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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누구나 다 하는, 가장 특별하면서도 보편적인 ‘연애담’ <연애담> 인디토크(GV) 기록

by indiespace_은 2016. 11. 28.

누구나 다 하는, 가장 특별하면서도 보편적인 ‘연애담’  <연애담>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6년 11월 20일(일) 오후 5 10분 상영 후

참석: 이현주 감독 | 배우 이상희, 류선영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홍수지 님의 글입니다.


최근 독립영화계의 뜨거운 화제는 이현주 감독의 <연애담>이 아닐까 싶다. 두 여성 ‘윤주’(이상희 분)와 ‘지수’(류선영 분)의 설레면서도 한편으로 저릿한 사랑을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낸 <연애담>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고 관객들의 호평을 받아 입소문을 타며 관심을 끌었다. 정식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연애담>답게 감독과 두 주연 배우의 인디토크가 있었던 이 날, 많은 관객이 인디스페이스를 찾아 객석을 가득 메웠다.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이하 진행): 오랜 기간 준비하고 관객들을 만나는 소감이 궁금하다.


이현주 감독(이하 이현주): 기적 같다. 오랫동안 누군가를 짝사랑했는데, 그 사랑이 받아들여진 것 같다. 너무 설레고 잠깐씩 하는 무대인사도 잘 얘기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긴장되어서 한편으로는 힘든 부분도 있다. 어제는 관객 분들과 더 가까이 만나는 행사도 했다. 어떻게 받은 사랑만큼 돌려드릴 수 있을까 생각하고 긴장하게 된다. 다시 오지 않을 순간 같아서 감사하다.


류선영 배우(이하 류선영): 인디스페이스에서 이렇게 많은 관객을 만난 게 처음이다. 이 자리가 꽉 차니 계속 독립영화를 해왔던 배우로서 기분이 이상하다. 추울 때 고민하며 만든 영화인데, 마침 이런 날씨에 개봉을 했으니 관객 분들도 이 온도까지 같이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순간순간이 모여서 사랑이 된다. 관객들이 모여서 영화가 만들어지고 영화가 모여서 세상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로 함께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이상희 배우(이하 이상희): 인디스페이스가 독립영화전용관이기 때문에 운영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관객으로 영화를 보러 올 때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신 것을 본 적이 별로 없는데, 오늘 이렇게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얼마 전에 팟캐스트 ‘배우파’ 녹음을 했다. 혹시 못 들으신 분들이 계시면 들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진행: 이상희 배우가 아닌 윤주, 류선영 배우가 아닌 지수를 상상하기 어렵다. 감독님이 두 배우를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 그리고 어떻게 시나리오를 제안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이현주: 이상희 배우는 <바캉스>(2014)라는 단편으로 처음 만났으니 첫 만남은 오래되었다. 홍대 어느 카페에서 처음 만났다. 배우와 감독이 만나면 어떻게 일이 진행될지 모르니까 보통 서로 친절하게 대한다. 그런데 이상희 배우를 처음 만났을 때는 전혀 느낌이 달랐다. 만나본 어떤 배우보다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할 말을 다 했다. 에두르지 않고 “어떻게 <바캉스>라는 영화를 만들 것인가?”를 바로 물어서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차 한 잔도 안 마시고 가지고 온 물만 마시겠다고 했다.(웃음) 그때는 내가 윤주 같고 이상희 배우가 지수 같은 느낌이었다. <연애담>은 <바캉스>와 다른 온도의 영화지만, <바캉스>와는 다른 이상희 배우의 훌륭한 연기가 들어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더 담고 싶은 이상희 배우만의 엄청난 지점이 있다. 이상희 배우가 영화에 나오면 영화인데도 진짜 같은 느낌이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압도적인 느낌이다. <연애담>은 잔잔히 흘러가는 영화다. 그러나 진짜 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서 이상희 배우에게 제안했다.

그리고 저 뒤에 멀리 앉아 계신 관객 분들도 류선영 배우의 매력을 느끼고 계실 것 같다.(웃음) 같이 차를 마실 때 너무 매력적이었다. 지수보다도 매력적이어서 류선영 배우만큼 지수가 매력적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수를 만들면서 류선영 배우의 모습을 많이 참조했다. 훔쳐서 담아내고 싶었던 지점이 많았다.



진행: 배우 분들도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캐릭터에 대해 매력을 느꼈을 것 같다.  


이상희: 대본을 봤을 때 윤주를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아니었다.(웃음) 대본에 있는 둘의 이야기가 좋았다. 대본도 진짜 좋았는데, 영화가 대본보다 잘 나왔다. 너무 예쁘고 몽글몽글한 연애를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낸 것에 호감이 갔고 둘의 관계가 흥미로웠다. 감독님과 두 번째 작업이었다. 사실 대본보다는 감독님이라서 하게 된 이유가 더 크다.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전, 연락을 하면 준비하고 있는 작품에 대해 말해주셨다. 어떤 식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어떤 시선으로 윤주와 지수를 보고 싶은지, 그런 디테일한 이야기들을 사전에 많이 들었다. 같은 대본을 다른 분이 주셨으면 겁이 났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현주 감독님이고 또 두 번째이니까 100퍼센트 가깝게 믿고 작업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류선영: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다. 오디션을 봤는데, 나를 지수로 보는지 윤주로 보는지 궁금했다. 지수는 대본에 거의 안 나온다. 그래서 여쭤봤더니 “아직은 열어놓고 있다”라고 대답하시더라. 오디션에 떨어진 줄 알고 감독님을 그냥 편한 언니로 삼으려고 했다. 편한 관계로 사적인 대화들을 나누는 것이 재밌었다. 


이현주: 여성 둘의 사랑 이야기이다 보니 캐스팅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상희 배우에게는 준비를 많이 하고 나서 제안하고 싶었다. 그래서 속마음을 감추고 “이 역할을 이상희 배우가 연기할 것은 아니지만, 이 시나리오 어떻게 생각해?” 식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겨울에 스케줄이 있는지 중간 중간 은근히 확인했다.(웃음) 류선영 배우 오디션을 보고 나서 한 달 정도 지났을 즈음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밤 11시였고 시나리오 작업 중이었다. “류선영 배우인데요”라는 말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책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류선영 배우는 나와 했던 대화가 재밌어서 그냥 편한 맘으로 전화를 해서 부른 것이었는데, 굉장히 덜덜 떨면서 나갔다. 그렇게 나가서 비 오는 날에 둘이 밤새 커피를 마셨다. 


류선영: 처음 만났을 때 감독님이 “나는 늦게 자니까 지나가다가 커피 마시고 싶으면 연락해요”라고 계속 강조를 하셨다. 연락하라고 해서 했을 뿐인데.(웃음) 


이현주: 윤주가 지수의 전화에 벌떡 일어나서 나가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벌떡 일어나서 나갔다. 사실 빨리 시나리오를 고쳐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류선영 배우가 차를 마시자고 하니 거절하지 못했다. 


진행: 감독님의 섬세한 작업 덕분에 누구나 적당히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감독님은 지수와 윤주를 반반 섞어 놓은 모습으로 영화에 함께 존재하는 것 같다.


관객: 감독님이 배우님들을 만나길 정말 잘했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인지 궁금하다. 배우님들도 이 영화를 만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었을 것 같다.


이현주: 캐릭터는 아무리 묘사를 해도 모자라기 때문에 시나리오만 두고 봤을 때는 앙상한 부분이 있다. 두 분의 연기 덕분에 영화가 굉장히 살아난 느낌이다. 영화가 입체적으로 살아나서 눈앞에 일렁이는 순간이 있다. 그런 느낌을 현장에서 많이 받았다. 둘이 함께 골목을 올라오는 장면을 찍을 때 바람이 굉장히 많이 불어서 조명도 깨지고 다들 추워서 떨고 있었다. 그다음에 찍을 장면도 많았다. 너무 힘든 상황이었고 모두가 날이 서 있었다. 급하게 카메라를 세워놓고 두 배우가 걸어오는 것을 모니터로 보고 있었는데, 너무 예쁘고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느낌이 났다. 그 장면을 비롯해 다른 장면들도 그런 느낌을 받으면서 촬영했던 것 같다. 


이상희: <바캉스>가 끝나고 나서 감독님이 나에게 다음에 또 같이하자고 말했다. 그때 내가 “시나리오 보고요”라고 했다.(웃음) <연애담> 촬영이 끝나고 나서 감독님께 “한 번 더 해야죠”라고 말했다. 그런데 감독님이 “그때 가 봐서요”라고 말하시더라.(웃음) 여러 순간들이 있지만, 가장 적극적으로 제안했던 때는 그때였던 것 같다.   


류선영: 감독님은 세심한 분이다. 영화 컷마다 애정을 넘어 집착의 수준으로 집요하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고 믿을 수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좋은 예감, 믿음이 있었다.


진행: 감독님이 가장 집요하게 촬영했던 장면이 무엇인가?


류선영: 너무 많다.(웃음) 지금 생각나는 것은 모텔 장면이다. 그때 타이밍을 잡기가 서로 어려웠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세세한 타이밍과 전체적인 타이밍을 잡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관객: 영화를 여러 번 봤는데, 물 흐르듯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끝나있어서 영화가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의 행복한 시간을 추가적으로 넣는다면 어떤 것을 넣을 것 같나?


이현주: 저예산 영화이다 보니 중복이 될 만한 장면은 촬영감독님과 정말 많이 걷어냈다. 수정 전의 시나리오에는 사람들과 함께 섞여서 데이트하는 장면이 있었다. 명동이나 인사동 같은 곳, 인파 속에서 데이트하는 모습을 넣어주고 싶었다.



관객: 지수의 마음이 영화에서는 잘 안 드러난다. 지수를 꽁꽁 싸맨 이유가 궁금하고 지수에게 거짓말이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이현주: 지수가 윤주와 다른 결의 사람이긴 하지만, 과정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처음 좋아했을 때의 지수는 윤주 같은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 윤주가 연애를 계속 하게 되면 지수처럼 될 수 있을 것이다. 시작하는 사람의 모습은 많이 보여주고 이미 경험을 한 사람의 이야기는 뒤로 배치를 했다. 그러다 보니 지수의 분량이 적어지고 미스터리해지면서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된 것 같다. 지수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우리에게만 살짝 보이는 부분이 있다. 마지막에 윤주의 집에서 윤주가 물을 뜨러 갔을 때 혼자 남겨진 지수의 초라하고 진심 어린 모습은 우리만 볼 수 있다. 윤주는 그 부분을 못 봤기 때문에 지수가 끌어안았을 때도 밀쳐내려고 했던 것이다. 지수는 으레 그렇듯 괜찮은 척하지만, 그 초라한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힘들었을 것이다. 그 장면을 통해서 지수의 진심을 보여주려고 했다.


류선영: 지수에게 거짓말은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기제인 것 같다. 


진행: 윤주가 준비하는 것이 졸업 전시가 맞나?


이현주: 졸업 작품을 준비하는 것이 맞다. 외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연애담>을 만들 때 내 목소리를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에 다니면서 경험했던 부분들이 많이 담겨있다. 


관객: 영화 속에 지수의 아버지가 등장하고 윤주에게는 그와 비슷한 지점에 있는 교수님이 등장한다. 여성영화라는 지점에서 아버지의 위치에 있는 인물들이 어떤 식으로든 인물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때문에 영화가 더 깊어진 것 같다. 주변에 졸업 전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윤주의 모습과 너무 흡사하다. 어떻게 준비했는지 궁금하다. 


이현주: 지수에게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으면 했다. 지수에게 어려운 과제를 주고 싶었다. 만약에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였다면 지수를 이해해서 돌아가지 않았어도 됐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와 사이가 나쁘지는 않지만, 아버지를 마중 나오면서도 지수는 옷을 받아주지 않는다. 그리고 대화도 방 밖에 서서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이어간다. 이게 지수와 아버지의 관계를 나타내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지수가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 하는 효도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지수가 자유롭게 살게 되더라도 지금 효도를 해야 부담감을 덜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집에 다시 들어간 것이다. 아버지도 지수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유일하게 남은 가족에게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것 같다. 다시 잘 해보려는 마음 때문에 스스로 부담감을 느껴서 지수가 윤주를 그렇게 경계한 거다. 교수님을 특별히 남성으로 설정한 이유는 없다. 아카데미에서 많은 남자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나온 설정인 것 같다. 전형적이긴 하지만, 막 야단치는 캐릭터는 아닌 것으로 설정해서 그 안에서 전형성을 탈피하려고 했다. 


이상희: 윤주의 의상은 다 감독님이 정한 것이다. 내가 입은 옷의 절반 정도는 감독님 옷이다. 다른 스태프들로부터 공수하기도 했다. 의상이나 소품처럼 디테일 한 것은 다 감독님이 선택한 것이다. 


이현주: 상업영화에 비해 아주 적은 예산으로 작업했다. 의상 팀이 있더라도 스타일링까지 해줄 수는 없다. 스태프들이 어떤 옷을 입고 온 것을 보고 그것이 괜찮다 싶으면 그대로 입고 촬영하기도 했다. 지수의 방은 세트장이다. 친구 집, 나의 집의 물건들을 싹 끌어다가 꾸몄다.


진행: 마지막으로 인사를 부탁드린다.


이현주: 아까 오랜 기다림 끝에 고백이 받아들여진 기분이라고 말씀드렸다. 이 사랑이 오래갔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 좋은 느낌으로 헤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관객 분들이 마지막으로 영화를 완성해주시는 것 같다. 이 영화를 완성해주신 관객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독립영화를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한다.


류선영: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혹시 오늘의 기억이 좋았다면 주변에도 많이 홍보 부탁드린다.  


이상희: 객석을 가득 메워주시고 한결같은 눈빛으로 끝까지 저희 얘기를 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누군가와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자기들만의 경험을 공유하다가도 비슷한 경험들을 늘어놓게 되는 순간들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연애는 어쩌면 가장 특수한 관계이면서도 가장 보편적인 관계이다. 영화처럼 극적인 사건이 없더라도 상대방의 사소한 눈빛과 행동 때문에 극적인 사건이 되기도 하는 것이 연애다. <연애담>은 섬세한 시선으로 이런 지점들을 담아내며,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윤주와 지수가 영화 속 인물이 아닌 어느 공간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이들이라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어떤 과장 없이도 그들의 연애가 내 주변에 있는 어떤 이들의 이야기 같고, 마치 내 연애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바로 그 지점이 많은 관객을 <연애담>에 빠지게 만든 힘일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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