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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스틸 플라워> : 희망으로 점철된 강철의 꽃

by indiespace_은 2016. 4. 16.





 <스틸 플라워줄 관람평

김은혜 |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

박정하 | 90여분의 영상으로 쓰인 한 편의 詩

김민형 | 마음 가는 데로 움직인다

위정연 | 조용히 폭발시키는 영화의 절제미 

김수영 | 희망으로 점철된 강철의 꽃




 <스틸 플라워 리뷰: 희망으로 점철된 강철의 꽃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수영 님의 글입니다.


흔히 어려움이나 고난을 겪어보지 않고 곱게만 자란 사람을 ‘온실 속 화초’라고 부르는 반면 파란만장한 삶을 살며 억세진 사람은 ‘잡초’라고 칭한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두 식물은 결실조차 상반되게 맺는다. 좋은 환경에서 별 탈 없이 지낸 화초는 꽃을 피우고, 연약하고 산전수전 다 겪은 잡초는 강인해지지만 꽃을 피울 여력이 없다. 그런데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심지어 햇빛조차 없는 곳에서 꽃을 피워낸다면 그 꽃은 도대체 무엇일까?



‘하담’(정하담 분)은 홈리스 소녀이다. 그녀가 홈리스가 된 이유는 영화에 나오지 않는다. 대신 하담이 백팩을 매고 잡동사니가 든 캐리어를 가지고 정처 없이 떠도는 장면을 조망한다. 목적 없는 발걸음 끝에 도착한 곳은 쓰레기가 가득한 빈집이다. 앞으로 하담이 머물게 될 곳이다. 영화는 별 다른 대사와 음악 없이 하담의 발만 쫓아간다. 그녀의 걸음을 이끄는 곳들은 ‘일 할 사람’을 구하는 여러 가게들이다. 그러나 걸음을 이끌 뿐이지 그곳에 머물게 허락하진 않는다. 집도 휴대폰 번호도 없는 홈리스 소녀를 맞아주는 가게는 냉혹하게도 없다. 전단지를 돌리는 아줌마는 하담에게 일을 시키고는 그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 저녁마다 횟집에도 일을 나갔지만 그 곳에서 역시 돈을 받지 못한다. 돈이 없지만 하담은 물건을 훔치지 않고 노동을 통해 정당한 대가를 받고자 한다. 또한 탭댄스 학원의 신발장 앞에서 탭댄스를 쳐보기도 하고 빈대떡집에서 일을 해 번 돈을 신발장에 두는 대신 탭슈즈를 가져간다.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삶을 영위하는 어른들이 추잡한 행동을 하는 것과 달리 쓰레기로 가득한 빈 집에서 살고 돈이 없을지라도 하담은 양심적으로 살아간다. 탭슈즈를 가져온 날, 하담은 어설프게 발을 굴리며 이리저리 쏘다닌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정처 없이 돌아다니던 것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움직이던 발에서는 느낄 수 없는 희망이 보이기 때문이다.



하담에게 친절을 베푼 식당에서 일을 할 때도 그녀는 탭슈즈와 함께 한다. 조금씩 일을 하며 대가를 받는 즐거움을 알아가던 날, 횟집 사장의 애인이 가게에 와서 하담이 몸을 판다며 행패를 부린다. 급기야는 하담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밖으로 내동댕이친다. 단지 일을 하고 싶었던 하담은 일자리를 잃고 싶지 않다는 절규의 눈빛을 보내지만 그 끝은 절망에 가깝다. 계속해서 세상은 그녀의 길을 막고 그녀의 행복을 받아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좌절하지 않는다. 파도가 휘몰아치는 폐선착장에서 탭댄스를 추며 울분을 토하고 더러운 세상에, 파도에 대항할 뿐이다. 그리고 강철처럼 강한 꽃이 되어갈 뿐이다. 



하담의 인생 전경에선 빛을 찾아볼 수가 없다. 밑창이 떨어진 신발부터 그녀를 밀어내는 세상까지 어느 하나 온전한 구석이 없다. 이런 현실에서 그녀는 자신만의 생존의지로 하루하루를 버텨나간다. 좋은 환경에서 자란 연약한 꽃도 아닌, 잡초처럼 강하지만 꽃을 피울 여력이 없는 잡초도 아닌 자신만의 꽃을 피워내는 하담. 여건이 좋진 않지만 희망을 가지고 강철 같이 강한 하담이란 꽃, Steel Flower를 피워내는 것이다.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다양한 꽃들을 피워낸다. 지금 우리는 어떤 꽃을 피워내고 있을까? 벚꽃이 만연한 4월, 당신이 사는 텃밭엔 어떤 꽃들로 가득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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