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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Choice] <연인들> : 스친 것들에 대한 기록

by indiespace_은 2016. 9. 24.





[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인디플러그 <연인들>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bit.ly/2dhIwzm





<연인들> 리뷰: 스친 것들에 대한 기록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미선 님의 글입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찰나들이 우리를 스쳐 지나갔을까. 순간은 지나가며, 지나간 것은 잊혀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지나가는 것들에 아쉬움을 느낀 김종관 감독은 스친 것들에 대해 기록한다. <연인들>은 <폴라로이드 작동법>(2004)에서부터 <올 가을의 트랜드>(2008)까지 그의 시선이 담긴 11편의 단편영화를 모은 또 하나의 새로운 영화이다. 새로운 영화라 한 이유는 11편의 영화를 단순히 만들어진 순서에 따라 배열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은 다양한 연인들이 겪는 연애에 대한 감정의 흐름일 수도 있고 관계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방황과 긴장의 흐름일 수도 있다.





각 영화는 ‘연인’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크게 두 사람을 등장시킨다. 그들은 긴장하고 무료하며 기다리고 화가 나기도 한다. 마치 모든 연애가 그러하듯 말이다. 연애를 하면서 종종 자신의 모습이라 생각했던 것이 자신의 것이 아니었음을 혹은 경멸했던 남의 모습이 실은 자신의 것이기도 했음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러한 혼란 속에서 사람은 더욱 견고해진다. 그들이 느끼는 고독과 고민은 연인이라는 관계에서의 고민만은 아니다. 남녀 관계에서 나아가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우리는 같은 고민을 한다. 관계 속에서 서로 상처를 주고 받고 뭔가를 포기하거나 배운다.





11편의 영화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짧게는 3분, 길게는 14분 남짓한 순간에 기록한다. 영화는 짧은 순간을 포착했지만 동시에 그 순간이 있기까지의 평범하기도 하고 위태롭기도 했을 과거의 시간들을 함께 담아내기도 한다. 이것이 단편영화의 매력이자 김종관 감독의 매력이다. 평범하지만 지금 나의 감성과 나의 철학을 있도록 한 과거의 순간들을 기록함으로써 잊고 있던 삶의 한 켠을 떠올리게 만든다. 얼마나 많은 순간들이 일상이란 이름아래 잊혀지고 있나. 그야말로 기억하지 않으면 잊혀질 순간에 대한 기록이다.





각각의 영화에는 대사가 거의 없다. 그저 눈빛으로 말하는 영화이다. 배우는 눈빛에 감정을 담고 감독은 그것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 섬세하고도 서두르지 않는 시선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또한 겨울이라는 계절적 배경이 자주 등장한다. 일년의 끝자락, 봄이 오기 직전의 긴장감. 인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지나갈 계절과 잊혀질 기억을 염려한다. 감독은 겨울이 가면 봄은 오기 마련이고 기억하려 한다면 지나는 것을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이자 위로를 전한다. <메모리즈>(2008)에서 말한다. ‘모든 것은 사라질 것이다. 지나는 것을 잡을 수 있는 것은 기억밖에 없다. 영화는 잊혀질 모든 것들에 대한 기억이다.’ 





<연인들>에 수록된 영화를 한편 한편 보고 있자면 최근 개봉한 <최악의 하루>라는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김종관 감독의 발자취를 따라 함께 걷는 기분이 든다. 그만큼 <최악의 하루>에는 단편영화 11편의 흔적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그 흔적들을 찾아가며 그의 영화를 관람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 같다.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그만의 감수성을 보여주는 김종관 감독. 그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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