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이 '우리들'이 될 때까지  페미니즘 시각으로 보는 다큐멘터리 <그녀들의 점심시간>  대담 기록


일시 2017년 5 20일(토) 오후 4 30분 상영 후

참석 구대희 감독, 이지원 강남역 10번 출구 활동가

진행 안소현 인디스페이스 프로그래머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영농 님의 글입니다.




기획전 ‘페미니즘 시각으로 보는 다큐멘터리’ 첫 번째 작품으로 <그녀들의 점심시간>이 관객들을 만났다. 페미니즘을 이야기할 때 ‘그녀들’의 삶을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는 점에 동의한다면 이 영화가 가장 먼저 상영된 배경에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저녁시간을 앞둔 시간, 구대희 감독과 이지원 '강남역 10번 출구' 활동가가 함께했다.



<그녀들의 점심시간> 발제문: 그녀들의 ‘삶’과 ‘노동’에 접속하기  http://indiespace.kr/3434






안소현 인디스페이스 프로그래머(이하 안소현): 이 영화는 가사노동을 비롯한 노동환경 속에서 여성성과 식사행위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또 어떻게 공동체적 가치를 지니며 연대의 의미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잘 표현한 작품이다.



이지원 강남역 10번 출구 활동가(이하 이지원): 이 영화를 페미니즘 관점에서 주목했다. 많은 출연자가 등장하는데 공통적으로 삶과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흔히 노동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 이 영화가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보통 우리가 취업준비 기간을 단지 준비 혹은 허비의 시간으로만 치부하지 않나. 그러나 그런 시간들은 우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님과 동시에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시간들이다. 또한 육아, 가사, 돌봄 노동으로 분류되는 것들도 분명히 노동의 영역에 속하지만 ‘모성’이라는 신화 속에서 그 가치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 영화는 그런 부분들을 잘 짚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덧붙여 ‘먹는’ 행위로부터의 공동체와 연대가 주는 느낌이 좋았던 영화이다. 출연자들의 식사시간에서 느껴지는 끈끈함, 힘든 일상의 시간들을 서로 견딜 수 있게끔 하는 부분들이 잘 전달된 것 같다.



안소현: 실제 이 영화는 많은 질문들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들의 식사를 세대별, 직업별로 다양하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구대희 감독(이하 구대희): 이 영화를 처음 기획했을 때가 벌써 2년 전이다. 당시 자취 10년 차였는데, 하려던 것들이 다 잘 안 돼서 여러 가지로 힘든 시기였다. 매일 밥을 챙겨먹는 것도 힘이 부치는 느낌이었다. 어느 날 문득 밥을 먹다가 그런 내 모습이 곧 인생으로 느껴졌다. 초라하게 자취방에서 대충 차려서는 밥상을 꺼내기도 귀찮아 바닥에 놓고 먹는 모습이 궁상맞으면서도 서글펐다. 그러던 찰나 누군가의 식사하는 모습을 통해 그 사람의 인생 혹은 삶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다양한 사람들의 점심시간을 통해서 한국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



안소현: 두 분 다 여성이라는 삶 속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계기가 궁금하다.



구대희: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에 따라 맺는 관계와 능력 발현이 달라질 것이고 하나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는 경우가 있지 않나. 여성에게 주어진 역할들이 많다보니 그 책임감이 우리 삶을 고단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출연자들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 그 모습들을 보면서 짠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동시에 느껴지는 힘 같은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



이지원: 여성주의 활동을 하면서 여성의 문제가 전면적 담론화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웠다. 가령 청년 문제가 ‘N포 세대’로 담론화될 때 여성의 입장에서 ‘포기해야만 하는 것들’에 초점을 맞춰 얘기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중년층 여성 노동자들은 매우 고강도의 노동을 감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찬값을 벌러 나왔다’는 인식 하에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고용되는 경우가 많다. 임신과 출산 이후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들의 노동문제 같은 부분들이 사회적 담론으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 현실이 아쉬워서 활동으로 이어나가게 됐다.





안소현: 여성들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사회적으로 표출하기 시작한 게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지 않나.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 이후 벌어진 여성들의 자발적 행위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폭력에 스스로 목소리를 내게 됐다. <그녀들의 점심시간>은 다양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놀라운 점은 이 다양한 이야기들이 유기적으로 구성되어있다는 것이다. 인터뷰 대상을 선정한 기준과 영화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방점을 둔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구대희: 점심식사라는 행위로 한국의 다양한 여성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전달하고자 했다. 최대한 다양한 연령대, 직업군을 다루고자 했고 엄격한 기준이 있었다기보다는 우선 인터뷰가 가능한 분들을 물색했다. 처음엔 지인들을 섭외하기도 했는데, 너무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인물들은 영화에 담기가 어려웠다. 여성이 많은 직업군인 식당, 환경 미화 종사자 분들을 꼭 섭외하고 싶었다. 



안소현: 이 작품에서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은 식사하는 행위를 세세하게 쪼개어 보여줌으로써 그 사이 새롭게 재발견하게 되는 것들이다. 실제로 밥을 해서 먹(이)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지 잘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식사라는 행위가 누군가의 노동에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에 대한 이야기로 좀 더 이어가보고자 한다. 작년 페미니즘 운동을 재촉발 시키기도 한 사건이다.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가 명백히 드러났다. 사건의 범죄자가 ‘피해 여성이 자신을 무시해서 죽였다’라고 정확한 워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검찰은 ‘묻지마 살인’으로 한정지었다. 사회의 병폐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여성은 폭력 가까이에 놓여있는데, 언론과 사회 분위기는 이를 여성문제와 철저히 구분 짓고 있는듯하다.



이지원: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이 가져다준 변화는 여성과 페미니즘의 목소리를 보편적으로 나아가게끔 한 점이다. 시위 현장 속 얼굴 노출의 위험 등 여러 제약적 요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꿋꿋이 동참했다. 물론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작용했겠지만 분명한 것은 여성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불안을 느껴왔다는 것에 기반한다. 이런 목소리가 하나의 큰 움직임으로 터져 나온 데에 사회가 정상적으로 응답했다면 결코 정신질환자의 일탈로 치부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보편의 경험으로 문제의식이 터져 나온 것이라면 적어도 사회는 성실하게 답할 의무가 있다. 우리 사회, 문화, 제도 등 전반에 도사린 여성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사회는 단순히 성전쟁, 남녀갈등 조장 등으로만 몰아가는 점이 매우 아쉽다. 여성과 페미니즘의 이야기들을 보편의 영역으로 확장시켜나가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 생각하며 활동하고 있다.



관객: 먹는 행위의 양상이 세대별로 다른 것 같다. 젊은 세대는 챙겨먹는 것도 힘든 것 같은데, 또 다른 세대에서는 먹는 것이 유일한 낙으로 기능하고 대화의 장을 형성하기도 한다. 



구대희: 이 영화는 큰 갈등이나 사건을 바탕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의 배열순서가 매우 중요했다. 처음엔 그냥 쉽게 연령별로 배열했는데, 그렇게 하니 별로 재미가 없었다. 아무리 같은 점심식사라고 해도 각각의 점심마다 느껴지는 감정의 깊이나 재미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관객들이 재밌게 느낄 수 있도록 순서를 다시 배열할 필요가 있었다. 크게 보면 연령대별로 구성한 것이라 볼 수 있지만 딱 그 틀에 맞춰서 구성한 것은 아니다. 사이사이 장치들을 넣으려고 고민했다. 그리고 연령대보다는 각각 처한 상황에 따라 모습이 달라지는 듯하다. 가령 경마장 환경 미화원 분들은 워낙 일이 고되다보니 같이 모여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이 유일한 낙이자 휴식인 거다.





관객: 제작기간, 그리고 인터뷰에서 재미있는 장면을 뽑아내기 위해 들인 시간 등이 궁금하다.



구대희: 총 제작기간은 2년 반에서 3년 정도이다. 시행착오를 많이 했다. 제대로 갖추고 난 다음 진행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름의 시행착오를 겪고 제대로 촬영한 기간은 약 1년 반 정도였던 것 같다.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는 사실 엄청 많은 장면을 찍은 다음, 그중에서 아주 예쁘고 잘 나온 것들을 뽑아서 만드는 거다. 등장한 열 분 모두 다 인간극장을 찍을 수 있을 만큼 각자의 이야기가 많은데, 어쨌든 콘셉트가 있었고 다양한 군상을 보여주고자 했기 때문에 많이 편집할 수밖에 없었던 게 아쉽다.



이지원: 영화를 만들기 전에 기획 의도 등을 미리 염두에 두고 작업에 들어가지 않나. 계획과 작품이 얼마나 부합하게 나왔는지가 궁금하다. 촬영한 결과물이 이전 의도와 달랐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구대희: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작업은 점심시간을 모아서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설득을 하는 과정이었다. 제작 지원을 받아야 했는데,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작업물의 가치를 설득시켜야만 했다. 구성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마지막에 모든 등장인물들이 다 같이 모여서 식사를 한다는 다소 오글거리는 안도 나왔다. 그런데 다 엎어지고 되게 담백하게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작업물이 완성됐다. 군더더기 없이 내 스타일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지원: 영화가 끝으로 가면 갈수록 점심시간이라는 게 힘이 되는 시간 혹은 즐거운 시간으로 비춰지는 듯하다. 희망적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보이는데, 맞는가?



구대희: 맞다.(웃음) 모두의 삶이 녹록치 않다. 무미건조하게 살기보다는 자기만의 꿈이나 희망 등을 품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이 영화 속에서 경마장 점심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각자 반찬을 싸와서 다 같이 먹고 당번으로 돌아가며 설거지를 하는 모습이 되게 보기 좋았다.



안소현: 개인적 성향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순 있겠지만, 여럿이 같이 모여 식사하는 모습이 매우 이상적이지 않았나 한다. 요즘은 SNS 상에서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모임을 찾는 경우도 있다. 먹는다는 행위가 단순히 생존의 문제가 아닌 소통의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식사가 우리 사회의 매우 중요한 담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대와 공동체의 가치는 여성으로서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로 확장해 가져가야 할 것이기도 하다.





관객: 촬영의 원칙, 현장에서 지키고자 했던 윤리, 찍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 더 듣고 싶다. 그리고 영화를 희망적으로 보았다는 활동가님께 질문이 있다. 요즘 현실이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은데 활동의 동력을 무엇에서 찾고 있는지 궁금하다.



구대희: 몇 번이고 촬영이 가능한 소재다. 한 번에 담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서 몇 번에 거쳐서 촬영을 했다. 점심시간에 맞춰서 촬영을 하니 같이 식사를 할 수 없었는데, 항상 같이 먹자고 하는 분들이 있었다. 노인정 촬영이 특히 그랬다.



이지원: 활동의 동력은 활동을 계속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인 듯하다. 돈도 시간도 많이 모자라지만,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활동을 지켜보는 것이 동력으로 작용한다. 활동을 하기 전까지는 평범한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여성으로서의 롤모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남자선배와 남자교수가 전부였다. 적극적인 행동을 하는 여성을 접하기 어려웠는데 이 활동을 하면서 많이 만나고 있다. 자극이 된다.



안소현: 이 작품은 대상들과의 거리감이 존재한다.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대상들과 가까워지려는 강박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관계를 맺지 않고 진행을 이어나간 배경이 궁금하다. 다음 작품에 대한 계획도 듣고 싶다.



구대희: 치밀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웃음) 사람 자체가 아직은 많이 조심스러운 편이다. 카메라도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평생 불편할 것이라 생각한다. 출연자에게 다가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사실 이 영화는 그들이 소탈했던 탓에 완성될 수 있었던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다큐멘터리 감독이라면 기본적으로 나를 찍지 않는 이상, 사람들과의 관계를 친밀하게 갖고 그 사람의 속마음을 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경지를 욕심내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불편하게 하면서까지 다가가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고 성격상 어려워하는 편이기도 하다. 출연자분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아직은 더 배워야 할 것도 있어서 다음 작품에 대한 생각은 미뤄두고 있다. 이제 막 이 영화에서 손을 뗀 기분이라 앞으로 차근히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안소현: 인물들과의 거리감이 꾸준히 견지된 것이 이 영화를 빛나게 한 점이라 생각한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인물들의 단면이 영화에서 툭툭 튀어 오를 때 한 개인의 삶이 아닌 우리의 모습까지 발견할 수 있었다. 활동가님의 계획도 묻고 싶다.



이지원: 강남역 10번 출구는 이제 일 년 정도 지났는데, 초기 멤버들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앞으로는 퀴어-페미니즘 활동에 집중해 활동할 수 있도록 이름도 바꾸고 채비를 할 예정이다. 많이들 참여해주시면 감사하겠다.





다양한 여성들의 지극히 일상적인 점심시간을 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는 구대희 감독의 말이 인상 깊다. 흔히 영화는 항상 특별한 것들, 특별한 이야기들, 특별한 사람들만을 담는 것으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특별하지 않다는 이유로 지나쳐버리기 때문에 도리어 종종 놓쳐버리게 되는 것이 어쩌면 우리에게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것들이 아닐까. 점심시간이라는 한 단면을 통해 마주한 그녀들의 삶은 혹여 전혀 특별하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영화가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다면 스크린 위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결코 특별하지 않은 게 아닐 지도 모른다. 역으로 ‘페미니즘’을 생소하게 느끼고 있다면 우리 사회가 지극히 일상적인 여성 문제를 놓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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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삶’과 ‘노동’에 접속하기

<그녀들의 점심시간>


강남역 10번 출구 활동가 이지원


영화 <그녀들의 점심시간>에는 총 열 명의 여성들이 출연한다. 카메라는 별다른 사건이나 반전 없이 각자의 공간에서 생활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비춰준다. 취업준비에 지쳐 텔레비전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모습, 직장에서 상사에게 지적받는 모습, 사람 없는 경로당에 누워 잠든 모습……. 우리는 연령도, 직업군도 모두 다른 그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식사하는 모습을 포착해낸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그녀들의 이야기는 은밀하게 접속된다.

직업이 배우인 ‘그녀’는 임신 이후 난생처음으로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 삶에서 일이 중요한 가치였기 때문에 미뤄왔던 임신을 한 그녀는 때로는 육체적으로 고통스럽기도 했던 임신의 경험이 배우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녀에게 임신은 경력을 유지하기 위해 미뤄왔던 것이지만 지금은 어머니로서의 행복과 배우로서의 자원, 양쪽 모두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어머니로서의 행복 이면에 있는 육아노동을 동시에 조명한다. 세 아이의 어머니인 ‘그녀’의 하루는 아이들을 깨워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빵으로 늦은 아침을 때우다가도 아이가 깨어 엄마를 찾으면 먹던 빵을 내려놓고 부리나케 달려가 아이를 얼러 안아야 한다.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돌아오고 난 뒤 식사를 준비할 때에도, 아이들에게 밥을 다 먹이고 본인의 식사를 챙길 때에도 아이들은 끊임없이 엄마를 찾는다. 보기만 해도 엄청난 강도의 노동임을 짐작할 수 있으나, 그녀의 정신없는 식사시간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것부터 질문해보아야 한다.

사회는 ‘그녀’의 하루에 노동이 있다고 이야기할 것인가? 육아는 어째서 ‘그녀’의 몫인가? ‘내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노동임을 주장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생각해보자. 모성애 없는 여자, 비정한 모정의 낙인이 찍힐 것이다.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집에서 놀고 먹으며, 떼로 몰려다니며 카페에서 비싼 커피를 마시고 아이 단속도 하지 않는 엄마”를 지칭하는 ‘맘충’ 서사가 대중화된 지금은 더욱 그렇다. 한국사회에서의 모성신화는 여성의 영역을 가정으로 규정하고, ‘육아’라는 엄청난 노동을 어머니로서의 숭고한 헌신과 희생으로 포장해왔다. 이는 비단 육아 뿐 아니라 가사노동에도 비슷한 형태로 나타난다. “빛 좋은 개살구”, 골드미스인 ‘그녀’가 결혼과 출산을 하고 싶다고 느끼면서도 “가정에서의 ‘나’가 되는 것은 밥을 차린다는 것”이라고 통찰하듯이 말이다.

그녀의 말마따나 ‘밥 차리는 것’이야말로 젠더화된 노동이다. 누군가에게 식사시간은 휴식의 시간일 수 있겠으나 누군가에게는, 특히 여성에게는 식사시간이란 으레 노동의 시간인 것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그녀’는 타인의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동안 “전쟁을 치른다.” 뒷정리까지 모두 마친 그녀는 늦은 시간 그때그때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 그 와중에도 손님맞이는 계속된다. 그녀의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여유로운 점심시간은 사실상 그녀의 노동 위에 서있는 셈이다.

신발가게를 하는 ‘그녀’는 남편과 함께 식사할 때와 혼자 식사하는 지금을 비교하며 “그때는 반찬도 신경 써서 준비하고, 예쁘게 차려 먹”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남은 반찬으로 점심을 먹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녀에게 “여자는 가족을 먹이기 위해 요리”하는 것인데, 이것이 비단 그녀만의 생각인지 질문해보아야 한다.

취업준비생 ‘그녀’는 혼자 식사하는 또 다른 출연자다. PD의 꿈을 꾸고 있는 그녀는 강의를 듣는 등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지만 “되고 싶은 욕구만 남아있고, 실패한 기억 뿐”인 그녀에게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과정은 녹록치 않다. 노력에 대한 보상이 돌아올지를 확신하기 어려운 채로 기약 없이 시간을 보내야 하는 취업준비생에게 식사다운 식사란 어쩌다 친구와 만났을 때에야 겨우 가능한 것이다. “이게 7일째 된 밥인가? 괜찮아. 먹고 소화하면 돼.” 되고 싶은 모습과 하고 싶은 일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의 외로움과 불안함은 그러나 그 되고 싶은 모습이 된다는 것,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의 행복이 얼마나 간절한 것인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택시기사인 ‘그녀’는 “택시는 시간이 돈”이기 때문에 차 안에서 김밥으로 식사를 하다가도 손님이 오면 얼른 먹던 것을 멈춘다. 그러나 “운전하는 것도, 손님과 이야기 나나누는 것도,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도 좋아하는 그녀는 택시운전에서 즐거움을 느끼며 여성 운전자로서 겪어야 하는 부당한 대접에도 굴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달린다.

한편, 함께하는 점심시간을 통해 노동의 고단함을 잠시 잊어내는 경우도 있다. 경마장 청소노동자인 ‘그녀들’은 돈을 잃은 경마꾼들의 예민함에 힘든 노동의 시간을 보낸다. 관리자는 청소 도중임에도 불구하고 불을 꺼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집에서는 맛이 없”던 밥도 “여럿이 먹으니 맛있다.”는 그녀들은 서로 반찬을 나누고, 너무 적게 먹는다며 핀잔을 주기도 하면서 서로를 챙겨주고 의지한다. ‘식구’의 뜻이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임을 비춰봤을 때, 그녀들에게 점심시간은 서로가 서로에게 식구인 시간이다.

경로당의 ‘그녀’ 역시 몸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아침도 못 먹고 온” 노인들의 식사를 챙긴다. 이틀 안 나오면 궁금해서 전화를 한다는 그녀는 그 이유를 “식구니까”라고 말한다. 그 말대로 경로당의 할머니들은 같이 먹을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모여앉아 식재료를 다듬는다. 경로당이라는 공간에서 모두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밥을 먹음으로서 그들은 혼자가 아닌 그들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간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삶과 노동 속에서 그녀들은 나름의 방식대로 삶을 살아나가고 있다. 누군가는 또래 여성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하드록, 블루스록 같은 음악을 들으며 몸을 흔들고, 누군가는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스스로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저녁만이라도 맛있는 식사를 찾아 먹기도 한다. 또 함께 먹는 시간을 통해 서로에게 든든한 식구가 되는 ‘그녀들’이 있는가 하면, 고된 취업준비의 시간 속에서 간간히 친구를 만나 “밥다운 밥”을 먹는 ‘그녀’가, 자신의 일을 온 몸으로 즐기며 살아가는 ‘그녀’가 있다.

영화는 “점심시간”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생활의 기본적인 영역인 식사를 조명함으로서 여성들의 삶과 노동에 진하게 접속한다.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점심시간”을 통해 만나는 그녀들의 삶과 노동이 각자 분리된 듯 연결되어 있고, 어쩌면 ‘그녀들’을 바라보는 ‘나’의 그것과도 닮아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맛있기만 한 것은 아닌, ‘그녀들’의 삶과 노동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진솔하게 와 닿는다.

영화 속 ‘그녀들’, 그리고 영화 밖의 ‘그녀들’은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매일 먹는 밥을 짓고, 먹고, 나누며 ‘우리’의 삶을 살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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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는 언제나 거짓으로 진실을 말한다

 인디피크닉 2017 <플라이> <여름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인디토크


일시 2017년 4 9일(일) 오후 6 상영 후

참석 <플라이> 임연정 감독, 정하담 배우, 이혜미 배우 / <여름밤> 이지원 감독, 정다은 배우 /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안선영 배우

진행 배주연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현재 님의 글입니다.


영화는 종종 그 사회의 모습을 담는 거울이 된다. 카메라는 기계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눈을 연장시킨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우리가 얼굴을 맞대고 살고 있는 일상을 풍경들을 남기기도 한다. 그것은 때때로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본다는 것의 의미를 일깨우는 일이기도 하다. 나아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모습을 본다는 것은 우리의 인식을 확장시켜 더 나은 이해를 제공할 것이다. 폴 발레리는 “용기를 내어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용기를 내 자신의 눈을 속이지 않고 대중의 눈이 닿지 않는 곳까지 바라보고자하는 감독과 배우들을 만났다.



배주연 평론가: 연출 의도와 만든 계기에 대한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플라이> 임연정 감독: 처음에 모두가 한 방향으로 걸어갈 때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는 여자 아이를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아이가 스스로를 극복할 만큼 강한 아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출을 했습니다.

 

<여름밤> 이지원 감독: 세대는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처지에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로 연대를 다루고 싶었고 ‘소영’이 하는 조금 다른 선택을 통해 이 시대 어른들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레즈비언인 두 사람이 서로를 닮은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욕망에 집중을 했어요. 


관객: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에서 차 앞 유리의 얼룩에 포커스가 맞춰지며 제목이 뜨는 것이 인상 깊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오프닝에서 이 영화의 전체적인 스탠스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전반적으로 모호한 화면을 연출하려고 했습니다.



관객: 각 영화마다 계절감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해요. 그 계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배우 분들은 시나리오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어서 작품에 임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총 10회차 정도였는데, 겨울 3회차, 여름 3회차, 봄 3회차 정도로 나누어 구성을 했습니다. 현실과 과거가 9년이라는 시간차를 갖기 때문에 단순히 분장을 다르게 하기 보다는 계절감을 주어 관객들을 헷갈리지 않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배우 분들과 스태프 분들이 이 일에 잡혀 고생을 조금 해야 했어요.


<여름밤> 이지원 감독: 더워서 지치는 여름밤이 이 소녀들의 지친 일상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을 했고 둘이 모여서 화해를 이루고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분위기가 여름밤과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그래서 여름으로 배경을 잡아두고 작업을 했습니다.

 

<플라이> 임연정 감독: <플라이>는 앞의 두 영화만큼 계절이 영화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은 것 같아요. 사실 마쳐야하는 일정이 있어서 그 때 찍은 이유가 가장 커요. 지나고 보니 영화 전체 분위기를 잡아주는 역할로 적당한 때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주연 평론가: 이혜미 배우님은 <플라이>에서 배우뿐만 아니라 무술감독도 맡았다고 이야기를 들었어요.


<플라이> 이혜미 배우: 저는 현직 복서이자 스턴트우먼이에요. 복싱을 주제로 한 단편영화라고 해서 흥미를 가지게 되었어요.

 

<여름밤> 정다은 배우: ‘민정’이 가난과 불행에도 어긋나지 않는 모습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안선영 배우: 예전에도 감독님과 작업을 한 적이 있어요.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서 시나리오를 받기 전부터 당연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시나리오를 받고 깜짝 놀랐어요. 술술 잘 읽혔고 여태까지 봐온 퀴어영화와는 전혀 다르게 느껴졌어요. 어떻게 이렇게 귀여울 수가 있지 생각이 들어서 이끌린 것 같아요.


배주연 평론가: 배우 분들께서 정말 고생을 많이 했을 거 같아요. 복싱을 배워야 했고, 여름밤에 계속 뛰어다녀야 했고, 특히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에서는 다리에서 떨어지는 장면도 있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그 장면은 스턴트 하는 분이 대신 해주었습니다.


배주연 평론가: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 그리고 기억에 남는 점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플라이> 정하담 배우: 복싱 연습을 열심히 하고 곧잘 한다는 이야기도 듣고 촬영에 나갔는데, 캐릭터가 너무 역동적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소화하면서 조금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바쁘게 열심히 했어요.


<플라이> 이혜미 배우: 편집돼서 나오진 않았지만 저와 정하담 배우가 스파링 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무술감독으로서 애정하는 장면이었고 저희 둘이 고생한 장면이라 기억에 남아요. 조금 아쉽습니다.


<여름밤> 정다은 배우: 뛰는 장면이 힘들기보다 굉장히 즐거웠어요. 기억에 남는 건 패스트푸드 아르바이트 장면인데, 처음 해봤는데도 재미있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안선영 배우: 당시는 정말 힘들었던 것 같은데 지나고 보니 힘든 게 아니더라고요. 동성애 연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할 때는 자연스럽게 잘 됐어요. 키스신이나 베드신 정도가 생각이 나요. 준비하면서 힘들었지만 정말 좋았던 기억입니다.



관객: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는 귀여워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어요. 감독님이 남성이어서 깜짝 놀랐어요. 퀴어, 레즈비언 소재를 다루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소재를 어떻게 이해하고 만들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맞아요. 정말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디렉팅을 해야 하는지, 시나리오 곳곳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잘 몰랐어요. 실제 많은 분들을 오프라인으로 대면하면서 “이런 영화를 찍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묻기도 했어요. 콘텐츠도 많이 찾아봤고요. 배우 두 분이 따로 레즈비언 카페에 간 적도 있어요. 얼마 전에 <캐롤>(2015) 개봉했을 때는 만나서 표 2장 주고 저는 빠지기도 했습니다.


관객: <플라이>에서 감정의 클로즈업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는 전체적으로 섬세해서 놀랐습니다. 레즈비언을 소재로 한 퀴어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어떻게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플라이> 임연정 감독: 시나리오를 쓸 때 제일 처음 쓴 부분이 자판기 장면이었어요. 자연스럽게 작은 생명을 구하고, 자기를 구원하고, 복싱에 마침 플라이급의 체급이 있고, 그런 부분들을 모아 만들었어요. 그리고 정하담 배우가 들어오고 나서 더 제대로 만들어진 느낌이에요. 계속 가까이 갈 수 밖에 없더라고요. 클로즈업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정하담 배우의 얼굴이 너무 영화적이었어요. 그래서 그걸 계속 담아내고 싶은 욕망이 생긴 것 같아요. 


배주연 평론가: 클라이맥스 직전의 장면으로 영화를 연 것은 처음에 시나리오를 그렇게 썼기 때문인가요?


<플라이> 임연정 감독: 편집할 때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리 클라이맥스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처음부터 퀴어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어요. 물론 장르로 따진다면 퀴어영화가 될 수도 있죠. 하지만 저는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로 시작했어요. 



관객: 세 편 모두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데 그렇게 설정한 이유나 계기 혹은 의도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여름밤> 이지원 감독: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제 영화에서 성별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고요, 시나리오를 쓰기 전부터 생각했던 이미지가 같이 조는 장면, 마지막 엔딩 장면이었어요. 그런 이미지들을 생각하다보니 여성이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제 영화는 여성의 입장을 크게 부각시키는 영화도 아니고 그냥 한국의 청소년과 젊은이에 관한 이야기에요. 두 명의 남성보다는 두 명의 여성이 분위기 상 더 좋을 거 같아서 자연스럽게 여성 캐릭터를 다루기로 했습니다.


<플라이> 임연정 감독: 일단 제가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의 삶이 더 궁금했어요. 그리고 영화 속에서 남성들을 너무 많이 보지 않았나하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여성을 주인공으로 잡은 것 같아요.


관객: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감독님은 어떤 장면을 특별히 신경 썼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 감독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 정지윤 감독: 특별히 신경 쓴 장면은 웨딩숍에 가는 장면이에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거잖아요. 사실 떠나보내는 건 아닌데, 떠나보내는 것 같은 감정이 느껴져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신경을 많이 썼어요. 물론 현실에서는 동성결혼이 법제화되어있지 않고, 둘이 아이를 낳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건 영화잖아요. 어떤 분들은 해피엔딩으로 볼 수도 있고 어떤 분들은 새드엔딩으로 볼 수도 있겠죠. 


관객: <여름밤>의 두 주인공이 서로 너무 닮아있어요.


<여름밤> 이지원 감독: ‘소영’의 입장에서 ‘민정’이 자신의 과거일 수 있고, ‘민정’의 입장에서는 ‘소영’이 자신의 미래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두 명의 배우가 서로 닮아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자발적인 의지를 가지고 산다는 것은 언제나 용기를 요구하는 일이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고 많은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것은 우리의 용기이기도 했고 서로의 연대이기도 했다. <플라이>에서 한별은 자기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까지 스스로 수많은 용기를 내야 했고 <여름밤>에서 소영은 남을 위한 용기를 내기까지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과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는다>에서는 서로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위해 서로를 마주할 용기를 내야만 한다. 언제나 깨어있는 것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발레리는 “꿈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깨어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꿈은 우리에게 자신을 마주할 용기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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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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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연대에 관한 이야기  2017 으랏차차 독립영화 <여름밤>, <천막>  인디토크


일시 2017년 2월 11일(토) 오후 2 상영 후

참석 <여름밤> 이지원 감독, <천막> 이란희 감독

진행 차한비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원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희원 님의 글입니다.


자신의 삶이 타인에 의해 피해 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청년세대. 그 치열한 경쟁사회 한가운데에 살고 있는 고3 수험생 ‘민정’과 민정의 과외 선생님이자 취업준비생인 ‘소영’. 어느 날 민정은 소영에게 과외 시간을 바꿔달라고 부탁하고 그 요청을 무시할 수 없었던 소영은 그걸로 인해 자신의 일상이 무너지는 상황을 겪게 된다. 자신의 선택과 그로 인한 변화를 감수하면서도 인간다운 관계를 선택한 두 인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여름밤>.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의 3,169일째 날의 천막 농성장. 직장을 잃고 가장의 역할까지 잃은 세 명의 노동자에게 어느 날 터무니없는 소송비용 청구서까지 배달된다. D-1가 아닌 D+1, D+2, D+3….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전이 되어버린 투쟁에서 노래하고 연대하고 오직 옆에 있는 사람들을 의지하며 천막을 지키는 세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천막>.

서로 다른 듯 같은 상황, 같은 처지에 놓인 두 영화의 인물들을 통해 관객은 현대사회에서 너무 낯설고 어색해진 ‘연대’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너무 거대하고 어려워 보였던 연대의 모습이 영화를 통해 어떻게 가장 구체적으로 관객에게 다가올 수 있는지 <여름밤> 이지원 감독과 <천막> 이란희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차한비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원(이하 진행): 작년 한 해 여러 영화제를 통해 상영되었고 여러 사람들에게 화제작으로 거론되고 또 상도 많이 받은 작품들이에요. 어떻게 보면 두 영화가 다른 모양새지만, 이렇게 같이 놓고 상영하니 닿아있는 지점도 많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두 영화가 시간과 연대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또 그 속에서 좋은 어른으로 산다는 게 뭘까, 괜찮은 사람으로 산다는 게 뭘까, 이런 고민을 던져주는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시나리오를 구성하게 되었는지,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지원 감독(이하 이지원): 이 영화로 작은 연대를 통한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어른으로서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살아야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었어요. 요즘 사회적으로 작은 손해도 용납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야기 하고 싶어서 시나리오를 썼어요. 그런 지점이 잘 나타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이란희 감독(이하 이란희): 어떤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정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2013년에 콜트콜텍 밴드 분들이 공연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된 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콜트콜텍 투쟁 이야기를 장편 시나리오로 작업했는데 잘 안 풀렸어요. 시나리오를 쓰려고 자주 천막에 가서 인터뷰를 했죠. 그런데 아저씨들이 인터뷰할 때 말이 되게 짧으세요. 받아 적을 만한 것이 별로 없더라고요.(웃음) 아저씨들과 더 오래 만나려면 뭔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천막> 전에 단편영화 3편을 더 찍었어요. 그렇게 영화를 같이 찍다 보니까 아저씨들과 영화제 같은 데에서 상영할만한 단편영화를 찍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장편 시나리오가 잘 안 써졌고요. 그래서 <천막>을 단편으로 만들게 되었어요. 아저씨들이 겪은 이야기들로 만들었고, 그래서 자극적인 사건들은 피해갔어요. 그러다 보니 일상 중심으로 영화가 진행된 것 같아요. 


진행: 내가 나를 연기한다는 게 어떤 연기보다 힘든 것 같아요. 세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합이 잘 맞았어요. 작년 대구단편영화제에서 <천막>으로 세 분이 연기상도 받으셨잖아요. 그때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그때의 수상 소식과 수상 소감이 되게 감동적이었거든요.


이란희: 대구단편영화제는 연기상, 촬영상, 작품상 등을 영화제에 출품한 감독끼리 모여서 반장 투표하듯이 뽑아요. 그때 제가 투표하는 자리에서 다른 감독님들한테 연기상에 <천막> 투표 좀 해달라고 사정했어요.(웃음) 많은 감독님들이 이 세 분이 처한 현실과 연기하는 모습에서 감동하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어서 표를 준 것 같아요. 수상 소식을 콜트콜텍 아저씨들께 전하니 매우 기막혀하면서 영화제에서 어떻게 자기들한테 연기상을 주냐고 했어요.(웃음) 한국대중음악상 특별상을 받으신 적이 있어요. 음악가들이 연주할 수 있도록 기타를 만든 노동에 대한 감사 형태로 공로상 비슷하게 받은 거예요.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받은 것이 본인들이 생각하기에도 좀 부끄럽고 프로 배우들한테 미안하기도 했나 봐요. 대구단편영화제에서 수상 소감으로 열심히 살라는 격려와 지지로 받아들이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도 그때 객석에 앉아 있다가 좀 울컥했어요. 무뚝뚝한 분들인데 불쑥불쑥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걸 보게 돼요.


진행: 오늘 저도 영화 보면서 또 울컥했어요. 여러 가지 생각과 마음이 오고 가는 영화인 것 같아요. <여름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 묻고 싶어요. 연기가 인상적이어서 필모그래피를 찾아봤어요. 그런데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었나요? 또 대사가 많지 않고 배우들이 이끌어가는 공기가 큰 영화여서 감독님이 적극적으로 디렉팅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지원: 소영(한우연 분), 민정(정다은 분) 둘 다 연기경험이 별로 없는 친구들이에요. 한우연 배우는 연기를 전공하는 대학생이었고 정다은 배우는 저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어요. 그 전에 영화를 한 편 정도 찍은 상황이었고요. 다은 배우는 그 전에 제가 봤던 영화에서 인상적이어서 캐스팅했고요, 소영 역할은 오디션을 굉장히 많이 봤어요. 민정 역 캐스팅이 먼저 되었고 거기 맞춰서 소영 역을 뽑았어요. 두 인물이 알게 모르게 외적인 생김새가 닮아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조합을 잘 찾기 위해 오디션을 꽤 많이 봤어요. 가장 먼저 한우연 배우 오디션을 봤어요. 처음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인상에 남았죠. 그 후에 열 명이 넘는 배우들을 만나보았는데, 이 둘의 느낌이 비슷해서 최종적으로 둘을 조합했어요. 연기 디렉팅은 현장에서 하기보다 사전에 많이 만나서 이야기했어요. 셋이 같이 만나 이런저런 사적인 이야기도 하면서 서로의 생각이 어떤지, 전체적인 영화의 느낌이 어떤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요. 많은 부분 합의를 보고 들어갔기 때문에 배우들이 알아서 잘 해줬어요. 


진행: <여름밤> 속 주황색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둘이 나란히 배낭을 메고 걸어가는 모습 등 두 배우의 투샷이 나올 때마다 찡했어요. 음악도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음악감독님이 이 영화를 위해 음악을 따로 만들었나요?


이지원: 학교 후배에요. 원래 음악 전공은 아닌데, 영화를 하면서 음악도 같이 하는 친구예요. 확실히 영화를 하는 친구라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영화적 감성을 훨씬 더 잘 파악하고 이해하는 강점이 있어서 제가 부탁했고 잘 만들어 줬어요. 



진행: 두 감독님 전작을 비롯해 약자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평소에도 계속 그런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내는지, 그래서 시나리오도 그러한 방향으로 발전되는 건지 궁금해요.


이지원: <여름밤> 전에 찍은 두 단편에서도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있었어요. 전부터 20대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영화를 찍을 때 자연스럽게 그런 주제를 많이 생각하면서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20대를 보냈고, 그런 불안감을 가졌기 때문에 관심이 많아지지 않았나 생각해요. 


진행: 예전에 본 이지원 감독님의 <푸른 사막>(2011)도 오래 인상에 남았어요. 대사도 많지 않고 등장인물도 거의 없는 15분 남짓의 짧은 단편영화인데, 일자리를 구하는 여성의 한나절을 다뤘어요. 나중에 관객 분들도 기회 되면 꼭 한번 보면 좋겠어요.  


이란희: 드라마를 볼 때마다 작가들은 저 등장인물을 도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신기함과 궁금증이 있어요. 예를 들면 대기업 간부, 상무, 전무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알까? 한 번이라도 만나봤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웃음) 어쩌다가 국회토론회 같은 데 가면 옆방에 국회의원들이 잠깐 들락거리는 걸 보기는 하지만, 그 외에는 같이 이야기를 나누거나 밥을 먹거나 하는 그런 경험은 거의 없어요. 제가 노는 물 자체가 이미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가 거의 없는 환경이에요. 그래서 보고 듣고 사는 게 저랑 비슷한 분들, 소위 사회적 소수자라 일컬어지는 분들을 자주 봐요. 또 제가 시나리오를 쓰는 방식이 관찰에 의존하는 방식이어서 상상 혹은 전혀 모르는 세계, 예를 들면 조선 시대 보물섬이나 해적선 같은 걸 조사해서 이야기를 하는 쪽으로는 거의 발달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관찰한 것을 중심으로 쓰다 보니까 저랑 비슷하게 힘도 없고 돈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외국인이든 오랫동안 천막에서 농성하는 분들이든 제가 그분들에게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저와 뭔가 비슷한 점을 느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 생각해요. 


진행: 이란희 감독님의 <파마>(2009), <결혼전야>(2014)도 인상 깊게 봤어요. 이주민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파마>와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 속에서 유쾌한 지점을 잡아낸 <결혼전야>도 관객 분들이 나중에 함께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최근에는 어떤 것들을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이지원: 장편 시나리오를 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와 조금 다른 방식의 상업영화를 준비하고 있어요. 상업영화 시나리오는 처음이라 배우면서 쓰고 있어요. 지금까지 관심 있었던 주제, 제 강점들을 잘 녹여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란희: 콜트콜텍 장편을 쓰려고 하다가 지금 단편을 찍은 상황이에요. 사실은 <천막>이 1박 2일 짧은 이야기여서 담고 싶은 걸 많이 못 담았어요. 아저씨들도 영화 <카트>(부지영, 2014)처럼 카트 쫙 밀고 들어가는 그런 장면 없냐, 용역들이 와서 막 싸우고 문자로 해고당하는 장면 넣어야 관객들이 좀 알지 않겠냐 하면서 굉장히 원하셔요.(웃음) 콜트콜텍에 대해 조사한 세월이 있기 때문에 단편으로 마치기가 아까워요. 그동안 한 10개 정도 버전으로 써봤어요. 그런데 그것들이 10년 동안의 투쟁을 몰아넣은 다큐멘터리 같아서 주저돼요. 어떻게 하면 상영시간 100분 남짓을 투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등장인물과 같은 문제를 겪는 마음으로 영화를 볼 수 있게 만들까, 어떤 이야기가 그릇이 되면 그게 가능할까 고민하고 있어요. 꼭 장편이 아니더라도 단편이든 중편이든 못 다한 이야기를 더 할 수 있다면 영화 길이와 상관없이 써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에게 제작비를 준다는 사람이 없어서 꼭 써야 한다는 부담은 없어요.(웃음)



진행: <천막>을 왜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로 만들었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죠?


이란희: 미디액트에서 다큐멘터리 수업을 들은 적이 있어요. 제 인성으로는 다큐멘터리를 도저히 만들 수 없겠더라고요. 친한 친구 세 명을 인터뷰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중에 ‘너는 왜 알코올 중독이면서 마누라를 그렇게 힘들게 하느냐’는 핵심적인 질문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질문을 정말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이건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콜트콜텍을 다큐멘터리로 찍는다면 아저씨들에게 별별 이야기를 다 물어봐야 했겠죠. 투쟁이 실제로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는 다른 매체를 통해 알 수 있어요. 다큐멘터리에서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은 ‘그래서 가정사는 어떻게 됐지?’, ‘그래서 인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이 바뀌었지?’ 이런 것들일 텐데, 아저씨들한테 그런 답변을 속 시원하게 받기도 쉽지 않지만, 제가 담이 크지 않아서 그런 직설적인 질문을 던지기는 힘들 것 같았어요. 이미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 관련 다큐멘터리가 여러 편 나와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굳이 제가 인성에도 맞지 않는 다큐멘터리를 할 필요가 없고, 또 잘 만들 거란 보장도 없지요. 극영화라는 형식이 사람 대 사람을 만나는 기분으로 볼 수 있는 형태인 것 같아서 극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진행: 감사합니다. 마지막 인사 한 말씀 부탁드려요. 


이지원: 주말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이란희 감독님과는 작년에 영화제에서 꽤 많이 뵈었어요. 대구단편영화제 연기상에 주저 없이 투표했을 정도로(웃음) <천막>은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감독님 전작들도 재밌게 봤는데, 이렇게 같이 상영을 하게 되어서 기분 좋아요. 추운데 조심히 돌아가세요. 


이란희: <여름밤>을 네 번 봤는데, 볼 때마다 느껴요. 사실 연대라는 말이 갖는 무게가 엄청나게 크잖아요. 조금 불편해지거나 본인의 몫을 가지지 못하면서도 인간다움을 선택하는 순간들이 연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런 선택을 하는 주인공에 대해서, 저랑 나이 차는 20년 나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 굉장히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취업준비생들에 대한 영화는 엄청 많은데, 이런 상황에서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어떤 마음에서 그런 선택을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가져온 결과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이렇게 진지하게 접근하는 영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천막>에는 주인공이 할 수 있는 윤리적 선택과 관련한 고민 같은 게 빠졌다는 생각도 들고요. 제 영화에 대해 부족함을 많이 느끼게 해주는 영화였다고 느껴요. 영화제들이 거의 끝나가는 상황에서 <여름밤>, <천막> 두 영화를 함께 틀 기회를 갖게 되어 기분이 좋았어요. 오늘 바깥에 집회도 있는데, 보러 와주신 관객 분들께 감사드려요.



추운 겨울, 영화가 상영 중인 극장 밖 멀지 않은 곳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든 시민들의 연대가 한창이다. <여름밤> 가방 양 끈을 가슴 쪽으로 가깝게 끌어당기고 나란히 걷는 두 주인공과 장기전이 되어버린 투쟁현장에서 서로를 위로하며 의지해 나가는 <천막>의 세 노동자의 모습이 닮았다. 그리고 그 인물들은 지금, 여기 촛불을 든 시민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두 영화의 인물들은 같은 시간, 같은 처지로 우리 앞에 마주 서 있는 것이다. 두 영화의 인물들과 극장 밖 시민들이 든 촛불이 뿜는 그 연대라는 따뜻한 온기가 극장 안까지 전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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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10살 소녀의 기상천외한 도둑질!

모두의 마음을 훔칠 ‘견’범죄 휴먼코미디


어느 순간 아빠와 함께 집이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지소는 동생 지석이랑 엄마와 함께 미니 봉고차에 지낸 지 벌써 한 달.

딱 일주일만 있다가 이사 간다는 엄마 말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개를 훔친다 → 전단지를 발견한다 → 개를 데려다 준다 → 돈을 받는다 → 행복하게 끝!]

완벽해! 집을 구하기 위해 지소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계획한다.

개를 잃어버려도 금방 다시 사지 않을 어중간한 부잣집, 들고 뛰기에 적당한 어중간한 크기,

훔칠 개를 물색하던 지소는 레스토랑 마르셀의 주인인 노부인의 개 ‘월리’를 목표로 정하는데…


올 겨울, 가장 완벽하게 전 세대의 마음을 훔친다!



INFORMATION

제    목|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감    독| 김성호

원    작| 바바라 오코너 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How to Steal a Dog)」 

출    연| 김혜자, 이레, 최민수, 강혜정, 이천희, 이지원, 홍은택

특별출연| 이홍기, 이기영, 조은지, 김원효, 샘 해밍턴

장    르| ‘견’범죄 휴먼코미디

제    작| ㈜삼거리픽쳐스

배    급| 리틀빅픽처스

공동배급| ㈜대명문화공장

크랭크인| 2014년 6월 14일

크랭크업| 2014년 9월 6일

개    봉| 2014년 12월 예정

홈페이지| www.steal-dog.co.kr

페이스북| facebook.com/littlebigcin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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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an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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