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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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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3 - 04.19 인디스페이스 상영시간표

<다시, 벚꽃> 유해진 | 99분 | 다큐멘터리 | 12세이상관람가

<밤의 해변에서 혼자> 홍상수 | 101분 | 드라마 | 청소년관람불가

<어폴로지> 티파니 슝 | 105분 | 다큐멘터리 | 12세이상관람가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김경원 | 96분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눈발> 조재민 | 91분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위켄즈> 이동하 | 96분 | 다큐멘터리 | 15세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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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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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6 - 04.12 인디스페이스 상영시간표

<밤의 해변에서 혼자> 홍상수 | 101분 | 드라마 | 청소년관람불가

<어폴로지> 티파니 슝 | 105분 | 다큐멘터리 | 12세이상관람가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김경원 | 96분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눈발> 조재민 | 91분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눈길> 이나정 | 121분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위켄즈> 이동하 | 96분 | 다큐멘터리 | 15세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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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3 소소대담] 봄, 이제 시작이다 


일시: 2017년 3월 17일(금) @인디스페이스
참석자: 송희원, 이현재, 박영농, 이지윤, 최지원, 김은정
('소소대담'은 매달 진행되는 인디즈 정기 모임 중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송희원 님의 글입니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8기 소소대담 첫 모임을 했다. <눈길>, <눈발>, <녹화중이야>까지 세 편의 영화에 대한 인디즈의 더 깊은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더불어 ‘2017 으랏차차 독립영화’, ‘촛불영화: 블랙리스트 영화사, 시네마달 파이팅 상영회’ 등 인디토크를 기록하며 느꼈던 점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다보니 끝날 때쯤에는 서로 한층 더 가까워져 있었다. 상영 전 어색했던 관객들이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면 얼마간 무언가를 함께 공유하는 듯 말이다.





[리뷰] <눈길>: 위태롭지만 단단하게 http://indiespace.kr/3330



송희원: 먼저 <눈길>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인디즈 최지원 님 리뷰에서 이나정 감독은 끔찍한 폭력의 순간을 영화적 스펙터클로 이용하지 않으려고 주의를 기울였고 피해 상황을 섬세한 연출로 묘사하려 노력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직접적인 묘사 장면은 적었고 소품이나 세트에서 폭력적인 상황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일본군들이 사용하는 콘돔을 씻는 장면에서 실제 상황을 그리진 않았지만 폭력적인 상황이 인지되더라고요. 

박영농: 재현의 윤리를 마주한 영화들은 꾸준히 논쟁이 이어져 온 것 같아요. 저도 <눈길>에 대해서 공감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그분들의 고통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전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엔 의구심이 들어요. 과연 우리가 다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김새론 배우의 양장이 특히 눈에 띄기도 했어요.

최지원: 저도 그 말에 동의해요. 미화로 왜곡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번에 개봉한 <어폴로지>를 기대하고 있어요. 

박영농: 영화의 소재로 꾸준히 나온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요. 신선하면서도 한편으로 아쉬운 것이 있는데, 극이 현재로 넘어왔을 때 ‘종분’(김영옥 분)과 ‘은수’(조수향 분)가 서로 교감을 하며 이뤄나가는 서사가 있어요. 그 서사에서 조금 더 메시지가 부각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사람의 관계뿐만 아니라 여성 문제에 관해 얘기하면서요.

김은정: 영화를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 이야기들을 들으니까 왜 그런 장면들에 대한 묘사가 없었는지 알 것 같아요. 일단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그 문제를 미화시키지 않더라도 조금은 보기 편한 정도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처음에 ‘위안부’ 영화라 했을 때 막상 보려고 하니 약간 마음이 불편했거든요.

최지원: 이 영화는 약간 거리를 둠으로써 좀 더 대중적으로 할 수 있는 얘기가 생긴 것 같아요.



[리뷰] <눈발>: 눈이 오지 않는 마을에 눈발이 흩날리다 http://indiespace.kr/3334

[인디토크] 170317 <눈발>: 소리 없이 흩날리는 (참석: 조재민 감독) http://indiespace.kr/3349


송희원: 저는 <눈발>, <눈길> 두 제목이 처음에 좀 헷갈렸어요. 두 영화가 인디스페이스에서 같이 개봉을 하기도 했고요. 각각 제목을 왜 그렇게 지었을까 생각해봤어요. 저는 <눈길>에서의 눈은 따뜻함, 정, 고향길 같은 정서를 의미한다고 이해했어요. 그런데 <눈발>은 왜 그런 제목을 붙였는지 유추가 좀 어렵더라고요. <눈발>의 영어 제목은 ‘A Stray Goat(길 잃은 염소)’에요. 눈이 오지 않는 고성이라는 지역에 ‘민식’(박진영 분)이라는 이방인이 오고 나서 공동체가 약간 흔들리죠. 그래서 눈이 이방인이나 금기, 의외성, 돌출 등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이지윤 님 리뷰에서는 눈발을 위로라고 표현했더라고요. 다들 <눈발> 제목이 상징하는 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박영농: 저도 그게 궁금해서 인디토크를 들으려고 해요. 궁금해서 찾아보니 눈발을 위로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하지만 이걸 위로로 해석하면 조금 문제적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민식은 어쨌든 죄를 지은, 어떻게 보면 윤리적으로 문제적인 경험을 한 사람이잖아요. 약간 암시적으로 나오지만, 문제에 연루되어서 전학 온 것으로 설정이 되어있어요. 눈발을 위로의 장치로 이용해서 표현하려 했다고 하면 우리 모두가 ‘예주’(지우 분)에게 죄를 짓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지윤: 보는 방식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눈발의 의미가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박영농: 종교와 눈을 내려주는 하늘의 이미지가 연결되었어요. 종교라는 것이 영화에서 인간의 갈등을 해결해줄 수 없는, 비관적으로 보이게끔 나오잖아요. 이렇게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고작 하늘이 할 수 있는 것은 천진하게 눈을 내려주는 것밖에 없구나, 라는 식으로 읽었고 그래서 영화가 좋았어요. 삶의 딜레마를 잘 포착해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현재: 눈발은 내린다고 하지 않고 흩날린다고 하잖아요. 파편 같은 느낌이 드는데, 주인공과 고성이라는 마을이 혼재되는 상황 때문에 제목이 그 어수선한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진다 생각했어요.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면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았으면 더 흥미로울 수 있겠다 싶었어요. 마지막 장면의 인상이 강한데, 여주인공을 퇴장시킬 때 아름답게, 과하지 않게 퇴장시키더라고요. 그때부터 남주인공의 이야기는 별로 궁금하지 않았고 여주인공은 앞으로 어떻게 되었을까 계속 생각했어요. 

김은정: <눈발> 제목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남주인공의 입장에서 그려지는 영화고, 그 사람 입장도 이해되지만, 상황을 변명하려는 듯이 느껴져서 썩 기분이 좋진 않았어요. 

최지원: 염소를 대하는 태도가 흥미로웠어요. 민식은 처음 보고 귀엽다고 하고 구덩이에 내버려 두고 가잖아요. 그런데 예주는 보자마자 데리고 나가요. 민식은 딱히 염소를 구해주고 싶은 생각이 없어 보이고 예주는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김은정: 영화 전반에서 민식은 항상 도망치는 반면 예주는 구해주는 역할이죠.

송희원: 이지윤 님의 리뷰에서 무너진 성은 공고했던 공동체가 와해되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했잖아요. 성이라는 경계선 밖으로 소년과 소녀가 나가 자유로움을 추구하기도 해요. 그러다가 민식은 성 안, 교회 같은 공동체 안으로 다시 도망치기도 하고요. 성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해서 포스터가 좋았어요.

박영농: 저는 제목이 차라리 ‘고성’이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최지원: 성이 공동체를 상징한다고 보면, 일진 학생들 무리, 교회 공동체에서 민식은 보호받고 소속감도 가져요. 예주와 성을 나서니 오히려 불안해지고요. 반면에 예주는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은 피해자잖아요. 그래서 성을 나서면 오히려 자유로워지죠. 그런 대조적인 모습이 있었던 것 같아요.



[리뷰] <녹화중이야>: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윤리 http://indiespace.kr/3335

송희원: <녹화중이야>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인상적이었어요. 필모그래피를 찾아보았는데 <녹화중이야> 외에는 없더라고요. 아마도 감독이 연극판에서 오랫동안 봐왔던 실력파 배우들을 캐스팅한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연기가 굉장히 자연스럽다고 느꼈어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만약 배우의 연기가 어색했다면 파열음이 났을 것 같아요. 연기가 자연스러워서 장르와 잘 부합하는 듯했어요. 그리고 박영농 님의 리뷰가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영화 시작에서의 설명(추모사)이 장르의 속성을 잘 구현해냈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장치 때문에 관객들이 착각하며 몰입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박영농 님 글에서는 실제 다큐멘터리에서 쓰이는 추모글을 페이크 다큐멘터리에서 장치적으로만 가져와 사용하는 게 윤리적으로 좀 문제가 있지 않냐 지적하셨더라고요.

박영농: 사실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실제 다큐멘터리와 비교한다는 것 또한 한편으로 우려되는 지점이 있어서 조심스러웠어요. 하지만 저는 리뷰에서 지적한 장면이 분명히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서 다른 분들과 함께 의견을 공유해보고 싶었어요.

송희원: 포커스가 나가고 이미지가 뭉개지는 장면이 많았어요. 그게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자연스러움을 구현해내는 측면에서는 당연한 장면들이었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연인이 서로를 촬영해서 클로즈업이 많았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친구가 촬영한 풀샷이 많았던 것 같아요. 주관적인 시점에서 객관적인 시점으로 이동한 건가 싶기도 했어요. 카메라의 시점 변화, 샷의 구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박영농: 아무래도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이 끝까지 함께 진행되기에 감독 입장에서 고민되는 지점이 많았을 것 같아요. 특히 마지막에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 ‘민철’(최현우 분)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담아야 하는데, 서사 상에는 필요하지만, 그것을 기록하기 위해 뜬금없이 카메라를 설치하고 나가는 ‘우석’(서진원 분)이 너무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최지원: 저는 남자 친구 둘이 싸우는데, 그걸 찍고 있는 그 장면이 진짜로 이질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연출하는 느낌이랄까요.

이현재: 카메라를 운용하는 게 어떤 부분에서는 영리한 것 같고 어떤 부분은 너무 순진한 거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여주인공의 연기가 굉장히 좋았어요. 설득력이 있었어요. 특히 웃는 모습이 굉장히 자연스럽더라고요. 그런데 다른 배우들과 같이 나오면 조금 어색한 장면들이 더러 있어요. 연출이 과했다고 생각했어요. 페이크 다큐멘터리와 푸티지를 모아서 만든 홈 무비가 계속 충돌을 일으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굉장히 흥미로운 사례 중에 하나고 무시할 수 없는 영화인 것 같기는 해요. 



송희원: 인디즈가 되자마자 개봉작과 인디토크를 보고 기록하느라 정신없이 달려온 느낌입니다. 약 두 달 동안 인디즈로 활동하면서 느꼈던 점을 나누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독립영화를 더 관심 가지고 많이 보자는 생각으로 인디즈에 지원했습니다. ‘봐야지’ 생각만 하고 지나칠 수 있는 좋은 영화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인디스페이스에서 개봉하게 될 영화들이 많이 기대됩니다. 

김은정: 한국 독립영화를 볼 기회를 가지게 되어 너무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전에는 한국 영화 전반에 대해 관심이 많지 않았는데, 이번 계기를 통해 관심도 많이 생기고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모두가 주목하는 삶이 아닌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영화화 된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특히 ‘FoFF 2017’에서 본 <가현이들>이 기억이 많이 남는데, 영화뿐만 아니라 후에 진행된 토크를 통해서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 대해 많이 배우고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박영농: 그동안 영화를 본다는 것에 매너리즘이 생긴 게 아닐까 스스로를 의심해보았습니다. 방금 본 영화가 무슨 내용이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습관처럼 영화를 소비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인디즈 활동을 하면서 그런 고민이 어느 정도 해결된 것 같습니다. 활동을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영화에 몰입하고 인디토크에 참석하고 또 글을 쓰면서 왜 내가 영화 보기를 좋아하는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런 기회를 얻게 되어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이지윤: 인디즈를 시작하고 나서 개봉한 독립영화는 물론, 기획전 덕분에 지나간 독립영화도 볼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행복했어요. 물론 한 시간가량의 인디토크 녹취를 풀어내거나 영화에서 느낀 감동을 고스란히 리뷰에 옮기기 위해 여러 번 머리가 아프기도 했지만,(웃음) 그 복잡함조차도 즐거울 정도로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이현재: 세 편의 인디토크를 기록하고 한 편의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작성할 때는 마감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끝났다고 기뻐하며 ‘보내기’를 클릭하려 하면 늘 자신이 없었습니다. 특히 <나쁜 나라> 인디토크는 어떻게 기록하는 게 맞는 건지 알 수가 없었고 아직 글을 올리지 못했는데 가능한 최선의 상태로 수정해서 게시하고 싶습니다. 무엇 하나 올리는 데까지는 그런 지난함이 있는 듯합니다. 그렇다고 지난한 게 재미없는 건 아니니 지난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빨리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시작했으니 남은 시간이 아직 깁니다.

최지원: 꼬박꼬박 개봉작을 챙겨보고 감상을 적고 또 관심 있는 독립영화를 골라서 ‘인디즈 초이스’로 글을 써보면서 영화에 대한 애정이 더 늘어난 것 같습니다. 또 제 글이 인디스페이스 계정을 통해 게시되는 경험이 설레고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다른 분들의 글을 보면서 배우는 것도 많고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에서 뜻밖의 공감대나 감동을 하는 순간이 너무 좋아서 앞으로 남은 시간이 더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봄도 인디즈도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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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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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espace_Newsletter_201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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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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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흩날리는  <눈발>  인디토크


일시 2017년 3월 17일(금) 오후 7 30분 상영 후

참석 조재민 감독

진행 안소현 인디스페이스 프로그래머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눈이 내리던 계절은 지나갔지만, 스크린 위에는 눈발이 흩날렸다. 흩날리던 눈발은 땅 위에 쌓이지 못하고 공중을 천천히 맴돌다 스크린 밖 관객들의 마음속에 살포시 내려 앉아 잔잔한 여운으로 변했다. 금요일의 늦은 저녁, 채 가시지 못한 먹먹한 감정을 안고 <눈발>의 인디토크가 진행되었다. 작품을 연출한 조재민 감독이 함께했다.



안소현 인디스페이스 프로그래머(이하 안):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듣고 싶다.


조재민 감독(이하 조): 고성에 살면서 여러 가지 억압이나 죄의식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 근처의 창원으로 가게 되었다. 스스로 갇힌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기 때문에 고성이라는 곳을 빨리 넘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한참이 흐른 뒤에도 이 기억들이 맴돌았고, 이야기해보고자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


안: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알고 있다.


조: 친구들에게 벌칙을 받는 장면이 어떻게 보면 비현실적일 수 있고, 왜 당하고만 있나 생각될 수도 있지만, 그 기억에서 출발했다. 다른 이야기들과 합쳐지면서 덩어리가 생겨난 것 같다.


안: 마을의 인물들이 선한 모습의 탈 뒤에 잔인한 모습을 숨기고 있다. 인물들이 ‘민식’(박진영 분)을 둘러싼 모양으로 배치되어있고 그로 인해 남자 주인공의 모노드라마 같은 느낌이 강하다. 이렇게 이야기를 짜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조: 우선 지역성을 중점적으로 굳혀가야겠다 생각했고 그것을 유일하게 흔들 수 있는 사람이 이방인일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전학 온 인물로 설정을 했다. 그가 지역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에는 그 안에 다시 갇히게 되는 아이러니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남자 주인공을 방관자적인 입장, 제 3의 시선으로 계속 끌고 나가려 했다.


안: ‘눈발’이라는 제목에서 담고자 한 것이 있을 것 같다.


조: 남쪽 지역에서 내리는 눈은 대부분이 진눈깨비다. 금방 녹아 없어져 쌓이지 못하는 신뢰 관계나 믿음, 구원에 대한 의미로 시작되었다. 흩날린다, 사라진다, 홀연히 떠난다는 뉘앙스를 주기 위해 ‘눈발’이라는 제목을 골랐다. 처음에는 ‘고성’도 생각했는데 <곡성>, <밀양>, <파주>가 이미 있었다.(웃음) 지역 제목이 많아서 그것은 피하고자 했다.


안: 민식을 연기한 박진영 배우가 인상적이다. 그 배우가 가진 표정들과 작품에서 보인 모습들이 <눈발>의 주제를 부각시키는 데 크게 일조한 것 같다. ‘예주’를 연기한 배우 지우에게 또 다른 얼굴이 있다는 것도 이 영화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배우들을 캐스팅하게 된 사연이 듣고 싶다.


조: 박진영 배우를 처음 만났는데, 그가 마치 민식처럼, 전학생이 고성이라는 새로운 공간을 맞닥뜨렸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표정과 말을 하고 있었다. 생각하고 있었던 캐릭터의 모습, 성격과 실제로 굉장히 비슷했다. 민식은 선한 친구다. 그렇지만 새로운 환경,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처가 약하고, 손을 내밀긴 하지만 본인이 그 고통을 감내할 수 있을지 스스로 의문을 가지고 있다. 박진영이라는 배우의 첫 인상이 그랬다. 인내심과 동시에 약간의 허약함도 느껴졌다. 박진영 배우는 진해에서 중학교를 다녔다. 만났을 때 서울에 와 힘들었던 이야기를 했다. 도시에서 낯선 사람들과 낯선 문화에 적응해나가는 본인의 모습을 이야기하는데, 그것이 민식과는 완전히 반대였다. 그 점을 뒤집어 생각하면 잘 맞겠다고 느꼈다. 지우 배우 같은 경우 눈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가 있다. 첫 만남에서 지우 배우가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게 많다고 했고 그 점에 나도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관객: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눈발>을 봤다. 그때 예주의 손에 카레가 부어지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과 함께 있던 민식이 “뜨겁겠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 왜 그 장면이 편집되었는지 궁금하다.


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을 한 이후 편집을 하다 보니 바뀐 부분들이 조금 있다. 전체적으로 쳐질 수 있는 호흡에 대한 경계가 있었던 것 같다. 빼기 싫었지만 뺀 부분도 있고 빼길 잘했다 싶은 부분도 있다. 결이 많이 달라졌다. 질문주신 장면은 씬들 사이의 호흡과 워딩이 조금 걸려서 삭제되었다.


안: 다시 복구하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


조: 민식이 가족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장면이 영화 시작 부분에 있었다. 유일한,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 빠졌다. 그리고 엔딩의 논두렁 씬 전에 민식이 버스 정류장에 예주의 흔적을 느끼려 갔다가 그의 흔적을 보고 상념에 빠지는 장면이 있는데, 다시 넣고 싶다. 아마 DVD로 제작할 때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관객: 민식이 예주에게 느낀 감정이 사랑인지 아니면 다른 감정인지 궁금하다.


조: 민식은 처음에 예주를 연민으로 바라보다가 교감까지 가기 위해서 나름의 노력을 한다. 사랑까지는 아닌 것 같고 사랑 이전 단계라고 생각된다. 만약 상황이 괜찮아진다면 사랑까지 갈 수 있는 단계 같다. 그 과정에서 민식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예주에 대한 확실한 신뢰나 교감보다 아직 자기애가 조금 더 크기 때문이다. 본인을 억압해왔던 것들, 시골에서 일어난 사건들, 그리고 예주를 감당해내기에는 본인이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게 아닌가 싶다.



관객: 맨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눈발의 의미를 민식에 대한 위로로 해석한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조: 크게 보면 위로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눈의 의미는 뭔가를 덮어주는 것, 치유해주는 것인 듯하다. 예주가 민식에게 눈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을 하기도 한다. 쌓여서 뭔가를 채워주기보다는 자기 앞에서 흩날리다 녹아 없어져버리는 눈 때문에 예주를 조금 떠올리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


안: 앵글, 샷들이 넓기 보다는 인물들의 미시적인 관계들을 보듯 상당히 답답한 구조를 띄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인물 하나하나를 가두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촬영을 할 때 어떤 원칙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조: 답답함을 느꼈을 것 같다. 화면 위아래의 사이즈를 조금 답답하게 가져갈까 고민을 촬영 바로 전까지 했다. 『고도를 기다리며』처럼 눈을 기다리는 프레임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인물들의 거리가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계속 16:9의 비율을 생각하고 있다가 화면 위아래를 잘라냈다. 극장에서는 드러나지 않는데, 실제로는 예주가 사라진 다음 컷부터 화면의 위아래가 열린다. 극장 배급 및 상영을 그렇게 하기는 힘들어서 화면 크기를 일관되게 했다. DVD가 나오면 예주가 사라진 컷부터 16:9로 바뀔 것 같다.


관객: 작품의 끝 무렵 황석영의 『바리데기』 한 부분이 등장한다. 특별히 그 소설의 구절을 넣은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조: 『바리데기』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 작가가 생각하는 것이 <눈발>과 맞닿아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될 때는 소설이 아닌 고전시였는데, 톤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소설로 바꾸게 되었다.


안: 상징과 은유가 신화적인 부분이 있고 이야기의 서사 구조 자체가 상당히 고전적이다. 영향을 받은 감독이나 작품 등이 있는지 궁금하다.


조: 한때 고전에 심취해있었다. <눈발>이 영향을 조금 받은 것 같기도 하다. 모리스 피알라의 <사탄의 태양 아래서>(1987)나 로베르 브레송의 <무쉐뜨>(1967), 그리고 루이스 브뉴엘을 좋아한다. 그리고 예주의 실제 인물이 <무쉐뜨> 속 소녀와 많이 비슷했다. 그래서 그 영화를 볼 때마다 힘들었고 많이 떠오르기도 했다.


관객: 이 작품이 감독님의 기억에서 시작된 영화이지 않나. 영화를 만들면서 과거의 기억을 많이 떠올렸을 것 같다. 영화가 완성되고 나서 그 때의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워졌는지 궁금하다.


조: 자유로워질 수는 없을 것 같다. 개봉 직전에 영화 속에 나왔던 괴롭히는 친구들의 실제 인물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영화 봐라. 옛날이야기들 나올 거다. 너희 캐릭터 다 있다.’라고 말했는데, 그 친구들이 기억을 못하더라. 당황스러웠다. 나는 안고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관객: 민식은 가해자이기도 하고 피해자이기도 하다. 민식의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현재의 감독님이라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조: 문지방에 걸쳐 서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 미숙한 청소년들과 나이를 먹었지만 세상 밖을 못 보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용기를 내서 문지방을 과감하게 건너라고 말하고 싶다. 중간에 있으면 본인도 피해를 입게 되고 주변 사람들까지도 곤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안: 영화가 개봉한지 3주 정도 됐다. 개봉하기까지 긴 과정들이 있었을 텐데,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다. 소회를 듣고 싶다.


조: 처음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조금 시원한 부분이 있다. 아쉬운 것도 많고. 조금 더 잘했어야 했는데, 후회도 많이 된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너무 오만하게 썼다는 생각이 든다. 방심했던 것 같다. 다음번에는 의심을 좀 해야 할 것 같다.(웃음) 놓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더 다양하게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반성, 성찰을 많이 한 시간이었다. 


안: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있는지 궁금하다.


조: 97년을 배경으로 IMF 직전에 카센터에서 일하는 인물이 겪는 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다. 자본과 죽음, 인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느와르라고 해야 할까. 그런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작품은 관객에게 기시감을 안긴다. 그리고 그런 기시감의 결말은 낙관적인 것이 아니다. 위로하듯 쏟아지지만 채 쌓이지 못하고 흩날리는 눈발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절로 먹먹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촘촘히 구성된 시나리오와 세심한 연출은 이런 먹먹함을 또 다른 감동으로 느껴지게끔 만든다. 눈발은 소리 없이 흩어져 날아갔지만, <눈발>이 주는 여운은 오래도록 관객들의 마음속에 내려앉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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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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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를 클릭하면 영화별 상영일정과 세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7.03.30 - 04.05 인디스페이스 상영시간표

<밤의 해변에서 혼자> 홍상수 | 101분 | 드라마 | 청소년관람불가

<어폴로지> 티파니 슝 | 105분 | 다큐멘터리 | 12세이상관람가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김경원 | 96분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눈발> 조재민 | 91분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눈길> 이나정 | 121분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위켄즈> 이동하 | 96분 | 다큐멘터리 | 15세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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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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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를 클릭하면 영화별 상영일정과 세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7.03.23 - 03.29 인디스페이스 상영시간표

<어폴로지> 티파니 슝 | 105분 | 다큐멘터리 | 12세이상관람가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김경원 | 96분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눈발> 조재민 | 91분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녹화중이야> 박민국 | 93분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눈길> 이나정 | 121분 | 드라마 | 15세이상관람가

<위켄즈> 이동하 | 96분 | 다큐멘터리 | 15세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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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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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발한줄 관람평

송희원 | 성 밖에서 소년, 소녀 덫에 걸리다

이현재 | 정갈한 클리셰와 기시감들

박영농 | 땅과 하늘은 닿아있지 않다

이지윤 | 무너져 버린 돌담 한 귀퉁이에 흩날리는 눈발

최지원 | 단단한 성벽과 구덩이 안, 눈이 내리듯 따스한 빛도 닿을 수 있기를

김은정 | 비겁하게 도망쳤던, 과거 그리고 현재의 나



 <눈발> 리뷰: 눈이 오지 않는 마을에 눈발이 흩날리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추운 겨울에도 눈이 오지 않는 마을이 있다. 하얀 눈의 흔적이 없는 탓에 햇살이 가득한 마을의 풍경은 어느 봄날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고성’(固城)이라는 이름의 의미처럼 마을에 불길한 기운을 막아주는 견고한 성벽이 존재하기 때문일까. 바람과 햇살만이 감도는 마을에는 고요한 평화가 존재한다. 어느 날, 겨울이 봄처럼 느껴지는 평화롭고도 낯선 마을에 한 소년이 온다.



소년은 이방인이다. 마을에 적응하려 노력하지만, 모든 것이 녹록치가 않다. 평화로운 분위기와 상반된 날 선 일상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소년의 눈에 한 소녀가 들어온다. 소녀에겐 살인자의 딸이라는 낙인이 있다. 충분치 않은 증거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아버지는 살인자로 몰렸다. 그 무엇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소녀는 살인자의 딸이라는 낙인과 함께 마을 사람들의 비난과 동급생들의 가혹한 폭력을 감내해야 했다. 그런 상처투성이의 소녀에게 소년은 손을 내민다. 머뭇거리던 소녀는 이내 소년이 내민 손을 맞잡는다. 견고한 마을 안에서 상처 받은 그들은 교감하고 서로를 의지하며 차가운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길을 잃고 구덩이에 빠진, 자신들의 처지와 꼭 닮은 작은 염소를 보살피기도 하고 마을 외곽을 둘러 싼 높은 돌담을 따라 걸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과 소녀는 무너져 내린 돌담의 한 귀퉁이를 발견한다.


그들이 발견한 허물어진 돌담의 한 귀퉁이는 완성형이라 믿고 있던 공동체의 허점을 연상시킨다. <눈발>의 마을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약자에 대한 날 선 어조와 배타적인 분위기, 폭력을 용인한다. 지속되는 약자에 대한 가해는 ‘불길한 기운을 막아준다’는 성벽 그 자체로 둔갑한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상처와 자기혐오, 눈물과 트라우마는 자연스럽게 묵인된다. 공동체의 구성원을 처참하게 무너뜨리고 그의 잔재를 짓밟고 올라 평화를 가장하는 모습은 위선적이고 아이러닉하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은 비단 작품 속 세상만의 모습이 아닐지도 모른다. 작품은 이런 공동체의 위선과 아이러니를 한 시간 반가량의 러닝타임 동안 고스란히 드러낸다. ‘모든 이들을 위한 구원의 길’을 외치면서 소녀를 외면하는 교회의 모습은 작품 속에서 틈틈이 등장하며 사회의 위선을 꼬집는다. 소년이 건강을 위해 꼬박꼬박 챙겨먹던 보약은 그가 애정을 담아 보살피던 염소로 만들어진 것이었고, 살인자로 통하는 남자의 딸은 폭력의 피해자가 된다. 약자가 또 다른 약자를 희생시키며 삶을 영위하는 아이러니, 가해자와 피해자의 얄팍한 경계와 뒤바뀜에 대한 아이러니는 영화에서 주되게 다뤄지며 관객들에게 어떤 기시감을 안긴다.



작품 밖의 사회까지 흐르는 아이러니와 위선은 결말부에서 인간 본연의 나약함과 결부되며 비극적인 여운을 남긴다. 카메라는 소녀를 등지고 견고해 보이는 성벽 안으로 숨어버린 소년을 비춘다. 그리고 그 위로 황석영의 소설 ‘바리데기’ 12장의 한 부분이 고요하게 흘러간다.

성 안의 천장 꼭대기는 하늘에 닿은 듯이 까마득한데 허엽스럼한 연기 같고 안개 같은 것이 잔뜩 서려 있다. 자세히 보니 아래서부터 까마득한 꼭대기에 이르기까지 칸칸이 모두 벌집처럼 뚫린 방인데 다스리는 소리와, 다그치는 소리에, 대답하는 소리, 때리는 소리에, 비명 지르고 흐느끼는 소리들이 온갖 야수가 모여 울부짖는 깊은 밀림에 들어선 것 같다. 나는 가슴이 미어져서 쓰러질 것만 같다. 이번에는 까막까치의 도움말 없이 품안에 손을 넣어 넋살이 꽃을 꺼낸다. 그리고는 허공중을 향하여 힘껏 던진다. 꽃송이가 위로 오르더니 바람을 타고 천천히 맴돈다. 꽃이 펑하고 가볍게 터지면서 수만 개의 꽃잎이 흩어져 눈송이처럼 흩날리다가 밝고 흰 빛으로 변한다. 나는 저절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노래한다.



마지막 신에서 휘날리는 눈발은 분노와 저항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비극적인 현실에 지쳐버린 많은 이들을 위로한다. 눈발은 꽃잎이 흩어지는 것처럼 바람을 타고 맴돌다 무너져버린 돌담의 한 귀퉁이를 포근하게 덮는다. 어디론가 떠나버린 소녀의 마음속에서도 눈발이 흩날리다 밝고 흰 빛으로 변한다. 온갖 죄책감이 울부짖는 소리에 가슴이 미어지는 표정으로 쓰러진 소년 위로도 눈발이 흩날린다. 눈이 내리지 않던 마을에 그렇게 눈이 내린다. 하얀 눈은 쌓이고 쌓여 모두를 위로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위로는 마법 같은 변화의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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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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