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 못하고 알지 못한다는 것  인디포럼 월례비행 <우경>  대담 기록


일시 2017년 11월 29일(수)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응수 감독, 유운성 평론가

진행 변성찬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신 님의 글입니다.




 

월례비행의 11월 작품은 김응수 감독의 <우경>이었다. 10년 전에 이미 촬영을 마쳤지만 이제서야 뒤늦게 관객들을 방문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우경>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한겨울에 영화를 마주할 수 있었다. 상영이 끝나고 김응수 감독, 유운성 평론가와 변성찬 평론가의 대담이 있었다.

 

 





변성찬 평론가(이하 ) : 영화에 제작연도가 기재되어 있지 않는데요, 올해 공개된 신작임에도 불구하고 오래 전에 촬영된 영화라고 알고 있습니다. 영화를 언제 촬영했는지, 어떤 계기로 작업을 하게 되었는지 계기가 궁금합니다.

 

김응수 감독(이하 ) : 제작연도를 써넣지 않는 태도는 앞으로도 유지하려고 합니다. 인생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항상 써놓으면 바꾸고 그래야 하더라고요. 실제로 찍은 건 10년 전입니다. 영화를 제작한 배경에 대해서 말씀을 드려야 할 같은데, 전작인 <과거는 낯선 나라다> 찍고 나서 후반작업을 진행할  유운성 평론가가 사적으로 후반작업을 돕고 싶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때는 마다했는데, <우경> 찍고 싶어졌을  연락을 했죠. 보내주겠다던 돈, 지금 주면 안되겠냐고.(웃음당시에 정말 사적인 동기로 도와주셨어요. 그래서 영화는 사실상 유운성 씨가 제작의 실비를 대주신 영화입니다. 자막에 기재되어있죠. 그런데 그동안 여러 가지 일이 몰려서 최종 작업이 늦어졌고 10년 만에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 그런 과정이 있었군요. 제가 영화를 처음 알게 계기도 유운성 평론가를 통해서였는데요, 당시에 마디를 하시더라고요. “좋아요.” 그래서 궁금합니다. 영화에 대해서 마디 해주시죠.

 

유운성 평론가(이하 ) : 영화 내적인 이야기는 이따가 자세히  있을 같아요. 영화를 처음 것도 벌써 오래 전입니다.  10 정도 같습니다. 김응수 감독님이 충주에 계실 적에 집을 방문해서 감독님이 만든  편의 가편집본을 내리 봤던 기억이 있는데 좋게 보았습니다. 그 이후로 저도 오늘 처음 겁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는데 차근차근 얘기해보겠습니다.

 


: 영화는 정말 제목에 충실한 영화죠. 장면을 빼고는 '우경'이라는 인물에게서 눈을 돌리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우경이 눈이 안보인다는건 알겠는데, 사실이 애매하게 표현된 부분이 있습니다. 스틱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영화 후반부에는 맹인에게 할애되기 힘든 시점숏이 활용되기도 했고요.

 

: 주인공은 실제로 유전적인 이유가 있어서 앞을  봐. 희미하게 보인다고 했는데 지금은 상태가 안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요. 동네에 직선으로 나있는, 장애물이 없는 길은 그냥 걸어가기도 하는데, 모르는 길의 경우에는 저희가 가이드를 하기도 하고, 본인이 어떤 식으로든 감지를 했습니다. 우경이 실제로 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건 아닌데, 스틱을 보여주는 순간 영화의 어떤 지점이 와해되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시각장애인에 대한 영화구나' 식으로  닫혀버릴  같은 느낌이죠. 그래서 영화에는 그런 명확한 단서들보다 낯선 것들을 많이 담으려고 했는데, 과정 속에서 사실 저도 인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때가 많았어요. 촬영 날부터 해야 하고 어떻게 찍어야 할지 몰라서 당황을 많이 했고 그런 흔적이 영화 안에도 녹아있는 같습니다. 찍으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영화를 만들 때 사용하는 수단들이 무용지물로 변해버리는 같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서 어떤 음악을 부가적으로 더했다면 내면에 대한 묘사를 더할 수도 있었을 텐데, 영화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거. 저는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니까요그리고 시점 숏에 관해서는, 숏을 인물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같습니다. 장면은 우연하게 포착한 느낌이 살아있어서 사적으로 좋아하는데요, 짜여진 듯한 일관성을 깨뜨리는 부분도 있는 같아서 마음에 들기도 합니다.

 

: 영화의 사운드 편집이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감독님은 영화에서 음악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이기도 한데요, 영화의 경우는 소리가 거의 없습니다. 유일하게 삽입된 같은 소리가 시계가 작동하는 소리인데요, 이런 부분에 대한 코멘트도 부탁드립니다.

 

: 특별한 의미는 습니다. 처음에는 잉마르 베리만 <침묵>(1963) 시계소리와 같은 압도적인 느낌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그런 게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냥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했던 같아요.

 






관객 : 영화를 얼마나 오랫동안 찍은 건지 궁금합니다.

 

: 10회 정도 찍은 같아요. 주말마다 내려가서 찍었습니다.

 

: 그럼 영화의 후반부에 나오는 여행은 며칠인건가요?

 

: 그것도 한 번에 가지는 못하고 번에 나눠서 갔던 같습니다. 생업에 종사하는 친구이기에 길게 나가있을 수도 없어서 주말에 시간을 내서 갔죠.

 

: 여행을 간다는 설정은 먼저 제안을 하신 건가요

 

: 여행을 해야 한다는 정확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애초에 제가 영화 제작을 하면서 처음과 끝을 분명하게 설정해서 만든 영화는 없습니다. 저는 항상 제작 과정을 즐기려고 하는데 그런 성격이 영화에 투영된 같기도 해요. 다만 이런저런 장소들을 방문한 데에는 각각의 이유가 있습니다. 가령 우경이 이전에 자살시도를 하다가 실패를 하고  이후에 고향에 내려가 술만 마시면서 살았던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수녀님이 우경에게 주일학교 교사를 시켜서 그걸 계기로 마음을 다잡아 안마를 하는 법도 배우고 공부도 시작했다고 해요. 그런 이야기 때문에 성당을 방문하는 장면이 영화 안에 있어. 절은 우경이 아버지를 떠올릴 있는 공간이라고 하더라고요. 눈병이 아버지 쪽 유전이라고 해요. 아버지도 약시고요. 그래서 아버지를 떠올리며 자주 계시던 절을 방문한 것입니. 바다와 강은 헤어진 여자친구와의 인연이 있는 장소라고 했습니다. 여자친구도 시력이 안 좋은 사람이었는데, 동반자까지  그렇게 살기는 어려워서 헤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을 모두 일관성 있거나 의미 있는 이야기 단위로 환원하는 것은 어렵기도 하고 그런 시도를 애초에 크게 염두에 두지는 않았습니다.

 

: 감독님의 말씀을 듣고 있자면 영화가 우경이라는 인물에 대한 다큐멘터리처럼 들리는 부분이 없지 않은데, 사실 영화는 통상적인 기준에서 사용하는 연출의 정의를 생각해본다고 해도 다큐멘터리보다는 극영화의 문법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후반부에서 새떼를 보는 시점숏뿐만 아니라 초반부에 방안에서 이런 저런 행위를 하는 장면에서도 카메라가 주인공 삶을 많이 관찰해서 재구성해낸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가령 커피를 끓이는 장면에서 우경의 손만이 클로즈업된 인서트숏이 그렇죠. 맹인이 아니라면 행위자의 주관적인 인상으로 다가올 있는 장면은 우경이 맹인이기 때문에 카메라가 호기심을 가지고 인물을 관찰하는 같다는 인상을 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내 장면의 연출 전반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 영화를 하면서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영화를 찍고 이후에 편집을 하는 과정에서야 '아, 이게 그런 행위였구나.'라고 깨달은 점도 많습니다. 분의 세계에 대해서 제가 알기가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호기심 어린 태도로 촬영을 장면도 많은 같아요. 설거지를 하는 장면의 경우는 제가 설거지를 하던 때의 경험이 떠올라서 주의 깊게 것도 있는 같네요.

 

: 영화에서 생략된 우경의 행위들도 많은데요,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하는 장면은 나오는데 밥을 먹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거나, 지하철을 향해 걸어가는 장면은 있는데 걸음을 걸어 내려가는 장면은 없습니다.

 

: 장면들은 의도적으로 배제한 게 맞습니다. 밥을 먹거나 우경이 구걸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장면이라던가, 간단하게 말하자면 제가 보여주기 싫은 장면은 보여주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천상고원이외에 감독님의 작품들을 보면 밥을 먹는 장면이 없습니다. 유일하게 <천상고원>에서 식사장면이 있는데요,  영화는 감독님이 주연을 한 영화여서 스스로 밥을 먹는 장면이 들어가있죠. 영화를 제외하면 감독님은 거의 남이 먹는걸 본다고 생각될 정도로 먹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더라고요.

 

: 분과 대화를 하면서 생각해보니까 제가 그런 장면들을 싫어하는 것 같아요. 뭐랄까, 리얼해 보이거나 삶이 이런거야 강변하는 듯한 장면들을 지극히 싫어하는 같습니다. '삶은 고통스러운 건데 왜 계속 그런 보여주지? 영화는 다른 걸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있는 같아요. 그래서 <우경> 경우도 우경이 처한 현실보다는 우경에 대한 존엄성 같은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 영화 또한 저는 우경에게 다가가려고 노력을 했는데 실패를 했다면 했을 뿐, 우경과 거리를 두려는 식의 기획에서 나온 건 아닙니다. 그런 한계가 영화의 일부라고 생각되기도 하고.

 


: 한마디씩 듣고 자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 분과 함께 이런 자리에 있게 되어서 예전 생각도 나면서 울컥하네요. 앞으로도 자주 있으면 좋겠습니다.

 

: 저도 마침내 영화가 완성돼서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겨울이라는 시기에 맞춰서 보게 된 것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저는 올해가 십 년 뒤에 복기를 해보면 굉장히 한국영화사에서 암울한 시기라고 기록될 정도로 추락한 해라고 생각합니다. 별별 해괴한 망작들을  보았는, 영화들을 일일이 언급하는 건 활동에 장애가 있기 때문에 안 하겠지만,(웃음그런 와중에도 편의 영화가 결과적으로 좋은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같습니다. <우경> < 친구 정일우> 편인데요, 멋이 없어서 좋아하는 같습니다. <우경> 경우는 영화가 같은 것들이 영화가 되기 직전에 끝나는 영화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인물이 애초에 많이 등장하지도 않고 이야기도 거의 없다시피하고요저는 영화가 미학적이라 좋아하는 건 아니고 뭔가 상쾌하거나 멋이 없어서 좋아하기도 합니다. 지적이고 머리를 쓰는 분들이 아마추어적인 자세로 만든 영화가 <우경> < 친구 정일우>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2017년의 한국영화는 영화만으로도 괜찮은 해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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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516일: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 한줄 관람평


조휴연 | 계속될 전쟁을 앞두고, 잊지 말아야 할 사건의 기록들

김신 | 토론이 오고가는 교실의 경치는 인상깊다만 섣부른 낙관과 의제간 동일화 전략은 결국 또 다른 응고된 '정치'의 형태로 화석화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

남선우 |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고 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최대한 | 취지는 좋았지만, 중구난방







<국정교과서 516일: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 리뷰 : 계속될 전쟁을 앞두고, 잊지 말아야 할 사건의 기록들





*관객기자단 [인디즈] 조휴연 님의 글입니다.





역사학자 E. H. 카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어떤 곳에서 역사는 대화가 아니라 전쟁이 되기도 한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의 경우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전쟁이었으며, 어느 순간 그 전쟁에는 국정교과서가 있었다.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문제를 사이에 두고 한 편에는 보수정권과 그 정권의 부역자들이, 반대편에는 시민들과 선생들, 학자들이 있었다. <국정교과서 516일: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은 이전 정권이 시도한, 단 한가지의 역사 교과서로 역사를 교육하는 일의 문제점을 학자들의 입을 빌려 비판한다. 카메라의 시선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전 정권이 만든 국정화 교과서에 담긴 뜻, 역사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의 구도, 해외의 역사 갈등,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한다는 것의 의미, 역사 교육의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뻗어나간다.



 




영화는 역사 재건축을 시도한 전 정권의 터무니없는 노력의 출발점에서 시작한다. 전 정권은 역사 전쟁이 아니라 역사 재건축을 하려 했다. 그 재건축은 전 대통령이 그의 아버지에게 바치는 제사와 비슷한 의미였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자료가 교과서에 사용됐고,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자료로 전 대통령의 아버지를 미화한 내용이 교과서에 담겼다. 전 정권은 이런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수준을 넘어, 이 교과서만으로 중, 고등학생에게 역사 수업을 시킬 것을 강요하려 했다. 일본에 후소샤 교과서가 있었다면 한국에는 국정교과서(다행히 성공하지는 못했지만)가 있었다.

 

국정교과서의 시범 모델격이었던 교학사 역사 교과서가 등장하자 재건축은 전쟁으로 바뀌었다. 전쟁이라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완성된 재건축 교과서 안에서 학생들은 과거와 대화하는 법은커녕 과거에 대해 회의하는 기회조차 갖지 못했을 것이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거창한 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과거에 대해 회의하는 기회를 가지지 못한 세대가 자라나 어떤 세계관으로 스스로의 세계를 바라볼 지는 자명하다.



 




영화 안에서 감독이 주목해 바라본 독일의 68세대는 2차세계대전을 치룬 부모세대와 부모세대가 가진 역사적 가치관에 대해 회의하면서 기존세대에 반항했다. 68세대가 일으킨 '68년 운동(68혁명)'은 반 권위주의적인 운동으로 현재까지 독일인들의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영화는 독일의 68세대를 통해 역사전쟁은 필연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감독은 역사전쟁의 필연성에서 나아가 어떤 역사여야 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역사를 위해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한다. 이런 고민은 다시 교육으로 돌아간다. 학교에서 토론과 대화를 통해 역사를 배우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앞으로 나아갈 한국 역사교육의 방향을 모색해본다. 아이들의 목소리로 채워진, 아이들의 만족도 역시 높은 역사 수업을 계획하고 고민한 선생들의 목소리는 감독 본인의 고민과도 맥이 닿아 있다.

 






대화가 아니라 전쟁에 훨씬 더 가까운 몇 년이었다.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는 아직 한국의 상황에서 먼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역사전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영화에 등장한대로, 다른 역사관을 가진 두 세계가 강렬하게 충돌하는 일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국정교과서를 중심으로 한 전쟁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는 모양새다. <국정교과서 516: 끝나지 않은 역사 전쟁>은 그 마무리되어가는 전쟁의 순간순간들을 기록했고 그 기록을 통해 후대에게 대화를 걸어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2017년에 이 노력들이 기어이 우리 옆에 찾아온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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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서 8:37> 한줄 관람평


이지윤 | 당신은 무엇을 믿고자 하는가

박범수 | 죄와 인간의 고통을 직시하는 치열한 성찰의 과정

조휴연 | 어디에서든 벌어지는 대소문제

최대한 | 추악함을 들춰냈지만그 또한 다르지 않을 것 같은

이가영 | 하나의 신앙심에서 분리된 선과 악

김신 | 보고 듣는다는 것은 결국 사실이 아니라 형식의 문제

남선우 | 성경의 낱장처럼 연약한 인간성경의 문법처럼 번잡한 세상





 <로마서 8:37 리뷰: 죄와 인간의 고통을 직시하는 치열한 성찰의 과정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범수 님의 글입니다.




종교를 소재로 한 많은 영화들이 죄의식을 강요하거나 신실한 믿음을 찬양하는 길로 손쉽게 들어서는 것과 달리, 신연식 감독의 <로마서 8:37>은 기독교 교리의 핵심이 되는 죄 자체를 직시한다. 정직한 신앙인으로 살던 전도사 기섭은 평소에 존경하던 형이자 부순 교회의 담임 목사 요섭이 이단 논란에 휩싸이자 그를 돕기로 결심한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은 것이 아니라 내 죄가 죽은 것이라는 설교로부터 촉발된 논란은 곧 교회의 이권을 둘러싼 네거티브 대결의 양상으로 번지고, 요섭이 여신도 지민을 성추행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교회와 요섭을 향한 기섭의 믿음은 시험에 든다. 요섭을 위해 의혹을 변호하는 것과 양심에 따라 의혹의 진실을 캐내는 것 사이에서 기섭은 고뇌에 빠진다.

 

요섭의 성추행 의혹은 지민의 용기 있는 증언과 요섭 본인의 빠른 시인으로 진위가 비교적 손쉽게 밝혀진다. 그러나 요섭이 사임을 거부하고 교회로 복귀하면서 이야기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기섭이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에 대한 공개사과를 요구하자, 인간은 유혹 앞에 나약하기에 누구나 죄인이 될 수가 있다는 말을 꺼낸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죄인 또한 하나님께 쓰임 받을 곳이 있다면서, 부순 교회의 신도들을 이끌면서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요섭이 내세우는 사명이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데에 있다. 비 온 뒤 땅이 굳듯, 교회가 당면한 고난을 이겨내야만 믿음의 공동체가 더욱 단단하게 결속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교회를 이루는 신도들의 고통에 무관심하다면 그 교회는 결국 본연의 사명을 저버리는 게 아닐까.

 






유사한 문제를 마틴 스콜세지의 <사일런스>(2016)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배교한 스승을 찾아 일본에 밀입국한 포르투갈 신부 로드리게스는 현지 기독교도들인 키리시탄이 탄압받는 현장을 목도한다. 로드리게스를 체포한 일본 막부는 키리시탄들을 그의 눈 앞에서 하나씩 처형하면서 더이상의 죽음을 보기 싫다면 성화를 발로 밟아 배교하라는 요구를 한다. 로드리게스는 치열하게 고민한다. 신앙을 버려 키리시탄을 살리는 길과 죽음으로 신앙을 지키는 길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 지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로드리게스가 끝까지 놓지 않는 것은 인간을 사랑하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이다. 키리시탄들을 전부 구해낼 능력은 없지만, 로드리게스는 그들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 그것이 교회와 인간에 대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임을 로드리게스가 알기 때문이다.

 

<로마서 8:37>이 까다롭게 읽히는 지점은 사명의 완수를 위해 무엇이든 희생할 준비를 한 요섭의 태도에 있다. 욕망 앞에 나약함을 고백한 요섭의 말을 악인의 단순한 자기변명으로 보기에는 지민에게 저지른 잘못만큼 그 스스로가 잃은 것 또한 적지 않다.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진 만큼 스스로의 고통에도 무감각해진 자가 사랑이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려는 것은 우리 모두의 불행이다. 그가 그로 인해 상처 입은 자의 고통을 알지 못하고, 그의 죄를 위해 기도하는 자들의 고통을 알지 못함으로써 스스로의 죄를 직시하고 돌아 볼 기회를 내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를 등지기 어려운 신도의 입장인 지민은 더 이상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말하면서 성추행을 둘러싼 진실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만다.

 






진실을 밝히는 데 실패한 기섭은 배신자로 낙인 찍혀 부순 교회를 떠나지만, 장인의 제안에 따라 처음으로 신도들 앞에서 직접 작은 예배를 올린다. 소수의 신도들 앞에서 진심을 담아 설교와 기도를 올리는 기섭의 모습이 거대한 관료 조직으로 변모한 교회가 인간을 외면하는 작금의 현실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과연 교회는 핍박과 고통에 신음하던 이들을 감싸 안던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일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던 로마서 8 37절의 말씀은 다시금 이 땅 위에 퍼져나갈 수 있을까. 신도와 비신도를 떠나 죄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 깊은 울림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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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될 전쟁을 앞두고,  <국정교과서 516일: 끝나지 않은 전쟁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11월 23(목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백승우 감독, 박재동 화백 

진행 정상민 아우라픽쳐스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조휴연 님의 글입니다.



11월 23일, 일주일 미뤄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시간, <국정교과서 516일: 끝나지 않은 전쟁>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진행을 맡은 아우라픽쳐스 정상민 대표와 박재동 화백, 백승우 감독 뿐만 아니라 영화의 제작과 펀딩에 참여한 정지영 감독, 김민웅 교수, 조창희 전교조 위원장 등이 객석에서 함께해 주었다. 






정상민 대표 (이하 진행) 오늘은 수능날이라 여러 가지로 교육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영화를 보며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자리를 갖게 돼서 뜻깊. 영화를 연출하게 된 의도가 궁금하다.

 

백승우 감독 (이하 백승우) : 저번 정권이 개인적으로는 극우정권이라고 생각했다. 이 정권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첫 번째가 세월호, 두 번째는 국정교과서 문제였다. 광화문 집회에 나갔는데 그곳에 독립영화 감독들이 많이 있었다. 현장에서 기록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안심하기도 했다. 그런데 국정교과서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아서 정지영 감독님께 국정교과서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처음에는 영화의 제작비를 어떻게 마련할까 고민을 했다. 2015년 당시에 국정교과서를 주제로 한 영화를 제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박재동 화백, 명진 스님, 김민웅 교수 등 9명이 다음 스토리펀딩에 연재를 하는 방식으로 도와주셨고 이 과정에서 모인 2100만 원, 거기에 좀 보탠 약 3000만 원 정도로 만들었다.

 

진행 : 박재동 화백은 펀딩에 참여할 때 어떤 생각이었는지 궁금하다.

 

박재동 화백(이하 박재동: 할 때가 됐네 싶었. 2015년은 굉장히 짜증나고 고통스러운 상황이었다.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었는데, 영화를 만들 생각을 왜 못했지 생각을 했다

 

진행 : 영화를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

 

박재동 : 극장에서는 처음 봤다. 영화 자체는 두 번째 본다보고 난 뒤에 감독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천천히 다시 생각해볼 만한 일이고, 그런 일을 전문가들의 이야기들을 통해 잘 정리해줬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감사하다.

 




진행 : 객석에 앉아계신 김민웅 교수님은 기획자로써 이번 영화를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

 

김민웅 교수 (이하 김민웅) : 역사의 엄중성에 대해 재확인하는 기회였다. 일본의 역사인식이 점점 더 왜곡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경우엔 어떤 형태의 역사 지도를 그려가야하나 생각도 들었다. 그런 면에서 후속편이 만들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를 통해서 새롭게역사의 그림을 어떻게 다시 그려가야할지 논의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박재동 : 남북한 문제도 그렇고,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앞으로 이야기해야 할 여지 또한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진행 : 영화를 본 많은 분들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이야기인데, 왜 촛불, 세월호, 강정마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냐는 질문을 한다. 이 질문에 대답은 어떠신지?

 

백승우: 처음 이야기를 구성할 때 학생들이 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같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 너무 TV 프로그램같은 느낌은 아니었으면 좋겠고. 역사학자들의 말은 안전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학자의 특성이기도 하다. 증거가 있고, 밝혀진, 팩트에 근거한 이야기만 하는 게 학자의 발언이다. 그래서 전반적인 구성으로 학자들의 이야기를 놓고, 교과서로 치면 심화, 응용을 하듯이 이후에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을 보여주는 식으로 구성하고자 했다.

 

김민웅 : 영화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는, 애초에 국정교과서의 의도가 말 잘듣는 노예를 만들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저항한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이 영화를 통해 해석하면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재동 : 마찬가지로 세월호, 물대포 장면들이 나올 때, 국정화 교과서를 만들려는 사람들의 역사와 우리의 역사가 극명하게 대립하는 장면으로 읽었다.

 

진행 : 그런 면에서 주요하게 등장하는 개념이 '역사전쟁'이라는 말인데, 감독님에게 한마디로 역사전쟁은 무엇이었는지 설명을 부탁드린다.

 

백승우 : 역사전쟁은 역사가 기록된 이후로 계속돼온 것이고, 이것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조금 더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지배자와 지배를 받는 사람 사이의 세계관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찍으면서 독일의 케이스를 인상적으로 봤다. 68세대의 등장 이후 3-40년간 기성세대와의 싸움을 거치면서 지금의 독일로 이어졌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누가 다수, 혹은 주류를 이룰것이냐, 그래서 누가 상식을 이룰 것이냐 하는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진행 : 역사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판결받은 뒤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만 보아도 그렇다. 이후에도 전교조는 농성을 하고 있는데, 입시위주 교육 폐지, 대학평준화 도입 촉구, 이런 이야기들 또한 하고 있다. 전교조 조창희 위원장님은 영화를 어떻게 보셨는지.

 

조창희 위원장 : 촛불 역사교과서가 탄생한 것 같다. 해직되기 전에는 중·고등학교에서 역사수업을 했다. 수업하는 장면을 보니까 빨리 학교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전교조의 여러 선생님들에게 영화를 더 많이 소개하고 싶다. 영화에서 제기한 여러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영화 제작하느라 고생하셨다영화를 보며 최근 한국사의 일기장을 들춰보는 느낌이었다. 촛불, 광우병, 백남기 등 이런 사건들이 어떤 이에게는 별개로 다가왔을 수 있다. 하지만 나한테는 한 가지의 큰 문제로 다가왔다. 박근혜 정부가 무너지기 전, 2015년 전교조에서 편집 일을 맡고 있었는데 칼럼으로 썼던 제목이 박근혜의 역사 전쟁이었다. 국정교과서 이야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였다. 이게 말이 되겠나, 진짜 실행되겠나 하는 생각이 대다수였다. 나부터도 그랬다. 하지만 이후로는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있었다. 이후의 흐름을 보면서 역사전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깨어있는 지성, 깨어있는 교사가 필요하다. 더 많은 교사와 학생들이 봤으면 좋겠다.

 







관객역사 교수, 교사들은 넓은 의미로 동업자라고 불린다. 박재동 화백, 백승우 감독은 이 업계에 있지 않으신데, 업계를 넘어까지 문제의식을 확장해준 셈이어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 아직까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역사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려진 진실이 빛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영화 제목을 보면서 516일이 지나고 역사전쟁이 끝나지 않았나 싶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그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왜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 이해가 됐다. 특히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배후가 누구냐는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모습을 보면서 영화가 역사교육의 좋은 텍스트로 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승우 : 파리한국영화제에도 이 영화를 보냈다. 블록버스터 일색이라 기대는 안 했는데 많은 프랑스인들이 와서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을 넘어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진행 :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에 가서 파병 문제에 대해 사과를 했다. 1992년 <하얀전쟁>을 만든 정지영 감독이 잘못을 말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정지영 감독 (이하 정지영) : 다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나서 역사관을 어떻게 가져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모범답안이라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싸움 그 자체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넘어선 영화를 만들어서 좋다고 생각했다베트남전 이야기를 했는데, <하얀전쟁>은 베트남전을 비판적으로 반성한 영화다. <하얀전쟁>을 일본에서 상영할 때 GV를 했다. 젊은 사람 한명이 당신 영화를 보니까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 사람들에게 사과를 해야겠다고 느낀다. 당신은 이 영화를 통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한국 정부는 베트남 정부에게 사과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했다. “물론이다. 한국 국민, 정부는 사과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베트남 국민과 역사를 위해서 사과한다는 의미만 담겨서는 안 된다. 자라나는 한국의 세대가 베트남전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되새기기 위해서도 사과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통역된 다음에 극장 안이 매우 조용해졌다. 그러다가 누가 박수를 쳤다. 극장 안 전체로 박수가 퍼졌다. 끊임없이 일본에게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데, 엄격히 이야기해서 그것은 일본을 위해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역사관을 제대로 가지지 않으면 망한다. 이런 맥락에서 그렇다.

 

백승우 : 영화를 만들면서 새삼스럽게 느낀 게 있다. 최소한 아시아에서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발달했다고 생각하는데, ‘왜 우리는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하지 않았지라는 의심이 들었다. 전혀 칭찬을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같이 고민해봐야 하지 않나 싶었다.

 

박재동 : 촛불을 보면서 느낀 감동은 우리가 이겼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영화 속 사례를 보면서 감동받았다. 시사만화를 하면서 그런 입장에서 그렸는데 공감도 많이 됐다.

 






백승우 :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영화에 등장한 학교가 어디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일부러 서울은 안 갔고 경기도로 갔다. 간단하게 스케치만 하고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학교에서 이 정도로까지 토론을 하는줄은 몰랐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랑은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토론하는 장면을 보니 아이들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어서 영화에 담았다201711월에 이 영화를 봐야 하는가, 이런 의문이 제기되곤 한. 가해자들이 반성하고 사과할 게 아니라 피해자들이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 이야기하고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국정교과서와 관련된 사건들을 기록한 영화를 보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진행 : 앞으로 어떤 계획들이 있으신지.

 

정지영 : 수능이 오늘 막 끝났고 그 아이들이 영화를 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이 싸웠다고 생각한 많은 학생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 강한 나라는 자긍심이 있는 나라다. 자긍심을 키워야 한다. 이런 영화를 통해 자긍심을 키워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백승우 : 영화를 만들면서 깨달은 건, 인연이 닿지 않으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천안함 프로젝트> 끝나고 좀 말랑말랑한 걸 하고싶었는데 잘 안 됐다. 다음 작품 역시 인연이 닿는 작품으로 작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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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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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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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통과 거짓말> 한줄 관람평


박범수 | 딱딱한 외피를 두른 곪은 상처를 지독하게 두드린다

조휴연 | 깨진 인간의 조각 사이를 관찰하다

김신 | 두드러지는 형식 안에서 그저 도열되는 아이디어들

남선우 | 반투명유리처럼


 <해피뻐스데이> 한줄 관람평


박범수 | 구조화된 폭력을 빌어 가족이라는 마지막 성역을 해체하는 가열찬 시도

조휴연 | 깨진 채 나뒹구는 인간들의 조각 사이를 관찰하다

이가영 | 도덕과 윤리에 결속되지 않는 작가주의

김신 | 인물이 버텨야 하는 건지관객이 버텨야 하는 건지판을 벌여놓고 뒤에서 웃는 감독

남선우 | 그저 각자 간절한 존재들






  <소통과 거짓말 + 해피뻐스데이> 리뷰: 밀접하지만 단절된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대한 님의 글입니다.




최근 이승원 감독은 <소통과 거짓말>과 <해피뻐스데이> 두 작품을 동시에 개봉하며 관객들을 찾아왔다.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섹션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소통과 거짓말>은 호평을 받았고, 아시아진흥기구상(NETPAC)상을 수상한 후 수많은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이러한 호평 일색에도 불구하고 개봉은 한참 늦은 2017년에 이뤄졌는데파격적인 장면들이 다수 포함되었고 많은 관객들이 이를 당혹스러워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필자 역시 당혹스러워하는 많은 관객들 중 하나였지만 이러한 감정은 영화 후반부 존중으로 변하게 되었다이승원 감독이 <소통과 거짓말>의 파격적인 장면을 통해 추구한 방향성은 올해 본 어떠한 영화보다 자유로운 방법으로 시도된 것이었다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목표한 바를 표현하는 아방가르드한 영화였다.


2016년 전주영화제에서 이승원 감독은 그의 두 번째 작품 <해피뻐스데이>를 공개했다. <해피뻐스데이>는 전작 <소통과 거짓말>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영화다. <해피뻐스데이>는 <소통과 거짓말>에서 보여줬던 감독의 자유로운 표현 방식에 유머가 가미된 작품이다. <해피뻐스데이>는 가족들의 불안정함을 유머라는 도구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다가온다.

 




 


소통과 거짓말


<소통과 거짓말>은 4:3의 화면비어두운 흑백화면, 10분간의 롱 테이크미궁으로 빠지는 듯한 카메라 워킹으로 영화의 시작을 알린다단 한 컷을 통해 관객들은 숨이 턱턱 막히기 시작하고 정확한 실체는 없지만 무언가 가슴을 짓누르는 느낌이다이승원 감독이 얼마나 실험적이고 아방가르드한 방식으로 이 영화를 그려내는지 느껴진다.


영화는 몸을 아무렇지 않게 내던지며 남자들과 관계를 맺는 장선과 함께 여행을 간 김 선생을 중심으로 흘러간다홀연히 여행을 떠나게 된 둘은 서로 어색하고 뜬구름 잡는 대화를 이어간다은행 빚 80만 원 때문에 남편에게 소리를 질렀던 장선은 10억을 투자해 빵집을 차릴 거라는 말을 한다이에 김 선생은 통장을 다 정리하면 현금으로 5억 정도 있다면서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이 둘의 대화는 거짓과 허풍으로만 만들어져 있다이 거짓과 허풍 속에서 둘은 진득하게 몸을 섞는다어떠한 감정도 없고 소통은 인위적이지만몸은 제일 가까워진다.


이 둘의 어색한 관계는 김 선생이 장선에게 딸에 관련된 질문을 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장선은 이 질문에 선을 긋고 사적인 질문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급기야 장선은 서울에 먼저 올라가고 둘의 관계는 끝이 난다며칠 후 김 선생은 장선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된다한참을 허탈해하다가 술에 취해 지나가는 여자에게 섹스를 하자며 소리지르는 김 선생의 모습이 머저리 같아 보이면서도 순간의 쾌락으로 모든 고통을 견뎌내는 모습이 장선의 모습과 비슷해 보인다카메라의 시선에서 보는 길거리의 여자에게 섹스를 하자며 울부짖는 김 선생의 모습은 두렵다는 느낌보다 쓸쓸하고 잔인한 엔딩으로 느껴진다.

 



 




해피뻐스데이

 

몸이 불편한 장남의 생일을 맞아 가족들이 순차적으로 집에 모이기 시작한다그리고 모인 가족들은 장남을 죽이려고 계획을 세운다인간이 맺는 관계 중 가장 가까운 사이인 가족이 가족을 죽이려고 하는 이 잔인한 이야기는 캐릭터의 다양성과 유머 뒤에 숨어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간다. 많은 관객들이 1차적으로 이 영화를 '독특한 색깔의 영화' 정도로 받아들이지만, 그 속의 잔인함을 알아차리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각자의 의사는 다를지언정 모든 가족들이 장남을 죽이는데 동조하고 이 과정에서 한명씩 장남의 방에 들어가 각자 속에 있는 진실된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다른 어떤 가족에게도 진실된 이야기를 토해내지 못하는 이들이 유일하게 진실을 드러낼 수 있는 상대가 바로 장남이지만모두가 그를 살해하는 데 일조하는 그림은 아이러니하다.

 

장남의 생일 날그를 죽이기 위해 온가족이 모였다온 가족이 함께 그를 죽인 후 이를 비밀로 공유한다온 가족이 비밀을 나누어 가짐으로써 결국에는 이 불안한 가족을 결합시킨다이 불안하고 불완전한 가족이 잠시나마 하나로 합쳐짐과 함께 찝찝함이 가슴 속을 꽉 채운다.

 



 




밀접하지만 단절된

 

<소통과 거짓말>과 <해피뻐스데이>는 표면적으로는 다른 느낌의 영화이지만다른 모습 속에서도 일관된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다. <소통과 거짓말>의 장선과 김 선생은 섹라는 수단을 통해 신체적인 의미에서 궁극적인 소통을 이룬다신체적인 의미에서 궁극적인 소통을 이뤘지만서로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일절 알지 못하고 이외의 소통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해피뻐스데이역시 비슷하다. 가족이란 인간이 맺는 가장 가깝고 밀접한 관계이다영화에서 가족들은 장남의 생일이라는 이유로 한 집에 모이지만그들은 서로에 대한 어떠한 이해도 없고 소통도 존재하지 않는다이승원 감독은 두 영화를 통해 각기 다른 방법으로 위선적인 관계 속 소통의 단절을 보여주고 있다.

 


 

소수의 상영관차기작에 대한 궁금증

 

현재 이승원 감독의 두 영화는 소수의 극장에서만 상영하고 있고 그의 영화를 아직 많은 관객들이 접하지는 못한 실정이다하지만 영화제 상영과 이번 개봉을 통해 그가 추구하는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그는 <세 자매>라는 세 번째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국내에서 가장 아방가르드한 영화를 찍는 감독 중 하나인 이승원 감독이 내년에는 어떤 영화로 돌아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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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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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제목 : 나의 연기 워크샵

각본/감독 : 안선경

출연 : 김소희, 이관헌, 김강은, 성호준, 서원경

제작 : 궁금단 영화

배급/홍보마케팅 : 무브먼트 .MOVement

개봉 : 2017년 12월 28일


영화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감독상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 공식 초청





 SYNOPSIS 


어제의 당신은 누구였습니까?


각기 다른 개성의 배우 지망생인  네 사람 ‘헌, 은, 준, 경’은 연극 [사중주]를 보고 연기 워크샵에 참가하게 된다. 자라온 삶도, 지금의 꿈도 전혀 다른 네 사람은 베테랑 배우 ‘미래’로부터 한 달간 연기 훈련을 받는다. 

‘연기’와 맞닥뜨린 네 사람은 스스로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

나는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어떤 것을 먼저 꺼내놓는지 그리고 지금 연기를 배우고 있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네 사람은 과연 연기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에게 닿을 수 있을까.


사실은 모두 평생을 연기하면서 사는 거야

2017.12 ‘배우가 되는 신비로운 체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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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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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외피를 두른 곪은 상처에 대한 지독한 탐구  <소통과 거짓말>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11 19일(일) 오후 14시 상영 후

참석 이승원 감독, 장선 배우, 김권후 배우

진행 이화정 씨네21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범수 님의 글입니다. (사진 제공 신소영 님)


폭력을 소재로 삼는 영화는 많지만, 그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우리의 턱 밑에 들이밀고 흔들어 대는 작가는 많지 않다. 두 남녀의 사도마조히즘을 통해 숨겨진 트라우마와 소통의 부재를 말하는 이승원 감독의 <소통과 거짓말>은 바로 그 이유에서 매우 희귀하고 또 논쟁의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작품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를 제공해 줄 인디토크 자리에 이화정 씨네21 기자, 이승원 감독, 장선 배우, 김권후 배우가 함께 했다.

 




이화정 기자 (이하 진행) : 기구했던 개봉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먼저 해봐야 할 것 같다. 한 감독의 작품이 같은 시기에 동시에 열리는 일은 드물다. 개봉 소감이 어떤 지 듣고 싶다.


이승원 감독 (이하 이) : 영화제에 2년 전에 출품한 작품이다. 개봉하려면 지원금이 필요했는데, 지원 프로그램에 세 번을 떨어졌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난감했는데, 그 다음 해에 <해피뻐스데이>를 제작한 뒤에 이 영화가 지원작에 선정이 되어서 개봉에 성공했다. 아무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진행 : 배우분들도 마찬가지로 두 편의 영화에 모두 출연하셨다. 개봉이 미뤄졌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기분이 들었나.

장선 배우 (이하 장) : 저도 지원에서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극장에서 <소통과 거짓말>을 볼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배우를 한 가지 모습으로 기억할 수도 있을 텐데, 두 영화를 한 번에 개봉하게 되어서 그런 선입견을 벗어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행 : 꼭 두 편을 같이 보시길 바란다. 장선이라는 배우와 이승원이라는 감독의 세계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떠올랐지만 뇌리에서 끝까지 떨어지지 않았던 것은 감각에 대한 것이었다. 심리적인 것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때 '통증'이라는 것이 어떻게 다가오고 또 전이되는 가에 대한 생각이었는데,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감각의 제국>(1976)이 떠올랐다. 남녀가 감정 없이 바로 섹스에 돌입하고, 그 섹스의 최극단에 갔을 때 둘이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인데, 이 영화도 마찬가지의 접근을 취한다고 생각했다. 남녀가 성적인 측면에서 서로에게 접근한 뒤 과연 소통에 성공했는 지에 대한 물음이 들었는데, 어떤 부분을 가학과 피학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나.

: <감각의 제국>은 섹스만으로 이루어진 영화인데, 성적인 것만으로 가득한 이야기가 그 자체로 강한 이미지가 되어 마음 속 깊은 곳 어딘가를 건드린다는 측면에서 저에게는 거대한 산처럼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과연 이미지나 깊이에서 능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소통과 거짓말>은 그 결과물이다. 자해가 일종의 만족이자 트라우마에 대한 해소가 될 수 있는데, 성을 다룬 예술영화들에서 보통 그런 식의 표현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제 영화에서는 자해라는 행위가 쾌락은 결코 아닌 것 같다. 주인공 여자가 아이를 잃고 나서 정상적인 생활을 했을 때는 생각치도 못했던 세계로 걸어들어간다. 그 세계가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

진행 : 성적인 관계가 보통 가학과 피학의 관계로 이어지는 과정인데, 그게 소통으로 연결된다는 점이 독특했다. 배우분들이 시나리오를 받고 어떻게 인물에 접근하고 이해했는지 궁금하다.

: 아이를 많이 사랑해주지 못하고 있던 와중에 아이스크림이라는 사소한 것 때문에 아이를 잃게 되었고 아이가 끔찍하게 죽어가고 있을 때 그 곁에 있어주지 못했다는 것, 그 상실감과 죄책감으로 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과정을 표현하고자 했다. 마음이 너무 아프면 신체적 고통이 그 아픔을 달래줄 때가 있고,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 누군가가 나를 혼내주면 안도감이 생기는 경우가 있더라. 그런 경험들을 떠올리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김 선생과의 관계는 사랑이라기 보다 아이가 죽은 이후 처음으로 작은 기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를 했다.

 

김권후 배우(이하 김) : 촬영하면서 많이 힘들었다. 이게 무슨 시나리오인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웃음장선 배우와 마찬가지로 극 중 배역과 같은 처지에 놓였을 때 나였으면 어땠을 지를 끊임없이 상정하면서 연기에 임했다.


진행 : 독한 말씀을 하셨다. '이 영화가 말이 되는 영화인가'.(웃음영화에 참여하기까지 많은 숙고의 시간이 있으셨던 것 같은데, 결국에는 영화를 완성하시고 좋은 연기를 보여주셔서 제가 감사하다는 말을 먼저 드리고 싶어진다.

 

: 저런 생각을 하는 지 오늘 처음 알았다.(웃음)


 





진행 : 영화 속 인물들이 어딘가 실제로 존재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제가 이 사람들을 실제로 만났다면 아마도 극 중의 학원 원장이나 슈퍼마켓 주인처럼 말하고 행동했을 것 같다. 학원 원장과 슈퍼마켓 주인으로 대변되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시선에서 납득이 가지 않고 이해가 되지 않는 두 주인공인데, 어떻게 그런 인물들에게 주목하게 되었는지.

 

: 저희 집 바로 앞의 폐가 같은 곳에 매일 욕을 하는 사람이 살았다. 어느 날 아침에 보니 그 분이 팬티도 안 입고 공사하는 아저씨들과 싸움이 붙었더라. 경찰들이 와서 수습을 하는 데 가만히 들어보니까 말을 잘 못하셨다. 장애가 있으셨던 것이다. 그걸 보는 제 마음 속에 이런 감정이 들었다. 이와 같은 사람들을 다루는 영화를 찍는다면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만약에 제 딸이 그 앞 골목에 혼자 지나가다가 그와 같은 상황을 마주한다고 하면 개인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렵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일종의 아이러니인 것 같다. 우리가 사람을 이해한다고 하지만 과연 어디까지가 이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고 어디까지가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인가. 사람이 겉으로 보여지는 것만 가지고 좋다 나쁘다를 단정 지을 수 있는가. 그런데 또 단정 지을 수 없다고 해도 그 사람 때문에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걸 지켜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질문과 물음을 꾸준히 던져 보면서 영화를 만들었다.

 


진행 : 감독님이 그리려는 인물들이 배우들의 연기 덕분에 100% 이상 표현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김영진 평론가는유별나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이 영화에 등장한다고 까지 표현했다. 저는괴물 같다라는 표현을 하고 싶다. 어떻게 이 정도의 디테일로 이런 감정을 끌어내는 지가 신기했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캐릭터를 연구하셨는 지가 궁금하다.

 

: 제가 영화를 찍을 때 굉장히 힘든 시기였다. 연기를 그만두어야 할 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그 와중에 연기하고 싶은 인물을 만나게 되면서 스스로의 간절함을 꺼내놓을 수 있었다. 앞서 말한 죄책감이라는 키워드도 있지만, 감독님이두려움이라는 디렉션을 주셨다. 슬픔보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고 ‘욕을 먹고 싶다는 감정과이해받고 싶다라는 상충되는 두 가지 감정을 함께 안고 가려고 했다.

 

진행 : 첫 롱테이크가 8 45초 가량 진행된다. 올해 본 한국 영화 중 가장 압도적인 오프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오프닝만큼 영화의 엔딩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상실을 품은 김 선생이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표현되었는 지가 궁금하다.

 

: 감독님과 오래 알고 지내던 사이다. 각각 감독과 배우의 자리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는데,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 지와 인물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에 대해 감독님에게 질문을 굉장히 많이 했고, 그에 대한 답변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연기의 방향이 잡혔다.

 

: 김권후 배우와 처음 만난 건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였다. 영화 학교를 다니다가 중간에 때려치우고 아동극 연출을 했다.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다가 김권후 배우를 만났다. 아무 것도 없었던 시절부터 서로 믿고 의지해 온 사이기 때문에 편하게 같이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소통과 거짓말> 작업할 때는 ‘기회만 된다면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같은 배우와 작업하고 싶은데, 너도 그런 배우가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자극을 주기도 했다.(웃음그렇게 대화와 동기 부여를 통해 배우들에게 믿음을 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연기가 나왔던 것 같다. 배우들 또한 서로에게 신뢰를 주기도 했고.


 

진행 : <소통과 거짓말> 같은 경우 영화의 화면비가 정사각형에 가깝다. 빠져나올 곳이 없어 보이는 답답한 현실을 반영하는 듯한 화면이다. 그리고 영화가 전부 흑백으로 촬영되기도 했는데, 이런 형식을 택한 특별한 의도가 있으신지.

 

: 제가 영화에 대해 지식이 많은 편은 아니다.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를 세세하게 다 설명 드리기는 어렵지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이 영화는 흑백으로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인공적인 음악이나 효과를 최대한 배제하고자 했다. 좁은 화면이 주는 위악의 힘이 생각보다 굉장했다. 모든 것을 다 보여줄 필요는 없고 보여지지 않는 부분에서 관객이 더 자극을 받는다는 생각을 했다. 두 인물에게 최대한 집중하면서 보여지는 것 밖의 것들에 대해 관객들이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고, 그 생각이 인물들의 얼굴과 대응하면서 무언가가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진행 : 제 기준에서는 인물들의 심리가 잘 전달되는 구성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가 채택한 형식이 그 기준에 적합하다고 보기에 지지를 보낸다

 





관객 : 슈퍼마켓 주인과 학원 원장의 1 2역은 어떤 의도인지가 궁금하다. 그리고 아이가 죽는 장면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는 이유도 궁금하다.

: 연극에서는 1 2역이 익숙하다. 같은 배우가 여러 가지 역할을 했을 때 얻어낼 수 있는 미묘한 효과가 있고, 그것 자체가 엄격하게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하는 배우가 있으면 모든 역할을 다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딸아이가 죽은 모습을 굳이 구체적으로 그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장선 배우에게 쓰레기 봉투를 들춰 봤을 때 아이가 어떤 형상으로 존재할 지 생각해 보라는 식으로 디렉션을 주었다

 

: 아이가 토막이 나있는 상황을 상정하고 연기를 했다. 내 아이의 시체임에도 불구하고 빨리 그 곳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몸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하려고 했다.



관객 :
영화 후반부에서 감독님이 직접 등장하시는데, 혹시 연기에 욕심이 있으신지.(웃음)

 

: 따로 욕심이 있는 건 아니고 영화를 제작하면서 시간에 쫓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연기를 하게 됐다. 출연자를 따로 구하지 못해서 PD와 제가 직접 연기했다. 웬만하면 출연은 자제하고 연출에 전념하려고 한다.(웃음)

 


관객: 김 선생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감독님의 설명을 조금 더 듣고 싶다.

: 김 선생은 소통이라는 문제, 즉 대화를 나누는 측면에서 많은 것이 무너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왜 네 말만 하느냐, 혹은 왜 말을 듣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데, 저는 그 사람들에게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 그 사람이 소통을 하지 않으려는지에만 집중하지, 왜 그 사람이 자기 이야기만 하게 되는지나 지금 이야기에 왜 집중하지 못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사람들이 생각을 잘 안 한다. 슈퍼마켓 주인이 여자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순간에도 김 선생은 본인의 모습을 철저히 감춘다. 끝까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이 사람이 세상을 사랑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관객 : 주인공의 직업이 굳이 학원 강사인 이유가 궁금하다.

 

: 김 선생의 모티브가 된 외국인을 건대 입구에서 봤다. 힘없고 초라해 보이는 술취한 백인이었는데, 지나가는 여자를 아무나 붙잡고 섹스를 한 번 하자고 하더라. 여자 분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서있고, 저는 하지 말라고 말렸던 경험이 영화에 반영되었다처음에는 외국인을 캐스팅할까 하다가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한국인 학원 선생으로 각본을 수정했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을 찾기가 쉽지가 않다.(웃음)


 

 




사회의 통념과 도덕적 잣대에 맞선 대담한 예술적 도전은 종종 우리가 사회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지평을 넓혀준다. 그 과정에서 묘사되고 표현되는 것들이상식이라는 무채색 단어가 집어낼 수 없는 실재라면 더더욱 그렇다. 두 배우와 이승원 감독의 영화적 세계가 어디까지 그 외연을 넓힐 지가 새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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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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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롭고 풍요로운 언어로 아름답게 말하는 <시인의 사랑>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11 15일(수) 오후 19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양희 감독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가영 님의 글입니다. 



<시인의 사랑>은 평범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전형성에 벗어난 궤도를 그린다회색 빛의 겨울을 배경으로 일상을 얘기하고 있음에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시인의 언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마지막 상영 후 김양희 감독이 함께한 인디토크가 진행되었다.


 




진명현 대표(이하 진행): 가을이 시작할 때쯤 영화를 개봉했는데 이제 겨울이 와버렸어요. 두 계절을 지내며 <시인의 사랑> 마지막 관객과의 대화를 맞이한 소감이 어떠신가요?

 

김양희 감독(이하 김): 작년 12 20일에 촬영을 시작했어요. 겨울에 만들어진 영화인 만큼 추워진 날씨가 영화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느낌이 듭니다. 제주도에서 종영 소식을 듣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마음이 이상했어요. <시인의 사랑>이 과거의 영화가 된다는 생각에 복잡 미묘한 심경입니다.

 

진행: 감독님의 첫번째 장편 영화라 제작부터 개봉까지 모든 과정들이 처음이었을 것 같아요. GV도 처음이었을 거고요. 아쉽게도 바쁜 스케줄로 인해 이 자리에 함께 하진 못했지만, 배우 세 분에 대한 고마움도 얘기해 주세요.

 

: 꼭 <시인의 사랑>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세 배우 분들이 바빠지셨어요. 감독의 입장에서 기쁩니다. 정가람 배우 같은 경우 가능성이 터져나가는 시기인 것 같아서 뿌듯해요. 저도 지켜보면서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진행: 저는 영화를 다섯 번 정도 봤어요. 오늘 GV하기 전에 좋아하는 장면을 한 번 더 챙겨봤는데, 감정에 따라 좋아하는 장면도 매번 달라지더라고요. 처음 시나리오로 봤을 때는 글 자체가 아름다워서 문장들을 주워 담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생활적인 대사인데 왜 이렇게 아름답지형용사가 많지 않은 문장도 정확하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구나.'하고 느꼈어요 세 번째로 영화를 보고 나서는 안 좋았던 것들이 좋아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불만사항 중의 하나가 시인과 소년이 왜 이렇게 갑자기 가까워지지?’였어요. 하지만 영화를 여러 번 보니까 그 지점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누구라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가까워졌겠구나, 의지할 수 밖에 없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을 쓸 때 어떤 생각들을 하셨나요?

 

: 시나리오를 쓸 당시에는 영화로 만들어 질 거란 생각을 못했고 단지 영화를 만들고 싶은 감독 지망생에 불과했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거의 10년동안 시나리오를 못 썼어요. 잘 안써지더라고요. 근데 특이하게 <시인의 사랑>은 발상하고 나서 초고가 20일 만에 나왔어요. 하지만 끝내고 나니 좋은 작품을 썼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초고 상태도 안 좋았어요. 제가 만약 어린 나이에 시나리오를 쓰고 주목을 받았으면 좀 우쭐했을 것 같은데, 나이도 좀 있고 영화 준비하려고 오랫동안 노력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들뜨지 않았어요. 대신 , 내가 어쨌든 간에 시나리오를 쓰려 노력했고, 누구보다 잘 쓰고 싶었던 사람 중 하나인데, 나의 열망이 드러나 사람들의 가시권에 들어가게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진행: 탈고라고 하죠, 시나리오 마무리 작업을 하면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나요?

 

: 사실 소년과 시인이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 사랑의 정체가 단순히 순수한 감정인지, 이런 부분을 규정해야한다는 요구를 받기도 했어요. 실제로 둘의 관계를 좀 더 명확히 규정짓는 시나리오를 써보기도 했고요. 하지만 결국 지금의 이야기로 결정지었어요. 모호하지만 좋은 부분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 부분이 모호하기 때문에 좋은지, 혹은 명확하지 않아 불리한지는 아직 저 스스로도 복기가 안되고 있어요. 그 지점이 시나리오를 둘러싼 쟁점이었습니다.

 






관객: 영화 전반적으로 회색 빛과 차가운 분위기에요. 제주도 날씨의 영향 때문인지 혹은 의도한 건지 궁금합니다.

 

: 원래 제가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계절은 가을이었어요. 쓸쓸하면서도 총천연색이 살아있는 풍경을 원했어요. 하지만 영화 제작 조건 상 겨울로 옮기는 것으로 결정지었습니다. 촬영감독님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겨울의 회색톤이 일상의 쓸쓸함을 표현하는 데 오히려 더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배경이 드러내는 분위기도 영화에 담아내야 하는 조건 중 하나였습니다.

 

진행: 제주도의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현장에서 고생하셨던 적이 있나요?

 

: 타이트한 촬영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데, 날씨 때문에 마음 졸였던 적이 있어요. 제주도는 하루아침에 날씨가 바뀌거든요. 오전 오후 날씨가 또 다르고 바람도 정말 세게 불고요. 좋은 날씨가 주어져야지만 찍을 수 있는 상황이 많았어요.

 

관객제주도를 영화의 배경으로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여러 작은 우연들이 겹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만들어졌어요제주도는 섬이라는 지역적 특징 때문에 폐쇄성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특유의 고립감을 견디기 힘들어해요나의 프라이버시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고요아름다운 자연과 가족 중심적인 사람들처럼 분명 따뜻한 면도 있지만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이면이 있어요제가 제주도에 살면서 보고 느꼈던 부분들이 자연스레 영화에 녹아 들어간 것 같아요.

 

진행세 주인공의 주변에 인물이 없어요나머지 주변 사람들도 그 세 명을 고립시키는 역할을 해요특히 아내는 가게를 하면서도 친구가 없거든요. 소년도 친구가 없고 시인도 외로운 사람이에요그러다 보니 이 세 사람이 필연적으로 부딪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어요찍은 공간도 섬이고 인물들 또한 섬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보였어요시인은 고뇌하면서 시를 써 내려가는 인물인데 시로써 대항하는 라이벌도 없거든요. 굉장히 재밌는 구도예요전형적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전형성에서 많이 빗겨 나간 전개입니다이 또한 <시인의 사랑>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장치인 것 같습니다 



관객: 감독님께서 규정되지 않은 감정을 자주 언급하셨는데, 연기 디렉팅을 어떻게 했는지 궁금합니다. 또 배우들이 어떤 감정으로 연기했는지 알고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 제가 이끌어 나가기 보다는 영화 속 상황에 처했을 때 실제로 어떻게 했을까 토론을 많이 나눴어요. 감정선이 중요했기 때문에 리딩 혹은 기술적인 면에서 따로 디렉팅을 하진 않았습니다. 양익준 배우님은 도전하는 마음으로 영화에 참여해 주셨어요. 배우는 어떻게든 감정을 자기의 몸에 붙여야 하는 거잖아요. 나중에는 자꾸만 신경 쓰이고 생각나는, 그런 감정이 아니겠어요?’ 하시더라고요. 실제로 홍보/배급을 맡은 진명현 대표님이 포스터에 자꾸 생각이 나라는 문구를 넣으셨을 때 짜릿한 느낌을 받았어요. 정말 통한 것 같아서요. 근데 영화 속 세 사람 모두 전사(前史)라고 하죠, 각자의 사이드 스토리가 있어요. 정가람 배우는 전사부터 시작해서 소년의 성장배경이나 공감되는 부분들을 찾으려고 했어요. 또 촬영장에서는 양익준 배우를 의도적으로 자꾸 쳐다보기도 하고요. 연기를 따로 배운 적 없는 어린 배우가 본능적으로 연기 할 때 굉장히 놀라웠어요. 마지막 촬영을 시인의 집에서 했는데, 정가람 배우가 시인과 그의 가족들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 시인이 갑자기 싫어졌다며 이젠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그 때 , 이 배우가 꽤 진지하게 소년을 받아들이려 노력했구나생각했어요.

 

진행: 영화를 보면서 두 남자 배우의 캐스팅이 절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양익준 배우는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에너지가 있어요. 특히 관객을 화면을 통해 정면으로 잘 안 보는 배우예요. 조금 위에서 바라보거나 시선을 약간 피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눈에 물기가 어려있고 쓸쓸해 보이는, 때때로 아이같은 면모를 보여주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반면에 정가람 배우는 굉장히 도발적인 이미지에요. 큰 스크린으로 정가람 배우를 보면 양 쪽 눈으로 마치 다른 생각을 한꺼번에 던지는 듯한 느낌을 줘요. 아무 말도 안하고 눈빛만 던져도 나이와는 무관한 무게감이 느껴졌어요. 오히려 초식동물이 양익준 배우에 가깝고, 정가람 배우는 야생의 짐승적인 느낌이 강해서 두 배우의 합이 되게 재밌다는 생각을 했어요. 영화의 흥미로운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관객: 아내가 남편이 다른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가정을 위해 나가지만 말아달라고 사정하는 장면이 너무 마음 아팠고 보기 힘들었습니다. 이 장면을 넣은 의도가 궁금합니다.

 

: 캐릭터를 만들 때 좋은 면과 나쁜 면이 모두 보여져야 좋은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저는 아내가 가장 강하고 인간적으로도 가장 성숙한 인물이지만, 그 싹싹함과 바지런한 모습 이면에 무례함을 지녔다고 느꼈어요. 인물들의 모순적이고 입체적인 성격들이 이해 가능한 범위에 들어선다면 좋은 캐릭터라 생각합니다. 그 장면 같은 경우는 시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떠나겠다’는 것보다는 이 집이 싫고, 더 이상 아내와의 관계도 유지하기 싫고 모든 게 아름답지 않게 느껴지는 감정의 발로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내 입장에서는 내가 이룬 것들을 무너뜨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사랑은 더 이상 중요한 게 아니니 더 큰 가족이란 의미를 생각해달라말하는 거죠. 제가 봤을 때는 부탁을 하는 장면이지만 또 다른 의미로는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비단 이 캐릭터에게만 해당되는 특성은 아니지만, 이 장면을 통해 아내의 이중적인 모습, 좋은지 나쁜지 결론 내릴 수 없는 인물 특성을 한 순간에 보여주고 이해를 구하고 싶었어요.


 

관객: 고민했던 다른 결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다른 결말은 없었지만 어떤 부분을 더 강조할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다만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 할 때 시인으로 시작해서 소년으로 끝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소년에게 미래를 열어주는 듯한 장면으로 방점이 찍히는 결말을 생각했습니다. 여러가지 고민 끝에 지금의 결말이 지어졌던 것 같아요.

 

관객: 각본과 연출 모두 작업하셨는데, 연출 시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 혹은 현장에서 조율하며 바뀐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영화를 만들자 결정하기 전까지는 각본은 나만의 것인데, 연출을 할 때는 여러가지 지켜야 할 약속이 늘어나고 고려할 사항도 많아져요. 제가 창작한 인물과 배우들이 각자 해석한 인물이 따로 존재했지만, 결국은 그 사이 지점에서 캐릭터가 만들어졌던 것 같아요. 영화는 제가 끌고 나가는 것이 아닌 움직이는 것이라 생각해요. 때문에 감독과 캐릭터가 어떤 배우를 만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자가 상상한 캐릭터 사이에서 선택과 고민의 과정을 거쳐 캐릭터를 완성시켰습니다.



 




관객: 문학이 주 소재가 되는, 요즘 보기 드문 영화라 너무 좋았습니다. 시인은 생활력도 없고 자기 감정에만 빠진 자기중심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그가 쓰는 시 또한 가치 없게 그려져요. 하지만 몇몇 장면에서는 시인의 주변 인물들이 자신도 모르게 시의 영향을 받아 감정을 표출하기도 해요. 계속해서 시적인 이야기를 이어가기도 하고 공감하며 감정을 교류 하는 장면이 인상깊었습니다.

 

진행: 감독님께서 제일 애정하는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 소년을 제일 좋아합니다. 정가람 배우를 볼 때 짧은 순간이나마 제가 시인이 된 것 같은 감정을 느꼈어요. 아내는 저의 다른 모습이기도 하고 시인은 제 마인드와 직업적인 면에서 비슷해요. 하지만 소년은 제가 지나온 과거이니 스스로 책임질 수 있을 만큼 준비가 됐을 때 써야한다고 생각했었어요. 실제로 정가람 배우는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라 연기를 하게 될 줄 몰랐다고 해요. 하지만 마음 속에 뭔가 있어 혼자 밀양에서 올라온 거거든요. 소년의 마지막 모습처럼요. 저 또한 영화를 하고 싶어 스스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어요. 그런 말할 수 없는 열망을 많이 상기시켜 주기 때문에 소년 캐릭터를 좋아합니다.



관객: 시라는 것을 알게 되고 시를 통해 느낀 감정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어요. 하지만 주변 사람들과 얘기하며 감상을 나누려니 찌질한 사람이 되어버리더라고요. 많이 의기소침 했지만, 오늘 이 영화를 통해 제가 시를 좋아할 이유를 다시 찾은 기분입니다. 계속 감독님의 좋은 작품 보고싶습니다.

 

진행: 지금 관객 분들의 질문과 감상이 감독님께 큰 응원이 되어서 다음 작품 하실 때 동력으로 작용할 거란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상영 함께해 주신 관객분들 감사합니다. 오늘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세 배우 분들에게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 영화 속 특이한 등장인물이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보편성을 얻는 순간 굉장히 의미 있는 이야기가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영화를 좋아하고요. 원래 혼자서 영화를 만들 때는 관객의 존재가 불투명하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올해 <시인의 사랑>을 통해 따뜻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관객의 존재를 알았으니 다음 이야기를 좀 더 입체적으로 떠올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음 작품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찍겠습니다. 관객 분들을 꼭 다시 만나고 싶네요. 오늘 와주셔서 감사하고 말씀 주신 것처럼 정말 많은 동력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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