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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자백> : 권력의 맨 얼굴에 통쾌함을 느끼는 기적

by indiespace_은 2016. 10. 20.



 <자백한줄 관람평

이다영 | 단지 한 사람의 희생이라기에는, 그에 따른 눈물의 양이 너무나 많다

상효정 | 추적과 추적, 그 끝에서야 겨우 보이는 현실의 실체.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이형주 | 권력의 맨 얼굴에 통쾌함을 느끼는 기적

최미선 | 서늘한 권력의 민낯

홍수지 | 기록하고 보도하는 것에 있어 새로운 모범을 제시한다

전세리 | 기존 고발 형식의 응혈까지 타파하는 일타쌍피의 총알




 <자백리뷰: 권력의 맨 얼굴에 통쾌함을 느끼는 기적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형주 님의 글입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를 손에 쥐고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권력이 있다. 오래 전 중앙정보부, 현 국가정보원은 국가 안보를 지킨다는 구호 아래 그 누구에게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자백>은 ‘유우성 간첩조작사건’을 중심으로 국가가 탈북자들을 간첩으로 조작하고 있음을 취재한다. 탈북자에 대한 불법감금, 폭력, 협박, 재판 증거 위조 등에 그 누구도 답변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음을 밝힌 취재는 7-80년대에 간첩으로 조작되고 여태껏 사죄를 듣지 못한 재일교포들의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영화의 끝엔 간첩의 누명을 벗고 무죄를 받은 사람들의 목록이 흐른다. 



근래 정부의 방송장악으로 언론은 거의 혼수 상태에 빠졌다. 각종 사건과 비리들이 사회 속에서 음소거되자 대안 언론들과 독립 다큐멘터리들이 진실을 추적하고 이를 알리는 역할을 떠안았다. <자백>은 해직 언론인들이 모여 시민들의 후원을 통해 탐사보도를 수행하는 대안언론 ‘뉴스타파’의 첫 번째 다큐멘터리로, 용산 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2011), 세월호를 이야기한 <다이빙벨>(2014) 등 일련의 국가적 폭력에 대한 고발 다큐멘터리의 흐름과 연장선상에 있다. <자백>의 목적 역시 언론이 입다물고 사회가 주목하지 않은 진실을 파헤치고 세상에 공론화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거짓 자백을 강요당한 유가려 씨와 함께 수많은 피해자들을 보며 가슴을 치고, 반성하지 않고 처벌받지 않는 저들의 뻔뻔함에 분노하면서 극장을 나와 사람들에게 영화를 추천하고 공유할 것이다. 세상이 이 영화로 움직이기를 바랄 것이다. 그런데 여타 고발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오고 느끼는 이 기분 너머로 무언가 다른 감상이 든다. 



그건 무엇보다 바로 두 장면, 최승호 감독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우연히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나 인터뷰를 시도하는 장면과 간첩조작에 대한 증언 한마디를 요구하는 카메라를 피하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우산 속에서 웃는 장면 때문이다. 사실 TV뉴스에서 가족과 함께 과일을 먹으며 지켜봤어야 할 이 장면들은 시민들의 십시일반 후원을 등에 업고 귀한 개봉의 기회를 얻어 어두운 극장 안에서 비장하게 보여진다. 이 비장한 공기를 뚫고 심장부의 얼굴들은 카메라를 피해 도망가거나 할말이 없다는 소리만 반복하는데, 그 꼴 만으로도 코미디가 따로 없다. 그러나 공항 안 수많은 인파들 속에서 간첩조작사건을 추궁 받는 모습은 우스움을 넘어 일견 이루어지지 못한 단죄를 내리는 느낌이다. 영화는 순식간에 로비를 재판장으로, 시민들을 배심원으로 만들며 마이크 대신 카메라를 들이민다. 우리가 단 한번도 이루지 못한 재판이며 단 한번도 내리지 못한 선고다. 우산 속에서 카메라를 비웃는 웃음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은 누구도 보여주지 못한 그(들)의 맨 얼굴에 대한 분명한 기록이 된다. 이 비웃음을 보며 화도 나지만, 그걸 여과없이 잡아내 줌으로 당기는 이 영화의 위트와 용기에 통쾌함을 감출 수 없다. 



이 영화로 현실에서 뿌리 깊은 단죄가 이뤄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언론이 제대로 언론의 일을 하는 순간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우리 앞에서 잠시나마 발가벗겨 얻어준 이 <자백>의 통쾌함은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오랫동안 잊고 있던 이 통쾌함이야말로 변화를 꿈꿀 용기의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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