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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인간의 고통을 직시하는 치열한 성찰의 과정  <로마서 8:37>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 12 21(오후 7 30 상영

참석 신연식 감독배우 김다흰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범수 님의 글입니다.



치열하고 진중한 고민이 담긴 영화를 발견할 때 느끼는 감동이 있다. 인간의 죄와 고통에 대한 쉽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신연식 감독의 <로마서 8:37>은 기독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만 그 메시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스스로를 성찰하는 기회를 발견하는 흔치 않은 경험을 제공한다. 신연식 감독, 김다흰 배우,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가 함께 한 인디토크에서 영화에 얽힌 보다 상세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진행 : 김다흰 배우가 연기한 '현민'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 성경에서 아담이 선악과를 먹는다. 인간이 하나님과 끊어지는 시점이자 선과 악을 구분하는 시점이고 가치판단을 스스로 하고 싶어하는 시점이다. 결국 하나님이 되고 싶어하는 것이자 내 마음대로 살고 싶어 하는 것이 원죄의 진짜 의미다. 현민이라는 캐릭터는 하나님과 관계가 끊어져서 그 집안으로 죄가 들어왔을 때의 모든 상황을 포용하는 인물이자 자기 주장을 하지 않는 인물이어야 했다. 또한 그 집안의 가장 힘이 없고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배우 입장에서는 (직접적으로 표현을 하지 않더라도) 그 캐릭터가 큰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쉽게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닌데, 김다흰 배우에게 역할을 주는 데에 전혀 고민을 하지 않았다.



진행 : 이 역을 제안받고 나서 기분이 어땠는지에 대한 질문을 김다흰 배우께 하고 싶다.


: 시나리오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말로 쉽게 표현할 수 없지만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작품 같기도 해서 걱정이 많이 됐는데, 감독님이 촬영 중간에 이런저런 말씀을 많이 해주신 게 용기가 되었다. 덕분에 작품이 잘 나온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감독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진행 : 김다흰 배우는 스크린보다 무대에서의 연기 경험이 훨씬 길다. 스크린 상에서 말을 할 수 없는 연기를 한다는 것이 감독과 배우 모두에게 굉장히 큰 도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연기에 대해서 두 분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가 궁금하다.


: 솔직히 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웃음) 작년 11월쯤부터 워낙 많은 일들을 겪어와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지는 않은데, 배우의 능력을 믿어서 큰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연출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력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전투에 임하는 장수와 같다고 생각한다. ‘그럴 줄은 몰랐어요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이 배우가 가진 역량과 장단점을 다 파악하고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게 연출자의 역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출을 하는 데 있어 생각에서 크게 벗어난 적은 별로 없었다. 현민이라는 캐릭터는 흠 없이 맑은, 일종의 속죄양 같은 존재인데, 실제로도 (김다흰 배우가) 영혼이 순수한 사람이다. 만일 이 친구가 개런티를 크게 받아서 사람이 확 바뀐다고 하면 충격을 받아 영화판을 떠날 것 같다. 현민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디렉션을 준 것은 거의 없다. 디렉션을 주는 게 오히려 연기에 방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진행 : 표정과 몸을 많이 써야 하는 연기를 해야 했는데, 혹시 현민 역할을 하면서 든 어떤 생각 같은 게 있는지.


: 일단 촬영장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 감독님과 세 번째 작품을 함께 했는데, 연기에 대해 별다른 말씀을 해주지는 않았다. 다만 잘하고 있어같은 용기를 주는 말은 많이 해주셨다. 마지막 촬영에서 기도하는 장면을 찍기 직전에 ‘잘하고 있으니까 네가 하고 싶은 기도 세 가지는 준비해 봐라라고 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 말을 할 수는 없는 배역이긴 했지만, 일단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 했으니 세 가지를 서로 다른 느낌과 감정선으로 준비했는데, 감독님이 모두 오케이를 주셨다. 그런 식으로 용기를 북돋아 준 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 평소 제 방식의 디렉션은 아닌데, 아마 그 장면이 대사가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편집 때도 어떤 장면을 썼는지 생각이 잘 안 난다. 시나리오를 쓰고 나면 그 뒤의 상황을 잘 기억 못한다. 작품에 대해서 가장 설명이 잘 될 때는 시나리오를 쓰고 난 직후이지, 그 다음부터는 워낙 많은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일일이 기억을 못한다.


진행 : 혹시 큰 개런티를 받는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웃음)


: 월세 내고 겨울에 걱정 없이 난방 틀고 차도 사고 싶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웃음)

 

 





관객 : '기섭'의 분량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했다. 기섭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여러 가지 해결되는 과정들이 영화의 주가 되는데, 기섭은 현민과 달리 예수님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시선으로 세상의 죄를 바라보고 또 나름의 방식으로 그 죄를 해결하고자 한다. 감독님은 둘 중에 어느 쪽의 입장에 더 가깝나. 기섭이라는 인물은 추후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 작품을 만든 목적에 대해 다시 말을 꺼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 작품을 만든 목적은 크리스천과 논크리스천 모두를 나는 죄가 없다는 말을 쉽사리 꺼내지 못하는 심리적 상태로 끌고 나가자 하는 것이다. 기섭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만든 것은 그 심리적 상태를 총체적으로 잘 드러나게 하기 위함이다. 자기 희생을 하는 사람이 세상에 없다는 맥락은 아니지만, 현민 같은 인물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기독교적 메타포를 담은 상징적 인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둘 중 누구의 관점을 따르느냐의 문제보다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의 문제가 훨씬 중요하다.

이 영화는 노골적인 기독교 영화다. 그렇기에 기독교의 죄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 죄라는 것은 결국 하나님과 같이 되는 것이다. 선과 악을 구분하는 것, 가치 판단을 하는 것, 이게 원죄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 하나? 그렇지는 않다. 다만 우리에게 선악을 구분하고 가치 판단을 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해야 한다. 그렇기에 기독교인은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하나님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행위가 아닌 믿음으로써 의로움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기섭이라는 인물은 그렇지 않았다. 기섭은 '미진'만을 기억했을 뿐 또 다른 피해자인 '아영'을 기억 못 하지 않았나. 인간은 자기 변명이라는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서 선악을 구분하는 판단은 내리지 못한다. 그런데 그 선악을 구분하는 판단 자체는 필요하기에 우리는 그리스도와 좋은 관계를 맺어야만 한다.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쁜 목사는 처벌받지 않고 왜 피해자가 회개하나?’ 기독교적 관점에서 말하는 회개란 악행을 반성하는 것이 아닌 나의 본성을 깨닫는 것이다. 성경에서 세례 요한이 말하는 건 단 하나, 나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것이다. 회개하지 않고 은혜, 사랑, 공의, 정의, 은혜 같은 기독교적 가치를 말하는 건 특권이 된다. 기섭은 다시 강요섭 목사와 싸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또 그 싸움에서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핵심은 기섭이 다시 세상으로 나갔을 때 자기 방식이 아닌 하나님의 방식으로 싸울 것이라는 사실이다. 자신이 아끼는 것을 좋아하는 고양이에게 준 기섭의 딸아이의 마음이 고양이를 죽인 것처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 진심이라고 해서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기섭도 마찬가지다. 불의에 맞서 싸운 일 자체는 훌륭한 일이지만, 하나님의 방식이 아닌 자신의 방식으로 싸운 것은 죄다.

 


관객 : 김다흰 배우님께 질문 드리고 싶다. 캐스팅이 된 후 긴 준비 기간을 가졌을 것 같은데, 그 기간 동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나 특별히 써둔 성경 구절 같은 게 있나. 다른 캐릭터와 큰 교류가 없는 역할인데, 고립된 감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 특별히 메모를 해둔 것은 없고 가장 많이 생각했던 부분은 감독님이 현민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시나리오 전체에 감독님의 구상이 가득 차있다고 느꼈고 감독님의 생각에 가장 잘 부합하는 현민의 모습이 어떤 지를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다른 배우들과는 촬영에 들어갈 때를 제외하면 서로 친하게 지내고 또 자주 만났다.



관객 : 극 중에 무당이 등장하는 악몽 같은 부분이 있다. 아이가 울면서 아버지라고 부를게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의 의미가 궁금하다. 원로 목사의 원죄라는 것은 혼외 자식을 가지게 된 죄가 요섭에게 대물림이 되었다는 맥락에서 넣은 설정인가.


: 영적 치유가 필요한 대상을 강원로 목사가 사적으로 취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인데, 현민과 요섭 둘을 낳았다는 점에서 그 관계가 일회성이 아닌 셈이다. 강요섭 목사가 경상도 억양을 쓴다는 것은 그 혼외 관계가 적어도 10년은 지속됐다는 암시다. 강원로 목사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것은 요섭의 상처고, 강원로 목사가 요섭에게 세게 나가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아들들에게 죄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 장면들을 몽타주로 표현한 것은 이야기 자체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관객 분들이 짐작만으로 (이야기를) 넘기게 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실화는 아닌 허구다.



 




관객 : 영화를 만든 목적을 말씀해 주셨는데, 그래도 교계에서 일어난 수많은 일들을 보면서 이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건지, 어떤 배경에서 이런 주제로 영화를 만둔 건지 궁금하다. 개인적인 고민과 기도 속에서 대답을 얻으셨는지도 궁금하다.


: 제가 젊을 적에 기독교인들 모아서 기독교 영화 한 번 찍자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게 엎어지고 나니 창피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좋은 말로 포장했지만 결국에는 그 영화로 입봉하고 싶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예수의 이름을 판 것인데, 교회의 일 태반이 그렇다. 교회와 하나님의 이름을 팔아서 자기의 욕망을 채우려 들지 않나. 그래서 더 이상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때 영화를 만들자고 다짐했는데, 어떤 재단에서 제의가 들어왔다.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말씀과 삶을 돌아보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다. 죄에 대한 문제를 다루려고 자료 조사와 취재를 했는데 너무 충격적이었다. 저는 3대째 모태신앙이고 주일학교 교사 일을 10년 정도 하고 있는 평범한 신도인데, 한국 교회와 사회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몰랐다. 연락이 닿는 분들이 분쟁이 있는 교회의 TF 팀에 소속되어 있기도 했다이 작품을 해야 할 지를 두고 5년 정도 고민했다. 단 하나 결심한 건 상업적 자본을 가지고 만들지는 말자는 것이었다. <동주> 만들고 빚을 갚고 나니 이 영화를 만들 돈이 남아서 더 늙기 전에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목사님들을 취재하면서 그들의 민낯을 보게 되어 너무 괴롭고 고통스러웠다. 영화를 보고 논크리스천들도 회개와 고백을 하는데 목사님들 중에서는 그런 분들이 하나도 없었다. 왜 영화에서 죄가 없는 사람이 회개하냐는 질문을 당연하다는 듯이 하기도 하고, 왜 저런 어려운 설교를 할머니들에게 하고 있냐는 말도 들었다. 목사 분들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에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너무 힘들었다. 결국 타인의 고통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는 말 아닌가. 어떤 여학생은 저를 붙잡고 고맙다고 하면서 30분 넘게 펑펑 울더라. 알고 보니 교회 목사와 신학교 교수들에게 성폭력을 당한 학생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아무도 안 듣는다. 무수히 많은 목사님들이 이 영화를 봤지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마치 남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인다. 한국 교회 이대로 좋은가?’와 같은 주제로 인문학자인양 온갖 객관적인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있다. 우리나라의 인문학적 소양이 그만큼 깊지도 않을뿐더러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그렇게 큰 담론을 나누려고 하는 시도 자체가 잘못됐다. 그걸 외면하는 건 절대 평화가 아니다. 예수님은 절대 스스로 평화를 위해 오시지 않았다고 하는데, 한국 교회는 불행하게도 그렇다. 그게 여전히 가장 고통스럽다.

 


관객 : 마지막 기도에서 드러나는 섬세한 감정들이 실제 경험이 아니면 나오지 못할 말 같았다. 사랑이 서툰 딸아이가 언젠가는 (정의감에 불타는) 청년으로 자랄 텐데, 그 딸아이가 기섭과 똑같이 부딪히려고 한다면 기섭은 그 딸아이에게 뭐라고 말할 것 같은가.


: 정확히 보셨다. 말씀하신 것처럼 개인적 경험이 분명히 담겨 있다. 시나리오를 쓸 때는 몰랐는데 마지막 기도의 내용과 똑같은 내용이 시편 115장에 나오더라. 개봉하고 나서 알았다. 성경을 읽어 보시면 하나님이 사람을 통해 일하는 방식은 명징하다. 그 사람의 자아를 가루로 만들어 놓는 것이다. 하나님이 (사람을 통해) 직접 일하실 때는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단 한 톨의 자아도 다 때리고 부수어야 한다. 실제로 사도 바울도 하나님이 눈을 멀게 하셨다. 그런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다면 마지막 기도가 이해가 될 텐데, 저는 스물 아홉 살에 그런 신앙적 경험이 있었다. 스무 살 때부터 연출부 생활을 10년 정도 하는 동안 정말 말도 안 되는 고생을 했다. 다른 감독님들에게 공짜로 써준 시나리오도 몇 십 편이고. 정말 영화를 할 수 없는, 영화감독이 절대 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아무 것도 볼 수 없고 잘 수도 없고 말 할 수 도 없는 병을 한 열흘 정도 앓았는데, 딱 그때부터 상업영화 계약을 하는 데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개인적인 신앙과 비전을 너무 말한 것 같긴 한데, 제가 기섭이라면 솔직히 아이에게 아무 말도 못할 것 같다. 저도 딸이 있는데, 결국은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이 애를 키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이는 키우는 게 아니고 아이가 스스로 크는 거다. 제일 좋은 건 아이가 자기 인생 똑바로 사는 거고, 그 다음 중요한 건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대하듯 믿음을 주는 거다. ‘강요섭 같은 사람을 내가 아는 데 저런 사람은 가까이 하지도 말아라라는 식으로 옆에서 충고를 얼마나 하고 싶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내를 갖고 믿음을 준다면 될 것이다. 사실 저도 인간인지라 당장 유학 가!’라고 말을 안 할 것이라는 장담은 못 하겠다.(웃음)

 





관객 : 김다흰 배우가 연기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은데 현민이라는 캐릭터가 연기 경험을 통틀어서 어떤 의미로 와 닿았나. 그리고 한 십 년쯤 후에는 이 캐릭터가 어떤 의미로 기억될 것 같나.


: 원래 연기자가 꿈이 아닌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영화를 찍고 싶어하는 친구가 전국 청소년 단편 영화제에 출품한다고 캠코더를 들고 와서 같이 영화를 하자고 하더라. 고향이 대전인데, 대전에서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그 때부터 연기가 재밌는 일이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 그 친구가 힘을 받아서 겨울방학 때 한 편을 더 만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애들이 영화도 연기도 다 이상하다고 하더라. 연기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학원에 찾아가 처음 배우기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다. 그 친구는 감독 준비하고 있는데, 저에게는 은인 같은 사람이다. 현민 역할은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캐릭터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GV를 하게 해준 캐릭터이기도 하고. 마찬가지로 <로마서 8:37>도 절대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것 같다.

 


관객 : GV 초반에 감독님이 한 말씀의 연장에서 질문하고 싶다. 이 영화는 노골적인 종교 영화라고 하셨고 저도 동의한다. 그런데 하나님의 방식으로 나아간다는 말에 대해서는 여전히 감이 안 잡힌다. 성폭력을 객관적으로 공론화하고 다른 방식으로 대처를 한다는 건 과연 어떤 방식이 될 것인가.


: 하나님의 방식이라는 것은 지극히 종교적인 표현이다.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하자는 말이 중요한 게 아니다. 신앙은 쟁취의 대상이 아니다. 신앙은 태도의 문제이다. 어떻게 보면 인생도 마찬가지 같은데, 저는 영화가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게 굴레나 우상인지 처음에는 결코 알지 못했다. 창작을 하고 글을 쓰고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화를 하게 된 편인데, 스물 아홉 살 때의 경험을 지나면서 영화라는 예술을 버리고 나니 비로소 그게 우상이고 굴레라는 걸 알았다. 우상이란 내가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성취하는 건 사실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영화를 하면서 타르코프스키처럼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고 해서 의미가 없는 것인가? 천만 영화를 안 만들어서 의미가 없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인생의 가치와 목표라는 건 무엇을 쟁취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닌, 내가 생각하는 방식인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나님의 방식이라는 것도 정해진 매뉴얼에 따르라는 말이 아니고 하나님을 중심에 두고 살아가라는 태도를 취하라는 것이다. 하나님의 방식을 알려달라고 요구하는 신앙생활을 할 수도 있는데, 그런 답을 주는 곳은 아무 곳도 없다. ‘하나님의 방식은 이런 것이다라고 답을 주듯이 성경을 설명하는 사람은 이단이자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사람들을 피해라.

 



진행 : 논크리스천도 크리스천도 아닌 안티크리스천도 계실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로마서 8:37>은 종교 영화지만 한 편으로는 정치스릴러 같기도 하고 성장 영화 같기도 하다. 김다흰 배우가 연기한 현민 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들의 전사가 궁금해지는 풍부한 서사를 가진 영화다. 본인의 종교적인 관점까지 스스럼 없이 밝혀주신 감독님과 김다흰 배우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면서 GV를 끝내고자 한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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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제       목|반도에 살어리랏다 (I'll Just Live in Bando)

제       작|스튜디오 수집

배       급|독립애니메이션 배급, 씨앗

감 독/각 본|이용선

출       연|이승행, 오가빈, 이용우, 박진영 외

장       르|레알 서바이벌 코미디

상 영 시 간|85분

등       급|15세이상관람가

개       봉|2018년 1월 25일 

영   화  제|제41회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2017/프랑스)

제21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경쟁부문 (2017)

제28회 오타와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경쟁부문 (2017/캐나다)

페르남부쿠주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2017/브라질)

런던 동아시아 영화제 경쟁부문 (2017/영국)

타이청 애니메이션 영화제 (2017/대만)





 SYNOPSIS 


밥줄과 꿈줄 위에서 분투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내가 잡은 밥줄이 ‘썩은 밥줄’이라면?!


남몰래 배우의 꿈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대학 시간강사 오준구.

밥줄도 꿈줄도 어느 하나 제대로 타지 못하고 그럭저럭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오준구에게 떡하니 두 개의 해가 동시에 뜨는데!

대학 정교수 자리와 비중 있는 드라마 출연 제안이 바로 그것.

오준구는 장고 끝에 결국 가족을 위해 밥줄을 선택하지만,

이내 그 줄이 ‘썩은 밥줄’이 될지도 모를 사건이 터지고 마는데…

과연 그는 밥줄 위에서 흥 나게 춤출 수 있을까?


한 남자의 46년 인생을 건, 밥줄 서바이벌 시작된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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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움에 대한 끝없는 질문의 연속

 <나의 연기 워크샵> 안선경 감독 인터뷰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현실과 허구가 혼재한다. 그것들은 끝없이 뒤엉키며 영화를 이끌어간다. 현실의 세계와 연기의 세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작품 한가운데엔 헌, , , 경 네 인물이 있다. 그들은 이라는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를 솎아낸다. 그리고 네 인물이 지닌 이야기와 불안은 끝내 이라는 하나의 인물로 구체화 된다. 네 인물과 의 모습이 서서히 겹쳐질 때, 경계는 더욱 흐려진다. 불분명한 경계 위에 놓인 <나의 연기 워크샵>은 작품이 주제로 삼고 있는 연기그 자체를 닮았다.


<나의 연기 워크샵>의 개봉이 얼마 남지 않은 12월의 오후, 작품을 연출한 안선경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훈훈한 웃음이 오갔던, 따뜻하고 편안한 만남이었다.

 






Q. <나의 연기 워크샵>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21회 부산국제영화제 비전 감독상 수상과 서울독립영화제2016 상영 이후 1년 만의 개봉인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A. 무브먼트(MOVement)의 진명현 대표가 처음 독립을 하면서 작업한 작품이 저의 전작 <파스카>(2013)에요. 그때는 서로 가난한데다가 인력도 없었어요.(웃음) 둘이 도와가며 간신히 개봉한 거예요. 2년이 지나 <나의 연기 워크샵>으로 두 번째 개봉을 하는데, 진명현 대표의 역량이 커지고 동료도 생기다 보니 <파스카> 때보다 더 풍성하고 화려하게 일을 하고 있어요. (웃음) 예전에는 포스터 사진을 못 찍었지만, 이번에는 포스터 사진도 찍으며 배우들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했어요. 예고편의 경우도 예전엔 제가 집에서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전문가 분들이 예고편을 만들어주셔서 내 영화가 이렇게 재미있었나?’하고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이 과정이 감사하고 재미있어요. 단칸방에서 어렵게 살았던 사람이 우리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가!”하고 들뜬 기분?(웃음)


 

Q. <나의 연기 워크샵>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들어보고 싶어요.


A. 영화를 하기 전 원래 연극을 했어요. 연기에 관심이 있어서 시작했어요. 무대라는 공간이 좋았어요. 그래서 제게 연기, 배우란 존재는 강렬한 첫사랑 같은 영원한 주제에요.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 작품으로도 <유령 소나타>(2007)라는 작품을 찍으며 배우 이야기를 한번 한 적이 있어요. 늘 마음을 품고 있다가 오랜만에 연기 워크샵을 시작하게 된 것이 2014년 겨울이었어요. 그때 첫 손님으로 이관헌 배우가 온 거예요. 이관헌 배우를 관찰하다 보니까 전혀 연기를 하지 못할 것 같이 불편하고 딱딱하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평범함을 보여주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친구였는데, 연기하는 행위를 통해 조금씩 자신이 드러나는 모습을 보며 감동받았어요. ‘아 정말 좋은 순간이구나, 이게 바로 영화적인 순간이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관헌 배우를 모델로 삼아서 배우 이야기를 풀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이관헌 배우에게 너를 주제로 삼을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내가 모르는 너의 일상들과 주변의 관계들, 네가 그동안 만나왔던 사람들에 대해 일기를 쓰듯이 써서 나한테 달라. 그것에 영감을 받아서 내가 이 작품을 써보고 싶다해서 의기투합하여 시작을 하게 된 것이죠. 이관헌 배우에게는 내면에 더 깊은 것이 있을 텐데 그것이 뭔지 모르겠는 미스테리한 부분이 있어요. 그 미스테리를 풀고 싶었달까요.(웃음) 그런 것들이 제게 일종의 영감을 줬던 것 같아요. 충분히 동력이 될 것 같았고, 이 궁금함을 풀어가는 동안 드라마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Q. 영화에 등장하는 워크샵 과정은 실제 감독님이 진행하는 연기 워크샵의 커리큘럼이기도 해요. 영화감독이 연기 워크샵을 진행한다는 게 흔치는 않잖아요.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A. 영화를 하며 살다 보니까 생계가 너무 막막해서 계속 알바를 전전하는 생활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그것도 못 하겠더라고요. 할 수 있는 일이 계속 줄어들고 어딘가에 가서 새롭게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요. 이렇게 살 순 없다고 생각을 하다가 그렇다면 내가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게 되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연기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건 좀 자신이 있더라고요. 대학과 극단생활까지 7년 정도 연극을 하며 살았는데, 연극이라는 행위는 사실 80%가 연기에 대한 것이에요. 연출을 할 때에도 배우의 몫이 거의 80%라고 믿고 있어요. 영화를 하면서도 제일 깊게 파고들며 중심을 뒀던 것이 연기에 대한 부분이고 끊임없이 연기에 대한 탐구를 했어요. 저는 연극과 영화를 넘나들고, 그다음엔 배우와 연출의 영역을 넘나들며 골고루 모든 입장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것을 직업화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보통 영화와 관련된 것들을 가르치는 센터에 가면 이런 수업을 메인 수업으로 쳐주질 않더라고요. 당시엔 제 커리큘럼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그냥 일회용 특강 정도로만 생각하더라고요. 그냥 내가 혼자 해야지 싶어서 광고를 올리고 소수의 인원을 모집해서 단발적으로 하게 된 거예요.



Q. 그럼 극단에 계셨던 당시 배우로도 활동을 했던 건가요?


A.연희단거리패라는 곳에 있었어요. 연희단거리패는 극단 단원이 아닌 연기자 훈련 과정으로 사람을 모집해요. 3개월 동안 일종의 워크샵을 하는 거죠. 연기를 다시 배우고, 그걸 무대에 올리는 과정을 거친 후 남아있는 사람들은 극단 단원이 되는 거예요. 다 배우로 들어가는 것이죠. 배우가 모든 것을 다 해요. 기획도 하고 스태프도 하고 연기도 하고. 구역을 나눠놓지 않고 모든 걸 하는 시스템이었고 연출을 해도 배우에 대해서 잘 알아야 했어요. 결국 배우로 출발한 것이죠.



 



Q. 작품의 형식이 굉장히 독특하다고 생각했어요. 극영화인데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시나리오보단 트리트먼트 형식에 즉흥성을 더하지 않았을까 추측이 들기도 했어요. <나의 연기 워크샵>의 구성 과정, 촬영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A. 그 추측이 맞는 것 같아요. 처음에 작품을 쓸 때도 일반 시나리오처럼 씬넘버를 붙이지 않고 시퀀스 단위로 썼어요. ‘시퀀스1: 나는 누구인가이런 식으로요. 지금 나뉘어져 있는 장들을 큰 시퀀스 단위로 나눠서 그걸 하나의 씬처럼 생각했어요. 그리고 예를 들어 1장에서 움직임에 대한 훈련을 하면, 그것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건 김소희 배우에게 맡겼어요. 김소희 배우와 의논하고 촬영장에 가면 배우들은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로 와서 머리 세팅만 하고 있는 거예요. “올라와 봐, 자장면 돌려이러면서 찍은 거죠.(웃음) 즉흥극도 그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 채 오면 짝을 지어주고 컨셉만 던져놓았어요. 그렇게 해서 즉흥극 장면이 나온 거죠.

 


Q. 어쩐지 첫 번째 즉흥극 장면에서 이관헌 배우의 당황한 표정이 계속 기억에 남더라고요.(웃음)


A. 본인은 상대가 뭐라 이야기할지 몰랐으니까요. 리얼 버라이어티죠.(웃음)

 


Q. 배우들의 즉흥연기를 담아내는 데는 원테이크가 용이한 걸로 알고 있어요. 테이크를 다시 가면 아무래도 순간의 감정이 증발할 수도 있으니까요. <나의 연기 워크샵>에도 원테이크가 많이 사용되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장면들이 다른 구도의 쇼트들로 이어져 있더라고요. 테이크를 여러 번 간 건지, 아니면 한 장면을 찍는 카메라가 두 대였던 건지 궁금해요.


A. 카메라가 두 대였어요. 다시 찍자고 하면 배우들이 연기를 해야 하고, 그러면 생생함이 깨져요. 배우들이 배우가 아니고 아직은 연기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그저 열심히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상황인 거죠. 그러니 테이크를 두 번 가면 우리의 장점과 매력이 깨지게 돼요. 배우들의 생기 또한 깨지고요. 그래서 한 번에 갈 수밖에 없었어요. 보통 영화를 찍듯이 나눠 찍을 수가 없어서 그 상황을 카메라 두 대로 담을 수밖에 없었죠. 포커스도 막 나가고요.(웃음) 배우들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으니까 촬영감독님들도 다 긴장을 했어요.



 



Q.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해볼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먼저 김소희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감독님과는 연희단거리패 선후배 사이기도 한 걸로 알고 있어요.


A. 어떤 아이가 연기 워크샵을 통해서 연기를 배우고, 배우가 되는 과정을 그려야겠다는 구상을 했을 때, 맨 처음부터 그 아이를 이끌어줄 사람으로 김소희 배우를 생각했어요. 20년 이상 교단에 서서 연기를 가르친 경력이 있는데다가 단순히 연기를 가르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의 심리와 연관 지어서 연기를 뽑아내고 이끌어 가는 분이기 때문에 제 컨셉과 방향성이 맞았어요. 또 배우로서 굉장히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김소희 배우가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앞서 이관헌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요, 이외에도 워크샵 수강생으로 세 명의 배우들이 등장해요. 김강은 배우와 성호준 배우, 서원경 배우와는 어떻게 만나 작업을 하게 됐나요?


A. 이관헌 배우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엮어가고 있는데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도 중심이 잘 안 잡혔고 사변적인 것들도 많았어요. 그러던 중 캐릭터 창조 워크샵을 하나 개설했는데, 김강은 배우 혼자 신청을 했었어요. 한 사람만 데리고 하기엔 힘들 것 같단 생각을 하던 중, 자기소개 메일을 보니까 김강은이란 사람이 궁금했어요. 메일에 절박함과 애틋함, 영롱한 기운들이 숨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 사람하고 만나봐야겠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네란 생각이 들었고 만나보니 이끌리더라고요. 어차피 시나리오 작업도 해야 하니까 둘을 데리고 모방독백(상대방이 지닌 경험과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을 연기하는 것. 상대방이 했던 이야기의 내용은 물론 말투와 행동, 특징들을 모방하여 연기한다)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시나리오 속에 모방독백을 넣으려 했었거든요. 이관헌 배우가 김강은 배우를 모방하고, 김강은 배우가 이관헌 배우를 모방하며 독백을 하는데, 이관헌 배우가 김강은 배우의 10대 시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순간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관헌 배우가 그전까지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생기 있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거예요. 그 순간에 ,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래서 그때 김강은 배우를 캐스팅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관헌 배우의 다른 얼굴로 김강은 배우가 합류하게 된 거죠.

그 당시가 <파스카>의 개봉 준비를 할 때였어요. 그래서 성호준 배우가 왔다 갔다 하며 워크샵하는 걸 보게 되었어요. 그때 서로 알게 돼서 <파스카>가 개봉했을 때 이관헌 배우와 김강은 배우가 여러 가지 도움을 줬어요. 그러다 보니 셋이 계속 같이 어울리게 되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볼 때마다 셋이 너무 잘 어울린다 말하며 친구인지, 형제인지, 애인인지 물어보더라고요. 분위기가 서로 닮아서요.(웃음) 그래서 세 명이 함께 들어가면 조화롭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3의 멤버로 성호준 배우를 넣었던 거죠.

영화를 준비하는 데 있어 아주 기본적인 몸과 소리가 교정이 안 된 상태여서 세 명을 트레이닝하려고 특별 워크샵을 마련했어요. <나의 연기 워크샵>에 영화감독 역할로 나오는 장재호 배우가 트레이닝을 굉장히 잘 시켜요. 장재호 배우에게 움직임과 소리, 발성을 지도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이왕 하는 거니까 원하는 사람들 몇 명 더해서 함께 하자고 했는데 그때 서원경 배우가 들어온 거예요. 처음 와서 이관헌 배우 옆에 앉아있는데, 굉장히 비슷하게 생긴 거예요.(웃음) 인상적이어서 이거 재밌네하고 사진을 찍어두었어요. 한 번은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서원경 배우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세 배우들을 끌고 가는 이야기의 중심에 아버지가 있고, 아버지는 중요한 테마였어요. 지금 자신의 모습을 만드는 데 있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 존재로요. 서원경 배우가 상당히 비슷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서원경 배우는 비슷한 트라우마가 있지만 세 배우와는 완전히 다른 선택을 한 경우였던 거예요. 자연스럽게 우리 영화와 매치가 되면서 이 친구들의 또 다른 자아로서 원경이가 괜찮겠다, 입체감을 만들어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한 거죠. 어떤 인물을 만드는 데 있어 삼각형이 사각형이 되었다고 할까요.



 



Q. 영화는 끊임없이 실제와 연기의 세계를 넘나들고 그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요. 그리고 결말부에 가선 그 경계를 완전히 지워버리죠. 그런 모호함을 의도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어떤 인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영화 속에선 그게 이란 인물이죠. 그런데 사실 중요한 건 이 아니에요. 만약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건강하게 자기표현을 잘하고 상처를 담아두고 살지 않는다면 굳이 예술적인 행위나 연기를 필요로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자꾸만 스스로를 갉아먹게 되어 굉장히 고립되고 힘들 때, 현실 속에서는 표현의 욕구를 펼칠 수 없어서 가장 갑갑한 상태에 이르렀을 때 연기를 하러 오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그런 친구들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자기를 표현하는 거예요. 쌓여오고 곪아왔던 내면의 어떤 감정들, 하고 싶었던 말들을 연기란 도구를 통해서요. 중요한 건 허구가 필요하다는 거죠. 허구의 옷을 입어야 스스로를 편안하게 드러낼 수 있는 거예요. 어떤 캐릭터를 통해서 비로소 표현을 하게 되는 건데, 사실 본인은 연기를 하고 있다 생각하지만 제가 볼 때는 자기 자신이 고스란히 연기 안에 드러나거든요. 저 사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저 사람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가 고스란히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연기하는 행위를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데 필요한 허구라는 옷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게 필요한 거예요. 결국은 을 표현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란 인물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현실과 허구를 헷갈리게 만든 이유는 그 사람들에게 그게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기댈 도구를 주는 거죠. 몸이 힘든 사람들이 허리를 받혀야 하고 베개도 필요하고 추우면 이불도 덮어야 하는 것처럼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결국 사람들이 봤을 때 영화가 허구인지 다큐멘터리인지 헷갈리지만 저는 사실 그게 굉장히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해요. 저한테는 영화에서 이란 인물을 어떻게 연기하는지 보는 게 목적이 아니거든요. 연기라는 것이 꼭 어떤 걸 인위적으로, 허구적으로 만들어내는 행위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요. 연기라는 행위는 결국 자기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거든요. 그것에 기대서요. 당연히 허구의 옷이 필요한 거죠.

적극적으로 모호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그것이 굉장히 적극적인 형식으로 드러났어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에게는 강렬하게 의도했다고 여겨지는 부분이기도 해요. ‘내가 왜 그런 식으로 만들었을까?’를 거꾸로 다시 생각해보면 그런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Q. 성호준 배우를 제외한 세 배우는 영화 연기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연기가 익숙지 않았던 배우들과 작업을 한 과정이 즐거우면서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가장 고되었던 순간이 언제였나요?


A. 고된 순간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마지막 시퀀스인 장면 만들기를 앞뒀을 때인 것 같아요. 이 영화의 결말이잖아요, 그 장면을 앞두고 고민했던 순간이 가장 어려웠어요. 한 달 동안 10회차를 찍었어요. 배우들이 처음 자장면 돌리기부터 해서 연기하는 순간까지 한 달 안에 가야 하는 건데, 연기도 발전이 있어야 하지만 문제는 이야기의 시작에 책임을 지는 깊은 이야기를 해야 할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작가로서도 고민이 많아져요. 결말을 생각하고 간 게 아니었거든요. 이 영화는 과정을 충실하게 담아냈기 때문에 그걸 기반으로 해서 결말을 도출해내야 하지, 구상했던 어떤 결말을 갖다 놓을 수가 없어요. 과정을 무시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결말에 대해서는 열어놓고 방임한 상태로 추적을 해나가고 있었는데, 점점 시간이 다가오며 이제까지 미뤄두었던 깊은 이야기를 나눠야 할 때가 온 거예요. 저조차도 배우들에게 물어보지 못했던 깊은 이야기들을요.

그런 생각 때문에 압박감이 굉장히 심했어요. 저도 그게 인간적으로 쉽지 않으니까요. 가까운 사람을 건드리기 쉽지 않잖아요. 그리고 배우들도 슬슬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하는 거죠. 평범한 것도 이야기하기 쉽지 않은 사람들로 출발했는데, 자꾸만 쑤시고 들어오면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치게 돼요.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순간을 맞아야 한다는 것도 어렵고, 뭔가 강제적으로 하고 싶지 않아서도 어렵고, 그렇다고 충분한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은 벌여져 있으니까 수습은 해야겠고.(웃음)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죠. 영화를 위해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내가 취해야 할 도리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순간이었던 거예요. 뭔가 근사하게 채우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마지막 퍼즐은 나 스스로가 채워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연기란 행위를 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내가 저 사람을 연기한다고 해서 그대로 복사하는 것은 아니에요. 복사하는 것처럼 불편하고 공허한 게 없단 말이에요. 내 관점으로 바라보았을 때 가장 저 사람다운 면이 어떤 것일까, 그걸 자기가 발견해내고 그 구조 안에서 입히고 싶은 것을 자기 미학으로 형상화 시키는 게 연기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영화 연출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인 거죠. 네 배우들을 토대로 이 영화를 만들었지만, 영화란 것도 내가 그들로부터 받은 인상을 통해 창조해내는 세계인 거예요. 오로지 그들이 나한테 어떤 이야기를 주는 것이 아니죠. 배우들이 줄 수 있는 건 거기까지였던 거예요. 그렇다면 그 이후는 스스로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배우들과 나와의 상상, 지금까지의 시간들을 종합해서 의 일기의 마지막 장면 만들기를 썼어요. 그러니까 그 장면은 누군가의 실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허구일 수도 있어요. 중요한 것은 가장 깊은 곳을 만졌을 때 느껴지는 정서를 포착해내는 것이었어요. 가장 깊은 곳에는 어떤 마음이 있었을까, 어떤 상황이 있었을까를 스스로 추측해내는 일들이 마지막에 벌어진 거죠. 네 배우와 비밀의 멤버인 까지 해서 다섯 명의 인생에 맞닿으며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리는 지점이 어떤 걸지 추출해나가는 기간이 제게는 힘든 과정이었던 거예요.




Q. 마지막으로 <나의 연기 워크샵>을 보러 상영관을 찾아주실 관객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A. 제가 제 영화를 봐도 기존의 수많은 영화들과 달리 불편하거나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구석이 분명히 있어요.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마음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면 자기 자신의 깊은 순간과 맞이할 수도 있는 영화라고 믿어요. 그런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감독님이 생각하는 연기란?” 마무리 즈음 던진 짓궂은 질문에 인터뷰 자리엔 웃음이 터졌다. 안선경 감독은 웃음 가득한 목소리로 예능을 너무 많이 본 거 아니냐며 말을 아꼈다. 그리고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 안선경 감독으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문자엔 미뤄둔 질문에 대한 답변이 포함되어 있었다.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해보는 것.’ 그 대답은 <나의 연기 워크샵>과 꼭 닮아 있었다.

 

<나의 연기 워크샵> 속 인물들은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질문은 타인을 향한 것이기도 하고,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인간다움으로 귀결되는 모든 질문들은 내면의 그늘에 잠식된 누군가의 깊은 순간을 향해 손을 내민다. 어쩌면 이 모든 순간을 담아낸 <나의 연기 워크샵> 또한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그렇기에 곧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나의 연기 워크샵> 보는 이들에게 영화와 현실을 관통하는 유의미한 질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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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제      목 ㅣ 피의 연대기

감      독 ㅣ 김보람

출      연 ㅣ 여경주, 김보람, 심이안, 박현지, 이슬기

제      작 ㅣ 킴 프로덕션

배      급 ㅣ KT&G 상상마당

개      봉 ㅣ 2018년 1월 18일

상영  시간 ㅣ 84분

영  화  제 ㅣ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 옥랑문화상 수상

      제5회 인천다큐멘터리포트 2017 - 베스트 러프컷 프로젝트 수상

      제8회 광주여성영화제 개막작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 2017 – 새로운시선상 수상





 SYNOPSIS 


한 달에 한 번, 일 년에 12번, 살아가면서 적어도 400번…..

귀찮은 ‘그날’의 이름은 대자연, 마법, 반상회 = ‘생리’!

‘여성의 몸’과 ‘생리’에 관한 범시대적, 범세계적 탐구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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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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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봉 ㅣ 2018년 1월 18일

상영  시간 ㅣ 84분

영  화  제 ㅣ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 옥랑문화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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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indiespace.kr/3718 [인디스페이스 INDIESPACE - 독립영화전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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