말로 표현하면 좀 추상적인데요, 본인은 본인의 모습을 잘 모르잖아요. 그런 자신을 반추할 수 있는 무언가인데, 생각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죠. 대사에 있었던 것처럼 누군가 양조위 닮았다고 해주니까요. 하지만 그 말은 '민규'가 좋아하니까 전 여자친구가 억지로 해줬던 것일 수도 있는 거죠.

 


관객: '시은'과 '민규'는 극 중에서 같은 숙소를 잡은 거잖아요. 둘이 눈치를 보다가 '민규'가 나가는데, 숙소를 나서기 전 잠깐 사이 어떤 생각을 했길래 처음 보는 사람인 '시은'에게 밥 한 끼 하자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지 '민규'의 당시 생각과 감정이 궁금합니다.

 

강동완: 자기가 먼저 나가겠다고 하는 것은 '민규'의 회피하려는 습성을 나타내는 대사라고 생각했어요. 외국으로 떠나온 것 자체도 사실은 회피니까요. 하지만 사실은 조금 미적미적거리고 아쉬운 거죠. 그래서 밥 한 끼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본인이 이 숙소를 버리고 양보도 하는데하는 생각에 말 그대로 용기를 한 번 내보는 정도의 개념으로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관객: '시은'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홍콩에 여성이 혼자 여행을 다니는데 낯선 남자랑 같은 방에 있게 되고 서로 겹치게 된 숙소 때문에 다툴 수도 있는 상황이었잖아요. 결국 둘이서 여행을 잘 하긴 했지만, 술을 먹고 얘기를 하다가 여성이 남성을 탓하는 도발적인 발언을 하기도 하고요. 그런 장면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조금 불안하더라고요. 로맨스에서 갑자기 범죄 스릴러가 될까봐요. '시은'이라는 여성 캐릭터가 남자 입장에서 이상화된 캐릭터가 아닌가 하는 비판의 의견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강동완: , 있었습니다. 실제로 편집하면서 저희 셋이 많이 얘기를 나눴던 지점이에요. 일단 그런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저도 생각을 하고 있었구요, 제 개인적인 사견으로는 그런 시선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지금이 조금 슬프게 느껴집니다. 답변을 드리자면 주변에서도 그런 반응들은 분명히 있었는데, 모두 고려해서 편집을 하자니 이 이야기가 처음부터 안 맞는 이야기가 되어서 어쩔 수 없이 절충을 하고 편집을 진행했습니다. 그 지점에 대한 피드백을 작년 영화제 때도 받았었어요.그런데 그 불안함을 제가 극에서 연출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저희 사회에 만연해있는 일련의 어떤 사건 때문에 긴장감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당연히 제가 받아야 되는 피드백이긴 하지만, 답변을 드리자면 연출된 불안함은 아니었다는 답변을 드리는 겁니다.


곽민규: 강동완 감독 말대로 영화제 상영에서도 그런 지적을 하셨던 분들이 계셨고 오늘 보니까 저도 그런 지점들이 좀 더 많이 느껴지더라구요. 여성 관객 분들이 보셨을 때 좀 무서울 수도 있는 지점들이 있었다는 게 느껴져서 아까 마음이 좀 안 좋았습니다. 저희는 그러려고 찍은 게 아닌데 그렇게 비춰져서 좀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행: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곽민규: 재미있는 소식이 하나 있는데 작년에 강동완 감독이랑 같이 배우로 나온 작품이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이 되었습니다. <오래달리기>라는 작품입니다. <내가 사는 세상>이라는 작품도 초청이 되었는데 그 작품도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사는 세상>에는 김시은 배우도 나와요. 잘 부탁드립니다.

 

강동완: <당신도 주성치를 좋아하시나요?>는 그저 저희끼리만 보고 재밌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욕심을 부리지 않았던 영화인데 상영 기회가 많이 주어져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5월달에 단편 차기작을 찍을 준비를 하고 있고요, 올해 1월에 장편 다큐멘터리를 하나 완성시킨 게 있어요. 아직까지 어떤 영화제에서도 선택해주지 않았지만 어딘가에서 보여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좋겠습니다. 그 영화는 어머니와 저의 여행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사실 제가 영화 출연은 정말 안하는데 어떻게 출연을 하게 된 <오래달리기>는 시간 안 나시면 굳이 안 보셔도 될 것 같구요(웃음). <내가 사는 세상>이라는 영화는 꼭 챙겨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농담이고 두개 다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렇지만 <내가 사는 세상>은 김시은, 곽민규 배우 둘이 주연인 장편이에요. 그래서 이 둘의 케미, 혹은 이 여행 뒤의 둘의 모습을 볼 수도 있는 영화라서 관심 가지고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댓글을 달아 주세요




각자의 거리를 함께 거닐다  인디피크닉2018 <단편4: 그들 각자의 거리에서>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4월 8일 오후 1시 상영 후

참석 허정재 감독ㅣ배우 백종환, 박새힘, 이종윤, 김예은

진행 이경준 서울독립영화제 프로그램팀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윤영지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서울독립영화제)




찰리 채플린은 일찍이 인생을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인 것이라 했지만, 어떤 생은 멀리서 보아도, 가까이에서 보아도 비극 같아서 한없이 무력해질 때가 있다. 여기 그런 절망적인 생의 뻘밭에서, 최소한의 희망을 길어 올리려 애쓰는 세 편의 영화들을 모았다. 허정재 감독의 <밝은 미래>, 김혜진 감독의 <한낮의 우리> , 김정은 감독의 <야간 근무>를 함께 상영했다. 상영 이후 <밝은 미래>의 허정재 감독, 백종환 배우, 박새힘 배우, 이종윤 배우와 <야간 근무>의 김예은 배우와의 대화가 이어졌다.






이경준 프로그램팀장 (이하 진행) : 먼저 허정재 감독님께 질문드리고 싶은데요, 영화의 제목은 <밝은 미래>인데 개인적으로 영화가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목을 <밝은 미래>라고 지으신 이유와, 작품을 찍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허정재 감독 (이하 허정재) : 원제는 <밝은 미래>가 아니라, ‘혜미의 모든 것이었어요. 그런데 혜미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이 영화의 장르를 멜로로 오인하게 만드는 지점들이 있더라고요. 이 점을 보완함과 더불어 작품의 주제 의식을 드러낼 수 있는 제목을 찾다가 <밝은 미래>로 짓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노동 문제를 짚으며, 제 스스로도 막연히 인지는 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실현하지 못하고 문제와 동화되는, 그런 양가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진행 : 백종환 배우님, 박새힘 배우님, 이종윤 배우님께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의 마음과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습니다.

 

백종환 배우 (이하 백종환) : 허정재 감독님과는 이전에 단편 영화 작업을 했던 경험이 있었고, 다시 출연 제의를 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시나리오는 개인적으로 와닿는 부분이 많았어요. 학생 시절에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인지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던 문제들도 떠올랐고요.

 

박새힘 배우 (이하 박새힘) : 저는 오디션을 통해 작품에 합류하게 되었는데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엔 혜미에 대해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었어요. 저도 모르게 알바생은 이래선 안되지 않나?’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이후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혜미의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던 것 같습니다.

 

이종윤 배우 (이하 이종윤) : 재밌게 작업했고, 결과가 좋아 기분이 좋습니다. 사실 촬영 중에도 혜미라는 캐릭터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는데, 극장에서 영화를 보았을 땐 완벽하게 혜미가 이해되더라고요. 주연이 아닌데도 인디 토크 자리에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웃음)

 

진행 김예은 배우님의 경우 시나리오와 함께 감독님을 만나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시나리오를 읽은 첫 느낌이 어떠셨는지, 어떤 계기로 출연을 결정하게 되셨는지 여쭤보겠습니다.

 

김예은 배우 (이하 김예은) : 감독님을 처음 뵈었을 땐, 한국이 싫어 워킹홀리데이를 가시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를 포함해 많은 20대가 생각하는 부분이라 공감할 수 있었어요. 이주 노동자분들에 대해서도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진행 상대역이었던 역의 스렝윈니 배우분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김예은 : 본업이 배우이고, 현재도 연기뿐 아니라 통역 등 여러 활동을 하고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진행 극 중에서 두 분이 정말 친구처럼 보였는데, 촬영장에서 호흡은 어떠셨나요?

 

김예은 : 성격이 비슷해서 금방 친해졌고, 굉장히 즐겁게 촬영했었던 것 같아요. 촬영 전에 노래방도 함께 가고, 친구처럼 재밌게 지냈던 것 같습니다.

 




진행 : <밝은 미>의 경우 초반엔 은혁의 입장에서 극이 전개되는데, 마지막 장면을 보면 결국 혜미에게 감정이입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처음부터 의도하신 것인지 궁금하고요, 박새힘 배우님은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실 때 무엇에 중점을 두고 연기를 하셨는지 궁금해요.

 

허정재 : 사실 마지막 장면이 시나리오를 처음 쓸 때부터 결정되어 있지는 않았어요. 엔딩에 대한 여러 선택지를 두고 고민이 많았는데, 촬영 감독님께서 지하철 엔딩은 어떨까 말씀하시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지하철이 극 초반에 지각이라는 코드로 등장하기도 하고, 지하철이 멈춘다는 상황 자체가 사회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가벼운 은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새힘 : 마지막 장면을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한데,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있어요. 마지막 장면을 두고 감독님과 의견 차이가 조금 있었거든요. 저는 직전 장면을 염두에 두었을 때 슬픈 감정이 먼저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전체적인 시나리오의 맥락에서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 부분에 있어 조금 고집을 부렸었는데, 맨 처음 영화를 봤을 때 제 생각이 잘못되었었다는 것을 느꼈어요. 전체적인 맥락을 조금 더 고려하고 감독님 의견에 따랐으면 결과적으로 조금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어요.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엔딩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행 : 김예은 배우님께 질문드릴게요. 영화를 보면 전단지를 돌리시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이 매우 현실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실제로 전단지를 돌리신 것인지, 어떻게 진행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김예은 : 실제로 돌렸어요. 정말 아무도 받아주지 않으셨습니다.(웃음)

 

진행 : 실제였군요, 카메라 앵글이 배우님을 잡는 게 아니라, 배우님을 피해서 잡는 느낌이 나더라고요. 그럼 배우분들께 극중 인물과 실제 모습이 얼마나 닮아있는지 여쭤보겠습니다.

 

이종윤 : 사장 캐릭터와 제 모습은 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매사 인간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니까요. (웃음) 하지만 회사의 사장 입장에서는 아르바이트생 한 명 한 명까지 고려하기 힘들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런 측면에선 어느 정도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백종환 : 많이 다르진 않은 것 같아요. ‘은혁자체가 특이한 인물이 아니고, 대다수의 사람들의 시선과 비슷한 일반적인 시선으로 혜미를 바라보고 생각했거든요. 실제로 저도 은혁과 비슷하게 행동했을 것 같아요. 극 후반부에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오기 시작하면서 자기중심적으로 변하는 지점도 그렇고요.

 

박새힘 : 사실 저는 제 실제 모습과 조금 달라서 힘든 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활발하고 붙임성 있는 성격인데, 혜미는 소극적이면서 붙임성이나 융통성은 없는 캐릭터이다 보니 어떻게 해야 혜미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시나리오도 여러 번 읽고, 감독님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했던 것 같습니다.

 

김예은 저는 기본적으로 우왕좌왕하는 성격의 사람인 것 같은데, 연희는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인 것 같아요. 엄마와 있을 때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진행 : ‘엄마와 있을 때라고 하면 어떤 의미일까요?

 

김예은 : 대들고(웃음) 자기주장 확실히 하고, 그런 면이 비슷한 것 같아요.


진행 : 허정재 감독님의 전작 <잠들지 못하는 어느 밤>도 보았었는데, 전작과 <밝은 미래> 두 편이 공통적으로 두 사람 사이의 갈등 사이에 끼어 있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으셨어요.

 

허정재 : 저도 요즘 고민하는 부분인데요, 쓴 글을 되돌아보면 삼각관계인데 주인공은 그 두 사람의 틈에서 힘겨워하는, 그런 구조로 쓰고 있더라고. 아무래도 극작 공부를 오래 하다 보니 삼각관계를 주로 다루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관객: 김예은 배우님께 질문드립니다. 영화 속 연희는 더 나은 삶을 위해 호주로 떠나려 하잖아요. ‘은 더 나은 삶을 위해 한국에 와 있는 상황이고, 그런 을 보며 연희는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을 것 같은데 어떤 생각과 감정으로 연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예은 : 두 인물이 비슷한 상황에 있기는 하지만 사실 연희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보단 친구로서 내가 위로를 해주었던 이 도리어 나를 위로해주고 힘을 주는 데에서 위안을 얻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관객 : 허정재 감독님께 궁금합니다. ‘혜미의 해고 이후 고용된 아르바이트생이 혜미와 정반대되는 캐릭터인데 혹시 따로 의도가 있으셨던 건가요?

 

허정재 : 일단 성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여자 아르바이트생으로 설정할까도 생각했었는데, 영화 속에서 새로 온 아르바이트생이 신체 건강한 해병대 출신이면서, 회사 근방에 살고있는 청년이라는 게, 한국 사회의 스테레오 타입에 대해 비꼴 수 있는 지점들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지점들을 영화 속에 많이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상반되게 연출했던 것 같습니다.

 


관객: 원작 소설에서는 극 중 과장(은혁) 캐릭터가 여자였는데, 영화에선 남자로 연출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허정재 : , 이 작품은 <알바생 자르기>(2017, 장강명)라는 소설을 각색한 것인데요, 원작에서는 여성 주인공과 여성 아르바이트생이 등장합니다. 소설에서는 두 여성 사이의 미묘한 기싸움이 포인트였어요. 남성으로 바꾸게 된 이유는 우선 백종환 배우와 함께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제가 남자이다 보니 여성들 사이에 미묘한 갈등보다는 남자의 시선에서 접근할 때 조금 더 진정성 있게 영화를 연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각색하게 된 것 같습니다.

 


관객: 극 중 회사를 외국계 기업으로 설정하신 것은 어떤 이유였나요?

 

허정재 : 외국계 기업에서는 용인되지 않는 부당한 행동을 하고, 그것을 스스로 합리화하는 인물들의 아이러니함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덧붙이면, 영화 속에 회사에 대한 정체성이 많이 드러나지는 않아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가급적 일반적인 회사의 모습을 담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관객: <밝은 미래>혜미은혁의 식사 장면에서 접대비와 아르바이트생의 월급을 비교하는 대사가 있었어요. 남자-여자 아르바이트생의 차이를 둔 것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의 입장에서 에 대해 비판하는 영화인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 해주 실 수 있으신가요?

 

허정재 : 저도 이런 비꼬는 것이 재미있어서 시나리오도 재밌게 쓴 것 같아요. 원작에 없던 커피에 대한 장면은 군대에 있을 때 실제로 한 경험이었어요. 행정관이었는데 간부들마다 커피를 타 드릴 때 각자 선호하는 물의 양을 맞춰드려야 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병장이 되고 난 이후에 이등병에게 비슷한 행동을 하고있는 것을 깨달았어요. 영화를 통해서 이런 점을 지적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진행 : 다시 김예은 배우님께 한가지 질문드릴게요. 더운 여름에 촬영을 하시느라 힘드셨을 것 같은데 촬영장에서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궁금하고요, 작년에 영화제 GV를 다니며 촬영 이후에 감독님과 자주 뵐 수 있으셨을 것 같은데 어떤 대화가 오갔었는지 궁금합니다.

 

김예은 : 더위와는 관련 없지만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촬영 현장에서 의상을 모조리 분실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급하게 의상을 다시 구하느라 스태프분들이 고생하셨던 적도 있었고, 전반적으로 다사다난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과는 촬영 이후에 영화의 아쉬운 지점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 나눴고, 반응이 좋아 감사하다는 이야기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관객: 허정재 감독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각자의 위치나 입장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 다를 영화인 것 같은데, 감독님은 어떤 입장에서 영화를 찍으셨는지 궁금합니다.

 

허정재 : 개인적으로는 혜미에게 집중했던 것 같아요. 촬영 전 정해놓은 것은, ‘은혁혜미를 해고하는 장면에서 관객이 혜미에게 마음을 열고 감정이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결론적으로는 혜미의 감정을 따라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진행 : 그럼 마지막 인사와 함께 앞으로 계획 간단히 부탁드릴게요.


허정재 : 이렇게 일요일에 영화를 보러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계속 열심히 글을 쓰고 있으니 빠른 시일 내에 또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고요, 더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백종환 : 보러 와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연기하는 사람에겐 사실 계획이라는 게 캐스팅이 되어야 생기는 거라 이런 질문을 받을 때 좀 난감합니다.(웃음) 자기계발 열심히 하고, 뽑혔을 때 더 잘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박새힘 : 영화도 봐주시고 이야기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연기 공부하고 자기계발하며 노력하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종윤 : 앞으로도 독립영화 많이 사랑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김예은 와주셔서 감사하고 이렇게 상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영화 볼 수 있어 영광이었고, 저도 열심히 해서 좋은 작품으로 만나 뵐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극장에는 유독 20대 관객들이 많았다. 서로의 생이 비극인지 희극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각자의 고단한 야간 근무를 이행하며 살아가는 한낮의 우리들은, 서로의 밝은 미래를 조용히 응원하며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국에서 만나는 낯설고도 익숙한 사람들  인디피크닉2018 <국경의 왕>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4월 7일 오후 8시 20분 상영 후

참석 임정환 감독ㅣ박진수 PD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마리솔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서울독립영화제)




동포. 같은 나라 또는 같은 민족의 사람을 다정하게 이르는 말이다. <국경의 왕>은 이국땅에서 동포가 만나는 풍경 그리고 이것이 얼마만큼 낯설고도 익숙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동유럽의 겨울 같았던 밤, 임정환 감독과 배우로 참여한 박진수 프로듀서 그리고 무브먼트의 진명현 대표가 함께했다.





 

진명현 대표(이하 진행):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에 이어 오늘도 많은 관객분들이 와주셨습니다. 먼저 뜬금없는 질문인데 감독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박진수 PD님이 배우로서 세르게이진수역을 맡으셨는데 크레딧에는 세르게이만 적혀있습니다. 진수역할은 크레딧에 안 올리셨나요?

 

임정환 감독(이하 임정환): , ‘세르게이라고 해야 할 것만 같았어요. ‘진수라고 하니까 너무 있는 그대로의 자기모습 같아서요.

 

진행: 서울독립영화제 때 보고 오늘 다시 봤는데 이 영화는 참 기묘한 것 같아요. 기이한 옛날이야기 듣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 작품은 여러 번 복기해보아야 합을 맞출 수 있는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흥미로운 영화의 출발점은 어디였나요?

 

임정환: 제목이 먼저 생각났습니다. 조현철 배우에게 처음 ‘국경의 왕이라는 영화를 한 번 찍어보자고 했고, 영화의 내용이 뭐냐고 물어서 아직은 제목만 있다. 네가 같이 하겠다고 하면 이제부터 써보겠다.’라고 했습니다. 옆에 계신 박진수 PD님을 비롯해서 김새벽 배우님과 많은 좋은 분들이 함께 해주셔서 두 장 정도의 시놉시스를 쓰고 출발을 했습니다. 어떻게 하다가 영화 내용이 이렇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고요. 일단 국경의 왕이라는 영화를 찍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입니다.

 

진행: PD님은 영화 완성본을 보고서 어떤 감상을 느끼셨나요?

 

박진수 PD(이하 박진수): 감독이 촬영 중간중간 당일 날 아침에 시나리오를 주더라고요. “오늘 찍을 분량이다.”하면서. 상황만 주고 대사는 많이 주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믿음이 있었고 확실한 선을 지켜주었기 때문에 믿고 따랐던 것 같습니다. 기대는 안 했지만 기대 이상의 괴랄한 영화가 나와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행: 전작을 빼놓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봉은 안했지만, 임정환 감독님의 전작품인 <라오스>를 보신 분 계신가요? 5년도 되지 않았지만 전설의 작품으로 불리는 <라오스>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라오스>를 보신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그 작품은 완벽하게 조현철 배우의 영화입니다. 조현철 배우가 주는 낭만적이기도 하고 나태하기도 하고 엉뚱하기도 한 모습들이 라오스라는 세계와 굉장히 잘 맞아 떨어져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방식으로 사람을 웃기는 독특한 코미디 영화였습니다. 이번에 <국경의 왕>은 완벽히 김새벽 배우의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새벽이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신선함, 쓸쓸함, 그리고 착한 건지 못된 건지 전혀 알 수 없는 표정 같은 부분들, 김새벽 배우가 가지고 있는 얼굴의 거의 모든 각도를 다 보여주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김새벽 배우를 만나면서 바뀐 부분들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임정환: 확실히 김새벽 배우님이 등장하는 비중만 큰 것이 아니라 영화의 톤 혹은 분위기 자체에 많은 영향을 주신 것 같습니다. 제가 김새벽 배우를 개인적으로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그 부분이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과는 같이 영화를 공부하고, 같이 영화를 만들어왔던 친밀한 사이인 반면에, 김새벽 배우만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만나게 된 분이었는데 그러다보니 김새벽 배우를 통해 저도 영화의 등장인물들, 그리고 영화를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볼 수 있었습니다. 말씀해 주신대로 김새벽 배우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알 수 없는 표정 같은 것들이 영화를 찍을 때 묘하게 옳다고 느껴지는 매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그걸 명확하게 뭐라고 말씀드려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제가 아주 잘 아는 친구들을 바라보는 것과 김새벽 배우의 눈으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을 비교해 봤을 때 아무래도 김새벽 배우의 시선이 옳다라는 느낌을 받았고, 점점 더 김새벽 배우로 중심을 옮겨가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진행: 아마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유럽에서 촬영을 했고, 굉장히 적은 인원들이 참여한 작품이거든요예산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박진수: 정확한 금액은 감독이 저한테 숨기고 있고요(웃음). 저한테 현금을 주면서 이걸 최대한 아껴봐라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상 도전하기 힘든 금액은 아니었습니다. 저희가 어마어마한 장비를 들고 간 것도 아니고, 장소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실내가 대부분이에요. 장소 빌리는 데 큰돈이 들었던 것도 아니었고요. 그냥 밥 먹어가면서 영화 찍고, 관광도 한 번씩 하고요. 그렇게 엄청난 도전을 해서 엄청난 일을 이루지는 않았습니다.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임정환 감독에게 연락해보시면 아마 예산 세이브하는 방법을 잘 가르쳐드릴 겁니다.


임정환: 맞습니다(웃음).

 

진행: 아까 드렸던 질문이긴 한데, 감독님 왜 자꾸 (영화 찍을 때) 밖으로 나가시는 거예요?

 

임정환: 제가 사실은 해외에 나가려고 나간다기보단, 가까운 사람들을 데리고 완전히 동떨어진 곳에 갔을 때 매력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계속 친한 사람들과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아마 학교 다니던 시절에 영화에 나오는 몇몇 친구들과 여행을 다닌 경험이 인상적으로 작용해서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익숙한 분들과 익숙한 곳에 가서 영화를 찍거나 혹은 외국이라고 할지라도 익숙한 관광지에서 영화를 찍는 것보다 완전히 낯선 곳에 익숙한 인물들이 박혀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저한테는 판타지적입니다. 그 느낌이 영화에서만 존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새로운 장소를 알아보다가, 그 장소가 계속 바깥이 되고 있네요.

 

진행: 임정환 감독님의 작품 속에서 공간성이 주는 힘이 어마무시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을 보면서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를 떠올리셨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유사한 부분들이 많이 발견되는데, 가장 큰 차이는 감독님이 말씀하신 판타지가 가지고 있는 결들인 것 같아요. 영화의 1부와 2, ‘국경의 왕국경의 왕을 찾아서를 보면 같은 배우인데도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생각도 들어요. 감독님이 다음 작품을 만드신다면 어떤 방식으로 하게 될지 궁금해집니다.지금 구상하고 있는 작품이 있으신지 여쭙겠습니다.

 

임정환: 지난번에 밥 먹으면서 박진수PD한테 제목만 이야기를 하니까, 제목만 말하지 말고 뭐 좀 들고 와서 말하라고 했어요. 한 번 해 보려고는 합니다.

 

진행: 제목은 밝혀주실 수 없나요?

 

임정환: 제목은 <수나라 황제>구요.

 

진행: 사극인가요?

 

임정환: 사극은 아니고요. 어딘가에 수나라 황제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나서는 이야기입니다. 




 

관객: 영화 재밌게 잘 봤습니다. 질문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작품 찍기에 앞서 제목만 국경의 왕이라고 정해두셨다고 하셨는데 왜 이런 제목을 정하셨는지, PD님의 연기를 인상 깊게 봤는데 앞으로 배우로서의 활동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박진수: 저는 직장 다니고 있고요, 연기를 계속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프레임 뒤쪽에 있는 게 더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임정환: 한마디 덧붙이자면, 이렇게 말씀하셨지만 되게 즐거워하셔서, 제가 볼 땐 아마... 다시 한 번 하자고 할 거죠? (웃음)

사실 그냥 국경의 왕이라는 주제로 영화를 찍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원래는 태국 쪽에서 촬영을 하려고 저 혼자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우크라이나를 가볼 기회가 생기면서 그 생각이 쏙 들어갔습니다. 그럼 우크라이나에서 뭘 찍지 생각하다가 국경의 왕이라는 제목이 그대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국경의 왕을 찾는 이야기를 찍자고 생각하다가 저 혼자 합리화를 시켰던 건, 국경의 왕이 있다는 말이 사실 모순이잖아요. 뭔가 모순된 행위를 하는 듯한 인물들을 흐릿하게 떠올리며 그대로 제목을 가져갔습니다. 명확하게 국경의 왕이 등장하거나 그를 찾는 영화는 아니더라도 그 단어의 조합들이 주는 느낌을 끝가지 가져가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관객: 이 영화는 사실 여행을 떠나는 주인공의 여정이잖아요. 그런데 여행이라고 하면 느껴지는 설레고 낯선 감정들이 있었는데, 그런 게 하나도 안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종이, , 유령 이런 것들이 나와서,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웃고 떠들자는 영화가 아니고 누군가를 추모하는 영화인가?’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게 맞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임정환: . 맞는 것 같고요, .... 맞는 것 같습니다.(웃음) 전작 <라오스>에서의 인물들이 여행하는 것과 이 영화에서 김새벽 배우가 여행하는 것과의 분위기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차분함 혹은 가라앉은 느낌이랄까요. 영화에 어렴풋하게 나오는데, 여행의 목적 자체가 달라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특정인을 추모하자는 개념은 아닙니다만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이 유령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만들긴 했습니다. 어찌보면 여기에 등장하는 김새벽 배우를 제외한 모든 인물들은 가공한 인물들이라고 바라볼 수도 있고, 죽은 인물들이라기보다는 그냥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볼 수도 있고. 또 엔딩에 나오는 묘지 때문에 폴란드, 우크라이나에 가서 영화를 찍겠다고 다짐을 했었거든요. 영화를 출발하게 된 어떤 이미지 상의 동기와 관련이 있어서요. 어떤 영화감독의 묘지 앞에 가서 찍은 것이긴 한데 특정 감독님을 추모하는 의미보다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주인공 주위를 떠도는 것들, 그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진행: 어떤 감독님의 묘지인지 알 수 있을까요?

 

임정환: 크쥐시토프 키에스로프스키 감독인데요. 다시 찾아가라면 못 찾을 것 같아요. 굉장히 넓은 묘지에서 저걸 찾는데 촬영감독님이랑 두 시간동안 못 찾았어요. 찍겠다고 왔는데 어딘지도 못 찾고 있다가 극적으로 찾았습니다.





관객: 이 영화가 구체적인 어떤 줄거리가 없어도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로케이션, 배경이 동유럽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고 또 하나는 김새벽 배우였는데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김새벽 배우와 작업을 하실 때,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디렉션을 주시는 건지, 아니면 뭉뚱그려서 설명을 하고 김새벽 배우가 알아서 연기를 하는 건지 궁금하고요. 그리고 PD님 연기가 정말 실감나고 무서웠는데 타국에서 연기하실 때의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진행: PD님부터 타국에서 연기하는 것의 매력 말씀해주시죠.

 

박진수: 특이한 게, 자국에서의 연기 경력이 별로 없다보니까 타국에서 촬영을 한다는 게 어렵긴 해도 또 못할 일은 아니더라구요. 영화를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여기가 우크라이나다’, ‘여기가 폴란드다싶은 랜드마크나 대표적인 상징은 없지 않습니까. 그냥 외국이겠거니, 동유럽이겠거니 싶은 곳에서 촬영을 주로 했고 그렇게 생각했던 것만큼 어렵지 않더라구요.재밌었습니다. 다음에는 어느 나라로 갈지 기대됩니다.

  

임정환: 김새벽 배우가 계셨다면 어떻게 말씀하셨을지 잘 모르겠는데 서로 모호하게 이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그와 별개로 제가 감사한 부분 중에 하나가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김새벽 배우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사람들이 전부 아는 사이 정도가 아니라 친한 사이입니다. 그 사이에서 저희의 행태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피곤하기도 하고 즉흥적으로 연기에 적용하셔야 하니까 부담스러우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굉장히 다양하게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그때그때 놓치지 않고 제안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완전한 텍스트를 들고 간 게 아니고 가서 계속 글을 쓰면서 영화를 찍다보니 김새벽 배우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시고 너희들 왜 이러냐?” 이런 한 마디 해주시는 것만 해도 글 쓰고 이야기 전개해 나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뿐만 아니라 영화를 촬영하기 직전까지도 많은 도움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진행: 김새벽 배우가 이 작품을 선택할 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임정환 감독님을 만나고 나서는 감독님이 좋은 사람이기에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다라고 생각을 했다고 해요.

 

 

관객: <국경의 왕>이라는, 생각해 두셨던 제목으로 영화를 출발했다고 하셨는데 왜 2부작으로 만들게 되었는지, 그리고 관객이 이 영화를 보며 어떤 감정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임정환: 편집하는 후반부 작업에서 영화를 둘로 나누어 봤던 건데요. 1부는 어느 정도 이야기가 있는, 그야말로 영화 국경의 왕을 시도했던 것 같고 2부는 영화를 찾고 있는 과정, 그걸 관찰하는 모습, 그러니까 어떻게 영화가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서 말 그대로 국경의 왕을 찾아서가 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국경의 왕이라기보다는 국경의 왕을 찾는 과정에 가까운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관객분께서 봐주시기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어딘가에 숨겨있을 지도 모르는 영화를 찾는 과정. 명확하지 않는 걸 찾아가는 과정이 어쩌면 영화를 만드는 과정인 것 같거든요. 나한테 아무것도 없고,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는지에 대한 확신도 안 드는 모든 과정이 어떻게 모여서 영화 한편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을 저와 똑같이 발견하지 않으셔도 되니까 여러분이 발견하신 것 모두가 맞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관객: 재밌게 잘 봤습니다. 감독님의 영화를 처음 봤는데 여러 인물들이 한 장소에 모여 대화를 나누는 것이 재밌다고 느꼈거든요. 감독님께서 어떻게 연출을 하셨는지, 대사처리는 어떻게 하셨고 배우들의 애드리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통 몇 테이크 촬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임정환: . 리허설 없이 카메라를 돌렸구요, 그래도 오케이와 엔지 컷은 있습니다. 첫 두 세 테이크 정도의 분량은 전반적으로 굉장히 길고 아무 말이나 합니다. 두 세 테이크를 거치고 나면 제가 여러 요구를 했습니다. “이런 부분까지 하면 너무 장황해지니까 그 부분은 빼줘”, “방금 이야기했던 것 중에 이런 것들은 재밌었으니까 그 부분만 가지고 이야기를 하자하면서 즉흥적으로 다듬어 나갔던 것 같아요. 그래도 열 번 이상 찍은 경우는 거의 없었죠. 마지막에 나오는 굉장히 긴, 다섯 명이 식사하는 장면은 열여섯 번 정도 찍은 걸로 기억을 하는데 나머지는 그래도 일곱 여덟 번 정도로 끝냈습니다. 사실은 야외 장면들은 더 찍고 싶었던 장면들이 있는데 통제 문제 때문에 실내에 비해 빨리 진행하기도 했었구요.

 

 

관객: 영화 잘 봤습니다. 저는 영화 촬영기간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임정환: 20일 갔다왔고 촬영을 했던 건 2주 정도입니다. 폴란드, 우크라이나 두 곳에서 찍은 것이긴 한데 두 나라 모두 굉장히 큰 나라이고 이동하는 데에만 열두 시간씩 걸리는 날도 있었어요. 날씨 문제도 있다보니 실제 촬영은 2주 정도로 기억합니다.

 

 

관객: 영화를 진행하시면서 내용을 정해둔 게 아니어서 이게 무슨 내용이지?’ 싶었습니다. 나쁜 의미가 아니고, 각자의 이해로 해석하게끔 하신건지 아니면 내용은 정해놓으신 건지 궁금하고요. 혹시 관객에게 꼭 부연설명하거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임정환: 사실 국경의 왕, 딱 네 글자만 가지고 간 건 아닙니다. 앞부분에 처음 가서 세르게이를 만나고, 세르게이가 택배박스를 들고 다시 등장한다.’ 이 정도는 썼었어요. 영화로 보면 15분 채 안 되는 분량이고요. 거기까지 찍고 하루 쉬었습니다. 그때부터 내일부터 어떡하지?’ 하는 고민을 시작했고 피디는 황당해하면서 장소를 알아보기 시작했죠. 뒤늦게 촬영감독은 점심을 먹고 어디로 나가야 되냐며 뛰어 다니기 시작했고. 그렇게 진행해서 이러한 결말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까의 질문에 대해 드린 답으로 이 질문의 답을 대신해야할 것 같은데. 제가 찾아온 과정이 영화에 담겨있는 것이어서 하나로 모아진 내용이 어쩌면 없는 것 같아요. 그 부분은 관객분이 찾아주시는 게 오히려 더 재밌을 것 같고 영화를 보면서 한 단어로 정리가 안 되더라도 어떤 느낌을 받으셨다면 아마 그게 맞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진행: <국경의 왕>은 올 겨울에 정식으로 개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개봉할 때 보물찾기하는 기분으로 친구들 데려오셔서 관람해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 끝으로 마지막 말씀 들으면서 자리를 마무리짓도록 하겠습니다.

 

박진수: 거듭 말씀드리지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괴랄하고 어떻게 해석할지 모르겠는 모호한 영화에 욕 안 해주셔서 감사하고요. 다음에도 또 이런 무시무시한 영화를 들고 오도록 약속드리겠습니다.

 

임정환감사합니다. <수나라 황제>도 열심히 만들겠습니다. 늦게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댓글을 달아 주세요





당신이 멈춘 그 곳, 극장에서  인디피크닉2018 <너와 극장에서>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4월 7일 오후 6시 상영 후

참석 정가영, 김태진 감독ㅣ배우 황민하, 박현영, 우지현, 한해인, 서현우

진행 허남웅 영화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권소연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서울독립영화제)





따뜻한 봄이 성큼 다가오는 것 같더니, 봄의 불청객인 미세먼지도 모자라 봄을 시기하는 꽃샘추위가 찾아온 토요일. 그럼에도 <너와 극장에서>라는 제목처럼 약속한 듯 우리는 극장에 모였다.

우리는 좋은 날씨에 피크닉을 떠나지만, 극장으로 떠나는 피크닉이라면 다를 것이다. 날씨가 따라주지 않아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극장이라면 어디라도 피크닉이 되는 마법을 경험하기 위해 우리는 극장 쪽으로떠난다. ‘극장에서 한 생각들은 저마다 다를 테지만 한 가지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것은 바로 영화. 영화가 있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극장은 결국 우리들의 낙원이 된다.

<극장에서 한 생각>의 정가영 감독과 황민하 배우 그리고 <우리들의 낙원>의 김태진 감독과 박현영 배우, 우지현 배우, 한해인 배우 그리고 서현우 배우가 관객과의 대화를 함께 했다. 허남웅 영화평론가의 질문으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허남웅 영화평론가(이하 진행): 감독님들께서는 어떻게 작품을 만들게 되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가영 감독님부터 먼저 해주실까요?

 

정가영 감독(이하 정가영): 지금까지 관객과의 대화를 돌아다니면서 GV가 참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관객과의 대화를 다루는 몇몇 국내, 해외 영화들 역시 재미있게 봐서 나도 만들어 보고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침 이렇게 서울독립영화제의 개막작 지원 사업에 다행히 선정이 되어서 이렇게 극장을 소재로 한 영화가 재미있게 나온 것 같아요.

 

김태진 감독(이하 김태진): 저는 원래부터 생각하고 있던 시나리오는 아니었습니다. 극장을 소재로 한다면 무엇을 찍는 게 좋을까?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까? 하고 생각했을 때, 제가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극장에 대한 생각들을 이미지로 만들어 담아보고자 했고 이렇게 영화가 된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다들 그런 것 같아요. 어떤 영화를 좋아하게 될 때, 순전히 그 영화의 뛰어난 점 뿐만 아니라 그 영화를 같이 보러 간 사람처럼 영화를 둘러싼 여러 요소들이 영화를 좋아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극장도 중요하지만 그 영화를 보러 가기 위해 펼쳐지는 어떠한 여정의 이야기들을 한번 써보자!” 이런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진행: 그러면 배우분들께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맡은 캐릭터들을 위해 어떤 준비하셨는지, 우지현 배우님부터 말씀해주실까요?

 

우지현 배우(이하 우지현): 저는 우연한 기회로 작업을 함께 하게 되었어요. 다른 사람의 촬영장에 놀러갔다가 김태진 감독님을 만났는데, 그날의 어떤 기억이 남아 저한테 이 역할을 맡아주셨으면 한다고 제안해주셨어요. 처음에는 '내 술 취한 모습을 말하는 건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습니다(웃음). 아무튼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이기 때문에 인물들이 다 같이 모였을 때 영화 안에서 각자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맡은 인물을 영화 속에서 어디에 위치한 인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박현영 배우(이하 박현영): 사실 저희 영화는 초고 상태로 지원이 결정되어 촉박하게 촬영에 들어가는 일정이었는데, 시나리오가 처음에 제가 받은 것과는 많이 바뀌었더라구요. 그래서 무엇에 주안점을 둘 것인지부터 시작해서 시나리오 전반적인 이야기를 감독님과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얘기 나누며 함께 많은 고민을 했었던 것 같아요.

 

한해인 배우(이하 한해인): 저도 촬영 전에 굉장히 급하게 연락을 받았었습니다. 카페에서 감독님을 만났고 바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몇 시간 동안 나누었던 것 같아요. 저는 제가 맡은 캐릭터는 호기심이 많고, 자신이 몰두하는 것이나 자신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것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드는 인물로 받아들였습니다.

 

서현우 배우(이하 서현우):이란 인물에 대해서 감독님과 협의를 했던 부분은 단순한 상상에만 머무르지 말고 행동에 타당성을 부여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같은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는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왜 그렇게 하는지 생각하고자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감독님을 많이 관찰했죠(웃음).

 

진행감독님이 롤모델이셨군요(웃음).

 

서현우: 감독님이 애니메이션 세계에 대해 굉장히 많이 아시더라구요. 촬영이 끝나고 나중에 오사카를 가보게 되었어요. 그곳을 직접 가봤는데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많이 부족했다는 걸 깨달았고 그들은 정말 대단하고 경이로웠어요.(웃음)

 

황민하 배우(이하 황민하): 저는 연기를 처음 해보는 거라서 어떻게 준비를 해야 될지 막막했지만 기본적인 것을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맡은 캐릭터는 어떤 사람일지 감독님한테 많이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관객: 세편의 에피소드 모두 잘 봤습니다. <우리들의 낙원> 속 은정이 민철을 찾는 과정에서 만난 인물들이 평범하지 않고 되게 독특한 캐릭터로 느껴졌는데, 이 인물들을 감독님께서 어떻게 구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결국 둘이 함께 보게 된 영화가 왜 <우리들의 낙원>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김태진: 일단 캐릭터를 구상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별로 고민한 적이 없던 것 같아요. 제가 먼저 구상했던 것은 '은정'이었고, 다음으로 '민철'은 함께 영화 속 여정에 올랐을 때 은정이 누구와 함께 해야할까, 누구와 함께 하면 그림이 이색적이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까 생각하다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또 영화라는 매체 또는 소재를 활용하는 영화이다보니 그에 어울리는 역할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 캐릭터들이 사뭇 제 모습들을 많이 담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들어간 것 같습니다.

<우리들의 낙원>을 고른 이유는, 처음에 제가 시나리오 쓸 때는 당장 그 마지막으로 두 주인공이 볼 영화가 무엇일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써 놓지 않았어요. 어떤 영화가 가장 좋을지 생각하다가 평소에 좋아하던 프랑크 카프라 감독을 떠올렸어요. 이 영화인을 본받고 싶다 혹은 이 사람과 같은 부류의 영화를 찍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카프라의 영화들은 이따금씩 떠올라 보게 되는 영화들이에요.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부분이다 보니 제목도 고려하였는데 제목이 마음에 들기도 하여서 결국 타이틀로 정했습니다.

 


관객: 두 감독님께 가장 어려웠던 장면과 다 만드신 후에 영화가 감독님들의 의도대로 잘 나왔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진행어려웠던 장면 같은 경우는 배우님들도 해당이 될 것 같습니다. 배우님들 말씀도 들어보겠습니다.

 

정가영: ! 총 쏘는 장면이요! 총을 처음 써본 거라서 위험성에 대한 부담이 있었어요. 이태경 배우가 쏘는 것도 그렇고, 황민하 배우가 총 맞는 것도 그렇고 혹시나 다치지 않을까 싶었죠. 소리도 엄청 크고 너무 무섭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몇 번 리허설을 거쳐서 합을 잘 맞춘 다음에 실제로 리얼하게 잘 담아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제일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도 재미있게 잘 나온 것 같아 다행입니다.

 

김태진: 쉬웠던 장면이 없었지만, 굳이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 영화의 클라이막스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은정'이 '민철'과 골목에서 만난 다음에 은정이 말을 쏟아내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본의 아니게 일정 문제 때문에 일찍 찍었거든요. 거의 처음에 찍었는데, 배우들이 아직 이 영화가 정확히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모르는 상태로 많은 것들이 쌓여서 폭발하는 장면들을 찍어야 했으니 정말 어려웠을 거예요. 그럼에도 다행히 배우분들이 잘 해주었습니다. 다들 비슷하겠지만, 영화는 찍기 전에 큰 꿈을 꾸고 만들고 나면 언제나 아쉽기 마련인 것 같아요. 그래도 이렇게 좋은 기회에 찍어서 꽤 만족스러운 영화가 되었습니다.

 

정가영: 저희 엄마가 김태진 감독님 작품 보시고 가영아, 저 감독 상업영화 하겠다라고 하셨어요(웃음).

 

황민하: 저도 감독님이랑 마찬가지로 총맞는 장면이 걱정이었는데 그 장면은 의외로 괜찮았어요. 위험성에 대한 걱정보다는 앉아서 연기를 하다가 총에 맞아서 죽어야 하니까 어떻게 해야 어색하지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서현우: 상대 역을 맡은 배우분이 진지하게 접근해줘서 크게 어려움은 없었구요. 대신에 대기할 때가 힘들었어요. 제 옷이나 행색 때문에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이 힘들었습니다(웃음).


한해인저는 화장실에서 은정을 만나서 인사하는 장면이 처음 촬영한 장면이었는데, 제 실제성격과는 다르게 자기 기분에 따라서 말을 쏟아내는 연기를 하느라 좀 어려웠지만 박현영 배우님이 잘 이끌어주셔서 편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박현영: 제가 그랬나요(웃음). 저는 항상 촬영이 끝나고 나면 항상 아쉬운데, 그래서 또 연기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영화도 처음에는 촬영회차가 적고 일정도 길지 않아서 그렇게 큰 부담감은 없었는데 실제로 연기를 하려고 하니 그때부터 지옥문이 열리더라구요(웃음). 그래도 짧게 끝나서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웃음). 사실 지금 촬영했던 것들이 생생하게 기억은 나는데 어떤 과정 같은 것들은 증발된 상태라 아득하게 느껴지네요.

 

우지현: 어려웠던 장면이라기보다는 인상깊었던 것은, 종로3가 탑골공원 쪽에서 촬영을 했을 때, 노인분들이 많으셨어요. 근데 그렇게 카메라에 관심이 많으시더라구요. 항상 뭐하는 거냐고 물어보시고. 불쾌하기보다는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물론 찍고 있는 스태프분들은 힘드셨겠지만, 이렇게까지 기계에 관심이 많으신가 싶었거든요(웃음).

 




관객: 정가영 감독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영화를 재미있게 봤는데, 한편으로는 괴로웠어요. 제 자신도 영화에 나오는 진상 관객 같을 때가 많아서 찔리기도 했습니다. 영화 내용이 결국 GV 에서 이상한 소리를 하는 관객에게 경고하는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닌가요?

 

정가영: 오히려 반대입니다. 다른 작품들을 보러 갔을 때 사람들이 GV 시간에 질문을 하는 걸 보게 되는데, 전 용기가 없어서 못하거든요. 질문을 하는 행위가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지 알고 있습니다. 경고의 의미는 아니고 사람들이 더 많은 질문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극 중에서 가영이는 어떤 사람과 연애를 하는데, 물론 유부남이었죠. 그런 관계에서 가영이가 나쁜 상상을 하게 되는데, 그렇게 상상한 나쁜 상황들이 연출된 것이 영화 속 관객과의 대화였던 것 같습니다.

 

 

진행: 극장이라는 공간이 모두에게 특별할텐데, 배우분들도 영화를 찍으면서 느끼신 감정들이 궁금합니다.

 

우지현: 영화를 보러 오는 곳에서 영화를 찍고 스크린으로 다시 확인할 때 감회가 새롭더라구요. 새삼스럽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이런 일이었고, 지금 하고 있다는 사실이 좋은 의미로 새로웠습니다.

 

박현영: 고등학교 야간자율학습을 땡땡이 치고 낙원상가에 영화 보러 오곤 했는데, 어느 날은 비가 엄청 내렸어요. 아주 늦은 시간도 아니었는데 낯선 곳이라 밤에 매우 공포에 휩싸였던 기억이 나네요. 겁나는데 또 짜릿하기도 하더라구요. 제가 모르는 것이 더 많았던 시절에, 극장은 저에게 미지의 세계로 느껴졌어요. 프레임 안에 있는 세계는 현실에서 느끼는 것들이 증폭되는 느낌이라 더 강렬하게 느껴지곤 했어요. 극장에서 영화를 찍는다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생각보다 감흥이 없어서 제 감정이 메말라 버렸다고 생각했거든요(웃음). 배우를 한지 시간이 꽤 된 만큼 현실과 스크린 속을 이제서야 구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시원섭섭한 느낌입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영화가 포착해내는 시공간의 경험, 일상의 역학

 인디피크닉2018 <단편3: 감각의 시간 기억의 공간>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4월 7일 오후 12시 40분 상영 후

참석 오서로, 채의석, 김현정 감독

진행 김경묵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연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서울독립영화제)




우리를 둘러싼 공간과 시간은 고정되지 않았다. 공간과 시간은 변하고 이는 때로 우리에게 영감이 되기도 무의식적으로 내면에 머물러 어떠한 상처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것들에 이토록 쉽게 영향 받는다는 점이 때로 무기력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모두 여전히 변화하는 외부와 함께 감각의 경험을 이어나간다. 공간과 시간의 풍경을 우리는 지켜보며 그대로를 감각하기도 또 그와 함께 면면히 움직이는 경험을 맞이하기도 한다. 47일 인디스페이스에서는 이처럼 주변에 존재하는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경험을 공유하는 영화 4편이 상영되었다. 환절기만 되면 괴롭히곤 하는 코의 감각(<(OO)>의 경우), 빛과 소리에 의존함으로써 드러낸 밤이라는 시간성(<사냥의 밤>의 경우), 개발되는 공간에 기대어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봄동>의 경우), 어린 시절 외로움으로 인해 받았던 상처(<나만 없는 집>의 경우) 등 모두 일상에서 마주하는 경험들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OO)>의 오서로 감독, <봄동>의 채의석 감독, <나만 없는 집>의 김현정 감독이 이 자리에 나와 보다 세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다.







김경묵 감독 (이하 진행): 이번 상영 작품을 만들게 된 동기를 짧게 말씀 부탁드린다.

 

오서로 감독 (이하 오서로): 애니메이션은 2015년에 학교를 졸업하고 만들기 시작했다. <(OO)>의 경우 작년, 20176월 졸업 이후 처음으로 만들게 된 독립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채의석 감독 (이하 채의석): <봄동>은 내가 김포로 이사 갔을 때 돌아다니며 본 풍경과 그 주변에서 이뤄지는 것들에 대한 호기심으로 만들게 된 영화다.

 

김현정 감독 (이하 김현정): 2016년에 <나만 없는 집>의 촬영을 시작했고 2017년에 작품을 완성했다. 촬영과 제작지원은 대구에서 이뤄졌다. 시나리오 작성은 촬영 이전부터 해왔다. 어릴 때 기억들을 담아서 시나리오를 각색했다.

 


진행:봄동이라는 나물류 먹거리 혹은 계절 음식이 우리 세대에게 익숙한 건 아니다. 어떻게 그 소재를 택하게 되었나?

 

채의석: 영화 속에 등장하는 무단 경작을 금지하는 표지가 실제로 있었다. 지나가면서 매번 보았다. 그러면서 새로 아파트 분양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 옛날 그 장소에 살았던 사람이 경작을 한다는 아이러니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나는 전라남도 순천이 고향이다. 순천으로 내려가다 봄동을 보게 되었고, 봄동이 갖고 있는 겨울과 봄이라는 두 가지의 계절, 그런 특성을 다뤄보고 싶었다. 지역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동시에 아직은 예전의 것이 남아 있는 그런 상태를.

 


진행: <나만 없는 집> 속에 개인적 경험에 가까운 어린 시절이 담겨있다. 어릴 적 부산에 살아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사투리에 친숙함을 느꼈다. 방에 걸린 젝스키스 사진을 보고 영화 속의 시간이 90년대임을 깨닫기도 했다. 시간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러한 사적인 이야기를 그려내는 게 감독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느낌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과정 안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공유해달라.

 

김현정: 과거의 생각과 감정들이 먼저 떠올랐다. 촬영이나 편집이 이루어지는 시기 보다는 시나리오를 썼던 시기에, 시나리오는 감정을 최대한 절제해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보니 그만큼 생각이 늘었다. 어릴 때의 고민, 혼자 있던 기억, 또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던 세대로서의 경험, 이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시기가 언제일까 고민하다 걸스카우트와 연관 짓는 시도를 해보았다. 준비할 때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 노력했다. 그래도 기준점은 언제나 나였다. 촬영을 할 때에는 나의 경험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감정의 공유에 주안점을 두고 주변의 자문을 많이 받기도 했다.

 

진행: 영화 속에 드러나는 사건이 모두 개인적인 경험인가

 

김현정: 엄마의 사인을 베껴 걸스카우트에 지원한 후 허락을 받지 못한 일까지만 나의 실제 기억이다. 언니와 싸우고 돈을 훔치고 그 후에 이뤄지는 설정들은 각색했다. 어머니가 실제 시나리오를 보시더니 네가 걸스카우트를 그리 하고 싶어 했는지 몰랐다고 하시더라. (웃음) 오히려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치유가 많이 되기도 했고, 부모님의 이야기도 듣는 계기도 되었다.

 




진행: <(OO)> 혹은 '콧구멍'의 오서로 감독께 질문하고 싶다. 제목이 독특하다. 읽기 난감한 제목인데 어떻게 만들어졌나. 또 어떻게 보면 영화에서 제시하는 메세지가 없다. 재채기만 하고 끝나는 이야기다. 이 내용과 제목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시도가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어떤 연유로 그러한 제목과 소재를 취했는가?

 

오서로: 제목은 의아할 수 있다. 근데 그림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재앙, 노재스터(nose+disaster), '코앙' 같은 글자 조합으로 갈까,(웃음) 혹은 하나의 투박한 단어로 갈까 고민을 많이 했다. 말한 것처럼 내러티브나 플롯이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재채기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서 글자를 그림처럼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지금의 <(OO)>를 제목으로 선정했다. <(OO)>는 나의 세 번째 작품인데 확실히 실험적인 마음으로 작업했다. 처음 만든 애니메이션은 기승전결이 있는 시나리오가 있었다. 두 번째는 졸업작품인데 교실에서 조는 이야기이다. 그래도 배경도 있고 결말도 존재했다. 이번 것은 공간은 부재한 채 은유만 존재한다. 실제로 내가 만성 비염이다.(웃음) 어릴 때부터 고생했다. 지금 여기에도 나 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비염이 아니라 해도 환절기에 코감기가 걸린다든지, 코와 관련된 안 좋은 일에 대해 다들 공감할 것이다. 이처럼 같이 고통을 느껴보자 하는 의도로 관객에게 간접경험을 시키는 용도로 영화를 제작했다.

 


진행<나만 없는 집>에 등장하는 아역과 성인 배우 다 자연스러운 생활연기를 보여준다. 어떻게 배우들을 캐스팅 했나. 그들은 전문 배우인가. 그리고 사투리 연기를 지시하는 과정에서 주의한 점은 무엇이 있나.

 

김현정: 다 전문 연기자이다. 특히 이제 연기를 시작한 아역 배우들인데, 연기학원이나 소속사에서 섭외하게 됐다. 대구, 서울, 그리고 부산까지 오디션을 많이 봤다. ‘세영으로 등장하는 아역만 서울이고 나머지 아역 배우들은 대구와 부산 출신이다. ‘세영선영의 어머니로 등장하는 배우는 극단까지 직접 운영하는 전문 배우다. 서울 출신인 세영역은 사투리가 안 돼서 숙제하듯 녹음을 시키기도 했다. 동시에 사투리 연습과 같이 연기 공부도 된 것 같다. 또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이입하길 원해서 유사경험이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언니가 있냐, 친구들 중에는 이런 경험을 겪는 이가 있느냐, 이런 것들 말이다.

 


진행: <봄동>에서 등장하는 아버지, 수리공 아저씨, 그리고 낚시꾼으로 등장하는 아저씨. 이 세 명의 아저씨는 전문 배우들인가.

 

채의석: 아버지로 등장하는 배우는 전문배우다. 은행 간판에도 나와 계신다.(웃음) 나머지 두 중년은 실제로 그 동네에 거주하는 분들이다. 보일러 수리공 아저씨는 실제로도 그 직업을 업으로 한다. 시의원에 출마하신다고도 들었다. (웃음)

 

진행: 남녀 주인공의 경우는 어떻게 섭외했는가.

 

채의석: <봄동>의 시나리오는 12월에 작성했고, 그 전 11월부터 연극을 올렸다. 연기 시작은 9월이었는데 거기서 상우역의 도현 배우를 보았다. 시나리오의 틀을 잡아놓고 배우에게 같이 영화를 하고 싶다는 연락을 줬다. 대사를 쓰면서도 실제 들었던 말투와 속도를 고려했다. 그리고 다영역의 이슬이 배우는 지인을 통한 오디션에서 섭외했다. ‘다영이라는 인물을 쓸 때까지 이 배우를 몰랐지만 실제 다영처럼, 그 장소에 사는 것처럼 연기해줘서 고마웠다. 무엇보다 두 분의 화합이 좋았다.

 




관객: <봄동>을 보면서 주인공이 제삿상을 차리기 위해 음식하는 장면, 그리고 술을 마시는 인물 뒤로 드러나는 아주머니의 모습들이 장면의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연관성 없는 장면들을 나열한 이유가 따로 있는가. 또 엔딩 크레딧에 소리를 삽입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채의석: 마트의 아주머니가 뒤에 보이는 장면은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부터 의도했다. 그 장면은 편집도 거의 없었다. 그런 장면들을 넣은 이유는 공간에 의해 자기 삶이 바뀌는 사람들을 묘사하기 위해서였다. 변화하는 공간의 사람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나오기를 바랐다. 호프집에서 옛날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세 아저씨들이 실제로 보아도 매력적이지는 않다. 흘러가는 분위기처럼 묘사되기를 원해서 실제 사는 분들의 얼굴을 비춘 것이다. 그리고 엔딩 타이틀에는 종종 음악이 없기도 하다. (웃음)

 

 

관객: 김현정 감독님의 <은하 비디오>도 굉장히 잘 봤다. 필모그래피를 통해 남겨진 사람 혹은 소외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는 것 같다. 왜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됐는가. 주인공을 포함한 초등학생 인물들이 연기를 훌륭히 해냈는데 디렉팅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김현정: 보통 별다른 의식을 하지 않고 작업을 하는 편이다. 근데 완성한 걸 내 눈으로 보니 깨닫게 됐다. 관계나 소외된 것들을 꾸준히 생각하다보니 그게 본의 아니게 담긴 듯하다. <은하 비디오>는 비디오 가게가 나오는 이야기를 찍고 싶었고, 이야기를 덧붙이는 과정에서 비슷한 맥락의 설정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나에게 연기는 어려운 편이다. 그래도 아이들이기 때문에 내 어릴 때의 감정을 떠올리며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설명이 가능했다. 내가 설명할 수 없었다면 디렉팅이 어려웠을 것 같다.

 

 

관객: <나만 없는 집>의 이야기는 주인공 '세영'의 걸스카우트에 대한 욕망으로 시작된다. 엄마의 지갑을 훔치게 되는 것들도 그렇고. 이런 상황들이 아이의 순수함 때문인지 아니면 가족의 결핍으로 인해 관심 받고자 하는 행동인지 궁금하다. 더불어 결말에서 아이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것인가.

 

김현정: 남에게 주목받고 싶다는 이유로 걸스카우트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이가 가족, 친구, 언니 등 다양한 사람들과 투쟁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원했던 건 걸스카우트를 하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주변에 인정받는 일임을 무의식적으로 깨닫고 걸스카우트를 포기하는 엔딩으로 설정했다. 사실 엔딩은 성장보다는 변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것이다. 처음 시나리오에서는 '세영'과 '선영'이 같이 라면을 끓이는 장면이 있었다. 근데 촬영 중에 편집했다. 상황은 변하지 않을 테니까. 가족들은 여전히 바쁘겠지만 아이가 그걸 받아들일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관객: <나만 없는 집>에서 보면 옆집 아줌마가 엔딩 크레딧에 명시되어 있다. 근데 옆집 아줌마를 영화에서는 못 찾았다.

 

김현정생략되고 편집된 장면이 몇 있다. ‘세영이가 언니와 엄마가 치킨을 먹는 걸 엿보는 장면 바로 전에 옆집 아줌마가 등장한다. 옆집 아줌마가 말을 거는 장면이었다. “엄마는 안 계시니?”와 같은 대사도 있었고. ‘세영을 더 외롭게 만들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 장면이 세영이 과감한 행동을 하는 동기가 되었으면 싶었다. 편집해보니 지루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비슷한 장면이 꽤 많아 그 부분은 생략했다.

 

 

관객: <봄동>에서 남녀 주인공의 관계가 모호하다.

 

채의석: 그건 나의 성격 탓인 듯하다. 우유부단하고 질질끄는 성정이 반영된 것일지도 모른다.(웃음) 보다 공간에 집중하고 싶어서 둘의 관계를 뉘앙스만 풍기는 선에서 제시했다. ‘다영상우에게 머리를 기대는 장면은 주변에 계속 물어봤다. 그 둘 사이의 연애 감정을 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는 건물의 딱딱함과 직선을 부각하고 있기 때문에 둘의 관계가 오히려 드러나지 않기를 바랐다.

 

 

진행: <(OO)>에 따로 쓰인 애니메이션 기법이 있는가?

 

오서로: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둘 다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과정은 동일하다. 시놉시스를 글로 작성하면 콘티 작업을 한다. 비디오 콘티라고도 하는데,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대강 소리와 이미지를 넣고 움직임을 편집해 놓은 스토리보드를 만든다. 보통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은 스토리보드에 내용을 즉흥적으로 첨가할 수 있느냐의 차이를 갖는다. 독립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 내용을 빼기는 쉬워도 덧붙이는 건 어려운 일이다. 웬만하면 스토리보드에 맞춰 애니메이팅을 한다. 디지털이 발달하기 전엔 손그림을 많이 사용했다. 물론 디지털이지만 한 장 한 장 손으로 그리는 방식을 지금도 차용한다.


 


 


진행: 관객분들께 차기작 계획과 함께 짧은 인사 부탁드린다.

 

오서로: 보러 와주셔서 감사하다. <(OO)>를 작년에 완성해서 아직 다음 작품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차차 준비해 나가겠다.

  

채의석:  다다음주 주말이면 새 작품을 촬영하고 있을 듯하다.

 

김현정: 주말 오후라는 황금사간에 와주셔서 감사하다. 5월 초에 단편 촬영 들어갈 듯 하다. 내년에 좋은 기회가 있다면 보여드릴 수도 있겠다.

 

 

 

영화는 우리가 여상스럽다 여기는 찰나를 포착해낸다. 예사스러운 일도 스크린을 거치면 관객에겐 특별한 것으로 체감된다. 관객들은 <(OO)>의 재기발랄한 이미지에 웃음을 터트리고 <사냥의 밤>이 상영되는 가운데 감각에 집중하기 위해 침묵을 지키며 <봄동>의 차갑지만 따뜻한 계절감을 차분히 관망하고, <나만 없는 집> 속 세영의 고군분투에 눈물 짓기도 한다. 많은 관객과 일상의 순간을 주고 받는 체험은 꽤나 각별하게 느껴진다. 일상 속 시·공간의 포착, 극장과 영화가 관객에게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지 않을까. 






Posted by indiespace_한솔

댓글을 달아 주세요





누구를 위한 일인가  인디피크닉2018 <소성리>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4월 6일 오후 6시 상영 후

참석 박배일 감독

진행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기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서울독립영화제)




인디스페이스에서 진행된 서울독립영화제 순회상영회 인디피크닉 2018의 둘째 날 <소성리>가 상영되었다. 소성리는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하나의 작은 시골 동네이다. 그러나 현재 그곳에는 한국 사회를 소란스럽게 만들었던 사드가 배치되어 있으며 여전히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투쟁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인인 시골 마을에서 거대한 무기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은 직접 전쟁을 겪었기 때문이다. 평화를 위해 들여왔다는 무기가 그곳 사람들의 평화를 깨고 있는 방식을 영화는 보여준다.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이하 김동현) : 영화에 어느 정도 설명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일상과 투쟁의 과정을 함께 다루셨어요. 언제부터 언제까지 촬영을 했고 여기서 담아냈던 중요한 투쟁의 과정이 성주 투쟁에서 어떤 부분에 해당되는지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박배일 감독 (이하 박배일) : 이 영화의 오프닝에서 제일 처음 나온 크레딧이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김천/성주프로젝트예요. 저희한테 와 닿아야 하는데닿지 않는 목소리를 가진 현장을 찾아가서 그 현장의 목소리를 저 같은 사람은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음악을 하시는 분들은 음악작업을 하고 글을 쓰시는 분들은 잡지를 만들거나 기사를 쓰는 식으로 1년에 한 번씩 현장을 돌아가면서 45일동안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작년에는 성주의 사드 이야기를 하기로 했어요.

처음에는 장편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프로젝트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대선이 끝나고 나서 댓글 중에 소성리 주민들은 그렇게 사드를 반대하더니 투표는 전부 빨갛게 했네.’, ‘사드 안고 죽어버려라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너무 화가 났어요. ‘20%의 사람들을 보호해주거나 응원해주지는 못할망정 이런 방식으로 폭력을 가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투표결과의 원인이 무엇인지 사드의 이야기와 함께 장편으로 담아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사전에 몇 번 촬영을 하고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간 건 6월 말에 시작을 했습니다. 2개월 정도 촬영을 했어요. 여름이라 아침 7시부터 촬영을 하고 너무 더워서 10시부터는 촬영을 못했어요. 중간에 숙소에 들어가서 편집을 하고 한 3시쯤에 다시 나가서 촬영을 하고 또 들어와서 편집을 하면서 소성리에서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촬영 기간은 2개월 정도이고편집까지 하면 3개월에서 4개월 정도 프로젝트가 진행됐어요.

왜 이런 투표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한 저의 잠정적 결론은, 전쟁의 경험을 겪고 빨갱이로 몰리면 죽임을 당하는 역사를 살아오신 분들이 스스로 숨거나 침묵하는 역사들이 반복되면서 보수화 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전쟁의 위험을 불러일으키는 사드의 이야기로 이어가고 싶었던 거 같아요.

 


김동현 : 공동의 프로젝트로 작업을 시작하셨다고 하셨어요. 성주의 작은 마을이고 연대 단위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조금 더 현장을 알려내는 방향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이 작품은 평화로운 소성리 마을, 그리고 굉장히 일상적인 생활들을 해나가는 주민들의 모습을 담고 있잖아요. 큰 틀을 잡을 때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그리고 감독님이 어떻게 방향을 잡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박배일 : 제가 만약에 투쟁현장을 처음 간 감독이라면 아마 저의 전작들처럼 이 투쟁을 잘 알리기 위한 논리적인 영화를 만들었을 거 같아요. 이 투쟁이 어떤 맥락이 있고 이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싸우는지 감성적이고 논리적으로 풀었을 거 같은데, 제가 그래도 투쟁 현장에 조금 오래 있었어요.(웃음밀양에도 3년 정도 있으면서 2편의 영화를 만들었어요. 또 부산에서도 계속 투쟁 현장에 있었는데 이분들이 결국 말씀하고 싶은 것은 여기서 이대로 살고싶다’, ‘사드 가고 평화 오라.’와 같은 이야기예요. 늘 현장에 있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본질적인 이야기. 이분들이 구호로써 외치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밀양 때는 언론 상황이 너무 안 좋고 제대로 밀양을 알리지 못했기 때문에 약간 백과사전처럼 전체적인 투쟁과 논리와 의미를 다 섞어서 영화를 만들었어요. 다행히 정권이 바뀌고 사드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다양한 관점으로 언론에서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소성리>라는 작업 이전에 <파란나비효과>라는 작업이 있어요. 그 영화는 조금 더 논리적으로 이 투쟁을 알리는 영화거든요. 그 영화와 제가 했던 경험들이 있으니까 조금 더 사드 가고 평화 오라는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풀어보자고 생각했어요. 평화가 뭘까?’하고 물었을 때 할머니들은 일상을 지켜나가는 게 평화라고 얘기했거든요. 사드라는 건 일상을 파괴하는 굉장히 거대한 무기니까요. 그런 이야기들을 이분들이 살아가는 호흡으로 만들어가자는 생각 때문에 전체적인 이야기와 호흡을 이렇게 맞췄던거 같아요.







김동현 : 사드 배치를 둘러싼 극렬한 투쟁과 대비되는 주민들의 평화로운 생활이 한 축이고, 해방 전후에 있었던 소성리의 일들을 기억하고 발언하면서 현재의 싸움과 연결되는 흐름이 다른 중요한 한 축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추가적인 설명을 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소성리에서 과거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으며, 인터뷰를 이끌어내는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박배일 : 인터뷰는 한 분당 4시간에서 5시간 정도 했던거 같고, 인터뷰에서 듣고 싶은 말들이 제 머릿속에 조금씩 있었던 거 같아요. 한 투쟁지역에 3, 4년을 있다보니 사전조사도 하고 이분들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 조금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이야기들을 어느 순간에 조심스럽게 꺼내야지생각하며 인터뷰를 준비했던 게 있어요. 소성리는 굉장히 작은 공간이고 6.25 때 의료 작업을 하던 곳이었어요. 전쟁이 격렬하게 일어났던 공간이라기보다는 의료부대, 보급부대가 있었던 곳이죠. 워낙 산골짜기라서 북한군이 상주하면서 빵집도 만들고 의료 관련된 보급도 했던 공간으로 알고 있어요. 영화에서는 굳이 드러내면서 말하지는 않았지만 소성리가 아닌 다른 공간들은 전부 학살지거든요. 그래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아실 수 없겠지만 공간을 배치할 때 저희 나름대로는 전쟁의 아픔이 있는 공간들을 배치하자고 했어요.


김동현 : 빵집이 있었다는 게 특이해요. 그 당시만 해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집에서 빵을 만들어 먹지는 않았잖아요. 어떤 배경이 있었던 건가요?


박배일 : 잘 모르겠는데요.(웃음) 할머니가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걔네들'은 자기들 땅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여유롭게 지냈고, 먹을 게 없는데 자기들끼리만 뭘 먹기는 뭐하니까 우리한테 나눠주면서 자신을 사람답게 대했다는 이야기를 하신 거 같아요.



관객 : 할머니들 근황을 알고 싶습니다.현재 사드가 들어서있는데 특히 영화에 많은 분량 등장하신 할머니가 지금은 어떤 마음으로 사시는지 궁금하네요.


박배일 : 사드가 추가 배치돼서 미군과 한국군이 상주를 하는데, 원래 군대가 아닌 골프장이 있던 공간이기 때문에 공간이 굉장히 협소한 거예요. 그래서 최근까지도 계속 막사를 넓히고 있어요. 또 배관 시설이나 화장실 시설이 잘 안 되어있어서 얼마 전에 또 공사시설을 올렸어요. 문재인 정권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또 다시 사드 들어갈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공사 자재를 올리는데 할머니들은 공사를 하지 못하게 매일 새벽마다 올라가는 길목을 막고 있어요. 사드와 관련해서 이런저런 얘기가 많아요. 사드를 뺀다, 다시 공사를 한다, 여러 얘기가 많은데 다 확실한 건 아니라서 여전히 불안한 마음으로 사드 배치에 대해 분노하며 그곳에서 매일매일 공사를 막고 있는 상태입니다.






관객 : 이전에 밀양에서 작업하실때 감독님이 느꼈던 밀양의 투쟁모습과 소성리의 투쟁모습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배일 : 투쟁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건 적절치 못한 거 같고, 저 스스로의 차이가 있었어요. 밀양은 제가 3년을 현장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곳에 계신 분들과 맺고 있는 관계의 농도가 조금 달랐던 거 같아요. 저는 밀양을 경험하고 밀양을 품고 있기 때문에 성주에 가서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거든요. 밀양분들이 겹쳐보이면서 소성리의 분들을 담게 된 것도 있는 거 같아요. 아주 가볍게 얘기하면 밀양이 더 여성성이 풍부하고 즐겁고 활기찬 투쟁이었던 거 같아요. 그렇다고 소성리가 굉장히 과격하고 남성적이라는 건 아니지만 그 두 개를 비교했을 때는 조금 더 그런 특색이 짙게 나타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김동현 : 현장의 양상이 달랐던 거 같아요. 감독님이 밀양에서 작업하신 걸 봤을 땐 최소한 우익 단체들이 오고 바로 앞에서 위협을 가하는 충돌 양상은 없었거든요. 근데 소성리의 싸움은 미군이 개입되어 있고 국방부가 개입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또 보수정권 시기여서 그런지 그런 장면들이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관객 : 대부분 모든 샷들이 카메라를 고정시켜놓고 할머니들의 행진을 담잖아요한 분 한 분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에는 카메라가 따라가는 게 나을 수도 있는데 고정시키고 촬영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박배일 : 일단 고백을 하자면, 저는 스스로를 촬영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들고 찍기보단 놓고 찍자고 생각하는 게 있어요. 제가 촬영을 못한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해야 관객들이 볼 때 조금 더 안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싸움이 굉장히 격렬하게 일어나는 순간에도 웬만하면 고정시켜서 찍는 버릇을 들였거든요. <소성리> 같은 경우는 아예 촬영 콘셉트를 잡고 시작했던 경우예요중요한 콘셉트는 우리가 시골 할머니를 대할 때 어떤 자세로 대하는가였어요. 할머니들이 전부 앉아서 이야기를 하잖아요. 같은 위치에서 이분들의 활동을 보려고 했어요. 제가 오래 머무르는 게 아니다보니 단시간에 이 이야기를 속보성의 영화로 만들고 싶었고, 그렇게 촬영콘셉트를 잡고 시작했어요.

 

김동현 : 마치 어떤 유령들이 존재하는 것 같은 시선으로 연출한 장면도 있잖아요. 그걸 위해서 컬러효과도 주셨던데 야심차게 준비하고 진행하지 않으셨을까 싶어요.(웃음)


박배일 :얼마 전에 영화를 다시 봤는데 제가 별짓을 다했더라고요.(웃음) 그 당시에는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 장면은 다른 이야기와 조금 다른 맥락이라고 판단했고 다르게 표현해야 할거 같았어요. 제가 이 공간을 혹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감각하고 있는지에 기대어서 그럼 이렇게 해볼까?’하고 만들었더니 그렇게 이상하게 됐던 거 같아요. (웃음)







김동현 : 마지막 질문인데요. 감독님 목소리가 한번 나오잖아요.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인데 굳이 감독님의 목소리를 드러내기로 결정한 그 샷을 편집할 때 어떤 생각으로 하셨는지도 궁금하고요. 관객 분들에게 지금 하시는 작업, 또 성주의 다음 투쟁일정이 있다면 그것까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배일 :몇 개를 질문하시는 거예요?(웃음먼저, 그 장면이 정말 튀는 장면이에요. 빼라고 욕을 정말 많이 먹었는데 내가 어떻게 이곳에 존재하고 있는지 짐작하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바로 뒤 컷이 그 어린 친구가 저한테 와서 뽀뽀를 하는 장면이에요. 이거까진 너무 오버여서 뺐어요.(웃음)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들이 어떤 방식으로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고, 그게 표현이 잘 되었든 안 되었든 저는 상관없습니다.

다음 작업은 부산의 공간인데요, 부산 국도예술관이라고 얼마 전에 문을 닫은 곳입니다. 그 공간의 마지막, 문을 닫는 모습을 2주간 촬영해서 지금 편집이 거의 마무리 되어가고 있어요. 또 제가 7-8년 전에 기획했던 영화가 있는데 저희 동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옛날에는 산업적으로 굉장히 활성화되었지만 지금은 모두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낙후된 공간과 스스로가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늙은 노동자, 그리고 그 공동체를 밀어버리는 국가권력을 이야기하면서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사상이라는 작품을 내년에는 선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성주에서는 수요일마다 매일 마을회관 앞에서 집회를 해요. 김천도 사드랑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구역이거든요. 그래서 김천에서도 국민대행동이라고 하는 큰 일정이 있습니다.

일단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고요. 정말 많은 사람들과 많은 언론들이 평화가 오고 있다고 이야기 하잖아요봄이 온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평화가 오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 말 속에 빗겨난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특히 지금 이 순간 성주 소성리라는 공간에는 평화에서 빗겨난 사람들이  있거든요. 평화라는 말을 계속 끄집어내고 평화로워야 한다고 주장해온 주체가 소성리 주민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그분들은 평화롭지 못해요. 그 사실을 알고 소성리와 성주 투쟁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어떻게든 전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습니다. 영화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여성독립영화의 열기를 이어가다  인디피크닉2018 <단편1: 여성으로 살아가기>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4월 5일 오후 8시 20분 상영 후

참석 이수아, 황슬기, 강유가람 감독ㅣ배우 윤지온, 최배영, 황동희 

진행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임종우 님의 글입니다. (사진제공 서울독립영화제)





인디피크닉이 돌아왔다. 인디피크닉은 서울독립영화제의 수상작과 화제작을 모아 소개하는 전국 순회상영전이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다채로운 여성 독립영화가 소개되었다. 인디피크닉2018 '단편1: 여성으로 살아가기' 섹션은 그중에서도 관객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세 편의 영화로 이루어졌다. 이번 관객과의 대화에는 <손의 무게>의 이수아 감독, 윤지온, 최배영, 황동희 배우, <자유로>의 황슬기 감독 그리고 <시국페미>의 강유가람 감독이 함께 했다. 진행은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맡았다.

 






김동현: 궂은 날씨임에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김동현입니다. 영화 연출한 감독님, 출연한 배우님들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관객들에게 소개 인사 부탁드릴게요.

 

윤지온: 안녕하세요 저는 <손의 무게>에서 지훈 역할을 맡은 윤지온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수아: 안녕하세요 <손의 무게>를 연출한 이수아입니다.

 

황동희: 안녕하세요 <손의 무게>에서 선배 역할을 맡은 황동희입니다.

 

황슬기: 저는 <자유로>를 만든 황슬기입니다. 반갑습니다.

 

강유가람: 저는 <시국페미>를 연출한 강유가람입니다. 반갑습니다.



김동현감독님들 어떻게 이야기를 구상하고 시나리오 쓰셨는지 말씀 부탁드리고, 배우님들은 어떻게 출연하게 되었는지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강유가람 감독님은 어떻게 이 작업에 결합했고 주인공들을 만나셨는지 이야기해주세요.

 

강유가람: 저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에서 광화문을 기록하는 미디어 팀에 있었습니다. 그 때 광장에는 정말 다양한 목소리가 있었고 그 결과 여러 다큐멘터리 감독님과 옴니버스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습니다. 거기서 저는 페미니스트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옴니버스 다큐멘터리에서는 10분 길이의 영화였는데 이걸 확장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40분 버전으로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황슬기: 저는 평소에 아줌마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중년 여성들의 삶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와 중 여성 기사가 운전하는 택시를 타게 되었고 거기서 짧은 사건을 겪었는데 그 일이 제 마음에 오래 남아 이 여성 기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