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맞물려 자라나는 우리의 역사  페미니즘 시각으로 보는 다큐멘터리 <개의 역사>  대담 기록


일시 2017년 5 21일(일) 오후 4 30분 상영 후

참석 김보람 감독, 정경희 '세컨드' 필름 매거진 에디터

진행 손경화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개의 역사가 있다. 너무도 소소해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그런 역사다. 카메라는 그런 개의 역사를 차분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시간이 흐르면 카메라 안으로 주변의 풍경들이 서서히 스며든다. 사라져 가는 풍경들과 그곳에 오롯이 서있는 인물들은 서서히 맞물리며 하나의 역사가 된다. 카메라 안에 담긴 그런 역사는 삶을 사랑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 한다. 5월 21일의 늦은 오후, ‘페미니즘 시각으로 보는 다큐멘터리’ 기획전 <개의 역사>의 대담이 있었다. <개의 역사> 김보람 감독과 최근 2호가 발간된 ‘세컨드’ 필름 매거진의 정경희 에디터가 함께했다. <의자가 되는 법>(2014)을 연출한 손경화 감독의 진행으로 대담이 진행되었다.




<개의 역사> 발제문: 이름 없이 사라져가는 개개(個個)의 역사 http://indiespace.kr/3436








손경화 감독(이하 손): 대담의 진행을 맡게 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손경화다. 김보람 감독님과 세컨드 필름 매거진 정경희 에디터님이 자리해주셨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김보람 감독(이하 김): <개의 역사>를 만든 김보람이다. 다큐멘터리를 만든 지 벌써 오년 째에 접어들었다. 처음 만든 긴 영화이자 세 번째 작품이다. 그동안 해왔던 고민들을 다 끌어 모아서 만든 영화가 <개의 역사> 같다.



정경희 세컨드 필름 매거진 에디터(이하 정): 세컨드 필름 매거진의 정경희다. 세컨드는 작년 5월에 창간호가 나왔고 올해 5월에 2호가 나왔다. 이번 2호는 텀블벅 펀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어서 나온 신간이다. 



손: 작품을 어떻게 기획하고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김: 이전에 만들었던 영화의 제목이 <독립의 조건>(2014)이다. 독립을 하기 전의 고민에 대한 영화였다. 그 작품을 만들고 난 후 독립을 해서 살게 된 곳이 <개의 역사>의 첫 배경이 된 후암동이다. 동네에서 만난 ‘백구’라는 늙은 개와 사람들을 보면서 처음 이 영화를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 개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단 생각보다는 느끼고 있었던 표현하기 힘든 감정들의 근원지를 한번 찾아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 감정을 개의 이야기와 연결 지어봤다. 영화를 만들면서 감정을 계속 표현하고 찾아가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은데, 아직도 딱 한 단어로 명명하기에는 완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살고 있는데, 살고 있지 않은 듯한 느낌? 분명 행복해야 맞는 조건인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붕 떠있는 것 같고 스스로의 존재감 같은 게 사라져가고 있다는 판단에 가까웠던 것 같다. 개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이 그 생각들과 연결된 지점이 많다는 걸 영화를 보면서 많이 느꼈다.


원래 매일 지나다니면서 보던 개였고 스마트폰으로 장난삼아 찍어놓은 몇 개의 사진과 영상들만 있었을 뿐이었다.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백구가 항상 지켜보고 있었던 대관령 슈퍼가 어느 겨울 갑자기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쪽지만 남겨놓고 쫓겨난 걸 목격했을 때다. 그때 처음으로 ‘개의 역사’라는 제목을 생각했다. 개는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하찮은 존재이기도 한 것 같다. ‘개 같은’이라 말하기도 하지 않나. 잘 이야기되지 않는,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니까 그런 개와 같은 존재들에 대해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역사를 기록하려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 영화를 만들면서는 눈여겨보지 않은 존재들, 거대하고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일상에 있는 이야기들과 존재들에 시선을 둬보고 싶었다.



정: 발제문의 제목을 ‘이름 없이 사라져가는 개개(個個)의 역사’라 지었다. <개의 역사>라는 제목을 길게 풀어서 쓰면 그런 제목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개의 역사>에 등장하는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개도 나오고 고양이도 나오고 비둘기와 오리도 나온다. 잘 보면 많은 동물들이 나오는 영화다. 동물뿐만이 아니라 골목 모퉁이나 계단, 엘리베이터 등 많은 사물들이 나오는 영화이기도 하다. 작품이 말하는 ‘개’에는 인간뿐만이 아니라 동물과 사물이 포함된다. 또한 공간이 그 안에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 모든 것들이 생물과 무생물을 포함한 개개(個個)의 역사라고 느꼈고 인간중심주의가 많이 해체되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작품 속 카메라에도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다. <개의 역사>에는 픽스샷이 많다. 카메라가 픽스 된 상태에서 감독님이 의도치 않았던 사물들과 사람들이 개입된다. 그 중에서도 제일 인상 깊었던 부분은 감독님이 마지막으로 이사를 갈 때 다리를 건너는 장면이었다. 차에 탄 지친 얼굴이 잠깐 카메라에 들어왔다가 사라진다. 얼굴 하나로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주는 장면이라 생각했다. 그런 순간들이 영화 안에 굉장히 많다. 그렇게 픽스된 상태에서 얼굴이나 사물들이 개입될 때 관객들은 카메라 밖을 의식하게 된다. 카메라 안의 세계가 전부가 아니라 순간적으로 관객도 이해할 수 없는 뭔가가 들어왔을 때 카메라 밖에 어떤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작품 안 카메라의 권력이 많이 해체 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다루는 대상과 찍으려는 연출방식이 굉장히 잘 조합돼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부분에는 초반보다 내레이션이 많이 나온다. 그것이 시 같다고 생각을 했다. 내레이션에는 하고 싶었던 말들이 흩어져있는데, 어떤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언어로 다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것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렇게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 감독님이 그 존재들을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느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과 사물들 곳곳에 스며있는 애정 어린 시선을 많이 느꼈다. 살갑게 부둥부둥 하는 애정은 아닌데 멀리서 지켜보고 바라보는, 존재가 계속해서 여기에 오래 남아있을 수 있길 바라는 어떤 식의 바람들이 담겨있다. 결국 기억을 통해서 소중한 이의 마지막을 지키는 힘이 되고 사라져가는 것들의 지워져 가는 시간들을 지연시킨다. 그리고 다큐멘터리가 기억의 방식으로 그것을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기획전의 이름이 ‘페미니즘 시각으로 보는 다큐멘터리’지 않나. 영화를 보고 ‘이게 왜 페미니즘 다큐멘터리지?’ 어리둥절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감독님 스스로도 이 영화를 찍으면서 ‘나는 페미니즘 영화를 찍고 있어. 여성의 권리를 위한 영화를 찍고 있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굉장히 페미니즘적이라고 느꼈다. 페미니즘이 남성 중심에서 여성 중심으로 구도를 옮겨오는 게 아니냐는 식의 오해들을 받아 많은 마찰들이 일어나는 것 같다. 요즘 SNS 상에서 남성들, 때로는 여성들조차도 그런 방식으로 페미니즘을 오인하고 있다. 그래서 페미니즘이라는 것이 악용되거나 혹은 페미니즘에 접근하지 않으려는 경향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성의 권리를 처음에 가장 표면적으로 외치는 게 맞지만 결국에는 역사에서 주류로 분류되어왔던 것들이 아닌 여성처럼 중간으로 분류되어왔던 것들의 가치를 조명하고 그것을 새롭게 중심으로 편입 시켜 다양한 중심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것을 행하려는 모든 태도들과 삶의 방식, 작품이 이야기하는 ‘개의 역사’를 쓰는 것과 조명 받지 못한 것들을 발굴해서 조명하는 것도 페미니즘을 실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여태까지 정상과 비정상, 핵심과 핵심이 아닌 것으로 정의 내렸던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가지려 하는 것도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방식이다. 여성 영화에 여성 특유의 경험이나 시선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그게 아니면 마치 페미니즘 영화가 아닌 것처럼 생각을 하지 않나. 하지만 결국 여성 영화가 추구하는 것은 ‘여성 영화’라는 말이 필요 없는 세계다. 굳이 여성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이지 않는 것, 성별과 계급, 인종을 명명하는 특유의 명사를 붙이지 않고 감독 자신만의 고유한 성찰로 영화가 평가 받는 게 결국 페미니즘이 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 발제문을 보고 다시 생각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특히 페미니즘 자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영화를 만들었을 때의 상황들이나 그때의 고민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고 정리하게 된 계기였던 것 같다. 삶에 대한 회의감에 스스로가 젖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것을 알기 위한 노력들이나 어떤 사람과 관계 맺기 위한 시도들, 내 노력과 관계없이 세상이 다른 쪽으로 흘러가는 경험들이 회의감 같은 걸로 남았었다. 어쩌면 그것이 출발점이었던 것 같다. 가장 마지막에 썼던 ‘삶을 살아가는 법을 찾고 싶었다’는 내레이션이 나오기까지 힘든 시간이 있었던 것도 같다. 그 문장을 영화 안에 넣어 놓고 나서도 이게 얼마나 전달이 될까 고민이 많았는데 써주신 글을 읽으며 스스로의 생각이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전달이 된 것 같아 울컥하고 감사했다.





정: 장면 선택이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뭘 넣을지 보다 뭘 덜어낼지를 생각하는 게 더 힘들지 않나. 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덜어낸 장면이 있었는지?



김: 정말 많았다. 마지막 편집 때 20분 정도를 덜어냈다. 후암동에서 만났던 주민 분들과의 인터뷰 중에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 꽤 많았다. 영화를 보는 관객을 웃기고 싶은 욕심이 있지 않나.(웃음) 초반엔 그 장면들을 넣어놨는데 마지막에 많이 덜어냈다. 개를 산책시키며 ‘왜 저 개를 찍냐, 똑똑하지도 않은 개인데.’라고 말씀하시던 아주머니가 짧게 나오지 않나. 아주머니가 키우는 개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서 자랑을 한참동안 한 장면이 있었다. 볼 때마다 웃음이 나는 장면이었는데 빠지게 되었다. 홍은동으로 이사를 가서 만난 이웃집 할머니를 촬영할 때 계속 팔로잉을 했다. 촬영분이 굉장히 많았고,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촬영분에 비해서 굉장히 조금 들어가 있다. 성형 프로그램에 지원에 대해 논쟁을 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마지막 편집 때 다 들어냈다. 빠진 장면들을 생각하다 보니 그 때 할머니와 나눴던 대화들이 많이 생각난다.



정: 부연 설명이 없는 상태에서 홍은동 할머니가 등장한다. 어떻게 처음 만나고, 어떤 계기로 찍게 되었는지가 궁금했다.



김: 이사 간 집의 반장 할머니였다. 이사를 한 첫 날부터 앨범을 보여주며 촬영 때와 똑같은 이야기를 하셨다. 저소득층을 지원해주는 제도에 포함되어있는 건물이었고 1인 가구들만 살고 있었다. 특히 노인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할머니가 외롭구나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그냥 이웃으로, 서로 친하지 않은 채로 살았다. 카메라를 들고 다시 할머니를 찾아간 건 이사하는 장면에서 공과금 정산 장면을 쓰기 위해서였다. 그날도 할머니는 카메라 앞에서 스스로의 이야기를 한참동안 하셨다. 그때 성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서 생각이 복잡했다. 당시에 이미 백구 파트의 촬영이 어느 정도 진행 된 후였고 백구가 죽고 나서 이야기의 방향 자체가 약간 변화되고 있는 시점이었다. 처음에는 백구를 아무에게도 눈길 받지 못한 존재로 생각하고 그려내려 했다가 백구가 죽고 후암동 촬영을 조금 하고 나서는 그것 또한 스스로가 지어내려고 했던 편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백구는 생각한 어떤 대상도 아닌 그냥 ‘백구’였구나. 그 존재 자체가 확 다가왔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때부터는 사람들의 무관심과 도시화에서 소외되는 현대인들보다 그걸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떤 걸까 궁금해졌다. 그게 스스로의 이야기와 더 맞닿아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할머니를 만나다 보니 갖고 계신 어떤 욕망과 과거를 잊지 못하는 마음, 이미 사라져버린 과거를 계속 붙잡으려고 하는 모습이 조금 아프게 다가왔다. 할머니의 그런 마음을 쫓아가보고 싶어서 그때부터 촬영을 하게 되었다. 이사를 가고 난 후에 할머니를 더 많이 만났고 더 친해졌다.



관객: 엔딩에 하얀 개가 나오지 않나. 어떻게 만나고 촬영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김: 그 개는 홍제역에서 만났다. 촬영을 하는 날 특이한 경험을 했다. 원래 다른 촬영을 하러 가고 있었다. 마을버스를 한 번만 타면 갈 수 있는 역인데 그날따라 마을버스를 두 번이나 잘못 탔다. 촬영 시간도 늦었고 스스로에게 화가 나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지하철역에 하얀 개가 있었다. 보자마자 너무 놀라서 정신없이 개를 찍었다. 하얀 개가 사라져버리고 나서 어떻게 되었는지 너무 궁금하고 마음이 쓰여 계속 트위터에 ‘홍제역 백구’라고 검색도 해봤는데 나오지를 않았다. 지금도 궁금하다. 후암동에서 만난 백구와 종류도 다르고 캐릭터도 다른데 그 촬영을 하면서는 ‘영화가 끝이 나긴 나려나보다’라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다.(웃음)



관객: 영화에서 노인들의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노인들의 문화나 삶을 피상적으로 생각하기 쉽지 않나. 영화에서 다양한 모습들이 비춰졌던 것 같다. 왜 노인들의 이야기와 모습에 주목을 했는지 궁금하다.



김: 노인이어서 찍게 된 건 아니었다. 백구를 찍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그 공간을 잘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후암동은 거리에 서 있으면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분들을 만났다. 홍은동으로 이사 오고 나서는 홍제천 옆 정자에 항상 모여 있는 할머니들이 있었다. 그림 같았다. 매일매일 빠지지 않고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 건지 궁금했다. 사실 정자 할머니들은 <개의 역사>가 아닌, 정자라는 공간만을 다룬 다른 단편을 만들고 싶어서 촬영했다. 찍고 나서 <개의 역사>가 가지고 있는 정서와 정자가 갖고 있는 정서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넣게 되었다. 그 할머니들의 시간이 백구의 시간처럼 느리게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나 궁금해서 접근했는데 실제로 그 안에서 오고가는 이야기들은 마냥 아름답지 않았다. 그 안에서 개개인의 삶이 갖고 있는 어떤 무게나 소멸해가는 생에 대한 생각들을 찍으며 많은 것을 얻게 되었다.





관객: 엔딩 크레딧에 사람들의 이름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등장하지 않더라. 의도적 배제 같은데 그 이유에 대해 듣고 싶다.



김: 촬영을 했던 분들 중 이름과 연락처를 아는 분들도 있고 한 번만 만나서 찍고 사라진 분들도 있다. 물리적으로 모든 분들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사실 백구도 우리가 백구라고는 부르지만 백구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 않나. 그런 것처럼 그 사람들의 이름을 쓴다고 해서 그 사람을 안다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이름들은 스크립트를 만들 때 그 분들을 구분하려고 별명처럼 붙여서 부른 이름들이다. 오히려 현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받은 인상들이 어쩌면 그 분들에 대한 가장 솔직한 소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손: 영화가 주변 공간을 많이 담고 있지만 중간 중간 감독님의 사적인 장면들이 나오기도 한다. 점점 감독님의 내면 중심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적인 장면들을 넣기로 한 이유와 그것들을 넣으면서 있었던 어떤 염려나 기대에 대해 듣고 싶다.



김: 전의 작업들이 다 가족, 친구가 나오는, 개인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한 것이었다. 그래서 <개의 역사>엔 개인의 이야기를 넣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넣지 말자고 다짐을 몇 번이고 했다.(웃음) 하지만 출발점이 스스로가 느끼는 어떤 감정이었고 그것을 설명하려면 백구의 이야기만으로는 부족했다. 가편집본을 만들면서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 타협일 수도 있는데, 그 다음부터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고 스스로 가지고 있는 배경이나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편집 단계에서부터 사적인 이야기를 넣기 시작했고 지금의 완성된 형태가 되었다. 


<개의 역사>가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한 상처를 고백하는 이야기로 읽힐까 걱정했다. 그리고 가족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가족들이 작품을 어떻게 볼까 하는 고민도 조금 있었다. 어쨌든 가족의 이야기지만 스스로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작업을 하면서 계속 되돌아가게 되었던 과거의 어떤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걸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성립이 되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사적인 부분들을 넣게 되었다.



관객: 첫 장면에서 감독님이 개를 찍는다고 했을 때, 왜 그 개를 찍느냐는 사람들의 말에 굉장히 울컥했다. 그런 주변의 이야기들을 듣고 나서 어떻게 스스로를 붙잡고 이 작품을 끝까지 해낼 수 있었는지, 그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김: 나 또한 그 방법을 알고 싶다.(웃음) 휘둘리지 않는 방법을 알고 싶다. 이중적인 감정이 있었던 것 같다. 작품을 만들 때 누군가 ‘요즘 뭐하고 지내세요?’라고 물으면 ‘개를 찍고 있어요’라고 말하려니 스스로 민망했고 뭐라 설명이 잘 안 됐다. 사실 그랬기 때문에 더 작품을 완성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일상에 있는 것들이 가져다주는 느낌을 분명히 받고 있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아주 사소한 곳곳에 놓여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쑥스럽고, 알아주지 않을까봐 걱정되고 위축되었지만 그런 마음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을 가지고 계속 갔던 것 같다. 어쨌든 끝을 내야한다는 생각으로. 다들 자신의 이야기들이 있지 않나. 같이 위축되지 않는 법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관객: 여성들이 찍는 영화가 소소하게 취급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또 어떤 작품을 구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 작품이 끝난 지 얼마 안돼서 추스를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지금 다른 감독님과 함께 촬영하고 있는 작업이 있다. 음악인들에 대한 영화다. 언제 나올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 작업으로는 계속 스스로가 고민하고 있는 어떤 세상 안에서의 존재감이나 소통하는 법, 관계 맺는 법에 대한 것을 다루지 않을까. 고민을 만나는 지점에서 항상 작품을 시작할 것 같다. 조금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개의 역사>는 객체로 치부되는 존재들을 되뇐다. 단조로운 삶 속에 놓인, 쉽게 잊히고 밀려나며 사라지는, 다시는 찾지 못할 그리운 존재들. 그런 ‘사라져 가는 것들의 지워져 가는 시간들’을 기억하려는 작품은 그 자체만으로도 페미니즘과 손을 맞잡고 있다. 그리고 그런 작품 속 존재로 자리하는 모든 역사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커다랗고 따뜻한 하나의 역사로 맞물린다. 그리고 하나로 맞물린 역사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그렇게 자라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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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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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가 나에게 걸어올 때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6 4일(일) 오후 3 상영 후

참석 김소영 감독

진행 변영주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현재 님의 글입니다.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이하 <고려 아리랑>)는 잊혀진 여성 예술가를 찾아가는 영화이다. 카메라가 잊힌 대상을 찾아간다는 것은, 이미 현재의 시간 안에 녹아든 과거의 것을 찾아나서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건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다. 오랫동안 기다리며 마침내 바늘을 찾은 김소영 감독을 만나보았다. 변영주 감독이 함께해주었다.







변영주 감독(이하 변): 많은 GV를 진행해봤지만, 오늘은 제 사부님의 영화이기 때문에 굉장히 떨립니다. 제가 꼬맹이였던 시절에 영화가 무엇인지 가르쳐준 선배이고 마음속의 스승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오면서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한 편으로 엄청나게 좋은 영화를 만들어주셔서 신나는 마음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만난 작품 중 최고로 지적인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다큐멘터리에 대해 아침드라마적인 관점을 벗어나지 못했던 거 같아요. 울분을 바로 터뜨려주거나 눈물을 빨리 나게 해주거나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다뤄 이상한 대리충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다큐멘터리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이러한 다큐멘터리들이 많은 분들로 하여금 다큐멘터리를 향유할 수 있게 만들어주긴 했으나 본연의 의무인 ‘어떻게 새로운 언어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다큐멘터리는 오랜만에 만난 것 같습니다. 이러한 면 때문에 개인적으로 <고려 아리랑>이 크게 와 닿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전반부에 과거의 기록 푸티지가 나오다가 현재 감독에 의해 촬영되어진 광야가 나오는 장면입니다.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장면에는 목적점이 없기 때문에 카메라의 포커스가 약간 흔들립니다. 그 포커스의 흔들림이 뭔가 부유하고 있는 듯한 감정을 준 것 같습니다. 한국 사람에게는 지평선이 익숙한 광경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은 산으로 둘러싸여있기 때문에 평야를 특별히 찾아가지 않는 이상 경험하기 힘든 풍경을 아주 파란 느낌으로 보여주니까 포커스가 왔다 갔다 하는 것과 맞물려 무언가 항해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장면들이 과거의 장면과 어울리며 과거가 나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고 현재 카메라가 걸으며 그 이야기를 듣게 되는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떠올랐습니다. 저는 이러한 방식으로 서로 다른 두 개를 구축한, 그 화학반응이 놀랍도록 좋았습니다. 요 근래 이렇게 정교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참 새로웠습니다. 


무엇보다 감독님께 먼저 묻고 싶은 것은 ‘왜 예술가였을까’하는 것입니다. 뻔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합니다. 두 번의 이주를 경험한, 처음에 연해주로, 후에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카자흐스탄으로 보내지는 이들의 이야기잖아요. 이 이야기만 따라가도 재미있고 새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에 두 명의 예술가가 나와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면, 그건 무엇이었나요?



김소영 감독(이하 김): 이 영화는 ‘망명 3부작’이라고 스스로 명명한 시리즈의 일환으로 제작되었고 1부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2개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김 알렉스의 식당: 안산-타슈켄트>(2014)입니다. 한국에 이주 노동자로 와 안산에서 식당을 하는 인물의 이야기인데, 망명 3부작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기반으로 해서 <눈의 마음: 슬픔이 우리를 데려가는 곳>(2014)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고려극장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 그 극장 배우들의 사진이 쭉 걸려있었습니다. 거기에 ‘방 타마라’, ‘이함덕’ 선생님의 사진이 걸려있지는 않았습니다. 그 사진들을 보고 있는데, 아마 고려인 4세정도 되는, 그 극장에서 지금 활동하고 있는 배우의 노랫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노랫소리가 여성 디바의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변: 고려극장 자체가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 같아요. 강제이주를 당하며 수많은 사람들이 열차 안에서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문화를 하는 사람들이 공연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위로를 준다는 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쓸 데 없는 일이잖아요. 내 주변의 가족이 굶어죽고 있다는 건 무엇으로도 위로가 안 되는 것일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하고 그 노래를 들으며 울면서 박수를 치고. 이런 현장 자체가 엄청난 역사일 텐데, 실제로 방 타마라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지 궁금합니다.



김: 방 타마라 선생님은 사실 여러 후보 중에 한 명이었어요. 영상을 보면 아시겠지만 노래를 잘 부르는 선생님들이 굉장히 많이 나와요. 그 중에 한 분이 방 타마라 선생님이었을 뿐이었고요. 이 영화에서 주제가처럼 쓰고 있는 ‘세상의 끝에 있는 나를 찾아올 거야’라는 노래가 너무 좋아서 이 분을 찍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리고 고려식당 사람들과 다음날 모두 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어요. 그날이 여성의 날이었는데, 소비에트에서는 여성의 날이 굉장히 큰 행사 중에 하나여서 고려극장 사람들이 저를 초대한 거죠. 그래서 식당에 갔더니 이 분이 딱 계신 거예요.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인데, 다른 분들은 다 돌아가셨어요. 그러니까 제가 다른 분을 찍겠다고 마음을 먹었어도 찍을 수가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이 분한테 고려극장 푸티지를 보여드리고 놀라시는 장면을 찍을 수 있었어요. 더 놀라웠던 것은 그 분이 완전히 러시아말만 할 줄 아는데 ‘어머니의 노래’라는 곡을 한국어로 기억하고 계신 거예요. 근데 이 노래가 푸티지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가 발성되는 그 장면인 거죠. 다큐멘터리를 하다보면 ‘안 될 거 같은데...’ 하는 순간이 여러 번 와요. 괜히 만든다고 한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데, 이걸 보는 순간 ‘아, 되겠구나’라는 느낌이 왔어요. 그리고 고려극장에 있던 자료들이 천문학적인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전에 이 자료에 접근해 온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구해서 쓸 수 있었어요. 고려인들에 대해서 문학적으로 연구가 된 사례들이 조금 있긴 하지만, 그 연구 사례들을 보면 울트라 민족주의적으로 재단된 시선들을 자주 볼 수 있어요. 고려인들이 한국만 그리워하는 식으로 묘사가 되어있는데, 이건 사실 말도 안 되는 신화에요. 영화를 만들면서 문자의 세계를 떠났어요. 그리고 여성의 소리로 접근하니까 자료들을 다루어야 하는 부분들이 의외로 쉽게 풀리더라고요. 



변: 사실 옭아매어지는 순간이죠.(웃음) 자료들을 모으면서 영화를 준비할 때, 마음 속 한 구석에는 두려움이 있거든요. ‘나한테 걸리지 마라’라는 거죠. 제작비 모을 것도 고민이 되고. 게다가 해외촬영은 굉장히 스트레스 받는 일이에요. 다큐멘터리 감독이라는 것은 사실상 프로듀서의 역할을 같이 하기 때문에 제작비나 인건비 같은 부분들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자료들이 나한테 걸어오지 않을 때 마음이 되게 편하기도 해요. ‘아, 나는 아닌가 보다, 가서 사람들한테 대충 이런 식으로 하라고 이야기해야지.’ 할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그냥 얼굴이나 한 번 뵈러 가야지’ 했는데 갑자기 자료가 저한테 걸어오면 막 소름이 돋을 정도로 행복하면서도 집에 오는 발걸음이 대단히 무거워지죠.(웃음)


방 타마라 선생님의 따님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고 필요이상으로 감정이입을 하는 관객이 많았던 거 같아요. 이게 뭔가 노래를 불러야 하는 운명인 것 같은 거죠. 근데 그런 게 아니거든요. 이런 순간들이 영화 스스로 확장을 하는 순간들 같아요. 여성 예술가 2명으로 고려인 전체를 조망하고 다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저는 이런 장면들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좋은 미덕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큰 태피스트리가 있다면 여기에서 감독이 어떤 씨줄과 날줄을 스윽 빼는 거예요. 올들을 풀다가 그들 전체를 감정으로 알 게 해주는 순간들이 있어요. 


혹시 관객 분들 중에 다큐멘터리를 만들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2017년도에 여러분이 참고할만한 아주 좋은 텍스트가 하나 만들어졌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물론 해외촬영은 위험합니다.(웃음) 돈이 많이 들어요. 전에 김소영 감독님이 이 영화에 대한 기획을 저한테 이야기해준 적이 있는데, 저는 그 때 속으로 ‘하지마라. 당신 삶의 계급이 바뀔 수도 있다.’라고 되뇌었거든요.(웃음) 지난 9년이 한국현대사에서 가장 거지같은 9년이었잖아요. 이럴 때 사람들은 국외에 별 관심이 없어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고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이 영화가 만들어진 것에 대한 의의가 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모두가 ‘탈조선’을 말하고 있는데 ‘헬조선’이 아닌, ‘조선’이라고 불리던 그 시절에 새로운 꿈을 찾아서 떠난 이들의 이야기잖아요. 이들이 그리워하는 곳은 한국이 아닌 연해주예요. 이들이 한국을 그리워할 것이라는 건 우리가 만들어낸 아주 이상한 판타지거든요. 편한 적이 없었는데 뭘 어떻게 그리워해요. 이들이 처음으로 꿈을 꾸었던 그곳을 그리워 한다는 것, 강제로 해산된 공동체에 대한 기억 같기도 합니다.





관객: 이번에 시민활동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활동을 하면서 ‘우먼 파워’를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역사에서 잊혀진 여성들이 나오는데, 앞으로도 이렇게 잊힌 여성 예술가를 발굴해낼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 이 영화를 작업하면서 여성 사회주의자들에 대해 관심이 많이 생겨서 ‘주세죽’에 관한 실험적인 다큐를 하나 만들고 있습니다. 여력이 된다면 ‘김알렉산드라’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사회주의운동가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그분은 33살에 사형을 당했습니다. 그 이후 주변에 있던 40여명의 사람들이 이 분의 생애를 재구성했습니다. 변영주 감독 말대로 계속 이렇게 가는 게 맞는 건가 싶습니다.(웃음) 그래도 계속 시도는 해볼 거 같아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10월부터 ‘신여성 도착하다’라는 전시를 해요. 거기에서 주세죽 선생님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전시의 형태로 상영할 예정입니다. 



관객: 신기해 보이는 푸티지나 자료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혹시 정보들을 수집할 때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실 수 있나요?



김: 잘난 척하는 건 아니고, 다큐멘터리를 배우는 학생들한테 하는 조언 하나가 있어요. 미셸 푸코가 한 말이에요. “모든 걸 다 봐라”. 그냥 무조건 하는 게 원칙인 거 같아요. 그래도 하나 이야기 드리자면, 제게 온 영상자료들이 몇 개 있었는데 전혀 사용할 수 없는 퀄리티였어요. 비슷한 걸 찾아 헤매다가 조금 나아보이는 자료를 찾아서 블랙&화이트로 변환을 시켰습니다. 유사한 자료를 찾아 컨버팅을 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다큐멘터리라는 건 대상이 자신을 찾아와야 해요. 영화에서 송 라브렌티 감독의 <고려사람>(1992)이라는 작품이 저에게 굉장히 영감을 주었다고 이야기했잖아요. 그것 때문에 우슈토베에 갔는데, 거기에서 주인공의 딸을 만나죠. 이런 식으로 자료가 저에게 걸어와야 해요. 이 부분이 다큐멘터리의 굉장히 이상한 부분인데요, 집단적인 소원 속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이 작품은 고려인들이 저를 알게 모르게 도와주지 않았으면 만들 수 없었어요. 그만 두려고 할 때마다 자료들이 저에게 걸어서 온 거예요. 나타난 거죠.



관객: 현재 고려극장은 어떤 공연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 이함덕 선생 때부터 있었던 레퍼토리인 홍범도 장군 공연을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한편으로는 한류의 영향을 받아서 국내 가요 공연도 하더라고요. 찍었는데 영화에 사용하진 않았어요. 



변: 다큐멘터리는 정말 물질적인 일 같아요. 머릿속으로 이렇게 저렇게 계획을 짜기도 하죠. 하지만 그게 존재 해야만 영화로 찍을 수 있고, 그것이 나타야지만 화면에 담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면 때문에 다큐멘터리 본연의 의무 중 하나는 문화인류학적인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푸티지가 현재와 만나서 어떻게 물질의 역사로 보이게 될까, 라는 고민이 다큐멘터리의 중요한 의무라고 생각해요. 저는 <고려 아리랑>이라는 영화가 이 고민에 아름답게 답한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감독님의 작품을 모두 모아 이 곳에서 상영을 할 수 있다면 굉장히 벅차지 않을까 상상을 해봅니다. 마지막으로 감독님의 이야기를 듣고 이 자리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김: 지금 고려인과 관련해서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 있어요. 고려인 4세들이 이제 성인이 돼서 우즈베키스탄 등지로 돌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권위주의 국가라 돌아가면 안 되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고려인 4세 추방방지법’과 <고려 아리랑>이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기사 등을 보고 고려인 4세들이 돌아가지 않을 수 있도록 힘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간은 머문 이를 잊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는 다시 현재로 회귀한다. 우리가 과거를 잊더라도 과거는 우리를 잊지 않는다. 엄밀한 의미에서 인간은 과거의 경험을 완벽히 똑같이 재현할 수 없다. 이 점에 있어서 카메라라는 기록기계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영매와 같고, 과거를 기억하고 흔적을 찾는 일이 카메라 본연의 의무일지 모른다. 본인이 어디에서 서 있는지 안다는 것은 나를 기억하고 있는 공간을 이해하려는 태도에서부터 시작된다. <고려 아리랑>의 가치는 이러한 카메라 본연의 의무를 져버리지 않는 데 있다.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그것이 영화를 영화답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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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제목 : 불온한 당신(Troublers)

연출 : 이영

출연 : 이묵, 논, 텐, 이영

제작 : 여성영상집단 움

배급/마케팅 : 무브먼트.MOVement

러닝타임            : 99분

개봉 : 2017년 7월 20일

영화제 : 2016 올해의 여성영화인 다큐멘터리상 수상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경쟁 심사위원특별상 수상 (2015)

서울독립영화제 경쟁부문 상영 (2015) 

인디다큐페스티발 올해의 초점 상영 (2016)

독일 도르트문트/쾰른 국제여성영화제 상영 (2016)

서울인권영화제 상영 (2016)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 (2016)

한국퀴어영화제 특별상 수상 (2016)

토론토한국영화제 상영 (2016)

전북여성영화제 개막작 (2016) 

인천여성영화제 개막작 (2016)

목포인권영화제 개막작 (2016)

대만국제여성영화제 상영 (2016)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스트라 드 도나 국제영화제 상영 (2017)





 SYNOPSIS 


“여자를 사랑한 사람, ‘바지씨’를 찾아서”


1945년생 이묵은 ‘레즈비언’, ‘트랜스젠더’라는 단어가 국내에 들어오기 전 ‘바지씨’로 평생을 살았다. 서울에선 김승우로, 고향 여수에선 이묵이란 이름의 여자를 사랑한 사람으로 살아온 세월. 손에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여자를 사랑했고, 떠나 보냈지만 세상의 눈에는 그저 불온한 존재였던 사람. 한편, 2017년 대한민국의 광장에선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무지개 깃발이 나부끼지만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우려는 혐오의 목소리도 점점 커져가는데…


우리 중에 누구인가요, 불온한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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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하고 사랑하라  인디돌잔치 <초인>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5 23일(화) 오후 7 30분 상영 후

참석 서은영 감독, 김정현 배우

진행 김도란 인디스페이스 기획운영 팀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희원 님의 글입니다.




고등학생이자 체조 선수인 ‘도현’(김정현 분)은 사고를 친 벌로 도서관에서 일하게 된다. 도현은 그곳에서 책을 좋아하는 소녀 ‘수현’(채서진 분)을 만난다. <초인>은 소녀와 소년이 학교와 친구, 가족 사이에서 겪는 일들을 밝은 색채로 그려낸다. <초인>이 첫 장편이었던 김정현 배우와 이 영화로 제 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대명컬처웨이브상을 받은 서은영 감독. 지난 일 년 동안 그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이날 인디토크에서 들어보았다. 




 



김도란 인디스페이스 기획운영팀장(이하 진행): 5월 인디돌잔치로 <초인>이 선정되었습니다. 간단한 인사와 소감 부탁드립니다. 



서은영 감독(이하 서): 안녕하세요, 서은영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김정현 배우(이하 김): 안녕하세요, 김정현입니다. 일 년 전에 개봉한 걸 이렇게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진행: 최근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서: 다음 영화 준비를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빨리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김: 저는 일 년 동안 작업을 열심히 했고요, 드라마를 계속하고 있어요. 앞으로 더 다양한 작품을 할 것 같아요. 계속 차기작을 알아보면서 연기 연습하고 있습니다. 


진행: 영화 보면 도현이라는 캐릭터가 밝고 순진무구한데, 실상 안에 그늘이 많아 그걸 감추기 위해 가면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두운 내면을 가진 고등학생 연기를 할 때 어떤 마음가짐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김: 일단 감독님이랑 얘기를 많이 했어요. 시나리오를 많이 보고 동료 배우와 리딩을 하면서 인물을 이해했던 것 같아요. 


진행: 감독님은 수현과 도현이라는 캐릭터가 어떤 모습이길 바랐나요? 배우가 캐릭터라는 옷을 입으면서 기존에 생각했던 것과 달라진 게 있나요? 


서: 보신 것처럼 도현이는 굉장히 밝고 생각 없어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보통 십 대 아이들의 모습인 것 같아요. 두 배우의 앙상블이 중요했어요. 그래서 정현 배우와 서진 배우가 함께하게 됐습니다. 처음부터 이 두 친구가 함께 연기하는 게 그려졌고 가장 잘 어울렸기 때문이에요. 또 둘 다 첫 장편영화고요. 두 분이 많은 것들을 끌어 온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흡족합니다. 


진행: 배우님의 첫 장편이고 첫 주연이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즐겁게 임했다고 들었어요. 촬영장 분위기가 어땠나요?


김: 이미 알고 있던 동료들이어서 좋았고 편했어요. <초인>보다 편한 현장은 없었던 것 같아요. 집에 빨리 보내주기도 하고요.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정말 그리워지는 현장이네요.(웃음) 


서: 제가 보기와는 다르게 선택이 좀 빠르거든요. 그리고 워낙 이 두 친구의 연기에 대해 믿음이 있었어요. 요청하는 대로 두 배우가 모든 것들을 빠른 시간 내에 해주었어요. 저는 체력 때문에 오래 작업을 못 해서 빨리 끝내고 다음 회차를 더 열심히 하는 루틴으로 진행했어요. 다들 학교 선후배 사이라 재밌게 찍었어요. 이렇게 좋은 분위기는 앞으로 없지 않을까 생각해요. 


진행: 감독님은 예전에 회사원이었다고 들었는데, 영화를 찍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서: 공대를 나왔고 반도체 연구원으로 5년 동안 근무를 했어요. 그때도 영화를 엄청 많이 보러 다녔어요. 유일한 삶의 낙이었거든요. 그러다 회사 일이 너무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죽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무턱대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시험을 봤습니다.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진행: 배우님은 원래 꿈이 배우였나요?


김: 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계속 꿈이었어요. 그전에는 자다 일어나면 꿈이 바뀌었고요.(웃음)





진행: 영화를 보면 감독님이 책을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책, 글귀들은 감독님이 생각해둔 걸 작품에 녹여낸 것인지, 아니면 작품을 쓰다가 필요한 걸 생각해서 넣은 것인지 궁금합니다. 


서: 후자에요. 시나리오를 쓰다가 책이 등장할 타이밍이 되면 책장을 보고, 고르고. 이렇게 진행했어요. 책을 생각해 놓고 시나리오에 녹여낸 것은 아니에요. 이야기가 더 중요하니까요.


진행: 나중에 책의 내용으로 이야기를 쓸 계획은 없나요?


서: 『카라마조프 형제들』을 병적으로 좋아하는데, 그걸 한국식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요.


진행: 배우님은 좋아하는 책이 있나요?


김: 책이요? 좀 시즌을 타면서 보는 것 같고요.(웃음) ‘역적’(*출연 드라마)이라는 책을 30권까지...(웃음) 최근에는 시나리오를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진행: 도현이가 마지막 책을 읽고 잘 반납했을까요?


김: 시나리오에서는 반납을 해요. 찍었는데 안 들어갔어요. 잘 반납했어요.(웃음)

 
관객: 작품 잘 봤고요, 개봉 일주년 너무 축하드립니다. <초인>을 처음 봤을 때는 마냥 서럽기만 했는데, 오늘은 많은 위안을 받았어요. 저는 이 작품을 보고 ‘초인’을 닮아가려고 노력을 했어요. 또 많이 성장하기도 했고요. 감독님과 배우님이 <초인>을 겪고 일 년이 지났는데 어떤 물리적, 감정적인 변화가 있었는지요? 또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서: <초인>은 저의 첫 장편영화이고 이 작품을 보내면서 비로소 영화라는 걸 가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내가 내 영화를 가진 느낌이요. 예전에 단편영화 찍을 때는 그런 만족감이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 관객들을 만나고 관객들이 내 영화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피드백을 주시니까 영화라는 게 진짜 재밌는 거구나 느꼈어요. 회사를 때려치우고 나온 게 내 일생에서 정말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음 영화 빨리 찍고 싶은 마음에 미친 듯이 시나리오 쓰고 있습니다.(웃음) <초인>처럼 밝은 이야기보다는 나의 진짜 내면에 있는 이야기를 영화로 풀어서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김: 방금 질문하신 분, 작년 GV에서 뵈었던 분 같아요. 안아드렸던 기억이 나는데 당시 말씀하신 문제는 괜찮아졌는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저도 울컥울컥해요. 일단 일 년이 지나는 동안 배우로서 회사에 들어가 일을 하게 됐어요. <초인>이라는 작품 덕분에 스스로 힘을 받는 일이 많았던 것 같아요. <초인>이라는 작품으로 하나의 가족이 생긴 느낌이에요. 나중에 관객이 많아지고 멀어지면 잘 못 챙길 수 있잖아요. 지금 계신 분들 계속 기억하려고 합니다.


진행: 개봉했을 때 저희 극장에 굉장히 푸릇푸릇한 모습으로 오셨던 게 기억이 나요. 인디토크도 하고 무대인사도 하고 프리허그도 했죠. 배우님에게 <초인>은 굉장히 의미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김: <초인>이라는 작품 덕분에 좋은 사람을 많이 알게 됐어요. 아주 중요하고 소중한 작품이에요. 이 영화가 없었다면 지금 여기 계신 분들도 못 만났겠죠. 말로 표현을 못 하겠어요. 느껴지죠?(웃음)


서: 감독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써 내려가는 게 사실 힘들고 외로운 작업이에요. 그런데 가끔 이렇게 <초인> 안부를 물어봐주는 분들이 있어서 많은 응원이 돼요. 그분들이 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을 하면 마음이 급해지기도 하고요. 저의 삶에서 가장 좋은 원동력인 것 같아요.  


김: 갑자기 생각났는데, 어떤 의미가 딱 있는 게 아니라 계속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소중하게.


관객: 그래서 초인은 뭘까요? 어떻게 초인이 될까요? 두 분이 생각하는 초인은 어떤 사람인가요?


서: 영화에서 자신의 삶을 사랑하라고 얘기해요. 저는 계속 부정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인지 니체의 ‘위버멘쉬’ 철학을 접하면서 생각이 뻥 뚫린 부분이 있어요. 나를 탓하는 시간이 무의미하고 너무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이야기를 쓸 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계속 물어요. 한국상업영화 시스템에 맞춰서 이야기를 쓰다 보면 재미없어지는 것 같고, 그렇다고 내 내면의 모든 걸 넣자니 사람들이 싫어할 것 같고. 계속 부딪치는 것 같아요. 내가 ‘초인’이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찍었는데, 이 제목을 놓고 찍을 만한 사람이었나 요즘 들어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김: 부산국제영화제 때부터 진짜 많이 얘기했어요. 일 년이 지났는데 그전도 그렇고 저 스스로가 싫어지는 삶, 순간이 있었어요. 항상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태도를 갖는 게 쉽지가 않아요. 원하지 않아도 어쨌든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사랑으로 바라보는 게 초인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관객: 개인적인 질문인데요, 자신의 길을 달려가는 후배 배우 지망생에게 해줄 조언이 있으신가요?


김: 우선 말씀드리기 전에 제가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인지 의문이 드니 가려서 들으세요.(웃음) 되게 힘들다는 거 알거든요. 정말로 저는 <초인>이라는 작품을 만날 줄 꿈에도 몰랐고 부산국제영화제에 갈 줄, 개봉할 줄은 더더욱 몰랐어요. 그 순간이 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선배님들이 끝까지 하라고 말하시는 것 같아요. 끝까지 가다 보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항상 자신감 있게 살아가세요. 힘내세요. 꼭 될 거예요. 


관객: 배우의 얼굴이 크게 잡히는 연출에 이유가 있나요?


서: 저희 영화는 엄청나게 적은 예산으로 찍었어요.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영화의 배우와 하나의 샷,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장면을 구성하는 미술이 중요하고요. 저희 영화에는 미술이랄 게 없죠. 그래서 저는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게 제가 선택한 이 배우들의 얼굴이라고 생각했어요. 누구는 클로즈업이 너무 많다고 하겠지만 저는 많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상업영화와 비교하면 그럴 수 있겠죠. 하지만 독립영화는 그런 맛이 있잖아요.(웃음)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에요. 조연 분들도 한 분 한 분 주연을 할 수 있을 만큼 좋은 배우들이고요. 그분들의 얼굴을 담아내는 데 주력했습니다. 


관객: 배우들의 감정을 담아내는 장면이 많아요. 연기할 때 도현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 혹은 감독님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는지요?


서: 저도 독립영화를 많이 보는데요, 도현 같은 캐릭터를 본 적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애초부터 한 번도 보지 못한 캐릭터로 밝고 신선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일차적인 목표는 아니었지만 내 주인공은 다르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김: 관객분은 어떤 걸 느끼셨어요? 


관객: 도현이의 모습이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에게, 마음이 불안정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김: 어떤 마음을 느끼길 바라면서 연기하진 않았어요. 연기는 어쨌든 수행해나가는 과정이에요. 전달의 부분은 관객들을 만나야 완성이 된다고 생각해요. 시나리오 중심으로 연구하려고 했고 감독님과 많이 대화했어요. 그리고 관계들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진행: <초인>과 함께 기억에 남는 순간이 궁금해요. 


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연락 받았을 때 너무 기뻤던 게 기억이 나요. 아직도 그 문자메시지를 갖고 있거든요. <초인>을 부산영화제에서 상영하고 싶다는 메시지요. 그때 마침 배우들과 녹음을 하던 중이었어요. 그 두근거림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김: 감독님이 떨리는 목소리로 부산영화제 상영 소식을 전하려 저한테 전화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영화제 갔던 그 순간과 개봉했을 때 제 연기를 보고 앉아있는 제 모습도 기억에 남네요.(웃음)


진행: 앞으로의 계획과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 마지막으로 부탁드립니다.


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영화를 일 년 동안 잊지 않으셨다는 것이 감동이에요. 영화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늘 들어요. 다른 영화 준비하고 있으니까 그것도 꼭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항상 응원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응원해주세요. 감사드립니다. 


김: <초인>이 한 살이 됐어요. 기억해주셔서,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 영화든 드라마든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배우로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배우 김정현은 <초인>을 첫 장편영화로 데뷔한 이후 드라마 ‘역적’에 출연하는 등 다방면으로 연기활동을 해왔다. 서은영 감독도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 감독과 배우뿐만 아니라 일 년 전에 이 영화를 보고 또 보러 온 관객도 자신이 조금은 변화했다고 말한다. 이날 인디토크에 참여한 사람들은 초인이란 매 순간 자신의 삶을 긍정하며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설령 그 삶이 고통스럽고 뜻대로 풀리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앞으로 많은 이들이 <초인>을 보고 세상을 마주하며 긍정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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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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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비디오에서 버블경제로  페미니즘 시각으로 보는 다큐멘터리 <버블 패밀리>  대담 기록


일시 2017년 5 21일(일) 오후 7 30분 상영 후

참석 마민지 감독, 천주희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저자

진행 박혜미 DMZ국제다큐영화제 프로그래머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지원 님의 글입니다.




DMZ국제다큐영화제, 신나는 다큐모임, 찍는 페미, 인디스페이스가 함께한 ‘페미니즘 시각으로 보는 다큐멘터리’ 기획전의 <버블 패밀리> 대담. DMZ국제다큐영화제의 박혜미 프로그래머의 진행으로 마민지 감독, 그리고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의 천주희 작가와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았다. 



<버블 패밀리> 발제문: 욕망의 교차로에서 태어난 http://indiespace.kr/3437








박혜미 DMZ국제다큐영화제 프로그래머(이하 박): 서울에서 첫 상영을 했습니다. 소감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가족의 이야기, 한국사회의 이야기까지 엮어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민지 감독(이하 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을 때보다 더 떨렸어요. 일요일 저녁에 시간 내서 와주신 관객 분들께 너무 감사드려요. 먼저 <버블 패밀리>를 만들게 된 계기는 영화 안에도 들어가 있지만, 제가 사춘기부터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들이 있었어요. 아버지와 연락도 하지 않고 지냈는데 종로에서 우연히 만나게 됐죠. 그 이후 내가 가지고 있던 문제들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이후 문화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리서치 작업을 많이 했고 그 과정에서 부모님의 ‘직장사’가 사실은 정부의 도시개발 역사와 맞닿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영화를 만들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다음 작업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찍게 되었어요. 



박: 부모님을 설득하는 과정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마: 사실 아버지는 별로 신경을 안 썼어요. 어머니는 처음에 되게 협조적이었고요. 초반에는 부모님과 가족 이야기보다는 도시 개발, 부모님이 어떻게 일을 했는지 위주로 촬영을 진행했어요. 그러다 점점 카메라가 일상생활 속에서 부모님이 싸우는 모습 등을 찍게 되니 의심을 하시더라고요. 특히 화장을 안 했을 때 찍는 걸 되게 싫어하셨어요. 이번에 전주로 어머니가 영화를 보러 오셨어요. 아버지에게 보여드리기 전에 어머니 허락을 먼저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아버지가 모르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에요. 어머니가 흔쾌히 허락을 해 주셨고 다음 상영 때는 친척 분들도 다 모시고 온다고 하셨어요.





박: 천주희 작가님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천주희 작가(이하 천): 처음에 의뢰를 받았을 때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이 텍스트를 분석해달라고 해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보고 나니까 저와 되게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8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여성 감독이 오늘 날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서 거기서부터 분석을 하기 시작했어요. 영화를 보고 처음에는 심정적으로 동일시가 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한국의 중산층 문화를 드라마나 책으로 배웠어요. 심정적 거리감이 있었지만, 만약 내가 그 위치에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봤어요. 이 영화에서 제가 관심을 가졌던 건 ‘버블 패밀리’가 탄생하게 되는 배경, 그 역사를 추적해 가는 감독입니다. 감독에게 이입을 해서 봤어요. 어쨌건 역사라는 건 누가 어떤 관점으로 기록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독립한 딸, 그러나 학자금 대출이 남아있는 ‘나’의 현실 상황과 불편하지만 만날 수밖에 없는 가족을 만나고 이 가족의 과거를 추적해 가면서 그것을 역사화 하는 과정을 봤습니다. 제가 ‘부채’를 연구하면서 이 시기 문헌들을 살펴보면 거칠게 도표화 되어 있어요. 저는 이 텍스트를 통해 다층적인 차원에서 한국의 거품경제에 대해 볼 수 있었습니다. 도시계획과 'IMF'라는 역사적 사건으로 가족의 이야기를 추적하고 이것에 문헌을 병치하면서 자신을 위치시키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영화는 세대적으로 황금기를 살았던 부모 세대와 몰락할 수밖에 없는 시대 이후를 살아가는 자녀 세대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요, 이 텍스트를 보면서 흥미로웠던 건 부모를 크게 설득하지 않는 자녀의 모습, 본인이 살아왔던 시간을 과감하게 비추는 부모의 모습이었어요. 자녀와 부모가 집이라는 욕망, ‘강남’과 돈이라는 욕망에 대해 서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 갈등을 적나라하게 노출하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누군가를 설득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저는 오히려 좋더라고요. 오늘날 ‘버블 패밀리’의 역사를 다시 쓰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 현재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위태로운 경제 상황 속 어머니와 딸의 극복 방식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결국엔 땅을 투기할 수밖에 없는 어머니의 마음, 이 돈으로 차라리 학자금 대출을 갚았으면 하는 딸의 욕망이 솔직히 들어나는 것이 굉장히 좋았어요. 가족의 서사를 통해서 거품경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처음인 것 같아요. 한국사회의 역사적 요소들이 어떻게 개인의 삶, 가족의 삶에 들어오고 만들어지는지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텍스트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는 한국경제의 모습이 어떤가 생각을 해봤을 때 저는 두 가지가 보였습니다. 하나는 일상생활이 변화하는 것들이 보였어요. 어머니의 홈비디오에 드러나는 당시 중산층의 삶과 그때와는 다른 지금의 낡은 벽지, 고장한 싱크대, 보일러 같은 것들이죠. 일상의 내가 늘 마주하는 풍경이 달라지고 어머니의 언어가 달라지는 모습 등이 감독의 시선으로 잘 드러난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경제를 말하는 주체는 늘 남성이었어요.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아버지가 조연, 카메오처럼 등장합니다. IMF 이후 아버지의 부채 때문에 집이 몰락했을 때 수습은 어머니가 했잖아요. 이 가족의 사례가 특수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빚을 어머니가 갚는 구조, 그러면서 자식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비밀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이런 이야기가 한국의 보편적 가족이 부채를 극복하는 비하인드 스토리 같아서 좋았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내’가 가장이 되어서 집으로 컴백을 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건 단순히 내 개인 서사로 머무는 게 아니라 가족이나 사회적 서사로 이어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질문하는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직접적으로 우는 장면은 없지만 절망이 느껴지는, 가족과 갈등을 겪을 때마다 힘들었을 것 같은데 꿋꿋하게 매듭을 지은 것처럼 보여서 굉장히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 제 생각에도 영화에서 아버지보다는 어머니가 돋보이는 것 같아요. 



마: 사실 천주희 작가님의 글을 받아서 보다가 좀 울었어요. 어떤 교수님 한 분이 20대인 너희 세대에게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 뭐냐고 물은 적이 있고, 저는 IMF라고 대답을 했어요. 교수님이 잘 이해를 못하시더라고요. 너희까지 영향을 받았을 줄 몰랐다고요. 실질적으로 제 삶이 뒤집힌 때가 외환 위기였어요. 20대 중후반이 되어서 텍스트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없더라고요. 노동운동의 관점, 경제구조의 관점으로 쓰인 글은 굉장히 많았지만, 저나 제 친구들을 설명해줄 수 있는 텍스트가 없었어요. 그래서 더 이 영화를 찍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 부분을 영화 안에서 읽어내 언어화해주신 것을 읽으면서 제 자신도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단편 영화를 계속 찍어왔는데, 마지막으로 찍은 게 어머니와 저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영화였어요. 거기에도 아버지는 거의 등장하지 않아요. 이번 영화에서 아버지를 아예 배제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건 아닌데, 찍고 나니까 아버지의 존재가 영화 안에 잘 안 보이더라고요. 분명히 편집 단계에서는 아버지에게 초점을 맞추고 감정이입을 해서 작업을 했는데, 스크린으로 보니 어머니에게 더 감정이입을 하게 되고 관객 분들도 어머니 캐릭터에 호응을 많이 해주는 것 같아요. 놀라운 경험이에요. 왜 이렇게 되었나 싶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어머니의 캐릭터가 더 살아난 것 같습니다. 



천: 가족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게 타인의 입장일 때보다 어려울 수가 있죠. 너무 친밀한 관계이기 때문에 겪었던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또 어머니가 몰래 사둔 땅과 학자금 사이에서 갈등을 했는데, 그 땅이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웃음) 저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저희 어머니는 가족 한 명당 3, 4개씩, 보험을 많이 들어뒀어요. 그러다 일을 그만두게 되자 보험금을 내기 위해 빚을 졌더라고요. 아버지들과 달리 어머니들이 경험하는 경제적 불안감이 있습니다. 감독님은 어떻게 해석하는지 궁금했습니다. 



마: 첫 질문에 먼저 답변하자면, 아버지와 정말 친하지 않아서 일단 휴대전화 번호 교환을 했어야 했어요. 촬영을 하면서 부모님과 멀어진 것 같은 기분이 많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찍는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나니 가족으로서가 아닌 감독으로서 캐릭터에 대해 애정을 느끼게 되었고 인물들을 객관화하게 되었어요. 땅에 관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지난 GV 때 그 땅 근처에 사는 관객이 있었던 거예요. 그 근방이 ‘핫플레이스’라고 하더라고요. 영화 마지막에 제가 의도했던 건 개인의 욕망입니다. 영화 전반적으로 경제흐름과 거시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시스템 안에 개인이 휘말리거나 놓였을 때 굉장히 쉽게 편승하고 휩쓸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 자신이 부모와 다르다고 생각했고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라 했는데, 편집하는 과정에서 보니 땅을 보러 간 현장에서 제가 시종일관 굉장히 즐거워하더라고요.(웃음) 스스로 너무 부끄러웠어요. 막상 땅을 보고 나니까, 땅값이 오른다는 소식을 들으니까 즐거워하게 되는 제 자신이요. 언젠가는 이 땅이 나에게 보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욕망이 저도 모르게 스멀스멀 올라오더라고요. 사실 개인의 욕망이 현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가정된 행복을 기다리는 데서 온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영화 마지막에 내레이션으로 ‘내가 발 딛고 선 이 땅을 믿지 않겠다’고 하는 건 미래에 담보된 행복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고 내 기반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담은 것이었습니다. 





관객: 거시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영화를 자전적 내레이션 형식으로 끌어간 이유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내레이션이 나오면서 대상과 작가의 거리가 확실히 최소화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도 가족을 다루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끝낼 수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마: 내레이션은 처음 기획에서 잡고 간 가장 주요한 방법론이고, 미시사와 거시사를 같이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가족 안에 들어있는 한국경제와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편집하면서 고민이 되게 많았습니다. 중간 중간 피드백을 받았는데 가족 이야기를 늘리면 너무 사적이라고, 푸티지 사용을 늘리면 너무 거시적이라고 그랬어요.(웃음) 이 밸런스를 잡는 게 굉장히 어려웠어요. 그래서 편집감독님이 따로 있었습니다. 이 분이 가족의 스토리를 잡았고 저는 거시적인 부분을 맡았어요. 그렇게 두 흐름을 접합시키는 방향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단순 해설자로서의 내레이션이 아니라 제가 경험한 도시, 제가 바라본 가족, 제 관점에서 본 경제 흐름을 제 목소리로 얘기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작업을 하면서 힘들었던 건 가족에 대한 제 감정적인 부분 보다는 영화적 흐름이었던 것 같아요. 기승전결이 뚜렷한 사건 위주의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도달하기까지 되게 오래 걸렸어요. 그리고 언제 찍고 언제 찍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윤리적인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일단 찍고 윤리적 판단은 편집 과정에서 하자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래서 집요하게 촬영을 계속 했습니다.



박: 영화에서 아버지를 5년 동안 안 봤다는 내용이 굉장히 쿨하게 스쳐지나가요. 분명 이전에 가족에 대한 상처나 갈등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가족 다큐멘터리의 경우 이런 지점을 결국 해소하거나 보듬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부분이 없는 것 같아서 놀랍기도, 낯설기도 했어요. 



마: 그 점에 대해서 편집자와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편집하는 입장에서는 한 번 상처를 보듬고 해소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그것만큼은 하고 싶지 않다고 스태프들을 강력히 설득했어요. 왜냐하면 현실은 전혀 바뀌지 않았는데 ‘그래도 우리 가족은 극복했습니다’는 식의 이야기는 전혀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분명 관계가 나아진 부분은 있지만 이것이 진짜 회복은 아니라고 생각을 했어요. 절대 웃으면서 끝나지 않았으면, 비판적인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스태프들과 상의를 굉장히 오랫동안 했어요.



천: 분명히 보통 가족 다큐멘터리와는 다른 것 같아요. 감독이 외부인이었다면 더 극적으로 갔을 텐데, 감독님은 그 삶의 한가운데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덤덤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나의 해결점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았어요.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이 영화의 강점인 것 같아요.



마: 조금 더 덧붙이자면 감정적으로 기복이 심했던 때는 오히려 영화를 찍기 전이에요. 아버지를 보지 않았을 때요. 촬영을 시작한 시점은 이미 어느 정도 부모님에 대한 격한 감정이 가라앉았을 때라서 크게 혼란이 없었던 것 같아요. 



관객: 89년생이고 서울에서 쭉 살아온 사람으로서 영화가 너무 제 이야기 같다고 느껴졌어요. 가족에 대한 징글징글함과 IMF 이후의 경험들이 굉장히 많이 와 닿았어요. 제 삶이 기록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독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셨는데, 5년을 안 본 아빠와 같이 사는 게 가능한지 물어보고 싶어요.



마: 감사합니다. 저도 89년생이고요, 비슷한 경험을 한, 비슷한 공감대를 가진 분들이 꽤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버지와 같이 사는 것은 매우 힘들어요.(웃음) 집에 잘 안 들어갑니다. 다행인 건 아버지와 제가 생활패턴이 달라서 마주칠 일이 없다는 거죠.





관객: 혹시 만들면서 참고한 작품이 있나요?



마: 처음에 참고로 한 것은 강유가람 감독의 <모래>(2011)였어요. 참고한 작품이 많지는 않은데 아슬라우그 홀름 감독의 <브라더스>(2015)를 재밌게 봤고 편집자 레퍼런스로 보여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박: 천주희 작가님을 통해 <버블 패밀리>를 페미니즘적 시각뿐만 아니라 부채, 청년세대와 연결하여 보다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서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마지막 이야기를 부탁드립니다. 



천: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는 대학을 권하는 한국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대학에 가지만, 감독님과 저처럼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는, 그러면서 점점 가난해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제 책도 비슷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시작을 했어요. 공적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을 왜 빚을 져가면서까지 다녀야 하는지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으니 기회가 되면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이름을 붙이는 방식이었어요. 자신을 ‘아파트 키드’라고 소개를 하죠.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파트 키드는 기존의 담론이에요. 한국 사회의 욕망이 아파트를 통해서 어떻게 재생산되는지에 대한 담론인데, 그것에 갇히지 않고 나아가서 ‘버블 패밀리’라는 개념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생각해요. 오늘날의 청년부채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결혼할 때, 차를 살 때 등 늘 빚을 지게 되는 거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안에서 이름을 붙이는 일에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어떤 곳에 발을 딛고 있는지 질문하고, 드러내고, 공적인 이야기로 끌고나가는 좋은 사례가 된 영화인 것 같아요. 앞으로의 작업도 기대가 됩니다. 



박: 감독님은 인터뷰에서 도시라는 공간과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셨던데요, 여성주의적인 관점에서 앞으로 어떻게 작업을 할 생각인지, 현재 하고 있는 고민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끝 인사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마: 주변에서 지금 타이밍에 잘 쉬는 게 중요하다고 말을 많이 해주셔서 일단 잘 쉬는 것이 목표인데 이미 틀린 것 같아요.(웃음) 내년에 단편 작업을 할까 생각중이고 아카이브 푸티지 작업에 관심이 많아서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여성 운동에 관한 이야기, 지역사 등을 다뤄볼까 아이디어를 내놓는 중입니다.






<버블 패밀리>는 늘 경제를 이야기할 때 소외되었던 엄마와 딸이 주인공이 되어 서사를 끌어간다. 이들의 불안감과 욕망에 대해서 정직하게,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성찰한다. 이 영화의 매력은 영화가 무엇을 하려는지 잘 알고 있고, 또 그것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한국 경제사라는 거시적 흐름을 가족이라는 미시적 집단으로 끌어오면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힘이 인상적이다. 개인의 이야기는 늘 시스템과 얽혀있으며 때로는 시스템에 가려 읽히지 않는다. 그러나 시스템을 굴러가게 하는 원동력은 개인에게서 나온다. 그것이 욕망이든, 윤리의식이든. 그것을 깨달으면서 관객인 나는, 그렇다면 ‘나의 이야기’는 어디에 있는지 돌아보고 말할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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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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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제목 / 올 리브 올리브 All Live Olive

감독 / 김태일, 주로미 

제작 / 상구네 

장르 / 휴먼 다큐멘터리 

배급 / 시네마달 

개봉 / 2017년 7월 13일

관람등급 /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 92분 





 SYNOPSIS 


“우리가 꿈꾸는 행복은 이 곳에 있어요” 


지도 위에서 사라진 땅 팔레스타인에서 살고 있는 위즈단 가족의 일상은 고단하기 그지없다.  

올리브 농사를 지으며 고향 땅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는 마텔, 움딸 부부, 

세 명의 아들을 모두 잃고 난민촌에서 70여 년을 살아가고 있는 무함마드 할아버지, 

작은 평화를 위한 저항으로 친구들을 모두 잃은 청년 알리의 일상도 마찬가지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도 땅을 지키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멈추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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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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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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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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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중한 날의 꿈> 개봉 6주년 특별상영 "기억" 


일시 2017년 6월 24일(토) 오후 5시 (상영 후 인디토크)

관람료 7,000원





<소중한 날의 꿈 Green Days>

안재훈, 한혜진 | 2011 | 애니메이션 | 95분 | 전체관람가


달나라에 인간이 도착한 그 해

나에게는 첫사랑이 찾아왔습니다.


김일의 박치기에 환호하고, 달나라에 간 우주인을 신기해 하던 그 때. 

달리기 실력 외에 내세울 것이 없는 평범한 여고생 ‘이랑’은 영화 <러브 스토리> 보다 더욱 아름다운 사랑을 하겠노라 꿈꾼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녀는 그저 헐렁한 교복이 불만인 인기 없는 소녀일 뿐이다. 그녀는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심지어 교복까지도 몸에 딱 맞게 입는 세련된 서울 전학생 ‘수민’과 친구가 되고 초라해진 자신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수민을 보기 위해 교실로 몰려든 남학생들 틈에서 우연히 ‘철수’와 마주치게 된다. 하늘을 나는 것이 꿈인 철수는 학교 옥상에서 비행실험을 하다 추락하는 사고를 겪게 되고 이랑은 이런 엉뚱한 철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라디오를 고치기 위해 전파상을 찾은 이랑은 삼촌 대신 수리를 맡고 있는 철수와 다시 만나게 되고 둘은 급격히 친한 사이가 된다. 자신의 발명품으로 가득한 아지트를 공개하고, 라디오를 가져다 주기 위해 직접 집까지 찾아오는 철수에게 두근거리는 감정을 가지게 된 이랑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설레임에 복잡하기만 하다. 


하지만, 우연히 수민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철수를 보게 되고, 수민 앞에서 몹시 긴장하는 철수를 보고 이랑은 ‘나는 그저 친구일 뿐이구나’라고 생각하고 알 수 없는 슬픔을 느끼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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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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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델타 보이즈한줄 관람평


송희원 | 현실은 기(승전)결, 우리만 아는 승전

이현재 | 타인의 진지를 비웃지 마라

이지윤 | 허기가 도는 세상, 빛나는 꿈

최지원 | 우리는 대책이 없고 무엇 하나 쉬운 것도 없다

김은정 | 온 몸으로 흔들기






 <델타 보이즈> 리뷰: 우리는 대책이 없고 무엇 하나 쉬운 것도 없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지원 님의 글입니다.



<델타 보이즈>는 시종일관 유머러스한 톤으로 네 남자의 대책 없는 모험담을 이야기한다. 분명 남성 사중창 콘테스트에 도전하는 이야기임에도 ‘도전 해볼까’로 시작해서 ‘제대로 해보자’로 넘어가는 과정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제대로 노래를 연습하는 과정은 영화 후반부에야 등장한다. 심지어 이렇다 할 배경음악도 없다. 사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도전을 해내고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도전을 마음먹는 과정이 얼마나 지지부진한지에 대한 설명인 것이다. 때문에 (공연을 올릴 수 없게 되었지만) 공연 전 마지막 연습 이후의 이야기는 아예 생략되어 있고 영화의 마지막에 관객들의 박수소리만 사운드로 삽입될 뿐이다. 도전의 시작, 노력하는 과정, 결말이라는 순차적 구조를 따라가지 않고 오히려 인물들의 고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다. 네 남자는 생각보다 능력이 없어서, 이미 여러 번 실패해서,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아서, 아내가 반대해서 등의 이유로 영화 곳곳에서 소리를 지르고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짜증이 치미는 현실에 그들은 고함치고 주정부리며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 인물들의 공통적 ‘대책 없음’은 <델타 보이즈>의 단점이기도 하며 원동력이기도 하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이 인물들이 굳이 도전을 계속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고 장사를 뒤로 한 채, 그렇게 하고 싶은 것도 아닌 음악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잘 하고 있던 생선가게와 공장을 그만두고 (잘 하지도 못하는) 사중창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영화는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에 대해 고민하고 자학하는 인물들을 보여주며 흘러간다. 그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즉 영화는 어떤 도전을 할 때, 확신을 가지고 뚜렷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자기 자신을 의심하고 한심해하고 괴로워하는 인물들을 보여주며 새로운 차원의 리얼리티를 획득하게 되고, 따라서 다른 영화들과의 차별성을 가지게 된다. 신화적으로 꾸며진 모험담, 꿈의 도전기와 정반대의 길을 가는 것이다. 예컨대 영화 후반부에 나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어 노래한다는 ‘대용’의 대사가 있는데, 이를 들은 ‘일록’은 더 큰 혼란을 느끼게 된다. 이전까지의 모험담에서는 대용의 희망찬 대사가 그 자체로 희망적인 것으로 읽히겠지만 <델타 보이즈>에서는 대책 없는 해맑음으로 읽힌다. 게다가 일록의 상황을 알고 있는 관객으로서는 공들인 탑이 완성되기 직전에 무너지는 상황에서 들려오는 희망적인 대용의 말이 상황을 더욱 비극적으로 만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대책 없음’은 분명 영화의 단점으로 보일 수 있다. 성인 남성 넷이 시도 때도 없이 술에 취해서 고함을 지르고 현실적인 고민은 하나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노래를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장면들이 일으키는 반감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네 인물의 강력한 캐릭터성과 무식한 고군분투는 독특하고 생생한 활기를 띠게 한다. 여타 영화와는 다른 각도에서 주인공들의 지친 모습, 미성숙한 모습을 부각시키면서 희망적 메시지까지 담아내고 있어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을 믿기 어렵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솔직하고 단순한 이 중창단 도전기는 어쩌면 극영화보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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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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