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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1308

[인디즈 Review] 〈너를 줍다〉: 기묘한 수취인 불명의 사랑 〈너를 줍다〉리뷰: 기묘한 수취인 불명의 사랑 *관객기자단 [인디즈] 조영은 님의 글입니다. 사랑에는 수신인과 발신인이 있다. 한사람이 수신인이자 발신인이기도 하며,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음을 주고받는 긴 여정이다. 〈너를 줍다〉에서 지수의 사랑은 분석이다. 이미 지나가 버린 사랑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어도, 택배 상자에 담겨온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어 볼 수는 있다. 지수는 하얀색 종량제 봉투에 모아진 쓰레기를 다시 조각조각 펼친다. 뒤섞인 물건들을 정갈하게 들여다본다. 욕실 한편에 놓인 욕조의 용도는 그뿐이다. 타인의 쓰레기를 붓고 채집하기 위한 공간 그 이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그렇게 눈에 들어온 정보를 화이트보드에 옮겨놓는다. 프로파일링하듯 분석한 타인의 일거수일투족은 지수에게는 일상이다. 타.. 2023. 11. 22.
[인디즈 Review] 〈괴인〉: 이상을 부수는 이상한 영화 〈괴인〉 리뷰: 이상을 부수는 이상한 영화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진하 님의 글입니다. 어린 시절 소소한 강박이 있었다. 펜촉은 항상 필통 위 쪽을 향하게 두고, 보도블럭을 내가 정해둔 순서대로 밟아야 하고, 횡단보도에서 반은 왼발 먼저, 나머지 반은 오른발을 먼저 뻗어야 했다. 이제는 필통도 보도블럭도 되는대로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지만 가끔 그런 걸 보고 잔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영상. 균형과 규칙 속에서 아름답게 잘리는 케이크 같은 것들. 한 번의 칼질이라도 어긋나는 순간 마음이 한없이 불편해지고, 바로 이 지점에서 서스펜스는 온다. 영화 〈괴인〉은 아슬아슬하다. 미묘하게 어긋난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고 자유곡선을 그리며 진행한다. 거슬리는 인물이 한둘이 아니고, 수상하지 않은 인물.. 2023. 11. 21.
[인디즈] 〈붉은 장미의 추억〉인디토크 기록: 현실과 연극과 영화의 경계에서 현실과 연극과 영화의 경계에서 〈붉은 장미의 추억〉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3. 11. 6(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백재호 감독, 김지원, 배우경, 이인석, 유다온, 정다연, 김세중, 위다은 배우 진행 차한비 리버스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진하 님의 기록입니다. 〈붉은 장미의 추억〉은 노필 감독의 동명 시나리오를 원작으로 기획된 낭독극을 촬영한 영화다. 코로나19로 공연이 취소된 연극 바깥의 상황은 영화의 일부가 되어 관객을 극 속으로 이끈다. 영화와 배우들은 과거를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그대로’의 유혹에 지지 않고, 이전의 존재를 되살려 지금-여기로 데려다 놓아본다. 궂은 날씨에도 인디스페이스에 모여 또 하나의 장면을 만들었던 어느 월요일의 추억. 차한비 기자(이하 차한비): 안녕.. 2023. 11. 16.
[인디즈] 〈너를 줍다〉인디토크 기록: 폐기 이후를 진단 폐기 이후를 진단 〈너를 줍다〉인디토크 기록 일시 2023. 11. 8(수)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심혜정 감독, 김재경, 현우 배우 진행 김시선 영화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이빈 님의 기록입니다. 쓰레기를 분리하더라도 쓰레기와 분리될 수는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지수는 폐기된 것들이 몰랐던 사람을 알게 해 준다 믿고서 밤마다 이웃들의 쓰레기로 정보를 수집한다. 모이고 흩어지는 각자의 기억과 믿음 안에서 〈너를 줍다〉를 되짚어 보았다. 김시선 평론가(이하 김시선):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너를 줍다〉 사회를 맡게 된 김시선이라고 합니다. 오늘 영화 잘 보셨나요?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영화를 보고 나가신 후에는 내가 어떤 쓰레기를 버렸는지 보게 되는 그런 영화이기도 한데요. .. 2023. 11. 16.
[인디즈 단평] 〈버텨내고 존재하기〉: 사람들의 장소.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장소. 〈버텨내고 존재하기〉와 〈소피의 세계〉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태현 님의 글입니다. 〈버텨내고 존재하기〉는 음악에 대한 영화이지만, 장소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1935년 개관해 오늘날까지 관객을 맞이하고 있는 광주극장은 인디 뮤지션들의 음악과 이야기의 배경이 된다. 극장의 매표소, 상영관, 영사실, 사무실, 계단과 복도의 모습이 차례차례 등장한다. 공간들에 대한 클로즈업, 혹은 무던한 미디엄 쇼트들이 이어진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광주극장의 전경을 비추는 풀 쇼트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버텨내고 존재하기〉가 광주극장을 소환하는 방식은, 그곳.. 2023. 11. 14.
[인디즈 Review] 〈버텨내고 존재하기〉: 버텨내서 존재하기 〈버텨내고 존재하기〉리뷰: 버텨내서 존재하기 *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수영 님의 글입니다. 지난 11월 원주 아카데미 극장의 철거가 진행됐다.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전국 54개 영화단체가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지만, 지자체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개발과 이익이라는 정체가 불분명한 이기를 앞세워 60년의 유산이 무너졌고, 원형의 가치는 사라졌다. 우선순위가 달랐을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철거 후 재건이 더 중요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지난날을 기억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 보전이 필요했을 것이다. 각자의 우선순위가 치열하게 부딪히는 사회 앞에 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는 개인과 공간을 조명한다. 곽푸른하늘,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고상지, 정우, 그리고 N명의 아티스트들. 알 사람은 아는 인디밴.. 2023. 11. 14.
[인디즈 Review] 〈약속〉: 자연을 낭독하며 부치는 시 〈 약속〉리뷰: 자연을 낭독하며 부치는 시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채운 님의 글입니다. 시를 감상하는 가장 정확하고 아름다운 방식은 낭독이 아닐까. 아무런 구두점도 찍히지 않은 문장 말미에 멋대로 느낌표와 물음표를 붙이는 일. 하나인 줄 알았던 문장을 둘로 쪼개보는 일. 아무렇게나 다시 만든 시를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일. 이렇게 본다면 시는 소리의 예술일테다. 그리고 〈약속〉의 시우는 시를 낭독하는 일의 진가를 아는 것 같다. 그는 시를 소리로 다루는 예술가다. 시우는 엄마와 이별 한 아홉살, 1년 뒤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기약하며 종이에 시를 적어 간다. 마치 악보에 음표와 노랫말을 눌러 담듯, 순간 순간의 마음이 날아가지 않게 펜과 종이를 어루만지며. 고이 담은 소리들을 시우는 엄마에게 건네준다... 2023. 11. 14.
[인디즈 Review] 〈붉은 장미의 추억〉: 잇따른 우연 끝에 다다른 결말은 〈 붉은 장미의 추억 〉리뷰: 잇따른 우연 끝에 다다른 결말은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채운 님의 글입니다. 영화의 구성은 단순하다. 배우들은 오래 전 작고한 영화감독 노필 선생의 영화 〈붉은 장미의 추억〉을 낭독극으로 펼쳐나간다. 백재호 감독의 〈붉은 장미의 추억〉은 원작의 대본을 낭독하는 배우들과 이들 주변에서 펼쳐지는 상황들을 폭넓게 담아낸 영상 기록물이라고 볼 수 있다. 언뜻 단순해 보이는 전개에 몇 가지 우연이 신비로운 가루처럼 톡톡 뿌려지며 이색적인 맛과 향을 풍기기 시작한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공연이 취소되는 상황은 모두가 생생하게 공감하는 사태일 것이다. 이처럼 오래되지 않은 과거가 지금으로 끌려오며 우리는 현실감에 한껏 젖어있는 상태가 된다. 그러다 갑자기 등장하는 수수께끼의 사내는.. 2023. 11. 14.
[인디즈 단평] 〈너와 나〉: 꿈의 조각을 되찾아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꿈의 조각을 되찾아 〈너와 나〉와 〈프랑스여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지윤 님의 글입니다. 잠깐 꿈이라는 무의식을 헤매다 깨어났을 뿐인데, 그 무의식은 우리의 하루를 지배하고, 하루 동안의 모든 행동을 결정하는 나날들이 있다. 그 무의식이라는 여운은 꽤나 부드럽고도 강력해서, 누군가에게 나의 마음을 표현하게 하기도, 혹은 내 마음을 애써 삼켜내게도 한다. 바람이 부는 창가 자리에 엎드려 잠든 세미(박혜수)는 영문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과 함께 고개를 든다. 꿈이 그렇듯, 눈을 뜸과 동시에 휘발된 기억에 왜 흘러나왔는지 아직은 가늠조차 되지 않는 눈물을 닦아내고 무의식.. 2023. 11. 7.
[인디즈 Review] 〈너와 나〉: 너라는 상(像)이 맺힌 나의 세상 〈너와 나〉리뷰: 너라는 상(像)이 맺힌 나의 세상 * 관객기자단 [인디즈] 조영은 님의 글입니다. 옅은 빛의 화면으로 파고드는 햇살은 저편의 수평선처럼, 혹은 꿈결처럼 아득하다. 모였다가 흩어지는 아이들, 사이를 오가는 작은 원반들, 곳곳에 띠는 활력의 소리와 움직임들, 〈너와 나〉는 원초적인 감각을 불러일으키며 출발한다. 우리가 물체나 사물을 눈으로 보기 위해서는 먼저 빛이 통과되어야 한다. 눈 안에 있는 수정체가 빛을 통과시켜 망막에 상(像)이 맺힌다. 카메라의 렌즈는 빛을 저장하여 상이 맺히는 표면에 닿는다. 뿐만 아니라, 더 많은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조절하여 선명한 상과 움직임을 기록한다. 빛을 저장하는 장치로써 카메라는 어떤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고, 이를 포착된 이미지로서 기억한다고 해도 .. 2023. 11. 7.
[인디즈 단평] 〈두 사람을 위한 식탁〉: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 *'인디즈 단평'은 개봉작을 다른 영화와 함께 엮어 생각하는 코너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인디즈 큐'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 〈두 사람을 위한 식탁〉과 〈해피해피쿠킹타임〉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진하 님의 글입니다. 나로 태어났음에도 나로 사는 것이 가장 어렵다.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은 만큼만 먹기, 입고 싶은 옷을 입기, 자고 싶은 시간에 잠들기. 마음이 하고 싶어 하는 것과 몸이 허락하는 것과 타인이 바라는 것들이 마구 부딪혀 가장 기본적인 것들마저 어려워진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는 차치하고서라도, 나는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건가? 살아본 적 없는 시간만을 앞두고, 그저 고민만 하며 하루를 다 새운대도 배는 고프다. 밥알을 입에 넣고 저작운동을 하.. 2023. 11. 6.
[인디즈 Review] 〈두 사람을 위한 식탁〉: 우리가 우리가 된다는 것은 〈두 사람을 위한 식탁〉리뷰: 우리가 우리가 된다는 것은 *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윤정 님의 글입니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주체로서 객체를 바라보는 행위 자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객체로의 전이를 뜻하는 것이다. 즉, 완벽한 이해의 경지는 내가 아닌 너가 되는 행위이고, 동시에 너가 내가 되는 행위이다. 하지만 각자의 삶에서 주체인 우리는 서로가 될 수 없기에 충분히 이해받지 못해, 이해하지 못해 슬프다. 〈두 사람을 위한 식탁〉엔 이해의 영역에서 필연적인 실패를 마주할 수밖에 없는 두 사람, 정확히 말해 두 모녀가 등장한다. 영화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듯이 어느 날 불현듯 채영(박채영 분)을 찾아온 섭식장애에 대해 당사자로서 채영과 목격자로서 상옥(박상옥 분)의 이야.. 2023. 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