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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_기획] ‘이성애 중심주의’의 틀을 벗어나 모두가 ‘정상’이 되기까지, 편견과 맞서 함께 성장해 나가는 퀴어 영화

by 도란도란도란 2014. 7. 4.

[인디즈_기획] ‘이성애 중심주의’의 틀을 벗어나 모두가 ‘정상’이 되기까지,

                    편견과 맞서 함께 성장해 나가는 퀴어 영화



▲ 왼쪽부터 김경묵 감독의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6월 26일 개봉) , 김조광수 김태용 감독의 <원나잇 온리> (7월 3일 개봉) 포스터



2013년은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관련한 수많은 제도적 이슈들로 뜨거웠던 해이다. 그리고 성별 정체성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논란은 2014년 현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6월엔 제 15회 퀴어 문화축제가 ‘Love conquers hate’ 즉,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신촌에서 열렸다. 이에 반동성애 단체와 보수 개신교계는 퍼레이드를 저지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확대하였고 동성애혐오성 괴롭힘으로 대항했다. 2014년 5월 17일에 발간된 지난해 한국 여성·남성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렌스젠더, 간성 등 성소수자(LGBTI) 인권 현황을 담은 연간보고서 ‘한국의 LGBTI 인권 현황 2013’에 따르면, 유럽 49개국의 성적지향·성별정체성 관련 제도 여부에 따라 측정하는 ‘무지개 지수(Rainbow Index)’를 참고해 한국 성소수자 인권지수를 측정한 결과 15.15%(100%가 완전 평등)로 나타났다. 이는 16%를 기록해 38위에 머무른 리히텐슈타인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세계 의학계가 동성애는 정신병이나 이상 성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동성애를 정신병이라고 보고 고칠 수 있다고 말한다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동성애에 대한 논의의 시작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퀴어’에 대한 관심은 극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영화에 대해 소개하기 전에 ‘퀴어’라는 개념을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겠다. ‘퀴어 이론’ 이란, 성차별과 억압 등을 만들어내는 기저에 '이성애 중심주의'가 있음을 지적한다. 이들은 동성애를 자연적 조건이자 사회적 조건으로 보는 그 어떤 이론에도 반대한다. 퀴어는 단순히 동성애자만이 아니라 모든 성적 소수자를 포함한다. 지금은 퀴어가 성을 '정상화'하려는 온갖 형태의 시도에 반대하는 견해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김경묵 감독의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2014)



현재 6월 26일 개봉한 김경묵 감독의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와 7월 3일 개봉한 김태용 감독과 김조광수 감독의 <원나잇온리>가 상영 중이다.

김경묵 감독의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의 배경은 편의점이지만, 그 안엔 성소수자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영화에선 동성애도 이성애처럼 우리 주변 가까이에 존재하며 그들이 흔하게 동성애에 대한 차별과 모욕을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 시계방향으로 김경묵 감독의 <줄탁동시>(2011), <청계천의 개>(2009), <나와 인형놀이>(2004)



김경묵 감독은 2004년 <나와 인형놀이>, 2009 <청계천의 개>, 2011 <줄탁동시> 까지, 거의 모든 작품에서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관한 고민들을 담았다. 특히 <줄탁동시>는 세계 유수 영화제들의 큰 관심을 모았을 뿐만 아니라 ‘2011 서울독립 영화제’에서도 전회매진을 기록했다.

<줄탁동시>는 탈북자 소년과 조선족 소녀, 그리고 몸을 파는 게이 소년의 도시에서의 떠도는 삶을 그린 이야기로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이들의 고군분투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주인공인 탈북자 ‘준’과 게이 소년 ‘현’, 다듬어지지 않고 미성숙하지만 거친 청춘의 모습을 대변하는 두 캐릭터는 신인배우 ‘이바울’, ‘염현준’을 만나 빛을 발하고, 길고 느리게 때로는 거친 호흡으로 인물들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잡아낸 김경묵 감독의 담담하고 뚝심 있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줄탁동시>에서 탈북자 ‘준’역을 맡았던 ‘이바울’과 조선족 ‘순희’역을 맡은 배우 ‘김새벽’은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에도 출연하며 감독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김경묵 감독이 현재 준비하고 있는 영화는 한국의 집창촌과 성매매 여성에 관한 다큐멘터리영화라고 한다. 사회적으로 배제당하고 소수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감독의 관심은 앞으로도 영화를 통해 계속될 것 같다.

 

 

 <원나잇 온리>의 단편. 왼쪽부터 김조광수 감독의 <하룻밤>(2013), 김태용 감독의 <밤벌레>(2012)



7월 3일 개봉하는 <원나잇온리>는 ‘2014 서울LGBT영화제’에서 프리미어로 공개된 퀴어 옴니버스영화이다. <원나잇온리>는 김태용 감독의 <밤벌레>와 김조광수 감독의 <하룻밤>, 두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두 에피소드 모두 하룻밤 동안에 일어나는 게이청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왼쪽부터 김조광수 감독의 <친구사이?>(2008), <소년, 소년을 만나다>(2009),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2012)



김조광수 감독은 2008년 <소년, 소년을 만나다>와 2009년 <친구사이>에 이어 2012년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까지 꾸준히 퀴어 영화를 제작하고 연출해오면서, 동성애에 대한 편견에 대항해왔다.

대한민국 최초 해피 퀴어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는 <두결한장>은 기획의도와 시놉시스만으로 제 1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피치&캐치 극영화 관객인기상과 아트레온상을 휩쓸며 획기적인 영화의 탄생을 예고했다. 영화 <두결한장>은 부모님의 기대에 힘겨워하던 게이 ‘민수’와 법적 싱글에겐 힘든 아이 입양을 꿈꾸는 레즈비언 ‘효진’이 현실의 타협안으로 위장결혼을 감행하면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동성애자들이 겪어야 하는 현실이라는 자칫 무거워 보일 수 있는 소재지만 김조광수 감독은 특유의 발랄함을 더해 ‘대한민국 최초 해피 퀴어 로맨틱 코미디’를 탄생시켰다.



▲ 2013년 9월 대규모 동성결혼식을 연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대표



김조광수 감독은 2013년 9월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문화행사로서 김승환과 동성결혼식을 열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이 결혼식을 앞뒤로 동성혼을 비롯한 성소수자의 가족구성권 보장에 대한 실천적, 이론적 흐름들이 형성되었다. 그는 영화 바깥에서도 사회적 편견에 맞서 살아가고 있다.



▲ 왼쪽부터 이송희일 감독의 <후회하지 않아>(2006), <백야>(2012), <지난여름, 갑자기>(2012), <남쪽으로 간다>(2012)



김경묵 감독, 김조광수 감독, 그리고 지금부터 소개할 이송희일 감독은 모두 대사회적으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인정하는 ‘커밍아웃’을 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삶속에서 마주한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고민은 그들의 영화에 모두 진솔하게 녹아있다.

김조광수 감독이 성소수자를 발랄하고 유쾌하게 담아낸다면, 이송희일 감독은 그와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이송희일 감독은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후회하지 않아>로 잘 알려져 있다. <후회하지 않아>는 독립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전국 4만 관객을 돌파했다. 동성애를 이성애와 별 다르지 않은 보편적인 사랑의 모습으로 진솔하게 보여주며 관객들의 넓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2012년에 개봉한 이송희일 감독의 세 편의 퀴어영화는 중편인 <지난여름 갑자기>와 <남쪽으로 간다>가 한 편으로 묶인 옴니버스로, 그리고 장편 <백야>까지 함께 개봉하며 <백.지.남>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웠다.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동성애자들은 누구보다도 사랑에 진지하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과 욕구는 현실과 편견에 부딪히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이성애와는 조금 다른 슬픔과 한계를 떠안게 된다. 이송희일 감독은 많은 영화들 안에서 사회적 편견 속에서도 사랑을 이어나가는 동성애자들을 감성적이면서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 이송희일 감독의 <야간비행>(2014) 8월 개봉예정



2014년 8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야간비행>은 제 6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송희일 감독은 “우정을 허용치 않는 한국 사회에서는 소수자들의 사랑도 여의치 않다. <야간비행>은 정글같이 성적 경쟁만 요구하는 학교 사회에서 어떻게 우정이 부서지고 서로를 배신하고 소수자들이 배척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고 말했다.

 

세계 여러 나라와 비교했을 때 현재 우리나라의 성소수자 인권현황은 앞서 말했듯 하위권에 머물러 있으며 아직 갈 길이 멀다. 자신의 성 정체성이 동성애자임을 인정하고 ‘커밍아웃’을 한 감독들이 사회적 편견에 맞서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고민을 담은 퀴어 영화들을 계속해서 만들고, 우리가 쉽게 그 영화들을 극장에서 만나 볼 수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서 상당히 희망적이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이성애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기 위해선 먼저 우리 사회가 현재 어떤 상태이며 동성애자들이 마주한 현실은 그들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에 대해 영화를 보며 생각할 기회를 갖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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