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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 잊은 것들을 위한 기억

by indiespace_은 2017. 9. 9.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한줄 관람평


박범수 | '바보 노무현'의 꿈을 이을 수많은 무현들을 위하여

조휴연 | 우리는 도전하려는 사람을 팔짱 끼고 바라보지는 않았나

이가영 |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그들의 도전

김신 | 붉은 눈시울, 회한의 술잔으로 구가하는 표상(실재가 아니다)의 강신술. 그 자체로 2017년 한국을 관류하고 있는 어떤 징후.

남선우 |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열정에 끌리게 되어있어. 자신이 잊은 걸 상기시켜주니까.” (<라라랜드> 중)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 리뷰: 잊은 것들을 위한 기억




*관객기자단 [인디즈] 남선우 님의 글입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열정에 끌리게 되어있어. 자신이 잊은 걸 상기시켜주니까.” 

(People love what other people are passionate about. You remind what they forgot.)

-영화 <라라랜드> 중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을 보고 극장 밖으로 나오자 하늘은 어두운 파랑이 되어있었다. 그 어두운 파랑이 보라가 되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엉뚱할지도 모르지만 다른 영화의 대사를 떠올렸다. 그 하늘을 닮은 빛깔을 뽐내던 영화 <라라랜드>(2016)의 대사였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열정에 끌린다는 말. 그리고 열정이라는 단어 앞에는 ‘정의로운’ 혹은 ‘꾸밈없는’ 등의 형용사를 붙여도 좋을 것이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은 두 ‘무현’의 열정에 관객들이 끌리게 만드는 영화다.





이 영화는 무현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의 총선 도전기를 교직하여 만든 다큐멘터리다. 화자인 작가 김원명이 2000년 부산의 노무현과 2016년 여수의 백무현을 찾아 나선다. 역사가 스포일러인지라 이들의 도전이 실패로 끝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지만, 도전의 과정에서 두 무현이 어떤 말을 하는지, 어떤 마음을 품는지 지켜볼 수 있다. 그렇게 영화를 보는 동안 우리는 우리가 잊고 있던 것들을 하나씩 꺼내볼 수 있다. 곪아 있는 세상 한 구석을 바꿔보겠다고 달려가는 그들의 열정에 끌려가면서 말이다. 카메라가 그들의 말과 마음의 간격을 좁히고자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은 점이 좋았다. 욕망하는 정치인, 호소하는 정치인, 아파하는 정치인, 일하는 정치인을 연출하는 것이 아닌, 욕심도 있는 인간, 호소할 줄 아는 인간, 아파도 하는 인간, 일해야 되는 인간으로서의 그들을 따라 걷는다. 이 점은 영화가 두 축으로 세운 노무현과 백무현의 인간적인 모습에서 기인한 동시에 그 인물을 다루는 방식의 진정성에 기초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만든 이들이 ‘무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관객들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이루는 두 축이 노무현과 백무현의 총선 도전기라면, 다른 한 축은 노무현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화자 김원명 작가를 시작으로 그의 지인들, 팟캐스트 ‘이이제이’ 출연진들의 술자리 대화들이 영화 중간 중간 삽입 된다.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술자리 영상은 사실 영화의 주된 내용인 2000년의 노무현 총선 도전기와는 상관없는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영화의 주인공 격인 사람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록 그들이 노무현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주로 피력하고 있다고 한들)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돕는다는 장점이 있다.





두 무현, 두 도시의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이 영화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단독 영화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그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에 크게 기대고 있다. 앞서 언급한 영화의 세 번째 축도 오직 노무현을 향해 집중되어 있으며, 고 백무현 화백조차 노무현과의 만남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 영화에 등장한다. 이러한 점에서 고 백무현 화백의 정치 입문과 총선 준비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던 관객들은 조금 아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개의치 않고 오히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더 큰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는 점을 관객도 알 것이라는 점을 견지한 채로 달리는 듯하다. 노무현을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백무현이라는 사람도 노무현의 정신을 잇고자 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두 도시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영화가 노무현을 기억하는 독창적인 시도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는 채워지지 못했지만, 두 무현의 이야기를 나눴기에 두 배의 열정을 기억하게 해줬다는 점에서는 ‘두 도시 이야기’가 할 일을 했다고 본다.


아파트 단지 유세 중 ‘부산 갈매기’의 가사를 까먹어 가사 다 떼고 오겠다고 멋쩍게 마이크를 내려놓은 노무현은 총선 패배 후 해단식에서 목청껏 부산 갈매기를 완창 한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에서 수 십 개의 에피소드를 보았다. 그러나 내가 당장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는 부산 갈매기이다. 작고 분명하게 시작하고 싶다. 그것이 다른 사람의 열정에 끌려버린 사람이 차근차근 잊고 있던 불씨를 되살려낼 방법이라고 믿는다. 잊은 것들을 위한 기억, 그 기억에 대한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과 가을을 시작할 수 있음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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