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행(三人行): 영화 공간 탐방기 

- <최악의 하루> 서촌, 남산 / <춘몽> 수색 / <혼자> 신당9재개발구역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형주, 최미선, 전세리 님의 글입니다.



때때로 영화 속 공간은 영화를 구성하는 핵심적 요소가 된다. 인물들의 행동, 벌어지는 사건, 흘러가는 시간 모두 공간 위에 적히고 쌓인다. 우리는 공간을 통해 그들의 감정을 보고, 나아가 그 영화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느낀다. 이렇게 기억된 공간은 그 영화 자체가 되기도 한다. 

인디즈는 2016년 하반기에 개봉한 영화 중 특히 공간이 돋보였던 세 편의 영화 <최악의 하루>, <춘몽>, <혼자>의 장소를 탐방해 보았다. 최미선 관객기자는 <최악의 하루> 속 서촌과 남산을 다녀왔다. 매일 연습실에서 나와 걷는 길에서 다시 한 번 살짝 벗어나 한여름과 초가을의 그 날을 문득 떠올릴 ‘은희’를 상상하며 그녀의 시점으로 새 하루를 구성해보았다. 한예리 배우의 발걸음이 향하는 또다른 곳인 <춘몽> 속 수색역 근처는 전세리 관객기자가 찾았다. 수색이 불러일으키는 정서와 시간성을 되짚으며 동네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이번 기사의 제목으로 차용한 ‘삼인행’은 <춘몽>의 제목 후보 중 하나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형주 관객기자가 <혼자>의 신당9재개발구역을 방문했다. 온전한 동네의 이름조차 잃어버린 이곳은 주인공 ‘수민’이 끝끝내 지우지 못한 기억들이 묻어나오는 곳이다. 구부러진 골목들 사이에서 길을 헤매다 문득 자신을 되돌아 보기도 했다.

이 세 공간 탐방에서 인디즈 '삼인'이 만난 스승은 작품에 한껏 밀착한 일상의 시간들이었다. 작품-나-공간의 교류가 매우 묘한 느낌으로 우리를 채워주었다. 이제 3인을 따라 작품 속을 걸어보자. 



1. <최악의 하루> 은희 따라 걷기


초록이 물든 뜨거운 여름날의 남산은 폭발 직전이던 은희의 하루를 생생하게 떠올리게 한다. 영화 속 시간으로부터 여러 달의 흐른 지금, 그곳은 오히려 흑백에 가까운 장소가 되었다. 어디서도 색깔을 찾아보기 힘들만큼 빼곡히 들어찬 앙상한 나무들과 그것을 실감케 하는 차가운 공기만이 가득했다. 어떤 아쉬움도 없이 이렇게 변해버린 계절 속에서 은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뜨거웠던 여름이 주춤하고 가을이 올 것만 같았던 날, 끝도 없이 걸었던 그 길을 은희가 되어 다시 걸어보았다.



아… 그날 진짜 최악이었지

‘서촌은 이제 나에게 익숙한 장소가 되었다. 연습이 끝나고 골목 골목 안 가본 곳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가끔 여기 오는 외국인이 길을 물어보는데 이젠 어디든 능숙하게 잘 찾아준다. 그때마다 그 일본인이 생각난다. 이름이 료헤이였던가? 아무튼. 그를 처음 만났던 날은 하늘이 작정하고 나를 괴롭히나 싶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그렇지만 그 일이 있고 나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나는 여전히 거짓말을 하는 일로 먹고 살고 여전히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다. 아, 한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날 이후로 SNS는 안 한다. 그 모든 일이 다 트위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지워버린 후 아직까지도. 좀 심심하지만 그 덕에 연기 연습에 더 집중하고 있다.’



여길 다시 올 줄은 몰랐다

‘몇 달 만에 다시 찾은 남산은 겨울이다. 절대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금 이 길에서 그날을 회상했을 때 가장 나를 사로잡는 기억은 끔찍했던 삼자대면의 순간이 아니다. 하루의 끝에서 료헤이와 우연히 다시 만나 걸었던 어둑해진 산책로, 그리고 의미가 완벽하게 전달되지 않는 언어로 서툴게 나눴던 대화이다. 이곳이 여름을 잊은 것처럼 나도 그날을 지나 보낸 것일까.’



‘그러고 보니 그날 료헤이가 말해준 소설 속 여자도 이맘때쯤 이 길을 걸었을 것 같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에서 눈을 맞으며 서 있다던 무표정의 그 여자. 어쩌면 그날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좀 안심했는지도 모른다. 그 여자가 돌아보았던 캄캄한 산책로에 어떤 사연이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 이야기는 해피엔딩일 테니까.’



‘날씨가 좋다. 그날도 이 말을 했던 것 같다. 겨울은 그 계절만이 가질 수 있는 온도와 냄새가 가장 잘 느껴지는 계절인 것 같다. 바람이 코 끝에 닿을 때 괜히 공기도 좋게 느껴지는 정도의 냉기. 하지만 곧 계절은 변하겠지. 그런데 료헤이는 정말 그 이야기를 해피엔딩으로 마쳤을까? 얼마 동안은 서점에 들러 그의 이름으로 된 책을 찾을 것 같다. 팬레터를 보내야지.’ 



 INFORMATION 


제목: 최악의 하루

각본/감독: 김종관

출연: 한예리, 이와세 료, 권율, 이희준(특별출연)

개봉일: 2016년 8월 25일











 SYNOPSIS 


‘어떻게 오늘, 이래요?’

늦여름 서촌의 어느 날, 배우 지망생 은희(한예리)는  연기 수업을 마치고 나오다 길을 찾는 일본인 소설가 료헤이(이와세 료)를 만난다. 말은 잘 안 통하지만 이상하게 대화가 이어지는 료헤이와 헤어진 후 은희는 드라마에 출연 중인 남자친구 현오(권율)를 만나러 촬영지인 남산으로 향한다.  그리고 같은 시간, 한 때 은희와 잠깐 만났던 적이 있는 남자 운철(이희준)은 은희가 남산에서 올린 트위터 멘션을 보고 은희를 찾아 남산으로 온다. 오늘 처음 본 남자, 지금 만나는 남자 그리고 전에 만났던 남자까지 하루에 세 명의 남자를 만나게 된 은희.

과연 이 하루의 끝은 해피엔딩일 수 있을까?





2. <춘몽> 다음 계절이 봄이라 하니 


<춘몽> 주요 배경지인 수색에 다녀왔다. 감독 인터뷰에 따르면 수색은 흑백 정서를 가진 곳이다. 그는 5년 동안 상암에 살았지만 수색이 컬러로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다. 상암은 신도시이고 수색은 개발의 손길이 덜 미친 곳이다. 이곳은 언뜻 서울 교외나 다른 지역에 다다른 느낌을 준다. 



수색역 옆 굴다리를 지나면 장엄한 신도시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나는 그곳에서 모종의 시간차를 느꼈다. 수색역 굴다리에 ‘수상한 굴’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을 보기도 했다. 그 이름처럼 수색은 수상하고 오묘한 곳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거쳐 출퇴근 한다. 영화에서 ‘예리’와 세 남자는 수상한 굴을 통해 한국영상자료원에 간다.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우산 없이 목도리를 뒤집어쓴 채로 잠시 거닐었다. 오래 머물지는 않았지만 향수 비슷한 여운이 남는다. 입구에 채소와 과일을 잔뜩 내놓은 슈퍼마켓, 문방구 앞 뽑기와 게임기, 비 오는 날의 분식집, 아이들의 하굣길. 굴다리 하나만 지나면 만나게 되는 익숙한 풍경들이 아주 묘한 느낌을 주었다. 동네 이곳저곳을 거닐다 ‘주영’이 고양이 밥을 주던 주택 앞에 가보기도 했다. 그 집은 오르막길을 올라야 한다. 오르막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어렴풋이 방송국 건물이 보이고 그 아래 사람들이 길을 오르고 있다. 



마지막으로 예리와 세 남자가 앉아있던 슈퍼에 갔다. 가게 이름을 몰라 사진만 가지고 물어물어 갔다. 행인에게도 묻고 주민센터에 들어가 묻기도 했다. 덕분에 금방 찾을 수 있었고 간판에는 ‘윤창슈퍼’라고 쓰여 있었다. 이전 사진에는 가게 앞에 평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카시아 까페로 바뀌어 있다. 주민들은 그곳에 옹기종기 앉아 추운 몸을 녹일 것이다.   

다시 역으로 가는 길, 멀리서 역을 바라보다 역 계단을 내려오던 예리의 모습이 스쳤다. 밤이 되니 여름처럼 비가 쏟아졌다. 많은 비. 맑은 날 다시 가보고 싶다. 햇살 잔뜩 스미는 겨울 끝 무렵, 또는 어느 봄날에.



 INFORMATION 


제목 : 춘몽 春夢

각본/감독 : 장률

출연 : 한예리, 양익준, 박정범, 윤종빈, 이준동, 이주영

특별출연 : 신민아, 유연석, 김의성, 김태훈, 조달환, 강산에

개봉 : 2016년 10월 13일












 SYNOPSIS 


 “바보 같은 꿈을 꿨어. 우리만의…”


시장을 어슬렁거리며 농담 따먹기나 하는 한물간 건달 익준

밀린 월급도 받지 못하고 공장에서 쫓겨난 정범

어리버리한 집주인 아들, 어설픈 금수저 종빈

그리고 이들이 모두 좋아하고 아끼는 예리가 있다.

병든 아버지를 돌보는 예리가 운영하는 ‘고향주막’은 그들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오아시스다.

그러던 어느 날, 언제나 그들만의 여신이라고 생각했던 예리의 고향주막에 

새로운 남자가 나타났다.






3. <혼자> 기억도 철거될 수 있을까 


밤에 작업실에서 이곳을 보고 있으면 꼭 내 뇌, 머릿속 같아

<혼자> 속 수민은 이상한 꿈에서 계속 헤맨다. 깨도 깨도 다시 돌아오는 이 골목을 보며 그는 마치 자신의 머릿속 같다고 말한다. 그 대사처럼 <혼자> 속 공간은 분명히 기억, 트라우마가 재현되는 상징이다. 가파른 계단, 꾸불꾸불 끝없이 이어진 골목들로 이루어진 신당9재개발구역은 시대와 삶의 시간이 가득 배어있음과 동시에 기한 없이 연장되는 철거를 앞두고 버려지고 낡은 모양새로 묘한 긴장감을 품고 있다.



골목을 들어서면 종종 대문이 열린 집들이 보인다. 장독대와 빨래가 널려있어 마당인가 기웃대보면 또 다른 집으로 연결된 길이 숨어있다. 마당이자 마당 아닌 곳, 문이지만 닫을 수 없는 문들이다. 애초부터 계획적으로 지어지지 않은, 필요에 따라 들어오고 팽창하고 쇠퇴하며 남은 공간의 틈을 엿본다. 



털어버렸으면 좋겠다. 깡그리 다, 새로, 시작하게

다른 골목으로 들어오니 빨간 깃발들이 가득하다. 이 빨간 깃발은 재개발에 반대하는 표시이다. 현재 재개발 찬반이 강력히 대치하고 있다. 사진을 찍는 나에게 어디서 왔는지 경각심이 느껴지게 묻는 분들이 있었고, 하루 아침에 살던 집에서 쫓겨나게 된 이야기를 처음 보는 나에게 하는 분도 있었다. 아마 ‘더 나은 삶’이 철거의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이 명제는 현재의 부정을 전제하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이 공간을 다 부수고 새 건물을 뚝딱 짓는다면 갖고 있던 모든 기억이 다 없어지는 걸까 궁금했다. 이곳에 수민의 아픈 기억들이 숨은 건 쌓인 시간들을 너무 일찍 놓아 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골목을 돌다 보니 가로등에 불이 켜졌다. 아까 지나친 곳을 다시 보았다. 뭉개지고 부서진 채로 원망의 눈빛만 쏘아붙이던 그들이 떠오르자 문득 내 한계의 잔해들도 자꾸 떠올랐다. 골목을 내려오며 나의 동네를 생각했다. 자로 잰 듯한 택지지구의 아파트. 7년의 시간 동안 번지르르해 보이던 대리석에 먼지가 끼고 위태하던 소나무는 결국 시들어 잘렸다. 시간이 쌓일 틈 없는 나의 장소에서 훗날 내 기억은 어디에 숨을 수 있을까. 


 INFORMATION 

제목 혼자 (Alone)

연출 박홍민

출연 이주원, 송유현, 이성욱, 윤영민, 김동현

상영시간 90분

관람등급 청소년관람불가

개봉 2016년 11월 24일









 SYNOPSIS 

“잘 생각해봐, 네가 왜 여기에 있는지…”


달동네가 배경인 다큐멘터리를 준비중인 한 남자,

우연히 건너편 옥상에서 벌어지는 살해 현장을 목격한다.

살해 장면이 남자의 카메라에 찍힌 것을 눈치챈 복면의 괴한들은

즉시 작업실로 찾아와 거대한 망치로 그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친다.

잠시 후 건너편 동네의 정자에서 알몸으로 깨어난 남자.

모든 게 이상한 꿈이었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또 다시 괴한에게 죽임을 당하고

정신을 잃은 남자는 또 한 번 같은 골목에서 눈을 뜨는데…




스크린을 넘어 재생되던 영화들


이 세 공간은 재미있게도 모두 서울이지만 전혀 한 도시처럼 보이지 않는다. 남산은 겨울임에도 청명하고, 수색은 차갑고도 아련하며, 재개발 지역은 친숙하면서도 날카롭다. 이처럼 다양한 동시에 본질적인 정서를 담아낸 건 독립영화 특유의 깊고 분명한 시선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공간에 새로운 색칠을 한다기 보다 수북이 떨어져있던 낙엽 하나를 주워 이야기를 생각해 보는 것. 고인 바람이나 하수구의 악취 또는 창문에서 새어 나온 보글보글 끓는 찌개 냄새 같이 그곳에만 가면 나던 내음을 기억하고, 가만히 앉아 자리를 지키며 시간을 쌓은 사람만이 볼 수 있는 모습을 찾는 것. 독립영화가 공간을 직면하는 힘을 갖는 법이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의 시간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영화 속 공간을 방문한다면 영화의 확장이 이뤄질 수 있다. 각 영화의 주요한 영감과 정서를 만들어 낸 공간을 직접 방문하며 우리는 영화를 되새김과 동시에 주인공이 되어 보기도 하고 공간의 역할에 대해서 사유해보기도 하며 나아가 공간과 나를 직접 이어 보기도 했다. 우리의 감상이 영화를 얼마만큼 담았을 지는 모르지만, 스크린을 넘어 재생되는 영화를 엿보았던 건 분명하다. 다시 영화의 막이 내렸기 때문일까. 조금 씁쓸하지만 한 켠에 따뜻함을 갖고 위로를 받으며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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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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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독립영화제와 그의 책들 

21세기의 독립영화, 독립영화 나의 스타 : 10인의 배우를 만나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형주, 전세리 님의 글입니다.


인디스페이스에서는 매년 다양한 영화제들이 개최된다. 올해 역시 인디포럼, 서울환경영화제를 거쳐 12월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독제)를 앞두고 있다. 서독제는 최근 역대 영화제에서 독립스타상을 수상한 10명의 배우들의 인터뷰와 배우론을 실은 ‘독립영화 나의 스타’를 발간했다. 이 책과 더불어 서독제 및 서독제 40주년 기념 서적 ‘21세기의 독립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서울독립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는 1975년 한국청소년영화제의 맥을 이어 2002년부터 현재의 명칭으로 개최되는 독립영화제이다. 이는 국내 독립 영화를 소개하고 만나는 가장 대표적인 통로이다. 대상, 최우수작품상, 독립스타상 등 경쟁부분을 시상하고 사전제작지원작을 선정해 제작과 개봉을 지원하기도 한다. 

2008년 이후 정치적 탄압이 있기 전까지 서독제는 민-관 합동 행사의 성공적인 기획의 예시로 제시되었다. 또한 탄탄한 조직력으로 한국 독립영화 발전에 큰 힘이 되어 왔다. 무엇보다 관객에게 독립영화 소개와 그 제작 동기를 꾸준히 제공함으로써 국내 영화계의 다양성을 보장했다. 

서독제의 영화들은 영화제 상영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영화들은 ‘인디피크닉’ 지역 순회 상영 등을 통해 관객과 만날 다양한 동력을 얻으며 정식 개봉의 기회를 가지기도 한다. <그림자들의 섬>, <사돈의 팔촌>, <할머니의 먼 집>, <흔들리는 물결> 등 올해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한 영화들 역시 40, 41회 서독제를 통해 빛을 볼 수 있었다.  

올해 42회를 맞은 서독제는 오는 12월 1일부터 9일까지 인디스페이스, 서울아트시네마, CGV아트하우스 압구정에서 진행되며 '럭키 드로우'라는 슬로건을 내걸어 관객이 만족할 영화들이 선정되기를 기원한다. 





 21세기의 독립영화 

‘21세기의 독립영화’는 국내 독립영화의 역사를 집약했다. 이 책은 최초의 독립영화 전문 영화제인 서울독립영화제의 역사를 기술하며 이를 통해 주목 받은 영화들을 주제별로 분류해 소개한다. 그 역사와 과정은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발간하는 계간 ‘독립영화’를 근간으로 복원되어 새로운 담론과 의의를 덧붙였다. 

이 책에 담긴 독립영화의 역사 및 평론들은 몹시 흥미롭다. 서독제 첫 기획자들의 생생한 인터뷰를 비롯하여 독립영화가 척박한 환경에서 어떻게 영화제를 일으킬 수 있었는지 연대별로 서술되어 있다. 서독제 수상 영화들에 대한 평론은 실험, 퀴어 등 특정 주제로 구분해 설명된다. 해당 주제에 부합하는 영화를 비롯해 시대상에 따른 변화까지 기술한다. 이와 더불어 현재 독립영화가 처한 한계를 지적하기도 하고(정한석), 독립영화의 정의가 무엇인지, 역사를 구술할 수 있는 것인지(신은실) 등의 원론적인 질문도 주저하지 않는다. 특정 주제를 통해 영화를 찾고자 하는 관객에게 손쉬운 지침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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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영화 나의 스타 : 10인의 배우를 만나다 

10인의 배우와 함께한 이 책은 독립영화라는 공통 분모를 지닌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채은, 서준영, 유다인, 이민지, 김창환, 이주승, 이상희, 변요한, 윤금선아, 정하담 10인의 배우가 참여했으며 각 배우마다 배우론과 인터뷰를 함께 진행했다. 이들을 주제로 확장되는 이야기에서 영화 관계자들의 애정 어린 시선 또한 엿볼 수 있다. 

독립영화 리그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배우들.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읽으며 지난 감상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저마다의 고충이 결국 배우 자신의 색채를 만들고 작품과 연기에 각자의 의미를 부여시키기 마련이다. 각 배우들이 털어놓는 촬영 비하인드부터 그들이 꿈꾸는 연기까지. 대중과 가까이 하려는 노력과 자신의 원동력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이 있다. 배우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책의 별미다. 그들의 여정과 열정이 관객에게 무엇을 선사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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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배우들 

정유미, 박정민, 김새벽, 조복래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다영, 홍수지 님의 글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를 결정짓는 데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배우다. 아무리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한들, 결국 가상의 인물이므로 그것에 숨을 불어넣는 것은 배우의 역량인 것이다. 영화에 있어 배우는 정말 중요한 일부분이라고 믿는다. 황정민 배우의 유명한 수상소감처럼, 다 차려진 밥상 위에 숟가락을 얹을지언정 결국 이야기와 관객을 이어주는 점접이 되는 부분은 배우가 숨을 불어 넣는 순간이기도 하니까. 그들은 스크린 안에서 겪어보지 못한 순간들을 연기하며 우리로 하여금 더 넓은 세상을 보게 하고,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하고, 꿈을 꾸게도 해준다. 그래서인지 실제로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그들에게 우리는 무한한 애틋함을 느끼기도 한다. 


최근 독립영화에서 꾸준히 내공을 쌓아오던 배우들이 하나 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따라서 뛰어난 연기력과 독특한 개성의 배우들뿐만 아니라 그들이 과거에 출연했던 영화들까지 함께 관심을 가지는 대중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이번 인디즈 기획에서는 독립영화로 시작해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배우들을 다뤄보려 한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정유미 배우부터 <동주>로 그 동안 쌓아온 연기 ‘포텐’을 터트린 박정민 배우, 그리고 다수의 독립영화에서 ‘열일’하며 우리로 하여금 앞으로의 모습을 더욱 기대하게 하는 김새벽 배우와 <범죄의 여왕>에서 전에 없던 사랑스러움을 연기하며 시선과 마음을 강탈한 조복래 배우까지. 그들이 출연했던 영화들을 소개한다.






1. 배우 정유미


‘정블리’라 불리며 최근 <부산행>에서 마동석 배우와 반전 케미를 보여준 정유미 배우는 현재 <최악의 하루>로 사랑 받고 있는 김종관 감독의 단편 <폴라로이드 작동법>(2004)에서 사랑에 빠진 소녀를 섬세한 감정선으로 표현해냈다. 대중에게 꽤 알려진 지금도 좋은 작품이라면 작은 배역이나 작은 영화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정유미 배우. 이것이야말로 정말 배우가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홍상수, 김종관, 정성일 등의 감독들에게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으며 작품을 쌓아가고 있는 정유미 배우를 설명하는 데는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여리여리한 겉모습과 달리 단단한 그녀의 연기를 담은 두 작품을 소개한다.




<카페 느와르>(정성일, 2009)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백야’를 영상으로 구현해 낸 정성일 영화평론가의 첫 연출작 <카페 느와르>에서 정유미 배우는 장장 10분이 넘는 독백을 롱테이크로 소화해냈다. 정성일 감독은 오로지 정유미 배우만이 이 장면을 소화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하여 애초부터 그녀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정유미 배우는 담담하게 시작해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독백을 풀어나간다. 오로지 정유미 배우의 얼굴만을 클로즈업하여 스크린은 그녀의 연기로 풍성하게 메워진다. 정유미 배우와 신하균 배우의 열연 이외에도 원작 소설을 좋아하는 문학인이라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두 소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개인적으로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흑백의 청계천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번째 파트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 





<조금만 더 가까이>(김종관, 2010)


<최악의 하루> 김종관 감독의 전작인 <조금만 더 가까이>는 세가지 사랑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은 가을에 어울리는 영화다. 미묘하게 맞닿은 여름과 가을의 경계에 있는 요즘, 폭발직전의 여름로맨스 <최악의 하루>를 보고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느껴지는 <조금만 더 가까이>를 본다면 참 좋을 것 같다. 대중들에게 익숙한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에서의 ‘주열매’와 드라마 ‘연애의 발견’에서의 ‘한여름’의 사랑스러운 모습과는 사뭇 다르지만, 오히려 “너 때문에 연애 불구야, 책임져”라며 끈질기게 따라붙는 <조금만 더 가까이>의 ‘은희’는 사랑에 치졸해지고 찌질해지는 우리 본연의 모습과 닮았다. <폴라로이드 작동법>, <조금만 더 가까이>, 차기작인 <더 테이블>까지. 김종관 감독과 정유미 배우의 협업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는 바이다. 






2. 배우 박정민


올해 초, 이준익 감독의 <동주>에서 송몽규 열사를 연기하여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배우 박정민. 그를 열렬히 사모하는 필자에게 한 영화 관계자 분은 ‘박정민 배우를 좋아한다니, 앞으로 더 깊이 팔 것들이 많을 거야. 행복한 덕후가 되겠구나”라는 격려를 해주셨다. 수 많은 동료와 영화 관계자들이 박정민 배우의 최근 잇따른 수상을 기뻐해주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데뷔한 후 오랜 시간 동안 ‘유망주’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열심히 활동을 해왔지만, 아쉽게도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 그가 나왔던 작품들을 찾아보면 왜 우리는 이때껏 그를 몰랐나 싶을 정도로 연기가 훌륭하다. 매번 연기를 너무 잘해서 이 배우가 그 배우인 줄 몰라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맡은 배역마다 온전히 그 캐릭터가 되어 연기한다. 연기 뿐만 아니라 얼굴도 저엉말 잘 생겼고, 그리고 글도 잘 쓰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해, 그게 바로 펄풱, 그게 바로 인생의 진리..인 박정민 배우님의 굵직굵직한 전작들을 알아보자.





<세상의 끝>(남궁선, 2007)


초창기 박정민 배우의 연기를 볼 수 있는 단편영화이다. 오래전부터 우주가 소멸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세상의 멸망을 앞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여타 종말론적 영화들과 다른 방식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생각보다 차분한 분위기로 전개되는 영화의 중심에는 박정민 배우의 연기가 있다. 대사 없이 그저 무감각한 표정으로 세상의 끝을 기다리는 그의 눈빛에는 그 어떤 희망도 존재하지 않는다. 동시에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생각하는 내일이, 혹은 미래가 과연 존재할까?’라는 질문과 ‘세상의 끝이 왔을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파수꾼>(윤성현, 2010)


윤성현 감독과 박정민 배우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당시 엄청난 주목과 갈채를 받은 영화이다. 갑작스러운 기태(이제훈 분)의 죽음으로 혼란 속에 있는 그의 아버지(조성하 분)는 아들의 사진 속 친구인 희준(박정민 분)과 동윤(서준영 분)을 만나 기태의 기억들을 더듬는다. 그 안에 담긴 세 친구의 우정, 상처와 오해들을 담아내며 수많은 아픈 청춘들과 흩어져버린 관계 속에 남은 이들을 품어낸 작품이다. 극 중 박정민 배우는 ‘베키’라 불리는 희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불 같은 성질을 가진 기태 이제훈 배우의 폭발적인 연기를 상대로 차갑고 조용조용 받아주는 연기를 펼쳐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내내 그 텐션을 이어간다. 






3. 배우 김새벽


<한여름의 판타지아>(2014)에서 비슷하지만 다른 두 역할을 미묘한 차이를 두고 자연스럽게 소화해낸 김새벽 배우. 그녀가 출연한 작품으로는 <줄탁동시>(2011), <말로는 힘들어>(2012),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2013) 등이 있다. 그 중 소녀를 연기한 <말로는 힘들어>를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말로는 힘들어>(이광국, 2013)


<말로는 힘들어>에서 김새벽 배우는 짝사랑을 하는 소녀로 등장한다. 소녀는 놀이터에서 소년(이달 분)에게 ‘간질간질한 잎사귀 같은’, ‘흔들리는 그네 같은’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후 영화는 제목처럼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이야기로 진행된다. 소녀의 꿈, 상상의 세계로 이어지는 영화는 풋풋하고 탄력적이다. 김새벽 배우는 이 영화에서 <한여름의 판타지아>의 차분하고 성숙한 느낌과는 달리 엉뚱한 소녀 역을 매력적으로 소화해 낸다. 






4. 배우 조복래


조복래 배우는 최근 개봉한 <범죄의 여왕>에서 ‘개태’ 역을 개성 있게 소화해냈다. 상황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그의 다양한 표정과 행동은 다소 험악했던 첫인상의 개태를 서서히 매력적인 인물로 완성한다. 그는 <쎄시봉>(2015)에서 송창식의 20대를 연기하며 많은 사람에게 얼굴을 알렸다. 캐릭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석해 영화 속에 녹여내기 때문에 장면마다 중심을 잡아준다는 느낌이 자연스레 든다. 다양한 상업영화에서 조연으로 연기한 조복래 배우를 볼 수 있으며 <원나잇온리>(2014)에서는 동성애자 ‘용우’ 역으로 등장한다.




<원나잇온리>(김조광수, 김태용, 2014)


<원나잇 온리>는 <밤벌레>와 <하룻밤>이라는 두 단편영화로 구성된 영화이다. 조복래 배우는 김조광수 감독의 <하룻밤>에서 수능이 끝나고 친구 둘과 함께 처음으로 이태원의 게이바에 놀러 가는 재수생 용우로 등장한다. 스무 살 게이 친구 셋의 로망에 가득 찬 대화와 서툰 모습들이 귀엽게 그려진 영화다. 다소 촌스러운 파마머리와 복장으로 순박한 동성애자 연기를 펼치는 조복래 배우의 색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정유미, 박정민, 김새벽, 조복래 배우와 그들이 출연한 독립영화에 대한 짧은 소개를 적어보았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가 궁금해질 때가 있다. 배우의 팬이 되는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영화 속에서 매력적으로 인물을 재연해내는 모습을 보고 팬이 된다면 아무래도 그 배우는 소위 말하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기획은 그런 배우들에 대한 ‘팬심’으로 쓴 기사다. 이제는 얼굴이 꽤 알려진 배우부터 서서히 이름을 알리고 있는 배우까지 다양하게 다뤄봤다. 이들이 앞으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팬의 마음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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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영화의 작지만 큰 움직임 

팝업시네마, 춘천 일시정지시네마, KBS 독립영화관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미선 님의 글입니다.



한 번 보면 빠져나올 수 없는 독립영화의 매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독립영화 상영관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독립영화를 보고싶어도 볼 수 없는 안타까운 일들이 빈번한 와중, 더 쉽게 독립영화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최근 여러 독립예술영화관이 사라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도 작은 영화의 힘을 믿는 사람들. 그들의 움직임을 살펴보자.





1. 당신이 있는 곳이 영화관  팝업시네마  http://popupcinema.kr




첫 번째 움직임, ‘팝업시네마’를 소개한다. 팝업시네마는 소규모 영화 상영회와 공동체 상영을 위한 매칭 플랫폼이다. 공동체 상영이란 극장이 아닌 장소에서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것인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소규모 영화제를 개최하거나 동아리 같은 다양한 공동체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식으로 점점 발전하고 있다. 개인이 직접 공동체 상영을 기획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영화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에서부터 직접 배급사와 접촉하고 동의를 얻는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에 ‘모두를위한극장(공정영화협동조합)’은 팝업시네마 사업을 통해 독립영화와 관객을 직접 매칭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있다. 공동체 상영을 원하는 관객들은 팝업시네마 홈페이지를 통해 작품을 검색하고 신청하기만 하면 된다. 이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상영의 기회에서 소외된 독립영화들이 관객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2. 작지만 알차다  천 일시정지시네마  http://blog.naver.com/pausecinema



강원도 춘천에 그 두번째 움직임이 있다. 춘천의 일시정지시네마는 올 초에 그 시작을 알린 새내기 독립단편영화 상영관이다. 춘천의 어느 작은 골목에 위치한 18석 규모의 아담한 일시정지시네마는 지역에서 쉽게 만날 수 없었던 독립단편영화를 상영하는 영상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올 5월 ‘우리동네영화’ 기획전으로 프리오프닝을 알렸던 일시정지시네마는 청춘의 방황과 고민을 담은 ‘청춘영화’ 기획전과 오렌지 필름과의 협동 기획전 ‘여자여자여자’ 등 꾸준한 기획상영으로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10월에는 이태원의 ‘극장판’과 함께 가을 상영회를 기획하고 있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곳이다.





3. 토요일 밤은 독립영화와 함께  KBS 독립영화관  http://www.kbs.co.kr/1tv/enter/indiefilm



독립영화를 접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집에 누워 편안하게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독립영화를 위한 그 세 번째 움직임은 바로 ‘KBS 독립영화관’이다. KBS 독립영화관은 2006년 폐지의 아픔을 딛고 2011년 새롭게 시작하였다. 매주 수요일 밤에 방영되던 것이 매주 토요일 밤으로 변경됐으니 다음날 출근이 걱정되던 이들도 이제는 편안하게 독립영화를 즐길 수 있다. 이처럼 독립영화를 통한 다양성의 가치를 지지하는 KBS 독립영화관은 쉽게 볼 수 없었던 독립영화와 시청자의 적극적인 만남의 장을 주도하고 있다뿐만 아니라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완성된 독립영화를 자발적으로 방영 신청 할 수 있다. 그리고 방영하는 작품에 대한 기대평이나 감상평을 남기고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로 초대권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씨네코드 선재와 스폰지하우스, 그 외 여러 상영관의 잇따른 폐관 소식에도 ‘독립영화’라는 말이 담고있는 독립성 그 자체를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될 이러한 움직임들에 주목하자. 때로는 발칙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우리의 삶 가장 가까운 곳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독립영화. 다가오는 가을에는 독립영화의 작지만 큰 움직임들과 함께, 그 매력에 푹 빠져봐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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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피서를 즐기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여름특선 독립영화 

<이웃집 좀비>, <소중한 날의 꿈>, <인생은 새옹지마>, <족구왕>, <하늘의 황금마차>, <4등>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혜 님의 글입니다.




본격 여름이다. 다들 해외로 혹은 국내로 피서를 가고 있다. 딱히 여행을 생각하지 않는 분들은 시원한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향하기도 하고, 밖은 위험하다며 집에서 에어컨 틀고 ‘방콕’ 생활을 즐기는 분들도 있다. 필자와 같이 집에서 시간을 보낼 분들을 위해 여름이 물씬 느껴지거나 여름에 보면 더욱 좋을 영화를 장르별로 소개하고자 한다.  







1. 공포 <이웃집 좀비>(2009) : <부산행> 이전에도 한국영화에도 좀비가 있었으니


최근 연상호 감독의 재난블록버스터 <부산행>에서 좀비가 전면에 등장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이런 좀비영화를 만날 수 있구나’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미 오래전 한국독립영화로 좀비영화가 만들어진 바 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좀비를 둘러싼 여섯 가지 다양한 이야기로 구석된 <이웃집 좀비>는 뭔가 가족영화 느낌의 포스터와는 다르게 생각보다 잔인한 장면이 많은 편이다. 또 다른 한국산 좀비물을 만나고 싶거나 공포 장르를 찾는 싶은 분들이라면 집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보시길.








2.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2011) : 당신은 그 때 어떤 꿈을 꾸었나요?


달리기를 잘하는 시골소녀 ‘이랑’(박신혜 분)은 서울에서 전학 온 ‘수민’(오연서 분)을 만나 친구가 된다. 예쁘고 항상 자신감 넘치는 수민의 모습에 이랑은 남모를 열등감을 느끼며 고민이 많아진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 ‘철수’(송창의 분)라는 남학생을 알게 되고 엉뚱하면서도 비행과 우주탐사에 대한 꿈에 열정적인 그의 모습에 이랑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이랑과 수민, 그리고 철수 등 풋풋하면서도 싱그러운 모습의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애니메이션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매력이 가득한 영화다.






3. 멜로 <인생은 새옹지마>(2013) : 모기향처럼 잔향을 남기는 사랑이야기


청춘들의 사랑은 새옹지마라고. 한여름의 뙤약볕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우면서도 뜨거운 열기에 쉽게 녹아버리는 것이 사랑이지 않던가. 대학생 ‘준기’(고경표 분)가 짝사랑하는 여자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용주’ 부부(이초희, 안재민 분)를 떼어놓고자 MT길에 오른다. 과연 준기는 자신이 바라던 사랑을 쟁취해냈을까? 단편영화로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몽글몽글한 분위기에 빠져 ‘나는 어떻게 사랑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계곡에서 물놀이하며 청춘을 즐겨본 분들이라면 모기향같이 잔잔한 여운에 취해볼 수 있는 영화이지 않을까 한다.






4. 코미디 <족구왕>(2013) :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흘린 모든 것을 기억하며


복학생으로 돌아온 ‘만섭’(안재홍 분)은 취업이나 공무원 시험 준비가 중요하지 않다. 당장 ‘중한’ 건 캠퍼스에 족구장 만들기, 그리고 퀸카 ‘안나’(황승언 분)의 마음을 사로잡기. ‘족구하는 소리’ 같겠지만, 만섭이 전직 국대 선수인 ‘강민’(정우식 분)을 족구로 무릎 꿇리며 단번에 캠퍼스를 족구열풍으로 물들게 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땀 뻘뻘 흘리며 펼쳐지는 족구 한 판은 우리가 청춘을 보내며 흘리는 그것들과 다르지 않다. 청춘이라는 이름의 순수한 땀방울을 <족구왕>에서 다시 느낄 수 있다. 






5. 로드 <하늘의 황금마차>(2014) : 제주에서 펼쳐지는 로드무비


삼형제의 이권다툼과 밴드 결성이라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제주라는 배경 속에서 서로 오가며 진행되는 영화다. ‘황금마차’는 이 영화의 신생 밴드 이름이기도 하고 상여의 상징이기도 하다. 녹록치 않은 밴드 생활과 좀처럼 사이가 좋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 삼형제 등 인권과 피폐한 현실이라는 소재 때문에 자칫 무거워질 수 있었음에도 ‘킹스턴 루디스카’의 흥겨운 노래와 제주의 밝고 청량한 풍경 덕에 밝고 가볍게 그려질 수 있었다.







6. 성장 <4등>(2015) : 수영장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1등이니까


대회만 나가면 4등 그 이상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 수영 선수 ‘준호’(유재상 분). 1등에 집착하는 엄마(이항나 분)의 손에 이끌려 코치 ‘광수’(박해준 분)를 만나게 된다. 온몸이 멍투성이가 될 정도로 연습 때마다 혼나고 맞으면서 준호는 첫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수영에 대한 열정은 오히려 떨어지게 된다. 모두가 은연중에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 교육 현실을 전면에 화두로 내세우며 아이들에게, 부모들에게, 그리고 교육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즐긴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다시 되물어 볼 수 있는 영화다.





계절에 따라 더욱 생각나는 영화가 있기 마련이다. 이번 여름에 보고나서 앞으로 찾아올 여름마다 생각나는 독립영화가 하나쯤은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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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을 통해 본 우리들의 이야기 

<리코더 시험>, <옆 구르기>, <우리는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정하, 위정연 님의 글입니다.



“그래도 그때가 좋았지” 어렸을 때부터 주변 어른들에게 자주 들었던 말이다. 당시에 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른들의 말처럼 이 시절이 좋은 거라면 어른이 된 나는 무척 끔찍할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벌써부터 주변에 머리 아픈 일들 투성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어른들의 말이 맞을까? 시간은 언제나 공평하게 흐르고 어린 시절은 대부분 미화되기 마련이다.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의 고민은 종종 무시되어왔다.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아역들은 감초 역할 정도로만 소비된다. 나는 아이들의 진짜 목소리가 듣고 싶었고 마침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이 갈증을 해소해주었다. 영화 속 선이와 지아만 보더라도 아이들은 나름대로의 걱정과 고민들을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싸운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일련의 과정을 쭉 지켜보다보면 지금 어른들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표현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관계를 맺고 끊음에 있어서 느끼는 감정과 상처는 다 똑같다. 그래서 더 무시당해서는 안 될 아이들의 소중한 이야기가 담긴 몇 편의 영화를 소개하려 한다. <리코더시험>(2011), <옆 구르기>(2014), <시선사이> 중 <우리는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2015)를 통해 아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1. <리코더 시험> : 사랑받기 위한 마음, 그 원초적인 본능 


초등학생 은희(황정원 분)는 곧 리코더 시험을 앞두고 있다. 리코더를 투투- 부는 게 처음엔 어려웠지만, 조금씩 실력이 늘면서 금방 재미가 따라붙는다. 그런데 각자의 일에 바쁜 가족들은 아무도 리코더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괜히 집에서 리코더를 삑삑 불어도 돌아오는 건 아버지의 싸늘한 눈빛과 질책뿐이다. 그럼에도 은희는 끝까지 리코더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은희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열심히 리코더시험을 준비했을까. 영화 속 가족은 겉으로는 참 평범한 듯 보인다. 그러나 집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족은 마치 외줄타기를 하듯 매순간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순간에 놓여있다. 엄마와 아빠는 어딘가 항상 지쳐있고 피곤해 보인다. 리코더는 은희의 감정을 대신 표출해주는 유일한 출구이자 한번만이라도 자신의 진짜 소리를 제대로 들어주기를 바랐던 소심한 마음이다. 모든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조금의 따뜻한 눈빛과 대답만을 바랄 뿐인데도 상대방의 무심한 태도 때문에 매번 관계는 뒤틀리게 된다. 감정을 표현하고 공유한다는 게 나이가 들수록 더 어려워진다는 걸 몸소 겪게 된다. 조금만 잘못 불면 삑- 하고 음정이 나가는 리코더처럼 우리들 사이의 관계도 그렇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쉽게 금이 간다. 





2. <옆 구르기> :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뭐든 다 잘하고 싶은 그 마음


사춘기 시절, 노래를 잘 못하는 나는 가창시험이 있을 때마다 늘 자진해서 반주를 맡곤 했고, 운동신경도 없어서 체육평가가 있는 날엔 늘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이 일들의 배후에는 전부 내가 좋아했던 같은 반 아이들이 있었다. 지각을 자주 하는 정은(최정은 분)은 벌 받을 때마다 좋아하는 아이를 마주쳐서 창피하다. 그런데 맙소사, 그 아이 앞에서 ‘옆 구르기’를 해야 한다니! 정은은 그 아이 앞에서 옆 구르기를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한다. 이런 정은의 모습을 보다 보면 우리의 그 시절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그땐 그랬지’하고 추억에 젖게 된다. 하지만 정은에게 공감하는 우리는 비단 그때의 우리뿐만 아니라 성인이 된 지금의 우리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정은도, 그때의 우리도, 지금의 우리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고 그 사람 앞에선 뭐든 다 잘하고 싶다. 아마 미래의 우리도 역시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잘 보이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3. <우리는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 : 당신에겐 ‘그깟’일지 몰라도


청소년기를 떠올려보면 지긋지긋했던 공부와 함께 친구들과 함께 먹었던 수많은 간식들이 떠오른다. 끊임없이 먹었던 그 시절, 우리의 엥겔지수는 어마무시하게 높았을 것이다. 점심 전 매점에서 빵과 우유, 점심 후 아이스크림, 하굣길 떡볶이 그리고 틈틈이 먹는 초콜릿까지. 지수(박지수 분)와 친구들은 그중에서도 떡볶이를 특히 좋아한다. 떡볶이 마니아인 아이들에게 갑작스레 떨어진 교문 폐쇄령은 곧 학교 앞 분식집 금지령과 다름 아니다. 지수는 이에 맞서 어떻게든 떡볶이를 먹겠다는 일념 하나로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한다. 누군가는 ‘그깟 떡볶이가 뭐라고’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뉘앙스의 말, 어쩐지 너무 익숙하지 않은가? 우린 자주 공부나 취업 외의 것은 잠시 미뤄두라고, 효율적이지 않은 것은 하지 말라고 들어왔다. 그게 우리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이어도 말이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하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우리는 가장 행복하다. 마침내 떡볶이를 먹는 데 성공한 지수와 친구들의 모습을 보라. 누군가에겐 영화나 음악이, 누군가에겐 덕질이, 누군가에겐 떡볶이가 진정한 행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당신에겐 ‘그깟’일지 몰라도 말이다.




세 편의 영화들처럼 아이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고민을 갖고 있다.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복잡했던 어린 시절을 통해 어른이 된 지금의 ‘나’를 되돌아볼 수도 있다. 언제 어디서건 ‘균형’이란 중요하다. 이제껏 한쪽으로 치우친 이야기만이 소비되진 않았는지 우리 주변을 한번 둘러보자. 계속 묻혔던 아이들의 고민들이 더욱더 수면 위로 올라오기를 바란다.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 역시 주목받아야 한다. 그래서 다채로운 목소리들이 이 세상에 울리기를 바란다. 앞서 언급했듯 세대 별로 갖는 고민들은 다양하고 그것들 사이의 순위는 매길 수가 없다. 아이들의 고민들 역시 현재의 나를 둘러싼 일들과 크게 다를 게 없기에 우리는 더욱더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앞으로 서로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따뜻하게 보듬어준다면 이 세상이 조금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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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 노동의 초상 - 청춘들이 노동에 대처하는 자세 

<10분>, <코알라>, <청춘유예>, <홀리워킹데이>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혜, 김민형 님의 글입니다.



많은 20대 청춘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사회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서 아르바이트나 취업 등으로 노동을 실제적으로 접한다. 영화에서는 청춘들의 생계를 간접적으로 표현했지만, 그 시대의 초상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되기도 한다. 그동안 청춘들이 즐기거나 방황했던 영화들이 줄지어 나왔다면 지금 소개할 영화는 청춘들이 어떻게 생계를 꾸려나가면서 미래를 향해 나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청춘들이 어떻게 땀 흘리며 일하는지 관찰하고자 한다.






1. 이용승 감독의 <10분>(2013) : 안정된 직장에 취업하고 싶어요


아마 20대 청춘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인 취업. ‘정직원으로 출근’하기 위해 대학교 입학하면서부터 약 4년간 정말 미칠 듯이 학원을 다니고 이력서를 수십 곳에 넣기도 하고 경력을 쌓기 위해 인턴도 지원하지 않던가. 드라마로 나온 ‘미생’과 비슷하게 계약직의 서러움을 표현한 <10분>은 드라마보다 더욱 회사의 현실을 망원경으로 아주 가까이서 바라보고 있다. 방송사 PD시험을 준비하는 호찬(백종환 분)은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공공기관 한국콘텐츠센터에서 인턴으로 잠시 일을 하게 된다. 정직원 만큼 일도 성실하게 하여 다른 직원들에게 인정받는다. 어느 날, 정직원 채용공고가 나자 직원들의 부추김으로 호찬도 안정된 직장을 갖는다는 부푼 꿈을 안고 입사 지원을 하게 된다. 하지만 낙하산으로 들어온 여직원이 정직원이 되고 호찬은 다시 인턴의 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직원들은 호찬을 도와주겠다고 말은 하나 이는 정작 남의 일. 새로 온 신입에게 관심이 쏠리고 호찬은 점차 다른 직원들과 갈등을 겪기 시작한다. 그런 상황에서 신입은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망쳐놓고 이를 호찬이 잘못했다고 탓하며 사무실은 완전 뒤집어진다. 신입은 그 일로 바로 퇴사해버리고 부장은 호찬에게 정규직 자리를 제안한다. 영화의 제목인 ‘10분’은 호찬이 결정할 시간을 의미한다. 회사는 모든 직원들이 함께 해나가는 곳이 절대 아닌, 각자 할 일만 잘하면 그만인 곳이라는 걸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영화는 슬프게도 남의 얘기라고만 할 수 없을 것이다. 몇 년 후 혹은 당장 눈앞에 보인 현실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호찬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2. 김주환 감독의 <코알라>(2013) : 창업의 웃픈 현실


어떤 직장을 다니든 그 마지막 종착역은 치킨가게 창업이라고 농담 삼아 말하곤 한다. 나만의 가게를 꾸려나가고 싶은 로망이 있는 사람들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는데, 가게 창업이라는 그 과정을 이 영화를 통해 자세히 보여준다. 연기학원에서 만난 동빈(박영서 분)과 종익(송유하 분)은 내 집 마련의 꿈을 갖는다. 동빈은 연기를 포기하고 일반 회사에 들어갔으나 그곳에서도 실력 부족으로 허우적대고, 종익은 오디션만 주구장창 보러 다니지만 매번 떨어진다. 그렇게 둘은 합심하여 수제버거 창업을 도모하기로 결정하고 알바생 우리(박진주 분)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수제버거 가게를 꾸려나간다. 하지만 대박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손님이 없어 파리만 날리고 높은 재료비와 임대료를 갚는 것만도 버겁고 신메뉴를 계속해서 개발해 나가지만 계속해서 실패한다. 제목 ‘코알라’는 ‘꽐라’를 빗대어 술에 알딸딸하게 취한 이 청춘들을 일컫고 있다. 밤마다 술을 마시며 이런 저런 걱정 다 날려버리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모습에서 지금의 청춘들이 꽐라가 되어 쓰디쓴 현실에서 벗어나 잠깐이나마 단 꿈을 꾸고자 하는 작은 바람이 엿보였다. 영화는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이면에 있는 창업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 이들과 함께 우리들 역시 술로 ‘웃픈’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우린 아직 젊으니까 희망찬 발걸음을 내딛는 모습으로 이 영화는 서로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응원해주고 있다. 그러니 우리도 힘내서 살아보자.






3. 안창규 감독의 <청춘유예>(2012) : 청년은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인 상품이 아니다 


“정의란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받는 것”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여기서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이란, 무엇보다 ‘경제적 안전’, ‘사회적 안전’, ‘신체적 안전’의 보장이다. 존엄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삶을 꾸려나가려면 세 가지 안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안창규 감독의 <청춘유예>는 ‘청년 유니온’의 활동을 담으며 이 시대의 정의를 묻고 답한다. 2010년에 청년을 대변하는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 유니온이 생겼다. 일반적인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못하는 청년 노동자(아르바이트, 단기 계약직 등)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새로운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것이다. 영화의 초반부, 청년들은 여러 노동을 전전하며 겪었던 잔혹한 현실을 털어놓는다. 그런데 영화는 이들의 모습을 한탄, 슬픔, 무기력으로만 흘러가게 두지 않는다. 오히려 청년 유니온 깃발 아래에 모여든 이들은 작지만 큰 움직임을 시작한다. 그 움직임들 중에서 영화는 ‘주휴수당’과 ‘피자배달 30분제 폐지’에 주목한다. 노동자로서 마땅히 받아야 할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청년들은 함께 목소리를 냈으며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든다. 그렇게 <청춘유예>는 청춘의 얼굴을 담으며 정의를 묻고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쟁취하기 위한 청춘의 움직임을 기록한다. 영화의 오프닝, 컨베이어 벨트에서 인형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애니메이션으로 등장한다. 초, 중,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 컨베이어 벨트에 놓인 인형은 상자에 잘 포장된 뒤 매장 진열장에 놓인다. 선택된 상품은 팔리고 그렇지 못한 상품은 계속 남는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 공연에서 그간의 활동을 녹여낸 자작곡을 부르는 청년 유니온 조합원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 노래는 ‘청춘은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인 상품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선언처럼 들린다. 2012년 영화 제작 당시에만 해도 청년 세대의 문제를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보는 시선이 드물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문장이 함축하듯 청춘은 원래 그런 존재이기에 개인이 노력하면 된다며 일축했고 청춘도 이에 열광했다. 그로부터 몇 년 사이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청춘유예>는 당시 ‘아프니까 청춘이다’ 현상에 저항하며 등장한 영화였다. 영화는 정의가 실종된 시대에 정의를 외친다.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받기 위해, 사회를 더 좋게 변화하기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영화는 말한다. 지금 이 시기에 주목해야 할 영화다.






4. 이희원 감독의 <홀리워킹데이> : 호주에서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다


‘워킹홀리데이’라고 하면 ‘럭셔리’한 장면이 떠오른다. 잘 사는 외국에서 돈을 벌면서 휴식도 즐기고 외국어까지 배우는 낭만적인 생활을 상상하기 마련이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청년들이 워킹홀리데이를 택한다. 많은 것을 바라지만,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희원 감독의 <홀리워킹데이>은 워킹홀리데이의 잔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겪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을 워킹홀리데이의 문제와 그 안에서 겪는 어려움을 낱낱이 털어놓는다. 감독은 카메라를 들어 타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청춘을 기록한다. 영화 중반부에 감독을 포함한 주인공들(희원, 주현, 종현, 종대)은 양파 농장에서 온갖 고생을 한다. 땡볕에 양파를 캐내고 손질하는 작업은 힘들고 위험해 보인다. 손에 물집이 잡히는 것은 기본이요, 온갖 생채기가 잔뜩 생기기까지 한다. 그런데 이들은 왜 저기서 그 고생을 할까? 워킹홀리데이 비자 연장을 위한 ‘세컨비자’ 때문이라고 하지만, 저렇게까지 하면서 굳이 비자를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등장인물 각자가 스스로에게 물어봤을 법한 질문이다. 동시에 이 물음은 관객을 어떤 생각에 잠기게 한다. <홀리워킹데이>는 타지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만 같다. 관객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일어나는 노동력 착취와 계급의 문제를 이들의 노동에서 발견한다. 호주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신분으로 알게 모르게 차별받는 주인공들의 모습 역시 한국으로 옮겨온다 해도 낯설지 않다. 한국 사회의 본질적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외국에서든 한국에서든 이들은 어디서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청춘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홀리워킹데이>는 어떻게 이 어려운 시기를 해쳐나가는 게 좋은지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쉽사리 답을 제시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영화는 이 치열한 시기를 철저하게 기록한 뒤 관객에게 던져놓는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의 목소리를 들어 보라고 말이다. 누구도 함부로 희망을 말할 수 없기에 이 시기를 어떻게 해쳐나갈 것인지는 영화관을 나서는 관객 스스로의 판단에 맡긴다.





이 시대의 청춘은 힘든 아르바이트나 여러 인턴 자리를 전전한다. 사회의 공기를 민감하게 포착하는 영화는 이런 청춘의 삶을 담아낸다. 몇몇 영화에선 아프고 힘든 청춘을 그리며 관객에게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이로써 이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각기 달라 보인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청춘은 아파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늙어도 아픈데, 청춘만 아플 필요는 없지 않은가. 기사에 소개된 영화에 주목해보자. 그러고서 각자의 방식으로 청춘의 목소리를 내보는 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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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와 표현의 정치학 

<상계동 올림픽>, <낮은 목소리>, <경계도시>, <불온한 당신>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형 님의 글입니다.



다큐멘터리를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관점에 따라 다큐멘터리의 개념은 무한히 확장될 수도 있고 반대로 매우 좁아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다큐멘터리는 상황(사건)을 ‘기록’하고 ‘재구성’해 이야기를 전하는 예술이다. ‘조립된 기록물’이라고 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는 여러 갈래로 나뉘지만, 흔히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다큐멘터리와 사적인 일상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로 크게 구분된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볼 수 있을까. <할매꽃>(2007)과 <붕괴>(2014)를 연출한 문정현 감독은 모든 다큐멘터리를 사적인 영화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다큐멘터리에서 “감독 개인의 이야기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그리고 시선이 묻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다큐멘터리 제작은 “아주 사적인 자신만의 스타일과 콘셉트, 세상을 읽는 자신만의 철학, 자신만의 이야기 구성 방식이 사용된다” <다큐멘터리, 현장을 말한다> p246 고 밝힌다. 모든 다큐멘터리는 사적 다큐멘터리라는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소위 사회적인 다큐멘터리와 사적인 다큐멘터리의 경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동시에 모든 다큐멘터리는 정치적 편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가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권력 투쟁으로서 정치가 아니라, 사회를 살아가는 각자가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나누는 행위로서 정치를 의미한다. 즉, 자기 시선으로 사회를 담아내고 표현하고 나눈다는 점에서 모든 다큐멘터리는 정치적이다. 특히 이 글에서 주목할 4편의 다큐멘터리 <상계동 올림픽>, <낮은 목소리>, <경계도시>, <불온한 당신>은 정치적인 영화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감독과 대상의 사적인 모습을 알아채기는 쉽지만, 정치적인 것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물론 그들이 자기 모습을 카메라에 보이면서 어떤 정치적 의제를 내놓는 건 확실하다. 그렇다면 영화는 정치적 의제를 어떻게 연출하고 표현하는가.


이에 대한 답을 내리기 위해 먼저 정치적이라는 것이 영화적으로 어떻게 가시화될 수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필자는 이 답을 독일의 법학자 ‘칼 슈미트’에서 찾으려 한다. 칼 슈미트는 그의 논문 『정치적인 것의 개념(The concept of the Political)』에서 정치의 “근본적 행위”에 대해 서술한다. “도덕에선 선과 악, 미학에선 미와 추, 경제에선 이익과 손실. 그렇다면 순수 정치적 구별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바로 적과 동지의 구별에서이다.” 그는 적과 동지의 구분이 정치에서 가장 근본적인 행위라고 주장한다. 이 연장선에서 알랭 바디우도 정치에 대해 언급한다. 그는 근본적으로 정치의 영역은 “적과 맞선 싸움”이라고 말한다. 하승우(2013), 포스트-정치 시대, 한국영화의 재난과 공포에 관한 상상력 칼 슈미트의 이론을 바탕으로 다큐멘터리에서 “적과 동지의 구분”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를 통해 다큐멘터리에서 정치적으로 표현되는 사적인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려고 한다.




1. <상계동 올림픽>(1988)


88년에 제작된 김동원 감독의 <상계동 올림픽>은 상계동 주민의 투쟁을 담는다. 도시를 말끔히 전시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정부는 상계동 주민의 터전을 강제로 철거한다. 주민들이 철거를 막기 위해 애쓰지만, 끝내 고압적인 힘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그렇다고 삶의 터전을 옮기기도 쉽지 않다. <상계동 올림픽>에서 드러난 적과 동지의 구분은 명확하다. 철거를 진행하는 정부는 적으로, 철거를 막으려 하는 주민들은 동지로 그린다. 적은 폭력을 가하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집을 무자비하게 부숴놓거나 이를 막는 사람들에게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다. 반면에 동지는 일상적 모습을 통해 드러난다. 무엇보다 같이 밥을 지어 먹으면서 동지를 확인한다. 이때 감독은 적을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데, 실제 상계동 주민은 아니지만 감독 또한 동지이기 때문이다. <상계동 올림픽>은 적을 명확히 하면서 동지 되기를 수행하는 작업이다. 감독이 대상과의 거리를 좁히면서 한 명의 동지로 작동한다. 이로써 영화는 정치성을 드러낸다.






2. <낮은 목소리 1>(1995), <낮은 목소리 2>(1996)


이 연장선에서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를 살펴볼 수 있다. 이 작품은 감춰져 있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목소리를 담는다. <상계동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적과 동지의 구분이 명확하다. 적은 전범 국가 일본이고 동지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낮은 목소리>는 동지를 만드는 과정을 시리즈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낮은 목소리 1>(1995)에서 몇몇 할머니는 카메라에 찍히는 걸 꺼리신다. 목소리 내는 것을 위험한 일로 여긴다. 그들의 삶에서 위안부 경험은 말해서는 안 될 일이었고, 자신을 둘러싼 이들 모두가 적이었다. 이를 알고 있는 감독은 할머니에게 신뢰를 쌓아가며 동지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누군가는 이걸 보며 거리 두기에 실패했다고 하지만, 이 영화는 거리 두기에 실패하는 걸 넘어서 오히려 감독과 대상 간의 거리를 좁혀야만 한다. 할머니들의 의지에서 시작된 <낮은 목소리 2>(1996)는 대상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동지는 더욱 공고해진다. 동시에 영화에서 적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낮은 목소리 1>에선 일본 대사관 앞에서 집회하는 장면을 볼 수 있지만,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그렇지 않다. 농사짓는 소소한 모습으로 동지를 확인하는 것이 오히려 영화의 미덕으로 느껴진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관객은 적을 그리고 있으니, <낮은 목소리>는 할머니의 일상만 보여줘도 되는 것이다. 이미 적과 동지의 구분을 한 상태에서 관객에게 할머니의 일상에 동참하도록 한다. 이렇듯 <낮은 목소리>는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영화 밖 세계로까지 동지를 확장해나간다.






3. <경계도시 1>(2002), <경계도시 2>(2009)


앞의 두 영화와 달리, <경계도시 2>(2009)는 적과 동지를 구별할 수 없는 애매한 지점에 서 있는 영화다. 이전에 만들어진 <경계도시 1>(2002)에선 적과 동지의 구분을 명확히 보여준다. 송두율 교수의 입국을 가로막는 보수 매체와 국정원이 적이며, 그의 입국을 추진하는 이들이 동지이다. 그러나 다음 시리즈인 <경계도시 2>에선 적과 동지의 구분이 모호해지기 시작한다. 국내에 들어온 송두율 교수가 스스로 부인했던 북한과의 관계를 밝히게 되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을 마주한다. 이로써 동지 안에서의 적, 혹은 동지를 표방한 적이 생긴다. <경계도시2>에서 그리는 동지는 없다. 명확한 적은 보이지 않는 동시에 모두가 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감독도 자신이 송두율 교수의 적인지 동지인지를 명확히 할 수 없어 괴로워한다. 질문 하나 던지기도 힘들어하며 사적인 내레이션으로 그 고민을 풀어낸다. 아이러니하게 영화의 정치성은 이런 구분을 명확히 할 수 없다는 데서 발생한다. 앞서 <낮은 목소리>에선 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동지를 공고히 하는 와중에 자연스레 그 구분이 만들어진다고 했지만, <경계도시>는 뿌리 깊은 레드콤플렉스에 갇혀 헤어 나올 수 없는 남한 사회에서 과연 누가 적이고 동지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는 모습으로 정치성을 드러낸다. 나중에서야 적과 동지는 신념을 소유한 사람끼리의 구별이 아니라, 신념 그 자체로 구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바로 <경계도시>에서 진짜 적은 레드콤플렉스인 것이다. 감독은 본인이 마주한 레드콤플렉스를 치열하게 기록하며 질문을 던지고 고백한다. 영화 마지막에 이를 인정하고 고백한 순간, 모두가 혼란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4. <불온한 당신>(2015)


마지막으로 적과 동지를 명확히 구분하면서 적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가 있다. 이영 감독의 <불온한 당신>(2015)이다. 앞의 영화들은 ‘적과 맞선 싸움’으로 동지를 공고히 하는 작업이라면, <불온한 당신>은 적의 행태 자체를 그대로 기록하는 작업이다. 어떠한 물음을 던지지도 않고 분석도 하지 않는다. 감독은 계속해서 그들을 지켜볼 뿐이다. 그렇다면 적을 왜 기록하는가. 혹은 적의 물음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 영화에서 나이 지긋한 혐오세력은 종종 “너는 애미, 애비도 없냐”고 소리친다. 물리적 충돌의 순간에 유독 이 불편한 외침은 선명하게 다가온다. 과거를 살펴보면서 현재를 되새김하는 것은 중요하다. 끝없이 뿌리를 요구하는 그들에게 감독은 70대 레즈비언의 목소리로 응답한다. 이런 움직임을 통해 역사에서 자기 존재의 계보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적을 주인공으로 하면서도 동지를 공고히 한다.




본 글은 독일의 법철학자 칼 슈미트의 이론을 바탕으로 기술되었다. 그는 정치에 관해 명쾌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말한다. 정치란 적과 동지의 구분이다. 바로 이것이 정치에서 근본적인 행위라고 주장한다. <상계동 올림픽>, <낮은 목소리>, <경계도시>, <불온한 당신> 각 영화에서 ‘적과 동지의 구분’은 어떻게 이뤄지며, 영화는 어떤 정치성을 가지는지 궁금했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 여러 질문을 던졌다. 감독은 동지를 확인하기 위해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 사적인 장면은 적과 동지의 구분에서 결정적인 장면인가. 영화에서 감독과 대상 간의 거리 두기는 어떤 식으로 표현되며, 이는 정치성과 어떤 연관을 맺는가. 감독과 대상이 맺는 관계에서 ‘적과 동지’는 새로이 설정되기도 하는가. 결론을 대신해서 앞으로의 과제를 적어보려 한다. 네 편의 영화 모두 실제 감독과 대상이 관계를 맺으며 어떤 정치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관계 맺기를 거부하는 편집 영화(compilation film)에서 정치성의 문제는 어떻게 드러나는지 살펴봐도 좋을 것이다. 나아가서 단지 영화 내에서 이뤄지는 정치성 분석을 넘어서서, 영화를 보는 관객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스탠스를 설정하는지 알아보고 싶다. 영화의 정치성이 어떻게 표현되어 사람들에게 수용되는지 고찰하는 건 추후의 과제로 남겨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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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은 정말 미친 짓일까: 결혼-가정-육아, 이 애증의 대상들에 대하여 

<마이 플레이스>(2013), <두 개의 선>(2011), <소꿉놀이>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정하 님의 글입니다.


연애의 종착점이라 불리기도 하는 결혼. 프러포즈부터 결혼식까지, 우리의 통념 속 결혼은 그렇게 로맨틱할 수가 없고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하지만 ‘결혼은 현실’이라든지 ‘결혼 일찍 하면 고생’이라든지 ‘결혼을 하는 순간 내 삶은 사라진다’라든지… 이런 말, 다들 심심치 않게 들어봤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결혼을 하고 싶어하고, 결혼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며 결혼하지 못할까 조바심을 내는 걸까?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내 아이를 낳고 기르는 삶, 정말 행복한 걸까? 아님 결혼은 정말 미친 짓인 걸까? 이번 기획에서는 결혼과 가정 그리고 육아에 대해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 <마이 플레이스 My Place>(2013)  감독: 박문칠



만약 당신의 가족 혹은 가까운 지인이 스스로 싱글맘이라는 길을 택하겠다면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마이 플레이스>는 스스로 싱글맘이 되기를 결정한 감독의 여동생 덕분에(?) 탄생한 영화이다. 그녀가 싱글맘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내 아이를 원했으나, 남편은 원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충분히 혼자 키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 예상대로 아들 ‘소울’을 혼자 키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소울이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아빠라는 개념을 알게 되고, 우리 아빠는 어디 있냐는 질문도 하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자신이 했던 선택에 대해서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녀는 한부모가정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이 신경 쓰이지 않지만, 소울은? 이 용감한 싱글맘의 이야기가 영화의 주 내용은 아니지만, 남들은 혀를 내두를 상황에서도 그래도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말하는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을 통해 우리는 가정을 이루는 필수요소라 여겨왔던 결혼에 대해, 일정기준에 따라 정상, 비정상이라 구분 지어졌던 가정에 대해 한 번쯤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2. <두 개의 선 2 Lines>(2011)  감독: 지민



10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함께 하고 있으나 결혼은 하지 않고 아이도 갖지 않겠다던 감독 ‘지민’과 남자친구 ‘철’이 피임 실패로 결국 아이를 갖게 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이들은 결혼과 결혼 후 나의 삶이 규정지어지는 것이 싫어 미혼이 아닌 ‘비혼’의 길을 택한다. 하지만 ‘결혼도 않고 아이를 낳는다니 이기적이다’, ‘아이에게 색다른 부모를 만들어주지 말라’는 등, 친구들의 반응은 그들의 고민이 끝날 수 없게 한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아이는 큰 수술을 받아야 할 상황에 처한다. 법적 부부에게만 지급되는 정부의 수술 보조금을 받기 위해, 둘은 떠밀리듯 혼인신고(결혼)를 하게 된다. 이후 그들이 싫어했던, 엄마역할과 아빠역할을 자연스레 분담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자신들이 어쩐지 진 것 같아 속상해한다. 지민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들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했지만, 그들은 결혼을 하려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더라고 말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지 물으러 갔던 철에게 담당자는 “가정이 뭔지 아시죠?”라고 질문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런 질문들이 떠오른다. 우리는 왜 당연히 결혼을 하려 할까? 가정이란 정말 무엇일까?




1. <소꿉놀이 Welcome to Playhouse>  감독: 김수빈



수빈은 혼전임신으로 인해 2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졸지에 엄마가 되어버린다. 임신을 했고, 출산도 했고, 엄마라는 이름을 부여 받았지만 그녀 스스로는 아직 엄마가 되지 않았다. 밖에서 일하는 남편처럼 그녀도 집에서 일을 하지만 애를 보면서 일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시어머니에게도, 남편에게도 힘들다 투정도 맘대로 할 수 없다. 학생으로서 학교도 가고, 아내로서 남편을 챙겨주고, 엄마로서 아이를 돌보고, 가계를 생각해 일도 하는, 듣기만 해도 피곤해지는 이 생활을 계속 이어나갈수록 수빈은 나의 삶이 없어지는 것 같은데, 남편은 말한다. 요리를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유학을 가고 싶다고. <소꿉놀이>는 25일 개봉을 앞두고 있고, 아직 영화를 보기 전이라 결혼이라는 제도하에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여성의 이야기가 다뤄질 것이라 추측해 본다. 하지만 이 상황이 수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공통의 문제라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다. 엄마로서의 삶도 좋지만, 정녕 나 자신으로서의 삶을 포기해야만 하는 걸까?



이 세상에는 당연한 것이 너무나도 많다. 당연히 결혼을 해야 하고, 당연히 결혼 후 아이를 낳아야 하고, 당연히 엄마는 집안일을, 아빠는 바깥일을 해야 한다. 결혼-가정-육아가 우리에게 애증의 대상이 된 것은 그 자체 보다 이놈의 ‘당연함’ 때문일지도, 당연한 것이 정상적이라는 인식 때문일지도 모른다. <소꿉놀이>가 애증의 대상으로서의 전형적인 결혼-가정-육아를 보여줌으로써 다르게 살 수 없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면, 나머지 두 영화는 그 고민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꼭 결혼을 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당연함’을 지워버리자는 것이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 ‘틀리다’와 ‘다르다’는 다르다. 이 세상에 당연하고 정상적인 혹은 틀린 결혼-가정-육아는 없다. 그저 다른 결혼-가정-육아가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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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기획] 너도 보고 싶을 거야, 2014년 놓쳐선 안 되는 독립영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인디플러스 관객기자단 [인디즈] 1기 김은혜 님의 글입니다.


2014년 한 해도 저물어 간다. 올해에도 여러 극장을 통해 수많은 독립영화들이 개봉하였다. 특히 <한공주>의 천우희 배우가 제35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는 등 여타 상업영화보다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현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관객들의 입 소문에 힘입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독립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았던 만큼, 올 한 해 개봉한 독립영화들 중 놓쳐서는 안 되는 영화를 결산해보고자 한다.

 


1. 우리네 다양한 연애 스토리 : <춘하추동 로맨스>, <서울연애>

세상은 넓고, 사람들의 연애도 각양각색이다. 그런 다양한 우리네 사랑을 옴니버스로 다룬 영화가 <서울연애>와 <춘하추동 로맨스>다. <서울연애>는 서울독립영화제2013의 개막작이기도 하며, 6개의 단편을 엮어 서울을 배경으로 한 6가지 연애를 담았다. <춘하추동 로맨스>는 3가지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사소한 오해와 말다툼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2.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 <소리굽쇠>, <안녕, 투이>

올해는 유독 그냥 지나쳐선 안 되는 이야기에 대한 독립영화가 많이 나왔다. 제작팀과 배우의 재능기부를 통해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최초의 극영화 <소리굽쇠>가 개봉하여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호평을 받았다. <안녕, 투이>는 베트남 이주여성과 스릴러 장르를 결합한 영화로, 베트남 여성이 실제로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서며 해외의 영화제에서 먼저 주목을 받은 영화다.

 



  


3. 폭발적인 매니아층 형성 : <숫호구>, <족구왕>

상대적으로 적은 상영관이었으나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가 있다. <족구왕>은 ‘인디버스터’라는 명성에 힘입어 누적관객 4만 명을 돌파하며 올해 독립영화계에서 큰 이슈가 되었다. 또한 <숫호구>의 경우, 상영관이 극히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신선한 웃음을 선사하여 상영관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쇄도할 정도였다. ‘우린 모두 누군가의 호구였다’라는 컨셉으로 많은 매니아층을 모은 영화로 손꼽힌다.

 



   


4.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위대하게 만드는 다큐멘터리의 힘 : <목숨>, <순천>, <악사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흥행하는 만큼, 올해에는 다큐멘터리들이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평균 생존일수가 21일인 암 말기 환자들을 다룬 <목숨>은 눈물을 훔치지 않는 관객이 없을 정도로 ‘살아있음에 감사한다’라는 교훈을 진심으로 느끼게 되는 영화다. <순천> 역시 비록 평범한 순천의 한 여성을 다루었지만, 가정을 꾸려가는 강인함과 남편에 대한 사랑을 순천만의 모습과 함께 보여준다. 나이는 장년층이지만 마음만은 청춘인 밴드 우담바라의 이야기 <악사들>은 이전까지 소모적인 역할로만 나오던 아버지 세대가 직접 주인공으로 나서 그들의 청춘과 좌절 등을 다루었다.


  

(왼쪽부터) <거인> 최우식, 신재하 <못> 강봉성, 이바울


5. 독립영화를 이끌어갈 차세대 배우들 : <거인>(최우식,신재하) <못>(강봉성,이바울)

2014년에도 스크린을 통해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등장하였다. <한공주>의 천우희, <셔틀콕>의 이주승, <족구왕>의 안재홍은 현재 독립영화를 비롯해 드라마와 상업영화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더불어 <거인>의 최우식은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하여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또한 신인배우 신재하 역시 어린 나이임에도 영화에서 남다른 연기를 보여주었다. <못>에선 올해 <족구왕>에 출연한 강봉성 배우와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의 이바울 배우가 출연하며 차세대 독립영화를 이끌어 나갈 배우로 주목 받고 있다.

 

 


올해 많은 독립영화들이 호평을 받았음에도 적은 상영관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에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와 인디플러스는 비록 상영하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놓치기엔 아쉬운 영화들을 선정, ‘놓치기 아까운 2014년 독립영화’ 기획상영을 개최한다. 인디스페이스에서는 <목숨><못><소리굽쇠><안녕, 투이><춘하추동 로맨스>, 인디플러스에서는 <거인><목숨><소리굽쇠><숫호구><춘하추동 로맨스>가 상영된다. 미처 기회가 닿지 않았던 영화가 있다면, 2014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영화관에서 만나보았으면 한다.

 

 

 사실, 나도 보고 싶었어: 놓치기 아까운 2014 독립영화 


인디플러스 2014. 12. 29(월) ~ 2015. 1. 14(수) | http://bit.ly/1rg5Wpc 

 인디스페이스 2015. 1. 7(수) ~ 1. 11(일) | http://bit.ly/1tguqur

 

 

+ [인디즈]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와 인디스페이스의 얼굴로, 소중한 공간을 널리 알리고 독립영화의 다양한 소식들을 전하는 관객기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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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an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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