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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얼굴 '인디피크닉 2017' <분장> 인디토크

by indiespace_은 2017. 4. 17.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얼굴  인디피크닉 2017 <분장>  인디토크


일시 2017년 4 7일(금) 오후 8 10분 상영 후

참석 남연우 감독, 안성민 배우, 홍정호 배우, 양조아 배우, 오도이 음악감독

진행 김경묵 감독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정 님의 글입니다.


누군가를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 문제가 전혀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는 당연한 문제라 하더라도 우리는 관대한 마음으로 그것을 이해한다는 교만을 떨기 일쑤이다. 그러나 그 일이 내게로 닥쳤을 때 과연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로 다가온다. 그것이 나의 친구, 심지어 가족 같은 아주 가까운 존재라 하더라도. 영화 <분장>의 다섯 인물들과 함께 인디토크를 진행했다.



김경묵 감독(이하 진행): 영화가 어떻게 시작했는지 궁금합니다.


남연우 감독(이하 남연우): 어느날, 술자리 옆 테이블에서 성소수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걸 들으면서 시작됐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이해한다’고 말했고 한 명은 ‘잘 모르겠다’고 했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이해한 것일까?’ 물음이 생겼고 영화로 만들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투자를 계속 기다리다가 작년에 꼭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제작까지 맡게 되었어요. 전 스태프, 배우 분들이 본인의 영화처럼 임해주었기 때문에 저예산으로 가능했던 것 같아요.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진행: 각자 어떻게 이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말씀해주세요.


안성민 배우(이하 안성민): 얼마 전에 대학을 졸업했어요. 감독님이 제 연기선생님이에요. 갓 제대했을 때 시나리오를 보여주면서 해 볼 생각 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전에 무용을 배운 적이 있어서 제 역할에 이용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양조아 배우(이하 양조아): 감독님과 동기에요. 학교에서 만났고 동료로 같이 성장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스타일의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아요.


홍정호 배우(이하 홍정호): 저는 감독님과 17년 지기에요. 처음 대본 받았을 때 너무 재밌어서 꼭 같이 하고 싶었어요. 참여하게 돼서 너무 영광입니다.


오도이 음악감독(이하 오도이): 사투리 쓰는 트랜스젠더 역할로 잠깐 출연도 했어요. 감독님과 홍정호 배우님과 저는 중학생 때부터 17년 지기에요. 감독님이 제주에서 처음 시나리오를 썼는데 그때부터 같이 작업을 했어요. 음악으로 이분들을 더 빛나게 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영화 보면 아시겠지만 배경음악이 전반부, 후반부로 나뉘어요. 전반부에는 아름답고 선율적인 멜로디를 썼고 후반부에는 음악이라기보다 기괴한 소리를 많이 넣었어요.


관객: ‘송준’이라는 인물의 말투나 행동에서 남연우 배우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은데, 캐릭터와 감독님과의 공통점이 있나요?


남연우: 제가 연출도 하고 연기도 하다보니 자꾸 송준이 아닌 제 말투가 나오더라고요.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그런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관객: 마지막에 집에 누워서 담배를 피우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또 주연배우이자 감독으로, 어떻게 디렉팅하고 이끌어나갔는지 궁금합니다.


남연우: 송준에게 공황장애가 와 집밖으로 나가기가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면 담배나 술에 의지할 것 같아서 그렇게 연출을 했어요. 연기를 하면서 연출을 하려니 너무 힘들었어요. 조감독님이 사인들을 해줬어요. 모니터링을 하기도 어려웠어요. 카메라 감독님에게도 부족한 부분들이 없나 물어보고 괜찮으면 오케이 했어요. 다시 영화를 찍게 되면 제작비를 충분히 마련해서 그런 부분들을 개선하고 싶어요.



관객: 트랜스젠더 캐릭터를 구축할 때 어떻게 도움을 받았는지요.


홍정호: 성소수자 소모임이 있다고 들었는데 찾아가보지는 못했고 성소수자 분들이 있는 바를 찾아가서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그리고 성소수자 친구를 소개 받았어요. 그 친구와 한 달 동안 거의 매일같이 만났어요. 그러면서 움직임, 대사 등이 다 바뀌었어요. 많은 걸 배웠어요. 촬영 현장에 직접 와서 확인해주기도 하고요. 그 친구에게 정말 고마워요.


관객: 조연출 역할의 감초연기가 대단했어요. 어떻게 준비했나요?


양조아: 저는 연극을 많이 해왔고, 그러면서 만나게 된 분이 있어요. 말투나 목소리 같은 부분들을 배워서 연습하고 연기를 했습니다. 


관객: 영화에 등장하는 연극 ‘다크 라이프’의 줄거리가 어디까지 설계되어있는지 궁금합니다.


남연우: 디테일하게 대사를 쓰지는 않았지만 줄거리는 있습니다. 영화에 담아야하는 장면만 조금 더 세세하게 썼어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다크 라이프’라는 연극을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있어요. 실제로 연출하고 싶어 하는 분이 있어서요.


관객: 친구가 커밍아웃 했을 때와 동생이 성적 소수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반응이 달라요. 다시 생각해보니 친구는 자신이 직접 이야기한 것이고 동생은 들킨 것인데, 만약 동생이 직접 이야기했다면 송준의 반응이 달라졌을까요?


남연우: 동생이 직접 얘기했어도 완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했겠지만 지금같은 폭력적인 반응은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객: 송준이 처음에는 분노했다가 그다음에는 죄책감에 시달려요. 그러다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분노해요. 왜 죄책감에서 분노로 감정이 변한 건가요?


남연우: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에 익숙했던 한 인물이 그것이 자기기만이라는 것을 안 순간부터 파멸에 이르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마지막 장면도 분노라기보다 혼자만의 발악을 표현한 것입니다.



관객: 공연장에 찾아온 동생을 만나고 나서 조연출과 동료 배우에게 갑자기 사과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남연우: 공황장애를 가진 분들 인터뷰를 봤는데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행동을 하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송준은 모든 걸 잃었고 그래서 마지막 공연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지막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무슨 행동이라도 해야 했을 것 같아서 그런 장면을 넣었어요.


관객: 왜 갑자기 ‘이나’의 태도가 변한 것인가요?


홍정호: 이나는 상처가 많은 친군데 점점 마음의 문을 열고 송준에게 많은 도움을 주면서 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어요. 그렇게 믿었던 사람인데 결국 송준도 다를 바 없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진행: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함께 인사 한말씀 부탁드릴게요.


오도이: 본업이 가수입니다. ‘소울 스테이지’라는 혼성그룹이에요. 5월에 앨범활동을 재개하려고 합니다. 응원 부탁드립니다.


홍정호: 연말이나 내년 초에 제가 직접 쓰고 연출하는 뮤지컬을 계획 중에 있어요. 다른 영화와 앨범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양조아: 그동안 성정체성에 대해 생각을 해보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이 영화를 하면서 저의 무지함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 영화가 제게 더욱 큰 의미가 있고 이 영화를 보는 관객분들에게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러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앞으로 좋은 연기와 좋은 작품으로 만나 뵙겠습니다.


안성민: 졸업한지 3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해서 이 자리의 배우 분들, 감독님처럼 멋진 사람이 되겠습니다.


남연우: 연기하는 것이 정말 행복해요. 앞으로 계속 기회를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또 다른 시나리오를 쓰고 있어요. 저도 이 영화를 하기 전에는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 같아요. 영화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뜻 깊은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극장 장면에서 자진하여 자리를 채워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고요, 끝으로 영화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때때로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것의 결과는 아주 참담해서 끊임없이 후회하고 다른 가능성들을 돌이켜보지만 정작 마음의 위안이라는 작은 수확조차 거두어들이지 못한다. 그럴 때 우리는 낭떠러지에 선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해왔던 거짓된 행동들, 내가 아닌 척들을 모두 벗어버리고 나 자신과 마주한다. 극한의 상황에 치닫고 나서야 비로소 ‘분장’을 지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분장’인 줄만 알았던 나의 얼굴과 마주하는 것이다. 나 자체가 ‘위선’에 불과하다는 사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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