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ORMATION 


제목: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 / Sound of Nomad: Koryo Arirang

장르: 음악 다큐멘터리 

출연: 방 타마라, 이함덕 

감독: 김소영 

제작: 822 필름  

배급: ㈜시네마달

상영시간: 96min 

관람등급: 전체관람가 

개봉: 2017년 5월 25일 






 SYNOPSIS 


“우리는 곳곳에 다니면서 

부끄러운 적 없는 공연을 했어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즈스탄, 모스크바… 

세계 곳곳으로 흩어진 이들에게 ‘고려극장’이 찾아오는 날은 유일한 잔칫날이었다.

잃어버린 가족을 다시 만난 듯,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러시아인 어머니, 고려인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사랑 받았던 ‘방 타마라’,  

100여 가지의 배역을 소화했던 무대의 여왕 ‘이함덕’, 


시베리아 벌판을 무대 삼아 위로의 무대를 선사했던 

두 디바의 경이로운 삶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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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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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목) 13:00 | 19:30

4월 21일(금) 11:00 | 17:20

4월 22일(토) 13:00 | 19:30

4월 23일(일) 15:10

4월 24일(월) 11:00 | 17:20

4월 25일(화) 15:20

4월 26일(수) 11:00 | 17:00

4월 27일(목) 15:30

4월 28일(금) 11:00 | 17:30

4월 29일(토) 13:00 | 19:30

4월 30일(일) 15:10

5월 1일(월) 11:00 | 19:30

5월 2일(화) 13:00 | 17:20

5월 3일(수) 11:00 | 15:10









이후 상영일정은 추후 공개됩니다.













 예매하기 

● 맥스무비 http://bit.ly/9BCgci

● 예스이십사 http://bit.ly/an5zh9

● 네이버 http://bit.ly/OVY1Mk

● 다음 http://bit.ly/1srfYBx





 INFORMATION 


제목 <더 플랜> (The Plan)

제공/제작 프로젝트 부

제작 김어준

감독 최진성

장르 대선 미스터리 추적 다큐

개봉 2017년 4월 20일






 SYNOPSIS 


당신의 손을 떠난 한 표는 과연 어디로 갔을까?

2012년 대선이 남긴 ‘숫자’ 속미스터리를 밝혀라!


지난 18대 대선을 되짚어보자. 

전국 13,500여 개 투표소의 투표함들은 251개의 개표소로 이동됐고, 

1,300 여대의 ‘전자 개표기’에 의해 분류됐다.

그렇게 분류된 데이터를 위원장이 공표하고, 이후 전국에 방송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전국 251개의 모든 개표소에서 같은 패턴을 가지고 등장하는 ‘어떤 숫자’를 발견한 것.

과학자, 수학자, 통계학자, 국내외 해커들이 모두 뭉쳐 

이 수상한 숫자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추적 결과, 그들은 소름 끼치도록 놀랍고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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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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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노동자들, 그 투쟁의 기록  FoFF 2017 <가현이들>  인디토크


일시 2017년 2 28일(화) 오후 5 10분 상영 후

참석 윤가현 감독 | 이가현(알바노조 위원장), 이가현(불꽃페미액션)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정 님의 글입니다.


‘청년’하면 떠오르는 암울한 분위기들. ‘노동조합’하면 떠오르는 부정적인 이미지들. 이 두 가지 요소가 합쳐지면 어떤 다큐멘터리가 등장하는 걸까. <가현이들>은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의 청년들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기존의 노동영화와는 달리 무겁지만은 않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또한 청년의 삶에 있어 우울한 단면뿐만 아니라 정력적이고 유쾌한 모습 또한 조화롭게 보여주었다. <가현이들>의 히로인, 세 명의 ‘가현이들’과 함께 인디토크를 진행했다.



진행(석자은 관객 모더레이터): 안녕하세요. 인사 말씀과 근황 이야기를 부탁드릴게요.


이가현(불꽃페미액션): 안녕하세요. 저는 이가현입니다. ‘알바노조’ 조합원이자 ‘불꽃페미액션’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가현(알바노조 위원장): 맥도날드에서 일을 했던 이가현이고요, 지금은 알바노조의 위원장으로 있습니다.


윤가현 감독: 시간 내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 만든 윤가현 입니다. 


진행: 저는 노동영화를 꽤 많이 본 편이에요. 기존의 노동영화는 항상 엄숙하고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되었는데, 이 다큐멘터리 같은 경우 보기 편하면서도 주제에 대해 심도 있고 조화롭게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어떻게 영화를 찍게 되었나요?


윤가현 감독: 저도 노동영화를 많이 보았는데요, 다큐멘터리 노동영화를 보면 힘들더라고요. 슬프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감정이 가라앉지 않고요. 이 영화를 만들 때, 다큐멘터리 노동영화를 전혀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영화의 분위기를 무겁지만은 않게 가져가야 했어요. 미디어에서 비추는 청년의 현실은 너무 힘들어요. 그런데 저는 항상 힘든 사람이 아니고, 그런 단면들만 보여주는 것이 청년들을 설명하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불쌍한, 애처로운 대상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찍은 이유도 있습니다.


진행: 알바노조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가현(알바노조 위원장): 알바노동자들이 미디어를 통해 불쌍한 존재로만 소비될 것이 아니라 실제로 현장에서 행동을 통해 조금씩 상황을 변화시켜나가면서 ‘우리가 이런 힘을 가진 사람들이다’ 느끼게 하는 것이 저의 목표였어요. 또 앞으로 얼마간 이것이 알바노조의 목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행: 여성이 찍은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영화가 더 좋았어요. 그래서 이와 관련해 질문을 드리려고 해요. 같은 세대의 남성 알바노동자보다 여성 알바노동자가 더 열악한 환경에 놓이는 경우가 많아요. 복장과 화장 문제, 성범죄 노출 등의 문제들은 여성이기 때문에 겪게 되죠. 이러한 문제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요.

 

이가현(불꽃페미액션): 작년에 알바노조에서 제기했던 여성 노동자 이슈 중 크게 두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관 알바노동자들의 꾸미기 노동과 쥬씨의 외모차별공고입니다. 영화관 같은 경우 업무와 관련 없는 타이트한 치마와 구두를 착용해야하고 시선을 끌기 위해 빨간 립스틱을 발라야 해요. 남성보다도 특히 여성들이 더 열악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여성들이 업무와 관련 없이, 사업장의 도움이 되어야하는 성적인 객체로 다루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꾸미기 노동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아직 결정하지 못한 부분은 꾸미기 노동 시간에 대한 임금을 요구해야 할지, 아니면 꾸미기 노동을 아예 반대해야 할지에 대한 것이에요. 사회적 시선과 억압 때문에 꾸미는 분들도 있지만, 개인의 만족과 예술성의 표현으로 자발적으로 꾸미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그 ‘자발적’이라는 경계가 굉장히 모호한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진행: 저도 얼마 전에 알바를 구하려고 찾아봤는데, 성별 표시, 사진을 요구하는 곳이 많았어요. 그래서 나의 성별이 해야 하는 일에 영향이 있느냐고 물으면 거의 대부분은 답변을 하지 않거나 편의상 그렇게 한다는 식으로 답을 하더라고요.



관객: 과거에 제대로 알바 임금을 받지 못한 적이 있고 신고하지 말라고 협박을 받기도 했어요. 혹시 알바노조 위원장님도 그런 경험이 있나요? 그런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이가현(알바노조 위원장): 저의 예를 들어볼게요. 저도 만약 혼자였다면 맥도날드에서 해고당했을 때 기분은 나빴겠지만 그냥 바로 다른 일을 구했을 것 같아요. 알바노동자들이 주휴수당 같이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개인의 용기 문제가 아니라 혼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맥도날드에서 해고됐을 때 알바노조의 어느 분이 ‘이곳부터 바뀌어야 네가 다른 알바를 구할 때 조금씩 나아지지 않겠느냐’ 이야기했어요. 그래서 제 주변부터 조금씩 바꿔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윤가현 감독: 덧붙여서 이야기하자면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구두로 약속한 시급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알바노조에서 상근할 때 돈을 받지 못 했다는 상담전화가 정말 많이 왔어요. 그런 경우 알바노조에서 함께 임금을 받는 것을 돕거든요. 이렇게 떼인 임금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임금을 자꾸 떼이고 다른 일자리를 찾는 일이 반복되면 자존감도 낮아지고 부정적인 것들이 누적되거든요.


관객: 알바노동자의 이야기에 공감하기 어려워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공감을 얻어내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는지 궁금합니다.


윤가현 감독: 이전의 노동영화들을 보면 직업의식이 투철한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알바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이 공간에 꼭 남아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기 어려워요. 예를 들어 사장과 싸울 상황이 되면 차라리 다른 알바로 옮기는 것이 편한 거죠. 안타깝게도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알바를 하는 시대가 왔어요. 안정성을 알바의 기준으로 따진다면 정규직 또한 알바의 범주로 포함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회사에서 해고되면 누구나 알바노동자가 될 수 있고요.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 알바노동자들이고, 나도 알바노동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점을 받아들이면서부터 이야기가 통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가현(알바노조 위원장): 알바노조가 인권의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실 잘 통하지 않으니까, 현재는 ‘법을 지켜라’ 쪽으로 가고 있어요. 예를 들면, 언론에서도 임금 자체의 변화를 이야기하기보다는 현재 있는 법을 지켜야한다는 쪽에 중심을 두고 있어요. 저희의 언어를 이해시키기 위해서 핀잔을 조금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웃음) 가령, 알바천국에서 ‘주휴수당 주는 착한 사장님’이라는 광고를 했어요. 주휴수당은 당연한 거거든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꾸 이야기를 하고 계속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관객: 여성 감독이 두 번째 영화를 만드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라고 하던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 지 궁금합니다. 


윤가현 감독: 주변에서도 여성 감독이 두 번째 영화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면서 빨리 하라고 해요. 사실 저는 이번 작품이 제 유작이 될 줄 알았어요.(웃음) 너무 힘들어서요. 하나하나 모두 힘들더라고요.(웃음) 제작지원이 있기는 했지만, 받은 금액의 세 배정도를 직접 투자했어요. 그런데 관객 분들을 직접 만나는 일이 지금껏 제 인생에서 느껴보지 못한 행복이더라고요. 그래서 하나쯤 더 해볼까 마음먹게 되었고 이왕 하는 거라면 빨리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에 준비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작업은 두 가지 주제를 가지고 갑니다. 하나는 여성의 꾸미기 노동이에요. 알바를 알바노동자라고 하지 않죠. 그래서 꾸미기를 꾸미기 노동이라고 부르는 그 자체부터 출발합니다. 또 하나는 고졸 분들 같이 미디어나 정책에서 이야기하는 청년에 포함되지 않는 청년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그리고 요즘 영화계 내 성폭력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서 저도 다큐멘터리 내 성폭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포럼을 준비하고 있어요.


관객: 영화에서 등장하는 ‘꺾기’라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어요. 그리고 최저 임금 만원을 요구하는 것보다 임금인상률을 높이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지 않나요?


이가현(알바노조 위원장): 맥도날드에서 나왔던 꺾기는, 예를 들어, 9시부터 6시까지 일을 하기로 했을 때 예상과 다르게 손님이 적을 경우 일찍 퇴근을 시키는 것이에요. 법적으로는 휴업수당을 줘야하는데 주지 않고 있어요. 알바노동자는 더 일을 하고 싶은데도 불구하고 일을 할 수 없는 것이죠. 이 밖에도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11개월만 고용하는 퇴직금 꺾기, 20분만 일을 시켜서 임금을 받지 못하게 하는 롯데시네마의 임금 꺾기 등이 있어요. 그리고 저는 최저 임금 만원은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기업은 그만큼 많은 돈을 가지고 있거든요. 이 문제에서 계속 화두가 되는 것이 자영업자인데, 사실상 알바 고용하는 자영업자는 많지 않고요, 대부분 가족끼리 운영을 해요.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죠. 제 생각에는 이 경우 인건비 말고 본사가 가져가는 과다한 수수료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수입의 35-45%를 수수료로 먼저 주고 임대료를 내고 알바비를 지불하는 거죠. 건물주가 과다하게 책정하는 임대료도 문제가 되고요. 이런 부분들이 실질적 문제인데 자꾸 힘없는 알바노동자의 임금으로 화제를 돌리고 있어요.  



관객: 알바노조라는 방식을 택한 이유가 있나요?


이가현(알바노조 위원장): '알바연대'가 먼저 만들어지고 그 다음에 알바노조가 만들어졌어요. 저희가 노조를 만든 이유는, 노조가 노조법 상으로 연대가 가지지 못하는 권리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예요. 예를 들어 노조는 단체 교섭도 가능하거든요. 알바노조는 세대별 노동조합이 아니에요.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었던 분들이 해고당하면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다양한 연령대의 분들이 알바를 하고 있죠. 앞으로 여태까지 이슈화 된 것들을 계속 추진해가면서 작은 승리들을 얻으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관객: ‘가현이들’이라는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윤가현 감독: 기획을 어떻게 했는지부터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요. 처음에는 단순히 알바노동자들에 대해 찍어야겠다 생각을 했어요. ‘가현이’들과 찍어야겠다고 계획한 건 아니었는데 가현이들이 유달리 노동조합에서 주도적으로 활동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우리 모두 ‘가현이들’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의 권리에 대해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가현이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관객: '우리는 땅을 밟고 서있어도 되는 것인지'라는 독백이 등장하는데,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윤가현 감독: 노동영화를 만드는 다른 감독님은 공감이 안 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도 그럴 것이 그분들은 한 자리를 우직하게 지키며 농성을 하는 일이 많거든요. 그런데 알바노동자들은 노동 현장이 하나가 아닌 여러 곳일 수밖에 없는 거죠. 해고를 당하는 게 그만큼 쉬우니까요. 그래서 ‘나는 해고를 엄청 많이 당했는데 이 땅에 서있어도 되는 걸까’ 하는 질문이었던 거예요. 노동의 무게라고 해야 할까요? 보통 알바를 되게 가볍게 생각하잖아요. 해고라는 단어는 어디에서도 가벼울 수 없다는 점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진행: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이가현(불꽃페미액션): 앞으로도 페미니스트로서 세상을 보다 평등하게 만들 거예요. 세상을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가현(알바노조 위원장): 저도 많은 분들과 현장을 다니면서 노력할 거예요. 아까 말씀드린 쥬씨의 외모차별공고처럼 법으로 이미 안 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혼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그 문제는 알바노조의 피케팅으로 쥬씨 본사에서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마무리됐거든요. 뭉치면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윤가현 감독: 제가 있는 자리에서 알바노동자들을 계속 찍으려고 합니다. 오늘 영화 보러 와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사소한 일에 예민하게 반응해야한다. 별 것 아닌 일에 흥분하고 들고 일어나야한다. 사실 그런 일들은 전혀 사소하지 않고 별 것 아닌 것이 아니기 때문에. 끊임없이 핀잔을 주고 모두를 귀찮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한 움직임들이 결국 세상을 변화로 이끌기 때문에. 당연한 것을 얻기 위해 끝없이 노력해야한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 속 힘없는 개인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단합하고 합심하여 저마다 ‘가현이들’로 모두의 권리를 지키는 데에 힘써야 한다. ‘알바생’, ‘알바노동자’ 힘없고, 사소해 보이는 몇 글자가 가져온 위대한 한 걸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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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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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6일(목) 20:10 개봉

4월 7일(금) 13:00

4월 9일(일) 11:00

4월 11일(화) 16:10

4월 13일(목) 10:20

4월 14일(금) 14:30

4월 17일(월) 14:10

4월 19일(수) 13:00

4월 20일(목) 15:10

4월 21일(금) 13:00

4월 22일(토) 17:20

4월 23일(일) 11:00

4월 24일(월) 13:00

4월 25일(화) 17:20

4월 27일(목) 11:00

4월 28일(금) 15:30

4월 29일(토) 17:20

4월 30일(일) 11:00 | 19:30

5월 1일(월) 13:00

5월 2일(화) 19:30

5월 3일(수) 17:20


이후 상영일정은 추후 공개됩니다.





 예매하기 

● 맥스무비 http://bit.ly/9BCgci

● 예스이십사 http://bit.ly/an5zh9

● 네이버 http://bit.ly/OVY1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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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벤트 




온라인 예매 후 <다시, 벚꽃>을 관람하시면 추첨을 통해 도서 '장범준 기타교실', 장우산, 모자 (각 1명) 를 드립니다.


● 기간: ~ 4/19(수) 예매분까지 (온라인 예매 시 자동 응모)

● 발표: 4/20(목) 개별 연락






<다시, 벚꽃> 개봉 회차를 관람하는 관객 분들께 마스킹 테이프를 드립니다.


● 4월 6일(목) 20:10 / 20개 발권 시 선착순 증정






 INFORMATION 


제    목: 다시, 벚꽃

연    출: 유해진

출    연: 장범준

제    작: 문화방송

공동제공/배급: ㈜영화사 진진

장    르: 뮤직 다큐멘터리

러닝타임: 99분

개 봉 일: 2017년 4월 6일





 SYNOPSIS 


음원깡패 장범준, 그가 우리의 청춘에 바치는 노래 

“남이 아닌, 내가 인정할 수 있는 뮤지션이 되기까지” 


오직 음악 작업실과 버스킹 무대를 오가며 완성한 그의 앨범은 다시 한 번 음원차트 상위권을 섭렵, 음원깡패의 저력을 보여준다. 악보도 볼 줄 몰랐고, 계이름으로 소통할 수도 없었던 뮤지션 장범준이 한계를 모르는 아티스트로 거듭나기까지, 그의 진솔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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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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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개봉으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슬기로운 해법>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www.indieplug.net/movie/db_view.php?sq=3615





<슬기로운 해법> 리뷰: 언론, 그리고 창 너머의 진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2016년의 끝자락, 오랜 시간동안 모습을 교묘히 감춰오던 부정부패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많은 이들이 분노했고 수많은 촛불들이 거리로 나왔다. 추악한 민낯을 드러낸 사람들과 그들의 탐욕이 줄줄이 세상 밖으로 쏟아졌다.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부정부패를 국민 앞에 꺼내놓고 있는 것은 언론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말도 안 되는 비리들에 침묵해온 것 또한 언론이었다. 언론은 때로 진실을 숨기기 위해 왜곡을 일삼기도 했다. 그들은 오랜 시간동안 권력과 자본이라는 이해관계에 얽혀 ‘권력의 감시자’ 라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했고, 명백한 현 세태의 공범이 되었다.





태준식 감독의 <슬기로운 해법>은 이런 언론의 현실, 특히 한국 사회의 주류 언론인 조중동(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현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다큐멘터리다. 2014년에 개봉한 해당 작품은 다양한 기사들과 풍부한 통계자료, 언론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설득력 있게 재조명한다. 작품은 5개의 장(章)으로 나뉜다. 그리고 그 5개의 장을 통해 차분한 어조로 언론이 지닌 문제점들을 모두 아우른다. 언론이 거짓말을 일삼는 ‘양치기 언론’이 된 이유, 언론재판을 부추겨 한 사람의 삶을 비극으로 치닫게 만든 총보다 강한 펜의 힘, 미디어 법을 통해 주류 언론사들의 방송 진출을 허가하고 특혜를 제공한 과거의 정권, 언론사의 수익 중 80%를 차지하는 광고 수익을 손에 쥐고 거침없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과 현 상황에서 필요한 ‘슬기로운 해법’까지, 작품은 자본과 정치권력이 복잡하게 얽힌 언론의 문제를 알기 쉽고 명쾌하게 드러낸다.





<슬기로운 해법>은 언론이 현실과의 타협을 통해 기업화되는 과정을 다루며 어떤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작품의 후반부에는 삼성그룹과 언론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2007년,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삼성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적극적으로 보도한다. 그리고 보도 바로 직후인 11월, 삼성은 두 신문사에 대한 광고를 전면 중단한다. 독보적인 국내 최대 광고주인 삼성의 광고 중단으로 인해 한겨레와 경향, 두 신문사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게 된다.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 절대적인 손해를 감수해야하는 상황 속에서 경향신문은 2010년, 삼성을 비판하는 논조의 칼럼을 미게재한 후 사과문을 올린다. 언론에서 일종의 굴복과 반성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악순환의 사례는 단순히 기업화된 언론을 넘어서 언론 앞의 절대자에 대한 고민의 기회를 부여한다.





‘펜은 총보다 강하다’. 군사 독재 시절,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언론의 비폭력 저항을 상징하던 말이다. 언론은 사실을 밝혀 알리기 위해 존재했으며 사실의 전달을 통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여론을 형성했다. 그러나 언론의 의미는 퇴색 된지 오래다. 2014년 <슬기로운 해법>이 개봉하던 당시에도 그랬으며 3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오랜 기간 동안 누적되었던 언론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고 침묵과 거짓의 기정사실화가 반복되며 ‘펜은 총보다 강하다’라는 말의 의미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언론은 창(窓)과 같은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언론이라는 창을 통해 진실을 보곤 한다. 창이 맑고 깨끗할수록 진실은 제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창에는 먼지가 쌓이고 물때가 끼곤 한다. 그렇게 더러워진 창 너머의 진실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온통 부옇게 보이게 된다. 다시 진실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창문을 닦고 또 닦아야 한다. <슬기로운 해법>은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서 시민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치권력과 기업의 자본이라는 큰 이해관계 속에서 본질적인 변화는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고, ‘슬기로운 해법’을 찾아나서는 것 자체가 어쩌면 치열한 전쟁일 수 있다. 그러나 부패라는 무게에 눌려 무너지려는 언론을 감시하고 언론의 도구화를 인지하여 올바른 판단력을 구축한다면 언젠가는 깨끗한 창 너머의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슬기로운 해법>은 언론의 도구화를 인지하게끔 하고 언론에 대한 고민을 가능케 한다. 그리고 작품의 이런 특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한 해를 맞은 현 시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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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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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폴로지한줄 관람평

송희원 | 더 늦기 전에 사과를 요구한다

이현재 | 발언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동행한다. 앞서나가지 않는 것의 미덕.

박영농 | 위안부 문제에 대한 주목할 만한 접근법. 박수를 보냅니다.

이지윤 |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끌어안아야 할 영화, 간직해야할 책임.

최지원 | 기록하고 기억해야 할, 멈춘 적 없는 목소리

김은정 | 아픔으로 연대하는 우리 모두의 가족의 이야기




 <어폴로지> 리뷰: 더 늦기 전에 사과를 요구한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희원 님의 글입니다.


<어폴로지>는 캐나다 국적의 여성 감독 티파니 슝이 6년간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할머니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이다. 감독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 ‘위안부’가 된 길원옥 할머니(한국), 차오 할머니(중국), 아델라 할머니(필리핀)의 현재 모습과 증언을 가까이에서 담는다. 차오 할머니와 아델라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 사실을 수치스럽다며 가족에게까지 함구한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가족에게 용기 내어 고백한다. 길원옥 할머니는 일본 극우 혐한 시위대에게 “수치스러운 한국 할망구들”, “꺼져, 한국 매춘부들” 같은 갖은 모욕을 들으면서 일본의 만행을 알리기 위해 세계 방방곡곡을 다닌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일본의 공식적인 사과이다. ‘너무 늦기 전에’ 받아내려는 사과(사죄)는 어떤 의미인 걸까?  


‘어폴로지’(apology)는 사과(謝過), 사죄(謝罪)를 의미한다. 사과에는 사과를 받는(또는 요구하는) 주체와 사과를 하는 주체가 있다. 사과를 요구하는 주체는 역사의 증언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이고 사과를 해야 할 주체는 당연하게도 일본 정부이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시민들은 수요일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공식 사죄, 법적 배상”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일본이 이렇게까지 끈질기게 버티며 오히려 할머니들을 모욕하는 것을 보면 사과해야 할 사람과 받아야 할 사람의 입장이 뒤바뀐 듯한 착각마저 든다.  



영화에서 길원옥 할머니는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받기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2011년에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 1,000차 수요시위(1992년부터 시작된 시민단체와 시민들과 피해 할머니들이 함께하는 정기 시위)에서 전쟁범죄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죄와 역사적인 진실을 밝히길 촉구한다. 2013년에는 “전시에 성노예가 필요하다”는 일본 정치인의 망언을 규탄하고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한다. 2014년에는 스위스 유엔인권이사회 공식 석상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서 증언하며 천오백만 명의 서명을 전달한다. ‘위안부’ 피해자의 범위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여러 국가 및 네덜란드 여성들에게까지 이른다. 이 문제가 비단 한일양국으로 축소될 사안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그것이 길원옥 할머니가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세계 시민을 대상으로 역사의 증언을 반복하고 전 세계의 전쟁 성폭력 피해 여성들과 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녀는 일본의 법적 배상은 마무리가 아니라 출발일 뿐이고 공식적인 사과를 통해 앞으로 미래의 후손들에게는 이런 가슴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눈물을 흘린다. 


김욱 교수는 『정치는 역사를 이길 수 없다』에서 정치적 사과는 개인적 사과와 다르며 “과거의 결과이자 미래의 원인이며, 끊임없이 진화·진보하는 현재의 투쟁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에 “정치적 사과는 진정성 없는 사과라 할지라도 일단 역사적 전투에서 승리한 승자의 전리품이며 미래의 역사를 위한 강력한 무기가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는 정치적 사과는 “개인이 아닌 집단적인 차원에서, 자발성보다는 강요에 의해서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잘못된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한국 정부는 일본에게 ‘정치적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 정치적 사과가 개인이 아닌 집단적인 차원에서 얻어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폴로지>에서 한국 정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영화는 2013년 일본 정치인의 망언을 규탄하기 위해 일본 공항으로 떠나는 길원옥 할머니를 따라간다. 한 언론사는 그를 인터뷰하며 온 국민이 기대하고 있다고 그에게 각오 한마디를 요청한다. 공항에서는 수많은 취재진이 할머니를 향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린다. 하지만 다음 장면에서 할머니는 휠체어를 탄 채 탑승구 앞에 홀로 있다. 취재진과 한국 정부의 마중은 딱 거기까지이다. 가상의 포토라인이 처져있는 것처럼 그들은 그곳에 서서 할머니를 떠나보낸다. 과거에 그들이 일본군에게 강제로 끌려갔을 때처럼 말이다. 정부(국가)가 아닌 할머니(개인)가 자력으로 사과를 받으러 떠난다. 길원옥 할머니는 말한다. “할 사람이 나밖에 없다”라고. 영화 속 그녀의 작은 뒷모습, 작은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1991년,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최초 증언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가시화되었다. 그 이후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이 계속 이어져 왔다. 그들의 증언이 가능했던 것은 그 말을 기꺼이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증언에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관심을 가졌기에 공식적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었다. 차오 할머니, 아델라 할머니는 오랫동안 사랑하는 가족에게조차 증언하지 못하고 가슴 속에 홀로 아픔을 묻어놓았다. 그들이 증언하지 못한 이유는 사람들이 무관심했고 그 기억을 떠올리기 싫어 귀를 닫아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티파니 슝 감독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를 비롯한 수많은 시민단체와 시민들, 양심 있는 학자들이 그들의 증언에 귀 기울였다.  


역사에 대한 이해와 진실 해명은 그것을 추구고자 하는 이의 부단한 노력을 통해 가능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빛을 보기 위해서는 상처를 공유하고, 그 아픔을 치유해 주기 위한 연대가 필요하다. (서울독립영화제, 『21세기의 독립영화』, p.114) 


<어폴로지>는 시종일관 성치 않은 몸으로 많은 국가를 방문하며 피해 사실을 알리고 증언하는 길원옥 할머니와 그 곁의 사람들을 비춘다. 먼 곳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며 지지와 연대의 힘을 보내는 차오 할머니와 아델라 할머니, 그리고 영화에서 항상 그의 곁을 지키는 정대협 윤미향 대표와 수요시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들.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아내기 위한 할머니들의 지속적인 활동은 연대하는 이들이 없었다면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뒤 나오는 마지막 장면에서 티파니 슝 감독은 할머니에게 자신을 카메라로 찍어 달라고 한다. 이 장면처럼 <어폴로지>는 끝났지만 이제 카메라는 우리의 모습을 찍게 될 것이다.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할머니들이 길거리에 서지 않아도 우리의 목소리로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에게 촉구하는 모습을 말이다. 그들이 고통스러운 상처의 기억에서 조금이라도 놓여날 수 있게,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 <어폴로지> 포스터에 클로즈업된 소녀상의 두 주먹처럼 이제 우리의 두 주먹을 불끈 쥐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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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바라다  촛불영화: 블랙리스트 영화사, 시네마달 파이팅 상영회 <종로의 기적>  인디토크


일시 2017년 2월 19일(일) 오후 7 30분 상영 후

참석 이혁상 감독 | 주인공 소준문, 장병권, 정욜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희원 님의 글입니다.


동성애자인권연대에서 활동하는 장병권, 스파게티 가게를 운영하며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합창단 G_Voice에서 노래를 부르는 故 최영수, 영화를 통해 성소수자를 알리는 이혁상 감독과 소준문 감독, 직장을 다니며 동시에 인권운동을 하는 정욜. <종로의 기적>은 2011년 6월 개봉한 게이 다큐멘터리이다. 감독과 주인공들을 오랜만에 ‘촛불영화: 블랙리스트 영화사, 시네마달 파이팅 상영회’ <종로의 기적> 인디토크에서 만나보았다. 



이혁상 감독(이하 이): 이게 블랙리스트의 힘인가요? 이제 대세 게이 영화는 <위켄즈>인데,(웃음) <종로의 기적>을 보기 위해 이렇게 많은 분이 찾아주시다니. 국정농단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웃음) 참고로 저도 블랙리스트에 올랐어요.(웃음) 이 정국이 낳은 기획전에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종로의 기적>은 다운로드 서비스가 안 되어서 보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오늘 같은 상영회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이하 진): 여기 관객 분들은 다 알고 있겠지만 시네마달은 우리가 꼭 봐야 하는 작품들을 보여주는 일을 하는 영화사에요. 귀중한 일을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많은 응원과 지지를 부탁드려요. <종로의 기적>은 개봉 후 꽤 많은 시간이 지났어요. 근황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장병권(이하 장): 너무 많이 달라진 모습에 놀라지 않았는지요.(웃음) 지금은 ‘연분홍치마’(성적소수문화환경 모임) 꼬임에 넘어가 연분홍치마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소준문(이하 소): 작년까지 계속 영화를 만들었고 지금은 시나리오 쓰고 있어요. <종로의 기적>은 잊힐만하면 상영을 해서, 연례행사가 된 것 같아요.(웃음) 저희끼리는 늙어가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는 것 같으니 그만 좀 하자고 얘기해요.(웃음) 그래도 자리들이 계속 생기니 좋아요. 


정욜(이하 정): 영화 찍을 때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어요. <종로의 기적> 개봉 즈음에 다니고 있던 직장을 그만두었고, ‘인권재단 사람’에서 모금과 관련된 일을 병행하면서 영화 속 주요 이슈였던 HIV/AIDS 활동을 여전히 하고 있어요. 성소수자 단체나 기관을 만드는 활동들을 했어요. 


이: 다큐멘터리를 계속 만들고 있어요. 최근에 <공동정범>이라는 용산참사 다큐멘터리를 완성해서 영화제를 통해 소개했어요. 정국이 너무 어수선해요. 조기 대선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대선 이후 개봉을 해볼까 싶어서 개봉 버전으로 수정하고 있어요. 병권 씨와 연분홍치마에서 계속 활동하다가 지금은 안식년으로 쉬고 있어요. 쉬면서 <공동정범> 관련된 준비도 하고요. 새로운 걸 좀 해볼까 하고 있어요.


진: <위켄즈>가 대세가 됐다고 하지만, <종로의 기적>과 <위켄즈>는 이어지는 부분도 있어요. <종로의 기적>이 ‘소녀시대’ 같다면, <위켄즈>는 ‘트와이스’ 같아요.(웃음) <종로의 기적>은 굉장히 용감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루는 이야기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모두 느꼈을 거예요.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다큐멘터리 영화, 특히 LGBT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개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개봉 당시 힘든 점이 있었나요?


이: 사실 <종로의 기적> 때는 지금보다 상황이 나았던 것 같아요. 물론 이명박 정권이긴 했지만 초반이어서 이 정도로 시스템이 망가지기 전이었어요. 여기 주인공분들 비롯해서 시네마달, 연분홍치마 모두 함께 굉장히 노력하고 공을 들여서 7,000명 넘게 관람해주셨어요. 최근 <위켄즈>를 보면 알겠지만, 극장 잡기도 굉장히 힘든 상황이에요. 그때도 힘들었지만, 무언가 해볼 수 있는 가능성은 조금이나마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명박 정권 때 <종로의 기적> 상영이 중단되었던 적이 있어요. 틀지 말라고 국정원에서 지시를 내렸어요. 일단 성소수자 다큐멘터리라는 점이 심기를 건드린 것 같기도 해요. 병권 씨가 ‘이명박 퇴진’ 피켓을 들고 투쟁한 장면을 문제 삼았어요. 화가 많이 났어요. 어떻게 보면 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도 이제는 국민의 힘으로 많은 것들이 밝혀지고 변화하는 모습이 보여서 다행이에요. 



진: 그만큼 시네마달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무릅쓰고 작품들을 소개해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봉 당시에는 관객과의 대화가 일상적인 행사는 아니어서 굉장한 추억으로 남았을 것 같아요. 당시의 경험들을 떠올려서 얘기해주세요. 


장: 성소수자 다큐멘터리이다 보니 당사자분들이 많이 극장에 찾아주셨어요.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얘기하고 극장이라는 공간 안에서 커밍아웃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봤던 것이 인상에 남아요. 실제로 성소수자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무엇을 요구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관객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후원인이 많이 늘어서 2011년도 당시 상근자로 일할 수 있게 되었죠. 이 다큐멘터리의 힘이 크지 않았나 싶어요.


진: 소준문 감독님 같은 경우 극영화 연출자이기도 하고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기도 하잖아요. 낯설기도, 새롭기도 한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소: 영화를 통해서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아요.(웃음) 많이 부끄럽긴 하지만요.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정: <위켄즈> 팀도 관객과의 대화 후에 꼭 뒤풀이를 하더라고요. 당시에도 거의 매번 그랬던 것 같아요. 출연자와 관객의 경계가 뒤풀이 자리에서 없어져요. 성소수자로 살아가면서 생기는 고민들, 정체성을 알아가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되게 편하게 얘기했어요. 저는 당시 감염인 분들과의 접촉이 많지 않았어요. 이후 감염인 분들과의 만남이 수월해졌고 영화가 경로가 되어주었어요. 지금은 감염인 당사자 모임에서 간사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게 사실 쉽지 않아요. 늘 마주하는 분들이 감염인이니까요. 이 영화를 통해서, 그리고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서 개인적으로 달라진 점들이에요.  


이: 저는 뒤풀이 때문에 간이 많이 안 좋아졌습니다.(웃음) 


진: 네 분 다 웃는 게 너무 예뻐요. 특히 욜 씨가 예쁘게 웃거든요. 저는 <종로의 기적>하면, 욜 씨가 웃는 장면이 계속 떠올라요. 이렇게 현장에서 오랜만에 웃는 모습을 보니 굉장히 좋네요. 이제 관객 질문을 받겠습니다. 언제 또 올지 몰라요, 이 네 명의 ‘핑클’들이.(웃음) 


관객: 소준문 감독님의 <REC 알이씨>(2011)를 정말 감명 깊게 봤어요. 저는 소설을 써요. 감독님이 게이에 관한 영화를 만드는 것처럼 저의 정체성도 소설에 반영된다고 생각해요. 영화에서 감독님이 자신은 그냥 영화감독이 아니라 게이 영화감독이라고 하잖아요. 저도 마찬가지로 그냥 소설 쓰는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렇지만 정체성을 드러내고 작품을 쓰면 장애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어요. 감독님은 자신의 성정체성이 창작 활동을 하는 데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하나요?


소: 우선 감사해요. 스스로 굉장히 닫혀있던 상황들이 있었는데, 커밍아웃하면서 나와 보니 오히려 더 편하고 좋은 것 같아요. 내 작품이 퀴어영화, 게이영화로 보이면 어떡하지, 라는 고민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담았어요. 그 과정에서 많은 고민들이 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거침없이 드러내는 게 되게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스스로 큰 자신감을 찾을 수 있게 해주고요. 저는 <종로의 기적>에서 제 모습을 드러냈잖아요. 그 이후 저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사람들이 읽든 안 읽든 숨기려고 하지 말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관객: 제가 볼 땐 영화 속보다 훨씬 멋있어진 것 같아요.(웃음) 다운로드 서비스는 앞으로도 예정이 없나요?


: 만약 하려면 다시 한 번 여기 출연한 분들과 얘기를 해야 돼요. 개봉한지 오래됐는데 관객 분들이 많이 온 걸 보니 한 번 해볼까 싶네요.(웃음) 모든 성소수자 관련 다큐멘터리가 같은 경험을 할 것 같아요. 사회적인 커밍아웃이기 때문에 주인공들만 합의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배경에 조금이라도 나오는 모든 분에게 확인받아야 하고, 안 된다고 하면 모자이크를 하나씩 해야 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너무도 보수화된 한국사회라서 겪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싶어요. 돌파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한번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진: IPTV나 다운로드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DVD라도 만들면 팬들에게 좋을 것 같아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위켄즈>는 2차 판권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해외 영화제 버전, 국내 영화제 버전, 국내 개봉 버전, IPTV 버전 다 따로따로 판권을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굉장히 복잡한 과정이에요. 


관객: <위켄즈>를 보고 관련 영화로 <종로의 기적>을 알게 되었어요. 감독님께 질문이 있습니다. 어떻게 이 네 분의 이야기를 선정했는지 배경을 듣고 싶어요. 그리고 영화를 찍으면서 종로로 나와 많은 사람들을 만났을 것 같아요. 거의 10년이 지난 이 시점에 종로에서 또 어떤 기적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나이가 드니 종로에 나가는 일이 뜸해졌어요. 새로운 세대들이 종로를 주름잡기도 했고요. 게이로 나이 드는 게 이런 거구나, 라는 생각이 좀 들어요. 지금 젊은 세대들은 스스로를 일찍 긍정하고 즐겁게 삶을 꾸려나가는 것 같아요. 별개로 사회적 분위기는 굉장히 심각해지고 있는데, 계속해서 맞서 싸워야죠. 개봉 당시 네 명을 선정한 이유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그때를 기억해보면 우선 예뻐서,(웃음) 그리고 저와 동년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30대 중반이었으니까 미래에 대한 고민을 서서히 하고 있는 친구들을 중심으로 선정하려고 했어요. 그 과정에서 나름 평범한 삶을 사는, 보통의 관객들과 접속하기 쉬운 주인공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게이들의 삶이 평범하지는 않지만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게이들은 출연 자체가 그 삶을 깨는 것이더라고요. 그래서 캐스팅이 순조롭지 않았어요. 자연스러운 귀결일 수도 있는데, 그래서 제 주변의 친구들, 같이 인권활동을 한 친구들 중심으로 찍었어요. 원래는 5명이었는데, 한 명이 사회적 커밍아웃을 하면 염려되는 부분이 있어서 중간에 고사하게 되었어요. 만약 5명이었다면 편집할 때 미쳤을 것 같아요.(웃음) 각각 개성이 있고 메시지가 확실한 캐릭터들이에요. 첫 다큐멘터리를 축복 속에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 세 분은 출연 제안 받고 한 번에 승낙했나요? 


정: 바로 했던 것 같아요. 이혁상 감독 영상을 너무 좋아하는 팬이었어요. 사실 출연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어요. 처음엔 상영을 목적으로 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니어서 쉽게 동의했어요. 물론 개봉을 준비하며 같이 이야기 나눴고요. 어디까지가 커밍아웃이고 어디까지가 커밍아웃이 아닐까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크게 염려하지 않으며 살면서도 낯선 사람들을 만났을 때 어디까지 내 모습을 드러내는 게 좋을까 계산은 계속했거든요. 영화에 출연하고 노출되는 활동을 했지만요. 당시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상영까지의 과정 속 토론이 충분했어요. 예상치 못한 위험이라는 게 있을 수 있는데, 문제가 생겼을 때 개인이 아닌 공동으로 해결해 나가자는 말이 굉장히 힘이 됐어요. 


소: 어릴 적에 감독님을 좋아했다가 차여서,(웃음) 그래서 안 보던 사이였는데, 친구사이에서 커밍아웃 다큐멘터리를 기획 중이라며 제안이 왔어요. 당시 친구사이 홈페이지 내에서 릴레이 커밍아웃을 하고 있었거든요. 친구사이에서는 감독님 이름을 절대 얘기하지 않았어요. 저희의 관계를 알기 때문에 안 할까봐 철저히 비밀로 하다가 마지막에 감독님 이름을 얘기하더라고요.(웃음) 근데 감독님 때문에 해야겠다, 안 해야겠다 그런 고민은 하지 않았어요. 이런 시도와 기획이 한국에서 없었고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하겠다고 했어요. 감독님과 응어리를 풀어야 했던 상황들이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관계 청산을 어떻게 해야 할까.(웃음) 근데 오랜만에 봤는데도 감독님이 친구처럼 대해줘서 이 다큐멘터리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이 달콤한 제안도 많이 했거든요. 소개팅을 시켜준다고 했어요. 제 콘셉트는 사랑에 빠진 게이여서 진짜 소개팅도 했어요. 감독님은 찍고 저는 소개팅을 하고.(웃음) 저도 욜 님과 똑같이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당연히 있었고, 찍는 과정에서 이 작품이 사람들에게 큰 위안과 희망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트러블 없이 잘 진행됐어요. 


: 이런 얘기 안 했던 것 같은데, 15년 전에 널 아프게 해서 미안해.(웃음) 다신 그 얘기는 하지 말아 줘.(웃음) 


장: 친구사이와 연분홍치마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저보다는 제가 몸담고 있는 단체들의 활동이 많이 보였으면 좋겠다는 게 가장 큰 동기였어요. 동성애자 커뮤니티가 어떻게 서로를 잘 다독이면서 살아가는지, 성소수자 청소년들, HIV 감염인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많은 사회적 제약들이 잘 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이: 스파게티나(최영수)의 죽음을 감당하기 힘들었어요. 마음속에서 부침이 굉장히 많았던 과정이었어요. 저도 이 영화를 통해서 사회적으로 커밍아웃해야 했는데, 촬영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주인공들이 믿음직스럽게 버텨주어 두려움은 있었지만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관객: 다큐멘터리는 기록의 장르인데, 추가하고 싶은 장면이나 빼고 싶은 장면이 있나요?


이: 여러분들이 본 버전이 제 나름의 최종 편집본이에요. 덧붙이기보다는 지금의 버전으로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요. 


정: 사실 영화가 잘 기억이 안 나요.(웃음) 일단 통편집을...(웃음) 


이: 왜냐하면 헤어져서...


정: 영원하지 않을 수 있잖아요. 영화 찍으면서 제일 걱정이었어요. 첫 기획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어요. 왜 계획대로 하지 않았는지 그 당시에도 몇 차례 감독님께 얘기했어요. 너무 오글거리고 만나는 친구와는 연락이 두절되었고.(웃음) 사람의 삶은 모르는 거죠. 남겨진 기록은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일단 중요한 건 <종로의 기적> 안에서 HIV 이슈를 다뤘다는 점이에요. 너무 낯설고, 게이 커뮤니티 안에서도 터부시하고, 어렵기도 하고, 입 밖으로 꺼내기 두려운 것이었는데, 영화가 굉장히 중요한 매개가 되었어요. 지금도 게이 커뮤니티 안에서 질병을 친근하게 다루는 활동들을 계속하고 있거든요. 그 시작을 영화가 잘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이 영화가 7,000명 관객으로 하여금 한 번쯤 생각해볼 기회를 준 것이니까요. 마지막 에피소드여서 더 큰 메시지로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 면에서 굉장히 고맙게 생각해요.


소: 손을 묶어 놓고 찍을걸.(웃음) 제 손이 너무 날아다니더라고요. 그때는 인지하지 못했는데 손이 너무 현란해요.(웃음) 감독님이 선택한 지점에 대해서는 믿고 가요. 다만 좀 아쉬운 부분이라면, 4명이 함께 모인 장면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영수 형 에피소드를 볼 때 그런 생각이 나더라고요. 저희는 영화 개봉 이후 자주 만나는데, 빈자리가 있다는 게 가끔 느껴져요. 


장: 제 상반신 노출 장면을 뺐으면 좋겠어요. 그런 게 필요하다고 해서 연출했어요. 이용당한 거죠.(웃음) 


진: 되게 훈훈하게 시작했는데 이용당했다고 하고.(웃음) 만약 2차 판권을 준비한다면 또 상영회를 통해 네 분이 자리를 마련하면 재밌지 않을까요? <보이후드>(2014) 같이 ‘게이후드’로 20년, 30년 쭉 상영해도 좋을 것 같아요.(웃음) 그때도 이혁상 감독님과 소준문 감독님의 앙금이 남아있다면 더 재미있겠네요.(웃음) 늦게까지 자리 지켜준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네 분의 인사 말씀 들으며 자리 마무리하겠습니다. 


이: 성소수자 인권이 나중에 처리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후보가 아닌, 좋은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나라를 위해 열심히 싸워야겠어요. 여러분도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정: 지금의 성소수자 인권 토양이 저는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중요한 쟁점이 여전히 이슈가 되고 있고,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하는 위치에 놓여있어요. 또 감시하는 역할도 하고 있잖아요. 2011년에 개봉한 영화지만 2017년에도 의미가 있다는 건, 그 과정 안에 수많은 커밍아웃과 고민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라고 생각해요. 영화 밖에서도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면서 조금이라도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고 싶습니다. 


소: <종로의 기적>이 대통령 선거 날에 상영회를 가진 적이 있었어요. 그때 충격의 도가니였어요. 그분이 대통령이 될 줄 모르고 축하의 자리로 흥겹게 상영회 자리를 마련한 건데, 제삿날이 되어버렸죠. 탄핵을 앞두고 또다시 상영되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기도 하고, 이걸 계기로 진짜 탄핵이 돼서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네요. <종로의 기적>이 그렇게 해주리라 믿어요. 이번엔 좀 밝은 쪽으로 인도해 주겠죠.(웃음)


장: 기쁘기도 한데요, 한편으로는 하나도 바뀐 게 없는 이 상황이 너무 안타까워요. 국가인권기본법으로 필요하다고 노무현 정부 말기 때 차별금지법 제정을 시도했는데, 잘 안 되었어요. 지금 10년째거든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시기상조다, 라는 이야기를 왜 지금까지 듣고 있어야 하나 싶어요. 우리는 인권과 민주주의가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모였는데 계속 찬물을 끼얹고 있어요. 더 맞서 싸워야 해요. 저희는 계속 성소수자의 인권이 목숨과도 같다는 이야기를 해왔어요. 앞으로 더 많이 이야기해야 될 것 같아요. 성소수자들과 지지하는 사람들이 더 끈끈한 마음을 갖고 운동을 해야 해요. 시네마달, 인디스페이스를 포함한 독립영화 진영에서 신념을 반영한 굳건한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이: <종로의 기적>이 연분홍치마 커밍아웃 다큐멘터리 3부작(<3xFTM>, <레즈비언 정치도전기>, <종로의 기적>) 중 마지막이에요. 보통 삼세판으로 마무리하는데, 4부작으로 하나 더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장병권 주인공이 그 4부 연출을 하게 됐습니다. 네 번째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은 성소수자 부모들이에요. <종로의 기적>보다 더 멋진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네 번째 작품으로 이 자리에서 다시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스토리펀딩 '블랙리스트 배급사 시네마달을 구하라' 후원하기 >>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13011


감독과 주인공들은 <종로의 기적>이 개봉한 지 6, 7년이 되었어도 바뀐 게 하나 없는 이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며 관객들에게 끝나지 않는 숙제를 던져주었다. 성소수자들의 인권, 차별금지법, 표현의 자유 등은 우리가 계속 지켜보고 관심을 가져야 할 것들이다. 오는 4월 25일까지 시네마달 스토리 펀딩이 진행된다. <종로의 기적>이 우리에게 또 한 번의 기적을 불러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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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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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의 수치를 마주할 때, 우리는 

 촛불영화: 블랙리스트 영화사, 시네마달 파이팅 상영회 <탐욕의 제국>  인디토크


일시 2017년 2월 18일(토) 오후 7 30분 상영 후

참석 홍리경 감독, 권영은 반올림 활동가

진행 정지혜 씨네21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영농 님의 글입니다.


마음이 무겁다. 삼성반도체에서 직업병을 얻게 된 노동자들의 삶을 다룬 영화 <탐욕의 제국>은 여전히 대한민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영화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관람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오늘날 ‘탐욕의 제국’의 민낯이다. 영화 속 인물들처럼 우리는 지난한 투쟁을 얼마나 더 이어가야 하는 것일까. 홍리경 감독과 권영은 '반올림'(삼성 반도체 노동자 인권 단체) 활동가, 그리고 씨네21의 정지혜 기자가 함께했다.



정지혜 기자(이하 정): 주말이라 광화문 촛불 시위에 참여하는 분들이 많다. 반올림 활동가 분들도 한창 행진 중이라고 한다. 오늘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라 떡을 돌렸다고 들었다.


권영은 반올림 활동가(이하 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었다는 소식에 삼성반도체 백혈병 환자 故 황유미 씨 아버지 황상기 님께서 떡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고맙게도 후원을 받아 오늘 거리에서 적은 양이나마 나눌 수 있었다. 악덕 기업이 더 이상 발 붙여선 안 된다는 기원의 의미가 있었고, 앞으로 더 힘내서 직업병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떡을 돌렸다.


정: 시기가 시기인 만큼 작품의 의미가 남다르다. 오늘 이 자리는 영화사 시네마달을 응원하며 시네마달에서 그동안 제작, 배급한 작품을 함께 보는 자리이다. 그 중에서도 삼성반도체 노동자 분들이 현장에서 직업병을 얻어 긴 시간 투쟁하는 순간과 그들 삶 속 목소리를 담은 작품 <탐욕의 제국>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이다. 영화를 만든 지 오래됐는데, 이렇게 오랜만에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 소감이 어떤지?


홍리경 감독(이하 홍): 5년 만에 진행하는 관객과의 대화이다. 이 작품을 본지도 꽤 오래됐고, 영화로 담아낸 분들과 소통한 지도 오래되었다. 최근에 반올림과 함께 반도체 피해자들과 관련된 영상을 다시 만들면서 생각보다 쉽게 그 이야기들을 잊고 있었구나, 미안한 마음이 들던 차였다.


정: 사전에 여쭤보니 이 영화를 제작할 당시에는 두 분이 만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영화에 대한 감상을 활동가님께 여쭸더니 매우 불친절한 영화라고 했다. <탐욕의 제국>은 노동자들의 어려움과 노동의 조건, 공정 등을 세세하게 짚어주지 않는다. 보통 그런 방식의 다큐멘터리들이 많은데, 감독님은 설명의 방식이 아닌 이미지, 가령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거대한 건물 혹은 컨테이너, 기숙사 등의 공간들을 매우 먼 거리에서 바라보며 그들의 목소리를 덧입히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감독님이 선택한 그 진행 방식에 대해 묻고 싶다.


홍: 실제로 힘없이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나의 위치가 그랬다. 방관자가 될 수밖에 없는 나의 위치 혹은 시선이 이런 방식의 영화를 만드는 배경이 되지 않았나 한다.


정: 편집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촬영도 2년에 걸쳐 진행되었다. 편집의 방향에 있어 중심을 잡을 때 어떤 것을 가장 핵심으로 두었나?


홍: 촬영 당시 원칙으로 세운 것은 어떤 한 피해자를 영웅처럼 그려내거나 그 이야기를 감동적인 드라마처럼 엮어내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 누구의 이야기든 나에겐 똑같이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었고, 같은 무게로 전달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다. 작품을 하면서 만났던 분들을 거의 다 등장시키려 노력했고, 이야기의 중요도나 주제 전달에 효과적이라는 기준으로 위계를 두지 않으려 했다.



정: 활동가님께 묻겠다. 활동 단체 내부에서 현재 삼성반도체 노동자 피해에 대해 어떤 식으로 논의가 진행되는지, 영화에 등장하는 피해자 분들은 어떻게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권: 오늘로 농성에 들어간 지 500일이다. 반올림 활동이 시작된 지는 10년이 되었다. 이렇게 활동이 이어지는 이유는 여전히 어떠한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400명으로 늘어났다. 사망자는 삼성반도체만 해도 79명이다. 최근까지 피해자가 계속 나오는 형국이다. 이런 암담한 상황이 2007년부터 10년 째 계속되고 있는 거다. <탐욕의 제국>이 매우 큰 힘이 되었다. <또 하나의 약속>(2013)이라는 극영화와 더불어 삼성에 큰 압박이 되었던 것 같다. 삼성에서 대화를 제안했고 권오현 대표가 고개를 숙이는 장면도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었다. 그때부터 삼성 직업병 문제가 급물살을 타면서 마치 해결이 되는 듯했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다. 삼성은 사과를 했다며 마무리를 지으려 했다. 피해보상을 논의할 때 활동가들의 개입을 배제하려 했고 피해자들을 허술한 보상으로 유인하려 했다. 안타깝게도 영화에 등장한 몇몇 분들은 현재 우리와 함께 하고 있지 않다. 보상을 받았고 그걸로 만족한다고 했다. 그들을 비난하려는 게 아니다. 너무 어려운 싸움을 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했다. 정말 나쁜 건 삼성이다. 돈으로 유인해 소송으로 가지 못하게 하고 사회적 문제화를 막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직업병을 은폐하려는 것이다. 어쨌든 많은 아픔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의 보상보다 많은 이들에게 투명하고 공평하게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는 뚝심을 가지고 함께하는 분들이 여전히 있다. 사회적 보상은 사과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자기들이 기준을 정하고 금액을 정하는 일방적인 보상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런 것들에 항의하기 위해 거리로 나간다. 덧붙이자면 영화에 출연한 뇌종양 피해자 혜경 씨는 농성장에 꾸준히 나온다. 농성장의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삼성에서 나와 볼 법도 한데, 오히려 농성을 방해하기 일쑤다. 노동자들에게는 허술한 대처를 하면서 권력실세에게는 막대한 돈을 퍼다 준 삼성이다. 우리가 분노하는 이유다.


정: 감독님께서 모든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했는데, 그 마음이 충분히 느껴졌다. 한 주인공에 압도되는 작품이 있기도 하지만, 이 작품엔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놀라운 점은 그 과정에서 감독 스스로의 감정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것이 곳곳에서 느껴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농성 현장에서 카메라는 멀찍이 떨어져 상황을 지켜보기만 한다. 얼마든지 가까이 갈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장을 그저 바라만 본다는 게 고통스럽기도 했을 것 같다. 어떻게 화면으로 구성하고 관객들에게 전달하려 했나?


홍: 영화를 찍으면서 항상 내 위치를 고민했다. 다큐멘터리를 하는 사람들의 자리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적으로 그때의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모든 상황에 거리를 두고 멀리서 관조하듯 바라보는 것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카메라와 대상 사이에 거리가 생긴 것 같다.


관객: 얼마 전, 피해자 서른 분 정도를 인터뷰 했다. 영화에 나온 분들을 대부분 만났다. 삼성 본관 앞에서 500일 넘도록 농성을 이어간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 감독님이 영상 작업을 하고 있다 들었는데, 어떤 방향성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하는지, 그 고민의 지점이 궁금하다. 또 작품 이후에도 여러 일이 있었는데, 어떤 식으로 반영하여 작업할 계획인지 묻고 싶다.


홍: 피해자 스무 분 정도의 인터뷰로 작업 중이다. 이번에도 같은 원칙, 한 분이라도 소외시키지 말자는 원칙을 세웠다. 자신의 고통을 내세우고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쉽지가 않다. 그걸 허락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큰 용기를 내주신 분들을 소재로 하며 취사선택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최대한 많은 분들의 인터뷰를 담고 싶다. 투병을 하면서 살아가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다. 이야기 중심으로 편집을 하려하고, 이외의 다른 이미지 컷은 최대한 배제하려 한다. 우리가 알 수 없는, 겪어보지 않은 삶에 대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큼 간접경험으로 적절한 방법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정: 영화를 보면 소리를 의도적으로 연출한 점이 인상적이다. 노동자 분들의 음성을 화면 위에 입히는 방식을 사용할 때, 때때로 음소거 되는 부분이 있다. 마찬가지로 화면을 연출할 때도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처리되는 부분이 있다. 이런 연출들은 우리가 그들의 고통을 느낄 수 있게끔, 현장에 함께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이 들도록 한다. 삼성이라는 거대한 구조, 혹은 그 너머의 자본논리라는 것을 마주했을 때 파악되지 않는 막막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홍: 윤정 씨 병상에서 얼굴 다음으로 산소 호흡기를 뿌옇게 비추는 장면이 나온다. 의도적으로 넣은 장면이긴 하다. 이 상황에서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고 어떤 일과를 살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하지만 이미 퇴사를 한 이들에 대해 더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소리 같은 경우, 얼굴 말고 본인의 음성만 허락한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의 사연을 담고 싶어서 이미지 컷들 위에 음성만 입히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다. 일하는 현장에서 방진복으로 얼굴을 드러낼 수 없었던 사람들이 병을 얻어 회사를 나와서도 얼굴을 드러낼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정: 활동가님께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라고 할까, 노동자들이 일을 하며 얻는 경험적 지식이 있겠지만, 실제로 현장 공정을 전반적으로 꾀긴 어렵지 않나. 특히 변호와 같은 법정 공방을 이어나갈 때 전문적인 자료를 얻는 부분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감독님도 촬영하면서 현장 내부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고 하는데.


홍: 사측과 교섭을 진행하던 중에 삼성에서 버스를 대절해줘서 갔다 온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공간(상영관)과 비슷했던 것 같다. 먹먹하고 기계 소리가 들리고 창이 없고. 사람이 살고 싶은 분위기는 아니지 않나. 사실 우리도 아까 밖에서 대기할 때는 엄청 수다스러웠는데 지금은 매우 차분해졌다.(웃음) 간접체험을 어렵사리 뒤늦게 했다. 그 이외의 정보를 얻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여러 전문가들의 교육을 받아도 잘 감이 오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배우는 것은 만드는 법이지 안전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본인들이 어떤 약품을 사용하는지 알 길이 없다. 산재 신청을 도와주는 분들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도 바로 그 점이다. 노동자 증명이 필요한데, 그 분들은 그저 하얀색 통에 있는 것, 시큼한 냄새가 나던 것, 타는 냄새가 나던 것 등의 정도로만 알고 있다. 나중에서야 그 약품들이 자신의 생명에 큰 위협이 되는 것이었음을, 일급 발암물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중국의 신생 반도체 공장 피해자 분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들은 노란색의 바나나 우유처럼 생겼다고 ‘바나나 버터’라 제보한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10년 동안 만나온 피해자들의 실상이다. 노동자들이 산재를 신청했을 때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자료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데 그러지 않고 있다. 영업기밀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민감한 부분을 대부분 지워 관련 기관에 제출한다. 그런데 너무 과하게 지워진 나머지 최근의 국정조사 과정에서는 자료에 잘못이 있음을 노동부가 시인하기도 했다.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국가 기관의 실정이기도 하다. 오히려 삼성은 산재 없는 기업으로 보험료 부분에서 이득을 보고 있다. 반도체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약품이 200종이라고 하는데, 안전성이 검증된 것은 2% 밖에 되지 않는다. 삼성은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정보가 없으면 화학 약품이 유통될 수조차 없고 텍사스의 경우는 영업기밀이라 해도 무조건 공개하게 되어있다. 우리는 그곳에서 자료를 받기도 한다. 정보가 한정적인 상황이라 공부를 많이 하고 있고, 연구 모임도 가지고 있다.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다. 정보의 격차가 여전히 크다.


정: <탐욕의 제국> 영문 제목은 ‘Empire of Shame’이다. 어떤 의미인가?


홍: 작업 시작할 때 제작지원을 받기 위해 구상안을 써야했는데, 당시 읽던 책 제목이 ‘탐욕의 제국’이었고 영문 원제가 ‘Empire of Shame’이었다. ‘수치’가 영화 속 기업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고민하다가 읽고 있던 책의 제목을 가져오기로 했다. 개봉할 때 제목을 바꾸려고도 했지만 마땅한 게 없어서 그대로 가져간 경우이다.


정: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과 자본 권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감독님의 의도를 살펴보면 개개인의 작은, 흔적 없이 지나갈 법한 사연들을 기억하고자 하는 것을 연출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런 점에서 삼성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 


홍: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올리브 나무 사이로>(1994)를 보고 영화를 만들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아주 작은 일상이 참 귀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것들을 전하는 영화가 좋았다. 그래서 삶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장르를 택했다. 다큐멘터리로 내가 기록해야하는 삶은 멋지고 화려한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의 이름 없는,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알리고 함께 나누고 싶었다. 이 사회에 보탬이 되는, 행동하는 자아로서 발자취를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푸른영상’이라는 다큐멘터리 제작집단에 들어갔고, 누군가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직업병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엔 삼성이라는 우리나라의 절대악 같은 기업을 비판하는 영화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처음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들이 바로 이들의 삶에 있었다. 일을 하면서 병을 얻게 되고 그 병으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는 현실이 가슴 아팠다. 그래서 그들이 꿈꿔왔던 삶, 살아 온 삶, 그리고 현재의 삶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삼성과 자본 권력을 비판하는 영화라기보다는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가까이에 두고 자주 사용하는 것들을 만드는,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을 하다가 병을 얻고 소중한 일상을 잃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된 것 같다.


정: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작업에 임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영화의 마지막에 삼성 본사 앞에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고 또 멀찍이서 바라보는 카메라가 있다. 2007년에 시작된 투쟁이 10년 째 계속된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고 답답하기도 하지만 지금의 행진을 보면 어떤 가능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해외의 반도체 노동자들을 비추면서 영화가 끝난다. 직업병 피해의 굴레가 비단 한국뿐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세계사회의 커다란 문제와도 이어진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권: 올해 3월 6일이 故 황유미 씨 10주기이다. 올바로 해결하라는 취지로 1만 명 서명을 받으려 한다. 많이들 함께 해주면 좋겠다.


정: 블랙리스트에 올라 말도 안 되는 일을 겪고 있는 영화사 시네마달을 지키고 응원하기 위한 취지로 열린 기획전이다. 다음에서 스토리펀딩도 진행하고 있는데, 작게나마 힘을 보태 준다면 시네마달의 영화를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 조심히 들어가시길 바란다.



스토리펀딩 '블랙리스트 배급사 시네마달을 구하라' 후원하기 >>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13011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면서 감독으로서의 권위를 행사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운 점이 영화 <탐욕의 제국>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큰 메시지가 아닐까 되새겨본다. 요즘의 촛불 행진에서 어떤 가능성이 느껴지기도 한다는 정지혜 기자의 말과 더불어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해(害)가 지지 않는 나라 ‘탐욕의 제국’이 어서 빨리 저물고, 노동자들이 편히 몸 뉘일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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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찬란히 그늘진  촛불영화: 블랙리스트 영화사, 시네마달 파이팅 상영회 <그림자들의 섬>  인디토크


일시 2017년 2월 19일(일) 오후 4 상영 후

참석 김정근 감독, 은수미 전 의원

진행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지원 님의 글입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배를 띄우며 죽은 동료를 보내는 마음으로 인사를 한다.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열악한 현장에서 평범한 꿈을 가졌던 사람들이 어떻게 변했고, 또 무엇을 바꿨는지, 영화는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으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기획전 '촛불영화: 블랙리스트 영화사, 시네마달 파이팅 상영회'에서 <그림자들의 섬>을 만날 수 있었다. 김정근 감독과 은수미 전 의원, 그리고 진행으로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이 함께 했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이하 김덕진): 우선 기획전을 마련해준 인디스페이스에 감사 인사를 드리면서 이야기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정근 감독님과 은수미 전 국회의원님 모시겠습니다. 


김정근 감독(이하 김정근): <그림자들의 섬> 만든 김정근입니다. 반갑습니다.


은수미 전 의원(이하 은수미): 은수미입니다. 반갑습니다. 


김덕진: 요즘 두 분 어떻게 지내나요? 은수미 의원님은 굉장히 오랜만에 뵙는 것 같아요. 


은수미: 저는 광장에 가서 김덕진 사무국장님을 자주 뵙죠. 사회 보시잖아요.(웃음) 멀리서 자주 뵙고 있습니다.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낙선하고 뭐하고 사냐는 질문인데요, 전국적으로 강의를 많이 다니고 있어요. 


김덕진: 감독님은 2016년 최고의 한 해를 보내지 않았나요? 많은 찬사도 받았고요. 어떻게 지내세요?


김정근: 부산에서 촛불들을 기록하고 있고, 차기작이 지하철 관련 작품이어서 지하철 노조의 해고나 징계 상황을 촬영 중에 있습니다.


김덕진: 계속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는군요.


은수미: 저도 질문해도 될까요?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게 힘든 일인데, 계속 하는 이유가 있나요?


김정근: 원래 배나 철도 같은 기계에 관심이 있어요. 또 거대하고 경이로운 구조물을 만드는 게 작은 사람이라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기계와 사람의 대결구도, 이런 관계가 재미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노동자에 관한 이야기를 찍을 것 같아요.


김덕진: 한진중공업이 현재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심을 받기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많은 찬사를 받은 이유는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은수미 의원님은 영화 어떻게 보셨나요?


은수미: 처음 보고 너무 많이 울어서 다시는 안 봐야지 했어요. 여러분들도 많이 우신 것 같은데.(웃음) 조선업 노동자 20만 명 중 13만 명이 하청업체 노동자고, 대다수가 최근 대량해고 대상자잖아요.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기도 했고, 또 조선소에서 해고된 청년이 생활고 때문에 막걸리를 훔쳤다고 기사도 났죠. 그 아픔과 절망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아서 영화를 두 번은 안 봐야지 했는데, 막상 보니 잘 봤다는 생각이 듭니다. 희망을 꿈 꿀 권리가 있으니까요. 또 울기는 했지만 정말 좋았습니다.



김덕진: 영화에서 진심이 느껴져 집중해서 봤습니다. 흥미로웠던 장면은 노동조합 위원장 취임식 장면입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도 아니고 지회장 취임식을 저렇게 크게 하나 싶었어요. 요즘도 그러나요?


김정근: 전국금속노동조합 단위가 워낙 커요. 당시 공장에 거의 3,000명 정도 있었고 그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일종의 대장이어서 좀 성대하게 보여주고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지금은 복수노조 상태고 조합원이 줄어 200명이 안 되는 상황이어서 크게 하지는 않습니다.


김덕진: 영화에 예전의 기록들이 많이 나오는데 어떻게 입수를 했나요?


김정근: 미디어 활동가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당시 노조가 힘이 있는 시기여서 가능했던 일이긴 하지만, 한진중공업 노조가 기록을 워낙 중요하게 여기는 조직이라 부산에서 활동하는 독립다큐멘터리 촬영하는 분에게 기록을 부탁했다고 합니다. 제가 그걸 입수해서 재구성을 한 거예요. 그 기록들이 영화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김덕진: 많은 자료를 봤을 테고 직접 찍은 것도 많았을 텐데, 이 영화는 100분을 넘지 않는다는 미덕이 있죠. 딱 98분으로 마치는 미덕.(웃음) 그렇다는 건 찍은 장면들을 굉장히 많이 들어냈다는 거잖아요. 그게 쉽지 않은 건데, 대단한 것 같아요.


김정근: 제가 이 영화를 5년을 찍었고 한진 민주노조는 30년의 역사가 있어요. 이 영화는 쌓인 두께나 깊이보다는 너비가 중요한 영화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말씀대로 현장을 다룬 장면을 덜어내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는데, 다시 보니 좋은 선택이었다고 느껴지네요.


김덕진: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고 오랜만에 정말 좋은 다큐멘터리가 나왔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번 상영은 블랙리스트로부터 시작된 것인데, 감독님은 혹시 블랙리스트에 올랐나요?


김정근: 리스트에 제가 없어서 자괴감이 들더라고요. 가시방석입니다.(웃음) 그리고 블랙리스트 사안에 대해서 몇몇 분들은 놀랍고 충격적이라고 얘기하는데, 사실 저는 별로 놀라지도, 충격 받지도 않았어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보통 제작 지원을 받는데, 잘 되지 않는 사례를 계속 겪다보면 은연중에 알게 돼요. 논리적으로 이해한다기보다는, 짐작컨대 그런 게 있구나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놀랍지도 않았어요. 오히려 진짜 무서웠던 건 그게 내면화되면서 자체검열을 하게 되는 거예요. 외부 지원을 생각하면서 영화 내 사회적인 발언을 줄이고 중립인 것처럼 바꾸게 되는 것이 진짜 무서운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덕진: 그 리스트가 굉장히 허술해요. 특정 인물이나 사안을 갖다 놓고 만든 리스트인데, 어느 정부든 그런 게 있을 거라는 짐작은 늘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충격이었던 게 문건으로 실존하고,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배제시켰다는 거였죠. 


은수미: 19대 국회에서 그래도 꽤 열심히 했다는 생각을 했는데, 내가 가짜 정치를 한 건가 싶더라고요. 나는 왜 그 중요한 최순실을 몰랐을까, 국정농단 사건이 벌어질 때까지 나는 뭘 했나 자괴감이 컸어요. 앞으로는 진짜 정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덕진: 영화를 보면 김진숙 위원님이 전혀 술을 못하는데, 박근혜 당선된 날 맥주 두 병 마셨다고 하잖아요. 그 날은 잊을 수가 없어요. 잘 모르실 수도 있지만, 당시에 저는 대학로에서 밀양, 강정, 쌍용, 용산 농성을 같이 하고 있었는데, 거의 3일에 한 번 추모식을 했어요. 박근혜가 당선된 후에 노동자 분들이 계속 목숨을 끊었어요. 대통령이 바뀌는 게 노동자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목숨을 끊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김정근 감독님은 그 때 영화 작업 중이었기 때문에 최강서 열사도 찍었을 텐데, 보다 가까이에서 어떻게 느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정근: 강서 형이 돌아가신 그 시점의 기억이 많지는 않아요. 솔직히 기억하고 싶지 않아요. 영안실의 공기, 시체를 촬영하던 기억을 떠올리기가 힘들어요. 영화를 촬영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거라 영화 안팎이 구분이 안 됐어요. 김주익, 박재규 열사 분들은 면이 없는데, 강서 형은 계속 함께 술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던 사이였어요. 그런 사람이 한 순간 그렇게 되고 나니까 개인적으로 힘들었습니다. 분향소를 꾸린 분들이 느끼는 것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 같고요. 대답을 하기가 곤란스럽네요.



김덕진: 최근의 퇴진정국이 최순실의 태블릿 PC가 공개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박근혜 정권이 4년 동안 시민들에게 준 수많은 절망과 고통이 누적되었고, 그게 정유라의 부정입학 등을 계기로 분출 된 거죠. 그리고 이걸 가장 먼저 짐작한 사람들이 투쟁 노동자에요. 영화에서 김진숙 위원장님이 자신은 최강서 열사가 얼마나 절망스러웠을 지를 짐작한다고 하잖아요. 이미 한진 자본이 어떻게 나올지 알고 있었고, 강서도 알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자본, 재벌은 정권과 너무 밀접하게 얽혀 있어요. 최근 촛불정국에서 이런 문제가 개혁과제로 많이 거론되는데, 은수미 의원님께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다음 정부에서는 재벌개혁이 가능할까요?


은수미: 과거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에서 일했던 분들 중에 제가 아는 선배님이 몇 분 있어요. 가끔 비정규직 문제에 관해서 물어보죠. 왜 그랬냐고. 예를 들면 KTX 승무원 문제, 혹은 왜 삼성에게 그렇게 관대하냐고 질문을 하면 여러 대답이 나와요. 그 대답을 들어보면 당시 개혁세력이 국정을 주도하는 경험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잘 몰랐고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지금은 두 가지가 달라졌어요. 첫째로 역량과 능력을 가진 개혁세력들이 꽤 생겨난 것 같아요. 어떤 사안에 대해서 예산까지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죠. 끊임없이 시뮬레이션을 해본 거예요. 결단 직전의 순간까지 만들어놓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생겨난 거죠. 두 번째는 촛불입니다. 정말 달라졌어요. 대격변의 시기입니다. 사회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지경까지 왔기 때문에, 너무 힘들기 때문에 오히려 정치의식을 갖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어요. 그런데 시민들이 명령을 하고, 촛불을 들고, 내가 나를 대변한다고 나선 거죠. 이건 굉장히 큰 변화에요. 다음에 어떤 정권이 들어오든 시민 의사를 반영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저는 좀 다른 설계를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덕진: 사실 광장에 있는 분들은 의문도 가지거든요. 지금이야 촛불 들고 새로운 시대 얘기를 하지만, 막상 대선 끝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은수미: ‘광장의 조울증’이라는 얘기를 하잖아요. 광장에 있을 때는 세상이 바뀔 것 같다가도 다시 출근하면 절망스러워져요. 정권이 바뀌어도 세상이 바뀌지는 않아요. 바뀌어봤자 틈새와 여지 정도, 악어의 입을 여는 정도죠. 하지만 이젠 시민들이 추종을 하고 기대를 하는 위치에 있지 않아요. 화살을 쏘는 건 우리에요. 계획을 세워 낼만한 힘이 이제 좀 쌓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 같은 정치인들이 시간을 벌어들이면 광장의 시민들이 일상이나 현장에서 그 변화를 만들어내는 거예요.


김덕진: 부산의 광장에도 변화의 희망 같은 게 느껴지나요?


김정근: 부산은 오랜 기간 동안 여당이 독점하고 있던 곳인데, 지난 총선부터는 대안을 고민하는 분들이 생긴 것 같아요. 최근 촛불집회에도 꽤 많은 분들이 와요. 달라지는 게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사실 여전히 보수적인 기운들이 있죠.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저울에 올려놓고 최소한 재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봅니다. 


김덕진: 탄핵 이후로 대선 등 방향이 갈라지게 되면서 광장에서 하나로 모였던 사람들이 흩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불안함이 있어요. 


김정근: 최근에 문재인 후보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는데, 차별금지법 발언을 들어보면 사실은 후퇴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작은 문제들을 짚어내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부산은 서울처럼 다양한 의견이 올라오지는 못하는 공간이에요. 부산에서 광장에 가면 민주당 깃발이 쭉 있어요. 그런 걸 보면 저는 위험하다는 생각도 가끔 들어요. 그 안에 분명 수많은 의견이 있습니다. 그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가면서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대통령이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김덕진: 누가 되든 박근혜를 잇는 사람이 아닐 거라는 믿음과 바람이 있어요. 후보들이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면 어떨까 싶어요. 지금까지의 소신으로 당당하게 해도 되는데, 자꾸 정치인으로서 어쩔 수 없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잖아요. 이제는 시민들의 수준과 힘을 믿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갈게요. 보통 독립다큐멘터리와 다르게 특이한 점이 있어요. 바로 음악인데,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이 완곡으로 나와요. 어떻게 이 노래를 삽입하게 된 건가요?


김정근: 노래를 가만히 들으면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 합니다’라는 가사가 나와요. 노무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 시절을 참여정부에 와 기억을 못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뉘앙스로 넣은 노래에요. 노동자의 편에 서서 함께 했던 사람들이 노동자를 탄압하는 현실, 그리고 노동자들은 늘 탄압과 진압의 대상이었던 기억들을 불러오고 싶었어요. 사랑 노래이긴 한데 묘한 아이러니가 있을 것 같아서 배치를 했습니다.


김덕진: 마지막에 엔딩크레딧 올라갈 때 윤영배의 ‘위험한 세계’도 나와요. 


김정근: 뮤지션 윤영배 씨는 같이 술 마시며 영화 잘 봤다는 얘기를 하셨어요.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시네마달 등의 얘기도 했고요. 독립다큐멘터리들이 상영되고 양산되는 게 어려운 상황에 대해 인디 뮤지션으로서 공감되고 아쉽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게 맞닿아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덕진: 이 영화가 소중한 이유는 노조의 아쉬움을 계속해서 얘기하기 때문이에요. 김진숙 위원님이 투쟁의 성과가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하는데 집행부 소수의 것이 되어버렸고 결국 오만해졌다는 얘기를 하죠. 


은수미: 영화에서 우리가 배불렀다는 말이 나오는데, 저는 배 좀 부르면 안 되나,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에요. 배 좀 불러서 뭐가 나빠요.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위험한 현장에서 목숨 걸고 삼사십년 열심히 일해서 일억 버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불평등이 심화되는 문제의 책임을 노조에게 떠넘기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한국은 독특한 법을 하나 가지고 있어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9조에 따르면 노조는 근로자의 이익이 아니라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서만 교섭할 수 있어요. 전무후무한 법이에요. 예를 들어 정규직 노조가 하청이나 사업장이 다른 근로자를 위해서 파업하면 불법이에요. 우리나라는 이기주의 법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점점 불평등이 심해지다 보니 이 오랜 관행을 넘기 위한 노조의 노력도 있었지만, 결국은 실패했죠. 민주노총이든 한국노총이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굉장히 취약합니다. 실제로 조합원의 전체 조직률이 굉장히 낮아요. 금속노조 산하의 조합원 중 비정규직의 비율이 3퍼센트를 넘지 않습니다. 말이 안돼요. 모두가 배부르고, 하루 8시간, 일주일에 5일 일해 중산층으로 살 수 있는 것을 희망이라고 얘기해야 하나요. 기본이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그 정도는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그렇다면 각자 뭘 해야 하나 생각해요. 그래서 노조를 보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김덕진: 일부 노조가 부도덕한 짓을 저지르면 또 대서특필되죠.


은수미: 물론 노조도 부도덕하면 안 되지만, OECD 중 우리나라는 산재, 자살률, 그리고 사기범죄 1위에요. 저는 삼성 같은 경우는 사기집단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구속이 된 것이고 롯데나 현대 할 것 없이 굉장히 위가 많이 썩어있어요. 그러면 아래에서는 당연히 나 하나쯤이야, 먹기 살기도 힘든데, 이렇게 생각하게 되죠. 기업의 부도덕함이 세계적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해요. 계속 문제제기를 하고 새로운 지표를 만들고 시도를 해봐야 되겠죠. 시민, 비정규직과 함께 하는 다른 시도가 정치에서든 노조에서든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김덕진: 김진숙 위원님도 그 때 하청 문제 해결 못 한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영화에서 해요. 예전에 현대자동차 노동 현장에서 정규직은 이름표를 가로로, 비정규직은 세로로 다는 방식으로 구분을 지었어요. 노동자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구도 속으로 빨려들게 만드는 거죠. 그래야 기업에서도 통제가 쉬우니까요. 이런 걸 깨고 변화시키려는 고민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촛불광장에서, 박근혜 퇴진 얘기하는 자리에서 왜 성과연봉제 얘기를 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아요. 그게 이해가 가면서도 답답하죠. 박근혜 퇴진 후 뭐 할지 얘기 하자는 건데. 퇴진 이후를 얘기하지 않으면 결국 또 우리의 삶이 어렵고 처참하지는 거잖아요.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순수하게 퇴진 시위를 나온 건데 왜 자꾸 운동권들이 이슈를 가져오냐고 하죠.


은수미: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와는 엄청 달라요. 당시 비정규직 분들과 같이 시위에 나갔는데, 아예 시민 분들이 깃발을 내리라고 했어요. 광우병과 관련 없는 시위는 아웃이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모든 깃발이 허용되잖아요. 물론 지금도 목소리를 너무 키우지는 말라는 식이기는 하지만요. 서로를 계속 짓밟는 8년을 겪었지만, 우리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자신의 목소리를 얘기 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긴 것 같고요.


김덕진: 맞아요. 특히 차별 없고 평등한 광장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연사가 성차별적 발언을 하면 즉각 사과하고 조취를 취하는 모습은 사실 대규모 집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에요. 즉각 반영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건 많은 변화가 있다는 뜻이에요. 박근혜 이후, 정치도 시민을 믿고 시민도 정치를 계속 견인하고 힘을 실어주는 관계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어제 촛불집회에서 두 분의 발언이 있었는데, 이재용이 구속돼서 너무 좋은 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자와 최경희가 구속돼서 너무 좋은 이화여대 학생이 있었습니다. 사실은 되게 비극이죠. 자신의 사장과 총장이 구속돼서 신난다는 것이요. 시네마달이라는 배급사 하나를 살린다고 해서 세상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고, 시네마달이 망한다고 해서 나라가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시네마달이 없어지면 <그림자들의 섬>과 같은 영화를 이런 공간에서 볼 수 없는 거죠. 이런 부분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문화향유의 권리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고 다음에서 진행 중인 스토리펀딩에도 관심 가져주세요. 


김정근: 시네마달 같은 배급사가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없어지면 안 될 것 같아요. 지지해주시고 함께해주시고 후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은수미: 저는 다양한 의견이 세상을 살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국회에 있을 때 인권이나 존엄 이야기를 하면 새누리당 의원들로부터 월북하라는 소리를 반복적으로 들었어요. 오직 하나의 목소리가 지배하는 사회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저는 국회에서 경험했습니다. 여러분도 겪어봤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색, 꿈, 욕망이 사라지는 공포를 박근혜 정권에서 경험했다고 보고요. 그런 점에서 시네마달 같은 배급사가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는 지지하고 누구는 반대할 수 있지만, 다양한 목소리가 살아있기를 원해요. 살아있는 목소리가 우리 사회를 바꾼다고 생각해요. 시네마달을 후원하고, 스토리펀딩도 홍보하고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힘내십시오, 여러분. 우리가 이길 겁니다. 정말 소중한 한 걸음을 하고 있어요. 이 힘든 사회에서 기적과도 같죠. 항상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김덕진: 이렇게 좋은 영화를 제대로 느끼면서 보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서울이 크다고 해도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의 수가 몹시 적어요. 이런 공간 또한 지켜졌으면 좋겠습니다. 또 현장에서 카메라를 든 감독들이 계속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노동자뿐만 아니라 소수자의 이야기들이 진솔하게 왜곡되지 않고 전해지기 위해서는 찍을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어야 하고, 그 작품들을 제대로 상영할 수 있는 공간과 배급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네마달 후원과 홍보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오늘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스토리펀딩 '블랙리스트 배급사 시네마달을 구하라' 후원하기 >>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13011


그림자처럼 지워지고 가려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자본의 그늘 속에서 얼마나 치열하고 절박한 역사를 만들어왔는지 그 투쟁의 역사에 들어가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동료가 죽어도 또 ‘내가 아닌 누군가’가 죽었구나 하며 일을 계속 해야 하는 것. 그 죽음이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다는 마음. 그들은 그 마음에서 머무르지 않고 계속 나아갔다. 30여년의 시간동안 반성하고 연대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림자들의 섬>은 그들이 살아온 방식을 자극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인터뷰 형식을 통해 담담하고 부드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현실은 여전히 잔혹하지만 결코 무기력하지 않게, 진득하게 응원하고 기록한다. 누구든 그림자가 없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현 시점에서 노동과 인권의 가치는 더 이상 가려져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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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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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약자를 편드는 순간  2017 으랏차차 독립영화 <사람이 산다>  인디토크


일시 2017년 2월 12일(일) 오후 2 상영 후

참석 송윤혁 감독

진행 안소현 인디스페이스 프로그래머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현재 님의 글입니다.


제 16회 인디다큐페스티벌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송윤혁 감독의 <사람이 산다>는 용산 동자동에 위치한 '쪽방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은 쪽방과 거리를 오가며 생존을 이어가거나 에너지 빈곤층으로서 더위와 추위를 한 평 남짓한 방에서 온 몸으로 부딪혀야 한다. 국민을 보호해야하는 의무를 지닌 국가도 이들을 쉽게 도와주지 않는다. 송윤혁 감독은 쪽방촌 현장에서 이들을 도운 체험을 바탕으로 활동가의 시선을 통해 이들의 일상을 담고 있다.



안소현 인디스페이스 프로그래머(이하 안): ‘2017 으랏차차 독립영화’ <사람이 산다> 상영을 준비하면서 작년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이 영화를 본 기억이 떠올랐어요. 이 영화를 보고 감정이 너무 복받친 나머지, 주변 사람들을 마주하는 것이 민망해서 서둘러 극장을 나선 기억이 있습니다. 이 영화가 저에게 준 것은 삶의 무게감과 단순히 쪽방촌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이 이야기가 던지는 질문 자체가 나로 소급되는 어떤 것이에요.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 자존과 존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제 첫 질문은 ‘이 이야기가 어떻게 처음 시작되었습니까?’라는 당연한 질문이에요. 타이틀이 뜨기 전에 서울역 앞 큰 건물이 나오고 카메라가 골목길로 우리를 인도해요. 카메라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보지 않는 쪽방촌이라는 동네가 나옵니다. 그리고 우리가 만나게 될 4명의 인물을 소개하고 그 쪽방촌이 곧 철거될 위기라는 상황을 설명하면서 숏을 닫아요. 영화는 이 시퀀스로부터 시작을 하는데요, 이 영화의 시작에 나오는 서사가 감독님이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감독님은 이 영화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 첫 만남은 무엇이었는지 먼저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송윤혁 감독(이하 송): 일단 쪽방에 사는 홈리스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홈리스라고 하면 보통 거리에 사는 노숙인 분들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만나는 홈리스 분들은 범위를 좀 더 넓혀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지칭합니다. 저는 홈리스의 범위를 확장시켜나가는 운동을 하고 있는데요, 그 단체를 통해서 쪽방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고 언젠가 이 쪽방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래 거리에서 노숙을 하는 거리 노숙인 분들을 만나고 있었는데, 그분들이 ‘무언가 삶을 새롭게 시작할만한 공간을 찾고 싶다. 그곳이 바로 저기다.’라고 쪽방촌을 알려줬어요. 보증금 없이 월세 15-25만 원인데, 요즘에는 25만 원 정도 하는 것 같아요. 서울 시내에서 보증금 없이도 당장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죠. 모금을 해서 25만 원이 모였어요. 아저씨 한 분을 모시고 쪽방촌을 처음으로 들어가 본 것이 벌써 10년 전 일인데, 공간이 주는 느낌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에 그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들이 정리되는 과정 속에서 이 영화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안: 인물들을 어떻게 만나서 영화가 만들어졌나요?


송: 가장 먼저 만난 분은 ‘남선’ 아저씨에요. 거리에 계신 분들을 돕는 활동을 할 때 종각역에서 처음 만났어요. 2004년과 2005년 사이 겨울 즈음이었는데, 남선 아저씨는 쪽방과 거리를 왔다 갔다 하는 분이었어요. 서울 시내에는 동자동 같은 큰 쪽방촌이 5군데 정도 있어요. 그 중 동자동 쪽방촌을 주된 배경공간으로 설정하게 되면서 그 곳에서 처음 만난 분이 ‘창현’ 아저씨에요. 그리고 창현 아저씨를 통해서 ‘일수’-‘승희’ 부부를 만났습니다. 


안: 감독님이 인물들과 상당히 가깝다는 것은 영화에서 카메라를 통해 잘 드러납니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하지만 잠시 미뤄두고 제목에 대한 질문을 먼저 드리고 싶어요. 이 영화는 4명의 일상을 따라가면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가진 문제점, 그것이 주는 병폐들을 그들의 삶을 통해 보여주고 있어요. 영화의 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의 삶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복지제도입니다. 이 제도로 인해 일어나는 자존의 문제, 인물이 가진 삶의 태도와의 충돌이 영화에서 보입니다. 특히 부양의무제와 장애인등급제의 문제점, 그리고 이 쪽방촌이라는 공간이 죽음과 굉장히 맞닿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묻고 싶어요. ‘사람이 산다’라는 제목은 상당히 큰 울림을 주는 제목인데, 이 제목을 사용한 이유와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송: 이 영화의 최종 수정본이 나오는 순간까지도 제목은 ‘쪽방’이었습니다. 엔딩타이틀도 ‘사람이 산다’가 아니라 ‘쪽방’으로 들어가 있을 거예요. 이 영화는 쪽방이라는 공간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어요. 처음에는 모든 게 그냥 신기했던 거죠. 쪽방촌의 화장실을 갔는데, 물을 내리는 방식이 아니었어요. 그 위에 공동세탁장이 있어요. 화장실과 연결이 돼서 빨래를 하면 그 물이 화장실에 있는 잔여물을 쓸어버리는 시스템이에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 가끔 섬유유연제 향이 나기도해요. 그래서 상당히 쾌적하다고 느끼기도 했어요.(웃음) 그렇지만 겨울이 되면 점점 산처럼 쌓여요. 물로 처리가 안 되는 경우가 있는 거예요. 화장실이 정말 급할 땐 공원 화장실까지 가야해요. 이건 단편적인 일례고 주거공간으로서의 적절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부분이 너무 많아요. 빨래를 방 안에 널어야 하고, 밥도 방 안에서 만들어 먹고. 그래서 빨래에 김치 냄새와 된장 냄새가 항상 배어있어요. 최소한의 주거조건이 갖춰진 곳이 아니에요. 평균의 삶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달라서 신기함으로 처음 쪽방을 대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영화 제작을 위해 그곳에서 살다보니 쪽방의 모습들을 드러내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이 굉장히 열약하기는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갈 수 있는 최후의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희망적인 공간이기도 했어요.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어나가는 공간이니까요. 단순히 공간을 나타내기 보다는 사람들이 여기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어떤 억압과 폭력 속에서 살아가는지 드러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공간을 드러내고자 했으면 동정과 시혜의 시선을 벗어버리지 못했을 것 같아요. 사실 이 영화를 만들고 나서 쪽방에 대한 공간적 정보가 너무 없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마주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가능한 한 공간적인 부분을 덜어내려 했고 그 작업을 수행하면서 제목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회적으로 존엄을 보장받지 못하지만,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서 다소 거칠지만 ‘사람이 산다’라는 제목이 나왔습니다. 



안: 감독님이 이 영화를 어떤 자세로 찍었는지 알 것 같아요. 다큐멘터리는 카메라의 위치에 따라 그 인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가 드러나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카메라가 인물들과 상당히 가깝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처음에는 쪽방이라는 공간이 워낙 좁으니까 화각이 대단히 좁아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쪽방 밖에서도 인물들과 상당히 가까이 있는 것을 보고 감독님이 인물들과의 거리를 어떻게 조절한 것인지 궁금했어요. 또 카메라가 가진 태도에서 감동했던 부분은 남선 아저씨가 부양의무제 때문에 부모님을 찾아갔을 때 카메라가 집 안으로 선뜻 들어가지 못하는 부분입니다. 부모님으로부터 거절 의사를 듣고 난 뒤 남선 아저씨는 길에 누워있고 어머니로 추측되는 분이 그쪽으로 다가가는 상황에서 카메라는 그냥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감독님이 이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 특별히 생각한 어떠한 태도가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에서 의외로 음악이 자주 사용되는데, 이 점이 대단히 놀랍습니다. 우리가 다큐멘터리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 중 하나가 음악대신 날것의 소리가 들려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러나 존중의 태도인 듯 처음부터 음악이 잔잔하게 흐릅니다. 그 음악들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송: 음악부터 말씀을 드릴게요. 편집 시에 의도한 것은 아니었어요. 처음 장편을 만들다보니 여러 가지 어려운 지점이 있었어요. 제 친구가 영화를 보고 ‘너무 좋은데, 왜 음악이 하나도 없느냐’하면서 영화에 사용할 수 있는 음악을 작곡해주었어요. 영화음악은 몇 가지 테마로 적절히 삽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친구는 처음부터 끝까지 세팅을 해서 타임라인에 음악을 얹으면 딱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줬어요.(웃음) 그래도 너무 고마웠어요. 왜냐하면 제가 영화를 만들었을 때 이 영화에 대해 관심을 가져준 사람이 별로 없었거든요. 빼야 할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마워서 하나도 버리지 않고 다 넣었어요.

저는 소위 말하는 작가의 관점, 미학 등에 관심이 많아요. 하지만 영화에 있어서는 공부가 부족해서 카메라의 거리나 시선 같은 것들을 의도적으로 설정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같이 활동하는 활동가들은 이 영화가 어떤 시선인지 딱 알더라고요. 정확히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는 활동가의 시선이에요. 의도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이런 시선이 나오게 된 것 같습니다. 


안: 이 영화에서 거리감이 주는 느낌 자체가 이 영화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인물들과 감독이 가진 거리감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에 영화가 주는 울림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관객: 작품 잘 봤습니다. 마지막에 부부 인터뷰 하는 장면이 굉장히 찡했습니다.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사전 준비 작업을 상당히 해야 했을 것 같아요. 프로그래머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촬영자가 제 3자의 느낌이 아니라 대단히 밀접한 사람처럼 보여요. 쪽방이라는 공간에서 실제로 지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결국 그 쪽방을 허물었잖아요. 지금은 그 곳에 뭐가 들어섰는지 궁금합니다. 


송: 일단 마지막 질문에 대해서 답변하면, 그 쪽방이 철거된 자리는 다시 쪽방이 되었어요. 예전에는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되는 식의 개발이 자주 있었던 것 같은데, 동자동처럼 큰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올 수 없거나 자투리땅인 경우 굉장히 모호해요. 거기가 서울역 근처라 외국인 관광객이 엄청 많아서 쪽방을 리모델링해서 게스트하우스로 만들기도 해요. 더 큰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리모델링 형태로 재개발이 되고 있어요. 가난한 사람들이 갈 수 있는 최후의 공간들이 없어지고 있는 거죠. 쪽방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상당해요. 보증금 없이 월 25만원으로 살 수 있고 서울에서 ‘노가다’를 하거나 인력시장으로 들어가기 가장 용이한 지역이 아직까지도 역사 근처거든요. 그러다보니 역에서 멀어지면 살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닥치게 돼요. 역 근처에 이러한 공간이 있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데,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딱히 기획을 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금씩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쪽방에 계신 분들을 자주 만나기 위해 쪽방촌으로 들어가 노숙인 분들과 쪽방촌 분들을 계속 만났어요. 영화를 위해 촬영을 시작한 것이 1월 1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리고 그 다음해 1월 1일까지 살면서 촬영을 했어요. 처음 6개월 동안은 거의 촬영을 못했고 이후 6개월 동안 집중해서 촬영했어요. 서로 너무 가까이 지내다보면 좋지 않은 점도 보이더라고요. 다독이면서 나아가는 것이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지점이었던 것 같아요. 재미있기도 했어요. 이전에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날 때는 ‘아저씨’라고 부르던 분들을 ‘형’이라고 부르게 되는 경험이, 영화를 차치해도 굉장히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안: 마지막 질문을 하고 이 자리를 정리하려고 해요. 감독님은 왜 카메라를 들고 다큐멘터리를 찍나요?


송: 말이 많은 시대인 것 같아요. 매체가 다양해지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졌어요. 역설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은 더욱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시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 등장한 분들은 SNS 같은 것들을 사용하기 쉽지 않고, 자기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시간을 가지고 진중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들이 없어지고 있어요. 가난한 사람들, 특히 저는 홈리스 분들에게 관심이 있고 계속해서 그 분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저는 여전히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이라는 곳에서 활동하고 있고 노숙인 분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일을 합니다. 옹호라는 개념이 모호해 보이지만, 명확한 개념이기도 해요. 옳고 그름을 살짝 떠나 편을 드는 일입니다. 어떤 일이 발생하면 사실관계를 따지는 게 아닌 거죠. 편들어 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편을 드는 일을 하고 그것을 영상에 담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활동에서 선배들이나 동료들을 통해 배운 게, 아무도 편들지 않는 사람의 편을 드는 것은 그 사람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첫 번째 관문이라는 점이에요. 차별과 배제 속에 있는 사람들의 편에서 소통하는 단추를 만들어 나가는 역할이 되고 싶습니다.



카메라는 스스로 켜질 수 없고 스스로 꺼질 수도 없다. 이러한 카메라의 독특한 기능은 카메라로 하여금 능동적인 위치를 점할 수 없게 하였다. 다큐멘터리는 이러한 카메라 없이 존재할 수 없는 영화의 한 형태이다. 그래서 ‘카메라’와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두 개의 물리적인 조건이 존재한다. 결국 다큐멘터리는 사람이 카메라 뒤에서 무엇을 어떻게 보는가를 결정해야 하는 영화의 한 형태라고도 할 수 있다. 이 결정의 순간에 카메라 뒤의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사람이 산다>는 이 질문을 두고 약자의 편을 들기로 결정한다. 이 결정을 내릴 때 그것은 과연 그 자체로 옳은 결정을 함의 할 수 있을 것인가? <사람의 산다>에는 카메라 뒤에서 그 고민을 했던 이의 모습이 재인되어 있는 순간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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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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