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최악의 하루> : 거짓과 진실 사이, 그 순간순간의 감정들

by indiespace_은 2016. 9. 5.



 <최악의 하루줄 관람평

이다영 | 김종관 감독만의 시선으로 잔잔히, 또 가득히 메워지는 섬세한 틈. 긴 기다림이 전혀 아깝지 않았던 신작.

상효정 | ‘최악’의 하루 안에 담긴 ‘최선’의 마음

이형주 | 남산의 햇빛. 뚜벅뚜벅. 곰방와~

최미선 | 최악이라 생각했던 하루를 적어낸 남의 일기 같은 나의 이야기

전세리 | 언덕을 오르는 우리 '은희', 그녀가 도착할 그 어느 날.





 <최악의 하루리뷰: 거짓과 진실 사이, 그 순간순간의 감정들



*관객기자단 [인디즈] 상효정 님의 글입니다.


늦여름이 되면 햇살이 따듯하게 느껴지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순간이 온다. 가지 않을 것 같은 무더위도 한풀 꺾이게 된다. 그렇게 서늘한 바람에 몸을 맡기고 따라간 그 하루의 끝에선 과연 무엇을 만나게 될까. 김종관 감독의 <최악의 하루>는 바로 그 순간들, 한 여자의 하루 안에 담겨진 감정들을 그려내고 있다. 



영화는 서촌과 남산이라는 두 곳의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하면서 하루 동안 ‘은희’(한예리 분)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자기만의 호흡으로 풀어낸다. 이로 하여금 서촌의 골목길 사이사이, 커피향이 느껴지는 카페, 그리고 푸른 잎사귀 가득한 남산의 소소하고 일상적인 모습들이 시간의 서사에 잘 녹아들게 한다. 그 가운데 서로 얽히게 되는 관계들과 툭툭 던져지는 위트 있는 대사들이 더해지면서 한 편의 풍경 같은 장면들이 인상 깊게, 그리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진짜라는 게 뭘까요, 사실 다 솔직했는걸요” 

만나는 상대에 따라 머리를 묶기도 풀기도, 존댓말을 쓰다가 반말을 쓰다가, 또는 영어를 쓰며 변하는 은희. 거짓과 진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최악의 하루를 보내는 그녀이지만, 영화는 결코 은희를 마냥 찌질하거나 미운 여자로 그리지 않는다. 그녀의 대사에서 거짓과 진실 사이에 숨겨진 감정들이 느껴진다. 사람을 속이는 직업을 가졌다며 일종의 연극을 하는 그녀.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그녀는 매순간 최선을 다했고 진심을 다했다. 그렇게 그녀는 무대 위의 상대방이 누군지에 따라 달라졌고 호흡을 맞추었다. 



한편 주목해볼 점은 그녀가 오늘 처음 만난 남자 역의 일본인 소설가, ‘료헤이’(이와세 료 분)다. 그는 영화의 시작과 마지막을 장식하며 감독의 말을 대신 전한다. “내가 이해하는 사람들입니다”라는 그의 대사에서 짐작할 수 있듯, ‘당신들을 속이려면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은희와 전에 만났던 뻔뻔한 남자 ‘운철’(이희준 분), 지금 만나는 유난스러운 남자인 ‘현오’(권율 분) 모두 우리 주변에 있는, 어쩌면 ‘나’인지도 모를, 우리가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였을까. 그녀는 거창한 수식이 존재하지 않는 몸짓으로 그에게 대화를 건넨다. 곧이어 그녀의 언어에 답이라도 하듯 료헤이는 그의 언어인 소설을 들려준다. 



소설 속 주인공들을 위기에 몰아놓고 구해주지 않았던 소설가는 이제 앞으로 이야기의 끝을 해피엔딩으로 맺으려 한다. 여름만을 기억하고 있는 그녀 앞에 여름이 아닌 다른 계절을 그려낸다. 그렇게 그는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늦여름에 불어오는 바람이 지난 시간들을 어루만지듯 위로의 단어를 건넨다. Happy ending.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