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악보가 다성악을 그리듯이  인디피크닉 2017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인디토크


일시 2017년 4 8일(토) 오후 3 20분 상영 후

참석 임대형 감독, 기주봉 배우, 고원희 배우, 오정환 배우

진행 안소현 인디스페이스 프로그래머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영농 님의 글입니다.


현대 영화가 엄청난 기술적 발전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흑백영화를 제작하려는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스펙터클로는 담아낼 수 없는 흑백영화만의 고유한 정서가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제한적 양식으로 인식될 수 있는 흑백을 굳이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특히 인물들 사이 감정곡선의 교차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일련의 독립영화들에서 더욱 자주 보인다. 암 선고를 받은 주인공 ‘모금산’의 엉뚱한 도전을 흑백의 시선으로 따라가는 영화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를 소개한다.



안소현 인디스페이스 프로그래머(이하 안): 이렇게 모인 게 부산국제영화제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소감을 부탁한다.


임대형 감독(이하 임): 올해 첫 상영이라 감회가 새롭다. 시간 내서 보러 와주셔서 감사하다.


기주봉 배우(이하 기): 봄날에 겨울영화다. ‘사형선고 받은 뒤에 뭘 해야 될까’라는 생각에 초점을 맞춰 연기했다. 모금산이 생에 꼭 남기고자 한 것은 영화였다. 그런 마음으로 이 영화를 찍었다.


고원희 배우(이하 고): 작년 이맘때쯤 크랭크업을 했다.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 반갑고 감사하다.


오정환 배우(이하 오): 날씨 좋은 날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안: 단편에서 출발해 확장시킨 영화라고 알고 있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흑백 영화의 기운이 강한데, 이는 현대의 시공간에서 살짝 벗어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임: 말씀대로 무성 슬랩스틱 코미디 단편영화로 먼저 구상했고 장편으로 확장시킨 것이 이 영화다. 영화 속 공간인 금산이 고향이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공간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구상했기 때문에 현대 시공간에서 빗겨난 느낌이 묻어난 게 아닐까.


안: 어찌 보면 상투적인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주는 엇박자 리듬감 때문에 다층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의 정적인 연기와 대사의 타이밍, 그리고 컷 포인트까지 매우 계산적이었던 것 같다. 이런 영화가 나올 것이라는 걸 예상했는지?


기: 결과물에 대한 예상을 하진 않았지만 똑같은 일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의 모습이 잘 반영된 작품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무료함 속의 출구를 찾아간다는 메시지가 깊게 와 닿았고 연기를 하는 동안 '벗어남' 그 자체에 매력을 많이 느꼈다.


안: 고원희 배우는 <흔들리는 물결>(2015), <걱정말아요>(2015) 등에서 다양한 인물을 연기해왔다. 이번 영화의 ‘예원’이 가장 본인다운 역할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고: 처음엔 마냥 재밌기만 했던 대본이 계속 보다보니 정말 와 닿아서 더욱 끌렸던 작품이다. 그리고 예원이라는 캐릭터와 실제의 내가 비슷해서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잠든 장면을 연기하다가 진짜 잠이 들었을 만큼.(웃음)


안: 뮤지컬과 연극에서 주로 활동한 오정환 배우는 장편영화가 처음이다. 공연과 영화의 차이를 실감한 부분이 있는지? 영화 속 캐릭터에 대한 첫인상도 궁금하다.


오: 단편영화 출연을 통해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익혔다 생각했는데, 차이점이 분명히 있었다. 다른 배우 분들로부터 많이 배운 작품이다. 내가 연기한 ‘스데반’은 아버지와 자주 마찰을 겪는다. 연기를 하면서 실제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아버지와 아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감성이 느껴져서 좋았다.



안: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열혈스태프상을 받았다. 첫 장면부터 음악이 인상적이다. 감독님은 단편 <만일의 세계>(2014)에서 직접 음악 작업을 하고 춤을 추기도 했다. 음악이 두드러지는 작업을 이어가는 이유가 궁금하다.


임: 작업을 하면서 일 년 내내 캐롤과 블루스를 들었다. 이 영화의 정서와 블루스가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고 원래 좋아해온 뮤지션 하헌진 씨와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다. 마치 무성영화를 만들듯 같이 영상을 보면서 작업을 했다. 그러다 하헌진 씨의 손에 물집이 잡혀 고생한 일화도 빼먹을 수 없다.


관객: 두 가지 질문을 드리겠다. 영화에서 모금산이 좋아하는 배우들을 나열한다. 이 명단에 기주봉 배우님의 취향이 반영된 것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모금산은 소통을 스스로 거부하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던 부분은 ‘자영’과 맥주를 마시는 에피소드다. 아들과 아들의 여자친구를 제외하고 첫 소통의 시도인데, 나중엔 본체만체하고 그냥 지나치지 않나. 그 심리가 궁금하다.


기: 혼자 지내다 보면 일상에서 쉽게 못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 벗어나려고 했지만 결국 돌아가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 말씀대로 모금산은 혼자 사는 데에 익숙한 인물이었을 것이고 자영을 통해 어떤 벗어남을 꾀한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 배경이 된 시골의 작은 마을은 소문이 매우 빨리 돈다. 영화에서도 드러나듯이 그들의 관계가 어떤 면에서는 자영에게 폐를 끼칠 수도 있다는 판단으로 외면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모금산이 읊는 배우 목록은 아버지의 도움을 받았다. 전화를 걸어서 아는 배우를 물어보니 줄줄 읊으시더라. 그 명단을 그대로 가져왔다. 그리고 기주봉 배우님이 잉그리드 버그만을 추가했다.(웃음)


관객: 아날로그적인 따뜻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영화 속의 영화를 만드는 모금산에게 강냉이와 폭탄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하고 다음에도 이와 비슷한 영화를 만들 것인지 궁금하다.


임: 모금산이 혼자 강냉이를 먹는 게 습관인데, 하루는 목에 걸리는 장면이 나온다. 모금산이라면 강냉이를 폭탄에 연결시키는 상상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차기작은 아직 고민 중이지만 심심한 코미디 영화를 좋아해서 그에 대한 관심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관객: 작품 속 인물 설정에 사적인 부분이 많이 반영된 것 같다. 실제로 모티브를 삼은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 영화는 흑백영화인데 색보정 담당 스태프가 있는 것을 엔딩 크레딧에서 보았다. 색보정은 톤보정을 말하는 것인가?


임: 극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 영화 속에 영화를 찍는 인물이 등장할 필요가 있었다. 처음부터 나를 모티브로 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은 사적인 체험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의외로 흑백영화가 색보정 작업에 손이 많이 간다. 음영과 입체감 등 공을 많이 들여야 하는 부분이 있다. 컬러영화에 비해 명도와 패턴에 신경을 많이 쓰면서 작업했다.


안: 원론적인 질문을 드리겠다. 영화 속의 영화가 있고 캐릭터들이 각자 배우, 감독, 촬영 등의 역할을 맡지 않나. 배우님들에게 영화와 연기란 무엇인가?


기: 필름시대에 활동했기에 나에게 영화라는 것은 이미 지나간 것 같다. 연기는 아마 다른 배우들과의 감성이나 정서와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고: 드라마도 해봤지만 영화는 뭔가 다른 것 같다. 매번 연기를 할 때마다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할지 고민한다. 결국 연기가 연기 같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에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오: 일단 연기는 즐겁다.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지는 데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연기를 직접 하는 사람으로서 연기란 영상에서든 무대에서든 뭐라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이라는 생각이다. 



관객: 예원의 캐릭터가 매우 주도적이고 능동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스테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쌍화탕의 노른자를 깨는 행위나 왜 자신의 미래를 네(스데반)가 걱정하느냐는 대사가 특히 그렇다. 그래서 여성 감독의 작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남성분이어서 놀랐다. 예원이 사용하는 노트북에 페미니스트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영화 작업을 하면서 페미니즘에 관한 의식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영화 속 라이언 고슬링의 담배 연기는 어느 영화에서 나오는 건가?


임: <드라이브>(2011)다.(웃음) 시나리오를 쓰기 이전에 페미니즘적 시각을 스스로 정체화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그래서 이번 작업에서는 여성 캐릭터를 그냥 소비하고 싶지 않았다. 노트북은 실제 내 것이다. 극중 예원에게 잘 어울릴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서 그대로 썼다. 여성 스태프들의 자문도 많이 구했다.


고: 처음 이 영화에 임할 때 예원이라는 여성 캐릭터의 능동성에 따로 집중하진 않았다. 하지만 영화가 공개되고 나서 예원의 주체적인 여성성에 많이들 주목해주셨고 그때부터 나도 페미니즘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내가 자란 가정환경이 딱히 남녀의 성역할이 구분되어있지 않아서 페미니즘적 시각이 무뎠던 것 같기도 하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했고 집안일도 균형 있게 분담해서 한 편이다. 예원이 실제 나와 가깝기도 하고 본래 성격이 주도적인 편이라 캐릭터를 보다 주체적인 여성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관객: 아버지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흥미롭다.


임: 아버지는 가수를 꿈꿨다고 한다. 실제 아버지에게 많이 물어보면서 작업을 했다. 이 영화를 통해 대상화된 아버지가 아니라 한 인간을 만난 것 같다.


안: 기주봉 배우님과 모금산이 매우 닿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기: 감독의 디렉팅이 매우 함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에 따라 표현하다보면 자연스레 한 캐릭터가 생길 것 같아서 편하게 작업했다.


안: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묻겠다.


임: 이 영화는 올해 서울독립영화제가 개막할 때 즈음 개봉하게 될 것 같다. 차기작을 준비하면서 지내고 있다. 스펙터클하진 않지만 다정하고 소박한 영화니까 많이들 사랑해주시길 바란다. 감사하다.


오: 자리 채워주시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시간 할애해주셔서 감사하다. 개봉까지 시간이 좀 남았는데, 국내외로 여기저기서 상영될 것 같다. 이 영화로 이렇게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게 행복하다. 개봉까지 잊지 말고 기다려 주시길.


고: 오랜만에 관객 분들을 만나서 많이 떨었다. 여러분의 말 하나하나가 큰 도움이 된다. 감사하다.


기: 관객 분들 하시는 일 다 잘될 것이고 그러길 바란다. 영화를 좋아한다면 독립영화야 말로 정말 멋진 통로라 생각한다. 겨울에 다시 뵙겠다. 감사하다.



이 영화는 딱히 슬픈 장면이 없다. 하지만 딱히 슬프지 않은 장면도 없다. 비록 영화는 다소 엉뚱한 해프닝을 다루고 있지만 그 서사의 전반에 담뿍 적셔진 흑백영화만의 정서가 관객들의 마음까지 스며들기 때문이다. 영화는 어딘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닮았다. 모 부자의 우여곡절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왠지 마음 한 구석이 쓸쓸해지지만 은은히 감도는 따스함이 짙은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흑백 화면과 어우러지는 배경음악은 그 어떤 컬러영화보다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게끔 한다. 마치 흑백의 악보가 다성악을 그리듯 말이다. 올 겨울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를 꼭 극장에서 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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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리는 물결한줄 관람평

이다영 |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상효정 | 정적인 장면과 절제된 감정들로 이루어진 잔잔한 물결

이형주 | 죽음에 대한 고전적이고 예쁜 수채화

최미선 | 흔들리는 클리셰 흘러가는 여운

홍수지 | 요동치는 물결이 언젠가는 고요해지길

전세리 | 강물은 언제고 흔들리며 흐를 것이다




 <흔들리는 물결리뷰: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다영 님의 글입니다.


살아있지만 이미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살고 있는 남자가 있다. 살아있지만 점점 죽음 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는 여자가 있다. ‘사랑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부터일까?’라는 질문을 종종 하곤 한다.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매일같이 만나는 인연과 관계 속에서 그 특별함이 시작되는 지점은 어디일까. 어릴 적 목격한 동생의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하루하루를 마지못해 살아가는 연우(심희섭 분)의 앞에 우연히 원희(고원희 분)가 나타난다. 원희는 암 진단을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지만, 간절하게 기적을 바라고 있다. 반대로 죽음만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 같은 연우의 모습을 보며 원희는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낀다. 



<흔들리는 물결> 중 연우와 원희의 관계는 서로의 상처를 바라보는 그 눈빛 속에서 피어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그들은 각자의 간절함이 있었을 것이고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와 그에 쉽게 순응하지 못하는 감정의 요동 가운데서 괴로워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동생의 죽음 이후 긴 시간을 잠을 이루지 못해 힘들어하는 연우의 모습과 병원에서의 마지막 진단 이후 “왜 나만”이라고 울부짖는 원희의 모습은 묘하게 닮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고통 속에서도 살아가는 이유는 그들에게 또 다른 하루가 허락되었기 때문이다. 



죽음과 삶은 어쩌면 두 사람의 관계만큼이나 가까이 맞닿아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언젠가는 죽어야하는 존재이고 그 남은 시간이 얼마든 상관없이 제한된 시간 안에서 살아가고 있고 그 끝은 정해져 있으며 결국 삶은 죽음의 그림자 안에서 이어져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삶을 살아가는 우리모두 이방인과도 같은 존재가 아닐까하는 의문이, 아버지를 향한 연우의 질문 속에 녹아 마음 속에 박혔다. 



끝없는 상실의 반복 가운데에서 우리가 계속 살아갈 이유는, 그것밖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우의 아버지의 말대로 살다보면 따뜻한 빛이 비출 것이며 빛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꽃이 핀다. 그 땅이 척박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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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은 핀다  <흔들리는 물결>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6년 10월 29일(토) 오후 7 30분 상영 후

참석: 김진도 감독 | 배우 심희섭, 고원희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다영 님의 글입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흔들리는 물결>을 보러온 관객들이 극장을 한자리 한자리 채웠다. 애틋하고 따뜻한 사랑이야기를 피워낸 영화 <흔들리는 물결> 상영 후 김진도 감독과 고원희, 심희섭 배우와의 즐거운 대화가 이어졌다.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이하 진행): 추운 날인데도 불구하고 <흔들리는 물결> 보러 많은 분들이 자리해주셨어요. 먼저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관객 분들의 질문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관객: 원희와 연우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서로를 부르는 호칭이나 말투에 변화가 있습니다. 원희의 경우에는 연우를 부르는 호칭이 ‘오빠’로 어느 순간 변하는데, 연우는 계속해서 원희를 ‘원희 씨’라고 부르고 존댓말을 씁니다.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김진도 감독(이하 김): ‘날씨가 따뜻하면 꽃이 핀다’는 그런 뉘앙스가 미세하게 나타나기를 원했고 그런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서 호칭을 오빠로 바꾸었습니다. 희섭 배우가 ‘오빠라고 하게 되면 말을 놓아야 하지 않나’라는 의견을 줘서 그렇게 해보았는데, 분위기상 어울리지 않아 희섭 배우는 계속 존댓말을 하는 설정을 유지했습니다. 


관객: 단양이라는 장소를 원래부터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 작업을 하신 것인지, 아니면 시나리오를 먼저 쓰고 물이 나오는 지역을 찾다가 단양을 배경으로 하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김: 이 영화는 ‘연우가 자기가 사랑했던 여자의 방사선 사진을 본다’는 이미지로 출발을 했어요. 단양은 원래 제가 잘 아는 곳입니다. 강이라는 공간이 죽음과 재생이 동시에 공존하는 곳이에요. 처음에는 하나의 이미지로 시작을 했지만 이 장소가 영화의 테마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공간에서 받은 인상이 시나리오의 시작을 돕기도 했어요. 서로 주고받은 부분이 있습니다.


진행: 배우 분들께 질문 드리고 싶어요. 이 영화는 마냥 달달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 감정을 절제해야 하는 부분이 있고 조금은 무거운 면도 있고 한데, 그런 면에서 이 멜로 연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떠셨나요?


고원희 배우(이하 고): 실제로도 심희섭 배우와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천천히 흘러가는 관계였던 것 같아요. 편한 관계에서 연기를 하는 것이 좋을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오히려 연기에서 벽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촬영장에서 더욱 천천히 다가갔고 그게 녹아서 영화속에 잘 나타난 것 같습니다.


심희섭 배우(이하 심): 처한 상황이 극단적이기도 하고 감독님께서도 추구하시는 것들과 맞물려 절제된 감정을 연기를 하려니까 어려웠어요. 힘들었고. 


김: 덧붙이자면 이 영화가 별 사건도 없고 감정의 큰 경위도 없어서 영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핸디캡이 있긴 한 것 같아요. 구조적으로는 약간 통속극 구조라서 신파로 갈 수도 있다는 위험한 지점이 있었고요. 또 네거티브 한 캐릭터들이잖아요. 말도 없고 사람들과 대면도 없고. 그걸 실제로 연기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아요. 우울한 인물이 자기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미세한 변화로 계속 극을 움직여야 하니까 배우의 입장에서는 연기를 하기가 조금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관객: 원희라는 캐릭터가 부산에서 이모와 살다가 갑자기 나가게 된 것으로 설정이 되어있는데, 그 이유 혹은 전사가 궁금합니다. 


김: 전사는 원희 배우와도 나눴던 이야기인데, 원희는 고등학생 때 이모 집에서 나왔어요. 왜냐하면 이모가 아무리 잘해줘도 얹혀사는 상황을 스스로 받아들일 수 없는, 독립적으로 사는 인물로 설정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병을 얻게 된 것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기 싫어하는 독립적인 캐릭터로 그리고 싶었습니다. 시나리오상에서는 원희 단독의 분량이 꽤 있었는데, 중간에 많이 생략이 되어서 아쉽습니다.


진행: 생략된 부분 중에 특히 아쉽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무엇이 있나요?


고: 원희의 감정이 잘 드러나는 장면인데요, 원희와 연우가 비를 맞고 가는 장면이 있습니다. 거기서 원희가 젖은 옷을 털면서 거울을 보는데 속옷이 살짝 비쳐요. 그리고 다음번에 연우와 만나는 것을 상상하면서 속옷을 갈아입는 장면이에요. 이것저것 속옷을 바꿔 입어보다가 울음이 터지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이 빠져서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웠습니다.


관객: 극 중 자주 등장하는 ‘그대 내 품에’라는 노래의 어떻게 고른 것인지 궁금합니다.


김: 둘 사이 감정의 하이라이트에서 무엇이 있으면 좋을까 생각을 하다가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노래를 고르는 과정이 조금 오래 걸렸습니다. 여러 곡을 들어보았지만 잘 와닿지 않았는데, 전철에서 우연히 유재하의 노래가 생각이 났어요.


심: 바닷가에서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을 찍을 때 춥기도 하고 제가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해서 어려웠어요. 정말 많이 연습을 했는데, 파도소리가 너무 컸고 주변 소음이 심해 나중에 따로 녹음을 해서 영화에 넣었습니다.


관객: 연우와 원희가 부산에 갔을 때 이모님이 원희에게 참기름을 한 숟가락 떠먹여주시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 이 사람이 삶을 마감하기 전에 가족을 만난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설정이라고 생각했고 그 자리에서 밥을 먹을까? 뭘 할까? 생각을 하다가 TV에서 참기름을 들고 다니면서 먹는 사람의 이야기를 보게 되었어요. 죽어가는 조카에게 힘내라고 참기름을 한 숟가락 떠먹여주는 것이 아이러니하고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킬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 장면을 넣게 되었습니다.  



관객: 감독의 입장에서 독립영화란 어떤 의미인지 묻고 싶습니다.


김: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힘든 작업 같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 그것들을 끝없이 포기해야할 상황이 생기고 그런 포기의 과정이 고통스럽기도 하고 그 안에서 또 무언가를 지킨다는 것이 너무나도 어려웠습니다. 동시에 상업영화 작업을 해본 적이 있는데, 그 안에서도 끝없이 관객이 좋아할 취향이나 기호들을 생각하고 고려해서 영화 속에 심어넣어야 하는 일이 조금 어렵다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가족적인 분위기, 같이 성장하는 과정은 독립영화만이 가지는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관객: 초반 두 주인공 개인의 잔잔한 장면이 많이 기억에 남는데, 그 장면들을 찍을 때 느꼈던 두 배우분들 각자의 감정이 궁금합니다.


고: 그때는 저도 심리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어요. 원희가 기적을 바라는 친구에요. 병원에 의지하지 않고 시골에 내려와서 좋은 공기를 마시고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기적적으로 병이 낫기를 바라죠. 약을 하나하나씩 먹기보다 한번에 다 털어넣는 것도 하나의 표현이지 않을까 생각해서 그렇게 연기를 했습니다.


심: 캐릭터 자체가 말이 많이 없고 소극적이니까 외적인 것을 배제하고 연우의 감정과 상태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보았어요. ‘무엇을 할까?’보다는 ‘왜 그럴까?’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관객: 원희가 어떤 부분에서 연우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김: 원희가 아프고 외로운 사람인데, 연우라는 친구가 알게모르게 베푼 친절과 호의가 약하고 외로운 원희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고: 연우의 표현이 굉장히 어린데, 그런 모습들이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고, 원희는 몸이 아프지만, 연우는 마음이 아프다는 점에서 약간의 동질감이나 연민을 느끼기도 했을 거에요. 나는 하루라도 더 살고 싶어서 안달을 하는데, 이미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연우의 모습을 보며 가지는 호기심과 관심이 사랑으로 발전한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관객: 사고가 난 후 연우가 집에 왔을 때 주무시던 아버지가 깨는데, 연우가 아버지에게 여기는 우리 고향도 아닌데 왜 여기서 사냐는 질문을 합니다. 그 질문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 그것은 제가 항상 스스로 던지는 질문이기도 해요. ‘왜 살지?’라는 질문을 항상 하면서 살고 있고 연우라는 캐릭터가 여동생의 사고 이후로 고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연우가 더욱 괴로운 이유는 그것에 대한 어떠한 답도 듣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장면은 연우가 그 누구에게도 툭 터놓고 이야기하지 못했던 그 고질적인 질문을 처음으로 아버지께 던지는 장면이었지요. 또 원희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충분히 던질 수 있는 질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진행: 이 작품 찍으면서 감독님과 배우 분들은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 저에게는 죽음의 느낌이 내부적으로 있는 것 같아요. 죽음에 대해 워낙 많이 생각하기도 하고 죽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하기도 하고, 이상한 강박증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희섭 배우와 원희 배우가 그 이미지를 잡는 것을 조금은 어려워했습니다.


고: 죽음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무겁고 누구에게나 무섭고 슬프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을 했었고요. 근데 영화를 찍으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는데, 죽음 다음에 어떤 것이 있는지 알지 못하니까 그 알 수 없는 영역이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릴 적 암투병을 하다가 돌아가신 이모 생각이 나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모도 원희처럼 아픈 것을 티 내지 않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셨던 것 같아요. 그 생각과 경험들을 바탕으로 더 잘 연기해낼 수 있었습니다.


심: 실은 저는 죽음에 대해서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때문에 제가 언제든 죽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도 잘 모르겠어요. 슬픈 감정에 대해서는 알겠지만. 



진행: <흔들리는 물결>의 영어제목은 피어난다는 뜻의 <Blossom>이에요. 삶에 대한 암시가 강한 제목인데, 어떻게 지었는지 궁금합니다.


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습니다. 제목은 사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닌 것 같아요. 생각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생각이 나야 하는 것 같고요. 영화 전반에 흐르고 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은 핀다’라는 테마를 좀 더 부각시키고 싶어서 영제를 ‘Blossom’으로 지었습니다.


관객: 마지막에 연우가 물에 빠져 머리까지 잠길 때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다시 헤엄을 쳐요. 그 의미가 궁금했습니다. 


김: 연우는 두 가지가 공존하는 친구에요. 살기 싫어하면서도 계속해서 왜 살아야 하는지를 절박하게 질문을 던집니다. 시나리오 상에서 연우는 원래 마음 속에 뜨거움을 간직한 캐릭터에요. 어느 날 갑자기 원희가 너무 보고싶어서 물 안으로 들어간 것이고 자기 안의 뜨거운 어떤 것들이 그를 수영하게 만든 것입니다. 그 장면은 희망도 존재하지만 고독해 보이기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진행: 두 배우의 전작들을 보면 전혀 다른 이미지를 연기하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그래서 고정된 이미지랄 게 없기도 한데, 혹시 다음 작품에서 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고: 다음주부터 새롭게 촬영하는 작품이 있는데요, 그 캐릭터가 이 작품과는 다르게 또 감정적으로 많이 힘듭니다. 아마 촬영하는 내내 저와의 싸움일 것 같아요. 하지만 기대도 많이 됩니다. 


심: 갑자기 생각났는데, 다른 세계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성장하는, 그런 역할을 연기해보고 싶습니다.


관객: 원희가 150년 된 나무를 끌어안지 않고 끙끙대며 밀어내려고 하는 이유가 궁금했고 연우가 여동생과 손을 잡고 걸어가는 장면이 조금 연인처럼 그려지기도 하는데, 의도된 연출인지 궁금합니다.


김: 나무를 미는 장면은 원희가 속에서 절박하게 두려움과 싸우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운동을 하다가 나무를 보게 되었는데, 150년이라는 시간이 자신의 삶에 비해 너무도 크게 느껴져 만져보다가 시간을 밀고 싶어하는 그녀의 바람을 형상화 해봤습니다. 그리고 손잡고 걷는 장면은 이 남매가 유난히 애틋한 관계였음을 보여주고 싶어서 찍은 장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은 핀다. 마치 순환하는 자연처럼 우리의 삶은 거듭 상실과 재생을 경험 한다. 죽음에 대한 질문을 잔잔한 두 사람의 관계 속에서 그려내며 쓸쓸한 이들을 위로하는 <흔들리는 물결> 인디토크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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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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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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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목) 13:00 개봉 | 17:00

10월 28일(금) 10:40

10월 29일(토) 13:00 | 19:30 인디토크

10월 30일(일) 15:10

10월 31일(월) 17:10

11월 1일(화) 13:00 | 19:30

11월 2일(수) 10:30 | 14:30

11월 3일(목) 16:00

11월 4일(금) 13:00 | 19:30

11월 5일(토) 11:00

11월 6일(일) 16:10

11월 7일(월) 11:00 | 15:00

11월 8일(화) 13:10

11월 9일(수) 18:00

11월 10일(목) 14:20

11월 13일(일) 11:00

11월 16일(수) 19:30

11월 18일(금) 10:20

11월 21일(월) 17:10

11월 23일(수) 12:20 종영










 예매하기 

● 맥스무비 http://bit.ly/9BCgci

● 예스이십사 http://bit.ly/an5zh9

● 네이버 http://bit.ly/OVY1Mk

● 다음 http://bit.ly/1srfYBx





 인디토크(GV) 



<흔들리는 물결> 인디토크(GV)

● 일시: 2016년 11월 5일(토) 오전 11시 상영 후

● 참석: 김진도 감독 | 배우 심희섭



<흔들리는 물결> 인디토크(GV)

● 일시: 2016년 10월 29일(토)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 참석: 김진도 감독 | 배우 심희섭, 고원희

●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INFORMATION 


제목 : 흔들리는 물결 Blossom

각본/감독 : 김진도

주연 : 심희섭(<1999, 면회> <변호인>), 고원희(<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제작 : 비밀의 화원, 청년필름

제공 : 청년필름

배급/홍보/마케팅 : 무브먼트.MOVement





 SYNOPSIS 


어린 시절 동생의 죽음을 목격한 연우는 그 트라우마로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살아간다. 어느 날 그가 일하고 있는 병원에 간호사 원희가 오고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처음으로 타인과 마음을 나누게 된 연우. 그러나 그에게 먼저 다가가 마음을 열게 한 원희는 죽음을 앞두고 있다. 


생의 끝에서 시작된 우리,

마침내 우리의 시간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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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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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제목 : 흔들리는 물결 Blossom

각본/감독 : 김진도

주연 : 심희섭(<1999, 면회> <변호인>), 고원희(<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제작 : 비밀의 화원, 청년필름

제공 : 청년필름

배급/홍보/마케팅 : 무브먼트.MOVement





 SYNOPSIS 


어린 시절 동생의 죽음을 목격한 연우는 그 트라우마로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살아간다. 어느 날 그가 일하고 있는 병원에 간호사 원희가 오고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처음으로 타인과 마음을 나누게 된 연우. 그러나 그에게 먼저 다가가 마음을 열게 한 원희는 죽음을 앞두고 있다. 


생의 끝에서 시작된 우리,

마침내 우리의 시간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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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감독 : 김진도

주연 : 심희섭(<1999, 면회> <변호인>), 고원희(<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제작 : 비밀의 화원, 청년필름

제공 : 청년필름

배급/홍보/마케팅 : 무브먼트.MOVement





 SYNOPSIS 


어린 시절 동생의 죽음을 목격한 연우는 그 트라우마로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살아간다. 어느 날 그가 일하고 있는 병원에 간호사 원희가 오고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처음으로 타인과 마음을 나누게 된 연우. 그러나 그에게 먼저 다가가 마음을 열게 한 원희는 죽음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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