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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불안한 이들에게 'SIDOF 발견과 주목 - 엉켜진 응어리를 내뱉다' 인디토크(GV) 기록

by indiespace_은 2016. 11. 2.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불안한 이들에게  SIDOF 발견과 주목 '엉켜진 응어리를 내뱉다'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6년 10월 18일(화) 오후 8 상영 후

참석: 고재홍, 오재형, 이병기 감독

진행: 이도훈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관객기자단 [인디즈] 홍수지 님의 글입니다.


세 명의 감독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카메라를 들었다. <깨끗하고 불빛 환한 곳>의 고재홍 감독은 끝도 없어 보이는 깊은 허무에 관해 묻기 위해, <덩어리>의 오세형 감독은 실체 없이 자신을 조여 오는 몸속의 덩어리를 쫓아내기 위해, <같이>의 이병기 감독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해져야 할 것 같고 함께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에. 세 감독은 각자 치열한 고민을 했고, 각자의 자리에서 그 고민에 맞서 세 편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이도훈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이하 진행): 세 편의 작품이 서로 다른 스타일과 주제의 영화라서 왜 같이 엮여서 상영되었는지 의아해하실 분들도 계실 텐데,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감독님들 각자 자신이 끌어안고 있던 고민과 근심 등을 본인만의 스타일로 풀어낸 작품이라는 점 같습니다. 세 분의 나이를 생각해봤을 때 청년 문제를 다뤘다고 할 수도 있죠. 제가 말하는 청년 문제는 표면적, 수치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결과론적 문제라기보다는 그 이면의 일상생활의 질적인 문제에 대한 것입니다. 세 작품이 이런 점을 잘 담아 낸 것 같아요. 연출 동기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고재홍 감독(이하 고): ‘창의인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때 받은 돈으로 캠코더를 사게 되었어요. 캠코더로 뭘 찍을지 고민하다가 제가 잘할 수 있는 촬영과 전공했던 문학을 연관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보고 느끼는 것을 찍고 예전에 배웠던 문학작품을 거기에 붙이면 어떨지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했습니다. 


오재형 감독(이하 오): 작년 4월에 공황장애인 것을 알게 됐습니다.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가 글과 그림으로 직면을 시작해 봤어요. 그 작업을 하면서 내가 조금씩 나를 자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 가는 게 재밌었어요. 그것에서 연장해 영상으로 만든 것이 이 다큐멘터리입니다.


진행: 그때 제작했던 그림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인가요?


오: 애니메이션은 영화를 위해 제작한 거예요. 글 같은 경우는 나를 3인칭으로 바라보고 서술해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질병은 몸이랑 밀착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에서 산신령에게 절을 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 이전에 산신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거나 하는 식으로 글을 썼어요.


이병기 감독(이하 이): 처음에는 영화로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에요. 학교에 농성이 있다고 해서 카메라로 찍었는데, 노동자분들이 찍어서 뭐에다 쓰려고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보니 예전에 단편영화를 만든 적이 있었고, 그래서 잘하면 영화제에 낼 수도 있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그 말을 듣고 너무 기대를 많이 하셔서 말을 잘못했다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삶을 기록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했어요.


진행: 청소노동자분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설명해주신다면?


이: 사실 청소노동자분들이 처한 상황에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다른 학교에서 비슷한 문제가 있을 때도 우리 학교의 일에는 관심이 없었고 몰랐어요.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농성을 한다고 해서 알았습니다. 18년째 한 청소 업체가 독점하고 있던 것도 그때 알았어요. 학생회를 하면서도 정작 우리 학교의 일을 몰랐어요. 학교에서 학생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다가 카메라를 들게 된 것 같습니다.


진행: 평소에 노동문제에 관심이 많았는지?


이: 그렇지는 않았어요. 첫 단편에서 삼성전사 서비스 노동자분들을 다뤘는데, 거기서부터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너무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노동이 다른 매체에서는 아름답고 숭고하게 표현되는 경우가 많은데, 진짜 이분들의 삶을 정확히 그려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그 이면을 담고 싶었습니다.


진행: <깨끗하고 불빛 환한 곳>은 교수님께 보내는 편지 형식의 내레이션이 계속 삽입이 됩니다. 영화를 찍을 때 재학 중이었나요?


고: 수료 상태였습니다. 학기는 다 끝났는데 취업을 못 한 상태였어요. 지금은 취업도 했고 졸업도 했습니다.


진행: 교수님께 보내는 편지 형식을 택한 것은 그분께 받은 영향이 있기 때문인가요?


고: 3학년 때 강의실에서 자고 있었는데, 교수님이 들어오셔서 저를 깨우시더니 왜 삶을 나이브하게 사냐고 하시면서 “문학이 거대한 삶을 보여주는 지도가 될 수 있는데, 문학도 공부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살아갈래?”라는 질문을 던지셨어요. 그게 인상이 깊었습니다. 또 제가 사는 세상과 문학을 대입해서 리포트를 써야 하는 수업이 있었어요. 이 영화를 찍을 때는 취업 준비 중이고 힘들었는데, 그때 배웠던 문학들이 생각나고 와 닿았어요. 근데 문학이 지도라는 말에는 공감이 가는데, 그럼에도 문학이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그 교수님께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영화를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진행: 교수님에 대한 대답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취업준비생에게 한 말인지 문학도에게 한 말인지 궁금하네요. 


고: 글쎄요. 수업 때 자꾸 자니까 그런 말씀을 하신 것 같아요.(웃음)



진행: <덩어리>의 경우, 주변 인물들이 영화에 많이 등장하는데, 이유가 있나요?


오: 사실은 UFO 전문가나 천문학자 같은 분들에게는 인터뷰를 거절당했어요. 제 주변의 사람들이 캐릭터가 분명해서 해볼 만할 것 같았어요. 특히 친누나가 다들 신 스틸러라고 하더라고요.


진행: 영화가 놀이처럼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성격이 활달하신가요?


오: 잘 모르겠는데, 작품에서 유머를 추구했어요. 공황장애라는 병에 대해 조롱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공황장애에 외계인 분장을 시키고 웃기게 하는 게 제가 그 병을 조롱하는 방식이기도, 작품을 만드는 성향이기도 한 것 같네요.


진행: 친구들의 대답에 감독님의 평소 성향이 반영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UFO에 관해 물었을 때 주변 친구들의 첫 반응은 어땠나요?


오: 인터뷰를 하기 전에 친구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해주지 않아서 영화에 담긴 내용이 다입니다. 


진행: 영화화된다는 것을 친구들이 알았나요?


오: 몰랐어요. 나중에 듣고 좋아하더라고요.


관객: <덩어리>를 보며 개인적인 경험을 생각했습니다. 어릴 적 형성된 트라우마로 쇼크가 가끔 오는데, 저는 트라우마의 원인을 평생 외면하고 살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치료해야 하는 걸까 생각을 합니다. 감독님은 완치하셨는지, 과정은 어땠는지, 왜 UFO와 연관시켰는지 궁금합니다.


오: 99% 정도 치료가 되었고, 극복할 수 없는 1%가 항상 남아있는 것 같아요.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증상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내 머릿속의 허상이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잘못된 믿음이 어떻게 증상으로 이어지는가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니 옛날부터 믿었던 UFO가 생각났어요. 지금은 UFO를 믿지 않지만, 여전히 믿는 사람들이 있고 그중 하나가 저희 누나라고 할 수 있어요. 누나는 증거가 필요하지 않는 믿음을 UFO에 가지고 있었어요. 질병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믿음을 주제로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관객: <같이> 만드신 이병기 감독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청소 노동자분들의 인터뷰를 시도한 적 있는데, 저의 경우에는 그분들이 경계심이 커서 어려웠어요. 감독님께서는 노동자분들과 어떻게 소통하셨는지 궁금했습니다. 


이: 농성을 하고 계셨던 상황이었으니까 노동자분들이 알려야한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들어가기 쉬었습니다. 제가 또 그런 데서 잘 하기도 해요.(웃음)


관객: 그 이후의 얘기가 궁금합니다. 궁극적으로 청소 노동자분들이 원하시는 게 뭔가요?


이: 영화에 등장했던 삭발하신 노동자분과 오늘 통화를 했는데, 야유회에 같이 가자고 하시더라고요. 궁극적으로 원하시는 것은 사소해요. 인간적인 대우를 받기를 원하셨어요. 그 외에는 기본적인 수당과 식대 같은 것들이 있을 것 같아요. 


진행: 영화가 낭만적인 부분이 있는데, 그것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이런 처우를 받게 되었는지 객관적 시선으로 설명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숭실대 청소노동자분들이 어떤 열악한 환경에 있는지 몇 가지 설명해 주신다면요?


이: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지만,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화장실 안에 책상이나 커피 같은 것을 놓기도 하고 공간을 스스로 찾아야 해요. 당연히 줘야 할 수당을 용역업체가 부당하게 가져가고 학교는 알면서도 모른 척해요. 또 관리자들의 경우 막말이 일상다반사에요. 노동자분들이 제일 격한 반응을 보이신 것은 인간적 모멸감이에요. 그런 상처를 받은 것이 노조를 결성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인 듯합니다.


진행: <깨끗하고 불빛 환한 곳>의 경우 영상과 텍스트가 독립된 듯하면서도 붙은 기묘한 방식이었습니다. 텍스트 위주인 부분이 내레이션인 듯했어요. 헤밍웨이와 셰익스피어가 영화의 중심이 된 이유가 있다면요?


고: 대학 때 썼던 리포트가 주로 헤밍웨이에 관한 것이었는데, 헤밍웨이가 1차 세계대전 이후 느낀 허무함이 제가 느꼈던 감정과 비슷했어요. 영화를 만든 원칙 중 하나가 텍스트와 영상을 따로 분리해도 이해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진행: 문학 작품을 인용하는 부분에서 평소의 취향이 반영되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 헤밍웨이의 ‘깨끗하고 불빛 환한 곳’같은 1920년대의 작품 속에서의 드러나는 짙은 정서가 왜 지금의 나에게 와 닿았는지 궁금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과 관련해서는, 내가 누구인가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자기소개서의 숫자만큼 제가 늘어난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또 시위 현장이나 퀴어 퍼레이드 같은 곳에서의 반대세력을 보면 ‘세상은 어리석은 자에 의해 세워졌다’라는 텍스트가 떠오르더라고요. 


진행: 영상을 찍고 구성하는 방식에 대해 궁금했어요. 어떤 식으로 어떻게 찍었는지 궁금합니다. 또 시위와 축제 현장을 다니신 것 같은데 의도적으로 찾아다니신 건가요? 


고: 6개월 동안 항상 캠코더를 들고 다녔어요. 와 닿는 모든 것을 찍었습니다. 시위나 축제 현장도 대부분 의도하지 않고 갔어요. 딱 하나 의도하고 간 것은 퀴어 퍼레이드였습니다. 사실 퍼레이드를 찍으러 간 것이었는데, 반대세력을 보고 놀라서 프레스 절차를 밟고 찍었어요. 


진행: 내레이션은 영상을 기록하는 와중에 쓰셨는지, 영상 작업 이후에 완성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고: 동시다발적이었어요. 선후 관계는 없었습니다. 뭔가를 찍을 때 같은 감정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진행: 감독님들끼리 감상평을 나누면 어떨까요? 


오: 고재홍 감독님의 <깨끗하고 불빛 환한 곳>과는 세 번째로 엮여서 상영했습니다. 볼 때마다 새로운 장면들이 보여서 신기해요. 이병기 감독님의 <같이>도 두 번째로 봤어요. 대학 다닐 때 생각을 해보면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어요. 그분들의 처우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부끄러워졌습니다.


고: <덩어리>의 경우 공황장애에 대해 자기치유가 가능하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영화 속 애니메이션, 음악이 좋았어요. <같이>는 처음 봤어요. 불안한 시대를 마주하는 방법이라는 대사가 좋았어요. 이병기 감독님과 같은 학번인데, 영화도 시대를 맞는 방법도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깨끗하고 불빛 환한 곳>은 에세이 다큐멘터리고 이미지들이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기대가 있었어요. 제 작품과 함께 묶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덩어리>는 예전에 같이 상영해서 이전에 봤어요. 영화를 보다가 공황장애의 이미지 때문에 숨이 막혀서 영화를 보다가 나갔는데, 나가니까 비슷한 증상을 느낀 분이 또 계셨어요. 


오: 사실 이 영화를 만들 때 환우 분들과 함께 영화를 보면서 치유를 했으면 바랐어요. 근데 얘기를 듣고 나니 없던 환자를 생산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웃음)


관객: <깨끗하고 불빛 환한 곳> 감독님은 혹시 음악을 사용해보겠다는 생각이 없었는지요?


고: 전혀 없었어요. 음악이 들어가니 갑자기 감상적인 분위기가 되는 것 같았어요. 음향에 대한 생각은 했습니다. 마네킹 시퀀스에서 노이즈 효과를 넣었는데, 너무 크게 들릴까봐 좀 작게 줄였어요. 근데 영화관에 오니 하나도 안 들려서 아쉬웠습니다. 


진행: <덩어리>에서는 퍼포먼스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형광 퍼포먼스가 있는데, 어떻게 기획하셨는지요? 


오: 왜 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요.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많은 것을 해볼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했습니다. 형식적인 갈증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에는 애니메이션, 퍼포먼스, 전통적인 인터뷰 같은 것을 다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행: 영화를 보면서 당연히 병원에 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근데 과학적, 의학적으로 해결하는 부분이 없더라고요. 예측이 빗나갔습니다. 


오: 전문가 인터뷰는 사실 실패했습니다. 주위에서는 오히려 더 괜찮은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어떻게 허상이 한 사람을 지배하는가에 초점을 두고 싶어서 의학적인 도움을 받는 과정을 담지는 않았습니다.


진행: <같이>에서 전동킥보드는 소극적 퍼포먼스인가요?


이: 생일선물로 스스로 사준 것이에요. 광화문에서 이전에 한 번 타다가 잡혔어요. 촬영을 할 때도 잡힐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잡히지 않았고 신나게 타고 왔습니다. 그 장면을 통해 저 스스로 친구들이 겪는 불안에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청소 노동자의 이야기지만, 만들다 보니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점에서 킥보드도 들어가고 내레이션도 들어가게 되었어요. 솔직해지려고 노력해봤습니다. 


진행: 최근의 고민, 혹은 즐거운 일이 있다면요?


고: 영화를 만드는 데에 있어 제 얘기가 아닌 것은 하지 못할 거 같아요. 앞으로도 사적인 영화를 만들 것 같습니다. 사적이단 말은 ‘나를 구성하는 것이 뭘까?’에 관한 것이에요. 나를 구성하는 큰 정체성들이 사라지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앞으로 어떻게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어요.


오: <블라인드 필름>이라는 애니메이션 작업을 했고 피아노 퍼포먼스랑 같이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제 상영도 하고 다녀요. 새롭고 즐겁습니다. 또 다른 일로, 여름동안 어느 화가의 모델 활동을 하면서 미술에 대한 저의 생각을 에세이로 쓰고 있어요. 그걸 어떻게 출판해볼까 하는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저는 오늘 영화를 못 봐서 잘못 산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한 다큐멘터리 감독님이 “다큐멘터리 감독은 영화가 끝나도 대상과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라고 하신 것을 인상 깊게 들었는데, 그런 점을 못 지키고 살아서 되게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어요. 이번에 야유회에 가서 노동자분들을 뵈려고 해요. 이 영화는 2015년의 저의 고민인데, 저때만 해도 생계적인 부분에서는 낙관적이었어요. 근래에 경제적인 부분에서 쉽지가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경제 활동과 영화 활동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깨끗하고 불빛 환한 곳>, <덩어리>, <같이>는 서로 다른 결의 고민을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영화에 풀어낸다. 그러나 세 영화에서 모두 방황이라는 정서를 공유한다. 불안은 세 감독이 카메라를 들게 된 공통적인 이유일 것이고 각자의 분위기를 가진 세 편의 영화는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불안한 이들이 보낸 불안한 편지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것이 세 편의 다큐멘터리가 개인의 차원을 넘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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