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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 <자, 이제 댄스타임> 조세영 감독 인터뷰 "쉽지않은 이야기를 들려준 그녀들의 용기에 귀기울일 수 있길"

by 도란도란도란 2014.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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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댄스타임>의 조세영 감독 인터뷰

"쉽지않은 이야기를 들려준 그녀들의 용기에 귀기울일 수 있길"





<버라이어티 생존토크쇼>를 통해 성폭력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발랄하고 유쾌하게 그려내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조세영 감독이 여성의 임신중절을 주제로 돌아왔다. 많이 궁금했다.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국제경쟁 대상을 수상하고 올해도 인디다큐페스티발2014, 서울인권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되며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다 이제는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다. 개봉 준비를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조세영 감독을 만나보았다.

 

 

Q. <버라이어티 생존토크쇼> 이후 4년만의 연출작이다. 지난 4년간 <, 이제 댄스타임>에 매진하신건지.

 

20096<버라이어티 생존토크쇼>를 첫 상영하고 이후 영화제에 상영되는 기간 동안 품앗이처럼 다른 감독의 작품 촬영을 도와주기도 하면서 바쁘게 지냈다. <, 이제 댄스타임>의 기획을 들어간 건 20113월쯤이었다. 사실 이 영화의 제작은 3년 가까이 걸렸는데, 그 이후 지금까지 배급을 직접 나서서 하는 바람에 작년 10월 이후부터 쭉 배급에 주력하고 있다.

 

 

Q. 전작 <버라이어티 생존토크쇼>에서는 성폭력생존자의 이야기를, <, 이제 댄스타임>에서는 낙태라는 상당히 민감한 소재를 다루었다. 여자들이 쉽게 이야기하기 힘들어하는 소재인데, 이런 소재를 다루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작은말하기 자조 모임이라고 해서 성폭력피해자들의 모임이 있다. 거기서 각자 자기 경험을 이야기하는데, <버라이어티 생존토크쇼> 출연자들을 이 모임을 통해 만났다. 그 공간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서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잘 전달하는 사람들이다. 카페를 전체 빌려서 모임을 진행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성폭력 피해에 대한 이야기는 편안하게 풀어놓는 반면, 낙태에 대한 이야기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 모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쉽게 이야기하질 못하고 듣는 사람 또한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난감해했다. 사실 성폭력과 낙태는 서로 맞닿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완전 다른 이야기였다. 그런 이유 때문에 다음 프로젝트로 이 이야기를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Q. 이전 작품도 그렇고 인터뷰하기 까다로운 대상자들을 인터뷰했다. 사람들을 설득하는 감독님만의 방법이 있는지.

 

특별한 방법이 있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황금 같은 출연자들을 계속 만나는 걸 보면 운이 좋은 것 같다. 출연자를 찾기 위해 낙태의 경험을 가진 여성, 당신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불특정다수를 향한 웹자보를 돌렸다. 성폭력이나 낙태에 대해 고민이 많은 분들은 발화하는 단계 이후에야 내 삶이 발전할 수 있다는 스스로의 정화과정을 가지고 계셨던 것 같다. ‘작은말하기 자조모임에서도 앞에 나와 말해보니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 경험을 하곤 그깟 한번 찍어보지하며 촬영장에 온 분들이 정말 많았다. 이번 영화에 출연하는 초등학교 선생님의 경우엔 조연출이 메일 확인을 빠트려 두 달 만에야 다시 연락을 주신 덕분에 출연이 결정될 수 있었다. 그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Q. 그 분들의 얼굴 공개가 되는 점에 대해서도 거리낌이 없었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세 부류로 나눠서 생각을 했었다. 목소리만 출연하거나 모자이크 처리로 출연하거나 마지막으로 모두 공개하여 출연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공개하기로 결정을 했더라도, 얼굴이 계속 나오길 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출연자는 자기는 나와도 좋지만 엄마가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기도 했다. <, 이제 댄스타임>이 다른 다큐멘터리 보다 분명히 좀 더 예민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편집이라든지, 상영기회가 있을 때마다 확인과정을 거쳤다.

 

 

Q. 영화제 상영이 아닌 정식 개봉을 하게 될 경우 불특정 다수에게 더욱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망설였을 수도 있겠다.

 

얼굴이 드러난다는 점이 그 안에서도 스펙트럼이 넓다. 예를 들면 영화제는 괜찮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지인들이 갈만한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반 극장까지는 괜찮다라고 하는 부류는 이 영화와 주제에 대해 돈을 내고 극장에 와서 관람할 사람이라면 그 사람들은 봐도 좋다는 뜻이다. 그런데 ‘IPTV는 하고 싶지 않다는 사람이 있다. 안방까지 영화가 들어갈 경우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면서 뜻하지 않게 회자될 경우 상처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꼭 보고 싶지만 극장에서 볼 용기도 없는 사람에겐 IPTV가 영화를 관람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모두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의견을 모으는 일이 쉽지 않다. 현재까지는 DVD, IPTV 모두 단 한 사람이라도 원하지 않는다면 하지 않을 예정이다

 






Q. 이번에 <, 이제 댄스타임>의 예고편이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심의반려되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궁금하다.

 

예고편에서의 콘돔 등장, '섹스'란 텍스트 표시, 침대 위 남녀의 높은 표현수위 이 세 가지 때문에 예고편 심의가 반려되었다. 어떤 시선으로 예고편을 본 것인지 이해불가다.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에 따라 꼭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부분들이 모여 사람들에게 터칭되는 순간 오는 감정들로 다음 행위들을 만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상이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주는지를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Q. 영화 제작에 이어 배급까지 직접 깊이 관여하고 있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나와 배급PD 그리고 키노엔터테인먼트 소수의 인원으로 개봉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개봉지원도 떨어져서 기댈 데 없어 힘들지만 열심히 하면서도 마음을 점점 비우니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우리가 이걸 왜 해내야 하는지 그 의미를 계속 서로 공유하다 보니 힘들지만 즐겁기도 하다. 관객은 천명을 목표로 잡고 있지만 사실 이 영화는 관객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 영화를 볼 사람들은 이미 영화제 혹은 공동체 상영에서 다 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가 만날 사람들은 정말 내가 만나고 싶었던, 한줄 평을 보고 아 이런 이야기가 있구나하면서 혹은 우연히 알게 되어 극장 안으로 들어올 사람들이다. SNS나 입소문으로 회자되는 것 자체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본질과 닿는 부분이다.

 

 

Q. 키노빈스에서 이번에 배급을 맡았다. 커피사업을 하는 회사로 영화제에서 자주 보였는데, 어떻게 같이 배급을 하게 된 건지 궁금하다.

 

강북청년창업센터에 입주해 있으면서 키노빈스를 처음 만나게 됐다. ‘영화인들이 만든 커피회사로 구성원이 영화 제작하던 사람들로 이루어져있어 커피사업의 한 축으로는 영화가 그들에게 제일 중요한 지점이었다. 우리는 모두가 처음 시작하는 시점이라 모든 것이 다 새롭게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제작부터 배급까지 계속 새로운 시도를 경험하는 것 같다. 더 의미가 있는 것은 키노빈스의 구성원이 20~30대 남자들이라는 점이다. <, 이제 댄스타임>은 대한민국 최초의 낙태 경험자들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로 제작과정에는 여성만 있었으나, 키노빈스와 배급을 같이하다보니 이 주제에 대해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 영화가 목적하는 바를 지금 눈앞에서 보고 있어 더욱 뜻 깊다.

 

 

Q. 이번에 텀블벅 131% 달성했다. 후원자를 위한 행사도 준비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예산이 없는 상태에서 개봉 준비를 하려니 계속 마이너스 상태이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행사를 준비하고자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고 있었다. 그러다 인디스페이스의 좌석이 110석이니 텀블벅 액수와는 상관없이 110석을 다 채워 텀블벅 후원자들을 위한 시사회를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인디스페이스 좌석에 후원자의 이름을 새겨 준다는 것이 의미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 시사회는 개봉일인 26일 저녁 730분 인디스페이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Q. 영화제목이 임신중절이라는 소재와 다소 매치가 되지 않는 <, 이제 댄스타임>이다. 영화제목의 의미를 간단히 설명한다면.

 

영화제에서 상영할 때 참석해주신 한 여성 학자님께서 영화제목에 대한 설명을 깔끔하게 정리해주셨다. 어떤 것을 말하려면 그게 무엇이든 전제가 필요하다. 낙태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섹스라는 전제가 필요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낙태라는 담론이 대한민국에서는 사실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다. 낙태와 관련된 사건들만 보도가 되거나 어느 단체와 종교단체가 대립하는 일들만 있을 뿐, 제대로 된 담론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 이제 댄스타임>이 사회에 공적담론의 시작을 알리는 첫 단추가 되길 바란다. 역사 속에 늘 있어왔지만 세상 밖에 꺼내지지 못한 이야기인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이 억압되어있었던 몸과 마음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순간을 이 영화가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Q. 영화의 인터뷰 영상에서 모자이크로 출연자의 얼굴을 가리다가 어느 순간 그 모자이크가 걷힌다. 그렇게 만든 의도가 무엇인가?

 

낙태는 존재하는데 낙태한 사람은 없다. 한국에서 낙태가 연간 34만 건 이상이라고 하는데, 공식통계가 이 정도라면 비공식은 분명 더 많을 것이다. 100만 건이라고 치면 하루에 4~500백 명 중 한 사람은 낙태를 하는 건데, 그만큼 낙태가 일상적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태한 사람은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를 공론화시킬 수 있도록 영화 속에 의미를 두어 보이지 않았던 그녀들이 이제는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Q. 모자이크가 걷힐 때 느낌이 묘했다.

 

영화제에서 상영될 때 어떤 관객이 그 부분에서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웃음) 아무래도 사람들 인식 속에서는 당연히 그녀들의 얼굴에 모자이크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맨 얼굴로 인터뷰하는 그녀들에게 관객들이 더 집중해주었으면 한다. 닫힌 영화관에서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공유하며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Q. 인터뷰 사이사이 극이 삽입되었다. 다큐와 극을 결합한 이유가 있다면.

 

제작에 처음 들어갈 때부터 주변에서 우려했던 점이 이 이야기에 사건과 현장이 없다는 점이었다. 인터뷰로 이루어진 다큐가 젊은 세대에게 얼마나 큰 재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킬지 걱정과 의문이 들기도 했고, 임신 중절이라는 주제가 일반 관객에게 보여 지려면 약간의 대중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극을 삽입하게 되었다. 오디션을 보는 과정에서 배우들에게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배우들도 그 자체로 현실 속 20대 남성 혹은 여성이라는 것을 영화 속에 녹여내기 위해서였다. 평소 임신중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주변반응은 어떤지 등을 물어보았다.

 

 

 

Q. 영화는 개개인의 낙태의 경험을 말하는 인터뷰이들의 내용으로 구성된 반면, ‘낙태에 대한 감독님의 명확한 입장을 내비치지는 않았다.

 

관객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나는 낙태 찬성이야혹은 반대야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영화가 가장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는 낙태가 오직 찬반으로만 이야기된다. 그 안에서 생기는 고민을 함께 공유함으로써 어떠한 담론이 형성된 이후에 법적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나는 그런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자 했다.

 

 

Q. 가장 신경 써서 만든 부분이 있다면.

 

마지막 장면을 가장 신경 썼다. 설렁탕을 먹는 장면은 제작할 때 처음부터 생각해 두었던 장면으로 어디에 배치를 해야 할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 그 장면은 인터뷰이를 가린 모자이크가 걷히는 장면만큼 굉장히 의미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배우와 실제 주인공들이 함께 나오는 장면이다 보니 촬영을 위해 일정을 조율하느라 애먹기도 했다.

 

 

Q.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무엇을 담아가길 희망하는가.

남성들이 이 영화를 보더라도 이 영화가 내 이야기라고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 단순히 낙태를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더 이상 여성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영화제 때 남성관객들이 가장 불편해하던 지점이 수술실에 남자친구가 누워있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 대해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하신 여성 학자님은 처음으로 감독이 남자들에게 내민 직설적인 초대장이라고 표현해주셨다. 낙태는 여전히 여자가 알아서 해결해야하는 문제라는 인식이 많지만, 남성들 역시 깊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인지했으면 한다. 이 영화가 그런 인식에 대한 시작 혹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

 

 

<, 이제 댄스타임>626일 인디스페이스와 인디플러스에서 개봉한다. 영화는 두 팔 벌려 관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 이제는 관객들이 그녀들의 목소리를 들을 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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